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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359)화 (359/1,031)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359화

평소보다 소폭 상승한 시청률을 기록한 <지금 내 고향은>.

하지만 인터넷에서는 오늘 기록한 시청률 이상의 반응을 보여 주고 있었다.

-‘내 고향’ 뉴블랙 중현, ‘음머어어-’ 소도 놀란 성대모사

-뉴블랙 출연 ‘내 고향’, 아나운서들 방송사고 날 뻔한 사연은..?

-‘지금 내 고향은’ 뉴블랙 우유, ‘우주 짜는 아이돌’ 등극

다급하게 올라와서 오타가 난 기사까지 온통 웃음을 주는 소식들이었다.

포털 메인에 뜬 기사뿐만 아니라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관련된 영상과 사진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주로 커뮤니티의 연예 혹은 유머란.

그중에서 가장 반응이 핫한 건은 단연 방송에 나왔던 누군가의 소 흉내였다.

[소와 소통하는 아이돌.swf]

(영상 링크)

2분 13초부터ㅋㅋㅋㅋㅋㅋㅋㅋ

미튜브에서 지금 급상승 동영상인데 보고 개터짐ㅋㅋㅋㅋ

(움짤)

이건 아나운서들 웃음터진 짤

-야 저건 인정이지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게 뭐야ㅋㅋㅋㅋㅋㅋ 개웃기네

-왜 모이는건데앀ㅋㅋㅋㅋㅋㅋ

-이것이 바로 진정한 소몰이 창법..

-브금때문에 개터졌다ㅅㅂ 왤케 잔잔하냐고

-ㄹㅇ 윤찬혁도 한 수 접을 소몰이 창법ㅋㅋㅋㅋㅋㅋ

-쥰내 웃기네ㅋㅋ 이거 무슨상황임? 뉴블랙 또 뭐 나옴?

-지금 내고향에 나온다고 함

-거긴 왜

-뉴블랙이자나

-아 ㅇㅇ ㅇㅋ

-ㅇㅋ ㅇㅈㄹ하고 있네ㅋㅋㅋㅋ 납득하는 니가 더 웃겨

방송이 끝나자마자 올라온 클립이 미튜브 급상승 동영상에 나올 만큼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었다.

누구든 한 번 보면 홀린 듯이 두 번, 세 번 계속해서 보게 되는 동영상.

그런 ‘소몰이 창법’의 클립 덕에 뉴블랙의 <지금 내 고향은>의 출연 소식에 대해 알아가는 일반인들이었다.

-ㅋㅋㅋㅋㅋ저거 어디 가서 봄? 미튜브?

-ㅇㅇ 거기에 비하인드 올라오는듯

-지금 보러 간다ㅋㅋㅋ

이윽고 첨부된 링크를 방문한 이들은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PBS 채널에 올라온 비하인드 영상의 길이 때문이었다.

‘40분…?’

방금 영상 때문에 궁금해지긴 했는데 이걸 언제 보나, 하는 생각이 들 때.

동영상을 클릭한 이들에게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뭐야 내 시간 돌려줘요..

-시간 ㅈㄴ 순삭이네ㅋㅋㅋㅋㅋㅋㅋ

-이야 주말 예능 한편 다 봤다ㅋㅋㅋ

그야말로 삭제되듯이 시간이 사라진 것이다.

오프닝 때부터 시작해서 벌어지는 기상천외한 일이나 온갖 드립의 향연에 보다 보면 ‘오’ 하다가 시간이 쑥 지나가 있었다.

급격히 올라가는 조회수와 함께 빠르게 올라가는 댓글들을 보며 수플레들이 눈을 휘둥그레 떴다.

‘뭐야. 이 사람들.’

우리 애들! 하면서 꽁냥꽁냥 하고 있었는데 모르는 사람들이 ‘엌ㅋㅋㅋ’ 하면서 댓글을 달고 있었다.

어찌나 많은지 eng sub plz 같은 영어 댓글들이 묻힐 정도였다.

연령대도 다양하다.

10대나 20대가 쓴 것 같은 댓글도 보이고, ‘뉴블랙 덕에 육아, 직장 스트레스 해소 합니다’ 같은 댓글도 있고.

