소설리스트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340)화 (340/1,031)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340화

우물우물.

열심히 빵을 우적거리는 10대 청소년들을 보며 우리가 웃음을 참았다.

“와씨, 녹는다. 녹아…….”

“달다.”

“인생이 이렇게 달았으면 좋겠다.”

달콤한 빵을 먹으며 자기들끼리 감탄하는 모습에 지호가 내 귓가에 속삭였다.

“형이 국밥 먹을 때 표정이랑 비슷해여.”

“막내야. 네가 아직 국밥 맛을 몰라서 그래.”

그렇게 답해 주고는 틴스피릿 멤버들에게 다시 시선을 돌렸다.

500원짜리 동전을 가지고 동네 탐방을 하는 어린이들처럼 손에 수플레 빵을 꼬옥 쥐고 있었다.

야금야금 먹을 때마다 작아지는 빵을 아쉽게 보면서.

“…….”

그리하여 빵이 다 사라졌을 때.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손을 내려다보던 이들에게 비주가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하나씩 더 줄까요?”

“네!”

“이리 오세요. 더 드릴게요.”

“감사함다!”

껄렁껄렁하게 줄을 선 이들이 공손하게 수플레 빵을 받아가서는 또 먹기 시작했다.

다시 봐도 신기한 광경이었다.

늘 인생에 대한 불만으로 가득한 질풍노도의 청소년들이었던 것 같은데, 지금은 몹시…….

‘이렇게 온순한 거 처음 보네.’

‘천사…….’

새하얀 의상 때문인지 왠지 모르게 정말 화기애애한 천사들처럼 보였다.

“내 의상에 가루 튀게 먹지 마라. 뒤진다.”

“너나 묻히지 마.”

“아! 좀 닥치고 먹으라고! 우리 지금 얻어먹는 거잖아!”

30초가 지나기도 전에 자기들끼리 투닥대는 모습에 우리가 훈훈한 미소를 지었다.

그래. 이래야 틴스피릿이지.

자기들끼리 12지의 동물들을 주제로 거친 대화를 주고받던 멤버들이 이내 불손한 얼굴로 고개를 획 돌렸다.

방긋 웃는 미소가 우리에게 향했다.

“존나 잘 먹었습니다아.”

공손하게 꾸벅하고는 대기실을 나서는 모습에 우리가 손을 흔들어 주었다.

리혁이가 스마트폰을 들고는 말했다.

“이제 남은 그룹은 둘이에요.”

“어디랑 어디?”

“스칼렛이랑 그리고…….”

문이 발칵 열렸다.

두 눈에 스모키 화장을 진하게 한 힙합 아이돌이 발랄한 얼굴로 뛰어 들어왔다.

“나님 등장!”

“선배도 좋고, 후배도 좋지만 가장 좋은 것은 무엇이다?”

“바로…….”

9인조 아이돌이 ‘알지?’ 하는 눈빛을 보내자, 우리도 같이 깔깔 웃으며 합창을 했다.

“동기다!”

“와아아아!”

열네 명이 동시에 방방 뛰며 지르는 돌고래 환호에 우리 스탭들이 노이즈 캔슬링 이어폰을 꼈다.

한조와 가볍게 포옹을 하며 웃었다.

“저번에 상 받은 거 축하해.”

“고마워.”

“원래 축하하려고 선물도 작은 거 하나 샀거든. 이번에 홍콩에서 만나면 주려고. 그런데…….”

“그런데…?”

한조와 스트릿 보이즈 멤버들의 얼굴에 슬픈 기억이 스쳐가는 듯햇다.

LB가 눈물을 훔치며 말했다.

“운송 제한 품목이라고 걸려서 못 가져 왔어요…….”

“아앗.”

“기내의 다른 승객들에게 위험을 줄 수 있는 물건이라서 반입이 안 된다고.”

“뭐를 준비했는데요?”

“그건 비밀.”

절대 말할 수 없다고 고개를 젓는 모습에 오히려 의문이 증폭됐다.

대체 뭘 가져오려고 한 걸까.

거친 인상의 아이돌 멤버들이 올망졸망한 불평을 내뱉었다.

“아니, 그리고 우리가 어딜 봐서 위협적인 인상이냐고. 안 그래?”

“나름 경찰청 홍보대사인데!”

하소연을 하는 이들에게 우리가 웃음을 터뜨렸다.

