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346)화 (346/1,031)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346화

PBS 뮤직On.

‘크리스마스 특집’이라는 로고와 함께 산타 모자를 쓴 남녀 MC가 특별 무대를 선보였다.

유명 캐럴곡의 리듬에 맞춰 추는 귀여운 안무가 끝난 후.

-메리 크리스마스!

-전세계 한류와 K팝의 중심, 생방송 음악방송 뮤직On~!

성탄절을 맞이하여 준비한 멘트를 자연스럽게 소화한 MC들이 출연 라인업을 소개했다.

-에이플비, 아이리스, 하이컬러, 에노티! 올 한 해 뜨거운 반응을 얻었던 신인들의 합동 캐럴 무대도 준비되어 있고요!

-세레니티! 와일드!

-그리고 2015년! 대세 아이돌로 떠오른 뉴블랙도 왔습니다!

굵직한 자막으로 뉴블랙이 지나가면서 뒤이어 TNT와 틴스피릿의 이름도 함께 올랐다.

-그럼 첫 무대부터 만나 보실까요? 뮤직~

-온!

카메라에다 검지를 들이대는 시그니처 포즈가 지나고 곧바로 신인 아이돌의 캐럴 무대가 시작됐다.

크리스마스 특집.

올해 가장 유명했던 곡들을 다루는 특집이기에 자신들의 곡을 부르기도 했지만 유명한 캐럴들을 커버하는 경우도 많았다.

아이리스와 에이플비의 보컬라인이 모여 ‘All I Want For Christmas’를 합창하기도 하고.

걸그룹 하이컬러가 타이틀곡을 캐럴풍으로 편곡해서 부르는 가운데.

아이돌 커뮤니티에는 실시간으로 시청 중인 팬들의 글이 드문드문 올라오고 있었다.

-올해도 신인풀 괜춘하네

-ㅇㅇ 작년도가 좀 미친 해여서 그렇지 올해 풀 정도면 솔직히 엄청 괜찮은 거

-뉴블랙 스보 세레니티.. 실력 생각하면 지금 생각해보면 미친 해긴 하네

-에이플비 메보 잘한다ㅋㅋㅋㅋ 걔 맞지? 신토끼 군후임??

-잘 웃어주기로 유명한 우주가 유일하게 인상쓰는 아이돌ㅋㅋㅋㅋㅋㅋㅋ

-무슨 하드 트레이닝을 했길래 군대에서 아이돌 메보를 키워내냐고ㅋㅋ

-하이컬러 애들 약간 TJ상처럼 생김

신인들의 합동 무대 등에 대한 이야기가 오간 후.

뮤직On의 후반부가 되어 마침내 뉴블랙의 무대가 시작되면서 글이 빠르게 올라오기 시작했다.

-비주야ㅠㅠㅠㅠㅠㅠ

-바람꽃 들어도 들어도 띵곡이야 ㄹㅇ루

-앨범 컬러 때문에 그렇게 생각하는진 모르지만 바람꽃은 인트로부터 진짜 비주가 돋보여

-오늘 의상 너무 귀엽다 증말ㅋㅋㅋㅋㅋ

-근데 준비했다는 캐럴 뭔지 궁금함ㅋㅋㅋ 또 뭔가 굉장한 게 튀어나올 것같음

-다들 기억해; 군고구마. 군밤. 뉴블랙이야.

어워드 이후 유입된 신규 수플레들까지 합쳐지면서 뜸하던 게시판이 삽시간에 복작거렸다.

다른 아이돌 팬들이 ‘엄청 많네…’ 하며 혀를 내두를 때.

화면 하단에 자막으로 ‘뉴블랙 - 메리 크리스마스’라는 심플한 제목이 떠오르면서 노래가 시작됐다.

‘우와.’

크리스마스 캐럴이 선공개 될 거란 소식은 알고 있었다.

그러나 팬송이라는 설명에 어느 정도 얕은 기대만 하던 터였다.

정말로 캐럴로 흥하려고 계획했다면 더 일찍 공개했을 테니까.

팬서비스 차원에서 가볍게 들으면 좋을 노래로 예상하던 수플레들은 눈을 깜빡거렸다.