수플레들은 옹기종기 모여서 소통을 하는 중이었다.

-좋으면서 안 좋은?? 그런 느낌이야..

-마이너병 걸린 사람들의 기분을 알 거 같음ㅋㅋㅋㅋ 이게 내 가수가 너무 메이저야

-우리 애들 국민아이돌이다 국민아이돌

-하.. 왜 이렇게 부끄럽지ㅋㅋㅋㅋㅋ 나도 개터지긴했는데 보면서 머글들이 몰랐으면.. 몰랐으면 함

-어딜 내어놔도 부끄러운 우리 애들(뿌듯)

-세상에 덕질을 하면서 지금내고향을 보게 될 줄이야.. 아까 ‘지금 내 고향은_뉴블랙 cut’ 파일 보고 뻘하게 웃음 터짐

그러는 가운데 폭발적으로 늘어난 미튜브 영상의 댓글들을 본 수플레들은 흠칫했다.

‘어? 반응이…….’

인기순으로 댓글을 정렬했는데, 상위권을 차지한 것 대부분이 뉘앙스가 안 좋아 보였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듯한 기분이었다.

-뉴블랙 요즘 선 넘네ㅋㅋ 참나

뭔가 비슷한 느낌의 댓글들이 상위권에 있는 것을 보고 가슴이 콩닥콩닥거릴 때.

이내 그만 웃음이 터져 나왔다.

-아니 니네가 드립을 다 쳐놓으면 우리는 뭐 먹고 사냐..

-선 넘네

-드립 치려고 댓글창에 다 써놨는데 다 해버림ㅋㅋㅋㅋㅋㅋ

-황희 정승 드립 쳐야지 -> ㅅㅂ 우주가 했네 -> 소몰이 창법 해야지 -> 지호가 햇네

-댓글보다 본편이 더 웃기면 네티즌은 뭐하냐구..

-공산당 선언 랩을 어케 이기냐ㅋㅋㅋㅋㅋ

상위권에 있는 댓글들 대부분이 ‘너희가 이러면 우린 무슨 재미냐’ 하는 유쾌한 타박들이었다.

이윽고 점점 늘어나는 조회수와 댓글들.

처음에는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자주 활동하는 유저들의 관심을 받았다면, 뉴블랙의 영상은 점차 곳곳으로 퍼져나갔다.

[(미튜브 링크)]

[ㅋㅋㅋㅋㅋㅋ이거 개웃김]

여러 사람들이 모여 있는 다양한 단톡방에 해당 링크가 올라가고.

SNS 등에서 멋대로 영상 일부를 떼어내어서 ‘오늘 하루 꿀잼 보장’ 같은 페이지에 올라오고.

“뉴블랙 내 고향 나온 거 봤어? 개 웃기던데.”

“아 진짜? 그 프로가 웃길 수가 있나?”

“한 번 봐봐. 그날 프로 진행하는 아나운서들도 웃다가 방송사고 날 뻔했다더라.”

“…재미있으려나?”

상식적으로 재미있기가 어려운 생활정보 프로그램에서 웃겼다는 게 납득이 안 갔지만.

이내 영상을 본 이들은 또 다른 이들에게 해당 클립을 추천했다.

바이러스처럼 내 고향에 대한 관심도가 쭉쭉 올라갈 때.

-‘지금 내 고향은’ PD 인터뷰, “뉴블랙 먼저 출연 요청해, 놓칠 수 없었다.”

해당 프로의 PD까지 행복한 얼굴로 기자들에게 ‘뉴블랙 덕에 화제 됐어요~’ 하는 인터뷰까지 올라왔다.

첫 출연 만에 전국적으로 소문이 퍼진 놀라운 성과.

-근데 뉴블랙은 내 고향 콜라보 왜 하는 거야??

-소극장 투어는 뭐임..?

-와ㅋㅋㅋㅋ ㄹㅇ 인기 아이돌이긴 하구나ㅋㅋ 전국 투어 하는건가 보네

더불어 ‘왜 쟤네가 저기서 나오지?’에서 출발한 질문이 소극장 투어에 대한 해답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아이돌에 잘 모르는 일반인들은 ‘아, 전국 투어도 하고 뉴블랙이 제일 잘나가는구나’ 할 때.

