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341화
Nine의 무대.
듣기만 해도 발뒤꿈치가 꼼지락거리고, 어깨와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인트로가 흘러나왔다.
전자음이 섞인 비트가 공연장의 앰프를 통해 울려 퍼졌다.
“와아아아아—!”
예리한 팬들은 평소에 듣던 Nine과는 조금 느낌이 다르다는 것을 눈치채고 있었다.
큰 공연장에서 쓰일 목적으로 편곡된 Nine.
멤버들과 회의를 거듭하며 뉴블랙의 리더가 전반적으로 사운드를 재조정한 버전이었다.
그 동안 전광판에서 관객의 흥을 돋우는 멤버들이 비춰졌다.
-Hong Kong!
-I need you to make some noise!
마이크를 든 채 주변이 환해질 만큼 보기 좋은 미소를 짓는 막내의 모습에 탄성이 흘러나왔다.
그리고.
뉴블랙이 나와 있는 돌출무대 뒤편으로 중앙무대에 일렬로 선 댄서들이 자세를 취하기 시작했다.
‘오……?’
환호와 열기로 공연장이 후끈해지는 가운데.
본격적인 전주와 함께 멤버들이 짧은 댄스 브레이크를 선보였다.
한곳에 모인 이들이 좌측부터 우측까지 차례대로 팔다리를 부드럽게 꺾으며 움직일 때.
가운데 있던 리더가 피식 웃으며 셔츠 깃을 털고는, 카메라를 향해 다가오라는 듯 손짓했다.
‘우와.’
수플레들이 그 표정에 시선을 뺏긴 것도 잠시.
Nine의 후렴구가 흘러나오면서 녹색 계열의 조명이 사방에서 쏟아지기 시작했다.
동시에 중앙에 모여 있던 멤버들이 눈이 쫓아가기 힘들 만큼 빠르게 흩어졌다.
처음부터 하이라이트로 이목을 확 끄는 무대였다.
“와아아아아아—!”
스탠딩석에서 무대를 바라보던 관객들이 응원봉을 든 채 방방 뛰기 시작했다.
몸을 뒤트는 격한 안무에 삽시간에 땀을 흘리는 멤버들의 얼굴이 전광판에 나오는 동안.
후렴구로 시작한 덕분에 ‘바람꽃’으로 잔잔해졌던 분위기가 다시금 후끈 달아올랐다.
실시간으로 지켜보는 인터넷 또한 마찬가지였다.
-지금 보는데 개쩐다ㅋㅋㅋㅋㅋ 존나 잘 추네
-지금 와와 와 하고 있음
-우주 얼굴 진짜 잘쓰는구나.. 아까 마이크 그거랑 지금 피식 웃을 때 그 표정 다시감기로 또 보고 싶음
-얘네 덕들이 임팩트가 커서 그렇지 의외로 우주 파트 많은편 아니라고 할때마다 신기함
-우주야ㅠㅠㅠㅠㅠㅠㅠ 우리 꽃 할매 회춘했따
-옆에 앉아서 보던 울 아빠 현실 부정중. 자기가 아는 뉴블랙은 이런 날라리들이 아니라고;
-ㅋㅋㅋㅋㅋㅋㅋㅋ아버님 졸귀탱
TV 화면에서 화려하게 빛나고 있는 뉴블랙 멤버들에 대한 댓글도 쭉쭉 올라왔다.
안무를 출 때마다 어찌나 유쾌하고 흥겹게 웃는지.
화면 속에서 뉴블랙 멤버들의 얼굴이 나올 때마다 왠지 모르게 기분이 좋아졌다.
-리혁 쟤 원래 춤 이정도로 잘 췄어??? 내가 작년에 기억하던 마스커레이드 때랑 완전 다른데??
-난 그것보다 저 안무 추면서 고음 올라가는게 더 신기해
-단추 : 터질만했지?
-중현이 피지컬 볼때마다 너무 좋아.. 박력 쩔어
-비주야ㅠㅠㅠㅠㅠㅠㅠㅠ 우리 빵순이 무대장인이다ㅠㅠㅠ
-우리 애ㄹㅇ (사)과즙미 폭발하는 상임
-지호야 이모가 좋아해도 될까?
