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383화
인터넷 커뮤니티.
구경꾼들이 찍은 동영상이 곧바로 올라왔다.
[실시간 제주도 해수욕장.mp4]
[▶ 1:17]
(‘대박! 대박!’ 하는 구경꾼들 속에서 포획한 갈매기를 뿌듯하게 들고 있는 뉴블랙 멤버들의 영상)
TV 촬영 나온 뉴블랙이 갈매기 잡아버림ㅋㅋㅋㅋㅋㅋㅋ
수정) 여행 리얼리티 촬영이라 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표정 왤케 뿌듯한데ㅋㅋㅋㅋㅋ 세상 다 가진 표정이자나
-막내 쟤 왤케 웃겨ㅋㅋㅋㅋㅋㅋㅋ 여러분!!! 저희 형이!!! 갈매기를 잡았어여!!!
-멤버들 광대승천한거 보소ㅋㅋㅋㅋㅋ
-선우주 갈매기 들고 왜 순회하는데ㅋㅋㅋㅋ 서커스냐궄ㅋㅋㅋㅋㅋ개터졌네
-갈매기도 포즈 잡는거 보소,, 방송을 아네
-대박ㅋㅋㅋㅋㅋ
-저번에 부산 갔다 갈매기 땜에 봉변당한 적 있는데 속이 다 시원- ㅋㅋㅋ
-귀에다 인생은 실전이야 갈매기야 한번 해주자 뉴블아
-참교육 하기에는 쟤네가 너무 약해..
-? 겜에선 세던데
-게임에선 쎄던데 ㅇㅈㄹㅋㅋㅋㅋㅋㅋ
-아ㅋㅋㅋㅋ 나 얘네 보면 너무 웃겨ㅋㅋ 쟤네 너무 즐거워보여서 나까지 즐거워짐ㅋㅋㅋㅋ
-이 글의 킬포: 댓글러 중 아무도 왜 잡았고 누가 잡았는지 의문을 가지지 않고 있다
-아씨.. 현실로 스포하지 마라. 본방 볼 거라구ㅋㅋㅋ
* * *
손뼉을 치는 사람들에게 갈매기를 한 번 더 들어 보였다.
“와아아아아!”
동생들과 같이 어깨를 으쓱으쓱하다가 구경꾼들과 눈을 마주치고 같이 웃음을 터뜨렸다.
왠지 모르겠지만 그냥 웃겼다.
어리둥절하게 뀨? 하고 있던 갈매기도 뭔가 늠름하게 부리를 오므리는 게 보였다.
우리가 눈썹을 잔뜩 찌푸렸다.
“야, 너 보고 그러는 거 아니니까 으쓱해하지 마라.”
“눈치 챙겨. 갈매기.”
틴스피릿을 따라하며 눈썹을 모았지만 갈매기는 전혀 겁을 먹지 않고 있었다.
도리어 우리를 올려다보고 끼엑- 끼엑 했다.
비주가 짐짓 엄하게 검지를 들어올렸다.
“누가 눈 그렇게 뜨래. 나 그런 거에 약하단 말이야. 어엇……!”
“으아악! 갈매기가 형 손가락을 물어뜯……!”
중현이 뒤에 숨어서 호들갑을 떨던 리혁이가 눈을 깜빡거렸다.
우리도 마찬가지였다.
갈매기가 비주의 손가락에 부리를 슥슥 비볐기 때문이었다.
“뭐야. 얘.”
“지금 애교 부리는 건가…?”
“처신 잘하네…….”
턱을 쓰다듬으며 감탄하는 중현이의 모습에 카메라 감독님들이 웃음을 못 참고 끅끅거렸다.
갈매기에게 함락당한 비주가 허어어- 하는 소리를 내고 있을 때.
중현이가 말했다.
“근데 이 갈매기 말이에요. 되게 예쁘게 생기지 않았어요?”
“귀엽긴 하네…….”
보통 갈매기 하면 떠오르는 흉포한 괴조의 모습이 아니었다.
갈매기 세계에서 미의 기준이 있다면 꽤나 미조(美鳥)로 대접받을 만한 인상이라고 할까.
덩치도 작아서 그런지 아기새 같고 귀엽다.
우리가 헛기침을 하며 귀엽게 생긴 갈매기에게 고개를 스윽 기울였다.
“뀨 해봐. 뀨 하면 용서해 줄게.”
끼루우욱-!
“관상에 좀 노래가 있어 보여서 기대했는데. 노래에는 영 소질이 없네. 그치?”
