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378화
콘서트.
공식적인 두 번째 콘서트를 계획 중이라는 이야기에 모두의 시선이 집중됐다.
지호가 침을 꼴깍 삼켰다.
“콘서트여?”
“응. 장소도 이미 섭외를 끝….”
“잠시만여.”
지호가 가슴팍에 손을 올린 채 심호흡을 하기 시작했다.
그건 우리도 마찬가지였다.
다 같이 눈을 감고 심호흡을 하는 모습에 직원들이 웃으며 물었다.
“왜 갑자기 심호흡을 해?”
“좋은 소식 듣기 전에 먼저 몸가짐을 정돈하려고요.”
솔직히 떨리기도 하고.
대강 콘서트 장소를 짐작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5,000석 규모의 핸드볼 경기장에서 3일간 콘서트를 열었던 작년 여름보다 훨씬 더 성장한 지금이었다.
가장 최근에 발매한 스페셜 앨범도 현재 누적해서 40만장 가까이 팔렸기도 하고.
일본 투어에서도 별도 활동 없이 6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지금까지 이런 결과들이 있었던 만큼 이번에는 기대해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중현이가 입을 열었다.
“체ㅈ…….”
“아아아!”
우리가 손을 들어 막았다.
“음? 왜요?”
“먼저 입 밖으로 꺼내지 말자. 중현아. 부정 탄다.”
“아, 네.”
중현이가 납득하는 동안 리혁이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 이미 대관 끝냈다고 팀장님이 말씀하셨는데 중현이 형이 말한다고 뭐가 달라져요?”
“……그러네.”
다시금 납득하고는 중현이한테 ‘말해’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푸근하게 웃던 녀석이 다시 말했다.
“이번에 체조경기장인가요?”
중현이가 말을 끝낸 그 순간.
우리 모두 두 손을 모은 채 답을 기다렸다. 동생들과 나의 눈에 간절함이 감돌 때.
석환 형이 빙긋 웃으며 펜을 내려놓았다.
“맞아. 체조경기장이야.”
그 순간, 각자 입에서 바람 빠지는 소리가 들렸다.
푸쉬쉬 하는 느낌.
맥이 풀리는 기분과 함께 행복한 기분이 온몸을 감쌌다. 동생들과 눈빛을 교환하며 웃었다.
만약 직원들이 있는 회의가 아니었다면 다 같이 일어나서 방방 뛰었을 터였다.
비주가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며 웃었다.
“진짜 체조경기장이네요…….”
“그러게. 진짜 체조야….”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
한 번 공연할 때마다 대략 1만 명 이상을 수용할 수 있는 대형 공연장이다.
공연장으로서의 기능도 굉장히 좋고, 이런저런 장점들이 있지만 여러모로 의미가 각별한 곳이다.
지호가 뒤통수를 긁적였다.
“와, 우리가 진짜 체조에서 콘서트를 다 해 보네여. 이런 날이 올 줄이야.”
“저희 이번 콘서트, 정말 체조에서 하는 거 맞아요?”
재차 묻는 리혁이에게 다른 직원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동생들이 한 마디씩 하고 있는 동안, 나는 그 속에서 잠시 말없이 앉아 있었다.
진짜 체조경기장에서 하는구나.
어떤 가수가 체조경기장에서 공연한다는 건 ‘정말 성공했구나’ 하는 척도였다.
자신의 팬을 오프라인 현장으로 1만 명 넘게 끌어모은다는 것 자체가 보통 일이 아니니까.
그것도 1회당.
그런 까닭에 1세대나 2세대 아이돌 선배들이 드디어 정상에 올랐다고 할 때 체조경기장에서 콘서트를 열곤 했다.
그만큼 상징적인 의미가 강해서 다른 공연장과 다르게 체조경기장에 대해선 ‘입성’이라는 표현을 쓸 정도.
내가 말했다.
“……기분이 이상하네요.”
“왜?”
