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371화
앵콜 무대.
우리는 ‘Merry Christmas’를 부르며 이동차를 타고 무대 구석구석을 돌기 시작했다.
“와아아아아아—!”
이동차가 가까이 갈 때마다 객석이 춤추듯이 들썩였다.
달봉이를 미친 듯이 흔드는 수플레들이 2층에서 뭐라고 함성처럼 소리를 지르고.
1층 의자석에서는 다들 함성을 지르며 손을 흔들고 있었다.
뭐라고 한 마디씩 하는데, 소리가 다 섞이는 데다가 인이어까지 끼고 있어서 잘 안 들린다.
“와아아아아아—!”
이동차 뒤편에서 일어나는 엄청난 환호에 우리가 고개를 돌렸다.
막내가 인이어를 빼고는 두 눈을 감고 있었다.
그러곤 관객들의 함성을 가까이서 듣겠다는 듯 땀에 젖은 머리칼을 뒤로 넘겨 귀를 드러냈다.
“꺄아아아아아—!”
눈을 감은 채 짓는 은은한 미소까지.
누가 봐도 지나친 노림수였다.
그 순간, 막내를 향하고 있던 넷의 눈동자가 잠시 마주쳤다.
‘형, 지호 노림수 써요.’
‘꼴 보기 싫어.’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수법이네.’
그런 눈빛을 교환하고는.
“흠흠.”
다 같이 인이어를 빼고 은은한 미소를 지었다.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수법에 수플레들이 잠깐 웃고는 크게 환호해 주기 시작했다.
그렇게 운동장 한 바퀴를 돌듯이 공연장 1층을 도는 이동차 위에서 마이크를 들었다.
썰매를 타- 타타- 타타-
Merry Christmas의 후렴구를 신나게 부르고는 머리에 쓰고 있던 산타 모자를 벗어 객석을 향해 던졌다.
왁자지껄한 환호와 함께 손이 여기저기서 뻗어 나왔다.
어찌나 수플레들의 열기가 뜨거운지 이동차가 관객들 앞을 지나갈 때마다 몸이 후끈후끈했다.
“와…….”
이게 만 명이나 되는 사람들의 열기구나.
찌릿찌릿한 피부를 느끼며 무대 쪽에 딱 붙은 이동차에서 내렸다.
뒤이어 비주와 중현이를 시작해 다른 동생들도 스테이지 위로 무사히 착지하는 데 성공했다.
오들오들.
움직이는 물체 위에서 노래를 부른 게 무서웠던지, 리혁이의 다리가 잠시 후들거리는 게 보였다.
비주가 녀석을 토닥여 주는 동안, 내가 웃으며 마이크를 들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속담이 있는데, 관객분들의 열기가 리혁이의 다리를 떨게 만들었네요.」
「오해입니다. 전 절대 떨지 않아요.」
리혁이가 마이크를 든 손을 오들오들 떨고 있었다.
「그리고 그 말은 속담이 아니라 책 제목이라구요.」
「그렇다고 하네요.」
관객들에게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자 웃음소리가 돌아왔다.
내가 마이크를 들었다.
「캐럴 어떠셨나요? 마음에 드셨나요?」
그렇다고 하는 함성이 돌아올 때.
무대 아래쪽에서 루돌프 머리띠를 쓴 채 땀을 닦고 있는 한국과 일본 스탭들을 가리켰다.
「일단, 공연장 한 바퀴를 돌도록 애써 주신 우리 루돌프분들에게 박수 시간 있겠습니다!」
「다 같이 저희가 ‘루돌프!’ 하면 ‘고마워요!’ 해 주세요!」
비주의 말에 우리가 선창을 했다.
「루돌프!」
「고마워요!」
우리의 화음까지 더해진 팬들의 합창에 루돌프 머리띠를 쓴 스탭들이 흐뭇한 얼굴로 화답했다.
그 동안 백스테이지 쪽에서 민기 형이 준비가 다 되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마이크를 잡았다.
「자, 이제 신나는 노래도 불렀으니, 감상적인 분위기도 한 번 잡아야겠죠?」
「자, 올라와 주세요.」
중현이의 말에 스탭들이 올라와 달봉이를 건네주었다.
그리고.
“흐하하하하핫!”
수플레들의 웃음소리로 콘서트장이 쩌렁쩌렁 울리는 가운데 원석이 형이 근엄한 얼굴로 올라왔다.
손에 들려 있는 거대한 둔기.