-무대에서 움직이는 속도 ㅈㄴ 빨라서 카감이 계속 정면샷 찍는거 웃긴다ㅋㅋㅋㅋㅋ
-카메라 전환하려고 할 때마다 딴데 가있어
곳곳에서 나오는 호평에 지켜보던 수플레들이 뺨에 손을 올리며 흥분을 식힐 때.
‘진짜 잘한다.’
KMA 어워드를 지켜보고 있던 대다수의 아이돌 팬들이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자신이 좋아하는 가수의 무대만을 보는 평소와 다르게 다른 가수들의 무대도 보게 되는 어워드나 연말 무대.
평소에 특정 그룹에 대해서 가지고 있던 이미지가 변하는 것도 보통 이 시기였다.
‘진짜 잘나가긴 하구나.’
현장에서 흘러나오는 팬들의 반응과 2부 엔딩이라는 중요한 시점에서 15분 가까이 되는 분량.
무엇보다 가수의 실력까지.
망고에서 대상을 수상한 후로 관심 있게 지켜보던 이들의 머릿속에서 뉴블랙의 이미지가 변해 갔다.
평소 대중적으로 인식되는 이미지와 별개로 아이돌 팬들이 가지고 있던 뉴블랙에 대한 인식이.
-지금 무대 보면서 얘네 왜 떴는지 다시 납득ㅋㅋㅋ
-이 정도면 거의 공식ㅋㅋ 타덕들도 아는 노래 + 얼굴 + 퍼포 = 규호의 행복
-규호 얘기하지 마ㅠㅠㅠ 상상하니까 지금 뉴블랙 뒤에서 거대한 규호 얼굴 아른거린다고
-규호 제6의 멤버임 포지션 돈줄
-근데 진짜 확고하게 뜬 느낌이긴 하다ㅋㅋ 라이징 단계는 이제 넘어선 듯
-텐틴뉴
-틴텐뉴라고 ㅅㅂ
온라인에서 잠시 혼탁한 싸움이 이어지는 동안.
현장에서 환호를 하며 지켜보는 관객이든 중계화면을 지켜보는 관객이든.
집중해서 보는 뉴블랙의 무대에서 가장 돋보이는 인물이 있었다.
‘쟤는 진짜…….’
리더인 우주를 평소 비주얼 멤버로만 인식하고 있던 이들에게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화면 속에서 땀에 푹 젖은 머리카락을 털어내며 몸이 부서져라 춤을 추는 리드댄서의 모습이 선명하게 다가왔다.
단련된 하체가 중심을 굳게 잡아 주면서 팔다리가 힘 있게 사방으로 뻗어갔다.
그때마다 쓸려나간 땀방울들이 조명에 반사되어 초록색 빛을 뿌리는 듯이 보이곤 했다.
동시에 ‘Nine’에서 랩과 보컬을 넘나드는 퍼포먼스까지.
센터에 잡힐 때마다 특유의 표정연기가 더해져 시선을 빨아들이는 듯했다.
‘미쳤다…….’
현장에 있는 수플레들도 감탄사를 흘렸다.
래퍼인 중현을 중심으로 미친 듯한 춤사위가 3절의 브릿지 파트까지 이어진 후.
끝나지 않고 더욱 고조되는 노래에 모두가 방방 뛸 때.
“와아아아아!”
거의 비명에 가까운 함성이 터져 나왔다.
바람꽃이 끝나고 대기하던 댄서 팀까지 돌출무대로 다 함께 등장한 가운데.
무대 중앙에서 뉴블랙 멤버들의 댄스 브레이크가 이어졌다.
네온사인과 비슷한 조명이 한곳으로 집중되는 가운데, 멤버들의 얼굴이 선명하게 훅 들어왔다.
그리고.
웨이브를 타면서 턱끝을 부드럽게 하늘로 올리는 리더의 모습이 밑에서부터 위로 카메라에 담겼다.
환호가 쏟아지는 가운데 당황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뭐야……?’
‘오늘따라 왜 저래. 아니, 그냥 왜 저래.’
‘진짜 선우주는 지금쯤 어디 있을까.’
