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342화
수플레 빵이 시범 출시된 날.
전국 각지에서 수플레 빵을 맛 보기 위해 기다렸던 사람들이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이건 또 뭐야?’
귀엽게 생긴 캐릭터 씰이 동봉되어 있었다.
그것도 그냥 귀엽기만 한 게 아니라 보기만 해도 웃음이 나오는 것도 많았다.
저마다 손에 들린 씰을 바라보았다.
『 Lv.10 사과 바구니를 든 비주 』
머리까지 빨간 망토를 두른 비주가 바구니를 든 채 발랄하게 뛰고 있는 씰이었다.
『 Lv.3 리혁 vs 피라루쿠 』
뾰로통한 얼굴로 낚시채를 든 리혁과 미끼를 문 아마존 물고기가 힘을 겨루는 스티커도 있고.
『 Lv.2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여 』
69점짜리 시험지를 든 채 훌쩍훌쩍 울고 있는 2D 캐릭터 지호도 있었다.
온갖 기상천외한 스티커들.
SNS와 인터넷 커뮤니티에도 빵에 동봉되어 있는 스티커에 대한 이야기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뉴블랙 빵 나왔다고 해서 샀는데 띠부띠부씰 있음ㅋㅋㅋ]
(앞치마에 위생모를 쓴 미니미 비주가 행복한 얼굴로 당근을 써는 씰)
요리하는 비주 나왔는데 귀엽다ㅋㅋㅋㅋㅋ
친구랑 서로 뭐나왔는지 보여주기 했는데 친구는 파 키우는 중현 나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뭐야 귀여워
-졸귀탱이당
-이거 빵마다 다 들어있는거지?? 빵은 안 궁금햇는데 저 스티커는 약간 탐난다 귀여워
-아 진짜 귀여워ㅋㅋㅋㅋㅋ
-SD 캐릭터 디자인 진짜 잘 뽑았네. 진짜 딱 누가 누군지 알겠음
-지금 물량 있어??? 사고 싶다ㅠㅠ
-ㄴㄴ 1인 1개로 제한했는데도 아침에 들어오자마자 줄 섰던 사람들이 다 사갔어
-나도 출근하면서 사려고 했는데 들어오자마자 다 나갔다더라
-늘 느끼지만 우리나라 사람들 진짜 나 빼고 다 부지런한듯
입소문이 자자하게 났던 빵인 만큼 빠르게 동나버린 물량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때.
운 좋게 수플레 빵을 구매한 사람들의 인증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진짜 맛있다ㅠㅠㅠㅠㅠㅠㅠㅠ
-편의점 출시 빵이라서 기대 안 했는데 ㄹㅇ 만족함ㅋㅋ 가격도 비쌀 것 같아서 걱정했는데 적당하고. 일단 존맛탱임
-공장에서 만든 건데도 이 정도면 인정
-일단 나오면 하나 먹어바ㅋㅋㅋ 지금까지 없던 맛임
-사과랑 계피? 그 중간 맛인데 뭐라고 말해야할지 모르겠음.. 약간 외국 영화에 나오는 그 마법의 베이커리 빵 느낌
맛에 대해 높은 만족도를 표시하는 가운데, 동봉되어 있는 씰을 찍은 사진들도 올라왔다.
개중에는 하나로 합쳐야 완성되는 씰도 있었다.
『 Lv.18 김치통의 역습 』
『 Lv.19 김치를 무시하지 않을게요 』
폭발하는 김치통 씰.
김치 범벅이 된 채 해탈한 미소를 짓는 비주와 리혁의 씰이 연작 시리즈처럼 있기도 했다.
-씰마다 스토리가 있나 본데?? 이거 뭔지 아는 사람 있어?
-뉴블랙 짤 중 하나일걸
-헛!! 우리 애들이다.. 기달 내가 이거 짤 찾아올게!!!!
-너희 애들은 우리 엄빠도 아니까 다급하게 영업 안해도 돼ㅋㅋ
-(리얼리티 김치통 폭발씬.gif)
-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뭐야
-이게 왜 진짜냐고ㅋㅋㅋㅋㅋ
-미치겠다 진짜 커피먹다 뿜었네ㅋㅋㅋㅋㅋ
캐릭터 씰의 순기능.