“이번에는 그래도 체조에서 하지 않을까 생각은 하고 있었는데 막상 진짜 한다니까…….”
석환 형이 말없이 웃었다.
TJ 연습생 시절, 선배들의 체조경기장 콘서트를 보러 갈 때 인솔했던 사람이 저 사람이었으니까.
지금 내 기분이 어떨지 누구보다 잘 이해할 사람이었다.
“얘네 말 없어진 거 처음 봐.”
“이 고요한 느낌. 정말 오랜만이야.”
잔뜩 뭉클해하는 우리 모습에 직원들이 놀리기 시작했다.
크으응.
코를 푸는 소리가 옆자리에서 들려왔다. 리혁이가 고개를 푹 숙인 채 휴지로 코를 풀고 있었다.
얼굴이 어찌나 작은지 휴지 한 장으로 이목구비가 가려지는 우리 애였다.
내가 웃으며 물었다.
“리혁이 우니?”
“…….”
당사자의 귀가 밝게 빛나며 대신 대답을 해 주었다.
휴지 한 장으로 얼굴을 덮던 녀석의 모습에 모두가 웃을 때, 지호가 고개를 밑으로 꺾었다.
그러곤 리혁이를 올려다보며 측은한 표정을 지었다.
“오구오구, 울 리혁이 눈물 났쪄여?”
“아이씨!”
“눈물 멈추기 대성공~!”
화딱지가 난 리혁이가 휴지를 집어던지고, 지호가 그걸 쇽 피하면서 모두가 웃음을 터뜨렸다.
자기가 생각해도 웃겼던지 리혁이도 인상을 쓰다 말고 웃었다.
내가 물었다.
“왜 울었어?”
“아니, 그냥 뭐… 이렇게 다섯이서 거기에서 공연을 한다고 생각하니까…….”
막내가 쏙 고개를 내밀었다.
“감동이었어여?”
“네가 끼어들기 전까지는.”
“에이.”
두 녀석이 톰과 제리처럼 서로에게 으르렁대는 동안 다른 동생들과 눈빛을 교환했다.
방금 리혁이처럼 갑자기 눈물이 나오진 않았지만, 아마 모두가 비슷한 기분일 터였다.
그렇게 체조경기장에 대해 소회를 마친 후.
TF 팀장님의 설명이 이어졌다.
“너희한테는 예고도 없이 갑작스럽긴 하겠지만, 일단 공연장 대관을 미리 다 해 놓은 상태야.”
우리가 물었다.
“언제 했는데요?”
“작년 겨울에.”
“……엄청 빨리 대관 신청을 했네요? 체조라서 그런가.”
“그건 아니고. 체조경기장이 올해 9월부터 리모델링 공사에 들어가거든.”
공사 기간이 2년 후 2018년까지라나.
“그래서 대관 일정이 엄청 빡빡해서 겨우 빈 자리 잡은 거야. 다들 리모델링 들어가기 전에 콘서트를 하려고 해서.”
“아아.”
“지금 아니면 내후년 여름이니까.”
그래서 대관 신청을 미리 해야 했던 모양이었다.
5월 중순에서 말 사이.
작년에는 한여름이라 걱정이 됐는데, 이번에는 한창 날씨 좋은 5월의 봄 콘서트였다.
“콘서트 기간은 3일.”
“3일이나?”
“너무 걱정하지 마. 충분히 채울 수 있다는 계산 하에 세운 계획이니까.”
“으음…….”
3일이면 3만에서 4만 명일 텐데.
국내에서 그 정도 인원을 채울 수 있는 아이돌 그룹은 거의 손가락에 꼽을 정도다.
불안하긴 했지만 매니저의 표정을 보니 계산이 확실히 된 듯했다.
석환 형이 말했다.
“그 부분에 대해선 다 준비가 끝났고, 너희 의견을 묻고 싶은 건 이거야. 지금 일정상 앨범 발매랑 겹치게 될 텐데 어떻게 조율할지.”