어쨌거나 간만에 만난 데뷔 동기들과 짧게 수다를 떤 것 같다.

어워드 시작이 얼마 안 남아서 길게 대화를 주고받진 못했지만, 그간에 참 별별 에피소드가 많다 싶었다.

내가 감탄하며 말했다.

“이 짧은 시간 동안 진짜 별일이 다 있었구나.”

“…그렇기는 한데, 너네한테 이런 이야기를 들으니까 좀 묘하네.”

“우리가 뭐 어때서?”

“너네 그 위키에 흑역사랑 사건 항목 별도로 있는 거 알지.”

“…….”

“가끔 심심해서 들어갈 때마다 갱신되어 있더라.”

한조의 말에 ‘맞아’ 하며 동의하는 스트릿 보이즈의 모습에 애써 시선을 외면했다.

“빵이나 먹어. 빵.”

“빵 먹어여. 빵.”

화제도 돌리고 입도 막을 겸 수플레 빵을 돌렸더니 금세 헤벌쭉한 얼굴들이 빵을 받아들었다.

내가 웃으며 말했다.

“민초단이라서 스트릿 보이즈 건 특별히 민트 초코로 준비해 봤어.”

“……?”

그 순간 우뚝 멈춘 눈들이 내게 향했다.

‘우와!’ 하며 좋아하다가 눈총을 받는 감나무 씨를 다른 멤버들이 고양이가 앞발을 쓰듯 눌렀다.

오싹한 시선에 내가 헛기침을 하며 말했다.

“농담이야. 농담.”

“후우…….”

안심했다는 듯한 심호흡이 여기저기서 나왔다.

“단장님, 선 넘지 마십쇼.”

“순간적으로 진짜 민초에 빙의했다. 나 봉기 일으킬 뻔.”

“왜? 나는 민초 좋은데.”

“나무는 가만히 있어. 불타기 싫으면.”

오늘도 어김없이 장작처럼 타오르는 나무 씨를 보며 웃음을 터뜨렸다.

“일단 사진부터!”

수플레 빵을 먹기도 전에 음식 사진도 찍고, 우리와 함께 빵을 든 채 셀카를 찍는 스트릿 보이즈였다.

그러곤 짧은 시식을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벌써 가게?”

“우리 무대가 1부 중반이라서, 다시 한번 합 좀 맞춰 보려고.”

“아…….”

주로 신인들이 포진해 있는 1부 중반에 무대가 있다는 이야기에 우리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화이팅 해 주었다.

상대 측도 웃으며 대기실을 나섰다.

문이 닫힐 때까지 그 뒷모습을 보며 묘한 기분을 느꼈던 것 같다.

“너희도 지금 나랑 비슷한 기분이지?”

“……묘하네요.”

고작 일주일 차이밖에 안 나는 데뷔 동기인데, 서로 서 있는 곳이 달라졌다고 해야 하나.

그에 대해서 서로가 말은 안 하고 있지만 미묘한 거리감이 느껴져서 아쉬운 거 같다.

물론 분위기야 좋지만…….

대화를 할 때도 무의식적으로 상대의 기분을 상하게 하는 부분은 없을지 계속 생각하게 되고.

이런 말을 하면 자랑처럼 쓰라리게 들리는 건 아닌지 고민이 된다고 할까.

반대로 스트릿 보이즈도 우리가 그런 데 신경 쓰는 것을 알아서 마찬가지로 배려를 해 주고.

“조금 아쉽네.”

동생들이 내 말에 고개를 끄덕거렸다.

스트릿 보이즈도 지금보다 더 잘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우리도 슬슬 입장할 준비를 했다.

“그런데 마지막 하나가 안 오네.”

“그러게요.”

제일 먼저 찜을 했던 이들이 오지 않아서 의아하게 여기고 있을 때.

대기실 문이 열리고, 무대 화장 때문인지 설탕가루를 묻힌 찹쌀떡 같은 얼굴이 고개를 들이밀었다.

길게 땋은 머리도 마침 맞게 빵색이다 싶었다.

“오빠들!”

하이, 하며 손을 흔드는 데이지에게 우리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지호에게 턱짓을 했다.

막내가 곧바로 커다란 비닐 꾸러미를 건넸다.

데이지가 환하게 웃더니 그걸 등에 들쳐 맸다.

