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370화
고베 월드 기념홀.
마무리 리허설을 하기 위해 올라온 공연장을 둘러보았다.
“우와아아…….”
넓다.
한국의 체조경기장만큼 큰 곳은 아니었지만, 우리가 느끼기엔 엄청나게 넓었다.
1층 플로어에 깔린 의자들과 2층 객석을 쭉 둘러보던 비주가 물었다.
“형, 여기가 9천 석이라고 했죠?”
“아마도.”
“……와. 진짜 많이 들어오는구나.”
다른 동생들과 혀를 내두르며 공연장을 둘러보았다.
대략 9,000여 석.
작년 여름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에서 했던 서울 콘서트가 5,000여 명 정도였다.
9천 석이면 거의 두 배쯤 되는 인원.
우리가 여태까지 했던 단독 공연 중에서는 1회 기준으로 최다 인원이었다.
가슴이 벌렁벌렁하다.
“후우-”
다 같이 심호흡을 하면서 몸을 부르르 떨었다.
긴장된다.
공연장 안에 난방이 충분히 되고 있는데도 밖에 나온 것처럼 오한이 든다고 할까.
우리가 여기서 내쉬는 숨이 눈에 보인다면 아마 지그재그 가위로 잘라낸 것처럼 자글자글하지 않을까 싶었다.
차분하게 심호흡을 하고 있을 때, 지호가 호들갑을 떨었다.
“으아아, 떨린다. 저 너무 떨려여……!”
그걸 시작으로 우리도 으아아 하는 소리를 냈다.
“나도!”
“저도 엄청엄청 떨려여!”
“나도 그래요!”
다 같이 으아아, 너무 떨린다구! 하면서 몸부림을 치듯이 몸을 비틀었다.
중현이도 입으로 오들오들 하며 같이 떨었다.
그렇게 북극곰에 대항하는 펭귄 무리처럼 모여서 호들갑을 떠니 긴장이 좀 풀리는 듯했다.
“많이 떨리시나요?”
“네.”
원석이 형이 든 촬영 카메라에 시선을 돌렸다.
일본 콘서트 DVD에 들어갈 메이킹 필름을 찍고 있는 듯했다.
“작년에 여러 나라를 돌면서 콘서트 경험도 쌓고 해서, 이제는 좀 적응할 줄 알았는데.”
“아닌가요?”
“여전히 떨리는 건 마찬가지네요.”
내 어깨에 팔을 두르고 있던 비주가 고개를 쏙 내밀고는 ‘덜덜덜’ 하며 떠는 시늉을 했다.
웃고 있는 원석이 형의 카메라에 말했다.
“콘서트 앞두고 떠는 건 시간이 흘러도 여전할 거 같아요. 제 생각에 아마 저희가 70주년 디너쇼를 할 때도 관객을 앞두고 오들오들 떨지 않을까.”
“70주년이여?”
지호가 끼어들었다.
“그때 되면 다른 의미로 여기저기 떨리지 않을까여.”
“5인조가 아닐 수도 있어요.”
리혁이의 말에 우리가 박장대소를 했다.
간만에 터진 드립에 리혁이가 뿌듯한 미소를 짓고 있는 동안, 장비 점검을 마친 스탭들이 수신호를 보냈다.
우리가 제자리에 모여 서서 마이크를 들었다.
「둘셋! 안녕하세요. 뉴블랙입니다!」
「날씨가 많이 춥죠? 어제 리허설에 이어 오늘도 잘 부탁 드리겠습니다!」
본격적으로 조명이 돌아가면서 동생들과 안무 대형으로 펼쳐 섰다.
콘서트 시작 몇 시간 전.
연출을 맡은 감독님이 마이크를 들었다.
「그럼 음악 시작하겠습니다.」
콘서트 음향으로 흘러나오는 Nine의 전주.
마지막 리허설에 들어가면서 차분하게 가라앉는 동생들의 얼굴을 본 후에 객석을 향해 손을 펼쳤다.
이제 몇 시간 뒤면 최근 몇 달 동안 연습했던 결과물을 최종적으로 확인할 차례.
터질 것 같았던 긴장감이 가라앉고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
* * *
공연장 바깥.
최근 들어 기승을 부렸던 추위가 많이 사그라들고 따스함이 감도는 겨울 날씨였다.
