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352화
따스한 분위기의 VCR.
원래 ‘고마워요, 수플레’와 ‘저희 멤버들은…’이었던 인터뷰 컷을 이어붙인 편집이 흘러나왔다.
-고마워요. 수플레들, 멤버들.
‘뉴블랙의 꿈을 응원합니다’ 같은 BGM과 함께 메인보컬이 미소를 지으며 VCR이 암전됐다.
세 번째 VCR.
두둥! 하는 소리와 함께 ‘2016. 1. 11.’이라는 날짜가 흘러나왔다.
드론으로 찍은 상암동의 야간 항공샷이 점점 K-Net 사옥으로 클로즈업되기 시작하고 BGM이 고조된다.
방송국 전면의 대형 전광판이 ‘The New Black Is Back’이라는 문구를 빛내고.
암전된 화면이 커다란 문구를 띄웠다.
[국내 최초 공개!]
왠지 웅장한 카운트다운이 시작되고.
“와아아아아아아!”
무대에 깔리기 시작하는 드라이아이스 연기에 수플레들이 응원봉을 흔들기 시작했다.
서서히 스테이지의 문이 열리고.
TV 화면에는 메인보컬이 직접 손으로 쓴 정갈한 글씨가 자막이 되어 나타났다.
「Intro : Nine-teen」
-Composed by 우주, 중현, 리혁
-Lyrics by 리혁
-Arranged by 하승주, Salt-mann, 상윤
따스한 조명이 내리쬐는 한가운데 메인보컬이 홀로 섰다.
잔잔한 피아노 전주가 끝나고 리혁이 마이크를 살포시 쥐었다.
천천히 저무는
다섯 시의 햇살처럼
우리의 여름이 지나갔네요
팬들이 미소를 지으며 응원봉을 부드럽게 흔들었다.
Nine-teen.
바로 전 앨범의 타이틀이었던 ‘Nine’과 새로운 앨범을 연결시켜 주는 인트로였다.
메인보컬이 직접 작사를 하여 열아홉에 대한 감상을 담은 곡.
시간을 계절로 비유한 가사가 부드러운 목소리를 타고 흘러나왔다.
지금까지 지내왔던 여름을 지나 겨울이라는 낯선 계절을 경험하는 가사 속 주인공.
처음엔 두려워서 웅크렸지만, 이내 용기를 내어 하늘에서 내리는 눈을 손에 담아보는 내용이었다.
‘진짜 좋다…….’
풋풋한 감성이 느껴지는 가사에 비슷한 나이대의 팬들이 눈을 촉촉하게 적시고.
나이대가 있는 팬들은 훈훈한 눈으로 바라볼 때.
눈을 지그시 감은 리혁이 고음을 부드럽게 올려 후렴구를 끝냈다.
“와아아아아아!”
수플레들이 박수를 치는 가운데, 리혁이 머리를 쓸어 넘기며 아련한 미소를 지을 때였다.
뭉클한 분위기 속에서.
-우아아아!
멤버들의 목소리가 스피커에서 흘러나왔다.
-우리 리혁이 너무 잘한다! 잘해!
-대박인 것 같아요!
-진짜 보컬 보물이네여~ 보물~!
방금까지의 감정을 와장창 깨뜨리는 주접에 수플레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백 마디 말을 한숨으로 대신한 리혁이 마이크를 잡았다.
-나와요. 당장.
-에이, 안 그래도 나가려고 했단 말이에여! 흥 깨지 마여!
-리혁이는 맨날 흥 깨.
중현의 목소리에 팬들이 웃을 때, 무대 위로 네 명의 다른 멤버들이 마저 올라왔다.
-리혁아! 우리 왔다!
여행을 앞두고 기차역이나 공항에서 먼저 와서 기다리는 친구에게 인사하며 달려오는 듯한 분위기였다.
“와아아아!”
환호하는 객석을 향해 비주가 상냥한 얼굴로 손을 흔들었다.
-수플레! 저희가 왔어요!
다섯 명이 한 자리에 모이며 환호가 커질 때, 우주가 멤버들을 돌아보며 말했다.