한국사 69점부터 시작해서 뉴블랙의 씰에 대한 믿기 힘든 비하인드 짤들이 올라오며, 수플레가 아닌 일반인들에게도 그 악명을 널리 알려주고 있었다.
허나 딱히 설명이 필요 없는 멤버의 씰도 있었다.
『 Lv.10 한국인입니다 』
대만 방송으로 보이는 마이크에다 우젠민으로서 인터뷰하는 씰.
『 Lv.17 패셔니스타 우주의 산책 』
핑크 꽃무늬 바람막이에 선글라스를 쓴 채, 손뼉을 앞뒤로 약수터 박수를 치며 움직이는 씰.
외발 자전거를 탄 채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저글링을 하는 씰까지.
미튜브 인기 계정인 뉴블랙 TV에서 보았던 기상천외한 장면들이 씰로 구현되어 있었다.
-ㅋㅋㅋㅋㅋㅋㅋ미친다 진짜
-이거 시리즈 보니까 모을맛 나게 생겼어ㅋㅋ 핸드폰 같은데 붙이면 귀여울듯
-얘네 별로 관심 안가졌는데 씰은 탐나ㅋㅋㅋ
-책받침에 하나씩 올리던 때 생각난다ㅎ
-교실 가운데 난로 있던 때가 새록새록하구만ㅎㅎ
-아냐ㅠㅠㅠ 그 정돈 아니야
여기저기서 90년생 모여라 류의 글도 올라오는 가운데.
수플레 빵, 일명 ‘뉴블랙 빵’이 화제가 될수록 더욱 더 의구심이 짙어지는 질문이 있었다.
‘레벨은 대체 무슨 의미야?’
행동력이 좋은 네티즌 하나가 이내 고객센터와 통화를 하고는 인터넷에 글을 썼다.
-레어도에 따라 분류했대. 상담원님 말로는 레벨이 높을수록 희귀한 거라고.. 이 질의응답 인터넷에 올려도 되냐고 하니까 제발 올려달래
-ㅋㅋㅋㅋㅋ묻는거 한둘이 아닌가 보다
-상담원하던 남자분 목소리 갈라져 있더라ㅠㅠ 물량 관련해서 항의 엄청 들어온다고
그렇게 일반 네티즌까지 ‘대체 무슨 맛이길래?’ 같은 반응을 보이며 관심을 보일 때.
가장 떠들썩하게 흥분한 집단이 있었다.
-와ㅠㅠㅠㅠㅠ 너무 귀여워 너무귀여워
-규호 잘했어
-규호 : 뀨?
-빡치니까 그런 드립은 하지 말고..
-내 나이 37살. 나는 뉴블랙 씰을 모으기 위해 빵을 사러 간다..
-학교 담임인데 애들한테 빵 돌리고 스티커만 달라고 해도 되려나ㅠ
-초딩들이 우리보다 더 열혈팬이라서 안 돼. 조카가 나보다 더 뉴블랙 잘 알더라
-책받침은 굿즈 안 내주나?? 굿즈??
-앨범 공구가 아니라 빵 공구해야 할 분위기인데;
-아ㅠㅠㅠㅠㅠ 다이어트 포기네ㅠㅠㅠㅠㅠㅠ 어쩌지ㅠㅠㅠ 아 다욧 해야하는데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이제 편의점 앞에서 포카 대신 씰 교환할듯
-lv7 중현 있으세요? 아 있으시다구요
-아 요즘 넘 새롭고 행복하다ㅋㅋ 내 덕질라이프에서 이런 아이돌은 없었어
팬들을 위해 우연히 만든 빵이 맛있어서 출시되고, 거기에 동봉되어 있다는 캐릭터 씰까지.
유일한 단점이라면 어째 팬들이 아닌 일반인들까지 빵을 사고 싶어한다는 것이었다.
수플레들이 모인 커뮤니티에도 빵에 대한 후기가 올라올 때.
행동력이 좋은 팬들은 곳곳에 올라온 씰의 사진을 종합해서 도감처럼 만들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나온 씰 종류 모음 + 오후 3시 기준 추가됨!!]
그렇게 취합을 하는 동안, 인터넷에 인증샷이 한두 개 정도밖에 없는 희귀한 씰들의 정체도 드러났다.
