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390)화 (390/1,031)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390화

곡에 대한 이야기는 잘 마무리되었다.

두 분 다 우리가 만들어 낸 곡에 대해서 큰 만족감을 드러냈다.

“계속 들어도 안 질린다. 야.”

“좋네.”

조 이사님이 미소를 지었다.

“전체적으로 짜임새도 좋고. 이대로가 딱 좋아서 뭐 덧붙일 만한 게 없는 거 같네.”

“진짜 괜찮나요? 아무래도 곡 3개를 합친 거라서 제 생각에는…….”

“아냐.”

두 작곡가가 칼같이 질문을 차단했다.

“완벽해.”

하승주가 내 왼쪽 어깨에 손을 얹으며 말했다.

“질문 안 해도 돼. 이대로 완벽하니까.”

“같은 생각이야. 우주야.”

오른쪽 어깨에 조 이사님의 손이 올라왔다.

두 분 다 입가에는 환한 미소를 짓고 있지만 왠지 모르게 질문하면 안 될 것 같은 분위기였다.

완성도에는 이견이 없는지 피드백의 대부분은 사운드라든가, 자잘한 기교에 관한 사항이었다.

“감사합니다. 두 분 덕분에 어떤 식으로 완성할지 방향을 잡은 것 같아요.”

“고맙기는. 네가 다 만든 건데.”

“에헴.”

헛기침을 하는 동생들에게 하승주가 웃으며 정정했다.

“아. 다 같이 만들었지.”

“감사합니당. 사실 굉장히 잡스러워 보이시겠지만 저희도 40프로의 지분이 있어여. 피디님.”

“그중에서 지호는 몇 프로니?”

“……감사합니다! 더 분발할게여~”

애교 섞인 너스레에 편안한 웃음이 감돌았다.

조규환 이사가 달력을 살피며 물었다.

“타이틀곡 선정 회의가 다음 주 즈음이네. 그때까지 준비 가능하니?”

“네.”

“아무래도 네가 쓴 곡이 또 선정될 거 같다는 예감이 드네.”

이사님의 눈이 반달처럼 휘었다.

“귀신이 점지해 준 노래기도 하고.”

“으으으!”

“왜들 그렇게 싫어해? 좋아해야지. 이런 게 얼마나 홍보하기 좋은 포인트인데.”

남들은 없는 귀신도 만드는데 너희는 진짜 귀신이지 않냐며 능글맞게 웃는 이사님이었다.

“귀신?”

무슨 영문인지 몰라 고개를 갸웃하던 하 피디님에게 비하인드를 들려주니 엄청 웃었다.

“야. 세상에 귀신이 어디 있냐. 너희도 참.”

“들려드릴까요?”

“아니.”

세상 단호박이었다.

“스읍. 이 이어폰 치우지 못해? 이놈들이 감히 선배한테 이어폰을 들이밀고.”

“헤드폰으로 바꿔드릴까요?”

“아니!”

“그러시지 말고 피디님도 귀신 ASMR 체험해 보세요. 츄라이. 츄라이.”

“……!”

질겁하며 고개를 젓는 하승주의 모습을 감상하며 이사님이 커피를 우아하게 홀짝였다.

그러더니 뭔가 떠올랐다는 듯 ‘아’ 했다.

“왜 그러세요?”

“한 가지 마음에 걸리는 게 있어서…….”

“마음에 걸리는 거요?”

이사님이 살짝 안쓰럽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번에 프로듀싱 팀이랑 외부 작곡가들 열기가 대단했거든.”

“……?”

“네가 곡 쓰다 막혔다는 이야기가 여기저기 돌았는지, 타이틀곡 자리를 공석으로 여긴 모양이야. 다들 자기 곡이 되진 않을까 하고 기대를 하는 것 같던데.”

“아…….”

“이 곡을 들으면 반응이 어떨지 궁금하긴 하네.”

어쩐지.

그래서 프로듀싱팀 직원들 표정이 그리 밝았던 거구나.

나상윤 피디의 환한 미소가 떠올랐다.

‘이번에 곡을 하나 썼는데, 좋아. 진짜 좋아.’

‘정말요?’

