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361)화 (361/1,031)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361화

수플레들의 머릿속에 그림이 그려졌다.

‘아빠 출근하기 싫어?’

‘응.’

‘근데 아빠가 사장이잖아…….’

객석 곳곳에서 정신없이 웃음이 터지는 가운데, 박규호 대표가 멋쩍은 웃음을 흘렸다.

우주가 활짝 웃으며 마이크를 들었다.

-저희 덕분에 출근길이 즐거워지셨다니 정말 다행이네요. 대표님. 얼마나 행복해지셨나요?

-몸으로 표현해 주세여. 몸으로!

자리에서 일어난 박규호 대표가 팔불출처럼 웃으며 양손으로 머리에 큰 하트를 그렸다.

수플레들이 박수를 치며 웃었다.

‘그럴 만하지.’

뉴블랙이 벌어다 줄 돈을 생각하면 매일매일 출근길이 즐거워져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였다.

우주가 마이크를 들고 말했다.

-어우, 여전히 얼떨떨하긴 하네요.

-맞아요. 대표님께서 찾아와 주실 거라고는 전혀 예상 못하고 있었거든요.

비주가 말했다.

-그런데 왜 부산에……?

-본가가 부산이야. 부모님 댁이 부산에 있거든.

-아하.

본격 내 가수 소속사 대표의 고향까지 알게 되는 유익한 공연이었다.

중현이 마이크를 들고 말했다.

-안 그래도 부산의 숨은 맛집이 궁금했는데, 이따가 끝나고 대표님한테 여쭤보면 되겠네요.

-중현이 형. 대표님은 맛집 어플이 아니에요.

리혁이 혀를 끌끌 차는 가운데, 박규호 대표가 큰 웃음을 터뜨리며 마이크를 들었다.

-안 그래도 조개구이를 아주 맛있게 하는 집이 있거든? 거기 예약해 놨으니까 맛있게 먹자.

-허어!

-무제한으로 사줄 테니 마음껏 먹거라.

-무제한!

수플레들이 ‘무제한’이라는 로맨틱한 키워드에 부러워하는 동안, 뉴블랙 멤버들의 눈에 물기가 어렸다.

멤버들이 마이크를 들고 손을 뻗었다.

-대표님…!

-얘들아……!

-정말 저희가 애정해요!

-나도…!

멀찍이서 서로 하트를 보내는 기획사 사장과 아이돌 멤버들의 모습에 수플레들이 웃음을 터뜨릴 때.

그러면서 슬슬 토크가 끝으로 갔다.

-오늘 공연에 와 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대표님. 공연 주제가 ‘만남’인데 이렇게 오늘은 대표님을 만나 뵙게 되어 정말 기분이 좋네요.

우주가 산뜻한 미소와 함께 정중하게 인사하면서 다른 멤버들도 똑같이 인사했다.

-저희가 정말 그 동안 물 먹는 하마처럼 돈을 써 왔거든요. 대표님, 이번엔 뮤비에 컴퓨터 그래픽을 쓰고 싶어요. 대표님, 이번에는 저희 미국으로 안무 배우러 가고 싶어요 하고.

-거의 폭포수처럼 썼져.

-늘 믿음을 가지고 저희를 아껴 주시고, 응원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감사해요.

우주와 멤버들이 웃으며 손가락을 들었다.

-돈.

그러곤 OK를 그렸다.

-많이 벌어 올게요.

객석에서 웃음이 흘러나오는 동안, 공연장의 스포트라이트가 박규호 대표에게 머물렀다.

반짝.

아르키메데스가 로마 군의 배를 불태웠을 때 쓴 거울처럼 반짝이는 머리에 조명감독이 아차 하고 밝기를 낮췄다.

그 동안 레몬 엔터의 대표가 눈물을 훔치고 있었다.

“어어……!”

“울지 마!”

수플레들이 ‘울지 마’ 합창을 이어가면서 격려를 하다가 저도 모르게 웃음이 터져서 끅끅거렸다.

감성이 풍부한 중년인이 손수건으로 눈가를 콕콕 찍을 때.

