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394)화 (394/1,031)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394화

눈앞에서 허우적대는 여섯을 보고 있자니 정신이 아득해졌다.

“허어…….”

비주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기겁했다.

리혁이는 어안이 벙벙한 얼굴로 바라보고 있고, 중현이도 눈을 끔뻑끔뻑하고 있다.

막내는 입맛이 싹 달아난 것처럼 보였다.

넷의 시선이 나에게 향했다.

‘형. 우리 어떡해여…?’

‘어떡하죠?’

‘이거 몰래카메라 아니에요?’

차라리 몰래카메라였으면 좋겠다.

한 달간 기본기를 연습하셨다고 들었는데. 그게 제로 베이스에서 쌓았다는 말인 건 몰랐지.

노래가 딱 멈췄을 때.

“하악, 하악…….”

평균 연령 33.5세의 미남들이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살짝 긴장한 표정들.

맏형 김의지의 까무잡잡한 얼굴에 어색한 미소가 감돌았다.

“그, 어떻습니까. 우리 뉴블랙 쌤들이 보시기에.”

“아. 그…….”

“예. 한 달 동안 연습한 결과물이 어떤지 그 평가를 한 번 들어봐야 하지 않나.”

자기들 스스로도 직감을 하고 있는지 눈을 깔고 있다.

추기석 씨만 눈을 반짝이며 ‘와! 뉴블랙 TV분들의 코멘트…!’ 하며 행복한 표정을 지을 뿐.

안무 평가를 하기 위해 꺼내든 수첩을 내려다보았다.

딱 한 단어가 적혀 있었다.

[어..]

‘어’의 끝에서 이어진 줄이 지지직 밑으로 가 있다. 쓰다가 ‘어, 뭐야’ 하며 놀라서 수첩을 내렸기 때문이다.

수첩을 든 손이 바들바들 떨리자 스탭들 사이에서 웃음이 새어나왔다.

“선생님. 울지 마세요.”

“아니에요. 저희 우는 거 아니에요…….”

“저희 이런 거 가지고 안 울어여!”

누가 봐도 완전 울상인 넷이 내게 동참하고 있었다.

머릿속으로 계산을 거듭했다.

이분들 아마 6월 중순 데뷔를 목표로 했던가.

재킷이랑 뮤비까지 고려하면 남은 시간은 약 한 달 반에서 최대 두 달…….

그때까지 이분들을 1인분 구실을 하게 만들어야 하는 건데.

“하으으…….”

나도 모르게 떨려 나오는 숨소리.

지하 연습실에서 큰 웃음이 터져 나오는 가운데, 미프 멤버들이 우리 옷자락을 붙잡고 통곡했다.

“아이고, 블랙이들아! 이 형들이 진짜 미안하다!”

“아니에요. 저희 괘, 괜찮아요….”

“선생님! 저희가 잘못했습니다!”

한참 소란이 오가고 나서 연습실 바닥에 둘러앉고는 생수로 목을 축였다.

예능인 모범주가 우릴 가리켰다.

“우리 선생님들. 손 떨리는 거 봐요.”

“아! 그게 아니고 리혁 쌤은 수전증이에요. 제가 구독자라서 잘 압니다.”

“구독이고 뭐고. 형이 제일 문제예요!”

자기들끼리 서로 네가 못하네, 아니네 네가 더 못하네 하기 시작했다.

와글와글.

그 사이 멘탈을 다 잡은 우리가 그들을 격려했다.

“일단, 한 달간 연습하시느라 너무 고생 많으셨어요. 쉽지 않으셨을 텐데.”

모범주가 슥 눈치를 살피며 말했다.

“우리 선생님들이 큰 충격을 받으신 거 같은데요.”

“충격이지. 이게 어떻게 안 충격이야.”

“안 그래도 며칠 전에 안무 트레이너 쌤 뵀는데 얼굴이 사색이 되셔 가지고…….”

내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에요. 진짜 열심히 하셨다는 게 눈에 들어와서 드린 말씀이에요.”

운동선수 출신인 맏형 김의지가 춤을 못 춘다는 게 의외긴 했지만, 멤버 모두가 지독한 몸치였다.

과거의 나를 보는 듯하다고 할까.

나야 다행히 6년이란 시간이 있어서 어느 정도 데뷔권까지 올릴 수 있었지만, 이분들은 한 달밖에 없었으니까.

기초가 0인 상태에서 이 정도면 진짜 열심히 한 거다.