‘깜짝 놀랄 걸.’

‘오오…….’

‘곡 막혔다고 그랬지? 너무 걱정하지 마. 이번에 우리가 좋은 곡을 썼으니까.’

동생들이 진심으로 안타깝다는 표정을 지었다.

“뭔지 알 것 같아. 기만당하는 기분…….”

“오늘 컨디션 별로라서 너희가 애써 줘야겠다고 해서 개인기 준비했는데 갑자기 저글링을 시작하고.”

“아, 진짜 너무했죠. 그때.”

두 작곡가가 웃기 시작했다.

리혁이가 말했다.

“게다가 이번에 곡 안 풀린다고 동네방네 떠들고 다녔잖아요. 프로듀싱 팀 직원들한테 하소연하고.”

“너무 우울해하지 말라고 단 거 많이 얻어먹지 않았나?”

“…….”

점점 양심의 가책을 느끼고 있을 때, 막내가 막타를 날렸다.

“이번에는 프로듀싱팀 직원 분들이 멱살 잡아도 인정이에여.”

다들 웃음을 터뜨리는 동안 얄밉게 꺄르륵거리는 지호에게 눈을 흘겼다.

*   *   *

미팅이 끝난 후 공식적인 휴가가 주어졌다.

3일.

본래 설 명절에 떠났어야 했지만 그간 콘서트다 광고다 해서 미뤄 뒀던 일정이었다.

정말 오랜만에 집에 돌아오니 가슴이 덕하고 순했다.

“그랜마, 오 마이 그랜마아아아아—!”

“옘병첨병. 똥 싸고 있네.”

훈훈한 재회였다.

평소처럼 나를 반겨주는 김덕순 여사에게 선물 보따리를 왕창 내밀었다.

“짜잔~!”

“아이고. 뭘 이렇게 많이 사 왔냐. 다 쓰지도 못하고 뒤지겄네.”

“할머니. 말 좀 순화하자. 말 좀.”

“다 쓰지도 못하고 극락 가겄다. 됐냐?”

할머니의 구수한 입담에 절로 웃음이 나왔다.

같이 선물 보따리를 풀면서 이번 휴가에 뭘 할지 의논했는데 일단 집에서 보내기로 결론이 났다.

할머니 말마따나 내 얼굴이 엄청 팔렸기 때문이었다.

백반집에 있으면 구경 나온 사람들이 북새통을 이뤄서 장사고 뭐고 못할 거라나.

“하도 소문이 나 가지고 지나갈 때마다 저 할매가 그 할매라고 그러고. 시끄러워 죽겄어.”

“그래도 매상은 엄청 올랐다며?”

“그건 그거고. 니 팬들이라고 하면 내가 부담이 되겄냐. 안 되겄냐?”

김덕순 여사가 서울 말씨를 따라했다.

“할머니. 저희 우주 오빠 팬이에요, 하고 밥을 시키는데 어찌나 오도도도 떨리는지.”

“그게 왜 떨려?”

“내가 말실수라도 해 봐라! 노인네가 손주 앞길 망친다고 사람들이 얼마나 손가락질 하겄냐.”

“에이. 그런 거 신경 쓰지 마요.”

혹시 구설수에라도 올라 손주에게 피해라도 주는 건 아닌지 전전긍긍했다는 말에 토닥토닥해 주었다.

할머니와 함께 주로 식사 준비를 하며 보낸 첫날을 마무리했다.

그렇게 3일이란 시간이 정말 쏜살같이 지나갔다.

어찌나 행복한지 앨범 준비를 위한 에너지를 몽땅 충전한 듯하다고나 할까.

“흐히히힛!”

“옘병…….”

“으하하하핫! 할머니, 지금 주세한에 우리 노래 나온 거 들었어? 나인~ 나인~!”

“아이고! 귀 아파! 넌 언제 서울 가냐-!”

너무 좋았다.

이래서 회사에서 이번 휴가는 최대한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라고 한 건가 했던 만큼.

3일이란 시간이 야속하게 흘러갔다.

“자.”

마지막 날 아침.

손을 탁탁 털며 이번에 새로 장만한 대형 TV를 가리켰다.