날씨마저 완벽하다는 말이 나오는 그런 날.
화창한 하늘 아래 구불구불한 줄이 이어졌다.
「트레이딩 카드 줄은 어디지?」
「저쪽에 스포츠 센터 쪽에 있는데는 다른 굿즈 같지?」
「나 심장이 튀어나올 거 같아. 너무 떨린다. 정말.」
곳곳에서 왁자지껄한 수다가 튀어나왔다.
알바생들이 확성기를 들고 ‘줄! 줄 좀 정리하겠습니다!’ 하면서 뛰어다니는 현장.
안에서 최종 리허설을 하는 동안, 바깥에서는 이른 시간부터 굿즈를 구매하려는 줄로 소란이었다.
「우와, 그런데 외국인들도 진짜 많아.」
「진짜. 대단하다.」
「일본에 사는 유학생들인가? 아냐, 그런 거라고 하기엔…….」
아시아권에서 온 사람들도 많았지만 서구권에서 온 듯한 관객들도 드문드문 눈에 띄었다.
눈을 동그랗게 뜨던 팬들이 수군거렸다.
「미국에서 인기 있다는 소문이 진짜인가 보네?」
「역시, 소 울음은 세계에도 통하는 웃음 포인트인 건가.」
「그건 외계인이 봐도 웃길 거야.」
그런 이야기가 오가는 가운데 금세 화제가 뉴블랙에게 이어졌다.
「수플레 빵 담아줄 때 말이야. 우주가 막 이렇게 웃어주는데, 나랑 눈이 마주친 것 같았다니까.」
「리혁이 너무 귀여워. 접어서 지갑에 넣고 다니고 싶어.」
「내가 작년에 K팝 콘서트에도 갔는데 말이지. 비주 춤을 실제로 보면 나비가 날아다니는 거 같다니까.」
「이거 지호가 일본어 하는 영상이라는데 뭐라고 하는 거 같아?」
「있잖아. 있잖아. 이거 봤어? 중현 vs 나머지?」
핸드폰이나 굿즈에 있는 사진 등을 보며 웃음꽃을 피우는 팬들이었다.
그런 때가 있다.
가슴이 너무 터질 것 같아서 무슨 말이라도 해야 할 것 같은 기분.
‘드디어……!’
뉴블랙이 이곳에서 여는 첫 단독 콘서트였다.
얼마나 오래 기다렸을까.
뉴블랙이 TV에서 나오거나 미튜브 등에서 관련 영상을 보다가 서서히 스며들듯 입덕한 팬들이었다.
홍콩, 싱가포르, 호주, 미국 등 다른 나라의 콘서트 소식을 접할 때마다 부러워했던 팬들이었다.
최근에는 한국에서 가전 제품이 경품인 전국 투어까지 했다고 들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부러웠던 건.
‘나도 한 번 퍼포먼스 보고 싶다.’
영상으로만 봐도 우와아- 하는 반응이 나오긴 했지만.
도대체 실제로 보면 어떻기에 그리도 퍼포먼스에 대한 호평이 가득한지 궁금했다.
‘이제 조금만 지나면…….’
곧 다가올 공연을 기다리며 수플레들은 굿즈 줄을 옮겨다니며 상품을 모으기 시작했다.
그리고.
“야. 줄 봐.”
“대박, 이거 뭐 어떻게 해야 되냐…….”
공연장에 도착하고는 눈을 휘둥그레 뜨는 한국 팬들도 있었다.
‘뭔 줄이…….’
정말 줄이 끝없이 이어져 있었다.
작년 핸드볼 경기장에서도 줄이 긴 편이긴 했지만, 이곳은 그 2배에 달하는 인원이었다.
수량이 넉넉하다고 듣긴 했는데 이대로면 금세 품절될 듯하다고 할까.
굿즈를 미친듯이 쓸어담아 품에 안고 있는 일본 팬들을 보며 한국 팬들이 눈을 깜빡거렸다.
‘돈을 물 쓰듯이 쓰는구만.’
결국 선택과 집중을 하기로 결정한 후 트레이딩 카드와 각종 굿즈 줄에 서는 팬들이었다.
얼굴이 익은 까닭에 서로 인사하는 팬들도 있었다.
“어, 안녕하세요. 본부장대길 님.”
