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368화
공식 SNS에 올라왔던 뉴블랙 게임의 링크.
다양한 언어로 지원된 덕분인지 게임을 플레이한 팬들의 후기가 SNS 상에 쏟아지고 있었다.
@myongmyon_0215
(염소가 된 주인공 시점)
ㅅㅂ 이게 무슨 겜이냐고ㅋㅋㅋㅋㅋㅋ 미연시라고 해서 갔는데 미(친) 연(예인) 시뮬레이션 겜이었음
@ky121vadf
이번에 느낀 건데 참 레몬 엔터가 우리 본진이어서 다행이라 생각함. 암 남의 집 미친개보단 우리집 미친 복순이가 났지
@3263_dgyy
진심으로 이런 게임을 만들어낸 제작진 분들께 경의를 표하는 바입니다.
ㅅㅂ 그리고 난이도 조정좀 해주세요 살려줘
@tnvmffp_tkfkd
내 돌이 일본에 갔을 때
일반적 : 아. 떡밥 암전 시기네.. (일본에서 뭐하는지 잘 모름)
수플레 : 아. (뭐하는지 모르고 싶음)
그리고 그런 반응은 일본 팬들도 비슷했다.
@twi_kokorim
(흑마술의 조종을 받은 대걸레들과 빗자루들에게 쫓기는 주인공의 일러스트.)
치유계 게임인줄 알았는데 에..?
레몬 엔터엔 무슨 일 벌어지는 것입니까?
@AAAa24
(갑자기 어둠 속에서 귀신처럼 등장한 뉴블랙 아카데미 이사장 규호 일러스트.)
시작할 땐 두근거림이 멈추지 않았지만 지금은 다른 의미로 멈추지 않아 ! ! !
대머리 아저씨 따윈 사양이라고 ! ! !
@ehfnfnKK
(흑염소가 된 주인공을 가리키며 흥분한 리혁의 일러스트.)
이걸로 한국어 공부하려던 계획 포기
아무리 생각해도 ‘흑염소가 흑마술을 쓰고 있어’ 같은 건 일상에서 무리가 아닐까나
@colorrful_ming
시작 전만 해도 한국 팬들의 우주 난이도 웃긴 설명에 폭소했습니다만, 더 이상 웃지 못하게 되었다고 할까요.
공통적으로 대체 ‘이것은 무슨 게임인가?’ 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었다.
한편, 게임을 플레이한 모든 수플레들의 공통적인 평가가 있었으니.
@5959_ricechicken
근데 님들 이거 어케 깨나여;; 진심 돌파구가 안보이는데
바로 미친 난이도였다.
선택지를 한 번이라도 잘못 고르면 배드 엔딩으로 가버리는 미친 난이도에 모두가 고전하고 있었다.
초반에만 양자택일로 나올 뿐.
플레이가 이어질수록 선택지도 하나씩 늘어나고, 심지어 주관식으로 텍스트를 입력하라는 메시지 창까지 나왔다.
도표를 만들어 가면서까지 각종 루트와 경우의 수를 정리하던 수플레들이 ‘저 못하겠어요ㅠㅠ’하고 포기할 정도.
링크가 올라온 지 3시간이 지났지만 엔딩을 본 사람이 아직 아무도 나오지 않았을 때.
-지금 실트 오른 아이돌 게임
-믿기 힘들겠지만 미연시 게임 나온 뉴블랙 (링크 있음)
-꿀잼으로 지금 실트에서 핫한 아이돌 겜
아이돌 커뮤니티를 시작으로 여러 커뮤니티와 SNS에 해당 소식이 쫘악 퍼지기 시작했다.
초반 루트와 분기점 등을 스샷으로 설명한 글까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진짜 창피해
-개웃기네ㅋㅋㅋㅋㅋㅋ
-누가 외국 가서 홍보를 이런 식으로 하냐고ㅋㅋㅋㅋㅋ
-근데 게임 엄청 공들여서 만들었다ㅋㅋㅋ 일러부터 겜 디자인까지 공들인 티 확 남
-이건 근데 뉴블랙이니까 할 수 있는 기획임 ㄹㅇ
-근데 저 처음에 흑염소 루트가 쉬운거??