-자, 인사드려 볼까요?
-둘 셋!
멤버들이 손가락을 세 개 펼쳤다.
-안녕하세요! 겨울하면 떠오르는 세 가지 중 하나!
-군고구마, 군밤~?
‘알지?’ 하는 멤버들의 표정에 팬들이 ‘뉴블랙!’ 하고 우렁차게 외쳤다.
우주가 마이크를 들었다.
-네, 저희 뉴블랙이 스페셜 앨범 Blue Winter로 돌아왔습니다! 정말 오랜만이죠?
“네에에에!”
-이렇게 컴백 쇼를 TV로 중계하는 건 처음이라서 긴장되네요. 그래서 다른 선배님들이 어떤 식으로 하셨는지 보고 왔거든요.
리더가 어딘가 민망한 미소를 지었다.
-보통 공백기에 무엇을 했는지 팬분들에게 알려 드리는 토크로 운을 떼시던데, 저희는…….
-공백기가 없더라구여.
웃음이 터져 나왔다.
래퍼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저는 식사 일지 쓰다가 기억 안 나면 팬분들에게 그날 제가 뭐 먹었는지 물어봐요.
스페셜 앨범 컴백 때까지 Y앱 라이브부터 해서 TV 연말 방송, 미튜브까지.
체할 정도로 떡밥이 많아 괴로워했던 수플레들이었다.
-어떻게, 저희 노래는 다들 들어 보셨어요?
“네에에에!”
-좋죠?
“네에에에에!”
6시에 공개된 스페셜 앨범의 음원은 모두 듣고 온 터였다.
노래가 너무 좋다는 외침에 메인보컬이 마이크를 든 손으로 입가를 슬그머니 가렸다.
그걸 보며 웃던 리더가 말했다.
-뮤직비디오나 노래를 통해 짐작하셨겠지만, 이번 저희 스페셜 앨범은 주제가 겨울이에요.
앨범에 대한 간략한 소개가 이어졌다.
-저번에 Nine을 통해서는 저희가 함께 놀자! 하면서 여러분과 함께 신나게 놀았다면 이번엔 조금 진지한 분위기에요.
재미있게 노는 것도 좋지만 서로가 속마음을 진지하게 얘기해 봐야 더 친해지듯.
친근해진 분위기 속에서 진지한 이야기를 해 보고 싶다는 취지였다.
-겨울에는 날씨가 추워서 안에 있는 시간이 많잖아요. 그래서 이야기를 나누기에 가장 적절한 때가 아닐까 싶어요.
팬들이 오오 할 때, 우주가 생긋 웃으며 외쳤다.
-물론 안에만 있으면 또 저희 뉴블랙이 아니죠!
-맞아여. 그럼 심심하니까~
-신이 나는 노래도 담을 겸, 스페셜 앨범에 겨울 여행이라는 컨셉을 잡았고요. 오늘 쇼케이스도 앨범 트랙리스트 순서대로 불러드릴 예정이에요.
마지막으로 리혁이 마이크를 들었다.
-저희가 정말 열심히 준비한 앨범인 만큼 오늘 이 자리에서 열심히 부르고 가겠습니다.
-많은 사랑, 저희가 해드릴게여!
수플레들이 응원봉을 흔들며 화답했다.
-다음 순서는 바로 타이틀곡인 ‘겨울잠’인데요.
“와아아아아!”
-그 전에 한 가지 말씀 드릴 사실 하나!
“……?”
중현이 손가락을 들고 말했다.
-겨울잠은 K-Net 컴백쇼에서 최.초.공.개. 됩니다.
-맞습니다! 최초~ 공개! 유후!
뭐든지 최초 공개에 집착하는 K-Net의 입맛에 딱 맞는 문구에 팬들이 웃음을 머금었다.
우주가 손가락을 튕기자 다들 마이크를 들었다.
슈파슈파로 시작하는 옛날 유명 애니메이션의 오프닝을 본딴 음이었다.
최초
최초 최초 최초
드디어 최초~ 공개
뉴블랙! 스페셜~!
