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348)화 (348/1,031)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348화

2분 30초.

적다면 적고, 많다면 많은 분량이지만 뉴블랙이 올해 보여 준 임팩트에 비하면 적은 분량.

뉴블랙이 무대에서 내려간 후에도 현장에서 관람 중이던 아이돌 팬들의 웅성거림은 잦아들지 않았다.

“뭐야. 지금 바로 내려가는 거야?”

“그런 것 같은데.”

“얘네가 이거 하고 내려가……?”

올해 상반기와 하반기에 각각 아이돌 음원으로 가장 성공한 두 곡이 바람꽃과 나인이었다.

둘 중에 한 곡만 있어도 3분 30초로 풀 무대를 할 텐데.

두 곡을 하나로 합친 2분 30초 메들리에 아이돌 팬들이 벙찐 얼굴로 웅성거릴 때.

오프라인과 마찬가지로 온라인도 들썩이는 중이었다.

-잉??? 진짜 이대로 끝나네ㅋㅋㅋㅋㅋㅋㅋㅋ

-뭐야 뭐가 지나간 거야

-하여간 혐비에스 ㅋㅋㅋ

-나 지금 현장인데 살짝 분위기 좀 쎄함.. 얘네 덕들은 장난아니구 타팬들도 지금 웅성이는중

-레몬이 말이 중소지 중소취급 받을 체급이 아닌데ㅋㅋ 인성질 보소

-대중성 탑 찍어도 갑질하는구만 어메이징하다 ㄹㅇ

모두가 어처구니없어하고, 수플레들이 모인 사이트와 SNS에서 어마어마하게 빠른 속도로 육두문자가 담긴 게시글들이 올라왔다.

-근데 매년 저 지랄하는 거 보고 열받는게ㅋㅋㅋ 아이돌 팬들이 난리친다고 해도 방송국 놈들 절대 꿈쩍 안 함

연말무대에서 거의 통편집 수준으로 분량이 잘리거나, 부실한 행사 관리로 가수들이 부상을 입을 때.

아무런 언급 없이 모르쇠로 구는 방송사들이었다.

매년 반복되는 비슷한 사건들의 결말을 알기에 다른 아이돌 팬들도 혀만 끌끌 찰 뿐이었다.

그러는 한편.

기존과는 조금 다른 일들이 벌어지고 있었다.

-뉴블랙 뭐 무대할 것처럼 홍보하길래 잠깐 틀었는데 진짜 황당하네요;;

-2분? 정도 하고 내려간 거 같은데

-ㅋㅋㅋㅋ 이럴 거면 홍보라도 하질 말든가

-보다 어이 없어서 껐네요

일반인들이 모인 커뮤니티에도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예고편으로 홍보를 할 때는 뉴블랙도 주요 가수 중 하나로 무대를 할 것처럼 내보냈던 터였다.

거기에 그보다 앞선 시간대에 방영한 PBS 명곡단의 시청률 19%.

그런 까닭에 평소 연말 가요제와 거리가 멀었던 시청자들이 합류한 1부 시청률은 높을 수밖에 없었다.

문제는…….

“어? 이게 왜 갑자기…….”

“시청률 그래프가 왜 이러지? 이게 이럴 리가 없는데.”

계속해서 쭉쭉 오르며 금세 최근 3개년 시청률을 뛰어넘었다고 좋아하던 것도 잠시.

HBS 측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시청률이 왜 내려가지?’

상향 곡선을 그리던 그래프가 갑자기 하향을 그리기 시작했다.

정확하게 뉴블랙의 퇴장을 기점으로 전후해서 벌어지기 시작한 변화였다.

평소 지니고 있던 상식으로는 설명이 되지 않는 상황.

“혹시 뉴블랙이 안 나와서 그런 거 아닐까요?”

“그게 말이 돼? 아이돌 팬들이 뭐 얼마나 된다고 시청률에 영향을 줘. 주기는.”

“그게 아니면 설명이…….”

“야! 이거 좀 누가 알아 봐! 국장님한테 벌서 3개년 최고 시청률 찍었다고 문자 드렸단 말야!”

HBS 측이 우왕좌왕하며 사태를 파악하려고 애썼지만 그러기도 전에 원인이 밝혀졌다.