-ㅇㅇ 저게 그나마 쉬운거야ㅋ.ㅋ 흑염소 루트가 그나마 마도구 장비 구하기 제일 쉬움
-아니 마도구가 왜 나오는 건데??
-최종보스 누구일까
-아직 흑막 정체까지 다다른 플레이어가 없어서 지금 오리무중임
-재밌겠다ㅋㅋㅋㅋ 한번 가봐야지
이윽고 여러 포털 사이트 ‘뉴블랙 게임’이라는 실시간 검색어가 오르면서 일반인들의 접속도 늘어나기 시작했다.
트래픽 때문에 갑자기 접속이 지연되는 문제가 발생하기도 했지만.
그 덕에 공략이 확확 늘어나고 있었다.
-뉴블랙 아카데미 3층 공략본 (스샷 있음)
-이사장 끌어내리는 선택지 절대 누르지 마!!!! 니 캐릭 대머리 돼서 매력도 0됨!!
-야 발모제 구하려면 선택지 뭐 눌러야 함??
게임 사이트.
처음에는 가벼운 마음으로 접근했다가 이내 진심이 된 유저들의 후기가 게임 커뮤니티에도 올라오고 있었다.
-ㅅㅂㅅㅂ 작업실 존나 계쏙 끌려가네 아오ㅠㅠㅠㅠㅠ
-우주 작업실 안 가려면 어케해야 됨?
-선택지 보상에서 나오는 청각이랑 체력 미리미리 올려놓으셈. 안 올려놓으면 작업실에서 사망함
-도서관에서 역사책 읽는 서리혁 방해하는 선택지 -> 그 역사책 속으로 빨려들어감 절대 클릭 ㄴㄴ해 (클릭하면 ㅂㅅ)
-딱 봐도 방해하면 안될 삘인데 그걸 클릭하는 애들이 있음??? ㅋㅋㅋㅋㅋㅋ
-그게 바로 나다 시발.. 지금 김유신이 타는 말로 환생했는데 개쫄린다 ㅅㅂ
-비주 사과 독사과임 절대 먹지마라 Hp 존나 깎임
-그건 네가 잘 골라야지. 왼/오 랜덤이라서 잘 고르면 황금사과라서 목숨 1개 추가 생김
-아 김중현 존나 쎄ㅋㅋㅋㅋ 물리 면역이야
-나 자다 깨서 이제 들어왔는데 대체 뭔일 났냐 뉴블랙이 바이러스라도 풀었냐
게임 유저들까지 참전한 ‘뉴블랙 아카데미에서 살아남기.’
결국 최초로 게임을 클리어하는 데 성공한 사람이 나타났다.
[드디어 깼다. 뉴블랙 게임.]
(마왕성으로 변한 아카데미에서 주인공이 뉴블랙과 함께 마왕이 되어 세상을 지배하는 장면.)
이건 인증샷
5시간 동안 다른 사람들 공략 참조하고 안 굴러나는 대가리 최대한 돌려가면서 깼다
중간에 미궁 게임처럼 답 입력하는 거에서 고비왔는데 다행
경품이 뭐 굿즈라는데 그건 수령 안하겠다고 함
그건 팬들이 가져가겠지 머
후우.. 진짜 함께해서 더러웠고 다신 만나지 말자ㅋㅋㅋㅋㅋ
-공략 좀
-아카데미 7층에서 막혀 있는 중인데 어케 해야 되냐; 시펄
-중간에 켄타우로스 변신하는 게 나음? 아니면 미노타우루스 되는 게 더 공략 쉬움??
-[작성자] 그거까진 나도 모름. 솔직히 나도 어떻게 깼는지 모르겠다.. 난 일단 미노타우루스로 깸
-미노타우루스가 더 편할걸? 의견 갈리기로는 켄타우로스가 도망은 더 쉬운데 그거 해야 소 울음 스킬 사용 가능
-난 이거 안 해봤는데 대체 뭔 겜임;
-서리혁 탱커 절대 시키면 안 돼.. 이사장이 키우는 드래곤 브레스에 바로 파티 전멸임
게임을 하지 않으면 절대 알 수 없는 기묘한 소리들이 오가는 가운데.