-혹시 대표님도 하실 말씀 있으시다면….

박규호 대표가 고개를 끄덕였다.

-너희에게 할 이야기는 이따가 하기로 하고, 이 자리에 참석한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어서.

그러곤 고개를 틀어서 박규호 대표가 있는 쪽을 바라보는 이들에게 그가 넉넉한 미소를 지었다.

-저희 아이들을 좋아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여러분이 우리 아이들을 좋아해주시는 만큼, 저희도 이 아이들을 아끼고 있고. 앞으로도 뉴블랙 친구들이 더 빛날 수 있도록…….

수플레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빛…….’

‘빛이 나긴 하네.’

후광이 아니라 전광이 비치는 박규호 대표에게 시선을 빼앗겼다.

-여하튼, 정말 감사합니다.

-와아아!

뉴블랙 멤버들과 함께 수플레들이 박수를 쳤다.

그렇게 인사를 마친 후, 사연에 대한 노래를 불러주는 시간이 됐을 때.

-저희가 사실 이게 대표님이신 줄 모르고 사연 선정을 했거든요.

우주가 살짝 머쓱한 얼굴로 말했다.

-회사원 분이라고 생각을 해서 선곡을 했는데, 지금 와서 MR을 변경할 수도 없고.

-일단 정해진 대로 해야죠.

무슨 선곡을 했는지 모두가 궁금해할 때, 우주가 MR 주세요 하듯이 신호를 보냈다.

-출근길에 늘 힘들었던 은서 아버님을 위로하기 위한 저희 뉴블랙의 선곡입니다!

-고구마 트리오의 ‘로또 되세요!’

-대박 나세요!

수플레들이 정신없이 웃음을 터뜨리는 가운데, 뉴블랙 멤버들이 능청맞게 ‘로또 되세요’의 전주에 몸을 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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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 화요 수요일

목요 금요 토요일

토요일은 추첨 날

중현의 리듬감 있는 보컬에 수플레들이 손뼉을 치며 응수했다.

직장인들의 염원인 ‘로또 되세요’를 들으며 박규호 대표가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그렇게 노래가 끝난 후.

마침내 경품 추천 시간이 왔을 때.

‘아…….’

수플레들이 눈을 가늘게 떴다.

경품 추첨 시간이 되자 눈을 반짝반짝하는 레몬 엔터 대표의 눈이 보였기 때문이었다.

최신형 냉장고나 세탁기 등에 시선이 머무르고 있을 때였다.

-자, 경품 추첨 시간인데요.

우주가 활짝 웃으며 말했다.

-특별한 손님이 오신 만큼, 오늘 저희가 특별한 선물을 또 하나 준비했습니다.

“……?”

-바로 저희의 특별 친필 사인이 담긴 CD와 함께 프리허그 기회가 있습니다!

박규호 대표의 얼굴에 절망이 서리는 동안 멤버들이 발랄하게 웃기 시작했다.

우주가 냉장고 판넬 옆에서 사인 CD를 들었다.

-무엇을 고르시겠어요, 대표님?

‘우리야, 냉장고야?’ 하는 얼굴로 서 있는 뉴블랙 멤버들의 모습에 수플레들이 웃음을 터뜨리기 시작했고.

-그…….

달달 떨리던 레몬 엔터의 대표의 손가락이 이내 앨범으로 향하는 모습에 모두가 만족스러운 웃음을 흘렸다.

*   *   *

오늘 공연의 앵콜까지 마친 후.

“대표니이임!”

“대표님!”

백스테이지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던 대표님에게 달려갔다.

약속대로 사인 CD를 건네고 차례대로 포옹을 마친 후.

“어이구.”

대표님이 핸드폰을 보며 혀를 내둘렀다.

“요즘엔 기자들이 참 빠르네. 1시간 전부터 기사가 다 나왔네.”

“Y앱 생중계거든요. 실시간으로 보고 있던 기자님들이 바로 기사 올리는 것 같아요.”

“아. Y앱.”

워낙 업무량이 많으시다 보니 디테일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대표님이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눌 때.

“조개 구이 먹으러 가여! 조개 구이!”