“우리가 이겼네요.”
작가님들과 피디님이 웃을 때.
포로로 붙잡힌 갈매기가 우리를 바라보며 고개를 요리조리 갸웃하고 있는 동안 주변에서 움직임이 느껴졌다.
동료 갈매기들이 주변을 빙글빙글 도는 느낌이라고 할까.
우리 팀 애니멀 커뮤니케이터가 자신의 짐작을 말했다.
“뭔가 그런 눈빛 같은데요. 치사하게 사람 다섯이서 새 한 마리 붙잡고 있냐 하는 느낌.”
“뭐가 치사해?”
다섯이서 갈매기 떼를 향해 외쳤다.
“뉴블랙은 하나야!”
갈매기 떼에게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원팀을 외친 우리가 머쓱한 얼굴로 갈매기에게 시선을 돌렸다.
내가 조심스럽게 받치고 있긴 했지만 이제 슬슬 야생으로 돌려보내 줘야 할 시간이었다.
“자, 슬슬 화해하자. 지호야.”
“넹.”
막내가 피가 멎은 손가락을 보여 주며 말했다.
“다음에는 조심해. 너.”
“…….”
“조심하지 않으면 내가 아랫집에 사는 무서운 형들 소개해 줄 거야.”
당연하게도 알아들을 리 없었다.
내가 다리를 놔주자 멀뚱멀뚱 바라보던 갈매기가 날갯짓을 하며 떠났다.
그리고 지금까지 중현이 뒤에 숨어 있던 리혁이가 나왔다.
“아. 이제야 갔네.”
“갈매기가 그렇게 무서웠어?”
“그것보다는 쟤가 얼마나 더러운 곳을 많이 다녔겠어요. 갯지렁이 먹고 다니던 부리로 비주 형한테 문지르고.”
몽글몽글한 표정으로 갈매기에게 ‘안녀엉~!’ 해주던 비주가 자기 손을 보고는 얼어붙었다.
물티슈를 꺼내 건네줄 때.
리혁이가 생각해보니 황당하다는 투로 물었다.
“근데 갈매기는 대체 어떻게 잡은 거예요?”
“그냥.”
“그냥이라고요?”
“적당히 요령만 있으면 누구나 잡을 수 있어.”
내 곁에 붙어 있는 6mm 카메라를 향해 엄지를 들어보이며 말했다.
“여러분도 할 수 있습니다!”
“갈매기 잡기! 어렵지 않아여~!”
척척 호흡을 맞춰준 막내와 깔깔거리며 웃고, 리혁이가 무언가 더 말을 하려고 할 때.
무언가 휘이익 날아왔다.
“아니, 근데 갈매기를……. 흐아악!”
갑작스런 등장에 혼비백산하며 옥타브를 넘나드는 비명을 지르는 우리 메인보컬이었다.
퍼드득!
날갯짓과 함께 아까의 그 갈매기가 비행기처럼 착륙을 시도했다.
우리가 놀라서 눈을 휘둥그레 뜰 때.
갈매기가 내려앉은 바로 그곳은 바로 중현이의 스냅백 위였다.
“……?”
눈을 들어서 위를 슥 보던 중현이가 ‘오’ 하고, 그 순간 모두가 웃음을 터뜨렸다.
제작진도 박수를 치며 뒤집어지고.
우리도 중현이의 머리 위에서 뀨 하는 갈매기를 보며 배를 잡았다.
“뭐야. 쟤 왜 또 왔어?”
“친근해졌나 봐요. 제가.”
“흐하핫! 형 그거 같아여. 원피스에 나오는 악당.”
리혁이가 ‘스톡홀름 신드롬인가…?’ 하며 기이한 현상에 어안이 벙벙한 표정을 지을 때.
내가 웃으며 말했다.
“축하해. 친구 생겼네.”
“그러네요. 갈매기 득.”
주머니에서 주섬주섬 간식거리를 꺼내며 머리 위의 갈매기에게 먹여 주는 중현이었다.
“아, 맞다.”
그러더니 자기 크로스백을 가리켰다.
“형, 여기 안에 폴라로이드 카메라 있거든요. 저랑 갈매기 투샷 찍어 주세요.”
“오케이.”
곧바로 갈매기와 함께 포즈를 취하는 중현이를 폴라로이드로 찍어 주었다.
* * *
그날 뉴블랙 공식 SNS.
