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351)화 (351/1,031)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351화

수플레 빵을 만드는 회사 앞.

지금 이곳에서는 뉴블랙이 앨범 홍보 이벤트를 진행하는 중이었다.

“군고구마 사실 분!”

“군밤 드실 분 이리 컴. 이리 컴.”

“붕어빵 드세여! 슈크림과 단팥 고를 수 있어여!”

저마다 기계 앞에 선 멤버들이 모여 있는 사람들에게 유혹의 춤을 추고 있었다.

“어어…….”

비주가 추는 야릇한 춤에 따라 저도 모르게 군고구마로 이끌려 가던 사람들이 정신을 퍼뜩 차렸다.

‘유혹 당할 뻔했다.’

오늘 이벤트에서 먹을 수 있는 간식은 1인당 한 가지.

신중한 선택이 필요했다.

붕어빵, 호떡, 군고구마, 군밤 등이 뒤섞여 자기도 모르게 침이 고이는 냄새를 만들 때.

“자, 줄 서세요! 줄!”

앨범 프로모션 행사라는 것도 까맣게 잊고.

앞에 자신이 좋아하는 아이돌이 있다는 것도 잠시 잊은 채, 가장 끌리는 간식 줄로 서는 수플레들이었다.

그러는 동안 사람들의 대화 소리가 들려왔다.

“어머, 사람들 진짜 많다.”

“와. 줄 선 거 봐. 오늘 여기서 응모권 당첨되면 수플레 빵 구워서 바로 준다고 했지?”

“새벽부터 줄 선 사람들 있었다면서.”

인스타 등의 SNS에서 소식을 보고 왔는지 일반인들의 목소리가 가득했다.

숫자만 보면 팬들보다 더 많았다.

커플들이나 대학생 무리를 비롯해서 젊은 손님들이 많이 몰리는 TV에 나온 핫한 레스토랑 같은 분위기였다.

수플레들이 훈훈한 미소를 지으며 잡담을 떨었다.

“처음에는 쪼금 그랬는데 이것도 나쁘지 않네요. 여기 숨어 있으니까 일코하는 느낌도 들고.”

“맞아요.”

“굿즈가 공공재가 된 느낌? 그렇긴 한데 좋네요.”

여기 섞여 있으면 일반인처럼 코스프레할 수 있겠지, 하는 생각을 지녔지만 그건 허사였다.

‘저기, 일반인은 일코라는 말을 안 쓰는데…….’

‘우리 일코 성공!’하며 꺄르르 하는 다른 팬들을 보며 한 수플레가 눈을 깜빡일 때.

주변 일반인들이 속삭였다.

“와. 저 사람들 봐. 팬인가 봐.”

멤버들의 얼굴을 흘깃하며 양 뺨을 있는 대로 파르르 떨고 있는 모습이 누가 봐도 팬이었다.

보통 팬들이 ‘일반인이 있네…’ 하며 신기해야 하는데, 반대로 일반인들이 ‘오, 저 사람들 뉴블랙 팬이구나’ 하며 팬을 신기해하는 상황이 곳곳에서 펼쳐졌다.

한편, 일반인들도 수군거렸다.

“근데 진짜 잘생기긴 했다. 나 이번에 실물 처음 보는데.”

“그니까. 옷도 귀여워. 저기 김중현 봐. 그 나홀로 집에 나오는 그 사람 같아. 그.”

“케빈?”

“아니. 대머리 도둑.”

뉴블랙의 래퍼가 쓴 모자가 왠지 모르게 그 도둑을 연상시켰다.

“으헤취!”

빵모자에 케빈처럼 옷을 입은 막내가 재채기를 하며 콧물을 대롱대롱할 때.

“형, 저 재채기 흐했… 했… 어여.”

“어어, 지지! 그거 옷에 닦으면 안 돼!”

비주가 너무나 익숙한 손놀림으로 코트 주머니에서 티슈를 꺼냈다.

그 동안 막내에게 이거 한 번 해 보라며, 머리를 빙빙 돌리며 콧물을 빙빙 돌리는 시늉을 하던 중현의 모습.

“푸하하!”

리더의 명랑한 웃음소리를 시작으로 주변에서 보던 매니저들까지 다 웃음이 터졌다.

옆에서 한숨을 쉬던 메인보컬이 뭐라고 다다다 부리를 쪼았다.

