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357)화 (357/1,031)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357화

결국 식사로 결정된 것은 매운탕이었다.

보글보글.

부르스타 위에서 끓어 가는 매운탕의 국물을 국자로 퍼서 야채 위에 졸졸 들이부었다.

“오오오오…….”

탐스러워 보이는 매운탕의 비주얼에 동생들의 얼굴에서 함박웃음이 떠올랐다.

“역시 수플레 추천 맛집이다.”

“감사합니다. 조선왕조씰룩씰룩 님.”

양이 많고 맛있다고 해서 왔는데 진짜였다.

회도 많고, 매운탕도 푸짐하고.

목표했던 용인의 명물 백암순대를 못 먹은 게 아쉬웠지만 이건 이대로 좋았다.

“진짜 이러다 밥 못 먹으면 어떡하지 하고 식은땀까지 났는데, 이렇게 해결이 됐네여.”

“다행이야.”

“간만에 훌륭한 생각이었어요, 선우주 씨. 내 칭찬 받아요.”

“형, 말로만 그러지 말구. 행동으로 보여 줘여.”

리혁이가 허공에 뭔가를 열심히 쓰는 시늉을 하더니 꼬깃꼬깃 구겨서 내 입에 던지는 시늉을 했다.

나도 화사한 미소로 답례 해주었다.

“퉤.”

“…….”

“푸하하핫!”

동생들이 박수를 치면서 웃음을 터뜨렸다.

요란한 소리 때문인지 횟집에서 식사하던 손님들의 시선이 잠시 우리에게 머물렀다.

호기심 가득한 시선에 우리가 꾸벅했다.

“죄송합니다-”

손님들이 웃는 가운데 민기 형도 웃음을 터뜨리며 타박했다.

“……야. 사과할 때 화음 맞추지 말라고. 진정성이 없어 보이잖아.”

“잘 먹고 죽은 귀신이 때깔도 좋다는데, 사과도 기왕이면 듣기 좋은 사과가 좋잖아여.”

그리 답하던 막내가 룰루랄라 콧노래를 불렀다.

입에 침이 가득 고이는 매운탕 냄새.

자동으로 어깨춤을 추는 동생들에게 내가 말했다.

“자, 동지들이여. 우리는 오늘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맞습니다.”

“고기를 못 먹는 날이면?”

“생선을 먹으면 된다~!”

“사료가 무슨 뜻인지 모르면?”

“69점이 된다아~!”

형들과 매니저들이 물개박수를 치며 웃는 동안 지호가 숟가락을 내려놓고 눈을 흘겼다.

“아! 진짜!”

“억울하면 70점 따고 오자.”

“……두고 봐여. 제가 이번에 신기록 경신하고 올 거예여. 저 이제 한국사 마스터거든여?”

중현이가 ‘오, 경신’하는 동안 리혁이가 픽 웃으며 물었다.

“경신대기근이 무엇인지 말하시오. 3점.”

“그게 뭐예여?”

“그건 말이지. 네가 70점 따기는 글렀다는 뜻이야. 왕지호.”

리혁이가 통쾌하다는 듯 웃음을 터뜨리는 동안 우리도 에베베 하고는 놀렸다.

“식스티~”

“나인 나인 나인~”

와, 와, 하며 부들대던 막내가 이내 자리에서 팍 일어났다. 우리가 그 다리에 매달렸다.

“아아아! 가지 마! 어디 가려고 그래! 삐졌어?”

“화장실! 가는! 거라구여!”

“화장실은 가야지.”

우리가 쿨하게 풀어주었다.

비주가 ‘저기로 가면 돼’ 하고 손가락으로 가리켜 주자 지호가 알아서 그 반대 방향으로 갔다.

그러는 동안, 다시 우리를 바라보는 손님들에게 미안함을 담아 미소를 지었다.

“죄송합니다~”

“화음 맞추지 말라고. 얘들아…….”

손님들도 그렇고, 골이 아프다는 듯 이마를 짚던 민기 형도 끝내 웃겼는지 웃음을 터뜨렸다.

*   *   *

그날 저녁.

유명 횟집 ‘용인수산시장’에 저녁 손님들이 방문하고 있었다.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는 가운데, 대학생 손님 중에 한 명이 뭔가 떠올랐다는 듯 말했다.