“고마워! 언니들이랑 잘 먹을게! 이따 봐!”

산타클로스처럼 등에 꾸러미를 들쳐 매고 호호 달리는 모습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흘러나왔다.

그렇게 빵 분배를 마쳤을 때.

이번 KMA 어워드 일정에 처음으로 동행한 스타일리스트가 다른 스탭에게 하는 질문에 웃음이 나왔다.

“……원래 이렇게 먹을거리를 받으러 오는 거예요?”

*   *   *

홍콩 월드 아레나.

-Ladies and Gentlemen, 2015 K-Net Music Award…….

영어로 ‘이러니까 국제적으로 보이지?’ 하는 느낌의 시상식 소개 멘트가 공연장을 쩌렁쩌렁 울렸다.

“와아아아아—!”

어둠 속에서 수많은 응원봉들이 움직였다.

가수석에 앉은 우리는 고개를 쭉 들어 둘러보면서 봉달이, 아니 달봉이가 얼마나 있는지 찾아보다가.

“너무 많아여!”

“그러네!”

바로 포기했다.

무대를 제외한 어느 곳을 향해 시선을 돌리든 달봉이가 하나씩 있었다.

스탠딩석에서도 미친 듯이 흔들리고 있고, 좌석들 사이사이에서도 샛별처럼 미친 발광력을 자랑하고 있었다.

-오늘의 라인업을 소개합니다!

-에노티!

올해 망고 차트 어워드에서 신인상을 탔던 에노티를 시작으로 전광판에 가수들의 로고와 이미지가 떠올랐다.

환호가 오르락내리락 하는 가운데.

-뉴블랙!

폭발적으로 터져 나오는 탄성에 우리가 입을 가리고 대화를 주고받았다.

“야. 너무 좋다. 너무 좋아.”

“저 너무 행복해여.”

“뭐, 이런 걸 가지고 그렇게 들떠 있어요.”

콧노래를 부르는 사람처럼 어딘가 맑은 웃음기가 가득한 목소리로 말하는 리혁이었다.

제일 신이 나 보였다.

이어서 틴스피릿과 TNT의 소개까지 끝나고 본격적으로 시상식이 시작됐다.

-가, 감사합니다……!

신인상을 수상한 에노티를 시작으로, 시상자로 참석한 배우들이 가수들을 호명했다.

-아시아 트렌드상! 축하드립니다!

-페이보릿 아티스트상!

-더 넥스트 아시안 뮤지션상!

이름이 호명되고 누군가 일어날 때마다 우리가 ‘와아아’ 하며 박수를 쳤다.

그러면서 우리끼리 고개를 갸우뚱하긴 했다.

‘무슨 상이지.’

‘좋은 상인가……?’

이게 어떤 정도의 상인지 감이 안 오는 상들이 많았다.

다들 이름이 특이하다고 할까.

그랜드 아티스트, 그레이트 아티스트 상까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받는 사람들도 ‘어… 감사합니다’ 하는 느낌으로 수상소감을 말하곤 했다.

TNT나 틴스피릿에게 트로피를 하나 더 쥐어주기 위해 주는 상도 있고, 오늘 참석한 가수에게 주기 위해 만든 듯한 상도 있었는데, 종류가 식물도감처럼 다양했다.

그렇게 무대와 시상식을 관람하고 있을 때.

-인터내셔널 핫 스타상!

-축하드립니다! 뉴블랙!

정체불명의 상에 우리가 다 같이 일어났다.

동생들이 어리둥절한 얼굴로 내게 시선을 보냈다.

‘몇?’

1부에 주는 상이라는 점과 주변 반응을 빠르게 스케치한 내가 ‘삼’ 하고 입모양으로 말했다.

동생들이 작게 환호했다.

“와아!”

“와!”

그러곤 주변에서 박수를 치고 있는 가수들에게 꾸벅 하고는 트로피를 받으러 걸어갔다.

남녀 배우에게 ‘International Hot Star 상’ 이라고 적힌 트로피를 받아들고는 마이크 앞에 설 때.

비주가 콩 하고 이마에 마이크를 부딪혔다.

-통!

맑고 경쾌한 소리에 객석에서 웃음이 흘러나왔다.

바로 앞에 수상소감을 했던 차우현 선배의 키에 높이가 맞춰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내가 할게.”

