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350)화 (350/1,031)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350화

화려한 불꽃놀이가 하늘을 수놓는 동안.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새해 복~!”

무대를 내려가는 가수들끼리 웃으며 새해 인사를 했다.

감정기복이 적은 중현이도 두 눈에 설렘이 가득한 걸 보니 확실히 새해는 새해다 싶었다.

“우리는 고기 먹으러 간다~!”

“고기!”

쩌렁쩌렁한 목소리에 고개를 돌리니 스칼렛 멤버들이 고기를 연호하며 하늘에 주먹질을 하고 있었다.

풍성한 털코트 때문인지 신난 홍학들 같다.

찹쌀떡이 봉글봉글하는 것처럼 뺨을 씰룩대는 데이지에게 지호가 해맑은 미소를 지었다.

“고기 먹으러 가는 플라밍고 같아여, 누나.”

“……야! 어, 리혁이 땡큐.”

막내의 등짝을 대신 때려 준 리혁이가 고개를 까딱했다.

다들 깔깔 웃는 가운데, 리더인 아라가 우리에게 하이파이브를 하고는 환하게 웃었다.

“무대 잘하고! 다들 새해 복 많이 받아!”

“누나도 새해 고기 맛있게 먹어요.”

내 말에 아라가 키득거리는 가운데, 연봄이 손가락을 들고 외쳤다.

“아쎄 고!”

“기!”

우리가 손을 들고 화답해주는 동안, 메인댄서 리나가 조곤조곤한 목소리로 모두에게 질문을 던졌다.

“고기?”

“최고!”

“마블링?”

“좋아좋아!”

“가자. 고깃집.”

마지막 말에 환호하며 떠나는 스칼렛 멤버들이었다.

자기들끼리 화음을 맞추며 ‘마블링 좋아좋아’ 하는 이들에게 우리는 손을 흔들어 주었다.

그리고 갑작스럽게 느껴지는 정적.

수업 이동하는 시간에 준비물을 두고 와서 다시 교실로 돌아왔을 때 느끼는 정적이라고 할까.

“…….”

리혁이가 어으으 하며 고개를 흔들었다.

“진짜 정신 없지 않아요?”

“저 누나들이랑 있으면 제가 좀 얌전해지는 느낌이에여. 저 화음 맞춰서 고기송 부르는 거 봐여.”

“근데 우리도 저러고 놀지 않나.”

중현이의 말에 우리가 머리를 흔들었다.

“에이. 우리가 저 정도는 아니지.”

“어흠!”

“솔직히 스칼렛에 비하면 우리는 차분함의…….”

“어흐흠!”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말을 해요. 형들.”

곁에서 불편한 헛기침을 흘리는 매니저 형들이었다.

우리가 눈을 가늘게 뜨고 바라보자 민기 형이 뭐라고 크게 한 마디 할 것처럼 눈을 크게 뜨더니.

“네가 얘기해라. 원석아.”

후배에게 짬을 때리셨다.

원석이 형이 뺨을 긁적이며 허공을 보았다.

“더 차분하기보다는 그냥… 비슷해.”

“들었지?”

“진짜 비겁하네요. 민기 형.”

민기 형이 뻔뻔하게 웃는 동안, 고기 요정들의 여파에서 벗어난 우리는 몸을 슬슬 풀고 있었다.

일산에서 사전 녹화를 한 다른 그룹의 무대가 흘러나오는 동안.

이곳 상암의 야외 특설무대에서는 MC가 새해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는 중이었다.

“후우…….”

추위로 인해 얼어붙었던 몸을 스트레칭을 하며 풀어주었다.

다리를 학처럼 쭉쭉 뻗던 비주가 입김을 길게 내뿜으며 손을 휘적휘적거렸다.

“뭐해?”

“아.”

비주가 웃으며 말했다.

“입김이 너무 많이 나와서 신경 쓰여서요.”

“많아 봐야 얼마나… 아.”

“저 얼굴이 잠깐 가려지는 수준이에요. 형.”

리혁이만큼은 아니더라도 다들 기본 폐활량이 장난 아니라는 사실을 지금 깨달았다.