“우네복님. 안녕하세요.”
‘우주야, 네 얼굴이 복지다’를 SNS 닉네임으로 지닌 이와 본부장 대길이 머쓱한 미소를 교환했다.
“근데 대박이지 않아요? 우리 애들 일본에서 인기 있다고 듣긴 했는데 첫 콘부터 아레나라니.”
“제가 들었는데 TV에 나온 것도 엄청 영향이 있는데, 사실 미튜브가 진짜 원흉… 아니, 이유라던데요.”
“아. 진짜요?”
곧이어 자신도 미튜브 컨텐츠를 통해 입덕했다는 사실을 떠올리고는 납득했다.
“오면서 주차장에 보니까 뉴블랙 차가 있더라고요.”
“뉴블랙 차요?”
뉴블랙 멤버들의 사진과 사인 스티커가 본네트에 붙어 있는 차량의 사진에 헛웃음이 나왔다.
뒤편에 ‘아이가 타고 있어요’ 하는 것처럼 멤버들이 꺄르륵 하는 사진이 붙어 있는 차량 사진도 있고.
“이 차는 왠지 함부로 타면 안 될 것 같은 느낌이네요.”
“타기 전에 귀마개 해야 될 거 같죠?”
그런 이야기를 나누며 웃는 팬들이었다.
한편, 다양하게 출시된 굿즈 등을 구매하고는 이내 입장이 시작되는 줄에 섰다.
“일본에서 이 정도 규모면 올해 여름쯤에는 아마 체조경기장에서 하겠죠?”
“오백 프로요.”
“얼른 했으면 좋겠다. 올해 체조 공사 들어간다던데…….”
초여름이나 늦봄에 열릴 가능성이 높다는 설이 돌고 있는 한국 콘서트에 대한 이야기가 오간 후.
본격적으로 입장이 시작되면서 그들은 서로의 자리를 향하며 손을 흔들었다.
‘시야 좋네.’
2층의 한 좌석.
천장에서 내려온 골조물 때문에 시야가 약간 제한 받기는 했지만, 스테이지가 한눈에 확 들어왔다.
전반적으로 굉장히 고급진 무대 디자인이었다.
전광판에서 흘러나오는 MV의 음악을 따라 흥얼흥얼하는 동안, 1층의 의자들부터 2층까지 객석이 점점 차오르기 시작했다.
아마도 지금쯤 아이돌 커뮤니티 등에는 오늘의 객석 사진 등이 한창 올라오고 있을 터였다.
“으으…….”
징글징글한 안티들을 떠올리면서 고개를 젓고는 무대 쪽으로 시선을 향했다.
입장이 마무리 된 후.
대략 9,000여 석의 좌석이 가득 채워진 가운데, 서서히 음향이 콘서트 음향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와아아아아아아—!”
서서히 암전되는 조명.
어두운 공연장에 수천 개의 응원봉 불빛이 흔들리는 장관이 펼쳐졌다.
온몸에 소름이 짜르르 돋는 느낌과 함께 아, 이제 콘서트에 왔구나 하는 실감에 흥분될 때.
“와아아아아아아-!”
비명과도 같은 함성이 흘러나오는 동안 메인 전광판에 오프닝 VCR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감각적인 흑백 영상이었다.
가장 먼저 카메라를 내려다보듯 오만한 표정으로 앉아 있는 뉴블랙 막내의 모습에 환호가 터져나왔다.
의자에 반대로 앉아 등받이에 얹은 손을 스윽 움직이는 모습.
그 동안 지호가 앉아 있는 의자 밑으로 새빨간 액체가 주르르르 흐르고 있었다.
흑백 영상이라 그런지 더욱 도드라지는 붉은색이었다.
손에 차고 있는 붉은 팔찌 등, 흑백에서 오로지 적색인 곳만 색을 부여한 듯한 영상.
“와아아아아!”
이윽고 다른 멤버들의 영상도 지나갔다.
상쾌한 아침을 맞이한 것처럼 기지개를 키다가.
따스한 흑백 분위기의 정원에서 노란 주전자로 개나리 같은 꽃에 물을 주는 메인댄서도 있고.
에메랄드빛 모래가 담긴 모래시계를 거꾸로 해놓고 그걸 들여다보는 래퍼도 있고.