-남들은 다 캐릭터 씰나왔다는데 왜 이건 cd 모양인가요ㅠㅠㅠㅠ
팬이 아닌 어떤 중학생이 올린 빨간색 CD모양의 씰이었다.
빛에 따라 색깔이 변하는 재질, 거기다 근사한 모양의 글씨체로 ‘Masquerade’라고 적힌 고급스러운 씰.
희귀하다는 사실 자체가 소장욕구를 불러 일으켰다.
‘……가지고 싶다.’
그리고 그중에서 가장 희귀한 씰이 있었으니.
『 Lv.∞ 수플레 』
뉴블랙이 팬들을 위해 걸었던 지하철 광고, 거기서 나온 수플레 빵이 휘황찬란한 무지개 광채를 뿜고 있었다.
엄청 귀여운 이모티콘처럼 생긴 수플레 빵.
무한대라는 레벨에서 보듯이 거의 한두 개밖에 없을 듯한 씰이었다.
일단 무엇이든 사면 종류별로 다 모아야 직성이 풀리는 이들의 눈이 몽롱하게 변했다.
‘저걸 얻어야…….’
그러던 수플레들은 뭔가 이상한 사실을 깨달았다.
-아니 근데 왜 우리가 제일 희귀한건데ㅋㅋㅋㅋ
-울 애들 사고회로가 보인다.. 가장 소중한 거니까 정말 희귀하게 출시해여 히힛 이랬겠지
-이건 우리를 약올리는 것인가 위하는 것인가
-어쩌면 스티커를 모아봐야 부질없다는 교훈을 주기 위한 중현이의 계략 아닐까
-중현이 : 계란이요?
-와 대박 댓글만 봤는데도 리혁이 한숨 뇌내 자동재생됨
-뭐.. 그래도 규호 씰은 없어서 다행이야 나 내심 진짜루 긴장했다구
다행스럽게도, 기획 단계에서 정말 그러한 씰이 나올 뻔했다는 것은 모르는 팬들이었다.
* * *
빵이 대박 났다.
-‘뉴블랙 빵’ 출시되자마자 동났다.. KG24 ‘싱글벙글’
-[포토] “과연 어떤 맛일까?” 아침부터 편의점에 줄 서 있는 사람들
-‘TNT도 반한 그 맛’, 뉴블랙 빵 출시에 온라인 시끌시끌
새로고침을 할 때마다 기사가 주르륵 밀려나는 식이었는데 나도 모르게 입이 쩍 벌어졌다.
“……진짜로 빵 장사라도 해야 되나?”
인터넷 어디를 가든 수플레 빵에 대한 이야기가 오갔다.
분명히 ‘수플레 빵’으로 출시했는데 왜 다들 뉴블랙 빵으로 부르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한국사 문제집 귀퉁이에 졸라맨 만화를 그리던 막내가 말했다.
“그래도 엄청 팔리긴 했나 봐여. 거기 회사에서 전화까지 해서 감사하다고 할 정도면.”
석환 형에게 듣기로 엄청나게 흥분한 목소리로 감사하다는 이야기를 반복했다나.
단순히 수플레 빵에 그치지 않고 다른 품목들의 매출도 덩달아 올랐다는 모양이었다.
내가 반쯤 진담을 담아 물었다.
“비주야. 우리 진짜 빵 장사할까?”
“아니에요. 형. 이건 그냥 운이 좋아서 한 거라서… 다 같이 하는 건 솔깃하지만 사업은 안 돼요.”
예전에 아버님이 사업을 시작하셨다가 안 좋게 끝난 기억이 있다는지 고개를 젓는 비주였다.
그러곤 미소를 지었다.
“대신 다 같이 사는 건 좋아요.”
“…….”
“제가 요즘 생각한 건데, 나중에 마을 하나에 모여서 이웃으로 다섯 집이 모여서 사는 건 어때요?”
“어, 그건 왠지 좋다.”
농사는 중현이가 짓고, 밥은 비주가 하고, 청소는 리혁이가 하고.
하얀 얼굴이 미간을 찌푸렸다.
“뭐야. 그럼 둘은 뭐하는데요?”
지호와 내가 동시에 답했다.
“리더…?”
“막내여.”
곧바로 날아오기 시작하는 잔소리에 나와 지호가 동시에 귀를 막았다.
K넷 뮤직 어워드가 끝난 후에도 우리의 일상은 이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딱 하나 달라진 점이라면.
