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353)화 (353/1,031)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353화

PBS 방송국.

‘지금 내 고향은’의 작가님들과 우리가 둘러앉은 테이블 위 노트북에 기사가 쭉쭉 떠올랐다.

“우와.”

작가님 한 분이 새로고침을 누르며 감탄했다.

“1초에 기사가 수십 개씩 올라오네요. 이 프로그램 맡고 나서 처음 보는 거 같아요.”

“난 벌써부터 심장이 벌렁거린다, 야.”

모니터를 바라보던 막내가 허어 하며 손가락으로 실시간 검색어를 가리켰다.

“저기 봐여. 실검도 떴어여. 지금 내 고향은.”

“어어, 대박.”

이건 캡처해야 한다며 스크린샷 단축키를 찾는 작가님들에게 리혁이가 대신 버튼을 눌러 주었다.

그러는 동안에도 일정 시간마다 자동으로 새로고침 되면서 기사들이 쭉쭉 올라갔다.

-뉴블랙과 PBS의 콜라보, ‘지금 내 고향은’ 출연 확정

-“뉴블랙이 왜 거기서 나와?”.. ‘지금 내 고향은’ 최초 장기 출연

-[공식] 뉴블랙 PBS1 ‘지금 내 고향은’ 출연한다

소극장 투어와 함께 진행하는 PBS와의 콜라보에 대해서 다들 관심이 많았다.

지금 내 고향은.

평일 저녁에 방영되는 이 프로그램은 탄탄한 시청자층으로 이름 높았다.

젊은 사람들에게 주세한과 미프가 있다면 어르신들에게는 지금 내 고향이 그러한 프로그램이라고 할까.

작가님이 입가를 가리며 말했다.

“솔직히… 아직도 안 믿기긴 하네요. 뉴블랙이 우리 프로에 출연하고 싶다고 해서 얼마나 놀랐는지 몰라요.”

“맞아, 진짜 신기해.”

“피디님이 설레서 그날 잠을 못 잤대잖아.”

작가님들의 푸근한 수다에 우리가 웃음을 터뜨렸다.

그때 막내작가님이 물었다.

“근데 회사에선 아무 말도 안 해요?”

“회사요?”

“소속 아이돌이 ‘지금 내 고향’에 나가고 싶다고 했으면 다들 반대했을 것 같은데.”

“……반대요?”

우리가 허공을 바라보며 회상에 잠겼다.

‘지금 내 고향 나간다며? 우주야! 열심히 해서 고추장이나 김치 같은 거 좀 가져와라.’

‘자, 어르신들 사이에서 인지도 탑 찍고 오자.’

‘그럼 서울에 없는 거지? 아니, 우주야. 너랑 작업을 하기 싫다는 게 아니고 그냥 물어보는 거야. 하하핫!’

다음 광고는 헛개나무 음료인가 하며 광고 목록을 뒤적이던 석환 형의 모습이 생생하다.

나와 동생들이 활짝 웃으며 답했다.

“엄청 반기시던데여. 어르신들한테 예쁨 많이 받고 오라고.”

“자기들이 돈 보내 줄 테니까 녹화하는 김에 지역 특산물 좀 많이 사 오라고 하셨어요.”

“뭔가 어느 시점부터 저희를 포기하신 것 같아요.”

비주의 아련한 미소에 작가님들이 손뼉을 치며 웃음을 터뜨렸다.

허나 분위기를 풀기 위해 던진 농담들과 다르게 이번 콜라보는 회사 사람들과 신중하게 상의한 기획이었다.

홍보팀의 홍서영 대리님이 한 말이 계기였다.

‘지역별로 소극장 투어를 도는 김에 전체적인 대중성 강화 행보도 이어 가는 건 어때?’

그런 까닭에 각 지역의 핫플레이스를 방문하거나 유명한 음식 등을 체험하는 게 미튜브 컨텐츠로 기획이 되어 있었다.

다만.

‘2030이야 미튜브로 너희를 접하겠지만, 다른 세대는 아무래도 TV에 나와야 너희를 보게 되잖아.’