저마다 퍼스널 컬러에 맞게 착용한 컬러 렌즈가 돋보였다.
“와아아아아!”
이젤에 걸린 캔버스에 파란색으로 붓칠을 하다가 뒤를 향해 고개를 스윽 돌려 얼굴의 일부만 보여주는 메인보컬도 있었다.
그리고 보라색이 은은하게 섞인 융단 위에 얼굴을 손으로 가린 채 누워있는 리더까지.
“와아아아아아-!”
손을 들어 얼굴을 보인 리더가 쥐고 있었던 손을 피자, 그래픽으로 구현된 나비가 날아갔다.
그렇게 차례대로 VCR이 나온 후.
[Five Colors]
고풍스러운 글씨체로 된 콘서트명과 함께 BGM이 흐르기 시작했다.
완벽하게 암전된 무대.
수천 개의 김달봉이 빠르게 흔들리는 가운데, 조명이 들어왔다.
타앗-
기둥과 함께 다섯 개로 나뉘어져 있는 출입구.
환한 빛 아래 뉴블랙 멤버들이 고개를 숙인 채 서 있었다.
마치 거대한 실루엣을 표현하듯 멤버들의 그림자를 구현한 VCR이 전광판에 흘러나왔다.
그 동안 팬들의 함성 속에서 조용히 고개를 숙인 채 묵묵히 서 있는 뉴블랙 멤버들이었다.
타앗-
잠시 암전되었다가 밝아오르는 조명.
“와아아아아악-!”
빛이 없을 때만 움직이는 조각상처럼, 짧은 시간 동안 저마다 포즈를 바꾸고 서 있는 멤버들이었다.
VCR도 그에 맞춰 바뀔 때.
눈치가 빠른 관객들은 지금 흐르고 있는 전주가 어떤 음악을 편곡한 것인지 캐치했다.
‘마스커레이드…!’
함성이 터져나오는 가운데 저마다 서 있는 입구의 조명이 꺼졌다.
본격적인 노래가 시작되기 전에 별도로 준비한 인트로.
다시 조명이 들어온 것은 맨 왼쪽에 서 있는 뉴블랙의 서브 보컬이었다.
은은한 적색 조명 아래서 클로즈업 된 얼굴이 전광판에 나오자 비명이 터져 나왔다.
멈춰버린 음악 속
가면을 벗고
날 위해 미소를 보여줘
얼굴 위로 손을 느릿하게 움직이면서, 마치 그림이 바뀌듯 손이 지나갈 때마다 표정이 바뀌었다.
굉장히 고혹적으로 느껴지는 인상에 팬들이 당황하면서 좋아할 때.
그 상태 그대로 지호가 행동을 멈추고, 바로 옆에 조명이 들어왔다.
나른한 황금색 조명 때문에 머리색이 금색처럼 보이는 메인댄서가 가볍게 웨이브를 탔다.
“와아아아아아—!”
이윽고 래퍼의 짧은 랩과 메인보컬의 후렴까지 자연스럽게 이어지면서 데시벨이 점점 올라갔다.
마지막으로 점을 찍듯 뒤돌아 서 있다가 우아하게 턴을 하는 리더까지.
오프닝 공연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도 전에 끝을 모르고 올라가는 데시벨에 현장 스탭들이 입을 멍하게 벌릴 때.
타아아앗—!
조명이 순간적으로 공연장 전체를 환하게 밝혔다가 꺼진 후.
저벅저벅 걸어나온 뉴블랙 멤버들이 안무 대형으로 모이면서 조명이 깜빡깜빡 들어왔다.
부채가 펼쳐지듯이 다섯 개의 손이 사방으로 우아하게 쭉 뻗을 때.
“와아아아아-!”
인트로가 끝나고 멤버들이 펼쳐지듯 움직였다.
오프닝 공연인 마스커레이드였다.
그리고.
“……!”
본 공연이 10초 정도 흐르기도 전에.
일본의 수플레들은 뉴블랙의 무대를 본 사람들의 후기가 왜 그토록 호평이 가득했는지를 이해할 수 있었다.
* * *
오프닝에 이어서 후속 무대까지 끝낸 후.
-허어, 허어…….
-아이고오….
숨이 차서 헐떡 대는 우리의 목소리가 마이크를 타고 흘러나갔다.