시청자 게시판에 드글드글한 글들의 제목 때문이었다.

-이딴식으로 할거면 하지 마세요

-내 한 마디 안 남기려 했지만 참으로 하는 짓거리가 고약하고 한심하여 한 마디 해야겠읍니다.

-시청자 바보 아닙니다. 정신 차리세요 -_-

-요즘 세상에 갑질이라니요.. 너무 황당하네요

-아이들의 열정을 이용하는 당신들 모두 천벌받길

아이돌 팬들이 남기는 글들이야 평소처럼 넘겼던 직원들도 요상한 흐름에 눈치를 채기 시작했다.

‘일반인들이 왜 이리 많아?’

보통 이런 상황이라면 아이돌 팬들이 시끌시끌하고, 일반 시청자들은 하나도 몰라야 정상인데.

이번에는 일반 시청자들이 항의의 메시지를 남기고 있었다.

그것도 연배가 꽤 있어 보이는 중장년층의 사람들이.

“……그러니까, 뉴블랙을 평소에 좋아하던 사람들이 이렇게나 많았다는 거야?”

“그것도 있지만 오늘 PBS에서 하필 명곡단 연말 특집을 했거든요. 그게 시청률 초대박이 났어요. 지금.”

“…….”

“평소에도 인지도가 높았던 애들이라…….”

지금까지 간과하고 있었던 지점에 대한 파악이 뒤늦게 이루어졌다.

바로 뉴블랙의 대중적인 인지도였다.

임팩트가 강했던 예능들도 예능이지만, 하나 꽂히면 같은 영상이나 노래를 계속해서 듣고 보는 중장년층 특성상 명곡단 무대를 했던 뉴블랙은 기억에 오래 남을 수밖에 없었다.

50대 이상 음원 차트에서 올해 1위를 거둔 ‘덕순아’를 비롯해 ‘인생’과 같은 경연 곡들.

“다른 연령층도…….”

노스탤지어의 OST와 각종 광고로 대중적인 친밀도가 아이돌 중에서 가장 높은 그룹이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주요한 것은 미튜브.

‘역사탐험대’ 시즌2 프로젝트가 무산된 이후로 HBS 측에서 평가절하하는 경향이 강했지만, 구독자가 600만이나 되는 뉴블랙의 영향력은 무시할 만한 수준이 아니었다.

아이돌 팬들이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을 감안해도 사실상 국내 최대 규모의 미튜브 채널이었다.

“타이밍이 안 좋았던 것 같습니다. 하필이면 명곡단 특집이랑 얘네 캐럴 발매랑 겹쳐서…….”

뉴블랙의 인지도가 높다고 해도 매일매일 큰 관심을 받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새롭게 발매한 캐럴이 관심을 받고, 20% 가까운 시청률을 찍은 명곡단 후에 HBS 가요대상이 있다는 게 문제였다.

그리고 그 당사자들은 골치가 아플 수밖에 없었다.

“이런 걸 이제 와서 파악을 한 거야?”

“그게… 지금까지 아이돌 중에 이런 애들이 없었잖아요.”

“…….”

최근 몇 년 동안 뉴블랙과 같은 케이스가 없었다는 게 오판의 가장 큰 원인이었다.

-HBS, 작년엔 부실한 무대 관리 도마에 오르더니.. 올해 ‘갑질’ 논란 시끌시끌

-‘갑질’ 가요대상 1부, 볼거리는 없고 PPL은 많았다

-‘HBS 가요대상’ 보복성 갑질 논란

어디서 소스를 얻었는지 레몬 엔터와 HBS 사이에 있었던 기존의 불화가 익명의 관계자를 통해 알려지기 시작했다.

지이이잉-

일요일이라 쉬고 있었던 임원으로부터 통화가 걸려오는 모습에 HBS 가요대상 현장에 있는 관계자들과 주조정실에 모인 직원들이 침을 꿀꺽 삼켰다.

평소라면 관심도 없었을 이슈인데, 괜히 역대 최고 시청률이라며 자축했던 게 문제였다.

그 동안 시청률 그래프는 작년보다 더 낮은 수치를 향해 가고 있었다.

“강 피디한테 연락해서 지금이라도 코너에 뉴블랙 이름 올리라고 해. 그럼 잠잠해지겠지.”