중현이가 검을 하사 받듯이 양손으로 왕봉이를 받고는 수플레들에게 보여 주듯 몸을 틀었다.
“우와아아아!”
우리가 조명 감독님에게 큐 사인을 보냈다.
「감독님! 잠깐 스포트라이트 좀 낮게 부탁드릴게요.」
OK 사인을 그린 조명 감독님이 바로 우리의 위에 스포트라이트를 깔아 주었다.
우우우-
우우우우우-
우리가 음산한 화음을 깔아 주는 가운데.
중현이가 가운데 서서 왕봉이를 양손으로 잡은 채 어느 영화에서 나온 내레이션을 따라했다.
「모든 응원봉을 지배할 단 하나의 응원봉.」
「봉봉.」
아멘 하듯 우리가 ‘봉봉’ 하자 수플레들과 스탭들이 웃음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음산한 분위기를 깔아주듯 지호가 입으로 쇼샥샥쇽쇽 하는 바람 소리를 깔아 줄 때.
우리가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바로 그 절대봉이 여기 있으니.」
「나와라! 김왕봉!」
중현이가 ON을 누르는 그 순간.
우리의 눈짓에 스탭들이 무대 위로 올라올 준비를 했고, 앞좌석의 수플레들이 고개를 쭉 내밀었다.
화아아아악-
엄청난 불빛에 앞좌석의 수플레들이 비명을 지르며 눈을 가렸다.
“으아아악!”
환호보다 비명이 먼저 터져 나오는 최대 밝기.
전광판을 통해 퍼져 나가는 그 불빛에 수플레들이 ‘으아악!’ 하며 빛에 당한 요괴들처럼 눈을 가렸다.
그리고 그 순간.
타앗-
조명과 왕봉이가 모두 꺼지고는 이제는 루돌프 머리띠 대신 선글라스를 쓴 스탭들이 무대 위로 빠르게 올라왔다.
슥슥슥.
여기저기서 내 옷을 잡아당기는 감촉을 느낄 때.
중현이가 다시 왕봉이를 켰다.
화아아악-
아까보다는 조절된 밝기로 왕봉이를 든 중현이의 모습과 함께 수플레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짜잔~!
스탭들의 도움으로 빠르게 의상을 교체한 우리가 서프라이즈 하듯 양손을 펼쳐 보였다.
크리스마스 복장 대신 앵콜용으로 입은 검은색 콘서트 티셔츠였다.
리혁이가 트릭을 설명하는 탐정처럼 말했다.
「응원봉은 사실 눈속임이었습니다. 여러분.」
「저희는 옷을 갈아입었어요!」
수플레들이 웃음을 터뜨리는 가운데 내가 말했다.
「왕봉이가 참 밝죠? 이 친구가 바로 무려 지역 어민 분들의 러브콜을 받고 있는 대왕 응원봉입니다.」
「세상에 딱 두 개밖에 없는 진귀한 응원봉이죠.」
-하지만 저희 거라는 거!
막내의 말에 통역사분이 사근사근한 목소리로 통역해 주었다.
「허나 이것은 우리의 것입니다.」
팬들이 안타깝다는 얼굴로 ‘아아아’ 하는 소리를 냈다.
어느 나라를 가든 간에 왕봉이를 탐스럽게 바라보는 건 수플레들의 공통점인 듯했다.
비주가 웃으며 마이크를 들었다.
「얼마 전에 Y앱에서 말씀드리긴 했지만, 올해 잘하면 왕봉이를 선보일 수도 있으니까요.」
「기대해 주세요. 다음 콘서트에는 황제봉으로 돌아오겠습니다!」
엠페러봉이라고 부르는 내 말에 수플레들이 웃음과 환호로 화답해 주었다.
한국은 물론이고 다른 나라의 수플레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꾸준히 ‘가지고 싶은 굿즈 1위’에 오른 왕봉이였다.
울릉도 방문 이후로 한 번 이야기를 꺼내긴 했는데.
회사에서도 긍정적으로 검토해서 다운그레이드한 버전을 출시하려고 계획하는 중이었다.
동생들과 함께 그런 이야기를 하면서 말했다.
「남은 무대들이 더 있긴 하지만, 일단 이쯤에서 마무리 멘트를 해 보려고 하는데요.」
-아쉽다! 진짜 너무 아쉬워서 미칠 거 같은 기분이에여!
통역사님의 잔잔한 목소리가 울렸다.