‘이 컴백은 케이넷이 함께 합니다’ 하는 중현의 내레이션에 TV 안팎으로 웃음이 터져 나왔다.
담당 피디가 ‘그래! 이거지’하며 물개박수를 칠 때.
-자! 그럼 지금부터 저희와 함께 겨울 여행 가 볼까요?
타이틀곡 ‘겨울잠’의 전주와 함께 본격적인 컴백 쇼가 막을 올렸다.
* * *
인트로가 끝나고 첫 번째 곡은 ‘겨울잠’이었다.
어둠 속에서 뉴블랙 멤버들이 의자에 앉아 있고.
“와아아아아아!”
스포트라이트가 아래서 건반 앞에 앉은 한 남자가 ‘겨울잠’의 전주를 연주하기 시작했다.
뿔테 안경에 정장을 입고 있는 미중년.
“와아아아?”
깜짝 등장에 놀란 팬들이 ‘???’ 하는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보았다.
‘뭐지. 내가 지금 뭘 보고 있는 거지?’
‘아니, 그 하승주를 피아노 셔틀로 쓰다니…….’
‘근데 어울린다.’
카메라와 객석을 향해 앨범 프로듀서인 하승주가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와아아아!”
우리 애들한테 잘해줘서 감사합니다 하는 듯한 환호가 흘러나온 후.
현직 피아니스트의 곧고 부드러운 손가락이 코드를 하나하나 지그시 눌렀다.
분위기를 가라앉히듯 묵직하게.
동시에 스포트라이트가 리혁에게 옮겨갔다. 살짝 빗겨가 역광처럼 얼굴이 어둡게 보일 때.
메인보컬이 마이크를 입가에 가까이, 더 가까이 가져다 댔다.
지나간 걸까
지나온 걸까
발자국이 보이지 않아
첫 소절부터 양팔에 소름이 돋는 노래에 ‘와아’하며 놀라는 소리가 짧게 터져 나왔다.
어마어마한 성량에 힘입어 나직하게 부르는 노래가 공연장 구석구석까지 길게 울려 퍼졌다.
연필을 꾹꾹 눌러서 글씨를 쓰듯 가사를 읊는 리혁.
응원봉을 흔드는 것도 깜빡하고 라이브를 감상할 때.
이번에는 리드보컬인 우주에게 조명이 집중됐다.
돌아갈 길이 사라져
헤매는 이 길에
온통 눈이 가득할 뿐이야
쓸쓸한 감정을 꾹 눌러 담은 가사가 이어졌다.
우주가 따뜻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일 때, 스포트라이트가 래퍼에게 옮겨 갔다.
시적인 가사 같은 랩이 쭉 이어졌다.
지호와 비주가 파트를 나눠 후렴구까지 가는 분위기를 끌어올리고 있었다.
‘진짜 좋다…….’
중계 카메라가 잠시 입가에 두 손을 모으고 듣는 팬들의 모습을 담아 가고.
후렴구가 차츰 다가왔을 때.
리혁이 다시 마이크를 잡으면서 멤버들의 뒤에 있던 조명이 화악- 밝아 오르기 시작했다.
만개하는 겨울 꽃처럼 퍼지는 파란 불빛.
멜로디에 몸을 맡기던 메인보컬이 눈을 살포시 감고 메아리 같은 노래를 불렀다.
기나긴 잠에서 깨어나면
봄이 와 있을 거야
그저 눈을 감고 내 손을 잡아
We’ll be there
고음에 숨소리가 섞여들 때마다 무언가를 표현하듯 객석을 향해 손이 움직였다.
겨울.
발자국을 남겨도 얼마 안 가 그 발자국마저 눈발에 지워지고 돌아갈 길조차 지워지는 계절.
겨울잠은 저마다 남겨두고 온 기억이나 사람들에 대해 이야기하는 노래였다.
후렴구에 와서는 잠시 겨울잠을 자고 나면, 봄이 와 있을 거라고 포근하게 안아주는 노래였다.