김덕순 여사의 손에 리모컨을 쥐어 주고는 버튼을 같이 눌렀다.

“이 버튼을 누르고.”

“누르고.”

“3번째 칸으로 똑똑똑 내려준 다음에… 저기 외부 기기라고 표시된 세모 보이지?”

“리혁이처럼 턱주가리 뾰족한 거?”

“응. 리혁이 누르면 이렇게 목록이 쭉 나올 거야.”

1990년대의 날짜들이 표시된 목록이 30여 개 가량 나왔다.

엄마와 아빠가 가득한 썸네일.

하승주 피디로부터 받은 과거 비디오테이프 목록이었다.

“그래서 이렇게 눌러주면…….”

리모컨 버튼을 가볍게 누르자 대형 화면에 환하게 웃는 엄마의 얼굴이 나왔다.

김덕순 여사가 침을 꿀꺽 삼키는 게 보였다.

-뭐야, 오빠. 영상 편지 쓰는 타임이야?

꼬꼬마인 나를 품에 안은 엄마가 화면을 향해 활짝 웃었다.

싱그러운 미소라는 말은 정말 우리 엄마를 위해 존재하는 말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잠시 들었다.

그 속에서 엄마처럼 웃던 엄마는 잠시 딸이 되었다.

-엄마 사랑해~

영상을 지켜보던 할머니가 손을 뻗어 대형 TV 속 엄마의 뺨을 어루만졌다.

잠시 뒤로 물러나 지켜보았다.

한참 동안 화면 속에서 움직이는 엄마를 바라보던 할머니가 눈가를 훔쳤다.

뭔가를 말하려고 입을 한참이나 달싹이던 할머니가 겨우 입을 열었다.

“……그려도 기술이 좋긴 하다. 이렇게 테레비로도 보고.”

“그치?”

“가기 전에 나 요거나 한 번 더 알려 줘라.”

리모컨 숙지 방법을 몇 번 정도 알려 준 다음에 A4 용지에다 그림과 순서를 적어 주었다.

몇 번이고 반복해서 종이를 훑는 할머니였다.

그렇게 TV로 엄마 얼굴을 볼 수 있는 방법을 알려 준 후.

“할머니. 나 그럼 이제 가 볼게요.”

“점심은 안 먹냐.”

운동화 끈을 고쳐 매며 대답했다.

“일이 있어서. 이따가 바로 비행기 타고 미국 잠깐 다녀와야 되거든.”

“또 비행기 타냐?”

“응.”

“그려. 꼭 조심하고.”

평소보다 차분하게 배웅하는 할머니의 손을 붙잡았다.

“너무 걱정하지 마요. 금방 돌아올 거야.”

“…….”

말없이 물끄러미 바라보던 할머니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 순간 읽혀지는 할머니의 눈빛에 아차 싶었을 때, 포근하게 안아주는 감촉이 느껴졌다.

나도 꼭 안아 주면서 뒤에 보이는 나비에게도 손을 흔들었다.

“나비야. 너도 추석 때 보자.”

치즈냥이가 짧게 냐앙 했다.

올망졸망한 눈망울에 시선을 뺏기는 것도 잠시 내가 눈을 깜빡이며 말했다.

“할머니.”

“응?”

“쟤 말이야.”

내가 손가락으로 나비를 가리켰다.

“……캣타워를 사 줬는데 왜 택배 박스에 들어가 있는 걸까.”

고급 캣타워를 사서 할머니랑 열심히 조립까지 했는데 캣타워는 쳐다보지도 않는 나비였다.

조그마한 택배 상자에 몸을 욱여넣고 있을 뿐.

“…….”

조손이 한 마음이 되어 허탈한 시선을 교환했다.

고양이는 정말이지 알 수 없는 생명체였다.

*   *   *

“저랑 비슷하네여. 귀엽고 신비로운.”

“어딜 봐서 너랑 나비가 비슷하다는 거야? 우리 나비가 너보다 오백만 배는 더 귀여워.”

“흥…….”

“나비는 세상에서 제일 귀여운 생명체라구.”

입을 삐죽대는 지호에게 사진 200장을 보여 주었다.