스탠딩 마이크 높이를 조정하려는 중현이를 만류하고는 내가 조정했다.

중현이가 했다가는 마이크가 두 동강이 날 게 뻔했다.

인터넷에 ‘시상식에서 이도류 선보인 아이돌’ 같은 이름으로 알려질 순 없지.

-네, 안녕하세요. 뉴블랙의 우주입니다.

대표로 내가 짤막하게 소감을 했다.

-이렇게…….

큰 건가. 작은 건가.

앞서 소감을 했던 다른 그룹의 리더들과 같은 번민에 휩싸였다.

-멋진 상을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카메라를 향해 미소를 지었다.

-인터내셔널 핫 스타상. 많이 부족한 저희에게 이런 상을 주셔서 다시 한 번 감사드리고. 그 이름에 걸맞게 앞으로 더욱 높게.

이마를 매만지고 있는 비주를 흘깃거리자 객석에서 유쾌한 웃음이 흘러 들어왔다.

-더 높게 올라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쏟아지는 박수에 꾸벅하고는 다시 자리로 돌아왔다.

현장 스탭에게 트로피를 건네주니, 주변에서 비슷한 상을 수상한 가수들이 애썼다는 미소를 보내왔다.

이마에 흐르는 땀을 훔치는 내게 리혁이가 물었다.

“물 줘요?”

“어.”

“입대지 말고 마셔요.”

목을 축이고는 시상식의 나머지를 관람했다.

스트릿 보이즈의 무대를 보면서 ‘와아아!’ 하며 포인트 안무를 하며 관람하기도 하고.

신인 그룹들의 합동무대에 환호하는 우리의 리액션 덕분인지 현장 카메라가 계속해서 잡았다.

그때마다 작았던 환호성이 갑자기 커지곤 했다.

“와아아아아!”

“…….”

이게 아닌데.

자신들의 하이라이트에 대한 반응이라고 생각했는지, 합동 무대를 하는 신인들의 표정이 확 밝아졌다.

“엇…….”

오히려 무대에 대한 반응보다 우리 얼굴이 비춰질 때마다 더 환호가 큰 경우도 있어서 몇몇 무대는 자제하기로 했다.

그렇게 시상식이 쭉쭉 이어졌다.

-베스트 여자그룹 댄스! 스칼렛!

-베스트 밴드상! 조유리 밴드!

올 한 해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했던 가수들이 하나씩 나와 상을 받아갔는데 TNT와 틴스피릿도 중간중간 지분이 만만치 않았다.

그리고 우리도 2부에서 여러 상을 탔다.

-베스트 뮤직비디오상! 축하드립니다! 뉴블랙의 ‘Nine!’

-베스트 송라이터 상! 뉴블랙의 우주 씨, 축하 드려요!

올해 연간 1위로 꼽히는 ‘바람꽃’을 작곡했다는 것 때문인지 작곡가에게 주는 상도 받고.

사이버펑크 느낌의 화려한 영상미를 뽐내던 나인도 뮤직비디오 상을 수상하는 영광을 가졌다.

그렇게 2부가 슬슬 마무리될 때.

“뉴블랙분들, 스탠바이할게요.”

“예.”

현장 스탭을 따라 우리가 가수석에서 일어났다.

화이팅한다는 듯 동료 가수들의 눈짓에 같이 인사하고는 동생들과 심호흡을 하며 계단을 내려갔다.

수많은 스탭들이 북새통을 이루며 시끌시끌하게 움직이는 곳에서 마이크 팩을 착용했다.

기지개도 쭉쭉 켜고.

“얘들아. 긴장 풀고 편하게.”

우리 어깨를 두드리며 긴장을 풀어주는 매니저 형들에게 미소를 짓는 동안.

메이크업 수정을 받으며 허리춤에 찬 마이크팩의 볼륨을 조절했다.

동생들 것도 제대로 되어 있는지 확인하고는 다 같이 손을 뻗어 한 곳으로 모았다.

“자, 오랜만에 큰 무대라고 긴장하지 말고.”

“평소 하던 대로!”

“둘셋 하면 빵!”

“둘셋!”

‘빵빵!’ 하며 응원구호를 외친 우리가 백스테이지를 향해 걸어갔다.

그러는 동안 지호와 비주, 그리고 나는 매니저들에게 건네받은 소품을 손에 들었다.