수플레들과 다른 아이돌 팬들도 곳곳에 흩어진 공략을 모아 게임을 클리어하는 데 성공했다.
-엔딩 봤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
-감동의 눈물쓰ㅠㅠㅠㅠ
-숯불들아 나도 엔딩 봤긔~~ :ㅇ 끼요오옷
-아니 진짜 이게 이렇게까지 어려울 게임이냐고ㅋㅋㅋㅋㅋㅋㅋ
-오늘 하루 진짜 이것 때문에 개꿀잼이었다
-B엔딩 봣고 이제 A부터 쫘악 시도해보려구 함
-난 F 봤는데
-세상에 경품 당첨 감사합니다 레몬 엔터
-게임 하다가 포기ㅠㅠㅠ 그냥 돈 내고 살래여..
-캐릭터 사업을 하고 싶어하는 규호의 수작임을 직감했으나 퀄이 너무 좋아서 자본주의의 개가 되기로 하였읍니다
모두가 감동의 눈물 파티었다.
게임을 클리어 한 팬들은 선착순으로 당첨된 굿즈들을 보며 기뻐했다.
수플레 빵의 씰에 나왔던 미니 뉴블랙 캐릭터들이 나와 있는 뱃지와 핸드폰 케이스 등의 굿즈와 함께.
이번 일본 콘서트를 하게 되면서 새롭게 업로드된 굿즈의 목록이 공식 사이트에 업로드 되기 시작했다.
“하하! 하하하!”
어느 회사의 꼭대기 층에서 누군가 머리를 빛내며 광소를 터뜨리고 있을 때.
이번에 뉴블랙 게임을 플레이한 네티즌들 사이에서 두 가지 공감대가 오가고 있었다.
하나는 게임이 재미있다는 것이었다.
-졸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난이도 어렵긴 한데 개웃김ㅋㅋㅋㅋㅋㅋㅋㅋ 담당자 누군지 모르지만 칭찬해
-시나리오는 병맛인데 겜 디자인 겁나 잘했는데?? 스토리가 병맛이라 글치 이거 보상체계랑 밸런스도 은근 적절함
-겜 잘 만들었음 ㅇㅇ
-내가 남자 아이돌 게임으로 멀티엔딩을 볼 줄이야..
그리고 두 번째 깨달음은.
[미국 뉴블랙 덕이 정리한 이번 ‘뉴카데미’ 루트 및 분기점]
(깔끔한 그래픽으로 초반 분기점부터 선택지로 이어지는 수백 개의 거미줄 같은 루트를 도표로 정리한 사진.)
Annie라고 미국 팬덤에 유명한 수플레 있는데 그 사람이랑 몇몇 수플레들이 밤새 정리한 거라고 함
여러 나라의 수플레들이 게임을 플레이하고 있을 때, 그것을 아예 도표로 정리해 버린 미국 수플레들의 위엄에 모두가 감탄했다.
그래픽으로 빨간 화살표와 초록 화살표가 여기저기 이어지고.
클릭을 하면 확대가 되어 세부사항 등이 열거된 사진들이 주르륵 이어지고 있었다.
-와 대단하다ㅋㅋㅋㅋ
-이래서 덕중의 덕은 바로 양덕이라고 하는 건가..
-영알못이지만 일단 스크랩함ㅋㅋㅋ 정리 대박 잘했네
-분석하는 건 진짜 얘네가 갑ㅋㅋㅋㅋㅋ
-얘네 저번에 뉴블랙 굿즈 박물관 만들려는 애도 있지 않았나??
-여기 언니들은 덕질 참 씨게 하네
-얘네도 근데 생각하는 것 똑같긴 한가봐ㅋㅋㅋㅋ ‘다시 플레이하고 싶진 않았다’ 이거 봐
그런 이야기가 오가는 한편, 해당 도표에 적힌 ‘이스터 에그’에 관심을 보이는 사람들도 있었다.
-근데 저기 이스터 에그라고 되어 있는 건 뭐임??