“컴백 먼저 할지, 콘서트 먼저 할지?”
“그래. 바로 그거.”
동생들과 시선을 교환하고는 내가 입을 열었다.
“저희는 콘서트를 먼저 하고 싶어요.”
“작년처럼 콘서트에서 타이틀곡을 선공개 하는 식으로?”
“네.”
컴백 끝내고 바로 콘서트를 하면 아무래도 세트 리스트의 상당수를 신규 앨범 수록곡으로 채울 텐데.
수플레들 대부분이 나인과 겨울잠 앨범들의 수록곡 무대를 콘서트장에서 보고 싶어 하는 터였다.
이번에 일본 수플레들이 부러웠다는 이야기를 엄청 많이 보기도 했고.
콘서트 끝내고 음방 돌기 vs 음방 돌면서 콘서트 준비하기를 하면 당연히 전자였다.
석환 형이 수첩에 메모를 적으며 답했다.
“그럼 그런 쪽으로 조율을 해 볼게.”
그렇게 콘서트 이야기를 끝으로 회의가 끝난 후.
모두가 썰물처럼 빠져나간 후, 나는 동생들에게 먼저 가라고 손을 흔들었다.
그러곤 기다리느라 남아있는 두 사람에게 다가갔다.
조규환 이사님과 프로듀서 하승주였다.
“기다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니야.”
조 이사님이 손사래를 치며 웃었다.
“그래서 무슨 일이야? 아까 앨범 준비하면서 문제가 좀 있는 것 같던데.”
“아. 그게…….”
호기심을 보이는 두 사람에게 내가 말했다.
“이번에 쓴 곡에 문제가 좀 있어서요.”
* * *
2층 작업실.
두 명의 작곡가가 둘러앉은 가운데 내가 음악 파일을 재생했다.
건물로 따지면 기초 공사 정도만 되어 있는 상태의 곡.
전주가 흘러나오면서 조 이사님과 하승주가 고개를 끄덕끄덕하기 시작했다.
“전주부터 좋은데…?”
의뭉스러워하는 하승주에게 내가 말했다.
“더 들어 보세요.”
“으음. 알았어. 일단.”
리혁이가 ‘아오 씨 뭐 이딴 격한 춤을…’ 이라고 욕할 만한 안무가 그려지는 음악.
조 이사님이 웃으며 말했다.
“이야, 이게 타이틀이 되면 안무 연습할 때 고생 좀 하겠다.”
“이사님.”
“알았어…. 집중해서 들을게.”
‘봤지?’ 하듯이 눈을 동그랗게 뜨는 이사님이었다.
그렇게 전주에서 1절이 나오고 후렴구까지 쭉쭉 이어질 때.
마침내 후렴구가 나오는 순간.
“아.”
“아.”
두 작곡가가 동시에 소리를 냈다.
내가 말하는 것이 어떤 건지 눈치를 챈 듯했다.
그쯤에서 ‘중단할까요?’ 하고 눈으로 물으니 조 이사님과 하승주가 고개를 끄덕였다.
하승주가 말했다.
“우주, 네가 무슨 말 하는지 알겠다.”
“애매하죠?”
“좀… 애매하네. 확실히 좋기는 한데, 뭔가 딱 ‘이거다!’라고 하기에는 어중간하고.”
다음 앨범 타이틀곡 공모를 위해 작업 중인 노래였다.
전주부터 시작해서 후렴까지 잘 뽑았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전체적으로 들으니 애매했다.
나쁜 건 아닌데 하승주의 말마따나 ‘이거다!’ 싶은 게 없었다.
조 이사님이 말했다.
“예전에 네가 작곡한 타이틀들은 들었을 때는 이게 반드시 타이틀이 되어야 한다는 느낌이 있었는데.”
“네. 이번에는 저도 그런 게 없더라고요.”