박수를 치다가 우주가 센터에 선 댄스 브레이크에 입을 쩍 벌리는 TNT의 모습이 화면에 흘러 나왔다.
메인댄서인 태현이 좋다가 갸우뚱했다가 좋다가 하는 반응을 반복할 때.
모두의 시선이 중앙에 집중됐다.
‘와…….’
밑에서부터 위로 잡는 각도 때문인지 마치 빛을 독점하는 듯하다고 할까.
머리부터 발끝까지 온몸의 근육을 이완시키고 털어내는 안무에 환호가 터져 나왔다.
그렇게 30초에 달하는 댄스 브레이크가 끝난 후.
“와아아아아아아!”
숨을 거세게 헐떡이는 뉴블랙 멤버들의 얼굴 샷을 끝으로 장장 15분에 달하는 2부의 무대가 막을 내렸다.
그리고.
“허억…! 허어억……!”
암전된 무대에서 저도 모르게 진이 빠져 털썩 주저앉은 뉴블랙 멤버들.
서로를 바라보는 그들의 얼굴에는 행복한 미소가 떠올라 있었다.
* * *
무대를 끝나고 내려온 백스테이지.
“아이고오…….”
“아이고야. 형, 저 파스 좀 여기 붙여 주세요.”
“우욱…….”
“리혁아. 비닐봉지라도 줄까?”
그곳에서 우리는 거의 탈진한 사람처럼 쓰러져 있었다.
진짜 힘들다.
온몸의 근육이 욱신욱신하는 것 같고, 깊숙한 속에서부터 구역질이 치밀어 오르는 듯했다.
리혁이가 헛구역질을 하며 말했다.
“아니, 세상에… 춤이…! 춤이 인트로부터 무슨 5번이나… 우욱!”
“가만히 있어. 너 그거 말할수록 토한다.”
“우웁!”
모든 게 어지러웠다.
2부가 끝나고 3부 광고가 흘러나오는 동안 무대에서는 VCR이 흘러나오는 소리가 들렸다.
주변에서는 활짝 웃고 있는 얼굴들이 우리를 둘러싸고 있었다.
“진짜 잘했다. 얘들아. 정말 고생 많았어.”
“너무 잘했어! 너무!”
“이거 직캠 조회수 1억 간다!”
옆에서 물병을 주거나 수건을 건네주던 매니저 형들과 스탭들이 웃으며 우리를 다독였다.
“고마워요. 민기 형.”
뒤이어 백스테이지를 빠져나가던 댄서분들도 리스펙한다는 듯 우리에게 엄지를 들어보이곤 갔다.
겨우겨우 자리에서 일어나 움직였다.
미니 선풍기로 땀을 식히던 지호가 잔뜩 핼쑥해진 얼굴로 말했다.
“진짜, 제 인생에서 제일 힘들었던 15분이었어여. 춤이 끝나고 끝나도 또 나오고.”
“나도 진짜 막판에 한계였어.”
“고생했어요. 형. 파트 엄청 많았죠?”
“아니야. 할 만했어.”
뒷목을 주무르면서 미안한 미소를 짓는 비주에게 손사래를 쳤다.
이번 퍼포먼스나 워낙에 힘을 쓰는 격한 동작들이 많았던 터라 내가 여러 퍼포먼스의 센터를 맡은 터였다.
정작 안무를 기획했던 비주가 연습하다가 한 번 탈진하듯이 쓰러져서.
“다들 진짜 고생했어.”
“형도요. 근데 진짜 보람차긴 하네요.”
중현이의 말에 웃으며 공감했다.
수플레 위크나 다음 앨범 작업을 하고 남은 시간에서 잠을 쪼개고 또 쪼개고.
중간에 수액까지 맞아가며 연습한 퍼포먼스라서 그런지 보람차긴 했다.
이제 신규 팬들이 엄청 들어올 거라며 눈을 빛내는 매니저들에게 미소를 지었다.
“자, 돌아갑시다.”
대기실에서 메이크업을 정비한 우리는 3부 시작을 앞두고 다시 가수석으로 돌아갔다.
올라가자마자 여덟 쌍의 눈이 날 바라보았다.
태현이가 내게 손가락을 가리키며 말했다.
“진짜 선우주를 내놔라. 이 가짜야.”