“맞다. 오늘 뉴블랙이 용인 왔다고 그러던데.”

“진짜? 왜?”

“뭔 전국 투어한다는 거 같은데. 친구들이 아까 중앙시장에서 뭔 미튜브 찍는 거 봤는데 사람 몰려서 난리도 아니었다더라.”

“페북에 뜬 게 그거였구나.”

그런 이야기가 오가는 가운데 횟집을 방문한 손님들의 눈에 뭔가 눈에 띄고 있었다.

“……음?”

방금 뽑았는지 대문짝만한 사진이 횟집 입구 벽에 붙어 있었다.

‘뉴블랙…?’

횟집 사장 부부가 양옆에 서 있는 가운데, 중앙에 뉴블랙 멤버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었다.

“…와. 존나 역동적이다.”

우주가 가상의 낚싯대로 월척을 낚는 시늉을 하고 있고, 중현이 참돔처럼 펄떡이는 장면.

나머지 셋은 이미 잡힌 물고기 흉내를 내고 있었다.

“푸하하!”

사진 아래로 ‘번창하세요’ 하는 사인이 있고.

그 옆에 있는 사진에서는 뉴블랙이 손님들에게 신청곡을 불러주는 사진이 있었다.

등산복을 입은 손님들이 핫핫핫 하며 박수를 치는 배경을 보니 트로트를 부르는 듯한 느낌이었다.

“…….”

대학생 손님들이 눈을 깜빡거렸다.

‘뭐지. 대체 여기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무슨 방송 촬영이라도 있었던 건가, 하며 의문을 가지는 손님들이었다.

그리고.

SNS에 글이 올라가면서 뉴블랙이 방문한 용인의 유명 횟집이 평소보다 더 붐비기 시작했다.

*   *   *

저녁 7시.

분당선 죽전역에서 내린 한 무리의 사람들이 바삐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근처 도시에서 온 사람도 있고, 지역 주민도 있었다.

그중 닉네임 ‘대학원가지마세요’는 한껏 달아오른 뺨을 느끼며 걷기 시작했다.

‘와. 애들이 우리 동네에 왔어…….’

아직도 신기했다.

뉴블랙이 음악방송 대신에 여러 지역의 소극장을 찾아와서 공연한다는 것도 그렇고.

엄청난 경쟁률을 뚫고 당첨됐다는 것도 그랬다.

「뉴블랙 1st 소극장 투어 : 만남」

음악방송 녹화 대신에 뉴블랙이 진행하는 프로젝트였다.

전국을 여러 지역으로 쪼개서, 해당 권역의 수플레들을 대상으로 추첨을 진행하는 방식.

공연 시간도 토크까지 합쳐서 한 시간에서 한 시간 반 정도라고 들었다.

‘좋다.’

물론 음방 녹화를 가본 적은 없었지만, 이렇게 뉴블랙이 자신이 살고 있는 동네에 찾아오고.

또 그 공연을 볼 수 있다는 게 좋았다.

직접 보는 뉴블랙은 어떠할까 하는 생각을 하며 걸음을 옮길 때.

“음……?”

공연장 앞에 다다른 ‘대학원가지마세요’가 눈을 의심했다.

‘소극장이라며…?’

용인시 문화재단에서 운영하는 아트홀.

뭔가 커다란 공연장의 자태는 아무리 봐도 소극장이라고 부르기 힘들었다.

소극장이라 함은 대개 300석보다 작은 규모일 텐데.

그 앞에 ‘소극장 투어’ 라고 걸려 있는 현수막을 보고 있자니 당황스러운 웃음이 터져 나왔다.

“……?”

다른 팬들도 어딘가 멍한 눈으로 공연장을 바라보는 게 느껴진다고 할까.

입장을 하러 걸어가는 동안 주변이 시끌시끌했다.

‘장난 아니네.’

추첨이 되지 않았는데도 앞에서 그냥 기다리고 있는 팬들도 엄청 많아 보였다.

혹시라도 자리가 비게 되어 현장 참석을 하게 되진 않을지.

아니면 현장에서 표를 어떻게 살 수 없는지 기웃기웃하는 느낌이었다.