2부에 있을 ‘2016년에 기대되는 아이돌’ 등의 인터뷰 코너에 부르라고 지시를 할 때.

스마트폰을 내려놓은 직원이 멍한 표정을 지었다.

“이미 퇴근했다는데요?”

“뭐…?”

“현장에서 더 있을 필요 없다고 그냥 가라고 했다고…….”

“그걸 가라고 하면 어떡해! 다시 오라고 해!”

“이미 말했는데, 지금 강남 쪽에 차가 엄청 막혀서 돌아와도 2부 끝나고 난 다음일 거라고…….”

방송국에서 고성이 터져 나오는 가운데.

@thenewblack.official

(가요대상 의상을 입은 채 대기실에서 환하게 웃는 뉴블랙.)

오늘 가요대상 무대 잘하고 왔습니다! >ㅇ<

사랑해요 수플레!

1부가 끝나고 나서 업로드 된 뉴블랙의 SNS 게시글.

어떠한 의도를 담고 올린 글은 아니지만 왠지 모르게 HBS 측이 바짝 약이 오를 때.

“개미는?”

“뚠뚠.”

“우리도?”

“뚠뚠!”

숙소로 가는 뉴블랙 멤버들은 손뼉을 치며 꺄르륵 웃고 있었다.

“오늘은 나의 개카.”

“오오오!”

“개카가 뭐예요? 뭐야, 지호야?”

리더가 상기된 얼굴로 개인 카드를 번쩍 들자, 멤버들이 눈이 부신 시늉을 했다.

“오늘 숙소에서 소고기 왕창 구워 먹고 뚠뚠이 되자아!”

“뚠뚠이~!”

“조기 퇴근 감사함다!”

“조기 퇴근! 조기 퇴근!”

신호를 기다리는 차 안에서 매니저들이 귀를 막는 가운데, ‘조기 퇴근’을 연호하는 뉴블랙 멤버들이었다.

*   *   *

HBS 가요대상이 끝난 후.

우리가 PBS 가요제전의 무대 연습에 매진하고 있는 동안 꽤 많은 일이 벌어졌다.

“대판 싸웠어.”

연습실로 내려온 석환 형이 그날의 비하인드를 말해주었다.

우리 막내가 눈을 빛냈다.

“그래서 이겼어여?”

“아니, 지호야. 이건 이기고 지는 게 중요한 문제가 아니라서…….”

“그래도 이겨도 빙구, 져도 빙구라면 이긴 빙구가 제일 좋잖아여.”

우리가 ‘이긴 빙구’ 하며 고개를 끄덕이며 분위기를 부드럽게 풀자, 상대가 웃었다.

“여하튼 HBS랑 대판 싸웠어. 이사님도 그렇고, 대표님이 그렇게 화내시는 거 처음 봤다.”

“대표님이 화를……?”

“얼굴이 엄청 붉어지시고… 말도 못 걸만큼 무섭더라.”

DNS의 임 사장님 관련한 일만 아니면 이성을 안 잃는 우리 대표님이 화를 내다니.

그렇게 화를 내셨다는 게 상상이 안 갔다.

“HBS 드라마국이야 전혀 별개 문제라서, 배우들 관련해선 문제가 없지만…….”

“예능이 문제구나.”

“내년도부터 HBS 쪽 음방에 못 나간다고 보면 될 거 같아. 거의 출연정지 수순이라.”

“아아.”

“자존심이 엄청 상한 모양이더라고.”

HBS 측의 갑질 논란은 지금도 시끌시끌했다.

방송할 때는 다이너마이트에 불이 붙은 정도라면 지금은 쿠쾅쾅 느낌이라고 할까.

일반 대중이 관심을 가진 덕이기도 했지만…….

-[단독] HBS ‘가요대상 갑질 논란’ 해명, “연차순에 따른 차등 배분일 뿐. 오해 No”

HBS 측에서 가장 거대한 장작을 넣어준 덕이었다.

이 정도 이슈가 될 일이 아니었는데, 기름 붓는 솜씨에 나도 모르게 박수가 나왔다.

‘뉴블랙? 걔네 작년 데뷔라서 연차 낮음. 스트릿 보이즈랑 분량 비슷함’ 하며 해명했던 게 악영향을 받은 듯했다.