‘뭐야. 너무 좋은데…?’

화면 속에서 크리스마스 복장을 입은 채, 율동처럼 가볍게 몸을 흔드는 멤버들이 보였다.

그 동안 산뜻한 멜로디가 귀에 들어왔다.

어렸을 때, 길을 걷거나 가게 안으로 들어갔을 때 낡은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캐럴 같은 분위기.

빨간 상자들과 반짝이는 크리스마스트리로 가득한 음방 세트에 노래가 합쳐지니 상상 속 크리스마스 마을 같았다.

집집마다 굴뚝에서 하얀 김이 올라오고, 요정들은 열심히 선물 상자를 포장하고, 눈이 쌓인 산 위로 루돌프가 끄는 썰매를 타고 가는 산타가 떠오른다고 할까.

리혁이 끝 음을 스타카토처럼 처리해서 ‘썰매를 타 타타’ 하며 따스한 미소를 지을 때.

-대박ㅠㅠㅠㅠㅠ

-아 노래 진짜 좋다.. 우주야 지구에 와줘서 고마워

-개조타 진짜ㅠㅠㅠ

-비주랑 지호 번갈아 부르는 파트 넘 좋아ㅠㅠ 이 조합 최고된다

-오늘 목소리합이랑 얼굴합 오져 진짜

오프라인과 마찬가지로 온라인에서도 호의적인 반응이 나오고 있었다.

내 가수의 노래라면 일단 좋은 게 팬이지만, 노래가 객관적으로도 좋은 곡일수록 더욱 행복한 게 팬의 마음이었다.

‘꼭 원곡이 있을 것 같은 느낌의 곡이네.’

앨범 책자에 [이 곡은 1953년부터 무수한 리메이크를 거쳐온 크리스마스 캐럴의 대표 주자로…] 같은 설명이 나와도 위화감이 없을 듯했다.

찾아보면 같은 곡이 없지만 뭔가 고전적인 분위기였다.

가상의 원곡을 2010년대 버전으로 편곡해서 커버 곡으로 부르는 듯하다고 할까.

‘혹시 문제 생기는 건 아니겠지?’

어딘가 들어본 듯한 기시감을 주는 까닭에 비슷한 곡이 있어 문제가 생기는 건 아닐까 걱정이 들 때.

수플레들이 픽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럴 리가 없지.’

예능 등에서 70년대나 60년대 가수의 곡을 들으며 ‘와! 저거 저거!’ 하며 좋아하는 노래 덕후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런 우주가 캐럴이 어떤 곡들이 있는지 모를 리가 없을 터였다.

그럼에도 이런 생각까지 든다는 건 곡이 너무 좋아서 그런 것이겠지만…….

-노래 존나 좋다ㅋㅋㅋ

-한국 감성에 딱 맞는 캐럴 고른 듯

-이거 무대 영상 좀 올라오면 원곡 차트인할듯

-팬송처럼 한글 번안을 했나보네?? 원곡 가사 궁금하다

-썰매를 타타타타타

다른 팬들의 이상한 반응에 고개를 갸우뚱하던 수플레들은 이내 어떠한 사실을 깨달았다.

“아…….”

그들만 선공개 곡이라는 정보를 알고 있지, 다른 팬들은 자연스럽게 무수한 커버 곡 중 하나로 인식하고 있었다.

이내 상황 설명이 이어지며 오해를 바로잡은 후.

-이게 원곡이면 더 대박 아냐???

-타이틀곡도 아닌데 수록곡이면 진짜 대박인데

-?? 노래가 일케 좋은데 규호는 왜 크리스마스 당일에 이걸 공개했대?? 더 일찍 공개하지

-머리도 안보이는데 머리안을 어케 알겠냐

-규호 : 뀨?

-이벤트성으로 공개한 거 같긴 한데 이거 차트인 백퍼 하겠다ㅋㅋ

얼마 안 가서 ‘솔직히 이제 뉴블랙이면 이런 것도 차트인하겠지ㅋㅋ’ 하며 은근히 비꼬는 글들이 올라왔다.

나중에 ‘야야야! 이번에 뉴블랙 앨범 선공개곡 차트인 못했네!’으로 글을 쓰려고 미리부터 준비하는 듯한 내용이었다.