「아쉽군요. 정말 아쉬워서… 발을 동동 구르고 싶은 기분입니다.」
팬들이 ‘귀여워!’ 하듯 하는 반응에 막내가 뭔지는 모르겠지만 환하게 웃었다.
-귀엽다고 해주신 분 감사합니다! 한국에서도 제가 세젤귀라고 불려여!
「저란 아이, 귀여워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한국에서 저는 세제르귀라고 불리고 있습니다.」
불어식 이름처럼 붙은 세제르귀에 우리가 웃으며 통역사님과 수플레들에게 ‘세젤귀’를 가르쳐 주었다.
그러곤 팬들에게 마무리 멘트를 했다.
「네, 일단 정말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외국어라서 그런 걸까.
하고 싶은 말은 한국어로 파바박 튀어 나오는데, 그것을 하나씩 골라내어 번역을 하느라 시간이 걸렸다.
「언어가 다르면 생각이나 문화 등 많은 것이 달라지잖아요.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건 그 사람에 대해 이해하는 과정인데, 언어가 다르면 그만큼 어려움이 더 크다고 생각해요.」
평소 Y앱으로 소통을 하거나 미튜브 컨텐츠에 달린 영어 댓글들을 볼 때 드는 생각이었다.
「그런 상황에서도 저희 뉴블랙을 좋아하고, 아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환호와 함께 흔들리는 달봉이들을 향해 나도 내 이름표가 붙은 달봉이를 느릿하게 흔들어 주었다.
내 눈짓에 동생들도 같이 달봉이를 들어 주었다.
「보시다시피 이 넓은 세상에서 저희들의 미약한 불빛만으로는 완전히 빛나기 힘들어요.」
팬들에게 웃으며 말했다.
「저희에게 불빛을 보태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와아아아아아!”
「그리고 중현 씨는 눈치껏 왕봉이 좀 꺼 주세요.」
중현이가 아, 하며 왕봉이를 껐고, 다 같이 웃음을 터뜨렸다.
이 미약한 불빛에… 라는 말을 하려는데 옆에서 고고한 태양처럼 빛나는 왕봉이었다.
내 멘트에 엄청나게 커다란 함성이 돌아온 후.
「공항에서 무서운 사람들이라고 했던 거 정말 미안해요.」
비주를 시작으로 하나씩 소감을 이어나갔다.
그리고 리혁이의 차례.
귀가 발그레진 녀석이 마이크를 들고 헛기침을 했다.
「원래 이 콘서트의 이름은 With You였잖아요.」
「예, 맞아요.」
「흔히 팬과 가수는 For, 서로를 위하는 관계라고 생각하잖아요. 하지만 저는…….」
9천 명이란 관객 앞에서 공연을 한 것 때문인지 오늘따라 더 들떠 보이는 우리 메인보컬이었다.
주절주절 하는 리혁이의 말에 지호가 고개를 갸웃하며 내 곁으로 붙어서 눈짓으로 물었다.
‘뭐예여?’
‘나중에 이불킥 할 발언하는 중.’
내가 뿌듯한 표정으로 답했다.
지호가 뺨을 씰룩이며 리혁이에게 ‘옳지! 옳지!’ 하는 표정을 지어주자 리혁이가 더 신나서 말을 이어 갔다.
진지하게 For과 With의 차이에 관한 설명이 한참 이어질 때마다 비주가 손가락을 꼼지락거렸다.
「그래서 저는 우리가 함께 가는 ‘With’ 하는 관계가 됐으면 좋겠어요. 사랑합니다. 여러분!」
우리 착한 수플레들이 우와아아 하면서 환호를 해 주었다.
말을 끝낸 리혁이가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으면서 지호에게 마이크를 넘겼다.
막내까지 마무리 멘트를 마친 후.
「자, 그럼 분위기 좀 잡아 볼까요?」
내 신호에 맞추어 무대 위에 올라와 있었던 소품 위의 벨벳 천이 사악 들어 올려졌다.
그랜드 피아노.
마이크를 피아노에 고정하고는 자리에 앉아 건반을 부드럽게 누르자, 수플레들의 환호가 쏟아졌다.
「두 번째 곡.」
내 곁에서 응원봉을 들고 있는 동생들과 수천여 개의 불빛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이번 곡은 별빛입니다.」
우레와 같은 함성.
멤버들의 허밍 속에서 내가 부드러운 멜로디를 연주하기 시작했다.