올해 데뷔했던 SNH 엔터의 에노티가 5분을 받았던 것도 있고.

같은 해 데뷔했던 MOP의 걸그룹 세레니티만 해도, 6분 30초에 달하는 분량을 받은 게 바로 들통 났으니까.

석환 형이 말했다.

“화해…라고 할 것도 없고. 그쪽에서 우리 보고 거의 숙이고 들어오라는 모양새라 어쩔 수 없이 틀어졌지.”

“거기서 뭐라고 했는데?”

“이미지 쇄신 차원에서 자기네 연말 프로그램에 불러주겠다고.”

“어이구…….”

헛웃음이 나왔다.

중현이까지 뚱한 표정을 지으며 눈을 가늘게 뜰 만큼 어처구니없는 제안에 동생들도 고개를 저었다.

“뭐, 그럼 어쩔 수 없네.”

스칼렛이나 윤찬혁 선배 같은 소속사 가수들이 마음에 걸린다는 점을 제외하면 이미 예상했던 결과였다.

우리가 납득하고 있을 때, 석환 형이 말했다.

“그래서 기왕 이렇게 된 거, PBS나 TBC 측과 진행할 프로젝트들을 많이 해 보려고.”

“오오오.”

“거기 아니어도 요즘 너희 찾는 곳이 한둘이 아니니까. 저번에 TBC 연예대상 때 신무록 PD님 만났지?”

“응.”

되게 시무룩했던 30대 남자의 얼굴이 떠올랐다.

주세한과 함께 시청률 투탑으로 꼽히는 프로그램이자, PBS의 간판 예능인 ‘미스터 프로듀서’의 메인 PD.

“그쪽에서 내년에 우리랑 프로젝트를 하나 진행해 보고 싶다고 해서, 지금 적극적으로 추진해 보는 중이야.”

“오오오.”

우리가 설레는 얼굴로 서로를 바라보았다.

“저번에 세종과학기지 갔던 거 재미있어 보였는데. 우리도 그런 거 가고 그럴까요?”

“그건 넣어두고. 리혁이.”

“그 산에 사는 사람들 찾아가는 프로젝트 재미있지 않았어요? 같이 도롱뇽이랑 뱀 잡고.”

“자. 중현이도 리혁이 손 잡고 나가자.”

중현이와 리혁이의 손을 잡아서 이어 주려고 하니, 양쪽이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사과 과수원 가고 싶다아…….”

“연기 특집, 이런 건 연기 특집으로 가야 되는 거예여.”

저마다 행복한 얼굴로 자기 취향만 늘어놓는 모습에 내가 픽 웃었다.

“할 거면 작곡 특…….”

내 입이 턱 막혔다.

“형들! 어서 저 요사스러운 입을 막아여!”

“죽어라! 이 작곡 요괴!”

날 쿡쿡 찌르는 리혁이의 격한 반응에 비주가 빵 터져서 웃음을 터뜨릴 때.

치이이익.

때 아닌 고기 굽는 소리에 우리가 입을 다물고 고개를 홱 돌렸다. 침이 스멀스멀 고였다.

상대의 폰에서 소고기 굽는 영상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

우리 실장님이 산뜻한 미소를 지었다.

“효과 좋네.”

“…….”

“원석이가 제안한 방법인데 먹힐 줄은 몰랐네. 역시 너희 집중시키는 데는 이게 최고구나.”

우리가 머쓱한 얼굴로 이야기를 듣자, 상대가 말을 이었다.

“프로젝트에 대해서는 조금 더 확정되면 말해 줄게. 워낙 보안에 민감한 프로라 유출되면 문제가 될 수도 있고.”

“그렇긴 하네.”

“일단 음악 관련이긴 해.”

“오오…….”

우리가 상상의 나래를 펼칠 때, 서류철을 정리하고 일어난 상대가 우리에게 ‘아’ 하며 말했다.

“참, 지호는 시간 될 때 매니지먼트 팀 사무실로 올라와 봐. 상의할 게 좀 있으니까.”

“네에에!”

“…지금은 말고.”

‘연기인가?’하며 당장이라도 올라갈 기세로 눈을 희번덕대는 막내를 보며 웃을 때였다.

석환 형이 웃으며 인사했다.