그러는 동안.

‘썰매를 타 타타 타타-’ 하는 산뜻한 후렴구를 흥얼거리던 수플레들이 스마트폰을 뒤적거렸다.

‘이렇게 좋은데 왜 미리 공개를 안 했지?’

의문이 깊어갔다.

*   *   *

주말이 바쁘게 흘러갔다.

PBS의 뮤직On 크리스마스 특집에 출연한 다음 날, 토요일에는 TBC의 연말결산 특집에 출연했다.

전날과 마찬가지로 바람꽃의 무대를 한 후.

“으아아아!”

“드디어 올해 음악방송이 끝났다아!”

헤어샵으로 향하는 차 안에서 둠칫둠칫하며 즐거워했다.

방송 3사 연말 무대가 남아있긴 하지만, 올해의 모든 음악방송이 끝났다는 게 기뻤다.

2015년을 마무리할 때가 왔다는 게 실감 난다고 할까.

“형들! 형들! 밖에 눈 와요!”

“우와아아아!”

“이따가 차 멈췄을 때 잠깐 창문 열어도 돼요? 눈송이 만져 보고 싶어요.”

어둑어둑한 저녁 도로.

신호등과 차량 전조등과 후미등이 다채로운 색으로 주변의 공기를 물들이는 동안.

하늘에서 눈이 내리고 있었다.

불현듯 작년에 스트릿 보이즈와 연말 합동무대 연습을 하러 DNS 사옥에 갔던 날이 떠올랐다.

“시간 참 빠르네…….”

“그러게여. 리혁이 형도 이제 성인이고, 저도 내년이면 고삼이에여.”

“너도 얼마 안 남았구나.”

“에이. 내년 스물네 살보다는 낫져.”

“……너 군대 갈 때 꼭 비웃어 준다. 진짜.”

막내가 헤헷 하며 웃는 동안 창밖에 내리는 눈을 바라보며 다들 감상에 잠길 때였다.

잠이 올 듯한 잔잔한 목소리가 라디오에서 흘러나왔다.

[다음으로 들려드릴 곡은 따뜻한 연말 분위기를 자아내는 곡이죠. 정말이지 듣다 보면 ‘나를 위한 곡이구나’ 싶은 느낌의 캐럴입니다. 뉴블랙의 ‘메리 크리스마스.’]

라디오도 트렌드 반영이 참 빠르다 싶었다.

어제 저녁에 출시한 음원이 바로 오늘 저녁 라디오 방송 선곡표에 이름을 올리다니.

리혁이가 물었다.

“왜 다들 내 노래 같다고 좋아하는 건지 모르겠어요. 이거 수플레들 주려고 만든 팬송인데.”

“수플레빵이랑 비슷한 케이스 아닐까.”

“근데 울 엄마도 캐럴 너무 좋다고 그래여. 커피 마실 때 틀어놓으면 겨울 분위기 난다고.”

우리가 그런 이야기를 나눌 때, 손가락으로 운전대를 톡톡 두드리던 민기 형이 말했다.

“그런데 무슨 말인지 알 거 같아.”

“네?”

“너희가 팬들 들으라고 가사를 쓰긴 했는데, 꼭 나한테 불러주는 착각이 든다고 해야 하나. 왠지 옛날 생각도 나고.”

“……?”

“쉽게 말해서 나 같은 늙은이들이 좋아하는 분위기라는 뜻이야.”

“아하.”

우리가 ‘바로 이해했어요’ 하며 활짝 웃자, 30대 초반의 매니저가 서글픈 표정을 지었다.

이야기를 두런두런 나누면서 인터넷을 살폈다.

어제 무대가 끝난 후 팬들의 스트리밍 덕분에 ‘메리 크리스마스’가 차트에 진입해 있었다.

거기에 뉴블랙이란 타이틀 덕분일까.

시간이 지날수록 순위가 점점 올라와서 다음 날 저녁인 지금은 ‘Nine’을 위협할 만큼 상위권에 위치해 있었다.