이 길의 끝에서
봄이 우릴 기다릴 거야
We’ll be there
음원에는 없던, 쇼케이스 버전에 추가된 마지막 가사까지 지난 후.
“와아아아아아아아!”
부드럽게 웃으며 ‘감사합니다!’ 하는 멤버들에게 팬들의 환호가 날아들었다.
* * *
뜨거운 반응 속에서 겨울잠 무대를 마무리 한 후.
“감사합니다!”
우리는 일어나 수플레들에게 꾸벅 인사를 했다.
피아노 연주가 완전히 멎은 뒤에도 상기된 얼굴이 비명처럼 환호를 지르는 게 보였다.
아이고, 좋네 좋아.
응원봉을 흔드는 수플레들에게 동생들도 손을 흔드는 동안, 환호가 잦아들기를 기다렸다.
“네.”
그러곤 우리 프로듀서님을 소개했다.
“오늘 저희 쇼케이스의 피아노 연주를 맡아주신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 하승주 선배님입니다!”
“와아아아아!”
그 반응에 웃던 하승주가 건반에 설치된 마이크에 입을 가져다 댔다.
“반갑습니다. 여러분. 저번 행사 알바에 이어 오늘 일일 피아노 대행을 맡은 하승주입니다.”
“와아아아아!”
“제가 이렇게 어린 관객들의 환호를 받아본 게 얼마만인지 모르겠네요. 젊어지는 것 같아 기분이 좋네요.”
수플레들이 웃는 가운데 우리가 손사래를 쳤다.
“에이! 무슨 말씀이세요. 선배님.”
“충분히 젊으세요.”
“말이라도 고마워요. 우리 뉴블랙.”
그러곤 피아니스트가 자리에서 아이고, 하며 일어났다.
“제가 프로듀싱을 맡은 최초의 아이돌 앨범이기도 하고, 워낙 개인적으로도 좋아하는 친구들이라 뭐 하나라도 보태주고 싶더라고요.”
그의 눈이 잠시 내 쪽을 향했다가 카메라로 향했다.
한편, 오늘 컴백쇼 깜짝 게스트로 나와 준 인기 음악예능의 MC 덕분인지 피디님은 행복사 직전의 표정이었다.
“그런 의미로 고민을 하다가, 이렇게 피아노 연주자로 참여하게 됐습니다. 오늘 잘 부탁드릴게요.”
“와아아아아!”
“아이고, 허리야. 그럼 저는 여기서 이만 내려가겠습니다.”
우리가 ‘아아아!’ 하며 가지 말라고 손을 내밀자 상대가 웃었다.
“뮤직카페처럼 더 토크하고 싶긴 하지만, 거기까지는 출연료 협상이 안 돼서.”
능청맞은 농담에 수플레들과 우리가 웃었다.
“저는 비싼 몸이기 때문에 잠시 후에 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선배님!”
가수와 팬끼리 소통할 시간에 누가 있으면 방해 된다고, 센스 있는 핑계로 자리를 피해 주는 프로듀서님이었다.
우리가 웃으며 물었다.
“어때요. 노래 좋았죠?”
“네에에에!”
“정말 좋아하실 것 같았어요. A&R팀부터 프로듀싱팀 직원 분들 대상으로 한 블라인드 투표에서 만장일치로 타이틀곡은 이거다! 하고 선정된 곡이거든요.”
수플레들도 그럴 만하다는 듯 호응했다.
밤바다를 만들 때 파생된 멜로디부터 시작해 간략한 작곡 일화를 설명한 후.
남은 수록곡들의 공연을 이어갔다.
“와아아아아아!”
원래 Y앱 라이브 용으로만 기획한 터라 그리 VCR이 많지 않았지만.
K넷에서 워낙 편집이라든가, 추가 촬영분을 잘 찍어놔서 그런지 VCR마다 반응이 엄청 좋았다.
중간에 수플레들과 함께하는 퀴즈도 진행하고.
3번째와 4번째인 ‘승강장’과 ‘Winter Trip’부터 시작해서 점점 신나지는 분위기에 다들 정말 좋아했다.