그에 대한 반작용으로 아이돌 커뮤니티에서 뉴블랙의 안티들이 분노의 댓글을 남기고 있었지만, 수플레들은 오늘 하루만큼은 무슨 소리를 들어도 개의치 않았다.

-그래.. 그래 그럴 수 있지 오구구

-울 애들 얘기가 많이 나오니까 기분이 상했쪄요?

-너희는 떠들긔 나는 웃긔

-예예 맞습니다 저희 아이들 텐티와 틴스에 비하면 미미한 아이들입니다 예예

-여봐라 풍악을 더 울려라

모두가 싱글벙글인 분위기였다.

‘지금 내 고향은’의 콜라보 1회부터 좋은 반응을 얻은 덕도 있지만, 월요일의 아이돌 커뮤니티를 채우고 있는 소식 때문이었다.

[뉴블랙 스페셜 앨범 초동마감.jpg]

(7일 기록 사진)

누적 판매량 225,3**장

이번에 역대 3번째 20만장 돌파 그룹됨

ps.

바람꽃(6.9만) -> 나인(11.7만) -> 겨울잠(22.5만)

나인으로 해외 반응 터지고 나서 어워드랑 연말 무대로 신규팬들 대거 유입된듯ㅇㅇ

+ 이미 철 지난 사재기 떡밥으로 댓글 망치는거 사절임

바로 앨범 발매 후 일주일 간의 판매량을 측정하는 지표인 초동 판매량.

팬덤 화력을 증명하는 지표에서 커리어 하이를 기록한 뉴블랙의 판매량 덕이었다.

저번보다 거의 두 배에 가까운 상승세.

지금까지 초동 20만 장을 돌파한 그룹이 TNT와 틴스피릿 둘밖에 없었던 상황에서 새롭게 등장한 뉴블랙이었다.

-와오..

-나인으로 해외 반응 터졌다고 해서 얼마나 터졌는지 궁금했는데 ㄹㅇ 터진 거였네ㅋㅋㅋㅋ

-뉴블랙♥

-미쳤다ㄷㄷㄷㄷ

-노래 특성상 음원몰빵일줄 알았는데 실물앨범이 터졌네

-팬싸 얼마나됨??

-앨범도 존예구 구성도 대혜자라서 난 이번에 대만족 ^_^

-ㅇㅇ 구성 개오짐,,

-솔직히 진짜 부럽다ㅠㅠㅠ 내 돌도 이거만큼은 아니더라도 반만큼이라도ㅠㅠㅠ

-진짜 잘판다 뉴블랙.. 총판 궁금해

-이번 앨범 안 팔릴 거라고 이 악물던 애들 다 어디 갔냐

-이거 보고 락세라는 애들은 올라가는 계단이 막 내려가는 걸로 보이고 그래?

-피보나치설이 진짜였네 8 13 21 드립 나올 때만 해도 어이 없었는데ㅋㅋㅋ

늘 저평가 당하던 뉴블랙의 팬덤이 얼마나 큰지 아이돌 팬덤들이 다시 보게 된 사건이었다.

TNT나 틴스피릿의 앨범 판매량과 큰 차이가 없을 정도.

팬들인 수플레들도 보고 나서 ‘이건 뭐지’ 할 상황이기에 머리가 멍할 정도였다.

보면서 ‘와…’ 가 계속해서 나온다고 할까.

물론, 좋은 일만 있는 건 아니었다.

요즘 잠잠했던 TNT나 틴스피릿의 팬덤이 어마어마하게 견제를 하려는 조짐이 보이기도 하고.

하지만 그중에서 가장 큰 단점은…….

-님들 님들 작고 귀여운 숯불 왔쪄요 뿌우 >ㅇ<

-귀여운척하지 말라고 했지

-쀼?

-초동 봤어.. 이제 작고 귀여운척 안 통해

-쳇

-(검정고무신에서 할머님이 우는 짤.jpg) 또르르.. 할매는 웁니다..

더 이상 작은 척을 할 수 없다는 점이었다.

*   *   *

컴백 이후 주간차트 1위에 등극한 ‘겨울잠’이 여전히 일간차트의 1위에서 머물러 있고.