작년에는 이 정도가 아니었던 것 같은데.

명곡단 경연을 하면서 안 밀리려고 하도 보컬 연습을 하다 보니 엄청 좋아진 듯했다.

“어차피 조명 때문에 상관없을 거 같긴 한데. 안무할 때 이걸 이용해 보면 어떨까 싶어서 잠깐 연구하는 중이었어요.”

“…….”

우리 메인댄서가 설레는 표정으로 가사를 흥얼거렸다.

“나인에서 요 파트 부를 때 입김이 희요오오 하고 나오잖아요. 그 상태에서 이렇게 손짓 방향을 바꾸면!”

휘이이잉.

갑작스런 돌풍에 입김이 흩어졌다.

“어어어어! 안 돼요!”

울상이 된 얼굴로 하늘을 쳐다보는데 누구한테 안 된다고 하는 건지 모르겠다.

시베리아 고기압에게 항의하는 건가.

몇 번 정도 다시 시도하다가 시무룩해진 우리 애의 어깨를 두드렸다.

“포기해.”

“몇 번 정도 더 해 볼래요.”

고집스럽게 손짓을 연습하는 녀석에게 중현이가 말했다.

“입김이 신경 쓰이면 숨을 안 쉬면 되지 않나.”

“아아!”

“네 파트할 때 숨 안 쉬면 되잖아.”

“어? 그러네! 너 웬일로 말 잘했어?”

막내도 ‘뭔데여? 우리 숨 안 쉬어여?’ 하며 놀란 얼굴로 끼어들었다.

……저걸 어디서부터 바로잡아야 하나 고민을 하는 가운데, 리혁이가 옆에서 중얼중얼하는 게 보였다.

“넌 뭐하냐.”

“저러다 잘못 되면 법적으로 누구 과실일지 생각해 보고 있었어요. 헛소리를 한 사람이 잘못인가, 그걸 믿은 사람이 잘못인가.”

“어려운 질문이네.”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이었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옥신각신하는 동생들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새해부터 그룹 참 잘 돌아가는구만.”

“꼬리 자르기 하지 마요. 당신이 여기 두목이야.”

“졸개는 졸개답게 입 다물거라.”

“…….”

“아이고. 그룹 관리 참 어렵네.”

다른 건 몰라도 2016년 새해가 됐어도 우리 애들이 달라지는 모습 따위는 없다는 건 확실했다.

그나저나 입김 진짜 심하게 나오긴 하네.

리혁이까지 끼어들어 숨을 쉬네, 마네 이야기를 하고 있는 동안 밤하늘을 향해 숨을 내쉬어 보았다.

“후우-”

희뿌연 연기가 강하게 뿜어져 나간다.

비주가 했던 대로 손동작을 슥슥 바꾸어 가면서, 바람의 방향을 의식하며 해 보았다.

“되네.”

춤이야 비주가 나보다 더 나았지만, 확실히 동작을 수정하는 면에선 내가 더 잘 되는 듯했다.

몇 번 정도 연습을 해볼 때.

-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렸던 무대죠!

-와아아아!

스탠바이 지시가 떨어진 가운데, MC가 무대에서 흥을 돋는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이제는 작년이죠? 2015년 내내 히트곡으로 대중들을 사로잡았던 5인조 보이그룹인데요. 다들 누군지 아시겠죠?

-네에에에!

-2016년 새해의 포문을 열어줄, 그 화려한 무대! 지금 바로 모셔 보겠습니다!

2015년이 이제 작년이구나.

여전히 반쯤 정도만 실감 되는 새해에 웃으며 무대 위로 올라갈 준비를 했다.

-뉴블랙!

우리가 무대 위로 올라왔다.

합판이나 트러스 등을 비롯해 무대 장치에 막혀 있던 환호가 온몸에 파도처럼 쫘악 밀려들었다.

“와아아아아아아!”

관객들이 환호하고, 지미집 카메라가 빠르게 움직였다.

상암동 야외무대를 중계하는 카메라의 불빛이 노란색에서 붉은색으로 변했을 때.