팔불출도 이런 팔불출이 없다며 비난하던 막내도 곁눈질을 하더니 새초롬한 표정으로 말했다.

“……요거 한 장 보내 주세여.”

“이것만?”

“그 뒤에 것도.”

단톡방에 사진을 올리자 비주와 중현이도 ‘퍼가요~’ 하며 사진을 열심히 저장했다.

그러는 한편.

핸드폰을 들고 촬영하거나 멀찍이 구경하는 사람들에게 손을 흔들어 주었다.

“안녕하세요!”

여기는 인천공항 3층.

우리는 출국장 A 카운터에서 탑승 수속을 밟는 중이었다.

나름 선글라스와 마스크를 써서 가렸다고 생각했는데, 네 명이서 모여 있다 보니 모두가 알아차렸다.

‘쟤네 뉴블랙이네.’

‘뉴블랙이다.’

‘실루엣만 봐도 뉴블랙인데?’

그랬기에 중간부터 포기하고 맨 얼굴을 드러냈다.

리혁이는 어디 있냐고 묻는 이들에게 미국에 있다고 말해 주는 한편.

“가자. 얘들아.”

“네!”

조 이사님과 매니저 형들을 따라 비행기에 탑승했다.

목적지는 미국 뉴욕.

저번에 약속한 존 에드워즈 감독님과의 만남 때문이었다.

원래 작년에 LA에서 만날 예정이었지만, 소개해 주기로 한 사람이 못 오는 바람에 올해 3월로 늦춰졌던 일정.

동생들에게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너희까지 올 필요는 없었는데. 사실 나만 다녀와도 되는 일정인데다 시차 적응도 힘들고…….”

“그래도 같이 있는 게 좋지 않아여?”

“그건 그렇긴 하지만.”

옆자리에 앉은 막내가 말했다.

“이런 만남에 머릿수가 얼마나 중요한데. 아빠가 그랬어여. 계약은 쪽수로 제압하는 거라구.”

“……그, 좋은 것을 배웠구나.”

“그리고 형 없이 우리끼리 서울에 있으면 비주 형이랑 연습해야 되거든여.”

쉽게 말해서 연습하기 싫어서 도망쳤다는 이야기였다.

고개를 돌려 중현이 쪽을 바라보니 녀석도 양손을 ㅇ으로 만들어 ‘ㅇㅇ’을 표시했다.

그 동안 비주는 뉴욕 여행지를 검색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비주 [우리 여기 가요!! 여기!!]

뉴욕에 유명한 레스토랑을 알아놨다며 꼭 가자고 하는 비주였다.

미슐랭 가이드 별 다섯 개짜리라나.

거기 별은 3개가 끝인데 또 블로거에게 낚인 모양이었다.

평소처럼 꿰액꿰액 하는 닭 인형을 만지작거리며 이륙을 마친 후.

기내식을 두 번 먹고 영화를 3편 정도 보고 나니 뉴욕의 JFK 공항에 도착해 있었다.

그리고 LA에서 날아와 먼저 기다리고 있던 인물을 찾았다.

“리혁아아아아아!”

“으아아아! 진짜 여기서까지 이러지 마요!”

“리혁아아아아!”

미국 사람들이 눈을 끔뻑이며 쳐다보는 가운데 우리가 리혁이를 둘러싸고 강강수월래를 췄다.

막내가 눈을 글썽이며 말했다.

“저 진짜 보고 싶었거든여.”

“아니, 뭐. 나도…….”

“이 뉴욕의 풍경이.”

“…….”

배를 잡고 깔깔대는 우리와 반대로 누군가의 얼굴이 홍시처럼 달아올랐다.

이를 바득바득 갈며 캐리어를 미는 이에게 물었다.

“어머님은 잘 만났어?”

“네. 뭐. 근데 바쁘셔서 주로 예인이랑 놀았어요. 쇼핑하러 가고.”

리혁이는 LA에 있는 어머님 댁에서 이번 휴가를 보냈다.

얘기를 들어보니 제법 즐거운 시간이었던 것 같았기에 내 기분도 덩달아 좋아졌다.

“왜 웃어요?”