그리하여 고민하게 된 문제였다.

2016년 새해가 되면서 생긴 변화 중 하나는 회사 내부에서 우리가 나아갈 노선을 완전히 확정지었다는 것이다.

그 전까지는 다른 아이돌과 똑같이 지금의 TNT처럼 ‘최고가 되자!’가 목표였지만 지금은 달라졌다고 할까.

아이돌로서도 최고를 추구하면서도, 한편으로 대중 친화적이라는 우리만의 특성도 살리고.

1세대 보이그룹 선배님들 이후 아무도 가지 않았던 길로 한 번 향해 보자는 게 올해 우리가 정한 목표였다.

그런 까닭에 팬들을 대상으로 하는 소극장 투어와 함께 대중에게 친근하게 다가갈 방법이 뭐가 좋을지 고민을 하고 있던 차에…….

“제가 이 프로그램에 꼭 나오고 싶다고 했어요.”

중현이가 초롱초롱한 눈으로 말했다.

마치 좋아하는 어린이 프로그램에 당첨된 꼬마 관객 같은 표정에 작가님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초등학생 때 저녁만 되면 할아버지랑 할머니랑 같이 손잡고 이 프로를 봤거든요.”

“정말요?”

“저 지금도 애청자예요.”

나의 팬심을 알아달라는 표정으로 말하는 우리 애의 모습에 작가님들이 웃었다.

우리가 옆에서 동조했다.

“헬스장에서도 스마트폰으로 보면서 운동해요.”

“맞아여. 저번에 벤치 프레스하다가 갑자기 멈춰서, 뭐 하나 가봤더니 이렇게 쪼그려서 지금 내 고향에 나오는 양계장 병아리들 구경하고 있더라구여.”

“중현이 형이 미튜브로 파 키우는 브이로그 하는데, 여기서 보고 따라한 거래요.”

작가님들이 ‘진짜네?’ 하며 신기해하는 동안 중현이가 고개를 열심히 끄덕끄덕했다.

“저 그래서 할아버지랑 할머니, 친척들한테도 전화해서 여기 나온다고 자랑했어요.”

“에이, 뭘 우리 프로 나온다고 동네방네 자랑까지 하고 그래요. 민망하게.”

중현이에 이어서 말을 하려던 우리가 숨을 삼켰다.

‘친애하는 우리 덕순 여사께, 이 손자가 드디어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지금 내 고향…….’

‘아빠아아! 얼른 친척들한테 문자 돌려여. 내 고향에 제가! 나와여!’

‘엄마. 저 충주 가서 사과 몇 박스 사오면 될까요? 트럭 한 대 빌릴까요?’

그 속에서 리혁이가 이메일을 쓰는 노트북 자판 소리가 타닥타닥 울렸지.

우리가 헛기침을 하자 상대방이 물었다.

“왜들 그래요?”

“저희도 엄청 자랑했거든여. 이제 어르신들 사이에서 유명 가수 될 거라구…….”

민망해하는 우리 모습에 작가님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어쨌거나 중현이의 팬심 덕분인지 분위기가 엄청 화기애애하게 변해 있었다.

처음에는 우리가 나온다고 부담 만땅이었던 작가님들이 금세 편하게 대하는 게 느껴졌다.

“평균 방송 시간이 50분 남짓인데, 뉴블랙은 여기서 하루 한 코너 분량으로 나오게 될 거예요?”

“15분 정도라고 보면 되겠네요.”

“그렇죠. 매일 코너도 바뀌니까 거기에 맞춰 녹화하면 될 거예요.”

15분 분량이면 대강 서너 시간 정도 찍으면 되려나.

머릿속으로 녹화 사항에 대해서 정리를 하는 동안 리혁이가 꼼꼼하게 필기로 정리했다.

내가 물었다.

“저희가 추가로 준비해 오면 좋을 게 있을까요? 방문하는 도시나 마을에 대한 공부 외에 추가적으로…….”

“그냥 몸만 와도 돼요. 몸만.”

작가님들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보기보다 녹화 시간이 길거든요. 은근히 분량 뽑는 게 어려워서… 그 정도만 미리 유념하고 와 줬으면 해요.”