*   *   *

K-Net과 온라인으로 생중계 되는 화면에 1부의 수상 후 비하인드 캠이 흘러나오는 동안.

화면 하단에 자막 칸이 쭈욱 늘리듯 생성됐다.

[잠시 후, 뉴블랙의 무대가 시작됩니다!]

어서 채널을 고정하거나 기대해 달라는 듯 자막이 반짝였다.

TV 중계를 보고 있던 아이돌 팬들의 글들이 커뮤니티 게시판의 불판에 쭉쭉 올라왔다.

-오늘 ㄹㅇ발캠에 풀샷에 온갖 상 남발에 가지가지..

-케넷 카감들 집 비번 누를 때마다 갑자기 항공샷으로 시점 멀어졌으면

-오 뉴블랙 무대 곧 하나보네ㅋㅋㅋ

-나인 댄브 존버

-타돌덕인데 얘네 무대 조아함.. 내가 다 아는 노래야

-개신기ㅋㅋㅋ 두 곡하는데 그게 바람꽃이랑 나인이야

-둘 중 하나만 있었어도 빵 떴을 텐데 둘다 자기네 곡

-아빠가 물마시러 지나가다 왜 뉴블랙이 저기 나오냐고 물어서 당황함ㅋㅋㅋ 아빠.. 얘네 아이돌이에요..

-부모님 세대 보면 뉴블랙이 아이돌이란 인식이 잘 없는듯

-ㅇㅇ 울 엄빠는 노래하는 애들이라고 부르심

-근데 여기 얼마전까지 뉴블랙 까들 잔치 아니었냐; 분위기 왜 이럼

게시판에 글을 쓰는 모두가 두 곡의 무대에 대한 기대감 섞인 반응을 보일 때.

현장은 그보다 더 뜨거운 반응이었다.

“와아아아아!”

수플레들이 환호하는 가운데, 객석에 있는 현지 K팝 팬들이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암전된 무대를 바라보았다.

‘이제 뉴블랙 무대…….’

최근에 한국에서 급속도로 부상한 그룹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

한국의 유명하다는 방송을 찾아 볼 때마다, 관련된 동영상으로 뉴블랙의 출연분이 뜨기도 하고.

‘바람꽃’과 ‘Nine’이라는 유명한 두 곡과 더불어 TV에서도 자주 나오는 Thousand Dreams까지.

‘궁금하다.’

눈앞에서 실제 무대를 보는 것은 처음이라 다들 호기심과 기대감을 품고 있을 때였다.

부드러운 노란 빛으로 물드는 무대 조명.

가장 먼저 무대 위에 올라온 것은 품이 넓어서 하늘거리는 의상을 입은 댄서들이었다.

‘Flower Dance’의 전주와 함께 몸을 부드럽게 꺾던 댄서들의 군무.

전주가 끝나면서 동시에 댄서들이 무대 좌측과 우측으로 썰물처럼 쭈욱 빠져나갔다.

“오…….”

무대 위에 서 있는 세 멤버가 눈에 들어왔다.

차례대로 우주와 지호, 비주.

배경음악처럼 편곡이 된 Flower Dance와 함께 그들의 손이 움직이면서 환호가 터져 나왔다.

세 멤버가 착용한 안대 때문이었다.

“와아아아아-!”

검은 가죽 재킷에 붉은 안대를 걸친 서브보컬이 제자리에서 부드러운 웨이브를 선보였다.

손끝에서 시작한 물결이 허리춤에서 부드럽게 한 번 튕겨 나오고.

발끝까지 전해지듯이.

그렇게 금발의 멤버가 독무를 추고 있는 동안, 뉴블랙의 댄스 라인이 부드럽게 돌면서 휘감았다.

현장의 수플레들이 무대를 보며 눈을 크게 떴다.

‘우와아…….’

군청색 셔츠를 걸친 붉은 머리칼의 메인댄서.

빠르게 움직이면서 가운데 선 멤버를 향해 손끝을 우아하게 쭉 뻗는 안무였다.

붉은 안대 아래로 드러난 진한 입술이 야릇한 미소를 그리는 모습이 전광판에 잡혔다.

그리고 그 옆에서 리드댄서가 동일한 움직임을 선보이고 있었다.

차이점이라면.

‘힘이…….’

붓놀림 한 번으로 글귀를 한꺼번에 적듯이 군더더기 하나 없이 깔끔한 선이 느껴졌다.