“귀엽다. 참새 같아.”

“나 처음에 쟤 되게 무서운 애인 줄 알았잖아. 근데 보면 볼수록 저기서 제일 귀여운 거 같아.”

“저번에 단추가 쟤 맞지? 서리혁.”

하도 미튜브에서 보다 보니, 주세한의 멤버들처럼 이제는 입에 익은 이름들이었다.

TV 속 유명 예능 스타를 마주한 친근함이라고 할까.

‘와. 하승주를 일일 알바로 쓰는 패기 보소.’

뮤직카페 MC로 유명한 하승주가 일일 알바생으로 목장갑을 끼고 있는 모습이 전혀 위화감이 없었다.

게스트 하나가 출연한 느낌.

그런 까닭인지 줄이 줄어들어 뉴블랙 리더의 얼굴을 마주했을 때는 무의식적으로 ‘오랜만이에요’가 나올 뻔했다.

“안녕하세요!”

잠시 말문을 막히게 할 만큼 환한 미소에 멈칫할 때.

목장갑을 낀 손으로 막내와 함께 ‘환영합니다!’ 하며 손을 반짝반짝하는 리더였다.

“군밤을 택하셨군요.”

“아주 탁월한 선택이에여~ 먹을 줄 아시는 분~”

“자, 그럼 주문을 외워 주시겠어요?”

한 커플이 눈을 감고 구호를 외쳤다.

“군고구마, 군밤. 뉴블랙!”

무료 시식을 위한 이벤트 구호.

해당 커플이 부끄러워서 몸을 배배 꼬자 웃음소리들이 나왔다.

직원들의 도움을 받아 군밤을 봉투에 담던 우주가 미소를 지었다.

“잘하셨어요. 수치스러움은 잠깐이지만 맛은 오래 가는 법이잖아요.”

“…감사합니다. 앨범 대박 나세요!”

“군밤 먹고 오래오래 사랑하세여! 그리고, 어어! 도망치지 마시구 응모권 번호 입력해 주세여!”

응모를 마친 커플이 사람들의 시야 밖으로 빠져나온 후.

“푸핫!”

군밤이 담긴 종이봉투에 눈에 띄는 올드한 글씨로 ‘군밤, 그리고 뉴블랙’이라고 적혀 있었다.

다른 간식도 마찬가지였다.

기름진 호떡을 감싼 하드보드 종이에도 ‘호떡, 그리고 뉴블랙’이란 문구가 적혀 있었다.

공통적으로 써 있는 ‘스페셜 앨범 컴백 임박’이라는 글씨까지.

“찍었어? 올리자.”

유행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SNS에 ‘뉴블랙빵 이벤트!’ 하는 글이 올라오고 있었다.

원래도 음원강자로 유명했지만 이 정도면 이번 앨범은 궁금해서라도 한 번 들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뭐야. 여기서 뭐하는… 어? 뉴블랙이다.”

“야. 일단 서자. 서.”

근처를 지나가던 사람들까지 계속 추가되면서 회사 건물 주차장이 손님과 구경꾼으로 북적일 때.

뉴블랙과 함께 하는 프로모션 이벤트는 성공적으로 진행 중이었다.

“두 장이요?”

엄청 크게 구호를 외치면 응모권 두 장이라는 말에 남고생들이 허리를 뒤로 꺾으며 악을 썼다.

“군고구마아아아! 군바아암!”

“흐하핫!”

“뉴블래애애액!”

폰카를 머리 위로 들어 찍고 있던 사람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데시벨 측정기를 들고 있던 하승주와 함께 뉴블랙 멤버들도 박장대소를 하며 좋아했다.

“이건 기념사진을 찍어야겠어여. 이리 오세여.”

“우리 군밤소년들 이리 컴.”

부끄러워하는 고등학생들과 브이를 하며 셀카 사진을 찍는 뉴블랙 멤버들이었다.

이벤트가 종료된 후.

기자들이 현장의 열기를 담는 가운데, 100명을 뽑는 추첨 결과가 발표됐다.

“아아아!”

“와아아아!”

희비가 교차하는 소리에 떠들썩한 웃음이 감돌았다.

새해 초의 설렘 가득한 분위기.

여기저기서 시끌벅적한 이야기가 오가는 사이 수플레 빵을 만드는 기계가 도착했다.

‘대박 부럽다…….’