“근데 이거 진짜 아깝다. 여기서 조금만 바뀌면 완벽한 타이틀곡이 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게 어려워서 문제인 것 같아요.”
“내가 봐도 어렵긴 하네.”
조 이사님이 동의했다.
“섣불리 건드리면 안 될 것 같은데. 그 부분은 이미 네가 시도를 다 해 봤지?”
“네…….”
여기를 조금 깎아 보고, 저기를 조금 올려 보고.
그야말로 별 걸 다 해 봤다.
그런데 곡이 어찌나 종잇장 같은지.
위태위태한 젠가처럼 조금이라도 건드리면 전체적인 밸런스가 와르르 무너지는 식이었다.
A&R팀과 프로듀싱 팀을 불러서 조언을 구해 봤지만.
“다들 이건 이사님이나 피디님이 와서 봐야 될 거 같다고 하더라고요. 어떻게 해 볼 수가 없다고.”
“흐으음.”
두 사람이 고민에 휩싸였다.
“일단 다시 한번 듣자.”
“네.”
몇 번이고 재생을 반복하는 동안 두 사람이 머리를 끙끙 감싸 쥐었다.
녹차 티백이 담긴 차를 두 잔 만들어 건네주었다.
호로록, 호로록.
차 마시는 소리만 조용히 울릴 때, 하승주가 물었다.
“다른 곡은?”
“수록곡 후보로 올릴 곡을 몇 개 쓰기는 했는데, 말 그대로 수록곡 후보인 아이들이에요.”
“으으음. 으음. 아니, 이거 모르겠네.”
“근데 버리기에는 너무 아깝죠?”
내 말에 두 사람이 고개를 열심히 끄덕였다.
“무슨 소리야. 이걸 왜 버려. 정 안 되면 수록곡이라도 써야지.”
“네가 쓴 건 버릴 게 없다, 우주야.”
머리와 곱창까지 식재료로 쓰는 소처럼 내가 쓴 노래는 버릴 게 없다고 말해 주는 두 분이었다.
조 이사님이 물었다.
“멤버들한테는 얘기했어?”
“어느 정도 마무리를 지은 다음에 얘기하려고요. 처음에는 얘기를 꺼내 볼까 했는데.”
그날, 비주가 자작곡 악보를 들고 찾아왔다.
막힌 부분이 있다고 해서 봤는데, 굉장히 간단한 부분이어서 해결을 해 줄 수 있었는데.
‘형은 어떻게 곡 쓰면서 한 번을 안 막혀요? 너무 신기해요.’
‘아니, 나도…….’
‘저도 더 공부해서 형처럼 돼야 할 텐데. 형이 막히는 모습은 정말 상상이 안 되는 거 같아요.’
‘…….’
초롱초롱 바라보는 눈빛까지.
나 이번에 겁나 막히고 있다고 입이 안 떨어졌다.
그런 설명에 두 사람이 훈훈한 미소를 지으며 납득했다.
“중현이나 지호는 뭐 그렇다 치고. 리혁이는?”
“아. 걔요.”
내 표정이 떨떠름해지자 둘이 웃었다.
‘리혁아. 만약에 내가 곡을 작업하다가 막혔어. 그럼 어떻게 해야 될까?’
‘어, 뭐야. 막혔어요?’
‘아니, 그…….’
‘딱 보니까 내 의견이 좀 필요한가 보네. 많이 막혔어요? 내가 좀 의견 말해 줘?’
내가 짤막하게 감상을 이야기했다.
“어찌나 건방지던지, 식욕이 확 감퇴하더라고요.”
“흐하핫!”
“내가 이건 무슨 수를 써서라도 내 선에서 먼저 끝을 봐야겠다, 라고 결심을 하게 됐어요.”
두 사람과 함께 웃은 후.
“한번 본격적으로 들어보자.”
“감사합니다.”
뒤에 있는 개인 약속까지 캔슬하는 두 사람이었다.