“조개 구이 먹으러 가나요?”

먹을거리에 정신을 못 차리는 두 녀석의 재촉에 대표님이 너털웃음을 지었다.

“그래, 가자.”

회식 자리는 둘로 나뉘어졌다.

매니저 형들과 다른 스탭들은 대표님이 예약한 한우 집으로 이동하기로 결정했다.

다들 양손을 앞에 모으고 어색하게 서 있는 가운데 대표님이 웃으며 민기 형을 불렀다.

“내가 젊은 사람들 자리에 끼는 것도 예의가 아니고.”

“아유, 아닙니다. 대표님!”

“계속해서 지역 바꿔 가면서 투어하는 것도 만만찮게 힘든 일정이니까.”

“아니에요. 요즘 지역 돌 때마다 애들이 비싼 음식을 왕창 사 줘서 포식했는데요. 뭐.”

대표님이 모두가 보는 앞에서 카드를 내밀었다.

“다들 전국 곳곳을 도느라 고생이 많아. 오늘 하루만큼은 원 없이 먹어.”

“감사합니다!”

직원들이 ‘와아아!’ 하면서 법카의 등장을 반겼다.

대표님이 당부하듯 말했다.

“다만, 운전해야 될 사람들은 절대 음주하지 말고.”

“예, 알겠습니다.”

“그래. 서 대리가… 아니, 이젠 서 대리라고 하면 안 되겠지. 서 팀장이 책임을 지고 관리해.”

“예?”

팀장이라는 호칭에 민기 형이 ‘?’ 하는 동안 우리도 ‘오?’ 하며 눈을 휘둥그레 떴다.

팀장.

우리 회사에서 팀장이라고 하면 2가지 의미가 있다.

배우 1팀, 2팀처럼 일반 회사의 부장급에 해당하는 팀장님들이 있고, 또 대개 연예계에서 팀장-실장급으로 말하는 매니저의 직급에서 팀장을 의미한다.

민기 형이 놀란 눈으로 물었다.

“…저 승진합니까?”

“곧 좋은 소식이 있을 거야.”

“……!”

“그리고 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도 다.”

직원들 사이에서 짧은 탄성 같은 게 스쳐갔다.

그리 큰 소리는 아니었지만 다들 얼굴 위로 흥분 같은 게 떠오르는 게 보였다.

소란스러운 소리와 함께 직원들이 회식 장소로 이동하는 동안, 우리는 대표님과 함께 SUV를 타고 따로 이동했다.

“우와.”

지호가 눈을 휘둥그레 뜨고 물었다.

“진짜로 다른 분들 다 승진하시는 거예여?”

“이번에 회사 전체적으로 개편을 할 예정이거든.”

“오오.”

“너희와 스칼렛을 각각 담당할 TF팀을 만들 거야.”

궁금해하는 우리에게 대표님이 간략하게 요약을 해서 말해주셨다.

뉴블랙 전담 TF팀.

우리를 담당하고 있는 석환 형이 TF의 팀장이 되고, 홍보를 맡는 홍서영 대리님을 비롯해서 각 분야의 직원들이 모이게 될 거란 소식이었다.

레몬 엔터라는 회사 안에서 뉴블랙을 담당하는 일종의 소규모 회사 느낌이라고 할까.

홍 대리님도 과장으로 승진될 거라나.

아직 다 확정된 건 아니지만, 우리에게 미리 알아두라고 하는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이런 점, 저런 점 다 고려해 봤지만 지금의 구조로는 제대로 운영이 힘들다는 판단이 많더라고.”

대표님이 너털웃음을 보이며 우리를 조개 구이 집으로 안내했다.

허름한 간판.

남구에서부터 한참을 달려온 이곳은 간판에 불이 꺼져 있는 2층 가게였다.

“자. 일단 복잡한 일 이야기는 넘겨 두고.”

가게 사장님이 우리를 반겼다.

대표님이 자주 방문하는 단골 가게인데, 오늘 특별하게 우리를 위해서만 영업을 한다는 모양이었다.

“우와아아……!”

번개탄 모양의 숯에서 샛노란 불꽃이 몽실몽실 피어올랐다.