@thenewblack.official
(머리 위에 갈매기를 올린 중현이 양팔을 벌린 사진, 갈매기를 어깨에 올린 채 팔짱을 낀 사진 등)
♡ Promis.Jang님, Real_HanTH님 외 7,953명이 좋아합니다
thenewblack.official 제주도에서 새로운 사귄 친구에요
#이름은_조나단_리빙스턴
#갈매기의_꿈
-Promis.Jang 지나치게 잘 지내고 있구나 울 애기들.. ~_~
-gmldus87 곧 2년이 되어가는데.. 주세한에는 다시 나올 생각 없니..?
-gmldus87 블랙아 블랙아 맛집 줄게 출연 다오
-TBC 짜란다 짜란다~ 여희연 화이팅
-Knet 뉴블랙과 갈매기가 절친이 된 사연은..? 2016년 4월 ‘뉴블랙의 여행일기’ 기대해주세요♥
-PBS_Official (슬쩍) 미.. 미스터 프로듀서도 기대해주세요
자연스럽게 방송국들이 정모를 하고 있는 뉴블랙의 SNS.
그리고 그 속에서 외롭게 눈팅만 하는 HBS의 계정 관리자였다.
* * *
해수욕장에서의 촬영을 끝낸 후.
우리는 중현이가 운전하는 차량을 타고 제작진을 따라 이동했다.
“오오.”
흔들림 없는 승차감에 여전히 감탄이 나왔다.
감탄 섞인 시선에 중현이가 어깨를 으쓱으쓱하는 동안 즐겁게 창밖을 감상했다.
첫날 테마는 바로 ‘힐링 나들이’였다.
“진짜 힐링되긴 하네여. 너무 좋다.”
“그러게.”
“드라이브하면서 보는 이 해안 풍경은 진짜 혼자 보기 아까운 거 같아여.”
누나들에게 영상통화를 건 막내가 풍경을 보여 주며 좋아할 때, 비주에게 시선을 돌렸다.
“해수욕장은 갔고. 남은 일정은 어디야?”
“오름부터 보러 갈 거예요.”
비주가 제주도 지도를 널찍하게 펼쳐 주었다.
“이렇게 서쪽으로 시작해서 반시계 방향으로 쭉 도는 코스예요. 형.”
“오오.”
“그렇게 해서 3일차에 성산 일출봉에서 해 보고 끝.”
오늘은 남쪽의 용머리 해안과 함께 서귀포시를 방문하는 걸로 끝을 맺는 일정이었다.
지도를 들여다보며 루트를 기억하고 있을 때, 지호가 말했다.
“근데 되게 낯선 느낌이지 않아여? 이렇게 여유롭게 있어도 되나 싶기두 하구.”
“여유로우니까 느낌 이상하지?”
“넹. 이래도 되는 건가 싶구. 지금 시간이면 보컬 연습해야 될 거 같은데…….”
“나도 그래.”
막내의 말에 우리 모두 공감했다.
매일 수능 준비하는 고3 마인드로 살아서 그런지, 이런 여유로운 시간이 낯설다고 할까.
좋기는 하다. 동생들과 처음 여행을 온 거니까.
하지만 막내 말대로 이래도 되는 건가 싶은 생각이 가슴 한구석에 아른거린다.
마음 속 자아가 채찍을 휘두르면서 ‘굴렁쇠처럼 굴러야지. 네가 여행 리얼리티 찍을 연차야?!’ 하는 듯했다.
우리가 곰곰이 생각에 잠겨 있는 동안 리혁이가 말했다.
“그래도 리얼리티니까 좋지 않아요? 이렇게 카메라가 있으니까 일하면서 쉰다는 느낌도 드는 거고.”
“맞아.”
“뭐, 나부터가 잘 안 되고 있긴 하지만… 이번엔 그래도 잘 쉬어 봐요.”
그러곤 기분 좋은 미소를 지었다.
“우리끼리 첫 여행이잖아요.”
“…….”
“왜 그래요?”
우리가 명치 부근을 문지르며 말했다.
“아니, 평소 성격에 안 맞는 소리를 하고 그러니까 갑자기 속이 거북하고 느글느글해서…….”
“리혁아. 미안해. 나도 쪼금….”
“그냥 인상 써여. 형.”
리혁이가 속이 부글부글하는 표정으로 입을 꾹 닫은 후.
그 말마따나 모처럼 떠나온 첫 여행이니 마음을 조금 내려놓자는 이야기를 나누었다.