그곳에서 힘이 뻗어 나오는 듯하다고 할까.

우아한 동작의 메인댄서와 더불어 그 힘이 맥동하는 듯한 동작에 시선을 모으는 리더였다.

제자리에서 표정연기와 독무로 시선을 끌어 모으는 서브보컬까지, 셋이 하나 되어 움직이는 인트로가 끝난 후.

“와아아아!”

‘Flower Dance’의 마지막 음이 메아리를 남길 때, 암전되었던 무대가 밝아 오르며 다섯 명이 모였다.

바람꽃의 무대가 이어지는 동안 인터넷에선 글이 쭉쭉 올라왔다.

-오ㅋㅋㅋㅋ 메댄만 잘추는줄 알았는데 다 잘하네

-평균적으로 다 잘하는 듯

-울 애들 빵도 잘하고 무대도 잘한다ㅠㅠㅠㅠ

-비주야ㅠㅠㅠㅠㅠ 나 예전에 입덕안하고 뭐했냐

-인트로 사운드 좋다.. 현장에서 들으면 존나 뻐렁쳐서 하늘로 승천할 듯

-규호는 눈치가 있으면 편곡 버전 음원들 내달라

-근데 퍼포 보니까 우주가 의외인데? 쟤 뉴블랙에서 보컬라인 아니야??

-리드보컬겸 리드댄서임

-분야별 1위들은 다 있는데 우주가 고루고루 잘해서 보통 퍼포 중심 잡아주는 역할ㅇㅇ

그 동안 현장에서는 다섯 멤버가 바람꽃을 화음을 맞추어 불렀다.

끝음을 근사하게 처리한 메인 보컬이 마이크를 내리면서, 따스한 노란빛 조명에 젖어든 그의 얼굴이 클로즈업 되었다.

전광판과 함께 모든 조명이 암전될 때.

-Take your breath

화면에 활자로 된 VCR과 내레이션이 깔리기 시작했다.

야광 페인트처럼 형광빛으로 된 글씨들이 스크린에 깜빡이며 점멸하는 가운데.

곧바로 입가에 마스크를 쓴 댄서들이 개성 없는 로봇처럼 일렬로 쭉 늘어서 있는 곳에서.

“와아아아아—!”

올블랙 수트를 입은 두 남자가 등장했다.

묘하게 ‘Nine’의 멜로디와 닮았지만 어딘가 긴장감을 불러일으키게 편곡된 전주 속에서 두 남자가 등을 맞댄 채 마이크를 들었다.

이내 무대 중앙으로 움직이며 저음의 랩을 주고받는 메인래퍼와 리더.

-오..? 잘한다

-대길이 본업 참 무섭게 잘해

-신기해ㅋㅋ 귀에 쏙쏙 들어온다

-잘하는데 나 지금 좀 혼선이 오려고 하는 거 같은데..

-222 나도

척 듣기에도 귀에 착착 감겨오는 랩이었지만, 지금까지 뉴블랙의 퍼포먼스 역할에 대해 자세히 알지 못했던 이들로선 당황스러웠다.

그간 무대야 종종 보았지만 지금처럼 대상급의 가수로서 눈여겨보지는 않았으니까.

‘뭐 하는 애지?’

인트로의 안무를 할 때도 메인댄서와 함께 시선을 끌어모으더니.

바람꽃에서도 후렴구를 부르지를 않나.

랩을 한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로 비중 있게 한다는 것은 몰랐었다.

-숯불들아 나 뭐 하나 좀 묻자. 우주 쟤는 보컬라인이냐 댄스라인이냐 랩라인이냐?

-셋 다임

-???

-보면 알아ㅋㅋㅋㅋ

그런 짤막한 설명에 혼란이 가중될 때.

초록색 계열의 조명이 네온 광선처럼 빛나는 무대 정중앙에 선 두 남자가 걸음을 멈췄다.

중현이 랩을 마무리한 후.

마이크를 가볍게 튕겨 허공에서 회전시켰던 우주가 다시 마이크를 잡고는 카메라를 향해 눈을 찡긋했다.

-It’s Nine Nine Nine

쏟아지는 환호 속에서 ‘Nine’의 전주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그들을 중심으로 세 군데의 리프트에서 뉴블랙의 멤버들이 무대 위로 올라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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