“아니. 그냥 좋아서.”

그런 이야기를 나누며 차량에 올라탔다.

퀸즈에 있는 JFK 공항에서 맨해튼까지 이동하는 동안 우리는 차창 밖을 열심히 구경했다.

“우와아아…….”

영화에서 보던 번화가가 눈앞에 쏙쏙 스쳐 지나갔다.

특히 타임스퀘어 근처에 이르렀을 때는 차창에 코를 박듯이 대고는 바라보았다.

차에서 내린 후에도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우와아 소리를 반복했다.

“진짜 신기하다.”

영화에서 보던 바로 그곳이었다.

광고비가 비싸기로 유명한 건물의 간판도 눈에 들어오고.

사람들이 사방에서 물밀듯이 밀려들어서 정신을 안 차리면 휩쓸려 나갈 정도로 붐볐다.

막내가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

“뉴욕에서 신년 공연하는 데가 바로 여기래여.”

“아 진짜?”

매년 연말에 인기 가수들을 불러 새해 카운트다운을 하는 곳이 바로 여기라나.

영상이나 사진으로만 접하던 본 곳이라 신기했다.

하지만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는 말이 맞는지 10분 정도 지나자 급격하게 시들해졌다.

수플레들에게 보여 줄 SNS 셀카를 찍은 후.

“얘들아. 이제 그만 올라가자.”

“네!”

조 이사님을 따라 근처에 있는 건물로 들어갔다.

3층.

아늑한 서재처럼 꾸며진 사무실에 들어가자 덩치 큰 남자가 우릴 반겼다.

“Hey!”

두 팔을 벌리며 다가오는 존 에드워즈 감독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다.

「당신이 미스터 조군요. 우주한테 이야기 들었습니다.」

「반갑습니다. 부디 좋은 이야기여야 할 텐데요.」

어른들끼리 웃으며 악수를 하고 있을 때.

사무실 안쪽에서 통통한 남자가 비서를 대동하고 걸어왔다.

푸근한 요리사 같은 인상이었다.

「드디어 만났네!」

아시아계 미국인이 종종걸음으로 다가와 손을 내밀었다.

「만나서 반갑군. 차우, 프랭크 차우라고 하네.」

*   *   *

프랜시스 차우.

캄보디아계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난 2세대 미국인으로 세계적으로도 굉장히 유명한 거물 작곡가였다.

유명 영화 OST 작업도 하고.

무엇보다 ‘노스탤지어’를 비롯한 유명 뮤지컬의 제작자로 유명하다.

연극계의 아카데미 상으로 불리는 토니상도 몇 차례 수상하고, 이번에 아카데미에서는 영화판 넘버 ‘Falling Stars’로 주제가상을 수상하고.

커리어가 엄청나게 대단한 사람이었다.

「영광입니다. 정말 꼭 뵙고 싶었어요.」

「나를?」

「정말 팬이거든요. 지금까지 참여하신 영화 사운드 트랙을 모두 들었어요.」

다시 한번 악수를 청하니 상대가 웃었다.

가수나 배우도 아니고 작곡가를 만났다고 좋아하는 사람은 처음 본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프랭크 차우가 사무실 의자에 앉으며 말했다.

「나도 뉴블랙에 대해서 존으로부터 이야기를 들었어. 정말 음악적으로 뛰어난 가수라고.」

뒤에 탁자에 걸터앉아 지구본을 가지고 놀던 에드워즈 감독님이 엄지를 척 들었다.

차우가 웃으며 말했다.

「개인적으로 꼭 만나 보고 싶었고.」

「……?」

「처음에 존이 Thousand Dreams라는 곡을 넘버에 추가할 거라고 말해서 의아했는데.」

그가 눈을 빛내며 몸을 기울였다.

「정말 상상 이상의 곡이었어. 만든 사람의 머리를 꺼내서 들여다보고 싶을 만큼.」

중현이가 내 머리를 보호해 주듯 반사적으로 손을 막는 바람에 사무실에 폭소가 터져 나왔다.

머쓱하게 ‘쏘리’ 하는 중현이를 보며 웃던 뮤지컬 제작자가 말했다.