현재 시판되는 빵 중에서 가장 잘 팔리는 게 수플레 빵이었다.

유명 연예인들도 SNS에 후기를 올리고, 여러 베이커리에서 편법으로 비슷한 빵을 출시하고.

‘우리나라 사람들 너무 유행 쫓아간다’ 하며 비난의 목소리가 나올 만큼의 인기.

편의점 빵도 맛있다고 하는 판에 수제로 구운 것은 얼마나 맛있을지 상상도 안 갔다.

“와아. 냄새…….”

묘한 계피 향까지 더해져서 사람을 홀리는 향기.

현장에 있는 사람들에게 무료로 일반 수플레 빵을 증정하긴 했지만, 당첨되지 못한 이들은 슬퍼할 뿐이었다.

세상 행복한 얼굴로 갓 구운 수플레 빵을 맛보는 이들을 부러워할 뿐.

“표정 봐. 존나 맛있나 봐…….”

“저기요. 여기 직원 맞으시죠. 혹시 이거 이벤트 또 안 해요?”

“인간적으로 이건 또 해야지.”

추가 이벤트 문의까지 들어올 때.

매서운 추위 때문인지 얼굴에 홍조가 떠오른 멤버들이 두 손을 모은 채 꾸벅 인사했다.

“오늘 와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그리고.”

마이크를 들지 않았는데도 리더의 성량이 워낙 좋아 구석구석까지 목소리가 들려왔다.

“다들 보셨겠지만 저희가 1월 11일! 이번 겨울에 스페셜 앨범으로 컴백합니다!”

“와아아!”

“많은 사랑까지는 아니더라도, 적게나마라도 관심 부탁드릴게요.”

말을 마무리한 리더가 고개를 돌리자, 멤버들이 환히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자! 그럼 헤어지기 전에 한 번 더 해볼까요? 군고구마, 군밤?”

“뉴블래애액!”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뉴블랙이었습니다!”

박수 속에 뉴블랙이 떠나고, 따로 남은 기자들이 직원들에게 남은 거 좀 내놓으라고 닦달할 때.

수플레들을 비롯해 현장을 떠나는 사람들이 추위에 몸을 웅크리며 말했다.

“저기서 나오니까 확 춥네.”

“그러게. 뜨끈한 국물 땡긴다. 약간 얼큰한 거.”

“단 거 먹어서 그런지 짭조름한 게 당기네.”

자연스럽게 주변 음식점들이 복작거렸다.

아까까지 뭐가 이리 시끄럽냐며 불평하던 식당 주인들의 얼굴에 웃음꽃이 피어올랐다.

“이야, 오늘 손님이… 저거 빵인지 뭔지 또 안 한대? 아이고오! 손님! 어서 오세요!”

“자리! 잠시만요! 자리 만들겠습니다!”

뚱한 표정으로 바라보던 주변 상권이 ‘뉴블랙님 또 오십쇼’ 하며 미소를 지을 때.

유일하게 그런 모습을 불쾌하다는 듯 내려다보는 인물들이 있었다.

“아, 뭐야. 일부러 여기서 하는 거야. 쟤네? 누군 초상 났는데 잔치 벌이고 있네.”

“본사가 요 앞이잖아요.”

“……아으으, 속 쓰려.”

“트렌드 파악 차원에서 한 번 가볼 걸 그랬나 봐요. 지금 페북이나 인스타에서 저거 이벤트 한다고 엄청 핫해요.”

“아니, 무슨… 뭐 저런 아이돌이 다 있냐.”

유리창 밖으로 보이는 근처 풍경에 울화통이 치미는 HBS 예능국 직원들이었다.

그리고, 그런 직원들의 뒤로.

점심시간이 끝나고 돌아오는 드라마국 직원들의 손에 갓 구운 수플레 빵이 들려 있었다.

*   *   *

다가오는 뉴블랙의 앨범.

신곡이나 뮤직비디오에 대한 떡밥이 하나씩 풀리면서 아이돌 커뮤니티가 들썩이는 가운데.

-‘뉴블랙’이라 할 수 있는 이색 앨범 프로모션

-뉴블랙빵과 함께 한 스페셜 앨범 홍보 이벤트, ‘올 겨울은 뉴블랙’

-‘D-4’ 컴백 임박한 뉴블랙, Y앱 라이브로 팬들과 소통

겨울철 간식 이벤트와 더불어 독특한 프로모션 등에 대한 기사가 올라오고 있었다.

