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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395)화 (395/1,031)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395화

2시간 후.

일정을 마치고 복귀한 매니저들이 연습실로 향했다.

“희한하네.”

추기석의 매니저, 김 팀장이 말했다.

“오늘따라 연습 시간이 긴데? 이 사람들이 이렇게까지 연습할 수 있는 사람들이 아니잖아.”

“이상하긴 하네요. 체력이 안 될 텐데.”

“석이야 아이돌이 꿈이었으니 그렇다 치고 다들 이렇게 의욕이 많았나?”

매니저들이 고개를 갸우뚱했다.

어떤 프로젝트인지 간에 열심히 하는 미프의 멤버들이긴 했지만…….

-나 죽는다. 나 죽어.

-파스! 파스 좀 갖다 줘어어~!

-20대 때는 몰랐는데 이게 서른 넘어가면서부터 몸이 맛이 가네.

스케줄이 워낙 많은 유명인들이라 다들 골골대기 일쑤였다.

추기석의 매니저가 말했다.

“진짜 이상한 건 말야. 보통 이 시간쯤 되면 야식이나 먹을거리 사 오라고 톡 엄청 보내잖아.”

“재희 형은 어제 이 시간에 통모짜 핫도그 5개 사 오라고 했어요.”

“다들 뭐 시켜 먹고 있는 것 같은데?”

매니저들이 납득했다.

툭하면 징징대던 연예인들이 잠잠할 이유는 그것밖에 없으니까.

그러나…….

-흐아아아아!

연습실 안에서 고통스러워하는 비명이 들려왔을 때.

“……!”

무언가 단단히 잘못되었다는 걸 깨달은 매니저들이 문 앞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음?”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이상한 광경에 입을 떡하니 벌렸다.

-흐아악!

바퀴 달린 TV가 멤버들을 추격하고 있었다.

“……TV가 사람을 쫓아가?”

“내가 지금 뭘 보고 있는 거지.”

이내 구석에 몰린 멤버들이 겁에 질린 표정으로 TV를 바라보았다.

지이이잉-

숨이 닿을 거리까지 거리를 좁히는 TV.

무슨 소리가 흘러나오는지 멤버들이 처량한 얼굴로 말했다.

-죄송합니다.

-아니, 너무 힘들어서… 예, 변명인 것은 알지만 그래도 휴식이 있어야 연습이 되는 것… 예. 죄송합니다.

-비주야. 모두가 너 같은 몸뚱이를 가진 게 아니야.

곧바로 나온 잔소리에 멤버들이 고개를 끄덕끄덕했다.

그러고 난 후.

“오…….”

회전도 되는지 뒤로 물러난 TV가 우아하게 턴을 해서 멤버들로부터 멀어지기 시작했다.

그 속에서 뉴블랙의 비주가 해바라기 같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이윽고 흘러나오는 Funky Town의 BGM.

슬픈 얼굴로 몸을 흔드는 멤버들의 모습에 매니저들은 황당한 기분을 느꼈다.

“이, 이게 무슨 일이고…….”

스케줄을 마치고 왔더니 뉴블랙 멤버가 TV 속에서 자신들의 연예인을 혹독하게 굴리고 있었다.

“대체 이게 무슨 상황일까요.”

“낸들 알겠냐…….”

도무지 영문을 알 수가 없었다.

*   *   *

미프의 멤버들이 기본기 연습에 열중하고 있는 동안, 우리도 숨 가쁘게 연습을 이어 갔다.

바로 낙화의 안무 연습이었다.

다이어트와 부족한 수면 때문에 정신이 몽롱하긴 했지만 다행히 힘들 틈이 없을 만큼 바빴다.

중간 중간 멤버들끼리 교대해서 원격 강의로 예능 재미도 뽑고.

“혀엉! 형!”

“응?”

“저 일러바칠 거 있어여!”

눈을 동글동글 뜬 막내가 내게 달려왔다.

“다들 숨었어여!”

“숨었다고?”

“저기 카메라 뒤에 숨어서는 ‘우리 안 보이지롱!’ 하고 배 째라 쉬고 있다니까여!”

화면 속에서 ‘우린 쉴 거다! 쉴 거라구!’ 하면서 하악 거리고 있는 목소리들이 들려왔다.

해결해 달라고 종용하는 막내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추기석 씨에게 전화를 걸자 화면 속에서 벨소리인 Nine이 요란하게 울렸다.

-어! 뉴블랙TV 우주!

-형님! 쉴 때는 뉴블랙의 뉴 소리도 내지 마요!

대충 어디쯤인지 알겠다.