불판만 봐도 침이 고이는 듯하다고 할까. 중현이가 스읍, 스읍하더니 물을 들이켰다.

“우와아아.”

기본 반찬으로 뜨끈한 미역국이나 새우 요리 등에 우리가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뜨끈한 국물이 들어오니 온몸이 부르르 떨렸다.

대표님이 웃으며 말했다.

“너무 물 배 채우지 말고. 이따가 라면도 있으니까.”

“허어어…!”

이윽고 양념과 마늘 등이 맛스럽게 뿌려진 가리비와 전복, 백합조개 등이 불판 위에 올라갔다.

동생들과 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안 되겠다. 한잔해야겠어.”

“맞아요. 이런 날은 마셔야 돼요.”

그러곤 사장님을 불렀다.

“저희 콜라 네 병 주세요!”

“예에-!”

요즘 다이어트 콜라만 마시고 있었던 까닭인지 그냥 콜라를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았다.

이윽고 조개구이의 환상적인 맛을 즐길 때.

잘 익은 가리비를 대표님 접시에 놓으며 물었다.

“그런데 부산까지는 어떤 일로…?”

“아, 설 즈음에 미팅이 많을 거 같아서 미리 본가에 내려왔거든.”

“아아.”

“겸사겸사 너희도 볼 겸 공연 구경을 왔는데, 설마 그 사연이 당첨됐을 줄은 몰랐지.”

우리가 호오오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저희가 일부러 딱 찍은 건 아니고요. 그냥 눈에 띄었어요.”

“맞아여. 저희 팬분들 닉네임에 엄마나 이모는 있어도 아빠는 잘 없었거든여.”

너무나 눈에 띈 ‘은서아빠’라서 골랐다는 소식에 대표님이 웃음을 터뜨리며 이마를 닦으셨다.

박규호 대표님이 말했다.

“내 고향부터 지역 축제 도느라 엄청 고생이 많네. 이제 제주도 돌고 부산까지 온 건가?”

“아뇨. 제주도는 못 갔어요…….”

“왜?”

“눈이 엄청 왔거든요.”

호남과 제주 지역에 눈이 옴팡지게 내리면서 제주공항의 활주로가 폐쇄됐기 때문이었다.

비행기를 안 타서 좋긴 했지만 진짜 너무 미안했다.

“저희가 여행 리얼리티 찍기로 계획한 게 있어서, 그때 가는 김에 공연을 하려고요.”

“아이고. 아쉽게 됐네.”

“네, 일단 Y앱으로 라이브 하긴 했는데 그래도 아쉽긴 해요.”

두런두런 요즘 힘든 건 없냐, 뭐 필요한 건 또 없냐 하는 이야기가 흘러나온 후.

조개구이를 맛나게 먹고 해물라면으로 이어질 때.

찌글찌글한 누런 냄비에서 국물이 보글보글 끓어오를 때.

“사실 이번에 온 건 다름이 아니라 너희 정산 때문이거든.”

“아.”

“너희 작년 하반기 정산.”

그럴 시기가 됐구나.

대표님이 미소를 지으며 발가락 양말을 꼼지락거렸다.

“액수가 좀 커서 내가 따로 말을 해 줘야겠다 싶더라고.”

“큰가요?”

“이번에 너희한테 1인당 보내줄 금액이…….”

대표님이 화면에 톡톡톡 치더니 우리에게 숫자를 보여 주셨다.

“…….”

그 순간.

시간이 정지한 듯한 느낌이 들었다.

비주와 리혁이가 눈을 부릅뜨고, 라면 국물을 호로롭 하던 지호가 수저를 땡그랑 떨어뜨렸다.

평소였다면 내가 떨어지는 수저를 발로 튕겨서 손으로 잡았을 텐데.

“와.”

중현이도 안 믿긴다는 눈치였다.

“이게 진짜인가요?”

“그럼.”

“…….”

라면이 불고 있었지만 그것도 신경 못 쓸 만큼 혼이 나가는 기분이었다.

상반기랑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금액이 컸다.