외투를 벗은 하승주 피디와 조 이사님과 함께 테이블에 둘러앉아 노래를 반복해서 재생했다.
그렇게 몇 시간이 지났을 때.
“……!”
이제는 눈만 감아도 노래가 귓가에 맴돌 만큼 들었을 때.
토론 끝에 드디어 문제점을 발견했다.
“노래가 너무 완벽해.”
“그러네요.”
“이게… 아니, 설명이 어려운데. 무슨 말인지 알지?”
하승주의 말에 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지나치게 모든 부분에서 완벽해지려고 한 게 문제였다.
“아무래도 제 노래다 보니까 담고 싶은 게 굉장히 많았거든요. 완성도도 높아지고 싶고.”
“욕심이 컸네.”
“네…….”
동생들과 함께 타이틀곡을 만들 때는 테마를 딱 하나로 정해서 만들었다.
재료가 하나인 음식처럼.
하지만 이번에는 내가 주인공이다 보니, 평소 내가 해 보고 싶었던 것을 이것저것 섞기도 했고.
완벽해지려고 지나치게 노력을 한 터였다.
조 이사님이 말했다.
“그거랑 같은 거야. 세상에서 제일 예쁜 눈, 제일 예쁜 코, 제일 예쁜 입을 다 합치면 이상한 얼굴이…….”
“아.”
무슨 말인지 납득할 때, 신이 나서 설명을 하다가 나를 보고 멈칫하는 조 이사님이었다.
“아닌가?”
“예?”
“아니야.”
어쨌거나 우리가 파악한 문제는 간단했다.
노래의 완성도를 결정하는 여러 요소가 있다면, 각 부분에서 너무 지나치게 완성도를 추구했던 게 문제였다.
그런데 진짜 문제는…….
“이게 또 지금 밸런스가 기가 막히단 말이지.”
“그러니까요.”
각각 세상에서 가장 예쁜 이목구비로 조합했는데, 그게 전체적으로 이상한데 또 어울리긴 어울리는 느낌.
결론이 그렇게 났을 때.
내가 고심에 잠겨 있는 동안, 두 사람 다 표정이 꽤나 밝아 보였다.
“왜 그러세요?”
“이런 경우에 해결책을 알아서.”
조 이사님의 말에 내가 환하게 웃었다.
“정말요? 뭔데요, 이사님?”
“그건.”
그건?
조 이사님이 생긋 웃으며 외투를 챙겨 들었다.
“알아서.”
“예?”
“이번에 직접 본인이 알아보는 게 좋을 거 같아.”
하승주가 말했다.
“원래 시험공부도 해답지 없이 풀어야 실력이 느는 거니까. 스스로 깨우치는 게 제일 좋으니까.”
“저는 시험 볼 때 해답지 보면서 공부하는 타입이에요.”
“……흠흠. 규환이 말대로 네가 방법을 알아내 봐. 의외로 간단하니까.”
하승주도 외투를 챙겨들고 일어섰다.
“정말 의외로 간단한 해결책이 있으니까. 그것만 알면 금방 좋은 곡을 만들 수 있을 거야.”
“우리도 너보다 두세 살 많을 때였나. 그때 겪은 문제니까.”
“아직 최종 공모일까지 많이 남았으니까.”
마치 스스로 알을 깨고 나오라는 어미 새들 같은 말투였다.
이 부분은 내가 직접 해결했으면 좋겠다는 두 사람의 말에 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직접 찾아볼게요…….”
“시무룩한 척 연기해도 소용없다. 우주야.”
“…….”
“우리 회사, 배우 기획사야.”
능글맞게 웃으며 코트를 어깨에 걸치는 이사님이었다.
그러곤 나가는 문에 노크를 했다.
“노크는 왜…?”
보통 노크는 들어올 때 하는 거 아닌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밖에서 우당탕탕하는 소리에 이어 익숙한 목소리들이 들려왔다.
-흐아아악! 깜짝이야!