“넵, 알겠습니다.”

“그리고 이건 저희 리포터 명단인데…….”

작가님들이 코너를 담당하고 있는 리포터들의 명단을 슥 들이밀었다.

중현이가 ‘오, 이분들’ 하며 알아보는 동안, 우리가 눈을 깜빡거리며 물었다.

“이걸 왜……?”

“아. 이번에 뉴블랙 분들이랑 진행한다고, 꼭 녹화 같이 해 보고 싶은 사람 있으면 자원하라고 했더니.”

했더니?

“리포터 전원이 신청을 했어요. 한 명도 빠짐없이 꼭 하고 싶다고.”

“앗…….”

심지어 어떤 분은 작가님들한테 선물을 주고 ‘소미 작가, 나 이번에 뉴블랙이랑 좀…’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래서 혹시 함께 녹화하고 싶은 분들이 있나 해서 물어본 거예요. 그래야 구성안 짜기도 좋고.”

“으음…….”

틈틈이 최근 방영분을 미리 보고 오긴 했지만, 이 프로그램에 대해 그리 잘 아는 편이 아니었다.

이윽고 우리가 전문가를 향해서 시선을 돌렸다. 중현이가 나한테 눈을 동글동글 떴다.

‘제가 해도 돼요?’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녀석이 사인펜을 들었다.

“흐음.”

사인펜을 든 중현이가 이내 요일별로 코너명과 함께 표시된 리포터 분들을 하나씩 동그라미 치기 시작했다.

“이렇게요.”

“어머.”

작가님들이 놀랐다는 표정을 지었다.

“어떻게 인기 코너만 쏙쏙 골랐지?”

“대박이네.”

“중현 씨가 고른 게 어르신들 대상으로 앙케이트에서 가장 인기 높은 코너들이거든요.”

“아. 그거 저도 했어요.”

중현이의 순박한 대사에 우리와 작가님들이 박수를 치며 웃었다.

그렇게 <지금 내 고향은>의 제작진과의 미팅을 끝낼 때, 배웅을 나온 이들이 말했다.

“어제 앨범 나오자마자 플레이리스트에 추가했어요. 진짜 다 너무 좋더라고요.”

“정말요?”

내가 웃으며 농담처럼 말했다.

“좋으시다면 저희 노래를 BGM으로 좀…….”

“안 그래도 이번 콜라보 기간 동안 틈틈이 뉴블랙 노래를 배경음으로 깔아 보려고요.”

“감사합니다!”

우리가 ‘우와, 홍보!’ 하고 좋아할 때, 곁에서 머뭇거리던 중현이가 작가님들에게 물었다.

“저기…….”

“네?”

“그 굿즈 혹시 여분 있나요?”

‘지금 내 고향은’ 이라는 로고가 붙어 있는 작가님들의 수첩이 탐이 났던 모양이었다.

굿즈래, 하며 막 웃던 작가님들이 곧바로 한 박스를 가져다주었다.

“행복하네요. 작가님들도 오늘 행복하세요.”

중현이의 행복 지수 가득한 인사에 다들 키득거렸다.

*   *   *

@thenewblack.official

(우정사진처럼 다섯 멤버의 손에 고양이가 “지금 내 고향은” 하는 말풍선을 달고 있는 수첩이 들려 있다.)

미팅이 끝나고 작가님들께 받은 고향 수첩이에요.

감사해요.

#중현_씀 #뉴블랙_PBS #지금_내_고향은 #씰스티커로_장식할_거예요

*   *   *

본격적인 소극장 투어를 앞두고 공연 준비와 ‘지금 내 고향은’ 녹화 등을 준비하고 있을 때.

스페셜 앨범은 그야말로 압도적인 성적을 내고 있었다.

-“겨울을 담고 싶었다” 뉴블랙, 겨울차트 ‘올킬+줄세우기’

-‘역시 뉴블랙’ 차트 줄세우기+MV 조회수 ‘터졌다’

-‘10위 내에만 6곡’..명불허전 음원강자 뉴블랙의 컴백

망고 일간차트 1위부터 10위 중에서 6곡이 우리 곡이었다.