“흐어어…….”

이따가 공연장 밖으로 나오는 뉴블랙을 찍으려는지 벌써부터 자리를 찾아 배회하는 이들이 보였다.

마스크를 쓴 채 개인 사다리와 카메라 가방을 챙기고 움직이는데 전문적으로 보인다고 할까.

이 구역 전체가 들썩이는 듯한 인상을 받으며 그녀는 입장 절차를 거쳐 들어갔다.

멤버들의 입간판에서 사진을 찍는 사람들을 지나 들어간 공연장 내부.

“……이게 소극장이라고?”

천장이 엄청 높은 오페라 공연장의 모습에 그녀가 눈을 깜빡였다.

검색을 해 보니 2층까지 포함해서 1,200여 석이라는 이야기에 웃음만 나올 뿐이었다.

‘레몬 엔터가 돈 진짜 많이 벌었나 보네.’

대관료도 꽤 될 것 같은데, 이 정도 규모를 무료로 진행하는 재력에 잠시 감탄이 나왔다.

들어올 때 받은 책자도 뒤적였다.

진짜 콘서트처럼 세트 리스트도 적힌 것 덕분인지 묘하게 설렜다.

‘우으으. 설레.’

손바닥을 비벼 보기도 하고, 책자를 뒤적이기도 하고 점점 가슴이 콩닥거렸다.

연극처럼 무대를 가린 막이 얼른 열리기를 바라면서.

그렇게 수플레들이 자리를 찾아가고, 1층을 비롯해 2층과 사이드 좌석까지 1,200여 석이 꽉 찰 때.

“와아아아아아!”

조명이 서서히 어두워지기 시작하면서 천여 명의 환호 소리가 쩌렁쩌렁하게 울렸다.

어둠 속에서 응원봉의 불빛이 작은 은하수처럼 퍼질 때.

무대 전체를 가린 커튼이 양옆으로 서서히 열리면서 수플레들의 소리가 공연장을 가득 채웠다.

스으으-

포그 머신에서 나오는 허연 연기가 바닥에 깔리 시작하고, 조명이 파란색으로 사방을 물들였다.

어딘가 몽환적인 배경.

뒷배경 VCR로 눈이 내리는 영상이 흘러나오는 가운데, 눈 결정 모양의 조명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와아아아아아!”

Intro : Nine-teen.

뒤에서 라이브 밴드가 Inst를 연주하는 가운데, 의자에 앉아 있는 멤버들이 눈을 감고 있었다.

감미로운 피아노 배경음에 응원봉들이 살랑였다.

이윽고, 평소보다 더 하얀 얼굴 때문인지 오늘따라 유달리 붉어 보이는 입술이 열렸다.

천천히 저무는

다섯 시의 햇살처럼

우리의 여름이 지나갔네요

나직하면서도 강한 울림이 있는 목소리.

고음을 지를 때처럼 쩌렁쩌렁 지른 것도 아닌데도 목소리가 공연장 전체를 장악하는 듯했다.

“와아…!”

순간적으로 비명과 같은 환호가 짧게 터져 나왔다.

‘……미쳤다.’

오늘 뉴블랙의 라이브를 처음 듣는 대학원 수플레가 눈을 크게 떴다.

잘한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까지 라이브와 영상의 소리 차이가 있는지는 몰랐다.

메인보컬이 내는 소리에 맞춰 몸이 둥둥 울린다고 할까.

무대 전체를 물들이는 파란 조명처럼 그 색채가 관객석을 물들이는 듯한 인상을 받았다.

그리고.

인트로의 후렴이 흘러나올 때, 눈을 감고 있던 멤버들이 지그시 눈을 뜨며 마이크를 잡았다.

“와아아-!”

메인보컬의 노래에 풍미를 더해주듯 화음이 더해졌다.

귀가 촉촉해지는 듯했다.

그렇게 인트로에 이어서 이번 주 내내 일간 차트 1위를 고수하고 있는 ‘겨울잠’까지 끝났을 때.

“와아아아아아아!”

공연 분위기 때문에 작게 흔들리던 응원봉이 미친 듯이 흔들리며 멤버들을 반겼다.

방금까지와는 180도 다른 분위기로 멤버들이 개구쟁이처럼 웃었다.