스페셜 앨범의 다른 수록곡들이 차트 상위권에 포진해 있는 상황.

뉴블랙의 스페셜 앨범이 빌보드 200 차트를 비롯해 해외 앨범 차트에 들어갔다는 소식들이 들려왔다.

-뉴블랙, 美빌보드 200차트 109위, Hot 100의 ‘Thousand Dreams’와 겹경사

-뉴블랙 스페셜 앨범, 美빌보드 메인 앨범 차트 진입

-美빌보드, “뉴블랙은 K팝에서 주목해야 할 차세대 아이돌”

철저하게 한국 리스너들을 대상으로 기획한 앨범이 미국 시장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는 뉴스가 단신으로 흘러나왔다.

빌보드에서 K팝에 대한 아티클을 쓰면서 2016년에 가장 기대되는 아이돌로 꼽았다는 것과 함께.

일본뿐만 아니라 아시아 여러 나라의 차트에 이름을 올리고 있었다.

평론가들이나 전문가들이 ‘아마 이번 겨울 앨범에 담긴 보편적 정서’가 세계 여러 나라의 리스너들에게 와 닿은 것이 원인이 아닐까 하고 추측을 하고 있을 때.

본래 목표였던 한국 리스너들에게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었다.

“어, 오빠. 이거 뉴블랙 노래 맞지?”

“맞을걸?”

눈이 소복소복 쌓인 길거리.

통신사 대리점이나 카페 앞을 지나갈 때마다 뉴블랙의 목소리가 귓가에 들어왔다.

길을 걷던 한 커플이 미소를 지었다.

“진짜 겨울 느낌 나긴 하네.”

“그러네. 좋다.”

잔잔한 분위기에서 흘러나오는 ‘겨울잠’도 좋고.

겨울에 떠나는 설레는 여행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Winter Trip’도 다른 느낌으로 좋았다.

어떤 노래든 지금 이 계절에 참 잘 맞는다는 느낌을 준다고 할까.

“가자.”

손을 맞잡고 걸어가는 커플의 귀에 뉴블랙 리혁의 목소리가 부드럽게 날아들었다.

카페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친구들의 귓가에.

번화가를 걷는 대학생들에게.

주차장에 눈이 잔뜩 쌓여 있는 강원도의 휴게소에서 간식거리를 먹는 여행객들의 귓가에.

“아빠!”

“응, 또 한 번 타러 갈까?”

“갈래!”

스키장이나 썰매장에서 행복하게 웃는 사람들의 귓가에.

뉴블랙이 부른 겨울 노래의 멜로디가 마치 눈이 내리듯이 사람들의 귀에 내려앉고 있었다.

겨울.

눈이 내린 하얀 계절과 함께 뉴블랙의 노래는 2016년의 새해를 맞이한 사람들의 일상에 스며들었고.

기억이 되어갔다.

대개 음악을 들으면 특정 시기의 추억이 떠오르듯이, 뉴블랙의 겨울 노래는 많은 사람들에게 2016년 초의 겨울이 되어가는 중이었다.

그리고.

가랑비에 젖듯이 뉴블랙이 사람들의 기억으로 편입되는 과정 속에서 그들에게 큰 영향을 받는 사람들이 또 있었다.

“흠흠…….”

산속 깊숙한 마을이든, 농가나 어촌이든, 혹은 도시의 어느 아파트에 있든 간에 상관 없이.

매일 오후 6시만 되면 TV를 키는 노년층이었다.

-안녕하십니까?

-‘지금 내 고향은’ 의 이미정.

-최상훈입니다.

진행자석에 앉은 남녀 아나운서가 따스한 미소를 지으며 수더분하게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오늘 좋은 하루 되셨습니까? 오늘이 바로 그 춥다는 대한(大寒)입니다.

경기도 양평군의 어느 마을에 있는 집.

조용하고 적막한 거실의 공기.

보일러를 킨 바닥도 따끈따끈하고, 조명을 켜 두었는데도 어딘가 덩그러니 휑한 느낌이 든다.

리모컨을 든 주름 진 손이 볼륨을 쭉쭉 키웠다.

평소 습관처럼 지나가는 코너들을 보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있을 때.