“31일까지 얼굴 못 볼 거 같으니까 미리 인사하자. 새해 복 많이 받아.”

“실장님두여!”

“그리고… 어? 뭐야?”

우리가 선물을 내밀자 얼떨떨해 하는 상대였다.

“우리도 내년까지 못 볼 거 같아서 미리 준비했어.”

“고마워.”

“지호 기준으로도 비싼 거 샀어.”

“아이구, 뭐 하러 이런 걸 샀어.”

타박하면서도 입 꼬리가 행복하게 꿈틀대는 석환 형이었다.

안에 리혁이 손편지까지 동봉되어 있다는 말에 상대가 웃음을 터뜨렸다.

“한 번 꺼내 봐.”

매니저가 조심스럽게 포장을 뜯고는 안에 든 시계를 보며 눈을 휘둥그레 떴다.

“야, 이거…….”

“돈도 엄청 벌었는데, 좋은 거 사 줘야지.”

내가 시계를 꺼내서 상대의 손목에 살포시 채워 주었다. 그러곤 여전히 놀란 눈으로 바라보는 상대에게 말했다.

“올해 정말 고생했어. 형.”

“…….”

“내년도 그렇고, 앞으로도 잘 부탁할게. 그런 의미에서…….”

내가 적당한 단어를 고르려고 할 때, 중현이가 흐뭇한 얼굴로 끼어들었다.

“저희가 준비한 족쇄예요.”

“중현아.”

비주가 옆구리를 쿡 찌르자, 중현이가 단어를 고쳤다.

“선물이에요, 실장님.”

다 같이 화기애애한 웃음을 터뜨리는 가운데, 내가 훈훈한 미소와 함께 말했다.

“반은 진담이야.”

상대가 웃음을 뚝 멈췄다.

동공이 흔들리는 상대에게 우리가 속삭였다.

“종신계약.”

“…….”

“종신계약. 종신계약.”

80대에 우리 디너쇼를 열 때까지 매니저 해 달라는 말에 상대의 얼굴이 희게 질려 갔다.

*   *   *

12월 30일.

이제 이틀이면 2016년 새해가 다가오는 가운데, 수플레 빵의 생산라인이 증설된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그리고 이미지 하락을 우려한 HBS 측이 무승부로 하지 않겠냐고 제안했다는 흐뭇한 소식이 들려올 때.

-와아아아아아아!

우리는 PBS 가요제전에 참석해 있었다.

오프닝 무대.

리프트를 탄 가수가 하나씩 등장할 때마다 환호가 쏟아지는 가운데, 우리가 리프트 위에 올랐다.

[뉴블랙!]

거대한 전광판에 우리 로고가 흘러나오면서 커다란 함성이 날아들었다.

카메라들이 비추는 가운데 우리가 돌출무대 중앙으로 걸어 나가며 마이크를 들었다.

음을 깔아주는 동안, 우리 메인보컬이 노래를 부르면서 더욱 환호가 커져갔다.

-와아아아악!

오프닝에서 각 그룹의 메인 보컬이 유명 곡을 한 소절씩 부르며 등장하는 장면이었다.

우리에게 포커스가 맞춰지는 동안 전광판에 어느 가족의 모습이 떠올랐다.

방금 전 VCR을 통해 다시 한 번 나왔던 티켓 전달의 주인공.

파워w수플레 가족이 달봉이와 야광봉을 흔드는 모습에 우리가 그쪽으로 환히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네! 2015 PBS 가요제전에 오신 여러분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주세한의 멤버이자 유명 MC인 오형석이 사회를 맡은 가운데, 걸스온탑의 주하나와 틴스피릿의 휘연이 남녀 MC를 맡았다.

등장한 MC들에게 스포트라이트가 가는 동안 노래를 마친 가수들이 백스테이지로 내려갔다.

“우와아…….”

내려가면서도 연신 주변을 둘러보았다.

아까 리허설을 할 때도 느끼긴 했지만, 관객들이 들어차니 더 크게 보인다고 할까.

대기실에 돌아온 후에도 비주가 TV 속 고척 돔을 보며 눈을 크게 떴다.

“우와. 진짜 커요.”

“그니까여. 확실히 야구하는 데라서 크긴 한가 봐여.”

지난달에 개장했다는 고척 돔 구장이 오늘의 무대 장소였다.