-둘 셋!

-군고구마! 군밤! 그리고~?

“뉴블래애애액!”

-반가워요. 수플레! 저희가 왔어요!

메인댄서가 상기된 얼굴로 손을 요리조리 흔드는 모습에 미소가 흘러나왔다.

막내가 마이크를 들었다.

-Hello! 경기!

“와아아아!”

홍콩 KMA 때 관객들에게 ‘Yo! Hong-kong!’ 했듯이 하는 막내의 모습에 멤버들과 팬들이 웃었다.

리혁이 고개를 저으며 마이크를 들었다.

-진짜 왜 이러는지 모르겠어요.

-그니까.

-아니, 형들. 제가 지역별로 다 준비를 했단 말이에여. 서울이면 하이! 아이 서울 유~! 후!

막내의 말에 형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이윽고 리더가 마이크를 들었다.

-네, 일단 여러분과 이야기를 나누기 전에! 먼저 정식으로 인사드리겠습니다.

반짝이는 눈이 객석 곳곳을 바라보았다.

-저희의 소극장 투어 ‘만남’에 오신 것을 진심으로~

-환영- 환영합니다아-!

-네, 이번 공연은 저희가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우리가 먼저 수플레들을 찾아가자, 하는 취지로 직접 준비한 기획이에요. 마음에 드시나요?

“네에에-!”

-다행이네요.

활짝 웃던 리더가 능숙하게 뒤에 앉아 있던 라이브 밴드를 가리켰다.

-여기는 저희의 첫 콘서트 때부터 함께 해 준 밴드 분들인데요. 어어, 형들. 일어나서 인사 안 하셔도 되고요.

-저희가 갑니당.

밴드 멤버들이 엉거주춤 앉자, 뉴블랙 멤버들이 의자에서 일어나서 드러머에게 다가갔다.

-감독님, 이분 클로즈업샷 부탁드릴게요.

촬영 중이던 카메라가 클로즈업 되면서 드러머의 얼굴이 뒷배경에 확대되어 나왔다.

피어싱을 한 드러머가 수줍게 스틱을 쥔 손을 움츠릴 때.

-긴장하지 마요. 윤탁 형.

-1200여 명의 수플레들이 다 형만 보고 있으니까여. 긴장 안 해도 돼여.

삼촌을 괴롭히는 조카들처럼 하찮게 배회하던 뉴블랙이 마이크를 들고 즉흥 노래를 불렀다.

베이시스트와 기타리스트가 신나는 얼굴로 좡좡좡 배경음을 깔아주었다.

소개할게요

두둥탁~ 두둥탁~

드럼 신이 오셨다

드러머 허윤탁

특징 : 공포영화 못 봄

마지막에 중현이 덧붙인 한 마디 랩까지.

수플레들이 웃음을 터뜨리는 동안 험상궂은 얼굴의 드러머가 스틱을 쥔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흐하하핫!”

키보드 앞에 앉은 밴드 멤버가 좌라라랑 하며 인간극장의 bgm을 연주했다.

비주가 물었다.

-어때요? 저희 소개가 마음에 드세요?

-그 마음을 드럼으로 표현해 주세요!

드러머가 흥 하고는 스틱으로 하이햇을 ‘챙!’ 하는 걸로 기분을 표현했다.

우주가 다른 멤버들에게 물었다.

-형들은 어때요?

좌좌좌좡 하며 마음에 든다는 브금이 들어왔다.

이내 중현에게 마이크를 건네받은 드러머가 동료들에게 말했다.

-다음은 너희야.

빠바바바- 하며 밴드 멤버들이 슬픈 브금을 연주했다.

유쾌한 모습에 수플레들이 시작부터 웃음이 터질 때, 뉴블랙 멤버들이 돌아가며 밴드 멤버들을 소개해 주었다.

-오늘부터 3주 동안 저희 공연에 함께 해 주실 귀한 분들이에요. 박수로 맞아 주세요!

“와아아아아!”

밴드 멤버들이 감사의 멜로디를 짧게 연주하며 고개를 숙였다.

다시 의자에 앉은 우주가 말했다.

-자, 그리고 오늘의 무대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에 몇 가지 드릴 말씀이 있는데요.