“나 지금 너무 힘들어서 적절히 대꾸할 드립이 안 떠오르니까. 그냥 칭찬이나 해 줘.”
“형님의 그 미천했던 몸뚱이가 이렇게 탈바꿈한 모습은 언제 보아도 경이로운 것 같습니다.”
칭찬인지 욕인지 모를 말을 하는 녀석의 모습에 나와 TNT 멤버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그러면서도 나를 바라보며 고개를 갸웃하긴 했다.
갑자기 춤을 잘 추게 된 사실이야 어떻게든 납득을 하고 있다가 오늘 무대를 보고 의아해진 모양이었다.
“……자꾸 외계인처럼 보지 말라고.”
TNT의 리더인 구선웅이 너스레를 떨었다.
“아이. 뭐 그만큼 기쁘니까 그러지. 야, 저거 목 뒤에 좀 확인해 봐봐. 작은 점 하나 있어?”
“내 목 건들지 마. 손모가지 날라가붕게.”
“노잼이다. 선우주네.”
“…….”
영화 대사를 인용했다가 노잼이 된 내 모습에 동생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그러곤 자리에 앉은 내게 속삭였다.
“근데 TJ 연습생 때 얼마나 춤 연습을 안 하고 살았으면, 저기서 저런 말을 해요?”
“연습은 많이 했어. 재능이 없어서 그렇지.”
“아닐 텐데.”
네가 춤을 어떻게 못 추냐는 듯 불신 가득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동생들이었다.
그때의 나를 마치 12시만 되면 움직이는 미술실의 석고상 괴담처럼 취급한다고 할까.
양쪽에서 의아함 가득한 시선을 보내는 동안.
근처에서 주머니를 뒤적거리다 엄지를 꺼내 드는 스트릿 보이즈의 모습에 웃음을 터뜨렸다.
「네, 2015년 K넷 뮤직 어워드. 드디어 대망의 3부를 맞이했네요. 3부에서는….」
중국의 유명 배우가 영어로 3부의 오프닝 멘트를 마친 후.
본격적으로 연차 높은 주요 가수들의 무대와 함께 시상식이 이어졌다.
-베스트 남자그룹 아티스트 상!
-축하드립니다! TNT!
우리와 틴스피릿, TNT 등이 후보에 올랐던 베스트 남자그룹의 상은 TNT에 돌아갔다.
이어서 틴스피릿의 무대와 더불어 콘서트 뺨 치는 스케일의 TNT 무대가 지나간 후.
마침내 기다리고 있던 대상 수상이 이어졌다.
어느 정도 예상을 하고 있기도 하지만 놀라울 만큼 순탄하고 긴장감 없이 그 수상자가 결정됐다.
-올해의 노래상!
-바람꽃, 정말 축하드립니다.
그럼에도 좋았다.
수플레들의 환호 속에서, 자리에서 일어난 주변의 다른 가수들의 박수 속에서.
상을 받으러 가는 동안 아이스크림처럼 내 몸에 쌓여있던 무언가가 사르르 녹아내린 기분이었다.
2부의 엔딩 무대를 끝냈을 때 느꼈던 기분이 해방감과 후련함이라면.
지금은 가슴 속에서 무언가가 벅차올랐다.
이미 한 번 받은 상이라서 조금은 감흥이 덜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전혀 아니었다.
상은 받을수록 더 좋았다.
-정말 감사합니다.
눈부신 조명과 그 아래 있는 객석이 여러 갈래로 뿌옇게 흩어지듯이 보였다.
정신을 일깨워주는 트로피의 차가운 감촉이 아니었다면, 여기서 펑펑 울었을 텐데.
“아흐흑!”
“어허어어엉!”
“…….”
내가 울 만큼의 눈물을 동생들이 대성통곡하며 대신 흘려주고 있었다.
눈물을 털어내고는 헛기침을 했지만, 그럼에도 목이 메인 목소리가 나왔다.
-불과 재작년에만 해도 TV를 보면서 동생들과 ‘우리 언제 데뷔하냐’ 이런 말을 주고받았던 것 같은데, 이 자리에서 이렇게 큰 상을 받게 되어서 정말 너무, 기뻐요.