곧바로 원격 조종으로 TV를 움직였다.

-뭐, 뭐야! 으아아악!

쉬고 있는 곳을 습격하자 미프 멤버들이 우다다 카메라 시야 안으로 들어왔다.

우리가 활짝 웃었다.

“선배님들! 안녕하세요!”

-…….

“저희 막내가 할 말이 있다고 하네요. 저는 그럼 이만~”

막내가 이내 ‘서운해여! 알려 드리려고 한 건데!’ 하며 쫑알쫑알 말하는 걸 보며 웃었다.

지금은 힘들겠지만 분명 큰 도움이 될 거다.

연습실 구석에 앉아 출연진들의 연습 영상을 보던 비주가 말했다.

“너무 재미있어요. 형.”

“그치?”

“네. 지호가 왜 게임 캐릭터 키우는지 알 것 같아요. 내 캐릭터가 Lv.0에서 성장하는 그런 느낌?”

“맞아. 내 맘대로 아이돌 메이킹, 그런 거 하는 기분이야.”

멤버별 스탯이 적힌 일지를 기록하는 비주와 미소를 교환할 때.

구석에서 혼자 손을 나긋하게 움직이던 리혁이가 다가왔다.

“근데 원래 목적이랑 너무 다른 거 아니에요? 우리 멋있는 거 하겠다고 나온 거였잖아요.”

“원래 목표는 그거긴 했는데 너도 안 될 거라는 걸 알잖아.”

“……그건 그렇긴 한데.”

굉장히 안쓰러워하는 표정이었다.

“너무 힘들게 굴리는 거 같아서 그래요. 내가 연습생 때 비주 형한테 안무 코칭 받아 봐서 아는데 진짜 힘들어요. 저거.”

“그렇게 힘들었어?”

“내가 어떻게 춤이 여기까지 왔겠어요?”

왼팔로 가볍게 웨이브를 타는 모습에 내가 감탄하고는 비주에게 시선을 돌렸다.

“비주야! 얘 너 때문에 힘들었대!”

“아아! 진짜 왜 그러는 건데!”

비주가 눈을 동그랗게 뜨자 리혁이가 으아아 하며 열심히 해명했다.

그걸 바라보며 웃었다.

너무 힘들게 굴린다니.

지금이야 자기가 약한 춤 쪽이니 동병상련으로 지켜보는 거지, 보컬 트레이닝이 시작되면 누구보다 제일 심할 녀석이었다.

-배에 힘 더 안 줘요? 제대로 소리 안 낼 거야?

겨울잠 녹음 준비할 때 얼마나 힘들었는데.

노랑고무 손가락이 달린 봉으로 배를 얼마나 찔렸는지, 메인보컬의 횡포를 생각하면 아직도 치가 떨린다.

그때 노트북을 덮은 막내가 발랄하게 뛰어왔다.

“흐하, 너무 재미있다!”

“잘 알려 드렸어?”

“넹, 쉬는 동안에도 얼굴 근육은 쓸 수 있는 거잖아여. 그래서 무대용 표정 연기 알려 드렸어여.”

“잘했다.”

칭찬을 해 준 후.

“자자! 연습 들어갑시다!”

오늘은 윗도리를 세 번 갈아입을 만큼 땀을 빼자며 결의를 다졌다.

그렇게 안무 연습을 하는 동안 시간이 빠르게 지나갔다.

9일에 막내의 생일 파티를 하기 위해 다 같이 케이크를 사러 나가기도 하고.

팬분들과 함께 Y앱으로 생일파티도 하고.

K-net 리얼리티 ‘뉴블랙의 여행일기’ 1화의 하이라이트 클립을 보기도 했다.

-[뉴블랙의 여행일기 1화] 뉴블랙의 첫 갈매기 잡이♡

제주도 해수욕장에서 갈매기를 맨손으로 잡고 다그치는 우리 모습이 담겨 있는 클립이었다.

이게 과연 재미가 있을까 싶었는데 다행히 다들 재미있게 봐주셨다.

-힐링 리얼리티라며 제작진들아ㅋㅋㅋㅋㅋㅋ 이게 바로 티저 사기인가

-제작진은 최선을 다한 거예요 윗분.. 힐링 BGM 깔면 뭐해 갈매기를 잡고 있는데

-제목에 갈매기 잡이.. 들어오기 전까지 위화감을 못 느꼈다가 갈매기 잡이?!? 하고 놀람

-갈매기 잡이 하트 ㅇㅈㄹㅋㅋㅋㅋㅋ 힐링이냐고

-pd 인터뷰 보고 옴 ‘모든 게 예상대로 되진 않았다. 뉴블랙은 예측 불가능한 변수였다’ ㅋㅋㅋ

첫 여행 리얼리티에 대한 반응이 엄청 좋았다.