조목조목 어느 부분에서 노력의 결과가 보이는지 하나씩 집어 주자 다들 몽글몽글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이제 데뷔를 하셔야 되는데… 스읍…….”

“선생님, 또 동공 흔들리신다.”

심호흡을 하고 말했다.

“남은 기간 동안 정말 최대한 안무 실력을 상승시켜야 돼요. 정말 밤을 새서라도.”

“네…! 누가 되지 않기 위해 열심히 하겠습니다!”

안무 꼴등 추기석 씨가 힘차게 대답했다.

그때 막내인 홍석이 비주에게 물었다.

“비주 선생님은 어떠세요. 저희 보셨을 때…?”

“네?”

당황한 비주가 눈을 깜빡깜빡 했다.

연습실에 웃음이 터져 나오는 가운데 어떻게든 발언을 피하려고 애쓰는 비주를 하이에나들이 놓치지 않았다.

“김비주 하면 아이돌 계에서 소문난 춤꾼 아니겠습니까! 선생님이 보시기에 저희 어떻습니까?”

“어으응…….”

“선생님이 한마디 해 주셔야 돼요.”

어떻게든 상냥한 멤버에게서 못된 말을 받아 내야겠다는 심보로 똘똘 뭉친 예능인들이었다.

비주가 활짝 웃으며 말했다.

“일단 결과보다는 과정이 중요한 거잖아요! 그런 의미에서 다들 열심히 해 오신 것 같아요.”

“그래서 저희 실력이 어떠신가요?”

“으으음…….”

“최고로 잘하는 걸 A로 치고 등급을 매긴다 쳤을 때 저희 등급들이 어떻습니까?”

누가 1등이냐고 짓궂게 묻는 이들에게 비주가 눈치를 살피며 말했다.

“D 정도…?”

“에이이! 방송용 멘트 말고 객관적인 평가를 원합니다!”

“객관적으로요? 정말로…?”

“네!”

비주가 허공을 보며 골똘히 생각에 잠겼다.

“잠시만요.”

비주가 오른손을 펼쳤다.

“……?”

그러곤 하나씩 접으며 새끼손가락까지 접더니, 이번엔 왼손을 들어서 하나씩 접었다.

그러곤 파도타기처럼 다시 펴지며 돌아왔다.

출연진들이 고개를 갸웃할 때, 비주가 웃으며 말했다.

“S등급 같아요.”

“네? 저희가 S급이라고요?”

“네. Q, R, S…….”

스탭들과 출연진이 동시에 웃음을 터뜨렸다.

“안 그래도 실력 관련해서는 제일 단호하다고 들었는데 진짜였네.”

“알파벳 S. 이거 몇 번째야?”

“19번째 같은데요. A, B, C… 분발해야겠네요. 우리.”

“S, 딱 좋네요. 스페셜이네. 누가 봐도 우리 특별 관리 대상이잖아요.”

26개 알파벳 중에서 19번째인 S등급에 처량한 표정을 짓는 미프 멤버들이었다.

모범주가 안경을 고쳐 쓰며 물었다.

“그러면 선생님께서는 본인의 등급을 어떻게 보시는지…….”

“저는 C등급? 정도 같아요.”

“본인에게도 굉장히 객관적인 수치네요.”

“선생님! 그럼 이렇게 말이 나온 김에 저희 S등급들에게 C등급의 춤을 한 번 보여 주시겠습니까?”

MC인 김의지가 능숙하게 몰아가는 가운데 우리도 와아아아! 하며 손뼉을 쳐 주었다.

비주가 부끄럽다는 듯 웃으며 일어났다.

“음악 주실 수 있나요? Nine으로… 아! 감사합니다!”

제작진 측에서 OK 사인을 보내고는 곧바로 앰프에 연결한 핸드폰으로 Nine을 틀어 주었다.

“……음?”

미튜브로 튼 건가? 음이 다른데.

미세한 차이기는 했지만 음원 버전이 아닌 뮤비 버전의 베이스 소리가 깔려 있었다.

중현이에게 물어보려고 할 때, 독무가 시작됐다.

“오오오…!”

본래 나인의 안무를 1인 버전에 맞도록 즉흥적으로 개조한 거 같은데, 이걸 10여 초 내에 해내다니.

감각적으로 팔다리를 부드럽게 꺾는 메인댄서의 모습에 우리가 뿌듯하게 웃었다.

“와아…….”

이게 얼마나 대단한 건지 막 홍보하고 싶은 걸 꾹 참고 있을 때.