아마 콘서트의 영향 같긴 했다. 이래서 예전부터 선배 아이돌들이 해외 투어를 1년 내내 도는 거였구나.

“너희가 하반기 들어서 광고 수익이 더 늘은 것도 감안해야 하고. 자세한 내역은 나중에 알려 주마.”

“…….”

“물론 세전 금액이니… 얘들아?”

내가 멍한 표정을 지을 때, 마찬가지로 멍해 보이는 동생들이 나를 바라보았다.

‘이거 진짜겠지?’

‘진짜야.’

서로 눈빛을 교환하는 가운데 다시 한번 화면으로 시선을 돌렸다.

“…….”

회사 매출액이 확 늘어난 상황에서, 안 그래도 높았던 정산 비율까지 합쳐지니 놀라운 금액이 탄생해 있었다.

우리 회사는 100원을 벌면 비용처리 하기 전에 우리에게 각각 8원씩 수수료로 주는 시스템이라서.

“와…….”

비주가 침을 삼키며 말했다.

“너무 안 믿겨요.”

“그럴 만도 하지.”

대표님이 웃으며 당황한 표정의 우리에게 말했다.

“정말 축하하고.”

“감사합니다…….”

“정산에 대해서 알려 주는 김에 또 다른 중요한 것도 알려 줄 게 있어.”

“중요한 거요?”

대표님이 구멍이 난 발가락 양말을 꼼지락거렸다.

“스칼렛 때도 그렇지만, 너희도 이제 때가 된 거 같아서. 몇 가지를 좀 알려 주려고.”

“……?”

“보통 연예인들이 큰돈을 벌었다 싶으면 사기꾼들이 엄청 따라붙거든.”

“아.”

저번 정산 때처럼 가족들에게도 또 한 번 안내를 해 주겠지만, 눈먼 돈을 노릴 사기꾼들을 조심하라는 이야기였다.

박규호 대표님의 ‘사기꾼! 이렇게 판별합니다!’ 하는 강의라고 할까.

A와 B, 갑과 을이 막 등장했다.

“와, 되게 사례가 리얼하네여.”

“다 우리 회사 배우들 얘기거든.”

“아앗…….”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이야기니까 들으면 좋을 거야.”

라면을 호로록 먹는 동안 대표님으로부터 돈 관리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은 것 같다.

“잘 들었지?”

“네.”

우리가 웃으며 답했다.

“정말 감사합니다.”

“그래.”

대표님이 라면을 후루룹 먹으며 우리에게 물었다.

“그런데 이번에 정산 받으면 어디다 쓸지 생각은 해 뒀니?”

“네.”

내가 답했다.

“군산에서 좋은 집을 한 번 알아보려고요.”

“저도 누나 살 집이랑 부모님 살 집을…….”

비주도 그렇게 말을 하며 행복한 웃음을 흘렸다.

누나와 부모님, 민준이한테 이야기해줄 생각만 해도 막 두근거리고 행복해서 가슴이 터질 듯한 표정이었다.

나도 공감하고 있었다. 김덕순 여사한테 뭐 새로 해줄 거 생각하면.

“저는 아직 미정이에요.”

“전 예인이 사고 싶은 거 있으면 좀 사주고…….”

나머지 둘은 곰곰이 생각해 봐야겠다고 답할 때, 혼자서 핸드폰을 톡톡 치던 막내가 울상이 되어 말했다.

“누나들이랑 엄빠한테 연락했는데, 그냥 제 용돈으로나 쓰래여.”

‘나 돈 벌었당!’ 하고 생색을 냈는데 가족들이 ‘어휴, 용돈으로 쓰면 되겠다’ 했다는 모양이었다.

너무하다고 울상이 된 모습에 우리가 웃으며 토닥였다.

그러는 동안.

“뭐, 가장 먼저.”

우리가 대표님의 발가락 양말을 바라보며 말했다.

“저희가 양말 한 짝 사드릴게요. 대표님.”

“아, 이거?”

“구멍이 나서.”

“하하! 이거야 내가 메우면 돼.”

구멍 난 발가락 양말이 꼼지락거리는 모습에 우리가 진지하게 말했다.