그리고 그중에는 K넷 제작진도 끼어 있었다.
-안녕하십니까! 여러분! 금일의 출장가수로 찾아온 백상교올시다~!
국민 트로트 가수, 백상교 선생님.
여행 필수곡 중 하나로 유명한 그분의 ‘동행(同行)’이 이번에 우리가 리메이크한 곡이었다.
저번에 우리가 연말 디너쇼 게스트로 참석한 것 때문인지.
‘딱 기다려라! 내 갈 테니까!’
…하며 컴백 쇼케이스에 등장 예고를 하셨는데 정말 오실 줄은 모르고 있었다.
그리고.
원곡자의 풍미가 더해진 리메이크곡에 수플레들이 웃음을 터뜨리며 좋아하는 동안.
“……!”
하승주가 피아노를 연주하고, 백상교가 피처링 게스트로 깜짝 등장한 쇼케이스 덕분인지.
담당 피디님이 대만족한 얼굴로 박수를 치다가 이내 엄지까지 치켜들기 시작했다.
* * *
발걸음을 떼지 못하는 수플레들에게 손을 흔들며 무대를 내려간 후.
“후아…!”
참았던 숨을 토해내듯 안도의 숨을 터뜨린 우리가 서로 손뼉을 마주치며 웃었다.
“고생했다.”
“고생했어요!”
하이파이브를 마친 우리가 주변에 돌아다니는 K넷 스탭들과 우리 스탭들에게 인사했다.
“고생하셨습니다!”
“정말 고생 많았어!”
어지간히 긴장을 하고 있었는지 대기실로 돌아가는 발걸음이 후들후들 떨렸다.
그렇게 노래를 불렀는데도 손에 난 식은땀이 차가웠다.
“야. 춤도 안 추고 노래만 불렀는데도 이렇게 힘드냐.”
“그니까요. 어우, 나 기절하는 줄 알았어요.”
리혁이가 생수로 목을 축이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러는 동안 대기실로 향하는 우리의 가슴이 콩닥거리기 시작했다.
현재 시각 8시.
6시에 우리 음원이 공개된 이후 실시간 차트가 두 번 바뀌어 있을 시간이었다.
과연 이번에도 잘됐을까.
스페셜 앨범이니까 그래도 타이틀곡보다는 인기가 없을까. 아니면 더 잘됐을까.
긴장을 가득 품고 대기실로 들어섰을 때.
파아앙-!
미리 기다리고 있던 스타일리스트 누나들이 축하용 종이 폭죽을 터뜨렸다.
색색의 종이가 허공을 날았다.
“축하해!”
우리가 어벙한 얼굴로 머리에 붙은 종이를 털어낼 때.
하 피디님과 백상교 선생님이 소파에 앉아서 웃는 가운데, 가운데서 원석이 형이 케이크를 들고 있었다.
태블릿 PC를 들고 웃고 있는 석환 형까지.
“…석환 형?”
“축하한다.”
그가 우리에게 태블릿 화면을 내밀었다.
“인트로부터 시작해서 아웃트로까지.”
가슴에 스멀스멀 무언가 치밀어 오르기 시작할 때, 상대가 기분이 째진다는 듯 크게 웃었다.
“너희 9곡 전곡 차트인 했다.”
스탭들이 와아아! 하며 박수를 치는 가운데, 우리가 멍한 얼굴로 망고 8시 차트를 확인하기 시작했다.
“우와…! 우와아! 우와!”
“오! 오!”
가장 큰 숫자 1부터 시작해서 100까지.
정말로 스페셜 앨범의 전곡이 다 들어가 있었다.
1. 뉴블랙 - 겨울잠
3. 뉴블랙 - Winter Trip
7. 뉴블랙 - Merry Christmas
8. 뉴블랙 - 바다, 별, 그리고 너
10. 뉴블랙 - 승강장
12. 뉴블랙 - 동행(同行) (feat. 백상교)
15. 뉴블랙 - Never Say Goodbye
38. 뉴블랙 - Intro : Nineteen
47. 뉴블랙 - Outro : Cycle
Top 50까지 9곡 전곡이 들어가 있는 광경에 정말 경이로운 감정에 휩싸였다.