-뉴블랙, 팬송 ‘메리 크리스마스’, 망고 실시간 차트인

-내달(1월) 컴백하는 ‘뉴블랙’, 선공개곡 캐럴 공개

-“역시 음원깡패”, 뉴블랙 선공개 캐럴 차트 진입

음원 사이트 리뷰란에서 ‘정말 따스한 곡인 것 같읍니다’ 하는 어른들의 댓글들을 보며 웃었다.

“이렇게 반응이 좋을 줄 알았으면 더 일찍 공개할 걸 그랬나.”

“그러니까요.”

우리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결과였다.

A&R팀이나 프로듀싱팀, 그리고 프로듀서인 하승주 선배와 조 이사님까지 모두가 ‘캐럴 잘 만들었네’ 하며 호평을 하긴 했다.

하지만 이 정도로 반응이 좋을 줄은 아무도 몰랐다.

그냥 ‘팬서비스 차원으로 크리스마스에 뙇 선공개할까요?’ 하는 정도로만 의견이 모았을 뿐.

막내가 말했다.

“근데 지금에야 우왕, 좋은가 하지. 그때는 타이틀이랑 수록곡 듣고 나서 들어서 그냥저냥 했어여.”

“맞아요. 상대적으로 평이한 인상이었는데.”

스페셜 앨범에 수록된 다른 곡들이 너무 셌던 까닭에 캐럴이 상대적으로 묻혔던 까닭이었다.

캐럴 시즌도 끝나가는 마당이라 캐럴에 대한 호평을 보니 아깝긴 했지만 한편으론 은근히 좋았다.

타이틀곡을 들으면 더 좋은 반응이 나올 것 같으니까.

내가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군고구마.”

“군밤.”

이윽고 다 같이 하이파이브를 하며 외쳤다.

“뉴블랙!”

“호빵?”

중현이가 ‘호빵 아닌가’ 할 때 우리가 겨울 3대장이 되자며 다시 한 번 결의를 했다.

그 동안 우리의 캐럴이 흥겹게 울려 퍼졌다.

*   *   *

샵에서 꽃단장을 한 후.

우리는 어제 갔던 여의도 PBS 방송국을 다시 한번 찾았다.

“오호…….”

신관 공개홀.

백스테이지에 대기하던 우리는 무대 너머를 구경하며 신기해했다.

“완전 다른 곳 같아여.”

“테이블만 깐 것 같은데 어제랑은 분위기가 확 다르네.”

본래 음악방송을 할 때는 지미집 카메라와 스탭들이 늘어서 있는 곳이 오늘은 테이블로 채워져 있었다.

[2015 PBS 연예대상]

그런 VCR이 사방에서 반짝거렸다.

올해 방영되었던 PBS의 예능을 대상으로 하는 시상식이었다.

다양한 플래카드를 든 방청객들이 모인 객석 앞으로 턱시도와 드레스를 입은 예능인, 배우들이 보였다.

“오…….”

모 6년차 아이돌 선배님들과 있을 때와는 다르게 간만에 연예계에 온 느낌이 났다.

“허어, 곽시현 선배님도 있어여. 곽시현 선배님.”

“우와.”

레몬 엔터의 간판배우이자 한류 톱스타로 불리는 배우 곽시현이 검은 드레스를 입은 채 우아하게 앉아 있었다.

영화에서만 보던 얼굴이라 신기하다고 할까.

PBS 인기 예능 ‘미스터 프로듀서’와 함께 무슨 영화 관련 프로젝트를 진행해서 깜짝 참석했다는데, 이런 시상식이 아니면 정말 보기 힘든 얼굴이었다.

“회사에서도 진짜 보기 힘들었는데. 저 이따가 시간 되면 가서 사인 받을까 봐여. 우와. 우와.”

“그렇게 좋아?”

“연기 너무 잘하세여. 진짜루.”

우리 배우 지망생이 특히나 눈을 빛냈다.

그밖에도 오늘 처음 보는 예능인들도 많았다.

주세한과 함께 양대 국민예능으로 꼽히는 ‘미스터 프로듀서’의 출연진들도 처음 보고.

“진짜 오랜만인 선배님들 많네…….”

호피 무늬 옷에 검은 재킷을 걸친 맥시도 ‘맥시는 Hot’ 하는 플래카드를 흔들고 있고.