-저거 경품 타겠다고 편법 쓰는 사람들 대상으로 한 거
-코드 보려고 하거나 약간 해킹처럼 사이트 침입하려고 할 때 뭐 뜬다는 것 같은데
-해봐ㅋㅋㅋㅋㅋ 개웃겼음
이내 뉴블랙의 게임 사이트에서 들어간 이들이 편법을 사용했다.
그러자.
『 깜빡. 깜빡. 』
화면이 깜빡깜빡하면서 사이트 화면에 서리혁의 캐릭터가 등장했다.
팔짱을 낀 채 내려다보는 모습.
『 최악이네. 너, 지금 편법으로 이 게임을 클리어하려고 한 거야? 정말 실망이야. 』
새초롬하지만 어딘가 하찮게 유저를 째려보는 캐릭터의 모습에 수플레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 * *
회사에서 출시한 ‘뉴블랙 아카데미에서 살아남기.’
팬들이 일명 ‘뉴카데미’라고 부르는 게임의 반응은 굉장히 좋았다.
한 가지 의문이라면.
“아니, 왜 또 모르는 사람들이…….”
팬서비스로 제작한 선택지 게임인데 일반인들도 와서 재미있게 놀다 간 듯하다고 할까.
“호오오.”
동생들과 함께 실시간 검색어에 오른 뉴블랙 게임 스샷도 보고.
어느 외국 수플레가 만들었다는 그래픽을 보며 감탄하기도 하고.
각종 사이트에서 ‘뉴블랙 게임 후기’라고 온 글을 보면서 웃음을 터뜨렸다.
“흐하핫! 이거 봤어여? 게임 플레이 끝나고 나면 리혁이 형이 겁나 얄미워진대여.”
“야. 왕지호. 너도 만만치 않거든?”
“저는 그래도 후반에 정체를 숨긴 가짜 황태자로 나오잖아여.”
어쨌거나, 인터넷상에서 화제가 된 것 때문인지 이런저런 파급된 컨텐츠도 많았다.
미튜브에도 유명 게임 미튜버들이 ‘지금 핫한 뉴블랙 게임, 저도 해 봤습니다!’ 하는 썸네일이 자주 보였는데 다들 반응이 압권이었다.
갑자기 등장한 소떼에 밟히거나 빗자루에게 사망하는 엔딩 등.
상식을 초월한 게임 전개에 미튜버들이 마우스를 잡은 채 멍하니 입을 벌린 짤들이 돌아다녔다.
“저는 이 반응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비주가 어딘가 서글픈 얼굴로 말했다.
“게임 속 제가 건네는 독사과랑 황금사과 맞추는 거 너무 어려웠어요. 저 세 번 죽었어요. 형.”
“나도 그래. 나도 내 작업실에서 일곱 번 죽었어.”
“저는 켄타우로스 변신 택했다가 개고생했어여.”
“나는 텃밭에서 인삼 주워 먹다가 수위 아저씨한테 들켜서 퇴학당했는데…….”
HP는 올랐지만 학교 퇴학당해서 망했다는 중현이의 말에 우리가 웃음을 터뜨렸다.
“후후, 이건 하지 않은 내가 승자네요.”
리혁이가 거만하게 웃었다.
하지만 게임 10분 만에 광탈당하고 ‘나 안 해요!’ 했던 것을 아는 우리로선 훈훈하게 웃을 뿐이었다.
“와, 근데 진짜 마약 같은 겜이긴 하네여. 전개도 약 먹은 것 같고, 중독성도 엄청 있구.”
“그니까, 재밌긴 하다.”
게임에 대해서 동생들과 소회를 주고받는 한편.
이번 게임을 만들어 낸 홍보팀 담당자인 홍서영 과장님에게도 질문을 했다.
“과장님, 이건 어떻게 나온 게임이에요?”
“어떻게 나온 게임이냐니?”
“플레이해 보니까 그냥 팬서비스로 가볍게 만든 게임은 아닌 것 같더라고요.”
엄청 세련되게 찍은 병맛 영화를 보는 듯하다고 할까.
선택지를 하나씩 고르며 나아갈 때마다 보상 선택지로 [장비]나 [스탯]도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데 중독성이 장난이 아니었다.