“사드릴게요.”

“아니…….”

“저희가 양말 사드릴게요. 대표님.”

“아, 그…….”

“사드릴게요.”

“…….”

우리의 강렬한 눈빛에 라면을 뜨던 대표님이 최애템을 서글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편안.’

‘편안.’

그제야 속이 더부룩했던 우리가 배를 쓰다듬으며 서로를 바라보았다.

*   *   *

1월이 지나고 마침내 2월이 됐다.

여전한 겨울.

사람들이 ‘이제 지겨우니 좀 가라’ 하는데 겨울이 ‘엘렐렐레! 싫지롱!’ 하면서 놀리는 듯한 추위가 이어지는 날이었다.

“리혁 시~”

“리혁 시~”

오전 7시 12분.

털장갑을 낀 우리가 리혁이에게 손을 흔들어주며 웃었다.

“리혁…….”

“아, 그런 거 하지 좀 마요. 민망하게.”

“알았어.”

“…….”

귀가 서서히 붉어지기 시작했다.

“…….”

“진짜로 하지 말라고 한다고 안 할 거예요?”

우리가 이윽고 눈빛을 교환하고는 활짝 웃었다.

“리혁 시~”

“리혁 시~”

이른 아침이라 그런지 다들 피곤한 기색이 가득했지만 피부가 뽀송뽀송하고 눈이 반짝였다.

빵모자를 쓴 비주가 철썩이는 파도를 바라보며 말했다.

“동해안의 새벽 강추위. 너무 좋네요.”

“맞아여. 겨울 바다가 오늘따라 너무 예쁘게 보이네여.”

“갈매기 나는 모습이 아름답네요.”

정산을 받은 덕분인지 세상 모든 일이 행복하게 보이는 요즘이었다.

아직 가족들에게 뭘 해줄지를 계획 중이지만, 매일 밤마다 통장이 꿈에서 우릴 반겨 주었다.

나홀로집에의 케빈처럼 차려입은 우리가 서로를 바라보며 다시 한 번 장갑을 꼼지락거렸다.

“아이고. 비주가 사준 옷이 아주 땃땃하구나.”

“형이 사준 곰돌이 빵모자 너무 귀여워서 좋아요.”

“아, 리혁이 형이 사준 운동화를 신으니 하늘을 나는 기분이네여.”

“흠흠.”

“김비주가 사준 젤리가 맛있젤리.”

정산 기념으로 주고받은 선물들을 자랑하며 우리가 꺄르륵 웃음을 터뜨릴 때.

매니저 형들과 스탭들도 옆에서 푸근하게 웃었다.

“세상이 참 예뻐.”

“옷도 따뜻하고.”

고급진 패딩을 걸친 우리 스탭들이 흐뭇한 미소로 세상이 참 아름답다 하고 있을 때.

덜컹.

항구 근처에서 노닥거리고 있던 우리 앞에 차 한 대가 도착했다.

“안녕하세요!”

“예, 안녕하세요!”

‘지금 내 고향은’의 제작진이 장비를 내리며 우리에게 인사했다.

그러곤 다 같이 강릉 여객터미널로 이동했다.

오늘은 <지금 내 고향은>의 마지막 녹화이자, 강릉에서의 마지막 소극장 투어까지 마치고 난 후 번외편이었다.

“가자. 수플레 만나러.”

목적지는 울릉도.

우리가 오는 것도 까맣게 모르고 있을 수플레를 위한 깜짝 이벤트였다.

*   *   *

울릉도 전역.

아침부터 여기저기서 확성기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

아아- 주민 여러분-

오늘 인기 가수- 뉴블랙이 울릉도를 방문해서 피비에쓰 내 고향도 찍고, 팬에게 노래도 들려주는 팬싸비스도 한다고 합니다-

많은 협조 부탁 드리겠습니다아-

다시 한 번 알려드립니다-

계속된 방송에 10대 학생의 얼굴에 공포가 깃들기 시작했다.

“…….”

울릉도에서 사연을 접수한 수플레는 아침부터 심장 박동이 미친 듯이 빨라지는 걸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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