‘이제 갸들이 나올 때가 됐네.’

볼륨을 조금 낮췄다.

아니나 다를까.

-흐하하하핫!

우렁찬 웃음소리와 함께 뉴블랙 멤버들이 짜잔! 나타났다.

리포터가 살짝 멍한 표정으로 그 웃음소리를 들을 만큼 엄청나게 큰 웃음소리였다.

“어휴. 시끄러워.”

노인이 투덜거리며 볼륨을 더 낮췄다.

“뭐가 저렇게 신이 났는지를 모르겠네.”

귀가 아프다고 투덜대면서도 눈은 TV에 고정되어 있었다.

잘생긴 청년들.

얼마 전에 PBS 아침 뉴스에서 보았던 청년들이 지금은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프로그램에 출연하고 있었다.

-충주~! 충주하면 뭐가 떠오르나요. 비주 씨?

-사과요오오오!

홍조가 떠오른 양 뺨에 손을 올린 채, 비주라는 아가가 행복해서 혼절할 것 같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시끌벅적한 웃음소리.

뭐가 그리도 좋은지, 스치는 햇살 하나에도 박장대소하며 신나게 일을 하는 뉴블랙이었다.

“아이고, 저걸 저렇게 하는 게 아닌데!”

어설픈 일손으로 과수원 주인의 콧구멍을 불안하게 벌렁거리게 만드는 지호의 일을 타박하다가도.

-죄송해여….

눈을 크게 뜨고 애교로 얼버무리려는 모습에 설핏 웃음이 나왔다.

그리고.

“깔끔쟁이야. 아주.”

옆에서 누가 흙을 파파팟 튀길 때마다 히익 하며 물러나는 리혁.

타고난 농사꾼처럼 일을 하는 중현과 뭘 하든 어딘가 동년배처럼 느껴지는 우주까지.

며칠 본 것인데도 단박에 누가 어떤 성격인지 확 눈에 들어왔다.

주인의 허락을 맡은 후 사과를 저글링하는 우주를 보며 기가 찬 듯한 웃음을 터뜨렸다.

‘멀쩡하게 생겨놓고 제일 요상망측하다니까.’

방영분이 이어질 때마다 계속해서 더 시끄러워졌지만 그녀는 왠지 모르게 그런 소란이 좋았다.

정신이 없긴 해도 이 빈 공간을 채워준다고 할까.

마치 새끼 강아지 떼가 집안을 정신없이 돌아다니며 사고를 치는 듯한 느낌이었다.

‘아유, 나가!’ 이러면서도 왠지 모르게 또 좋긴 하고.

월요일만 해도 ‘저것들은 또 뭐냐…’ 하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는데, 며칠 만에 정이 든 기분.

덜컹-

한창 TV를 보고 있을 때, 비닐하우스에서 일을 하고 돌아온 아들이 장화를 벗었다.

이윽고 거실 소파에 앉아 양말까지 벗은 아들이 물었다.

“나 왔어요.”

“일은 잘하고 왔냐.”

“어유, 뭐 이장이 찾아와 가지고 또 지랄… 근데 뭘 그렇게 봐요? 테레비에서 뭐 하나?”

이윽고 PBS 밑의 ‘지금 내 고향은’ 로고를 발견한 아들이 ‘아아’ 하며 말했다.

“얘네가 요즘 그렇게 인기가 좋다고 그러던데.”

“아유. 난 그건 모르겠고 시끄러워서 죽겠다.”

“별로예요?”

“맨날 시끄럽기만 하고, 차라리 다른 채널을 봐야지…….”

너무 시끄러워서 정신이 없다는 힐난이 이어질 때, 그렇구만 하고 듣던 아들이 리모컨을 잡았다.

띠익.

채널이 HBS로 돌아갔다.

“야!”

벗어두었던 양말이 얼굴에 날아오자 아들이 어푸푸 했다.

“어이! 왜 갑자기 양말을 던져요!”

“한창 보고 있는데 왜 돌리냐!”

“아니, 시끄러워서 다른 채널 본다면서…….”

“잔말 말고 당장 돌려!”

별로라는 평가가 ‘내 마음의 별로’ 였다는 것을 알지 못한 채 채널을 돌리다가 봉변을 당한 아들이었다.