관객들이 2만 명 정도 왔다고 하던데 그만큼 커 보이긴 했다.

공연장 구조 때문인지 음향이 좀 안 좋게 들리기는 했지만, 관객 수에서 나오는 열기가 있다고 할까.

틴스피릿이 다음 달 초에 여기서 단독 콘서트를 연다고 하던데.

“우리도 이런 데서 콘서트하면 진짜 좋겠다.”

비주의 말에 모두들 동의했다.

핸드볼 경기장에서도 단독 콘서트를 하면서 느꼈지만, 콘서트장이 크면 클수록 신이 나긴 했다.

그렇게 오프닝 무대를 끝내고 잠시 휴식을 취할 때.

덜컹!

문이 확 열리고 FD가 외치며 지나갔다.

“리혁 씨! 준비해 주세요!”

“네!”

“비주 씨랑 우주 씨도, 의상 입고 스탠바이 해 주세요!”

“예!”

이틀 전과는 다르게 오늘은 진짜 바빴다.

다른 그룹의 멤버들과 유닛처럼 진행하는 합동 무대도 있고, 명곡단 가수들과 함께 하는 듀엣도 있고.

큐시트를 보다 보면 우리한테서 뽕을 뽑겠다는 의지가 보인다고 할까.

“느아아아…….”

그중에서 가장 힘든 것은 1부 동안 여기저기 렌탈처럼 대여 당하는 우리 메인 보컬이었다.

PBS의 경우 올해 히트한 명곡단에 관한 무대가 많았다.

무대 하나 끝날 때마다 방전되는 저질 체력에 우리가 강강수월래처럼 돌며 에너지를 충전시켜 주었다.

“자! 할 수 있다! 느아아아!”

“느아아아.”

“다시 한 번. 느아아아!”

“느아아아아……!”

“팬카페 댓글 읽어 줄게여. 우리 메인보컬 노래 실력 실화냐. 덕분에 내 어깨 으쓱으쓱하다 히말라야까지 갔다. 콧대도 높아져서 코를 드니까 코에 인공위성이 걸리더라.”

“……!”

마지막이 가장 성공적이었던지 충전이 완료된 얼굴로 ‘다녀올게요’ 하며 나가는 리혁이었다.

우리와 스탭들이 미소를 지을 때, 막내가 ‘아’ 하며 핸드폰을 충전기에 꽂았다.

“배터리가 없어서 꺼져 있었어여.”

“그럼 뭐 보고 읽은 거야?”

“지어냈어여.”

천연덕스럽게 말하는 지호의 모습에 모두들 웃음을 터뜨렸다.

*   *   *

고척돔 현장.

-와아아아아아아!

발라드 가수 차우현과 함께 무대 위로 나타난 리혁의 모습에 환호가 터져 나왔다.

높은 음역대를 오가는 쩌렁쩌렁한 후렴구.

차우현과 함께 듀엣을 하면서도 전혀 부족하지 않을 만큼 큰 성량과 보컬 실력이 돋보였다.

안방 TV로 보던 가족들이 노래를 감상하며 고개를 까딱까딱했다.

“어이구, 잘하네.”

“쟤는 몸이 저렇게 얄쌍한데 힘이 넘치네. 넘쳐.”

“원래 저렇게 성냥개비처럼 가느다란 애들이 힘 좋은 거 몰라?”

물론 속으로는 ‘느아아, 느아, 느앗!’ 하며 죽을 맛으로 부르고 있지만, 겉보기로는 여유로운 표정.

이윽고 노래가 절정에 달했을 때, 그가 손짓을 하자 무대 바닥의 LED 조명이 변했다.

빛으로 만든 카펫이 주르륵 깔리듯, 파란 빛이 그들이 있던 돌출 무대까지 쭈욱 바닥을 뒤덮는 모습에 시청자들이 감탄할 때.

“하하하!”

여의도 본사로부터 전해들은 시청률에 한 남자의 입이 귀에 걸렸다.

PBS 가요제전의 연출을 맡은 책임자이자 도전, 명곡발굴단의 메인 피디 백성현이었다.

‘시청률 달달하네.’

며칠 전 HBS의 가요대상을 훌쩍 제친 시청률에 함박웃음을 짓는 피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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