* * *
@thenewblack.official
(콘서트장의 빼곡한 객석을 배경으로 멤버들이 무대에서 앉아 슬로건을 들고 있는 사진.)
고베 콘서트 1일차.
“With You.”
▶ 자세한 것은 ‘뉴블랙 메인보컬의 일본 콘서트 소감 감동실화?!’ 링크를 참조해 주십시오.
* * *
2월 19일.
고베 월드홀에서의 첫 콘서트를 시작으로 금요일부터 월요일까지 4일 동안 고베 콘서트가 이어졌다.
4일간 총 36,000여 명.
첫날부터 4일차까지 공연장에 들어설 때마다 엄청나게 빽빽한 관객이 우릴 맞이했다.
처음에도 신이 났지만 끝으로 갈수록 더 신난다고 할까.
멘트와 무대 구조도 익숙해지면서 우리가 더 편하고 즐겁게 하는 것도 영향이 있는 듯했다.
“고생하셨습니다!”
“다들 고생 많았어!”
그렇게 떠들썩한 분위기 속에서 4일차 콘서트를 마쳤다.
요코하마 콘서트가 남긴 했지만, 일단 큰 행사를 하나 마무리한 터라 다들 행복한 얼굴이었다.
다 같이 하이파이브를 하고, 기념 사진 등을 찍은 후.
“자, 고베 콘서트 준비에 힘써 준 우리 스탭들, 스타일리스트들 정말 고생 많았습니다.”
우리 윤 팀장님이 손뼉을 치며 말했다.
“오늘만큼은 법카로 회식이니까요. 다들 즐겁게 하루 마무리했으면 좋겠습니다. 수고하셨어요.”
“고생 많았어요! 다들!”
스탭들이 차량에 올라타는 가운데, 우리는 호텔로 향하는 차를 택했다.
석환 형이 물었다.
“너희는 안 가?”
“피곤해서, 컨디션 관리 하려고.”
지친 기색을 연기하는 우리에게 석환 형이 푸근한 미소를 지었다.
“가서 Y앱 하려는 거 다 알아.”
“…….”
“너희가 고기를 마다할 때는 다 이유가 있는 거지.”
차량 등받이에 탈진한 것처럼 누워서 아이고, 하고 있던 우리가 몸을 사사삭 일으키고는 눈을 빛냈다.
지호가 물었다.
“어떻게 아셨어여?”
“중현이 때문에.”
팀장님의 지목을 받은 중현이가 고개를 갸웃했다.
“저요?”
“피곤한 연기가 너무 어설퍼.”
“아.”
너무나 납득할 수 있는 이유에 우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석환 형이 차량 안에서 눈을 초롱초롱 빛내고 있는 우리를 바라보곤 웃으며 말했다.
“모두들 4일 동안 정말 고생 많았어. 호텔 들어가서 푹 쉬고.”
“네!”
“Y앱도 너무 과하게 하지 말고. 12시 전까지만.”
컴퓨터 오래 하지 말라고 하는 드라마 속 부모님 같은 느낌의 대사에 우리가 웃었다.
그러곤 맛있게 먹으라고 손을 흔들어 주었다.
“예이! 콘서트도 끝~!”
“시작도 안 했는데~ 끝나 버렸다~”
다 같이 차에서 노래를 흥얼흥얼하며 호텔로 향했다.
땀에 가득 젖긴 했지만 다들 얼굴도 엄청 뽀얗고, 눈과 표정에도 생기가 돈다.
콘서트가 끝나고도 여전히 남아있는 흥분 상태 덕분이었다.
그리고 그런 기세를 몰아 우리는 호텔 방에 도착하자마자 모여서 Y앱을 켰다.
“하이!”
1일차, 2일차가 끝날 때도 켜긴 했지만 너무 피곤해서 오래 하지는 못한 터였다.
오늘은 몇 시간이고 할 수 있는 상태.
수플레들에게 손을 팔락팔락하며 흔들었다.
“네, 여러분. 드디어 저희 뉴블랙의 고베 콘서트가~”
“끝났습니다!”
빰빠바 바바 바 빰바바밤!
중현이가 타이밍 좋게 튼 콩그레츌레이션 BGM에 우리가 몸을 꺾으며 춤을 췄다.
“드디어 오래 Y앱을 할 수 있게 됐네요.”
“보고 싶었죠?”
우리가 환하게 웃으며 채팅창을 바라보았다.