그러는 한편.

한류 팬이나 K팝 팬들이 모인 외국인들의 커뮤니티도 관심을 보이고 있었다.

@Redondo_24

(배우 이견우가 커피와 함께 수플레 빵을 먹으며 인증한 사진)

한국인 트위터 친구들. 견우님 손의 이것 무엇인지 알면 답해라. 맛있음으로 여겨진다.

배우 이견우, 곽시현과 같은 한류 스타의 SNS뿐만이 아니라.

장소원, 조애나 같은 가수들과 TNT 등이 올리는 SNS에 꼭 들어가 있는 수수께끼의 빵.

한국 팬들은 웃음을 터뜨릴 뿐이었다.

-쟤네 입장에선 진짜 궁금할 만하긴 하네ㅋㅋㅋㅋㅋㅋㅋ

-나 같아도 할리웃 애들이 파파라치샷마다 다 똑같은 빵 먹고 있음 궁금해서 미치긴 할듯

-ㅅㅂ 외국 트친한테 유래랑 유행한 거 줄ㅈ루이 설명했더니 안 믿음ㅋㅋㅋㅋ 써니 넌 거짓말쟁이다 ㅇㅈㄹ하고 있음

-근데 외국 애들 중에서 저건 real souffle가 아니라고 난리치는 애들도 있긴 하더라

-팬덤명이 귀여워서 다행이지.. 우리 콘크리트였어봐

-소울빵.. 왜 한국인들은 영혼빵을 먹습니까. 이랬겠네

-커튼빵,, 규호 나가있어

저마다 자기 팬덤에 빵을 대입하며 그런 외국인들의 반응을 즐길 때.

앨범 프로모션을 하면서 뉴블랙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다 보니 좋지 않은 일들도 벌어지고 있었다.

-이번 신곡 프리뷰 들어보니까 다 별로던데??

-ㄹㅇ 리더 걔 감떨어진 듯

-얘네 겨울송이라고 해서 기대 많이했는데 캐럴까지가 딱 끝인가봐

-왜 갑자기 아티스트 행세하려는지 모르겠음ㅋㅋㅋ 그래봐야 본질은 아이돌인데

-시기가 어떤 시기인데..ㅎ 팬덤 다져야될때 아티스트 병 걸렸네

-레몬 엔터 왜 저래..? 정말 보컬곡만으로 성공할 거라고 생각하는거임?

잠깐 미리 보기처럼 앨범 곡들을 들려주는 프리뷰가 공개된 후에 나온 악플들이었다.

-아니 원래 겨울철 공백기여야 할 건데.. 애들이 팬서비스 차원으로 스페셜 앨범 내는 거라 몇 번을 말하냐!!!!

-스페셜 앨범 내는 걸로 이렇게 욕하는 플로우 이해 못하겠네

-쟤네가 그거 모르고 욕하겠어..? 그냥 건수 잡은 거지

뉴블랙에 대한 호감도 때문에 수면 아래 있었던 안티들이 기세등등하게 나서는 중이었다.

주로 스페셜 앨범에 대한 공격이었다.

싱어송 라이터도 아닌 아이돌이 벌써부터 아티스트 병이 걸렸다는 비난부터 시작해서.

-근데 얘네 팬들 여태까지 주장대로면 담 이번에 앨범도 거의 뭐 초동 20만 찍어야 하는거 아니냐

-누가 피보나치 수열 아니냐고 했잖아ㅋㅋ 대강 8만 13만 21만 해서ㅋㅋㅋ

-7만 -> 12만이었으니까 지금 늅 급이면 20만은 되야겠네

-이번에 보면 알겠지ㅋㅋㅋㅋ

-기자들 벌써부터 음원 줄세우기하냐 줄세우기하냐 궁예하는데 그게 쉬울 줄 아나;

아직 발매조차 안 된 앨범이나 음원 성적에 대한 이야기까지.

정작 팬들은 아무 말이 없는데 자기들끼리 ‘뉴블랙의 목표 성적은 여기다. 여기 달성 못하면 망한 거다’ 하고 있었다.

이번에는 댄스 퍼포먼스도 없고.

아무래도 본편보다는 외전에 가까운 스페셜 앨범 특성상, 정규 앨범 라인보다는 성적이 떨어질 거라며 확신을 하기에 나오는 반응이었다.