우리가 바람꽃의 대형을 맞추기 위해 모였다.

“와아아아아!”

이윽고 바람꽃의 전주가 울려 퍼졌다.

2016년의 첫 무대였다.

*   *   *

현장에서 구경하던 수플레들이 환호를 터뜨렸다.

‘나왔다!’

방금까지 온몸을 오들오들 떨게 만든 추위가 싹 날아갔다.

열정적으로 흔들리는 달봉이의 물결에 무대 위에 선 멤버들이 설핏 입가를 꿈틀대는 게 보였다.

“와아아아아아!”

부드러운 전주와 함께 시작된 바람꽃.

주변에 있는 다른 아이돌 팬들도 콧노래처럼 흥얼대는 가운데, 수플레들이 응원법을 넣어 외쳤다.

손끝을 스윽 움직이는 게 눈에 들어올 만큼 선명한 안무.

선이 고운 춤선에 시선을 빼앗길 때마다 귓가에 중독성 있는 멜로디가 날아들었다.

‘우와아…….’

그러는 동안 수플레들은 물론이고, 다른 아이돌 팬들까지 특이한 현상을 느끼고 있었다.

‘자꾸 시선이 가네.’

무대 잘하기로 유명한 그룹 중에서도 유독 한 멤버가 오늘따라 더 눈에 띄고 있었다.

리더인 우주였다.

바람꽃에 이어서 Nine의 격한 안무를 추는 리드보컬이 자꾸만 눈에 밟혀왔다.

‘홀리는 것 같다. 진짜.’

정확히 어떤 차이인지는 알기 어려웠다.

오뚝한 코와 입술에서 부드럽게 뿜어져 나오는 저 허연 입김과 상관이 있는 거 아닐까 싶긴 한데.

마치 주변 환경까지 같이 너풀너풀 춤을 추는 듯한 인상이었다.

다른 멤버들이 독무를 추며 잠시 사이드로 빠질 때도 잠깐 시선이 따라 움직였다.

‘뭐지?’

가장자리에서 한쪽 무릎을 굽힌 채, 쪼그려 앉아 머리를 쓸어 넘기는 동작 하나하나 눈에 들어왔다.

수플레들이 환호하며 좋아하는 동안, 다른 아이돌 팬들이 ‘뭐지?’ 하며 긴가민가할 때.

뉴블랙의 멤버들이 댄스 브레이크를 선보였다.

TV로 보던 수플레들이 갑작스러운 항공샷에 몸을 벌떡 일으키며 ‘이런 ㅆ…’ 하며 거센소리를 낼 때.

지미집 카메라가 하느님 시점으로 내려다보며 무대를 찍는 동안 현장에선 환호가 터져 나왔다.

“와아아아아아!”

조명과 섞인 입김이 마치 색채를 지닌 연기처럼 보이는 현상은 계속해서 이어졌다.

그렇게 Nine의 무대가 끝났을 때.

“와아아아아!”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여!

뉴블랙의 막내가 환히 웃으며 새해 인사를 했다.

그 동안 옷깃을 털며 땀을 식히던 다른 멤버들도 객석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우주가 손가락 브이를 눈가에 가져다 대며 장난스럽게 웃었다.

‘…착각이었나.’

어쩌면 수려한 이목구비 덕에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때.

빌보드 차트에서 여전한 인기를 자랑하는 ‘Thousand Dreams’의 전주가 흘러나왔다.

리더가 마이크를 잡고 웃었다.

-천 개의 꿈, 만 개의 꿈을 넘어 이번 새해에는 모쪼록 모든 분들의 꿈이 이루어지셨으면 좋겠습니다.

“와아아아아아!”

-그럼 불러 볼까요?

떼창처럼 노래를 부르던 수플레들이 점잖게 영어 가사를 입 안에서 뭉개며 노래를 불렀다.

이윽고 마지막 무대까지 끝나며 중계화면이 일산으로 넘어간 후.

-해피 뉴 이어.

묵직한 인상의 래퍼가 무심하게 손 키스를 하고는 다른 길로 향하는 메인댄서의 뒷덜미를 잡고 내려갔다.