“흐흣.”
“으흐흣.”
“제발 이상한 사람들처럼 웃지 좀 마요. 요새 아랫집 애기가 우리 무서워하잖아요.”
숙소 진열장 맨 위칸에서 트로피 하나가 더 추가됐다는 점이었다.
보기만 해도 눈시울이 붉어지고, 우리를 행복하게 만드는 K넷 뮤직 어워드의 대상 트로피였다.
“호오- 호오오…….”
망고 차트 어워드의 트로피와 함께 틈날 때마다 입김을 불어넣으며 부드럽게 닦곤 했다.
“아이고. 이 이쁜…….”
뽀드득.
미용사의 실수로 머리에 빵꾸가 나듯이, 금색 트로피의 한 부분이 은색으로 변해 있었다.
“……?”
내가 눈을 깜빡거리는 동안 중현이가 손가락으로 트로피를 슥 문질렀다.
뽀도도독!
“…….”
토도독 떨어지는 금박을 보며 우리끼리 푸근한 미소를 지었다.
“은박지 수준으로 덧칠을 해놨구만.”
“재질이 거의 긁는 복권 재질인데여. 형.”
“대상 트로피가 아니라 꽝이었네.”
대상 트로피의 재질이 굉장히 조악한 편이었다.
우리가 받은 게 불량인 건지, 태현이에게 사진과 톡을 보내니 곧바로 사진 한 장이 돌아왔다.
두 동강이 난 작년도 KMA의 대상 트로피와 망연자실하게 서 있는 TNT 멤버들의 사진이었다.
무슨 솔로몬이냐.
하도 어이가 없어서 서로 ‘ㅋㅋㅋ’ 만 교환했던 것 같다.
“……이건 그냥 뒷면으로 진열하자.”
“그래여.”
앞통수가 빵꾸 투성이가 되어 버려서 수줍게 뒤통수를 드러낸 채 진열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는 한편.
불량스러운 트로피라든가, 여러 가지 미숙한 무대 진행으로 힘들긴 했지만 KMA는 우리에게 큰 이득이었다.
“우와, 형 직캠 조회수 대박이에여. 시간 나서 확인할 때마다 막 미친듯이 올라가네.”
“어? 그건 무슨 직캠이야? 나 측면은 아직 못 봤는데!”
“제가 주소 보내줄게여. 비주 형.”
내 직캠을 바라보면서 ‘호오’ 하는 동생들의 모습에 살짝 민망한 웃음을 흘렸다.
멤버마다 유독 컨디션이 좋다거나 무대 효과 등이 합쳐져 완벽한 무대를 만들게 되는 날이 있는데.
내게는 KMA 무대가 그런 날이었다.
나도 무대 중앙에서 빛에 둘러싸인 채 댄스를 추는 모습이 색다르게 느껴진다고 할까.
중현이가 말했다.
“와. 한글이 없네.”
“형, 이거 보세요. 이것도 36번째쯤 가야 한글 댓글이 나와요.”
비주의 말대로 어느 직캠을 보든지 간에 영어로 된 온갖 나라의 사람들이 댓글을 달고 있었다.
심지어 가장 공감수가 높은 한국어 댓글도 보통 댓글은 아니었다.
-제발!!!!! 한국 댓글만 보기 좀 만들어 달라고ㅠㅠㅠㅠㅠ
그걸 보며 웃고는 댓글을 읽었다.
대부분 무대에 대한 호평이었는데. 동생들은 ‘우와아!’ 하며 좋아하지만 당사자로서 조금 부끄러웠다.
“우주는 태양신 아폴론의 직계 후손이 분명하다… 푸흡!”
리혁이가 날 비웃었다.
정말 참신한 칭찬들이 많았는데, 들으면 들을수록 어디 숨을 구멍을 찾게 되는 것들이었다.
다른 칭찬은 그래도 잘 받아들이는데 춤에 대한 칭찬이라 그런지 유독 낯선 거 같다.
“근데 팬카페 가입자가 확 늘기는 했어요.”
“진짜네?”
“처음에는 빵 때문인 줄 알았는데, 분위기 보면 우리 무대가 제일 영향이 큰 것 같은데요.”
지금도 어마어마하게 많다고 느껴지는 수플레들이 더욱 늘어나고 있었다.