“…….”

수플레들이 맹렬히 싸우고는 있지만.

100명이 1개의 글을 보고, 1명이 100개의 글을 쓰는 인터넷 특성상 안티들이 신이 나서 글을 무한정 쓰고 있었다.

‘아. 열 올라.’

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안티에 대한 짜증일 뿐.

앨범 노래를 들은 수플레들은 확신이 들고 있었다.

‘……이건 된다.’

팬 또한 엄연히 리스너이기에 노래를 들으면 느낌이 왔다.

바람꽃과 나인 때도 그랬다.

주변에서 북 치고 장구 치며 ‘어쨌든 망한다! 아무튼 망한다!’ 하며 꽹과리까지 울려댔지만.

노래를 듣는 순간 저도 모르게 마음속으로 손뼉을 마주치며 나오는 소리가 있었다.

‘이번에도 될 수밖에 없어.’

서로 의견을 나눈 것은 아니지만, 수플레들의 머릿속에 공통적인 생각이 퍼지고 있을 때.

D-Day.

마침내 K-Net에서 생중계하는 뉴블랙의 컴백 쇼케이스 날이 다가왔다.

*   *   *

상암동 K-Net 사옥.

리허설을 마친 우리는 주먹을 쥐었다 폈다가 하기를 반복했다.

“후아. 떨린다…….”

“그니까여. 저 엄청 떨려여. 와, 왜 이렇게 가슴이 쿠광쾅쾅하져?”

다 같이 옹기종기 모여 있어서 그런지 심장박동이 합쳐져서 증폭되는 거 같다.

“중현아. 우리 어깨에 팔 좀 둘러라.”

“네.”

최장신인 중현이가 우리 어깨에 팔을 둘렀다.

심장박동이 압도적으로 크고 느릿해서 그런지, 그걸 따라 가슴이 진정되는 기분이었다.

“저, 뉴블랙 분들. 죄송한데 지나갈게요….”

“아! 네!”

“감사합니다.”

스탭 한 분이 고개를 꾸벅하며 우리 사이를 지나갔다.

컴백 쇼케이스 생중계를 앞두고 현장은 지금 막판 세트 점검에 시끌시끌한 고성이 오갔다.

시리도록 파란 조명이 계속해서 천장에서 돌고. 겨울의 아늑한 카페 분위기의 세트가 눈에 들어왔다.

매니저 형들과 함께 서서 꼼꼼하게 현장에 문제가 없는지 체크할 때, 리혁이가 물었다.

“사백에서 오백 명 정도 온다고 했죠?”

“응, 그 정도 될 거야.”

“하긴 크기 때문에 더 오기는 힘들겠네요.”

2천여 명과 함께 했던 바람꽃 공연이나 5천여 명의 관객과 함께 했던 나인과 비교하면 다소 작은 크기.

하지만 이번에는 그걸 뛰어넘는 메리트가 있었다.

“생중계 된다고 하니까 조금 떨리네요.”

“나도 그래. 생방송이라고 생각하니까, 더 떨리는 거 같아.”

미튜브의 K넷 온라인 채널과 함께 TV로 송출되는 쇼케이스였다.

현장에 올 수 있는 팬들은 적어도, 지금까지와 다르게 안방에서도 쇼케이스를 볼 수 있는.

그리고 해외 팬들까지도 볼 수 있는 쇼케이스.

“얘들아. 메이크업 좀 수정하고 오자.”

“네.”

“곧 팬들 입장할 거라고 대기실로 가래.”

원석이 형의 말에 우리가 K넷 사옥 복도를 걸었다.

“그래도 이건 스페셜 앨범이라 덜 떨릴 줄 알았는데, 그건 아닌가 봐여.”

“맞아.”

비주가 어딘가 허탈한 미소를 지었다.

“나도 이제 22살 돼서 안 떨릴 줄 알았는데, 여전히 적응이 안 되는 거 같아.”

“22살은 왜?”

“형이 데뷔 해에 22살이었잖아요. 첫 앨범 나올 때도 되게 차분해 보였거든요.”

“22살 되면 그렇게 될 줄 알았어?”

“아니었던 거 같아요…….”

비주의 말에 우리가 웃음을 터뜨렸다.

지호가 오오 하며 말했다.

“근데 희한하네여. 2년 차이라서 그때 우주 형이 지금 비주 형 나이인데, 우주 형은 그때도 겁나 늙은 느낌이었잖아여.”