리더와 막내도 손키스를 하곤 ‘들숨에 재력’, ‘날숨에 건강’을 합창하며 내려간 후.

마지막에 남아 우물쭈물하다가 어색하게 기도하듯 손 키스를 한 리혁이 부리나케 도망쳤다.

‘좋았다…….’

TV로는 못 보는 귀중한 순간들을 본 수플레들이 만족감을 드러냈다.

TBC 연말가요제가 막을 내린 후, 귀가하는 팬들의 손가락이 꼼지락거렸다.

-현장에서 보고 왔는데 오늘 무대 미쳤어 진짜ㅠㅠㅠㅠㅠㅠㅠ

-새해부터 행복사할 뻔

-지호랑 눈 마주쳤는데 진짜 또롱또롱해서 미치는줄ㅠㅠ

-오늘 우주 ㄹㅇ 착장부터 다 미쳤어.. 나 진짜 쳐돌아

-어제도 완벽했는데 오늘은 더 완벽했다고 말할 수 있다고 한다

-입김이 막 같이 춤ㅇ르 춰 진ㅉ루 진짜 앗ㅂ 손이렁ㄹ네

-번역 : 아. 시발. 손이 얼었네.

이윽고 현장에 있던 다른 아이돌 팬도 비슷한 후기를 올릴 때.

-뭐지 다들 대체 뭘 본건데ㅠㅠㅠ

-(너희가 본 것을 내게도 보여줘라 짤.jpg)

-ㅋㅋㅋㅋㅋㅋ진짜 다들 어떤 파트 미쳤다 하는데 우린 얘기할 게 없다

-그때마다 항공샷 나옴

-난 우리 부모님 TV 보다가 순간적으로 역정낸거 간만이라 개웃겼음ㅋㅋㅋㅋㅋ

-이건 직캠을 봐야 알겄다

현장에서 찍은 사진이나 직캠을 봐야겠다는 반응들이 나올 때.

이윽고 홈마들의 프리뷰나 직캠이 올라오면서, 아이돌 커뮤니티의 베스트 게시글에 누군가의 모습이 진출했다.

[어제 TBC 연말무대서 레전드 찍은 늅 우주]

파란색 조명에 주변에 퍼져나간 입김이 마치 얼굴 주변을 아우라처럼 감싸고 있는 사진이었다.

턱끝을 든 채 뺨에 손을 올린 뉴블랙 우주의 사진 등에 호평이 나올 때.

가장 반응이 좋은 것은 직캠이었다.

-진짜 입김에 바람 방향까지 신의 한수.. 이름도 어떻게 우주야

-바람 : 잘했지?

-뉴블랙은 볼 때마다 멤버 합이 대박인듯. 진짜 딱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뉴블랙이야

-규호의 보배들

-직캠 시작하자마자 극락 다녀왔는데 염라대왕님이 끝까지 보고 오라고 해서 댓글 쓰러옴

-내가 본 남돌 직캠 중에 진짜 레전드

-우주가 이거 봤으면 좋겠다ㅋㅋㅋ 

마지막 댓글대로 뉴블랙 멤버가 해당 직캠을 보면서 만족스런 미소를 짓고 있긴 했다.

“우와아…….”

손가락을 톡톡 찍어 가며 환하게 웃는 메인댄서였다.

‘우와.’

남들은 다 바람이 잘 불었네, 하고 있지만 그는 미세하게 바뀐 손동작들을 눈치 채고 있었다.

일부러 계산한 춤이 아니라 그때그때 자연스럽게 나오는 변주.

안무를 완벽하게 이해하고 몸에 익혀야 가능한 동작들에 비주가 감탄사를 내뱉었다.

‘원래도 잘하는 건 알고 있었는데, 우주 형은 언제 이렇게 더 늘었지?’

은근히 타오르는 경쟁심과 함께 연습량을 지금보다 더 늘려야겠다고 결심하는 메인댄서였다.

“하지만 일단은…….”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저장.”

우주의 직캠과 함께 멤버들에 대한 칭찬 댓글을 캡처하며 행복하게 웃는 비주였다.