“아, 이건 정확히 말해서 우리가 만든 건 아니고. 우리가 짠 시나리오로 외주를 줬어.”
“외주요?”
“이번에 조 이사님이 새롭게 투자한 신생 기업이 있거든. 유망한 스타트업 게임 회사인데, 거기다 맡겼어.”
선구안 좋기로 유명한 조규환 이사님이 고른 회사인 모양이었다.
“이번에 일본 투어 하면서 홍보도 할 겸, 그리고 너희 캐릭터 사업 관련해서 한 번 반응도 볼 겸.”
겸사겸사 준비한 모양이었다.
뉴블랙에 관한 사업 분야 다각화를 꾀하면서 나온 기획 같다고 할까.
지금 선보였던 ‘뉴카데미’도 모바일 게임으로 곧 제작해 보려고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홍 과장님이 보여주는 SD 미니미 캐릭터들 모음을 보고 웃었다.
“얘네는 이름이 뭐예요?”
“아직 미정이야.”
중현이가 아, 하더니 화면 속 자신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미정아. 안녕.”
“……중현아. 그 미정이 아니야.”
정말 편견이 없는 우리 래퍼 때문에 홍 과장님과 함께 다들 정신없이 웃은 것 같다.
리혁이가 파일 명을 보기 전까지는.
“그런데 왜 프로젝트 폴더명이 ‘둘리_브라더스’예요?”
“……!”
“과장님? 어디 가세요?”
역시 우리 TF의 직원답게 도망치는 솜씨도 남달라진 홍 과장님이었다.
내가 따스한 미소로 말했다.
“이래야 우리 TF팀이지.”
“역시 방금 지은 모래성 같은 단합력이에여. 우리는.”
그런 이야기를 나누며 동생들과 함께 옷을 들고 탈의실로 들어갔다.
곧이어 카페 알바생 복장으로 갈아입고는 거울 앞에서 옷매무새를 점검했다.
오늘의 이벤트.
일본 수플레 중에서 게임을 클리어한 사람들에게 직접 음료와 함께 굿즈를 전달하는 시간이었다.
“장소 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니에요. 제가 오히려 더 감사하죠.”
카페 오너와 서로 배꼽인사를 주고받았다.
오늘 우리가 빌린 장소는 오사카의 상점가 골목에서 한국 분이 운영 중인 카페.
음료 내리는 법에 대해 강의를 받은 후에 동생들과 수플레들을 기다렸다.
“그런데 수플레들이 다 오긴 할까?”
“오지 않을까요? 공항까지도 그렇게 다들 찾아와 줬는데.”
“근데 30분이나 남았는데 아직 아무도 없어서…….”
유리창 바깥이 휑하다.
경품 받겠다고 오사카까지 오는 건 조금 힘든 일이겠지 하는 생각에 아쉬운 기분이 들었다.
리혁이가 핸드폰을 톡톡 두드리며 말했다.
“그런데 게임 관련해서 일본 반응은 되게 좋거든요.”
“그래?”
“여기 봐요. 여기 일반인들이 그린 팬아트도 쏟아지고 있어요.”
팬아트라고 해서 뭘까, 하고 고개를 돌렸다가 그만 웃음을 터뜨렸다.
양갈래 머리를 한 근육질의 수염 아저씨가 교복과 치마를 입은 채 쌍도끼를 들고 있었다.
“흐하하핫!”
보고 있던 비주가 동그래진 눈으로 물었다.
“뭐야. 이게 뭐야?”
“우리 게임 주인공을 그린 거예요.”
“이, 이런 실루엣은 아니지 않았어…?”
“게임을 플레이한 사람들끼리 얘기를 하다가 이게 가장 현실적인 디자인이라고 나온 거래요.”
중현이와 무력 싸움을 비등비등하게 하고, 쌍도끼를 자유자재로 다룰 정도의 실력자인 주인공.
게임 내 실루엣보다는 이런 근육이 개연성 있지 않냐, 하고 나온 드립이 퍼지면서 나온 팬아트인 듯했다.