짭플레 추기석 씨가 흥분해서 속삭였다.

“저게 지금 진짜 안무가 아니야!”

“뭐야. 그럼 가짜예요. 형?”

“아니. 그게 아니고 저게 원래 안무가 아니고, 즉흥적으로 바꿔서 춤을 추는 거지.”

“근데 그냥 봐도 엄청 잘 추시는데, 우리 비주 쌤 클래스가 달라.”

후렴에서 웨이브를 타며 손으로 허공을 치는 안무에 출연진들이 입을 벌리고 와아 해 주었다.

진정한 리액션 맛집이었다.

그렇게 2절 후렴에 들어가려고 할 때였다.

전구우우욱-!

모두가 아는 목소리에 다들 눈을 깜빡거렸다.

“전국?”

“노래자… 아니, 이게 왜 나와?”

갑자기 빠바바밤! 하면서 전국! 전구욱! 하는 목소리가 울려 퍼지면서 EDM도 섞였다.

제작진이 당황하는 게 보였다.

누군가 미튜브에 올린 Nine의 리믹스 버전을 튼 모양이었다.

“흐하핫!”

모두가 웃음을 터뜨릴 때, 비주의 눈동자가 살짝 움직였다.

순간적인 판단이 보였다.

자연스럽게 노래에 맞춰 신나게 한손을 들고 좌우로 방방 뛰는 안무로 변했다.

무대용으로 쓰는 상큼한 미소까지.

능숙한 상황 대처에 MC인 김의지가 굉장히 기특해하는 표정으로 웃더니 눈짓을 했다.

“이런 건 다 같이 흥겹게 놀아야지!”

“일어납시다!”

결국 다 같이 일어나서 Nine의 리믹스 버전에 맞추어 흥을 나누었다.

어느 분인지 모르겠지만 리믹스를 찰지게 해 놔서 Nine의 내적 댄스를 일으키는 비트가 엄청 강화됐다고 할까.

끝나고 나서 프로듀싱팀 분들한테 출처를 알아 달라고 해야겠다.

붙잡아 와야지.

“와아아아아아!”

다 같이 흥겹게 댄스를 마칠 때.

센터에 선 비주가 마무리로 머리를 쓸어 넘기곤 카메라를 향해 권총 모양으로 만든 손을 타앙, 했다.

가볍게 윙크하며 스윽 웃는 표정까지.

“우와아아아아아!”

미프 멤버들이 열렬하게 박수를 치고, 지호가 뒤에서 껴안으며 ‘저희 형이에여!’ 하며 친분을 강조할 때.

PD님과 스탭들이 박수를 쳤다.

다시 자리에 앉는 동안에도 흥분이 가라앉지 않았는지 김의지가 출연진들에게 말했다.

“야. 이거 장난 아니다잉?”

“즉석으로 이런 게 다 나올 수가 있구나. 우리가 막춤 출 때 여긴 예술을 하고 있네.”

“진짜 신기하다. 사람이 확 달라지네. 방금은 카메라를 잡아먹을 것 같았는데…….”

다시 평소처럼 사근사근 웃는 비주였다.

가수 안재희가 원래 평상시에 상냥한 사람일수록 담아두고 있는 게 많아서 이렇게 분출하는 거란 말에 모두 웃었다.

흥겨운 분위기 속에서 멤버들이 손뼉을 짝- 쳤다.

“S등급. 저희 모두 인정했습니다.”

“저게 C면 사실 S도 감지덕지한 거였네요.”

“솔직히 우리는 대문자도 아니고 소문자 s야.”

“아까 거기서 더 했으면 선생님들 입에서 s로 시작하는 욕이 나올 뻔했어요.”

모두 웃는 분위기 속에서 안무 시간을 마친 후, 보컬 평가로 넘어갔다.

“오……!”

우리의 안색이 확 밝아졌다.

쭈뼛쭈뼛대던 안무와 다르게 미프 멤버들이 자신감 있는 얼굴로 노래를 선보였다.

손뼉을 치며 좋아하는 우리 모습에 출연진들이 수줍게 웃었다.

“어때? 노래 잘하죠?”

“네!”

“명곡단에 나온 분들의 눈에는 안 찰 수도 있지만 우리가 한 노래 해요.”

“아니에요. 진짜 잘하세요.”

엄지를 추켜세웠다.

본업이 가수인 안재희 씨는 말할 것도 없고, 다들 가창력이 굉장히 준수한 편이었다.