주세한에서 봤던 개그맨 서지형이나 오형석도 있었다.

올해 잔뜩 터진 시청률 때문인지 행복하게 웃고 있는 명곡단 PD님도 있고.

중현이가 말했다.

“주세한 나왔을 때 같아요. 그때도 막 처음 보는 선배님들 보고 우와, 이렇게 반응했던 것 같은데.”

“음? 중현아, 너도 우와 했었어?”

“네.”

“아니었던 것 같아서.”

그런 대화를 하며 간만에 느끼는 무대 긴장감에 기분 좋은 미소를 지을 때.

-오늘 연예대상을 찾아와 준 특급 가수들입니다!

MC를 보던 아나운서 백상중이 소개 멘트를 하는 동안, 옆에서 대기하던 조연출이 손짓했다.

“갈게요.”

고개를 끄덕이며 무대 위로 올라갔다.

-뉴블랙의 1부 엔딩 무대! 지금 바로 감상하시죠!

직사광선처럼 눈을 내리쬐는 조명에 환히 웃으며 무대 대형으로 모였다.

Nine의 전주와 함께 객석에서 환호가 터져 나왔다.

“와아아아아아!”

배우들이 잔잔하게 박수를 치는 동안 예능인들도 ‘뉴블랙이다!’ 하며 손뼉을 치며 환호해 주었다.

눈치 없이 ‘우리 뉴블랙!’ 하다가 주변에서 제지당하는 서지형 씨가 보였다.

지호가 마이크를 들고 외쳤다.

“연예대상! Make some noise~!”

“와아아!”

곧이어 무대에서 몸을 흔들며 ‘Nine’을 부르는 동안 뜨거운 반응이 돌아왔다.

카메라 앞에서 웃기게 포인트 안무를 따라하는 예능인들도 있고.

우리가 연예대상 후보자들에게 맞춰 누군가를 지목할 때마다 다들 유쾌하게 받아주었다.

“와아아아아아-!”

“감사합니다! 멋진 밤 되세요!”

1부 엔딩을 마무리하며 카메라를 향해 손을 흔든 후.

카메라 불이 꺼지면서 연예대상의 1부가 막을 내렸다.

공개홀 TV에서 광고가 나오고 있을 때, 여기저기서 부산스럽게 화장실을 가거나 메이크업을 고치기 위해 움직였다.

그리고…….

“뉴블랙!”

안면이 있는 예능인들이 다가와 인사를 했다.

몇 마디 안 나눠 본 것 같은데 굉장히 친근하게 ‘요즘 노래 좋더라’ 하는 분도 있고.

멀찍이 아련한 미소로 플래카드를 흔들어주는 맥시도 있었다.

방청객들 중에서도 우리가 신기한지 화장실을 가려다가 멈추고 구경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개그맨 오형석이 물었다.

“기념 셀카 찍어도 되지?”

“네. 당연하죠.”

“뉴블랙이랑 셀카 좀 찍게 모여 봐요!”

여러 테이블 사람들과 셀카를 찍으며 손가락 하트를 보낼 때.

키가 훤칠한 후드티 차림의 남자가 우리에게 다가왔다.

“안녕하세요. 이번에 처음 보네요.”

“네. 안녕하세요!”

PBS ‘미스터 프로듀서’의 연출을 맡고 있는 신무록 PD가 특유의 시무룩한 표정으로 웃었다.

“올해 나온 예능들 봤는데, 어떻게 우리 프로에도 나올 생각 있어요?”

일종의 즉흥 섭외였다.

우리가 눈을 휘둥그레 뜨며 서로를 바라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좋죠. 정말 좋아요.”

“내년에 할 신규 프로젝트를 준비 중인데, 같이 하면 재미있을 것 같은 게 있어서.”

불러만 주시면 감사하다고, 주변 사람들에게 ‘들었죠?’ 하며 환하게 웃으니 상대도 웃었다.

그러곤 종이를 내밀었다.

“참, 신명수라는 이름으로 사인 좀 해줄래요?”

“네!”

사인지에 ‘우리 명수에게’ 라고 적으며 웃으며 물었다.