우리는 물론이고 회사 사람들도 매일 세수하고 나서 차트를 보고는 당황하는 게 아침 일과였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주간 차트 16위에 ‘Nine’이 48위에 ‘바람꽃’이 머물러 있는 상황에서 전곡 차트인한 상황.

‘Thousand Dreams’이야 말할 것도 없고.

거기에 겨울 앨범의 곡들이 100위 밖으로 빠져나갈 조짐조차 없이 안정적으로 순위를 지키고 있었다.

“……100개 중에서 12개가 우리 노래네여. 이거 계산하면 몇 프로에여?”

“12프로. 멍청아.”

아이돌 그룹 하나가 일간 차트의 12%를 안정적으로 차지하고 있는 상황은 처음이라 당황스러웠다.

리혁이가 말했다.

“어떤 평론가 분이 리뷰한 거 봤는데요. 우리가 곡을 다양하게 뽑아서 이렇게 된 것 같대요.”

“그거랑 차트랑 무슨 상관이래?”

“대개 비슷한 분위기의 곡들이면 사람들이 질려서 타이틀곡 정도만 살아남는데 이번에 다양하게 뽑았잖아요. 그래서 골고루 듣는 사람이 많나 봐요.”

“아아.”

모두의 겨울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소망에서 출발한 앨범이라, 앨범 전체 컨셉만 유지할 뿐 개별 곡들이 달라서 가능한 일인 듯했다.

타이틀곡인 ‘겨울잠’과 4번 트랙인 ‘Winter Trip’만 해도 같은 겨울이지만 완전히 분위기가 다르기도 하고.

그 때문인지 평론가들의 반응도 좋았다.

『 Blue Winter (2016) 』

- 뉴블랙

- [★★★★★]

겨울의 모든 것을 담고 싶어 한다는 포부를 들었을 때, 기대보다는 오히려 못미더운 시선이 향했던 것이 사실이지만…

(중략)

뉴블랙만의 유니크한 음색과 고전적인 선율의 흐름이 맞물려 가장 대중적인 ‘겨울 히트곡’이 탄생한 게 아닐까.

by 황호철 평론가

원래 우리에게 별점 잘 주기로 유명한 황 평론가님은 물론이고.

저번에 ‘Nine’을 두고 전자음 가득한 허섭스레기라고 디스했던 평론가들도 호평을 내리고 있었다.

“흐어…. 이거 봤어여?”

“우와…….”

일주일 간의 앨범 판매량을 뜻하는 초동 판매량도 2일차 만에 나인 때의 성적을 훌쩍 넘기고.

음원 성적은 말할 것도 없이 좋은 상황이었다.

수플레들이 모여 있는 곳을 갈 때마다 풍악이 울리고 흥겨운 잔치판이 벌어졌다.

“아이고, 좋다아…….”

“진짜 차트 보기만 해도 배부르네여. 아아! 중현이 형, 그거 제가 먹으려고 찜해둔 고기예여!”

“꽁기꽁기할 땐 고기고기.”

자연스럽게 우리도 잔치판이었다.

식사 시간마다 차트 한 번에 고기 한 점 먹고, 고기 한 점 먹고 차트를 보곤 했다.

그리고 그런 배부름을 동력으로.

“자, 이제 홍보하러 갑시다!”

“고고고~!”

배를 통통 두드리며 앨범 홍보를 위해 달려 나갔다.

발매 전에도 프로모션이 중요했지만, 발매된 후도 홍보가 중요했으니까.

그렇게 소극장 투어가 열리기 전까지 우리는 빼곡한 스케줄을 소화했다.

-네, 군대 예능, 국민 빵에 이어서 이제는 ‘지금 내 고향은’까지. 팔방미인 같은 행보를 보여주는 아이돌입니다!

-둘셋~! 안녕하세요! 뉴블랙입니다!

-어? 군고구마, 군밤 인사는 이제 안 하나요?

-그 구호가 질리실 것 같아서 오늘은 노래로 준비해 왔습니다!