-모두 아시다시피 지금 이 공연은 Y앱과 제휴를 맺어서 매일 중계될 예정입니다!

-안타깝게도 못 오신 분들은 이렇게라도 만났으면 좋겠어여!

-그리고 또 한 가지.

리혁이 기대해 달라는 듯 미소를 지었다.

-저희가 깜짝 이벤트를 또 준비했으니까요.

“오오오-!”

모두가 눈을 빛냈다.

여기저기서 ‘인형탈?’, ‘뭐 코스프레 하나?’, ‘빵?’ 하며 수군거리는 가운데 리혁이 당황했다.

-아니, 막 탈 쓰고 그러는 건 아니니까 너무 큰 기대하면 안 돼요.

“아아아~”

끝음을 내리듯이 ‘아아’ 하는 소리에 모두가 웃음을 터뜨렸다.

그렇게 오프닝을 마친 후.

-자! 그럼 지금부터 본격적인 공연을 시작해 볼까요~?

라이브 밴드의 연주 속에서 뉴블랙 멤버들이 ‘Winter Trip’을 부르기 시작했다.

분위기가 계속해서 달아올랐다.

하승주의 뮤직 카페와 비슷한 포맷으로 ‘이 노래의 비하인드는?’을 설명하기도 하고.

노래 중간에 오늘 수플레들이 붙인 포스트잇 질문 코너도 챙기고.

“와아아아!”

그렇게 30분 정도 흘렀을 무렵, 뉴블랙이 준비했다는 깜짝 이벤트가 나타났다.

-저희가 준비한 깜짝 이벤트인데여! 다들 겨울에 대한 사연을 투고하셨져?

-오늘 현장에 오신 분들의 사연 중에서 일부를 뽑아 소정의 상품과 함께!

-저희가 사연에 맞는 노래를 불러드립니다~!

이어서 상품 목록이 흘러나오면서 환호가 흘러 나왔다.

‘김치 냉장고는 왜 있지…?’

굿즈가 나올 줄 알았는데 가전제품이 끼어 있는 목록에 다들 웃음을 터뜨렸다.

-저희가 연말 시즌 내내 추첨된 사연들을 다 읽고, 별도로 선정을 했는데요.

-자, 오늘의 첫 번째 사연입니다!

무대 위로 올라온 스탭이 A4 용지 한 장을 리더에게 건넸다.

스포트라이트와 함께 천여 명의 시선이 그 종이에 뚫어져라 쏟아졌고.

-흐핫!

방정맞게 웃던 리더가 막내에게 사연을 건넸다.

-사연 읽기는 우리 연기파 막내가 맡겠습니다.

-넵!

이윽고 지호가 허공을 바라보며 감정을 잡는 가운데, 음악 감독이 잔잔한 BGM을 깔아주었다.

마치 ‘여보…’하며 시작하는 영상 편지의 도입부 같았다.

지호가 입을 열었다.

-뉴블랙을 만나고 제 겨울이 달라졌어요.

“오오오-!”

-수플레 빵을 먹고 살이 쪘거든요.

팬들이 다 같이 웃음을 터뜨렸다.

지호가 차분한 목소리로 사연을 읊었다.

-저의 복부에 찾아온 지방 친구들 덕에 올 겨울은 따스하게 보낼 거 같아요.

살이 쪄서 포근한 겨울이 되었다는 사연에 모두가 미친 듯이 웃음을 터뜨리는 동안.

당사자 ‘대학원가지마세요’는 망연자실한 얼굴로 고개를 가리고 있었다.

-자, 사연의 당사자 분이 여기 와주신 걸로 알고 있는데요.

-저희도 수줍음이 많은 편이라서 손을 안 드셔도 정말 괜찮아요.

비주가 상냥하게 웃으며 말했다.

-이따가 공연 끝나고 따로 상품만 가지러 오셔도 되니까요. 사연의 주인공인 걸 밝혀도 괜찮다고 생각하시면 손을 들어주세요.

이윽고 당사자가 손을 들었다.

-오, 저기 계시네요.

관객들의 시선이 그녀에게 향하면서 왠지 모르게 민망함을 느꼈지만, 대부분 호의 가득한 시선들이었다.