*   *   *

드디어 찾아온 2016년 새해.

병신년 새해 첫 커플들이라며 유명 배우나 가수들의 열애설 보도가 연예면을 장식하고 있었다.

아직 연말의 설레는 기운이 남아있는 시기.

-방송 3사 연말가요제 성적표, PBS, TBC “HBS, 보고 있나?”

-PBS에 이어 TBC도 재작년에 비해 시청률 청신호

-무리수, 갑질로 논란 빚은 HBS, 결국 ‘최저 시청률’로 마무리했다

어제 TBC 연말가요제까지 시청률이 평소보다 더 잘 나온 덕분인지, HBS의 뼈를 살살 때리는 기사들이 많았다.

모르긴 몰라도 굉장히 열 받아 하는 중이지 않을까 싶었다.

그리고 HBS의 시청률과 자신들의 시청률을 비교해 분석하던 PBS와 TBC도 나름의 판단이 선 듯했다.

사태를 구경하고 있던 다른 케이블 방송국이나 광고주들도 그렇고.

‘뉴블랙이 나오면 일반 대중을 끌어올 수 있다.’

…그런고로 돈이 된다고 판단한 모양이었다.

그간의 다른 탑 그룹들이 매니아들의 고급 스테이크라면, 우리는 돈까스나 제육덮밥처럼 손님을 끌어모으는 효자 메뉴라고 여겨지는 듯하다고 할까.

연말무대를 거치면서 우리의 위치가 확고하게 굳어져 있었다.

그런 포지션을 반영했는지 지금까지 밍기적거리던 여러 대기업도 적극적으로 광고 의사를 타진해 왔다.

새해가 시작되자마자 우리 실장님으로부터 좋은 소식을 들었다.

“너희 면세점 광고 확정됐어. 곧 촬영 들어갈 거야.”

“우와아!”

“한국 인기는 차치하더라도 중국이나 일본에서도 너희 인지도가 꽤 있다고 하더라고. 굳이 비교하면 일본 쪽이 더 크긴 하지만…….”

쇼케이스나 TV 출연을 빼면 크게 활동한 적 없는 나라들에서도 인지도가 있다 하니 신기했다.

“기본적으로 K팝 쪽은 한국 인기가 높으면 해외 인기도 비례해서 높은 편이기도 하고.”

“그런데 왜 일본에서 더 인기 있어? 우리가 좀 더 일본 분들 취향인가?”

“그게 아니고 중국은 미튜브 접속이 안 돼.”

“아.”

아주 간단하면서도 납득 가능한 이유였다.

고개를 끄덕이는 가운데 막내를 비롯해 다 같이 뺨에 손을 올리며 좋아했다.

“좋네. 면세점 광고.”

트렌디한 스타들이 찍는다는 통신사 광고도 찍긴 했지만, 아직까지 면세점 광고는 없었다.

외국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하기에 톱스타들만 찍는 광고.

우리에게 제안을 보낸 광고주가 2010년대 들어 TNT 다음으로 섭외한 아이돌이 뉴블랙이란 사실에 기분이 좋았다.

“다른 광고들도 검토하고 알려 줄게.”

“넵.”

“올해부터는 스케줄이 여유로울 거야. 가장 바쁠 시기가 지났으니까.”

“와아아!”

뜨고 있던 시기에 소화했던 미친 스케줄이 끝나고, 이제는 그래도 숨은 돌릴 만한 스케줄이 된다는 소식이었다.

새벽 3시에 숙소 왔다가 5시에 다시 나가고.

진짜 이러다 죽겠다 싶었던 스케줄이 이제 끝났다는 소식에 안도감이 온몸에 퍼지는 것 같다.

“와. 살았다.”

동생들과 손뼉을 서로 마주치며 좋아했다.

“진짜 고생 많았어.”

석환 형의 말에 우리가 화답할 때.

“참, 이번에 너희 스페셜 앨범 말야. 컴백 쇼케이스를 다음 주 월요일에 라이브 방송으로 진행하려고 했잖아.”

“그랬지.”