“명수는 몇 살이에요?”

“아버님이에요. 66세. 요즘 명곡단에 뉴블랙 언제 다시 나오냐고 말씀하고 그래요.”

“아앗…….”

‘무병장수하세요’라고 멘트를 적는 내 모습에 주변에서 구경하던 사람들이 웃었다.

그렇게 2부 시작을 앞두고 돌아갈 때.

“우와. 대박…….”

즉석에서 들어온 예능 섭외 요청에 우리가 행복해하고 있을 때.

갑자기 어디로 갔는지 안 보였던 막내가 상기된 얼굴로 사인지를 들고 뛰어왔다.

“사인 받았어여!”

“그렇게 좋아?”

“아녀. 그것보다는…….”

지호가 행복한 얼굴로 웃었다.

“따님이 저희 좋아한다고 해서 잠깐 영상통화 해주고 왔어여. 애기가 저 보고 울은 거 있져.”

평소 존경하던 배우의 가족에게 가수로서 영상통화를 했다며 뺨에 손을 올리고 좋아하는 모습에 웃음이 나왔다.

*   *   *

뉴블랙이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는 연말 시즌.

일요일.

HBS 가요대상이 시작할 때까지 몇 시간 남은 시각. 수플레들은 TV 앞에 앉았다.

“아빠! 명곡단 이제 시작한대!”

“갈게!”

“엄마도 얼른 와! 이거 좋아하잖아!”

올해 중노년 시청층이 가장 좋아하는 프로그램으로 꼽힌 ‘도전, 명곡 발굴단’이었다.

전체연령가라는 문구가 끝나고 화면이 밝아 올랐다.

[생방송]이라는 키워드가 상단에 새겨진 가운데, 시청자들의 앞에 MC가 나타났다.

“오늘은 뭐 한대?”

“올해 출연했던 가수들 다 모아서 생방송 무대한대. 뭐, 특별 무대도 하고.”

“어어, 저기 송년회 왕중왕전 특집이라고 나오네.”

“뉴블랙도 나온대.”

그 말에 가족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걔네도 참 저기서 오랜만에 보네. 하차한다고 하지 않았나?”

“잠깐 나오나 봐.”

“인생, 그거 좀 했으면 좋겄네. 명곡단 말고는 딴 데 가서 부르지도 않더라.”

그런 이야기가 오가는 가운데 명곡단 가수들의 무대가 이어졌다.

차우현, 조유리 밴드, 리사, 송보형 등.

1기 멤버로서 지금의 명곡단을 만드는데 기여한 출연진들의 무대가 이어진 후.

뉴블랙의 ‘인생’ 무대가 이어졌다.

멤버들이 감정을 잡으며 노래하는 동안, 전보다 한층 더 발전한 보컬 실력에 감탄하는 관객들의 반응이 TV에 흘러나왔다.

여운을 남기는 인생 무대가 끝난 후.

-저희가 오늘 스페셜 무대로 캐럴도 준비했는데, 혹시 보여드려도 될까요?

-네에에!

-관객분들에게 물어본 거예요. 우리 멤버들.

관객들이 웃으며 ‘네!’ 하고 답할 때, 뉴블랙의 캐럴 무대가 이어졌다.

음악방송에서 캐럴을 본 사람들의 반응과 마찬가지로 가정에서 보던 시청자들도 호의적인 반응이었다.

“어머, 저거 노래 좋다.”

“잘 부르네.”

‘썰매를 타’ 하는 후렴구가 귓가에 맴도는 여운을 남기며 뉴블랙의 무대가 끝났을 때.

집에서 명곡단을 시청하던 애청자들이 말했다.

“저거 요즘 노래치곤 참 좋다.”

“그치?”

수플레들이 환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따가 HBS에서 가요대상에 뉴블랙 나오거든. 이따 그거 같이 볼래?”

“쟤네 또 나오냐?”

“응, 아마 이거 캐럴도 다시 부를 거 같아.”

“오…….”

부모님들이 긍정적인 신호를 보냈다.

평소 아이돌들이 출연하는 연말무대에 관심이 없던 시청자 층이 명곡단의 기류를 타고 HBS 가요대상에 합류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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