“어유, 시끄럽다.”

“…….”

“쟤네들은 하루 종일 떠들어댄다니까.”

시끄럽다, 시끄럽다 투덜거리며 TV를 바라보는 어머니를 보며 아들은 입만 비죽였다.

*   *   *

경기 남부와 북부, 충청권까지.

정신없이 소극장 투어와 지역 맛집을 돈 우리는 전북 전주시에 도착해 있었다.

“안녕하세요, 뉴블랙입니다~!”

다 같이 방문한 한옥 마을에서 이런저런 주전부리를 챙겨 먹으며 행복한 미소를 교환했다.

“아이, 좋다. 좋아.”

행복함에 몸이 부르르 떨렸다.

“소극장 투어하길 잘했어. 전주도 오고.”

“그러니까요. 행복한 고구마가 된 기분이에요.”

중현이가 푸근하게 웃으며 츄러스를 먹었다.

여행을 왔는지 지나가고 있다가 ‘어?!’ 하며 놀란 표정을 짓는 대학생들에게 손을 흔들어 주었다.

“…흐어어.”

뒤를 돌아본 민기 형이 숨을 삼켰다.

피리 부는 사나이와 소년들의 행렬처럼 셀카봉을 든 우리 뒤를 따라 사람들이 움직이고 있었다.

‘지금 내 고향은’ 콜라보 소식 이후로 지역 방문에 대한 소식이 퍼졌는지 가는 데마다 사람들이 뒤따라 왔다.

대부분 젊은 여행객들이 ‘우와’ 하며 거리를 벌리고 우리 뒤를 쫓아오는 가운데.

우리를 알아본 상인들이 친근하게 물었다.

“왜 네 명이야? 제일 시끄러운 애는 어디 갔어?”

“시험 보러 갔어요!”

“시험?”

“한국사 시험 보러 잠깐 서울에 올라갔어요.”

그리고 아마 지금쯤 원석이 형이랑 ‘나 빼고 다 전주야! 전주!’ 하며 울부짖으며 미친 듯이 오고 있을 거다.

어쨌거나 얘기가 나온 김에 주변 가판대에 걸어가 간식을 샀다.

“시험 보러 갔어?”

“네.”

“희한하네. 얼굴에 글이 있는 관상은 아닌데.”

너무나 단호한 평가에 우리가 웃음을 터뜨렸다.

“오늘은 내 고향 녹화 안 해?”

“네! 오늘은 휴식이에요!”

‘지금 내 고향은’에 출연한 것 덕분인지 중년 세대에서 알아보는 게 더 체감이 됐다.

더 친근하게 봐 주는 것 같기도 하고.

간식을 옴뇸뇸 하며 동생들과 주변 명소를 탐방하고 있을 때.

“그래도 왕지호가 없으니까 뭔가…….”

리혁이가 간식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차이가 있을 줄 알았는데 더 맛있는 거 같지 않아요?”

“꿀맛.”

“지호한테 사진 보내 봐. 더 꿀맛이야. 중현아.”

비주가 못됐다 하며 바라보는 동안 우리가 깔깔 웃으며 간식을 탐욕스럽게 흡입했다.

‘형들이 음식을 숨김’이라는 제목의 톡방을 만들어 간식 사진을 신나게 보낼 때.

“으아아아아아아!”

“이제 도착했네.”

근엄하게 달리는 원석이 형과 함께 도련님 한복을 입은 막내가 미친 듯이 파파팟 뛰어왔다.

표정이 되게 밝아서 반짝반짝했다.

“형드으으을!”

“표정이 엄청 밝은데? 쟤 시험 엄청 잘 봤나 봐.”

“그러네요. 다행이다.”

“뭐 아까 인터넷으로 후기 검색했는데, 오늘 역대급으로 쉬웠다고 하더라고요.”

우리끼리 수군거리고 있을 때, 막내가 발랄하게 뛰어오며 외쳤다.

“형들! 저 시험이여! 시험!”

“잘 봤어?”

이윽고 지호가 짜잔! 하며 내미는 시험지에 우리가 ‘오’ 하며 눈을 휘둥그레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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