후웁 하며 몸을 수십 배로 부풀리는 빵의 요정 같다고 할까.
앨범을 새로 냈을 때처럼 팬들이 쭉쭉 들어오고 있었다.
팬들을 위해 만든 빵이 출시되었다는 것도 기쁘지만 역시 가장 좋은 건 본업으로 잘했을 때가 아닐까 싶었다.
그랬기에 더 잘하고 싶기도 하고.
“자, 이제 연습하러 출근합시다.”
“고!”
짧은 휴식을 마치고는 곧바로 출근해서 연습을 이어갔다.
어워드가 끝나긴 했지만 연말에 남은 일정들이 있었다.
주요하게는 방송 3사의 연말 무대.
PBS나 TBC 측에서 요구한 스페셜 무대를 비롯해 무대를 준비하고 있었다.
“근데 HBS 쪽은 소식이 아직도 없네요.”
“그러게. 이쯤이면 연락을 줘야 하는데…….”
다른 지상파 방송국은 연락을 줬는데, 두루뭉술하게 준비를 해 달라고 하는 방송국이었다.
조금 찝찝하긴 했지만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다.
방송 3사 무대 외에도 연말에 있는 기업 행사라든가, 대형병원 송년회 등의 행사도 꽤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 앨범에 참여해 주신 백상교 선생님의 연말 디너쇼에 짤막하게 깜짝 게스트로 등장해 인사를 할 예정이기도 하고.
어워드가 끝났지만 긴장을 풀 새도 없이 다시 바빠졌다.
연습. 멘트 준비. 연습.
연말에 미튜브에 올릴 컨텐츠 준비 등.
그리고.
-너희 신규 앨범 출시 일정을 잡았어.
그중에서 가장 중요한 스케줄은 바로 우리의 다음 앨범 프로젝트였다.
* * *
우리의 다섯 번째 앨범.
리혁이를 메인으로 하고, 겨울을 주제로 하는 스페셜 앨범의 발매를 두고 회의실을 찾았다.
“안녕하세요.”
“어서 와.”
프로듀서인 하승주와 함께 이번 앨범을 담당한 직원들이 한 자리에 모여 있었다.
엄숙한 분위기.
그 속에서 직원들이 커피를 홀짝이며 수플레 빵을 우물거리고 있었다.
“맛있으신가요?”
“너무 맛있어. 정말. 오늘만 3개째야.”
“요새는 아침에 출근하자마자 탕비실부터 온다니까.”
핸드폰 뒷면에 붙인 씰을 보여주는 직원들의 모습에 우리가 웃음을 터뜨렸다.
며칠 만에 다들 푸근한 인상이 되어 있었다.
제조사 측에서 너무 고맙다며 수플레 빵을 듬뿍 담아 보내줬는데, 직원 복지 차원으로 회사에서 탕비실에 상자를 둔 터였다.
“역시 마음의 평화는 탄수화물에서 나온다는 게 맞나 보네요.”
“너희도 좀 먹을래?”
“저희 지금 다이어트 때문에 못 먹어서요…….”
지근거리에서 비둘기처럼 우리를 감시 중인 석환 형만 아니라면 하나라도 먹어볼 텐데.
우리가 아쉬워하자 A&R과 프로듀싱 팀 직원들이 가슴 아프다는 표정을 지었다.
“어머, 너무 아쉬워라.”
“어떡해. 이걸 줄 수도 없구~”
“아이고오!”
뺨을 씰룩이며 빵 냄새를 물씬물씬 풍기는 아저씨들의 모습에 우리가 부들부들했다.
이내 우리 몫으로 나온 바나나를 콕콕 찍어먹으며 회의에서 결정된 내용을 들었다.
“일단 완성된 곡들에 대해서는, 이견 없이 모두가 굉장히 좋다는 의견이 나왔어.”
“다행이네요.”
“근래 들은 겨울 노래 중에서 제일 좋긴 하더라.”
작업에 참여한 여러 선생님들의 피와 땀, 영혼이 담긴 노래에 다들 호평을 했다.
“아마 1월 초나 중순으로 예정하려고 하는데. 이번에는 스페셜 앨범이잖아.”
“네.”
“프로모션에 관해서 여러 가지 시도를 해 보려고. 프로듀서님도 아이디어를 많이 제공해주셨고.”