“너무 반.”
“기다렸.”
문장 맨 앞부분을 읽어 내리려고 할 때마다 미친 듯이 올라갔다.
마치 휩쓸려 가는 듯하다고 할까.
언제부터 이렇게 Y앱 댓글창이 빨라진 건지 모르겠다.
“어, 어쨌거나! 많이들 반가워하시네요!”
“그런 듯하네요오!”
“다들 하나도 못 읽었죠?”
리혁이의 말에 우리가 헛기침할 때.
지호가 자기 얼굴이 화면에 가득 나오도록 조정하고는 윙크했다.
“반가워요. 지호 캠!”
“야! 야!”
“지호 캠 같은 소리하고 있네.”
“지호가 팬들한테 지옥행이라고 한 거야?”
중현이의 당황한 목소리까지 합쳐져서 벌어지는 혼란한 사태에 수플레들의 ‘ㅋㅋㅋㅋ’가 미친 듯이 올라갔다.
지금쯤 오사카 고깃집에서 Y앱을 틀어놓은 채 젓가락을 떨어뜨렸을 석환 형의 모습이 그려졌다.
그런 혼란의 도가니탕에서 지호가 물었다.
“여러분! 지금 한국은 몇 시예여?”
댓글이 주르륵 올라오면서 막내가 눈을 휘둥그레 떴다.
“대박! 시간이 같아여!”
“학교에서 뭘 배운 거야, 대체…….”
나와 리혁이가 혀를 끌끌 차는 동안, 중현이가 핸드폰으로 뭔가를 조심스럽게 검색하는 게 보였다.
“중현이 형 지금 검색한대여!”
“흐하하핫!”
우리가 박수를 치며 자지러지는 동안, 중현이가 아무것도 아닌 척하며 핸드폰을 집어넣었다.
그러면서 채팅창을 보며 소통을 이어 갔다.
콘서트가 끝나서 그런 것도 있지만 한글을 보니까 너무 반가웠다.
이렇게 해외에서 일주일 넘게 있어본 적이 처음이라 없던 향수병이 스멀스멀하는 느낌이었다.
“네, 아무튼 오늘의 Y앱 컨텐츠는 바로바로~!”
“김중현의 해외야식기행.”
중현이와 함께 우리가 편의점에서 구매한 각종 야식들을 들어 보이며 ‘부럽지?’ 하듯 웃었다.
댓글창에서 수플레들의 비난이 쏟아졌다.
“저희가 또 한 먹방 하지 않습니까?”
리혁이가 내 말을 이었다.
“뭐, 엄청 맛있게 먹을 예정이기 때문에 아직 위장이 헛헛하신 분이라면 치킨이나 피자, 족발 등을 먹으며 시청해 주시기 바랍니다.”
“뉴블랙은 여러분의 위장을 책임져 주지 않아여!”
“아, 너무 즐겁다아~!”
너무한다는 말에 우리가 나무젓가락을 똑똑 뜯으며 마법 지팡이처럼 흔들었다.
지호가 리혁이에게 쏙 휘두르며 말했다.
“아바다 케다브라.”
“…….”
한심하다는 듯 바라보던 리혁이가 말없이 나무젓가락으로 막내의 이마를 콩 때렸다.
깔깔대는 우리에게 막내가 서운함 가득한 소리를 퍼부을 때.
나머지 코너에 대한 설명을 이어나갔다.
“그리고 식사를 마친 후에는 여러분과 함께 저희가 직접 뉴카데미를 플레이할 예정입니다.”
“중간에 11시 9분에 우주시 이벤트도 있으니까 꼭 기억해 주세요!”
수플레들의 화답이 돌아온 후.
우리가 시선을 교환하는 모습에 리혁이가 예열하듯이 부들부들거리기 시작했다.
“자, 지난 4일간 했던 대로 Y앱 시작 멘트를 해 볼까요?”
“우리 서위드님 가라사대.”
“For와 With의 차이. 그것은 바로 너와 나의 관계……!”
누군가의 얼굴이 새빨갛게 물드는 동안, 우리는 콜라가 담긴 각자의 컵을 부딪치며 건배사를 외쳤다.
“With You!”
부끄러워서 괴로워하는 리혁이를 바라보며 우리가 웃음을 터뜨렸다.
* * *
4일차 콘서트가 끝난 후.
고베에서의 마지막 콘서트에 대한 후기들이 속속 올라오기 시작했다.