연습생 시절에도 연말만 되면 이런 무대들을 보며 데뷔하고 싶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한때 정말 끝이라고 생각했었는데.
그 끝이 새로운 시작으로 이어져 이렇게까지 흘러왔다는 생각에 가슴이 먹먹했다.
-무대에만 서도 정말 행복한데, 이렇게 큰 상을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일단 소감을 하기 전에….
코를 훌쩍이며 말했다.
-저번에 언급 빨리 안 했다고 너무 많이 혼나서… 지금 TV 보며 박수 치고 계실 우리 할머니, 김덕순 여사 정말 사랑해요.
가벼운 웃음이 귓가로 들어오는 가운데 곁에 선 동생들도 울다가 웃었다.
그리고 다시 통곡했다.
감사해야 할 사람들에게 멘트를 마친 후.
-수플레, 우리 상 탔어요!
가장 중요한 것을 마지막에 남겨두었다.
객석에서 흔들리는 달봉이의 물결과 함께 수플레들의 함성이 들려왔다.
-데뷔하고 나서 지금까지 늘 하는 생각이 있는데요.
군대에서의 기억이나 한창 수능을 보려고 있을 때, 그때의 겨울이 머릿속에 맴돌았다.
눈이 쌓인 길을 걸으며 TV나 인터넷 속의 시상식을 보며 느꼈던 겨울이.
지나왔던 길을 볼 때마다 매번 드는 생각이었다.
-저희를 찾아와 주셔서, 저희의 팬이 되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데뷔하기 전에는 늘 이 시기만 되면 유달리 춥게 느껴지고, 내년이 온다는 게 무서운 계절이었는데.
그러곤 카메라 너머 보고 있을 팬들과 객석에 있는 팬들에게 웃었다.
-수플레들 덕에 제 인생에서 가장 따뜻한 겨울을 맞이했어요. 정말 감사합니다.
객석에서 돌아오는 커다란 환호에 나도 모르게 미소가 흘러나왔다.
정말로. 내 인생에서 가장 따스한 겨울이었다.
* * *
뉴블랙의 수상에 이어 다른 대상 수상자들까지 발표된 후.
저번 망고 차트 때와 비슷하게 아이돌 커뮤니티에서는 혼란과 파괴의 현장이 이어지고 있었다.
뉴블랙의 수상까지만 해도 ‘오’ 하던 분위기가 활활 불타올랐다.
망고 차트 어워드와 반대로 이번에는 앨범상을 TNT가 수상하고, 가수상을 틴스피릿이 수상했기 때문이었다.
-ㅅㅂ 이 미친 새기들 대상 수상 선풍기로 골랐나
-텐티는 베스트 아티스트상 먹고 꺼지라 이거임???
-이럴 거면 슬롯머신으로 정해 미친놈들아 그건 박진감이라도 있지
-케넷이 케넷했네ㅋㅋㅋ
-틴스피릿도 가수상 타고 민망해하는 거 봐라ㅋㅋㅋ 상을 뭐 이딴식으로 주는건데
-지표상으로 비등비등해도 텐티가 일단 앞이자너
-식스티 때도 맨날 욕보더니 이젠 별..
-상 남발할 때부터 알아봤다 올해의 베스트 어린이상 나왔어도 위화감 없었을듯
수상에 대한 정당성과 주최 측의 어처구니없는 진행 실수들을 두고 다시 한번 시끌시끌할 때.
시간이 흐르고 잠잠해지면서 어워드에 대한 이런저런 글들이 베스트 게시판에 오르기 시작했다.
-이번에 KMA 레전드 찍었다는 뉴블랙 우주 Nine 직캠
-어워드 끝나고 해외 실트 오른 뉴블 우주
-이번 KMA에서 가장 기억 남았던 무대.metube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았던 뉴블랙의 무대에 대한 반응이 오고 있었다.
-나 숯불인데 뉴블랙 뽕 차오른다 진짜ㅠㅠㅠㅠ
-얘넨 무대 보는 맛이 있음
-시상식 보고 나서 3개월간의 입덕 부정기를 끝냈다ㅠㅠㅠ 현망의 길로 가겠어
-이번에 보고 왜 팬들 많은지 알겠더라ㅋㅋㅋ
-난 개인적으로 우주의 재발견이었음 그냥 프로듀싱/흑역사 전담으로 생각했는데 무대 ㅈㄴ 잘함
-독서실에서 이걸 작은 폰으로 보고 있다는 게 제일 슬펐다..