라디오에 나가서 앨범 홍보를 하기도 하고.

-뮤직 카페에 오신 것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감사합니다. 안녕하세요, 시청자 여러분! 날이면 날마다 오는 아이돌! 뉴블랙입니다~!

하승주의 뮤직카페에도 출연했다.

앨범 프로듀서가 진행하는 프로그램이라 ‘밀어주기 아니냐’ 같은 말이 나올까 걱정했는데.

다행스럽게도 그런 일은 없었다.

-어제 우주 씨가 전화를 해서 ‘선배님, 저희가 정말 나가도 될까요?’ 하고 걱정하더라고요. 아무래도 앨범 프로듀서를 제가 맡았으니까.

-네, 조금 그렇지 않을까.

-걱정 마세요. 아무도 제가 이 앨범을 맡았는지 모르더라고요.

MC의 말에 관객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오히려 얼마 전에 제가 뉴블랙 쇼케이스에서 피아노 연주를 했는데 그런 댓글을 봤어요. ‘하승주 요새 왤케 탐욕스러워졌냐. 고구마 팔 때도 그렇고. 자꾸 왜 뉴블랙한테 끼려고 하냐’ 하더라고요.

-저런…….

-이제 제가 얹혀 가는 상황이 됐습니다. 여러분.

우리 이미지가 워낙 강해진 덕분일까.

뮤직카페를 녹화하는 내내 쏟아지는 시선도 그렇지만, 녹화 소식이나 SNS 인증샷에도 정말 ‘하승주 뉴블랙이랑 왜 저렇게 친한 척하냐’ 는 반응이 종종 있어서 신기했다.

그리고.

원래 음악방송은 소극장 투어로 인해 포기했는데 방송사들의 지나친 배려로 1주차를 미리 녹화했다.

그렇게 K-Net, PBS, TBC 3사의 사전녹화와 더불어 특별무대도 두 가지 진행했다.

하나는 PBS에서 주말에 방영하는 ‘한밤의 음악회’였고.

나머지 하나는 비어 있는 HBS를 대신해서 교육방송으로부터 들어온 섭외였다.

-둘 셋, 안녕하세요! 뉴블랙입니다!

-놀라셨네여. 다들 저희가 나올 줄은 모르셨져?

일산 공개홀에서 밤에 녹화하는 음악 프로그램.

평소 인디 뮤지션이나 발라드 가수를 주로 섭외하는 프로인 것 때문인지 관객들이 우리를 신기해했다.

관객 80명과 함께 한 겨울 특집은 성황리에 끝났다.

함께 게스트로 참석한 인디 가수 분과도 인증샷을 찍고, 공연이 끝나고도 관객들과 소통하고.

“재미있게 보셨어요?”

“네! 노래 대박, 대박 좋아요.”

끝나고 로비에서 일반 관객들과 사인회 겸 포토타임을 하는 게 관례라고 해서 그런 시간을 보냈는데.

“흐어…….”

사옥 유리창 바깥으로 대포 카메라가 거의 깔려 있는 수준이라 우리와 관객들, 경비원 분들까지 모두의 동공이 흔들렸다.

여러모로 얼떨떨한 나날이었다.

열기구를 타고 ‘하늘 높이 가야지~!’ 하고 있었는데 로켓처럼 성층권을 돌파하고 그러는 느낌이라고 할까.

얼떨떨하면서도 동시에 행복했다.

특히.

“좋네요.”

이번 앨범의 주인공을 맡은 우리 메인보컬이 드물게 나오는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이래서 저번에 비주 형이랑 중현이 형이 그렇게 좋아한 거였네요. 뭔가 사람들이 좋아해 주니까, 리스너랑 통했다는 느낌도 들고. 진짜 내 것이 생긴 기분도 들고.”

“그래. 바로 그거…….”

“무엇보다 이게 다 내 덕분이라는 게 제일 좋네요.”

동생들이 웃음을 터뜨리는 가운데, 거만한 표정의 메인보컬에게 내가 말했다.

“우리 리혁이 이제 뉴블랙 다 됐네. 양심도 없고.”