-고베 콘서트 최고였습니다. 이제 요코하마 갈 사람들은 엄청 기대해 주세요.
-보기 전엔 인형처럼 귀여운 아이들이었지만, 보고 나니 어딘가 친근하다고 할까요. 옆집 이웃 같고. 첫사랑한 사람 직업이 개그맨인 느낌이랄까..?
-2시간 반의 라이브. 비주와 함께 꿈속에서 같이 헤매는 느낌이었다.
-내 좌석 라인에서 유일한 아저씨라 두려움에 떨었는데 모두 친절하고 공연도 멋졌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응원하고 싶다..! 라는 느낌이 드는 라이브였습니다. 팬이어서 정말 다행이야. 뉴블랙 사랑해.
-중현이 사인볼을 던질 때마다 생명의 위협을 느꼈습니다.. 에.. 막상 마주하면 최애에게 맞아도 좋아! 라는 생각이 전혀 사라진다 할까요. 그냥 사라질 것 같다는 느낌이 들긴 합니다..
보는 사람들도 미소가 나올 만큼 행복한 후기들이 올라오는 가운데.
아이돌 팬들이 모인 곳에서도 콘서트에 대한 이야기가 올라오고 있었다.
-와.. 초반부터 반응 엄청 좋네
-팬들 반응 귀엽다ㅋㅋㅋㅋ 근데 저 사인볼 얘기는 뭔지 알 거 같아
-(책장에 책이 꽂힌 채로 들어올리는 중현의 사진.gif)
-아까 콘 객석 사진 올라온 거 봤는데 사람 ㅈㄴ 많던데
-까들 다 어디 갔냐;
-다들 어금니 열심히 갈고 계실 텐데 제가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어금니 치료하는 치과 링크
-미쳤냐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서.위.드. 사랑해요
-역시 for 보단 with 죠~
그런 댓글들이 올라오고 있을 때.
대부분의 수플레들은 마지막 콘서트가 끝나고 시작된 라이브를 보며 우는 중이었다.
‘아, 좋은데 짜증나…….’
최애들이 호로록 호로록 하며 야식들과 각종 간식을 먹으며 헤헤헷 하는 게 엄청 얄미웠다.
-오옷, 이 맛은……!
-여러분, 솔직히 부러우시져~?
-다이어트 해야 된다고요? 괜찮아요. 원래 1, 2월 추운 때에는 지방을 축적하는 거예요.
호로록 호로록 하는 소리와 함께 이어지는 달콤한 속삭임.
전국 곳곳에서 다이어트를 포기한 수플레들이 이내 야식 주문을 하고는 웃었다.
‘……좋다.’
매일같이 미튜브의 비축 컨텐츠가 올라오긴 하지만, 역시 최애는 실시간으로 얼굴을 보는 게 최고였다.
멤버들의 얼굴이 예쁘게 나오는 각도를 찾을 때마다 캡처를 눌렀다.
초콜릿을 까서 먹고 있는 우주가 싱글벙글 웃으며 동생들에게 뭐라고 농담을 하고 있었다.
기분이 좋은지 리혁의 어깨까지 팡팡 치며 웃는 우주의 벌건 얼…….
‘벌건 얼굴?’
뭔가 의아해 하고 있을 때.
우주가 ‘?’ 하더니 눈을 깜빡깜빡하고는 초콜릿을 바라보았다.
그러곤 서서히 눈을 감기 시작했다.
“……?”
이내 침대에 팔을 걸친 채 널브러진 리더.
-뭐야?!
-이게 무슨 일이야?
멤버들이 당황했다.
갑작스러운 돌발 사태에 지켜보고 있던 수플레들도 채팅을 멈추고 눈을 휘둥그레 뜰 때.
숨소리를 확인하던 멤버들이 초콜릿의 냄새를 맡곤 외쳤다.
-이, 이거 알콜 초콜릿이에여!
-……정종 초콜릿이라고 써 있는데? 이거 어디서 들어온 거야? 도수 있나 본데요?
-그거 아까 감독님이 준 거 아냐?
눈을 반쯤 감은 채 새근새근 하고 있는 리더를 멀뚱멀뚱 바라보던 멤버들이 그를 옮겨 눕힌 후.
-네, 안녕하세요. 여러분.
-사블랙입니다.
뒤에서 숙면을 취하는 리더를 배경으로 둔 채, 침울한 얼굴로 방송을 이어 가는 멤버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