특히 그중에서 댄스 브레이크나 마이크를 허공에서 회전시켰다 낚아챈 움짤이 SNS 등에서 오르내리고 있었다.
미튜브에 올라온 각종 직캠이나 공식 클립에서도 핫한 반응이 나오고 있었다.
-이게 바로 규호의 억이 깨졌다는 그 무대..
-인트로 간지에 혼절한 까닭에 본무대가 기억이 안 나는 무대
-모두가 알고 계시지만 저 회색머리는 군산초 출신 올해 23살 선우주라고 합니다. 많이 웃어 주세요
-부모님이 뉴블랙 아이돌이냐고 의아해하실 때 틀어주면 효과 좋음. 대신 자동재생 꺼두는 거 필수. 안 꺼두면 외발자전거 나온다
-아무리 생각해도 뉴블랙 데뷔때 레몬 주식을 샀어야 해
해외 K팝 팬들이 모인 커뮤니티에도 KMA의 나인 무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을 때.
한국 팬들에게 가장 주목을 받은 것은 K-Net 측에서 비하인드로 풀었던 한 클립이었다.
[뉴블랙 베이커리에 어서 오세요]
빵 봉투를 들쳐 매고 도망치는 장발장처럼 나온 스칼렛 데이지의 썸네일까지.
안 누를 수가 없는 제목이었다.
미스터리한 BGM과 함께 가수들이 유독 들락날락하는 대기실이 화면에 잡힌 후.
제작진이 TNT에게 다가갔다
[제작진] 안에서 뭐하고 계셨어요?
[TNT] 예? 아뇨. 아무것도.
손에 든 수플레 빵을 등 뒤로 감추는 TNT가 도망쳤다.
이어서 카메라를 보고 상냥하게 웃는 틴스피릿과 머쓱한 표정의 스트릿 보이즈까지.
[제작진] 지금 안에서 빵 받고 나오신 거예요?
[틴스피릿] 네! 너무 맛있어요오!
하나씩 나올 때마다 행복한 표정으로 수플레 빵을 들고 나오는 모습이 나왔다.
마지막으로는 룰루랄라 빵 봉투를 들쳐 맨 데이지까지.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주는 비하인드 캠이었다.
-빵으로 하나되는 K팝 비즈니스ㅋㅋㅋㅋㅋ
-홍콩까지 빵을 몇개나 들고 간거야ㅋㅋㅋㅋ
-이야 대기실이 아니고 맛집이었네
-쟤네들 1년 매출 합치면 500억도 넘을 텐데 500원 빵 받으러 간 게 너무 웃김
-아 뭐야ㅋㅋㅋ 빵 받으러 저기까지 갔냐고
-친목이 아니라 배급이었구만
-이런 친목 처음 본다 ㄹㅇ ㅋㅋㅋㅋㅋ
그와 함께 대체 빵이 얼마나 맛있으면, 저 아이돌들이 대기실까지 직접 다녀오냐는 말이 나올 때.
“푸하하!”
그런 인터넷 반응을 살피며 웃던 수플레들은 저마다 KG24 편의점을 나서고 있었다.
드디어 출시된 수플레 빵.
일찍부터 줄을 서서 빵을 쟁취한 수플레들이 곳곳에서 조심스럽게 봉지를 까고 있었다.
“진짜 맛있겠…….”
그런 말을 하며 빵을 맛보려고 할 때.
툭.
빵에 담겨 있었던 작은 종이가 떨어져 내렸다.
“……?”
마치 스티커가 붙어 있을 만한 크기의 작은 종이.
바닥에 떨어진 종이를 들어 뒤집은 수플레가 눈을 깜빡거렸다.
‘……이건 또 뭐야?’
손에 들린 뉴블랙의 캐릭터 씰.
『 Lv.7 흑염소를 탄 중현 』
미니미 중현이 전투 흑염소를 타고 돌격하는 스티커에 팬은 그만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