합창단이나 콜라보 음원 특집 등으로 단련이 되어 있다나.

먹구름이 가득했던 전망에 한 줄기 서광이 비치는 듯했다.

“어떻습니까. 우리 선생님들. 종합적으로 보시기에?”

“이제 희망이 보입니다…!”

“와아아아아!”

다 같이 팔을 흔들며 와아아아 했다.

그러곤 데뷔 프로젝트에 대해 본격적인 이야기를 나누었다.

“안무만 더 연습하시면 될 거 같아요. 조금 부족하더라도 안무는 컨셉으로 보완할 수 있으니까.”

“오오. 떠오르는 컨셉이 있으신가요?”

“네. 있기는 한데… 이 부분은 전문가분들과 진지하게 이야기를 나눠 봐야 할 거 같아요.”

우리는 자체 프로듀싱을 하는 아이돌로서 미프 멤버들의 데뷔를 이끌어 주는 역할이었다.

전체적으로 방향을 잡아 주고 조언을 해 주는.

그러하기에 세부적으로는 전문가들의 도움이 필요한 건 당연했다.

가수 안재희가 물었다.

“혹시 우리 곡은 어떻게…?”

“곡이요?”

“이번에 우주 쌤의 곡을 받아 볼 수 있는 건가요?”

모두가 눈을 초롱초롱하게 뜨는 모습에 내가 웃으며 손사래를 쳤다.

“곡은 공모를 하는 게 좋을 거 같아요.”

“바쁘신데 써 달라고 부탁이 아니고요. 컴퓨터에 휴지통 있잖아요. 거기 있는 거 하나 던져 주시면 저희가 잘 쓸게요.”

휴지통 드립에 우리가 웃음을 터뜨렸다.

잔뜩 기대하는 눈으로 바라보는 예능인들에게 이런저런 사정을 설명하며 거절했다.

“저 같은 경우는 작업 속도가 천차만별이라, 한 번 막히면 영원히 막힐 때도 있거든요.”

“아아…….”

“지금 진행 프로젝트도 워낙 많아서 어려울 것 같아요.”

이번에도 동생들이 아니었다면 낙화의 원본 곡도 [형이 못나서 미안해ㅠㅠ] 폴더에 들어갔을걸.

동생들에게 웃으며 눈빛을 보내자, 뿌듯해하는 시선들이 돌아왔다.

“여긴 뭐 자기들끼리 눈에서 꿀이 떨어지냐.”

“사이 진짜 좋다니까. 아까 우리랑 얘기 나누는 중간 중간에도 자기들끼리 비밀 눈빛 교환하고.”

“흐하핫!”

눈치 빠른 예능인들에게 캐치 당해서 한참 놀림 당했다.

그렇게 곡에 대한 이야기는 일단락되나 싶었는데 추기석 씨가 눈치를 살피며 물었다.

“그럼 수록곡 하나는 어떠신지요……?”

모두 웃음을 터뜨리는 가운데 흔쾌히 답했다.

“수록곡 정도는 도전해 보겠습니다. 마침 적당한 아이디어가 하나 떠올라서.”

“와아아아!”

“참고로 댄스가 1도 없는 정말 말 그대로, 잔잔한 수록곡이에요.”

“그래도 좋죠. 우리 선쌤의 곡인데!”

카메라 앞에서 새끼손가락을 걸고 계약금까지 주고받았다.

오천 원짜리 지폐를 바라보며 헛웃음을 지을 때, 출연진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이야. 선우주를 5천 원에 샀네.”

“여러분, 저희가 요즘 가장 잘나가는 작곡가를 햄버거 런치세트 가격에 섭외했습니다.”

“우주가 어디 가서 이런 취급 받을 친구가 아닌데, 삼촌들이 미안해.”

“그래도 시세의 열 배야. 어제 허강민 형이 전화해서 자긴 500원에 해 주겠다고.”

4대 기획사인 KM 엔터 대표이사가 제시했다는 가격에 모두가 큰 웃음을 터뜨렸다.

그만큼 한 자리 하고 싶은 사람들이 한가득이란 뜻이었다.

사랑한다는 하트를 보내는 제작진과 출연진에게 5천 원짜리를 들고 웃을 때.

옆에서 주섬주섬 지갑을 꺼내는 동생들에게 눈을 부라렸다.

“너흰 안 돼.”

“흐이이…….”

“너희는 10만원부터 시작이야.”

“와. 가격 봐여. 계곡에서 파는 백숙인 줄.”