「Falling Stars를 쓰면서 아쉬움이 있었거든. 이 곡은 하강에 관한 곡인데, 노스탤지어의 다른 넘버 중에서는 그에 대칭되어 상승하는 곡이 없었으니까.」

「저도 그 부분에 착안해서 작업을 했어요. 하강의 쾌감은 얼마나 상승하냐에 따라 달라지니까.」

「Thousand Dreams를 듣고 나서 바로 ‘아하!’ 하고 손뼉을 쳤다니까. 정말 좋은 아이디였어.」

그런 식으로 곡에 대한 칭찬을 받았다.

주로 프랭크 차우가 ‘어린 나이에 참 쩌는구나’ 하면 내가 ‘ㅎㅎ’ 하고 웃는 식이었다.

동생들이 아이디어를 낸 부분에 대해서는 리혁이와 내가 설명해 주었다.

「참, 이제 슬슬 본론을 꺼내볼까 하는데.」

뮤지컬 제작자가 말했다.

「올해 말이나 내년 초 즈음에 노스탤지어를 다시 한번 극장에 선보일 계획이야.」

「네. 이야기 들었어요.」

「다시 한번 새롭게 런칭할 뮤지컬 노스탤지어에 이 ‘Thousand Dreams’를 넣고 싶어.」

예상대로였다.

2000년대 초반 이후로 인기가 시들시들해진 뮤지컬이 이번 영화판으로 완벽하게 부활했다.

그 열기가 완전히 식기 전에 뮤지컬을 만들려는 계획은 어찌 보면 당연했다.

그리고 관객들에게 인기를 얻은 ‘Thousand Dreams’가 새 뮤지컬에 필요한 것도 당연하고.

프랭크 차우가 몸을 기울이며 물었다.

「어때?」

「어떤 식으로 참여를 원하시는 건가요?」

「뮤지컬 배우들이 부를 캐스트 앨범에서 Thousand Dreams의 편곡과 디렉팅을 맡아줬으면 해.」

제작자의 요구에 맞춰 곡을 편곡하고, 그 곡을 부를 배우의 디렉팅을 해달라는 이야기였다.

브로드웨이의 유명한 뮤지컬 앨범에 참여할 기회.

동생들이 나를 향해 ‘해! 해라! 인간아!’ 하는 눈빛을 보내고, 나도 마음속으로는 소파 위에서 방방 뛰는 중이었다.

무조건 OK기는 했지만 담담한 표정을 유지했다.

“…….”

옆에서 다리를 꼬고 앉아 있는 조 이사님에게 신호를 보냈다.

이런 부분에 대해선 전문가의 조력이 필요했다.

그리고 우리 이사님은 눈 감고 있으면 저작권 훔쳐가는 한국 가요계에서 오래 살아남은 경력자였다.

조 이사님이 생긋 웃었다.

「좋습니다. 그럼 계약 진행해 볼까요?」

그로부터 5분 후.

우리는 말빨의 신을 영접했다.

*   *   *

결과적으로 계약은 잘 됐다.

양측에서 3시간 가까이 입씨름을 하며 독소조항을 걸러내고 합의에 이르렀다.

몇 가지 절차가 남긴 하지만.

은근히 날로 먹으려던 프랭크 차우가 이사님에게 남자 1호는 남자 2호가 밉다 하는 시선을 보낼 만큼 성공적이었다.

「그럼 모두의 성공을 기원하며, 건배합시다!」

브로드웨이의 유명 스테이크 레스토랑에서 축하 만찬을 마친 후.

설레는 마음을 안고 귀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그리고.

“음……?”

부르르 울리는 진동에 핸드폰을 확인하니 미튜브 알림이 떠올라 있었다.

뉴블랙 월드 채널.

“어…?”

“지금 막 업로드 됐나 봐여.”

마에다 선생님과의 인터뷰를 비롯해 일본 예능 컨셉으로 찍은 영상이 업로드 되어 있었다.

이따가 봐야지, 하고 핸드폰을 넣으려고 할 때.

‘이혼당합니다! 반드시!’

불현듯 떠오르는 외침에 다급하게 핸드폰을 들었다.

이건 봐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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