목요일에 K-net 음방이 끝나고 바로 편성된 시간대이기도 했고.

케이블 리얼리티 특성상 시청률에 한계가 있었지만, 이렇게 인터넷에서의 화제성이 좋았다.

벌써부터 내년에 시즌2 편성 어떠냐고 문의가 왔다던데.

같은 PD님과 같은 제작진이랑 한다는 전제 하에 우리도 OK 사인을 보냈다.

그렇게 4월의 둘째 주를 바쁘게 보낸 후.

“안녀어엉…….”

피골이 상접한 얼굴로 찾아온 미스터 프로듀서의 멤버들을 보며 웃음을 터뜨렸다.

*   *   *

두 번째 녹화.

불과 일주일 사이에 초췌해진 안색에 우리가 걱정스럽게 물었다.

“괜찮으세요?”

“흐악!”

메이크업 수정을 하고 있던 예능인 모범주가 화들짝 놀랐다.

“많이 놀라셨나요?”

“아니, 너희 목소리가 갑자기 옆에서 들리니까…….”

스탭들의 웃음소리가 연습실에 울렸다.

시끌벅적한 웃음에 미프 출연진이 눈을 부라렸다.

“누구야? 누가 지금 웃음소리 냈어?”

“저거 자기들이 안 당해서 그래요. 한 번 당하면 절대 저렇게 못 웃을 텐데…….”

다크써클이 늘어져서 투정 부리는 모습에 우리가 웃었다.

“정말 고생하셨어요. 일주일 동안 힘드셨죠?”

“응!”

우리가 미소를 지었다.

“이걸 극복하신 만큼 앞으로 남은 난관들도 잘 극복하실 수 있을 거예요.”

“……그 고난을 너희가 주고 있잖아!”

웃으면서 못 들은 척하니 다들 으이구 소리를 냈다.

일주일 내내 화상으로 연락을 하다 보니 제법 친해진 터였다.

“자, 녹화 시작하겠습니다. 금일의 슬레이트는 뉴블랙 지호 씨에게 부탁드릴게요!”

“접수 완료~”

카메라 감독님에게 윙크를 날린 지호가 손뼉을 짝- 치면서 두 번째 녹화가 시작됐다.

그리고 그 순간.

나 죽겠다고 하소연하던 여섯 멤버들이 근사한 미소를 띠며 환호했다.

“네! 저희 멤버들이 일주일 간의 연습을 끝내고 다시 레몬 엔터에 돌아왔습니다.”

“와아아아!”

“이게 나갈 때쯤이면 시청자 여러분도 보셨겠지만, 여태까지 저희 미프가 모셨던 프로듀서 중 제일 악독한 분들입니다!”

이를 갈며 예능용 분노를 터뜨리는 모습에 우리가 배를 잡고 웃었다.

멤버들이 비주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특히 우리 비주 쌤, 장난 아니게 악독합니다. 저 웃음 뒤에 악마가 숨어 있어요.”

“제가요?”

“그래요! 너가요!”

천사 같은 얼굴을 하고서는 누구보다 악마 같다는 비난에 비주가 웃었다.

이어서 인터넷에서 봤는데 갈매기 잘 잡더라 하며 근황 토크를 마친 후.

마침내 일주일 간의 연습 결과를 보고하는 시간이 왔다.

그리고…….

“우와! 대박!”

자기들끼리 안무를 맞춰 보더니 눈을 휘둥그레 떴다.

누가 보기에도 일주일 전보다 상전벽해 수준으로 발전해 있었기 때문이었다.

비주가 자기 일처럼 기뻐했다.

“정말 잘하셨어요! 전에는 기본기 루틴 할 때마다 동작 간격이 그때그때 달랐는데 지금은 되게 일정해지셨어요.”

“어, 진짜…….”

“어때요? 실력이 향상되신 게 보이죠?”

“네!”

“기본기가 진짜 중요해요.”

우리 메인댄서가 일어나서 시범을 보여주었다.

“사실 춤이란 건 일종의 눈속임이거든요.”

“눈속임…?”

“하나하나 파헤쳐 보면 다 기본 동작이에요. 저희가 보내드린 루틴에 첫 동작 기억하시죠?”

위아래로 으쓱으쓱하며 팔을 움직이는 동작을 선보이자 미프의 멤버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비주가 그 동작을 심화해서 보여 주었다.