“진짜 할아버지 같았는데.”

“아하. 그냥 사람 자체가 늙은 거구나.”

뼈를 때리는 중현이의 말에 동생들과 내가 웃었다.

“이 배은망덕한 것들.”

“어쩌겠어여. 우리가 이런 걸.”

그렇게 농담을 주고받으며 긴장을 풀고 마지막 점검을 했다.

“조금 심심해지긴 했네.”

“다들 되게 집안일 못하는 도련님들 느낌이에여.”

아무래도 잔잔한 노래 특성상 다들 헤어스타일이 약간 차분해졌다.

염색도 짙거나 옅은 갈색 정도.

의상도 여행을 좋아할 것 같은 젊은이들 느낌이라 겨울 여행이라는 컨셉에 어울렸다.

“자, 이제 슬슬 올라갑시다.”

오후 6시 50분.

뮤직 비디오와 음원공개가 되고 50분이 지났을 무렵, 7시에 시작될 쇼케이스를 앞두고 백스테이지로 향했다.

벌써부터 팬들의 설렘 가득한 웅성거림이 들리는 가운데.

“잘 되겠죠?”

이번 앨범의 주인공을 맡아서 그런지 유독 긴장하고 있는 녀석이 있었다.

“잘 되겠죠? 대답 좀 해요.”

“잘 돼야지.”

내가 마이크를 든 손으로 에베베 하며 말했다.

“안 되면 네 잘못으로 할 거거든.”

“뭐래. 그게 왜 내 책임인데요?”

“바로 그거야. 리혁아. 지금과 같은 그런 당당한 마인드로 쇼케이스에 임하면 긴장이 풀릴 거야.”

맥이 탁 풀렸는지 픽 웃는 모습에 우리가 등을 두드려 주었다.

말로는 싫다고 하면서도 은근히 심적으로 안정이 되는지 얌전하게 침만 삼키고 있었다.

그렇게 제자리에서 몸을 풀며 심호흡을 하고 있을 때.

“생방송 시작합니다! 5!”

헤드셋 마이크를 낀 FD가 손가락 다섯 개를 펼쳐들면서 무대 너머에서 열띤 환호가 들려왔다.

마침내 7시 정각.

백스테이지에 설치된 작가용 모니터로 ‘애기들한테 안 해롭습니다’ 하는 전체연령가 문구와 함께.

VCR에 흘러나오는 자막이 보였다.

[뉴블랙X장소원 - Something]

콜라보 음원부터 시작해서 우리의 타이틀곡 4개가 무대 자료화면으로 흘러나왔다.

“와아아아아아!”

KMA 어워드 무대에서 춘 Nine의 댄스 브레이크까지 현장의 환호성이 점점 더 커져갈 때.

두 번째 VCR이 흘러나온다.

-뉴블랙에게 겨울이란?

우리가 번갈아 가며 인터뷰를 하는 동안, 얼굴이 나올 때마다 팬들이 쩌렁쩌렁하게 환호했다.

이윽고 이번 앨범의 컨셉에 대한 설명이 나올 때.

의자에 앉아 다리를 꼬고 있는 도도한 인상의 인물에 환호가 터졌다.

-저에게 이번 앨범을 정의하자면 청춘이라고 할까요. 그런 의미를 담았어요.

TV 속과 바깥 모두 귀가 설핏 붉어지는 모습에 우리가 소리 없이 웃음을 참았다.

-청춘이 무엇인지는 저마다 정의가 다르겠죠. 하지만 나중에 누가 저에게 너의 청춘은 무엇이었냐 묻는다면 주저 없이 뉴블랙이라고 답할 거예요.

“아으이, 저저 저 편집…….”

-10대뿐만 아니라 제가 20대가 되어서도 모든 시간을 바칠 그룹이고…….

“저거 이어 붙인 거예요. 아니, 악마의 편집이…….”

천사인지 악마인지 모를 K넷의 편집에 옆에 서 있는 누군가 발을 동동 구르기 시작했다.

팬들의 환호가 더욱 커져가는 가운데.

“리혁 씨, 인트로 개인 무대 올라갈게요!”

“리혁아. 화이…….”

“아으이!”

이상한 소리를 내며 부리나케 도망치는 리혁이의 뒷모습에 우리가 웃음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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