입맛을 다시며 다시 지갑을 집어넣는 동생들의 모습에 다들 웃었다.

그러곤 공식적으로 연습생 신분이 된 미프의 멤버들에게 몇몇 사항을 전달했다.

“첫째, 안무 연습 엄청 열심히 하셔야 돼요!”

“네!”

“저희가 트레이닝 영상을 보내 드릴 텐데 그거 꼭 보시고요.”

“네!”

개인 숙제도 내주었다.

“각자 좋아하는 노래나 가수 목록을 꼭 적어 와 주세요. 그리고 아주 간단한 멜로디 하나를 만들어 와 주셨으면 해요.”

“멜로디요?”

“네, 그냥 흥얼거리거나 피아노 건반을 두드릴 때 마음에 드는 음의 조합이 있을 거예요. 그걸 저에게 가져다주세요.”

수록곡을 만들기 위한 거라고 하니 다들 의욕적으로 답했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건데요. 그룹명을 정해 오셨으면 해요.”

“그룹명이요?”

“네. 앞으로 활동할 그룹명인 만큼 신중하게 정해야 하니까요.”

옆에 있던 리혁이가 나를 흘깃 바라보았다.

‘그룹명을 신중히…? 양심 어디?’ 하는 표정이라고 할까.

내가 웃으며 말했다.

“이름은 그룹의 정체성을 결정하는 것이기에 꼭 신중히 정해 오셨으면 합니다!”

“네! 알겠습니다!”

그리하여 마침내 첫 녹화가 끝났다.

“고생하셨습니다!”

“수고했어!”

“다들 정말 잘했어. 안 떨고 잘하던데?”

출연진들과 연락처도 공유하고 인증샷도 찍고.

[아이돌 데뷔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단톡방도 개설했다.

회사 직원들이 미프 멤버들에게 사인을 받거나 셀카를 찍는 동안, 추기석 씨에게 사인을 해 주었다.

“대박……!”

“근데 선배님, 저희 연예대상 때 뵀었어요.”

“어? 우리 만났어?! 언제!?”

근처에 있던 안재희가 너털웃음을 지으며 ‘형, 기억 못해요?’ 하니 추기석 씨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진짜!? 왜 나만 몰랐… 아!”

그제야 기억이 난 듯했다.

“그때 되게 잘생겨 보여서 못 알아봤네.”

“선배님?”

“아, 이제 기억 났다……. 그 미남들이 너희였구나!”

“선배니임…….”

성격 포함하면 10위권 밖으로 아웃에 이어 다시 한번 충격이었다.

잘생겨 보였다니.

대체 뉴블랙 TV에서 우린 어떤 이미지로 비치는 것일까.

*   *   *

첫 녹화가 끝난 후.

따로 트레이너에게 안무 레슨을 받은 미프의 멤버들이 연습실에 모였다.

“자! 연습합시다!”

맏형 김의지가 의욕을 활활 불태우며 멤버들을 불러 모았다.

삼각대 위에 관찰 카메라가 설치된 연습실.

그들이 연습을 시작하려고 할 때, 매니저들이 들어왔다.

“제작진 분들이 영상을 보내 주셨어요. 이걸로 틀라고.”

“아. 우리 블랙이들이 보내 준 거?”

매니저들이 바퀴 달린 거치대를 밀고 오자 대형 TV가 나타났다.

‘협찬이네.’

TV 로고가 큼지막하다.

화면에 짜자자잔~! 하는 BGM과 함께 ‘뉴블랙과 함께 하는 안무교실!’ 하는 90년대풍 글자가 떠올랐다.

추기석이 ‘오오오!’ 하며 좋아할 때.

-안녕하세요! 미스터 프로듀서 여러분!

-오늘은 뉴블랙과 함께 하는 안무 교실! 대망의 1일차입니다!

안무 강사인 비주가 지휘봉을 쇼로롱 하며 얍! 하자 화면 속 장소가 연습실로 바뀌었다.

-우와! 순간이동 했어여!

조잡한 편집에 모두가 웃음을 터뜨렸다.

‘아. 진짜 웃긴다니까 얘네.’

도수 없는 안경을 쓴 비주가 상냥한 미소를 지었다.

-여러분의 비약적인 실력 상승을 위해, 제가 직접 구성한 기본기 루틴을 보여 드릴게요.

-자, 화면을 봐 주세요!

조교 모자를 쓴 중현이 부는 호루라기에 맞춰 우주가 헛둘셋넷 하며 안무 루틴을 선보였다.