“여기서 이렇게 바꾸면 TNT 선배님들의 퀘스천에 나온 안무가 돼요. 복잡해 보여도 알고 보면 같은 동작이에요.”

“오…….”

미프 멤버들이 감탄하며 말했다.

“하나도 모르겠어.”

“선생님, 죄송한데 무슨 말씀인지 이해가 안 돼요.”

“대체 이거랑 그거랑 어떻게 같은 동작인데?”

제자들의 아우성에 비주가 웃픈 표정을 짓는 동안 우리가 끼어들었다.

“저희도 마찬가지예여. 지호야! 날듯이! 등에 날개가 달렸다고 생각하고 춤을 춰! 이러구.”

“우아하고 위협적인 거랑 위협적인데 우아한 동작은 다른 거라고 구박해요.”

“이거 봐! 선생님이 못 가르치는 거였네!”

여기저기 가세해서 몰아가자 비주가 어어 하며 자리에 앉았다.

어딘가 촉촉한 눈으로 벽에 머리를 기대는 모습에 다들 웃음을 터뜨렸다.

미프 멤버들이 농담이라고, 선생님 너무 감사하다고 말하자 비주가 이내 웃었다.

그때쯤 내가 끼어들었다.

“자, 그럼 저번에 드린 숙제를 확인할 시간인데요.”

“네!”

“그룹명은 생각해 오셨나요?”

“몇 가지 후보군을 추려 왔습니다!”

맏형 김의지가 말했다.

“일단 저는 홍팀을 떠올렸습니다! 우리 막내 홍석의 꿈이니 홍팀인 거죠!”

“언제 적 감성이야. 저건.”

“어게인 2002도 아니고. 축구 선수 아니랄까 봐.”

“선생님들 속 시원해하는 거 보세요. 저희가 지금 하고 싶은 말을 대신 해 드리니까.”

모범주의 말에 우리가 뜨끔한 얼굴로 웃었다.

……홍팀은 진짜 아니었다.

레드팀은 그럼 어떠냐고 하는 말에 붉은 악마냐는 아우성이 돌아왔다.

다음은 추기석 씨가 제시한 ‘MRP’였는데 미스터 프로듀서를 줄인 말이라고 했다.

하나같이 대표님의 사랑을 받을 듯한 이름들이 나올 때.

가장 말수가 적은, 운동부 외모의 남도훈 씨가 ‘10’o clock’을 제시했다.

“텐어클락이요?”

“다들 나이를 평균 내 보니까 33.5세인데 이걸 24시간으로 치환해 봤거든요.”

평균수명을 24시간으로 보았을 때 33.5세는 몇 시쯤일까 하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한 모양이었다.

괜찮은 팀명에 우리가 오오 했다.

하지만 텐어클락도 미묘하긴 마찬가지라서 고민을 거듭할 때, 모범주가 물었다.

“그러고 보니 우리 뉴블랙 쌤들은 그룹명을 어떻게 정하신 건가요?”

“맞아. 나도 궁금해.”

“비결 좀 있으면 말해 주세요. 우리도 써먹게.”

동생들의 얼굴에서 식은땀이 비질비질 흐르는 게 보였다.

중현이가 ‘아, 덥다’ 하며 티 나게 부채질을 하는 바람에 출연진들의 눈가가 가늘어질 때.

내가 웃으며 나섰다.

“뉴블랙이란 이름을 정하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어요.”

30분 걸렸죠.

누군가의 귀가 눈치 없이 예압 베베! 하듯 들뜨기 시작했다.

내가 허공을 보며 오랜 추억을 회상하듯 아련한 표정을 지었다.

“2013년 12월 초였는데…….”

추억 회상이라고 생각했는지 미프 출연진들이 미소를 지었다.

“저희끼리 연말평가라고 기획사들 합동평가가 있는데, 그거 준비하면서 팀명으로 뭘 할까 진지하게 고민했거든요.”

온갖 개드립의 향연이 이어졌지.

대표님이 정하셨던 레몬 보이즈와 데블스, 옐로 그린, 파이브 스타까지…….

그러다 내가 입은 맨투맨을 보고 막내가 이거다! 하며 외친 게 선정 이유였다.

“마침맞게 제가 입고 있던 검은색 맨투맨을 보고 영감을 얻었어요.”

“여태까지 없던 새로운 블랙으로……?”

“네.”

“회사에서 정해 준 건가 싶었는데, 의외로 연습용으로 만든 이름이었구나.”

물끄러미 날 바라보는 동생들을 향해 나도 마주 바라보았다.