사실 완전히 그런 마음을 내려놓기는…….
-치익.
렌터카에 거치된 무전기가 울렸다.
제작진과 우리가 소통을 하기 위해 쓰는 무전기였다.
-아아. 얘들아.
여행일기 피디님의 목소리였다.
내가 무전기를 잡았다.
“예, 피디님. 잘 들려요.”
-아, 별건 아니고. 원석 매니저님이 말씀 좀 전달해 달라고 하셔서.
“원석이 형이요?”
-잠시… 아.
원석이 형에게 무전기가 넘어간 모양이었다.
-얘들아.
“네. 형. 왜요?”
-아까 뭐 얘기하려고 했던 걸 깜빡해서. 이번 리얼리티에서 꼭 많이 먹어야 돼. 알았지?
우리의 얼굴이 환해졌다.
뭐지.
왜 갑자기 이런 따스한 당부의 말이 들리는 거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다음 말이 이어졌다.
-윤 팀장님이 그러셨는데, 서울 돌아가면 그때부터 다이어트 시작이래.
“……!”
-이번 앨범 컨셉에 맞추려면 평소보다 더 감량해야 되는 거 알지?
‘그럼 이만~’ 하고 사라지는 목소리에 차량에는 정적이 감돌았다.
막내가 촉촉한 눈으로 형들을 돌아보았다.
“…….”
“…….”
우리도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지금까지 이렇게 쉬어도 되나 하며 근심하던 머릿속이 명쾌해지기 시작했다.
휴식해도 되는가?
된다.
중현이에게 물었다.
“과자 많이 실어 놨지?”
“네. 음료수까지 챙겨 왔어요.”
“지금 까자.”
다급하게 차 안에서 과자 봉지와 캔을 까는 우리였다.
“리혁찡. 제주도 맛집 검색 고고싱 해 주세여.”
“기다려 봐. 제일 맛있는 데로 고를 테니까!”
리혁이까지 눈에 불을 활활 태우는 가운데, 우리가 결연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어느새 휴식에 대한 걱정이 싹 사라져 있었다.
* * *
K-net 방영 예정, 「뉴블랙의 여행일기 시즌1」 중 1화 편집본.
해안도로를 달리는 차량, 바닷가에서 서로 어깨동무를 한 채 바다를 보는 멤버들.
각종 평화로운 BGM과 함께 2화 예고가 나온다.
[다음 주! 예고!]
[갈매기는 시작에 불과했다]
[이것이 바로 먹블랙]
식당에서 고기 국수를 흡입하듯 먹는 뉴블랙의 모습에 주변 손님들이 놀라서 ‘!!!’ 하는 장면.
평소 온순하기로 유명한 비주까지도 눈을 희번덕거리고 있다.
[먹고]
5단으로 쌓은 아이스크림콘을 먹으며 ‘땅콩! 땅콩 아이스크림!’ 하며 새로운 먹거리를 향해 달리는 멤버들.
[또 먹고]
디저트를 먹고 갑자기 뛰는 멤버들
카메라맨이 ‘헉헉! 얘, 얘들아… 같이! 흐헉!’ 하는 소리가 나오고.
왜 뛰냐는 물음에 멤버들이 ‘소화시켜야 돼요!’ 하며 몸을 막 움직이며 달리고 있다.
[먹기 위해 뛰는 그들의 여정은 계속된다.]
[뉴블랙의 여행일기 2화 부제 : 사는 건.. 먹기 위해서가 아닐까요?]
* * *
“아. 잘 먹었다.”
그야말로 먹기 위해서 온 여행이 아니었나, 하는 말이 나올 만큼 푸짐하게 먹은 첫날이었다.
점심에는 고명 가득한 고기 국수도 먹고.
이른 저녁으로 갈치 백반 먹고.
저녁으로는 주세한에도 나온 유명 짬뽕집에서 마무리를 했다.
“고생하셨습니다!”
“다들 힘드셨죠? 저희랑 같이 라면 끓여 먹을래요?”
그런 이야기를 하며 숙소 안에 들어왔을 때.
“음?”
여전히 촬영할 거리가 남았는지 숙소 거실에 카메라가 세팅이 되어 있었다.
소파에 둘러앉아 배를 두드리는 우리에게 피디님이 방송 톤으로 말했다.
“오늘 여행은 잘하셨나요?”
“네! 엄청!”
“감사합니다. 정말 덕분에 원 없이 먹었어여.”
막내의 말에 아까 기억을 회상한 제작진이 엄지를 들었다.