아이고오, 하는 소리에 수플레들이 와아아! 하며 화답을 해주었다. 무대에 구비된 생수병을 들어 목을 축인 후.
「둘 셋!」
「안녕하세요! 뉴블랙입니다!」
손을 흔들며 인사하는 우리에게 커다란 함성이 화답으로 돌아왔다.
「와. 전광판 화면이 엄청 크네요.」
뒤돌아 보며 우리의 뒤통수에게 인사를 하듯 손을 흔들자, 팬들이 내는 웃음 소리가 들렸다.
「일단 저희 뉴블랙의 일본 콘서트! Five Colors에 오신 것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저는 리더인 우주고요.」
「메인댄서인 비주입니다!」
「중현이는 뉴블랙의 래퍼입니다.」
저마다 준비한 인삿말을 할 때마다 화답이 돌아왔다.
스탭들이 준비한 프롬프터로 일본어 멘트가 올라오긴 했지만, 다들 며칠간 암기한 터라 굉장히 자연스럽게 나왔다.
“와아아아아아—!”
확실히 인원이 많아서 그런지, 수플레들이 함성 소리를 낼 때마다 피부가 따가울 정도였다.
잠시 인이어를 빼고 그 함성을 감상했다.
리혁이가 웃으며 말했다.
「오랜만에 큰 공연을 하니까 정말 기분이 좋네요. 행복해요. 여러분도 행복하신가요?!」
어마어마하게 큰 대답이 돌아왔다.
확실히 외국어라서 그런지 평소라면 낯간지러워할 멘트도 자연스럽게 하는 리혁이었다.
나도 고개를 끄덕이며 마이크를 잡았다.
「공연이 시작되기 전까지만 해도 과연 이 커다란 공연장을 저희가 다 채울 수 있을까 의문이었는데…….」
「정말 와 주셔서 감사해요. 저희를 보려고 이렇게.」
벌써부터 눈이 촉촉해진 우리 메인댄서의 모습에 수플레들이 뭔가 엄청난 소리로 화답했다.
내가 비주에게 말했다.
「울지 마요. 비주 상.」
「저 처음부터 눈물 터질 거 같아요.」
그런 말을 하는 동안.
최대한 눈칫밥을 굴려가며 대화를 듣고 있던 막내가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저도 같은 기분이에요!」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는 게 드러나는, 싱글벙글 웃으면서 하는 말에 웃음이 터져 나왔다.
내가 무대 뒤편을 가리키며 말했다.
-지호야. 넌 그냥 편하게 한국어로 말해.
-아. 그래야겠네여.
그러는 동안, 무대 뒤에서 대기 중이던 통역사 분의 사근사근한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한국어로 말해주시겠습니까. 지호 씨?」
「그래도 될까요?」
뭔가 미화된 통역을 들으며 우리가 웃음을 삼킬 때, 지호가 객석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콘서트를 하니까 너무 행복하네여! 진짜 막 좋아서 죽을 것 같아여!
「콘서트를 하니 몹시 행복합니다. 죽으려고…….」
‘좋아서 죽겠다’ 라는 한국어 표현을 그대로 옮기려고 하다가 버퍼링이 걸린 느낌이었다.
마치 외국인이 ‘잘도 그러겠다’ 라는 한국말을 들었을 때 긍정인가 부정인가 하는 걸 고민하는 것처럼.
통역사 님이 뒤편에서 땀을 비질비질 하시는 게 느껴진다고 할까.
갑작스럽게 심각해진 대사에 우리가 웃음을 터뜨리면서, 수플레들도 같이 웃었다.
그러고 있을 때.
“사랑합니다아아아아-!”
우렁찬 일본 남자 팬의 함성 소리에 객석에서 큰 웃음이 터져 나왔다.
「어디 계신가요? 저희도 사랑합니다!」
「말이 나온 김에.」
중현이가 객석을 둘러보더니 궁금하단 표정을 지었다.
「여기에 남자 팬분들이 얼마나 계실지 궁금하네요.」
「그거 좋네요. 어디 남자 수플레들 있으면 함성 한 번~」
-소리 질러어어어!
그 순간 객석에서 ‘아아아아~~’ 하는 굵직한 목소리들의 향연이 이어졌다.