웃음이 아니고 바람 소리가 대신 새어나왔다.
온몸의 혈관에 피 대신 저 하늘의 반짝이는 별들이 떠다니는 느낌이었다.
무중력을 부유하듯이 온몸이 둥둥 떠다니는 기분이라고 할까.
“와.”
리혁이가 입을 크게 벌린 채 ‘하’ 하며 웃는 동안 우리가 고개만 열심히 끄덕였다.
이윽고.
“와아아아아아아아!”
방송국이 떠나가라 소리를 지르며 우리끼리 얼싸안았다.
2016년 새해 최고의 순간이었다.
* * *
아이돌 커뮤니티.
-지금 추이 미쳤다는 말 나오는 뉴블랙 스페셜 앨범
-전곡 top 50 안에 든 뉴블랙 Blue Winter
-프리징 풀린 이후 겨울잠 MV 미튜브 조회수 추이
새해부터 그야말로 미친 듯한 차트 추이를 보여주는 뉴블랙 스페셜 앨범에 대한 이야기가 시끌시끌했다.
-와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미쳤네
-대중이 스밍하는 아이돌ㅋㅋㅋ
-엌ㅋㅋㅋ 안티들 까질 오질 때부터 터질거 같긴했지ㅋㅋㅋ
-6시에 음원 땅 나오고서부터 이거 대박나겠다 싶었는데 ㄹㅇ 대박났네
-순위 계속해서 오르는 게 더 대박이네.. 와..
-이 정도면 음원강자 중에서도 국내 톱클래스라 봐야 하지않나 싶음
-얘네 초동도 지금 터질 거 같던데
앨범 프로모션 때부터 조짐이 있긴 했지만, 대중들의 관심으로 더 상승하는 노래들이었다.
초반부터 커리어 하이를 보여 주는 앨범 성적.
수플레들도 놀란 표정으로 지켜보고 있을 때.
[깜짝 라이브 시작!]
회사 공지사항이나 Y앱으로부터 소극장 투어에 대한 소식이 올라왔다.
서울 경기권부터 시작해서 충북, 충남, 전북으로 이어져서 반시계 방향으로 전국 각지를 도는 소극장 투어.
음악방송 대신 진행하는 기획에 대한 언급과 함께 곧 당첨자 발표가 이어질 거라는 소식이 들려왔다.
‘이건 뭐지?’
강릉, 전주, 통영 등 해당 지역이나 근처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뭐지?’ 하며 호기심을 보일 때.
미튜브와 TV 채널에서도 뉴블랙의 이름이 뜨기 시작했다.
[뉴블랙과 PBS가 뭉쳤다!]
공영방송인 PBS와 뉴블랙이 무언가를 함께 한다는 예고편이 올라오고 있었다.
웅장한 BGM.
PBS 방송국의 화려한 야간 전경과 함께 가요제전에 나왔던 뉴블랙의 Nine 댄스 브레이크.
그리고.
음메에에에-
소가 우는 소리에 눈을 깜빡이는 수플레들이었다.
“음메…?”
웅장했던 BGM이 과거 전원 드라마의 노래로 바뀌며 분위기가 구수해지기 시작했다.
[뉴블랙과 PBS가 함께 하는 특별기획]
[오후 6시 <지금 내 고향은>에서 찾아보실 수 있습니다!]
소극장 투어와 함께 뉴블랙이 해당 지역의 여러 곳을 돌아다니며 녹화를 진행하는 특별기획.
앞으로 3주간 주중에 특별 코너로 방영된다는 자막이 나온 후.
“와아……?”
혼자서 와아아 하던 수플레들이 멈칫했다.
‘잠깐만, 이건 대체 무슨 콜라보인 건데?’
60대 이상이 가장 사랑하는 프로그램, <지금 내 고향은>.
그런 프로에 뉴블랙이 출연한다는 소식에 이내 황망한 웃음을 터뜨리는 팬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