군필자들이 잠시 고통 받고 있을 때.

-잘 보셨나요? 이 기본 루틴을 지금부터 반복해야 되는데요. 그럼 10초간 몸을 쭉 푸시고.

-저희의 스트레칭 동작을 따라해 주세여!

미프 멤버들이 당황했다.

‘저게 몸을 가볍게 푸는 거야?’

다리를 180도로 찢고 난리가 나는데 표정은 요가를 하는 사람들처럼 온순하다.

“아오! 가랑이……!”

-가랑이가 아프셔도 참아야 합니다! 자 쭉 펴시고 시원하게~!

“으아아아악!”

-다음에 오셨을 때, 다리 찢기 안 되시면 저희 중현이 형이 찢어드릴 거예여. 하하핫!

모두가 필사적으로 다리를 찢었다.

“야! 이건 꼭 해야 돼! 중현이는 진짜 찢어!”

“안 찢기려면 해야 되는 거야!”

고통스러운 스트레칭이 끝난 후 모두가 허벅지를 붙잡고 어기적거릴 때.

비주가 웃었다.

-자, 몸이 시원해졌죠?

-네!

“저 악마 같은 놈들…….”

TV 화면에 상태창이 떠올랐다.

-기본 루틴 100회 (0/100)

3분짜리 루틴의 100회 반복이었다.

멤버들이 준비를 하는 동안 70년대 미국의 히트곡 Funky Town이 트레이닝 송으로 흘러나왔다.

그렇게 맹연습을 이어갈 때.

“아후. 아후 난 못해…….”

2시간쯤 지나서 40회를 마쳤을 때, 멤버들이 기진맥진한 듯 탈진해 쓰러졌다.

축구 선수 출신 김의지와 막내 홍석이 어떻게든 의지로 하고 있을 뿐.

이내 모두가 지쳐서 벽에 몸을 기대고 꾸벅꾸벅 졸고 있을 때.

삐이이익-!

호루라기 같은 소리에 화들짝 놀라 일어났다.

“흐아아악!”

“뭐, 뭐야.”

화면을 바라보니 리코더를 든 우주가 삘릴릴리 하며 코브라 송을 부르고 있었다.

그러곤 휘리릭 날렵하게 사라졌다.

“……뭐, 뭐야. 이거.”

바닥에 엎어져서 눈을 휘둥그레 뜬 이들의 눈에 TV 속 비주가 보였다.

사근사근한 미소.

-녹화 영상인 줄 아셨죠?

“…….”

-맞아요. 그렇지만 중간중간 TV로 실시간 방송도 가능하다는 거 알고 계시나요?

PPL로 나온 TV의 신기능인 모양이었다.

미프 멤버들이 식겁한 가운데 비주가 미소를 지으며 연습실 카메라 위치를 가리켰다.

-저걸로 여러분의 모습이 보여요. 저기에 동작 감지 기능도 있거든요.

이것도 PPL이었다.

멤버들이 신무록 PD를 떠올리며 이를 박박 갈 때, 비주가 활짝 웃었다.

-동작 감지가 안 되면 저희한테 알림이 뜨도록 해 놨어요.

“…….”

-천 리 길도 한 걸음부터인데 지금부터 포기하면 안 되잖아요. 우리 함께 힘을 내요!

활짝 웃는 비주에게 멤버들이 말했다.

“선생님. 진짜 죽을 것 같습니다.”

-진짜로요? 그렇게 쉽게 안 될 텐데…….

입은 웃는데 눈빛이 섬뜩하다.

하지만 그와 별개로 평균연령 33세의 멤버들은 도저히 손가락 하나 움직일 힘조차 없었다.

안경을 벗고 쓰러진 모범주가 말했다.

“서, 선생님. 저희 딱 10분만 쉬면 안 될까요?”

“30분만 쉴게요!”

“저는 그냥 좀 쉬겠습니다. 선생님도 여기 어차피 못 오실 텐데.”

에라 모르겠다 하며 엎어진 멤버들을 보며 상냥히 웃던 비주가 손가락을 움직였다.

-저는 못 가지만 이 친구는 갈 수 있어요.

“네?”

-보여드릴게요. 신기능.

바로 그때였다.

지이이잉-

비주가 활짝 웃고 있는 대형 TV의 거치대가 자동으로 굴러오기 시작했다.

“흐아아아아악!”

혼비백산한 멤버들 위로 대형 TV가 무시무시한 그림자를 드리웠다.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