리스펙한다는 의미였다.
“그런데 저희 또 어디 가나요?”
“밖에서 뭐 야외활동 해야 되나요? 지금도 밖에서 뭐 준비하고 있는 것 같…….”
리혁이가 바깥에서 한창 장막을 가리고 공사 중인 뭔가를 말하려고 할 때.
피디님이 다급하게 끼어들어 손사래를 쳤다.
“중요한 건 그게 아니고요.”
“……?”
너무나 어설픈 그 회피 멘트에 우리가 눈을 가늘게 뜰 때.
“저녁만 먹으니까 허… 허전…….”
“허전하다는 말이 잘 안 떨어지시져?”
“푸흡…! 이게 미리 준비된 멘트라서… 아니, 아무튼 저녁만 먹으니까 허전하시죠?”
“네에에에!”
“그런 의미에서 저희 제작진이 오늘 여러분을 위해 야시장 나들이를 준비했습니다.”
“예이이이!”
양손을 들고 환호하는 우리에게 피디님이 말했다.
“비주 씨가 꼭 야시장 가 보고 싶다고 했거든요. 오메기 떡을 먹어보고 싶다고.”
“오오오!”
잘했다! 하면서 칭찬해주는 우리에게 꺄르르 웃는 비주였다.
우리가 일어나며 물었다.
“그럼 지금 바로 가야 되나요?”
“아뇨. 일단 많이 드셨기 때문에 지금 바로 가면 소화가 안 된 상태라 많이 먹기 힘들잖아요?”
“그렇죠. 정말 그렇죠.”
“그런 의미로 야시장에서 쓸 용돈을 두고 제작진과 게임 한 판 승부입니다.”
“와아아아!”
우리가 손뼉을 치며 기뻐했다.
미션이라니.
일을 어쨌든 하긴 하는구나 하는 생각에 가슴이 들떴다.
“뉴블랙을 위해 용돈을 주고 싶은 마음이야 굴뚝같지만, 너무 쉬운 게임을 해 버리면 재미가 없잖아요?”
“맞아여!”
“그런 의미로 저희 제작진이 멤버 분들을 2개 조로 나눠서 2가지 게임을 준비했습니다.”
1조는 중현이와 지호.
2조는 나와 비주, 리혁이었다.
“두 가지 게임 중에서 한 가지만 성공하셔도 용돈을 지급해 드리겠습니다.”
“오오.”
“그럼 첫 번째 게임인데요.”
중현이와 지호가 손뼉을 마주치며 ‘아자! 아자!’ 하며 외쳤다.
우리도 응원해 주었다.
“한 방에 끝내고 오자.”
“둘이 이기고 돌아오면 우리는 안 해도 되는 거니까, 꼭 잘하고 와요. 알았죠?”
“김중현. 잘해.”
둘이 화답으로 손을 들 때, 제작진이 첫 종목이 적힌 종이를 촤악 펼쳤다.
[상식 퀴즈]
응원하던 우리가 차게 식었다.
“한 방에 끝나 버리겠네.”
“가슴이 차게 식는다는 말이 이럴 때 쓰는 건가 봐요.”
“에고…….”
중현이와 지호도 서로를 바라보다가 뒤통수를 긁적일 때.
내가 손뼉을 치며 힘을 북돋았다.
“괜찮아! 할 수 있어. 지호는 몰라도 중현이가 입이 느려서 그렇지, 생각보다 똑똑하잖아.”
“이 게임은 두 사람이 동시에 정답을 외쳐야 되는 게임입니다.”
“망했네.”
박수를 멈춘 내 모습에 제작진이 웃음을 터뜨렸다.
그 동안 상식 퀴즈가 시작됐다.
주제를 고르고 그 주제에 맞는 퀴즈 중에 일정 문제 이상을 맞히면 통과하는 방식이었다.
피디님이 큐카드를 읽었다.
“이것은 공간, 점유율, 압박. 세 단어로 정리할 수 있는 축구 전술의 명칭인데요.”
설명이 이어진 후.
스포츠에 관한 이야기라 중현이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 막내가 고전할 때.
“이것은 대화의 합이 잘 맞아 주고받기가 잘 될 때도 쓰이는데, 특히 여러분 뉴블랙이 이것으로 제일 유명합니다.”
“저희한테 제일 유명한 물건이여? 그거 우주 형…….”
“10초 드립니다.”
“어어…! 아이, 이거 갑자기 아는데 생각이 안 나, 아이, 그! 그!”