걸그룹 무대에서 보던 축구장 함성이라 웃음이 터져나왔다.
「아, 시작부터 너무 즐겁네요.」
확실히 외국어 회화 공부를 열심히 한 보람이 느껴진다. 토크할 때마다 리액션이 바로바로 들어온다고 할까.
「참, 오프닝 공연은 마음에 들으셨나요?」
-네에에에!
「우리 막내는 일단 마음에 들었다네요.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함성을 들어보니 다들 마음에 들어한 듯했다.
「저희가 간만에 멋진 거 하니까 좀 낯설죠?」
「사실, 이게 저희 본업입니다.」
팬들의 웃음을 들으며 오늘 멋진 무대들이 많으니 미리 기대해 달라고 예고장을 날렸다.
공연장 구석구석 좌석을 살피며 지금의 광경을 눈에 담았다.
꼭 기억해뒀다가 두고두고 떠올려야지.
2층 끝에서 불량인 듯 깜빠악악깜빡! 하는 리듬으로 깜빡이는 달봉이도 보고.
1층 의자에서 웃다가 뒤로 넘어지는 관객도 눈에 담고.
동생들이 멘트를 하는 동안 그 광경을 눈에 담고는 마이크를 들었다.
「자, 그럼 오늘 우리 함께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어 볼까요?」
돌아오는 표정과 대답을 보아하니 관객들도 나와 같은 생각인 듯했다.
* * *
뉴블랙의 리더가 말한 대로 고베에서의 첫 공연은 모두에게 잊지 못할 기억이었다.
“와아아아아—!”
팔에 경련이 생길 정도로 김달봉을 흔드는 수플레들이었다.
하지만 아픔은 없었다.
끝나고 나서 목이 잔뜩 쉬어 있고 팔이 아프다는 것을 깨닫겠지만 그런 걸 느낄 여유조차 없었다.
‘와아아아…….’
멤버들 하나하나 눈이 가고, 볼거리가 너무 많아 어디다 시선을 둬야할지 고민이 될 정도였다.
오프닝의 지호도 지호지만.
이번에 처음 세트 리스트에 추가된 ‘겨울잠’을 부르는 리혁의 고음에 귀가 간질간질하고.
바람꽃에서는 메인댄서가 빙글 돌면서 사근사근한 미소를 짓고.
무대를 장악하듯 솔로 랩 퍼포먼스를 하는 중현과.
나인의 댄스 브레이크를 추며 공연장 전체에 그 파동이 느껴지게 하는 리더의 웨이브까지.
오길 잘했다는 생각에 1초에도 몇 번씩 드는 공연이었다.
그렇게 2시간 넘는 시간이 정신 차릴 새도 없이 훅 지나갔을 때.
“와아아아아아—!”
멤버들이 팬들에게 할 말을 영상편지처럼 담아 준비한 앵콜 VCR이 흘러나온 후.
본격적인 앵콜 첫 무대가 시작됐다.
-많이 늦었지만 Merry Christmas에요!
-사랑합니다!
팬들의 함성이 쏟아지는 가운데, 멤버들이 미리 준비되어 있던 이동차에 올라탔다.
1층 의자들이 늘어선 줄 사이로 오가며 1층과 2층의 팬들에게 가까이 다가가 손을 흔드는 이벤트.
그리고.
‘음……?’
수플레들은 눈을 깜빡깜빡하다가 웃음을 터뜨렸다.
크리스마스 음악 때문일까.
자동으로 움직이는 차가 아니라 스탭들이 멤버들이 하나둘 올라탄 이동차를 썰매처럼 밀고 있었다.
덩치 큰 스탭들의 머리 위로 루돌프 머리띠가 올망졸망 붉은 빛으로 깜빡이는 가운데.
썰매에 탄 뉴블랙 멤버들이 호! 호! 호 웃었다.
-Merry Christmas!
생글생글 환하게 웃는 미소.
루돌프 머리띠를 쓴 스탭들이 느릿느릿 이동차를 미는 동안 멤버들이 눈을 뿌리듯 사인볼을 뿌렸다.
‘귀엽긴 한데…….’
어딘가 악덕 산타처럼 느껴지는 멤버들의 모습에 팬들은 즐거운 웃음을 터뜨렸다.
정말이지 잊지 못할 공연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