어쨌거나 그런 것만 봐도 반응은 나쁘지 않은 듯했다.
그런데…….
“왜 사람이 없는 걸까.”
카페 테이블에 둘러앉아 유리창 바깥을 둘러보았지만 지나가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카메라랑 방송국 차량만 있다.
취재진으로 보이는 기자들이나 제작진들만 삼각대에 카메라를 설치하고 있고.
이쪽으로 줌인하는 듯한 카메라 렌즈를 의식하며 리혁이가 환하게 웃으며 입을 가렸다.
“차라리 이럴 거면 그냥 방송에 불러 줬으면 좋겠어요. 방송에 부르기는 싫은데 찍고는 싶어하고.”
“그러니까 말야.”
환하게 웃으며 원석이 형에게 눈짓으로 부탁하자, 매니저가 블라인드를 내려 주었다.
일본에 온 이후부터 외부 행사마다 이런 식이었다.
방송에 부르는 건 싫어하는데, 자기네 프로에서 ‘뉴블랙! 일본 상륙!’ 이런 건 다루고 싶어 한다고 할까.
“근데 왜 이렇게 사람이 없지……?”
처음에는 괜찮았는데 이벤트 시간을 10분 정도 앞두고 있을 때도 아무 일이 없으니 불안했다.
카메라는 텅 빈 카페 앞을 촬영하고 있고.
안에 있던 회사 직원들도 이게 무슨 일이지, 하고 파악을 하려고 할 때.
딸랑-
밖으로 나갔던 민기 형이 한참 만에 숨을 헐떡이며 돌아왔다.
“허억, 허억!”
그러곤 우리에게 외치듯이 말했다.
“블라인드 걷고, 얼른 팬들 맞이할 준비하자…!”
“네?”
“지금 이거 뚫고 오느라… 허억!”
숨이 차서 말을 더 못하겠다는 듯 바깥을 향해 손짓을 했다.
그 말에 우리와 원석이 형이 옷매무새를 점검하고는 카페 바깥을 향해 나갔다.
그리고 문이 열리고 우리가 나간 그 순간.
“와아아아아아—!”
엄청나게 떠들썩한 환호성이 우리를 맞이했다.
“……흐어.”
표정관리를 하긴 했지만 나도 모르게 헛숨이 튀어나왔다.
카페 앞과 주변은 취재진을 빼면 사람들이 텅 비어 있었지만, 그 주변 골목은 경우가 달랐다.
순찰차와 함께 경찰들이 통제 라인을 설치해 두고 있었다.
그 뒤로 골목으로 들어오는 길목에 사람들이 줄을 끝없이 구불구불하게 늘어서 있다고 할까.
이래서 카페 앞에는 사람이 없었구나.
……진짜 장관이었다.
「안녕하세요!」
우리가 손을 흔들며 인사하자, 와아아악-! 하는 함성이 되돌아 왔다.
그 소리에 우리끼리 미소를 교환했다.
팬사인회 이후로 외부에서 진행한 첫 행사라서 긴장하고 있었는데, 시작 전부터 성황이었다.
그리고.
「그럼 차례차례로 입장…! 흐아악!」
댐에 구멍이 뚫린 것처럼 사람들이 쏟아져 들어오자, 쭉쭉 미친 듯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일렬로 들어오긴 하는데 그 일렬이 작은 일렬이 아니었다.
동시에 삼각대를 설치하고 자리 잡고 있던 취재진도 휩쓸려 가기 시작했다.
“으아아아악!”
사람들 사이에 이리저리 휩쓸리거나 촬영장비를 들고 혼비백산하는 방송사 제작진의 모습.
을지문덕 장군님의 마음이 이러했을까.
그쪽에도 환하게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조심하세요오~!」
그러곤 동생들과 함께 어깨동무를 하고는.
“아이쿠!”
들어가려다 문에 부딪혔다.
“아으으…….”
부딪힌 어깨를 문지르며 카페 안으로 들어섰다.
일렬로 진군하는 개미 대군처럼 들어오는 수플레들을 보며 우리가 카페 카운터를 향해 뛰었다.
일본에서의 첫 홍보 일정을 소화할 차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