“일정이 좀 바뀌었어. 더 좋은 제안이 들어와서.”

“……?”

“K-Net에서 우리 컴백쇼 중계를 하고 싶대.”

뜬금없는 소식에 우리가 눈을 깜빡거렸다.

*   *   *

K-Net.

모 기업이 대기업인 케이블 방송국으로 아이돌이 나오는 컨텐츠가 가장 많은 곳이다.

원래는 우리 회사랑 사이가 안 좋은 편인 적도 있었는데, 지금은 여러모로 괜찮아진 사이였다.

우리가 일본 합동콘서트에 출연하기도 했고, 여기 아이돌 예능에 나오기도 했고.

하지만 그걸 감안해도…….

“컴백 쇼케를 K-Net에서 할 줄은 몰랐는데.”

“저두여.”

컴백 쇼케이스를 생방송으로 해줄 만큼 친근한 사이는 아니었기에 살짝 얼떨떨하긴 했다.

곁에서 대화를 듣고 있던 프로듀서 하승주가 안경을 고쳐 썼다.

“거기가 돈 냄새는 귀신 같이 맡는 곳이라서, 너희를 데려오고 싶어서 안달이 났을 거야.”

“쇼케이스에 이어서 음악방송 무대도 엄청 꾸며준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그럴 만하지.”

그가 웃으며 장갑을 꼈다.

“너희 앨범에 다들 관심이 많으니까.”

“그런가요? 아, 부담 되는데.”

“그니까여. 완전 부담.”

말 그대로 정규나 미니가 아니라 겨울에 일시적으로 나오는 스페셜 앨범인데.

-뉴블랙, 11일 스페셜 앨범으로 컴백.. ‘K-Net’서 쇼케이스

-1월부터 돌아온 음원강자 뉴블랙, “스페셜 앨범엔 어떤 노래가?”

-컴백 D-7, 뉴블랙 스페셜 앨범 티저 공개부터 ‘폭발적’ 조회수

사람들의 관심이 엄청 많았다.

수플레 빵 때도 마찬가지지만, 팬들과 함께 소박하게 케이크 호호 하며 ‘우리 스페셜~’ 하고 싶었는데.

연말 시즌을 거치면서 팬들도 더 늘어난 데다 대중들까지 관심을 보이고 있었다.

“……어우. 심장 떨려.”

리혁이가 핸드폰을 보며 가슴에 손을 올렸다.

파도가 철썩이는 겨울 바다를 바라보며 걷는 우리 모습이 담긴 티저는 벌써부터 조회수가 엄청 높았다.

미튜브에선 영어로 된 댓글이 한국어를 압도하고 있는 수준이고.

“긴장 풀어. 리혁아.”

“후하. 후하.”

“기왕 이렇게 된 거 이제부턴 즐기자.”

“알았어요.”

큰 관심에 부담이 느껴지기도 했지만, 이제는 이런 부담감도 좀 즐겨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리혁이가 고개를 끄덕인 가운데.

프로듀서와 함께 목장갑을 끼는 동생들에게 시선을 돌렸다.

“준비 됐어?”

“준비 완료.”

“가자. 앨범 프로모션 하러.”

동생들과 함께 앨범 홍보 행사를 하기 위해 건물 밖으로 나섰다.

“와아아아아!”

미리 기다리고 있던 팬들과 함께 대중들의 함성도 함께 들려왔다.

기다리고 있던 취재진이 카메라를 찰칵찰칵 하는 가운데, 목장갑을 낀 막내가 손을 흔들었다.

“오래 기다리셨져?”

“네!”

“조금만 더 기다려 주세여!”

사람들의 기대감 섞인 눈빛을 받으며 고구마 굽는 곳과 즉석빵 굽는 기계 앞으로 향했다.

이제는 그냥 즐기기로 마음먹어서 그런지 기분이 유쾌했다.

스페셜 앨범 홍보 명목으로 진행하는 오늘의 행사.

“자자, 프로듀서님까지 화이팅!”

“화이팅!”

차디찬 겨울.

사람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 줄, 프로듀서와 가수가 함께 만드는 겨울 음식 행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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