팀끼리 상의하는 게 불가능했기에 우리가 애타게 눈짓으로 뭘 말하려고 할 때.
중현이가 막내의 어깨를 두드렸다.
“일단 하자. 지호야.”
“알았어여! 아, 이거 근데……!”
둘이 동시에 답을 외쳤다.
“티키타카!”
“피카피카?! 아! 티키타카아아!”
지호가 바로 틀리고 머리를 움켜쥐면서 우리는 씁쓸한 웃음을 머금었다.
제작진이 뒤집어져서 웃는 바람에 잠시 퀴즈가 지연된 후.
막내가 손부채질을 하며 말했다.
“제가 급하게 머리 굴리는 게 약해서 그래여. 머리로는 아는데, 10초! 막 이러시니까.”
“괜찮아. 지호야. 할 수 있어.”
중현이가 지호를 다독이며 주먹을 내밀었다.
둘이 주먹을 부딪치며 응원을 나눌 때, 우리도 ‘할 수 있다!’ 하면서 콤비를 응원해 주었다.
“두 번째 문제입니다. 정말 쉬운 문제인데요.”
“진짜여? 너무 감사해여!”
“어머.”
너무나 환하게 웃는 지호의 모습에 피디님이 좋아하다가 이내 본분을 되찾으셨다.
아직 우리 막내의 본모습을 모르시는 모양이었다.
그렇게 이어진 퀴즈.
“다음은 공영방송공사, 즉 PBS에 대한 문제인데요. 여기서 공영을 의미하는 P는 무엇일까요?”
“퍼블릭(Public)!”
“어! 아 퍼블릭이구나. 저 그래도 HBS는 알아여! 한성방송!”
우리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을 때.
“……문제 난이도를 대폭 낮췄습니다. 정확한 스펠링을 말할 필요는 없고, 대략 말해 주시면 됩니다.”
“넵!”
“여러분이 매일 같이 얼굴을 마주하는 A&R팀에서 A와 R은 무엇의 약자일까요?”
둘이 답했다.
“아티스트 앤 레퍼토리.”
“아티스트 앤드… 어어… 아 레퍼토리였넹…….”
나와 리혁이가 머리를 감싸고 있을 때, 비주가 황망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지호 중학교 어떻게 나왔을까요.”
“그러게……. 그래도 애는 건강하잖아.”
“맞아요. 건강이 제일이죠.”
제작진이 계속해서 난이도를 하향시켰지만 언제나 그 이상을 보여 주는 우리 막내였다.
대부분을 맞히며 선방한 중현이가 중간에 속이 꽉 막힌다는 표정을 지을 만큼.
결국 10개 중 1개 정답으로 끝났다.
막내가 유일하게 맞힌 문제는 바로 마스커레이드의 스펠링이었다.
“그래도 제가 주인공이니까 그건 기억해여.”
“넌 저기 손 들고 가 있어.”
막내가 처량하게 걸음을 옮겼다.
매니저 형 통해서 어느 정도 편집을 부탁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나머지 셋이 나섰다.
“화이팅! 형들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우리 용돈이 걸려 있어여!”
“화이팅팅.”
둘이 천진난만하게 응원하는 모습에 이마에 힘줄이 돋은 리혁이를 진정시켜 주었다.
그러면서 심호흡을 했다.
우린 뭘 해야 될까.
게임 내용을 기다리며 셋이서 숨을 고르고 있을 때, 노래방 기기가 드르륵 하며 밀려왔다.
“두 번째 게임은 1인당 1번씩 기회를 가지고, 1번이라도 90점 이상을 넘기면 됩니다.”
“아. 살았다…….”
너무 쉬운 난이도였다.
리혁이가 안도하고 있을 때, 무언가 머리를 스쳐갔다.
“저, 피디님.”
“네?”
“만약에 저희가 첫 시도에 바로 100점을 맞으면 어떻게 되나요?”
“음, 특별히 더 두둑하게 챙겨 주는? 그런 쪽으로 하면 될 거 같은데 왜요? 혹시 바로 100점 할 수 있는 건 아니죠?”
눈을 가늘게 뜨며 경계하는 피디님이었다.
내가 웃으며 말했다.
“아뇨, 그럴 리가요.”
“…….”
“하다 보면 운 좋게 나올 수도 있는 점수니까. 그런 의미에서 여쭤보는…….”
동생들의 눈이 초롱초롱해지는 가운데 피디님이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