우주가 마이크를 들고 공손하게 고개를 숙였다.

-저희가 정말 죄송합니다. 그런 의도로 만든 빵은 아니었는데…….

-사연 볼 때부터 저희가 다 같이 ‘이건 만나서 사과해야 한다’ 그렇게 합의했거든요.

수플레들이 웃음을 터뜨릴 때, 우주가 물었다.

-혹시 마이크 괜찮으시면… 아, 네. 감사합니다. 안녕하세요.

“네에… 안녕하세요.”

-저희가 생중계기 때문에 닉네임은 살짝 바꾸겠습니다. 우리 대학원생 수플레님~!

귀여운 닉네임에 사방에서 웃음이 터졌다.

‘다행이다.’

대학원 가지 마세요, 라고 했던 닉네임을 부르는 건 아닐까 싶었는데 다행히 아니었다.

당연히 얼굴이야 안 나오지만 사람 일은 모르는 거니까.

멤버들이 고마워요 하거나 사과의 하트를 보내는 모습에 다들 부러워할 때.

그녀와 몇 가지 토크를 마친 멤버들에게 다시 시선이 돌아갔다.

-경품을 고르시기 전에 저희가 진심 어린 사과를 담아 노래를 한 곡 불러드릴 텐데요.

-흐음, 뭐를 불러드려야 할까여~?

이내 멤버들이 마이크를 내리고 속닥속닥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히 MR이 이미 준비되어 있을 테지만, 그런 사실을 까먹을 만큼 능청스러운 연기력이었다.

-아무래도 대학원 생활이란 게 어렵잖아요. 저희가 사연을 보고 나서 주변 분들에게 이야기를 듣기도 했고.

-공부도 그렇고. 정말 힘드시겠다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우주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박사 과정을 밟고 계신 수플레를 위한 노래입니다.

-백상교 선생님의 ‘나는 박사가 되겠어요!’

예상 못한 선곡에 모두가 웃음이 터졌다.

흥겨운 전주와 함께 ‘얼른 사랑의 척척박사가 될래요~’ 하는 가사가 흘러나왔다.

그 노래에 당사자도 기침을 했다.

“콜록! 콜록!”

그러곤 이내 노래를 불러주는 뉴블랙 멤버들에게 박수를 짝짝 쳤다.

‘뭔가 민망하다. 근데…….’

다들 부러워하면서도 내가 안 걸려서 다행이라는 듯한 시선을 보낼 때.

노래가 끝나고 다시 그녀에게 마이크가 쥐어졌다.

우주가 판넬에 표시된 가전제품이나 여러 경품을 형상화한 스티커를 가리키며 물었다.

-오늘의 첫 번째 사연으로 당첨되신 만큼! 첫 번째로 경품을 고르는 시간을 가지겠습니다.

-어떤 걸 고르시겠어요?

“어어….”

이윽고 그녀가 손가락을 들어 가리켰다.

“저거요. 최신 냉장고.”

-네에! 축하드립니다!

그 순간, 모두의 시선이 부러움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수백만 원이나 되는 냉장고 가격.

동시에 ‘대학원가지마세요’의 가슴이 세차게 뛰면서 얼굴에 희열 가득한 미소가 떠올랐다.

‘최신 냉장고!’

부끄러움은 한순간이지만 돈은 영원했다.

*   *   *

공연이 끝난 후.

여전히 남아 있는 라이브의 여운에 수플레들이 상기된 얼굴로 귀가할 때.

집에서 드라마를 보고 있던 어느 부부는 갑자기 걸려온 딸의 전화에 당황했다.

-엄마. 나 냉장고 탔어!

“뭐…?”

-나 오늘 뉴블랙 공연에서 냉장고가 당첨됐어! 이거 검색하니까 삼백 짜리래!

“뭐…?”

-살이 찐 보람이 다 있었던 거야…!

영문 모를 이야기를 하는 딸의 이야기에 그들은 당황했다.

‘무슨 소리야?’

‘얘가 빵 처먹다가 정신이 나갔나…?’

사연과 함께 경품에 당첨된 수플레들의 연락에 가족들이 저마다 당황하고 있을 때.

오늘 공연에 대한 이야기가 인터넷에 올라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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