-악! 내 발 누가 밟았어요! 아으으!
-김중현! 너 좀 조용히 움직여! 네 숨소리 때문에 발각됐잖아!
-많이 미안.
……문에다 귀를 대고 엿듣고 있던 모양이었다.
이사님이 문을 열고 느긋한 걸음으로 빠져나간 후, 바깥에 엎어진 동생들이 보였다.
“으아아악!”
“아으이! 팔 빼! 팔 빼요!”
엎어져서 팔다리가 엉킨 동생들.
마치 샌드위치 속 양상추와 햄, 토마토가 전쟁을 벌이는 듯한 느낌이었다.
탁.
다시 문을 닫았다.
외투를 걸치는 하승주에게 인사를 하려고 할 때.
“참.”
그가 코트 안주머니에서 USB 하나를 꺼냈다.
“이거 받아.”
“감사합니다. 그런데 이건 뭐예요?”
“열어 보면 알 거야.”
USB 뚜껑을 열고 멀뚱멀뚱 바라보자, 상대가 말했다.
“컴퓨터에서.”
“아. 네.”
“계속 시간 되냐고 물어봤던 게, 이거 주려고 했던 거야.”
“아아.”
“예전에 비디오로 명주 형이 찍힌 영상이 하나 있더라고. 너희 어머니도 나와 있고.”
내가 고개를 들어 바라보자 상대가 미소를 지었다.
“감사합니다. 피디님.”
“그래.”
“또 연락드릴게요.”
밖으로 나가는 하승주에게 고개를 꾸벅하며 웃었다.
손에 들린 USB를 잠시 바라보다가, 그 상태로 주머니에 꼭 넣은 후.
“…….”
복도에서 아무렇지 않은 척 서 있는 동생들을 바라보았다.
딴청을 피우는 녀석들.
“언제부터 있었어?”
“그렇게 오래는 아니고. 한 30분 정도 됐어여.”
“방음 때문에 밖에 얘기도 안 들렸을 텐데.”
막내가 천연덕스럽게 웃었다.
“미세하게 들리던데여. 잘 안 들리는 부분은 중현이 형이 음파 증폭을 해 줬어여.”
“음파 증폭은 어떻… 아니다. 안 궁금해.”
그럼 어느 정도 대화 내용은 알고 있겠거니 하고 짐작을 하고 있을 때, 다른 의문이 고개를 들었다.
“그런데 여긴 왜 올라왔어? 개인 연습 시간이잖아. 지금.”
“아. 그게여.”
막내가 은근한 표정을 짓자, 다른 녀석들도 눈을 초롱초롱 빛내기 시작했다.
“대박 소식이 있어서 그래여.”
“대박 소식?”
“지금 지하에…….”
지하에?
“드디어 신규 연습생들이 들어왔대여.”
“……!”
내가 눈을 크게 뜨자, 동생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새로운 연습생이라니.
따끈따끈한 후배가 생겼다는 소식에 기분이 절로 들떴다.
“가자! 지하실로!”
“예! 형님!”
동생들과 함께 신나게 계단을 내려갔다.
* * *
30분 후.
연습실에 올망졸망 모여 있던 레몬 엔터의 신규 연습생들이 눈을 끔뻑거렸다.
“…….”
엄청 부담스러운 회사 선배 가수가 눈앞에 서 있었다.
그리고.
“빈손으로 오기는 뭐 해서, 간식을 사 왔어요.”
뉴블랙 멤버들이 수줍게 웃으며 따끈따끈한 봉투를 내밀었다.
연습생들이 쭈뼛쭈뼛 간식을 받아들며 미소를 지었다.
고소한 냄새.
한 연습생이 설레는 표정으로 물었다.
“혹시 떡볶이인가요!”
“아뇨.”
우주가 따스한 미소를 지었다.
“소고기를 좀 구워 왔어요.”
“……예?”
몹시 비범한 간식 스케일에 당황하는 신규 연습생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