조용히 듣고 있던 하승주가 말했다.
“노래 중에 마지막 캐럴곡 있잖아.”
“아, 네.”
“그걸 크리스마스 즈음에 선공개를 하면 어떨까? 앨범을 내기 전에 선공개곡으로.”
동생들과 눈빛을 교환하고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좋은 아이디어 같아요. 일단 시즌송이기는 하니까……. 그런데 어떤 식으로 공개를 할 건가요?”
“특별한 무대를 통해서.”
“음, 특별한 무대.”
“아직 확정이 된 건 아니지만, 크리스마스 때 사람들에게 기억에 남을 만함 무대였으면 해.”
중현이가 ‘오’ 하면서 뭐라고 아이디어를 내려고 하기에 비주를 시켜 젤리를 먹였다.
일단 뉴블랙 버전의 캐럴을 먼저 공개하는 게 어떠냐는 아이디어에는 우리도 적극 찬성이었다.
우리 노래가 나온다는 것을 대중들에게 확 알릴 수 있는 기회기도 하고.
“좋은 아이디어가 있으면 저희도 생각해 볼게요.”
“그래. 그리고…….”
재킷 촬영이나 뮤직 비디오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다.
우리가 원하는 분위기에 맞추어 강원도라든가. 각지의 여러 곳에서 섭외가 잘 됐다는 소식이었다.
“촬영이 어렵다는 곳도 협조가 다 됐어.”
“정말요?”
“어, 너희 이름을 대니까 그 다음부터 일사천리더라고.”
여러 지방 군청 등에서 굉장히 협조적이어서 자기들도 얼떨떨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런 식으로 회의 내용을 듣고 피드백할 때.
“참, 저희가 해 보고 싶은 프로젝트가 하나 있거든요. 이번에 해외 투어를 다녀오면서 생각한 건데.”
“뭔데?”
“소극장 콘서트요.”
나에 이어서 리혁이가 말을 이었다.
“해외 투어를 다니면서 생각해 보니까, 국내 투어를 다니는 것도 좋지 않을까 싶더라고요.”
“그것도 좋은 아이디어네.”
“네. 사실 서울에서 부산이라든가, 광주라든가. 먼 곳들은 오고 가는데 시간이 있잖아요. 어떤 곳은 가까운 해외보다 서울까지 오는데 걸리는 시간이 더 많을 때도 있고.”
리혁이의 말에 직원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들었다.
“콘서트 때처럼 팬들이 오는 게 아니라, 이번에는 저희가 먼저 찾아갔으면 해요. 물론, 규모를 크게 하는 게 아니라…….”
“작은 소극장 위주로 도는?”
“네.”
우리가 다 같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 노래는 음방보다는 이런 쪽이 더 어울릴 것 같아서요. 저희 음방할 때 들어가는 인원 정도까지는 안 되더라도, 비슷하게 기획을 해서, 각 지역의 팬들이 올 수 있도록…….”
2월에 있을 일본 투어에 앞선 국내 투어.
어떠냐는 우리 눈빛에 직원들이 곰곰이 생각하다가 고개를 끄덕거렸다.
“괜찮은데?”
“한 번 대관일정을 알아보고 우리가 알려줄게.”
확실히 되겠다고 말은 안 하지만, 표정을 보아하니 어떻게든 추진을 해보려는 듯했다.
그렇게 우리가 제안을 한 후.
회의를 마치고 싱글벙글하고 있는 우리 표정에 직원들이 물었다.
“왜 그래?”
우리가 화기애애하게 웃었다.
“아. 이번에 뮤비 찍으러 가는 게 신나서요. 겨울 여행 가는 기분도 들고.”
“겨울 바다도 볼 수 있구.”
“휴식 시간에 눈 내리는 숲에서 눈 싸움도 하고.”
엄청 설레하는 우리 모습에 직원들이 웃음을 참았다. 그러곤 멀뚱멀뚱 바라보는 우리에게 물었다.
“너희 겨울 여행 안 가봤지?”
* * *
휘이이이이이이잉-
“…….”
휘이이이이이잉-
“흐아아악……!”
한껏 로망에 부푼 채 바닷가로 뛰어갔던 뉴블랙 멤버들.
강원도의 찬 바람에 비명을 지르며 미친 듯이 되돌아오는 모습에 매니저들이 웃음을 터뜨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