“누구 덕분에 이렇게 됐네요.”

“……배은망덕한 것. 삼겹살 먹을 때 뼈 있는 부위만 걸려라.”

“그러는 님은 소고기 먹을 때 힘줄만 걸리시길.”

리혁이와 서로 억지 눈웃음을 지으며 저주를 교환하는 동안, 다른 동생들도 행복함을 드러냈다.

“리혁이 형 거만한 게 거슬리긴 하지만 좋네여.”

“좋구만.”

“스케줄이 빡빡한데 이렇게 행복한 것도 오랜만이에요.”

그 동안 매니저로부터 소식이 들어왔다.

“얘들아, 실장님이 그러는데 HBS 쪽에서 연락 또 왔댄다.”

“와아아!”

지금 드는 생각이지만.

어쩌면 이런 행복은 계속해서 ‘자니…?’ 하며 연락하는 HBS 방송국 덕분일지도 모르겠다.

*   *   *

월요일부터 시작해서 목요일까지.

프로모션 일정을 소화한 우리는 마지막으로 한국가요대상 시상식에 참석했다.

대개 가요 시상식은 두 종류가 있는데 하나는 연말 시즌에 진행하는 망고 차트 어워드나 K넷 어워드고.

또 하나는 1월이나 2월 즈음에 전년도의 성적을 합산해서 주는 시상식들이다.

스포츠신문에서 개최하는 한국가요대상은 그중 후자였다.

-축하드립니다! 올해의 최고 음원상! 뉴블랙의 바람꽃!

앞선 두 어워드와 마찬가지로 대상 중에서 가수상과 앨범상을 TNT와 틴스피릿이, 음원상을 우리가 수상했다.

그 외에도 본상을 비롯해 노스탤지어로 OST 부문까지 수상하는 쾌거를 이루었다.

여기저기서 축하 인사와 함께.

“곡! 꼬고곡! 곡곡!”

솔로 활동들을 앞두고 닭처럼 꼬꼬 소리를 내며 추격하는 7년차 선배 무리로부터 도망친 후.

숙소로 돌아오니 택배가 도착해 있었다.

“……어. 트로피 왔네.”

바로 TBC에서 보낸 트로피였다.

스케줄 때문에 참석 못했던 작년 연예대상의 ‘올해의 신인상’이었다.

트로피의 비주얼에 동생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흐하하핫!”

“…….”

“흐헉! 흐하하!”

내가 레펠을 타면서 비명을 지르는 장면을 동상으로 만들어 도금한 트로피였다.

표정까지 생생해서 쓸데없이 좋은 퀄리티였다.

‘황금 젠민’이라며 놀리는 막내에게 딱밤을 날린 후, 트로피 옆에 붙은 선물상자를 발견했다.

“USB?”

‘축하합니다’ 리본이 달린 USB에 고개를 갸우뚱하며 컴퓨터를 켰다.

동생들과 함께 모니터를 바라볼 때.

사랑스러운 BGM과 함께 누군가 꽃다발을 들고 모습을 드러냈다.

-안녕하세요. 우주 씨.

“흐악!”

-예. 맞습니다. 저예요. 도준기.

사나이가 간다의 피디가 상큼한 윙크를 날렸다.

-이번 앨범 성공을 진심으로 축하드리고요. 다름이 아니라 우리 프로가 이제 병영 예능에서 삶의 현장을 체험하는 극한 프로 ‘사람이 간다’로 탈바꿈하거든요.

“아니, 저저……!”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꺼! 당장 꺼! 김중현. 이거 놓지 못해?”

“왜요. 재미있기만 하구만. 중현이 형 꼭 잡아요.”

-저번에 완전체가 아니어서 아쉬웠는데, 이번에는 다른 멤버 분들도…….

“……!”

동생들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당장 꺼요! 이거! 당장!”

“으아악! 이 사람 뭐야! 저리 가요!”

“이거 던져야 할 거 같아! USB 뽑아서 어서 던져야 해!”

USB가 폭탄이라도 되는 양 집어던지는 동생들의 모습에 이번에는 내가 웃음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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