‘왜 뭐 왜.’

‘…….’

‘너희가 말해 보든가.’

K마트 맨투맨에 써 있는 치킨 보고 만들었다고 절대 말 못한다.

이건 나중에 95세쯤 돼서 자서전 낼 때 ‘사실은 그랬다…’ 하고 내 전기 작가에게나 말할 수 있는 비밀이었다.

하지만 미프 멤버들은 이 이야기에서 영감을 얻은 표정으로 자기들의 옷을 살폈다.

“범주야. 네 옷 그거 무슨 핑크니?”

“핫핑크요.”

아무리 그래도 아저씨들이 핫핑크 데뷔는 어렵지 않겠냐고 이야기가 나올 때.

리혁이가 말했다.

“차라리 10AM이나 AT TEN은 어떠신가요? 같은 10시인데.”

“오. 그게 더 있어 보이긴 하네!”

“AT TEN 좋은 거 같아여. 거기서 하나 더 줄여서 ATEN 하는 건 어때여? 그게 더 트렌디한 느낌인데.”

“오……!”

곧이어 투표 끝에 ATEN이 선정되었다.

자기들끼리 인사 구호까지 생각해서 연습하는 모습에 우리가 웃으며 목을 축였다.

“안녕하세요! 에이텐입니다! 오! 딱 감기네. 진짜 아이돌 같아.”

“와, 작명센스… 괜히 뉴블랙이 나온 게 아니라니까.”

“우리끼리 했으면 치킨집 이름처럼 지었을 텐데…….”

“콜록! 콜록!”

그리고 그만 단체로 사레가 들렸다.

*   *   *

뉴블랙과 함께 한 작명 시간을 마치고.

“둘 셋… 아니다. 우린 신인이니까 하나부터 해요.”

“하나 둘 셋! It’s 10’o clock! 안녕하세요! 에이텐입니다!”

“와아아아!”

미프 멤버들은 들뜬 기분을 느꼈다.

‘이름 진짜 마음에 든다.’

그룹명을 정하고 나니 왠지 진짜 아이돌이 된 것 같았다.

선생님들 최고라고 엄지를 들자 뉴블랙 멤버들이 훈훈한 미소를 지을 때.

“참.”

우주가 물었다.

“다른 숙제도 해 오셨나요?”

“네!”

저마다 종이에 꼼꼼하게 적어 온 리스트와 함께 USB를 제출했다.

리스트를 슬쩍 체크하는 우주에게 모범주가 질문했다.

“선생님. 이건 어디다 쓰는 건가요?”

“그건 이따가 작업실에서 알려 드릴게요.”

“오, 선쌤의 작업실……!”

소문만 무성하던 유명 작곡가의 작업실에 가는 거냐며 미프 멤버들이 호들갑을 떨자 뉴블랙이 웃었다.

그때 리더가 손뼉을 치며 말했다.

“그 전에 보컬에 대해 이야기를 하려고 해요.”

“보컬이요?”

“네. 아무래도 팀 활동이기에 보컬 톤을 조정해야 될 필요가 있거든요.”

“아…….”

더 조화로운 노래가 되도록 특색을 유지하는 선에서 톤을 조정하겠다는 이야기였다.

메인보컬 서리혁이 기분 좋은 미소를 지으며 일어났다.

“오늘은 저와 함께 해요.”

“와아아아! 리혁 쌤이다아!”

“살았다아!”

시도 때도 없이 나타난 다른 멤버들과 다르게 열심히 장문의 톡을 보내며 격려해 준 리혁이었다.

표정만 서늘할 뿐 제일 천사 같은 멤버.

희망을 바라보는 듯한 얼굴로 미프 멤버들이 환호했다.

리혁이 연습실 화이트보드에 정갈한 글씨를 썼다.

하지만 글씨가 예쁘다는 감탄도 잠시.

“자, 일단 보컬 이론에 대해서…….”

“…….”

10분도 지나지 않아 노곤노곤해진 아저씨들의 눈이 감겼다.

중간 중간 깨서 눈을 부릅떴지만 아무래도 이론 수업이기에 지루한 건 어쩔 수 없었다.

제작진과 뉴블랙, 출연진이 한 마음이 되어 졸음을 참을 때.

“자. 그럼 이론 수업은 끝났고요. 이제 실전으로 들어가 보고자 합니다.”

“와… 정말 인상 깊은 수업이었습니다.”

“대단하…네요. 와아.”

잠이 덜 깬 얼굴로 손뼉을 치는 멤버들이었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배를 콕콕 찔러 가며 소리를 내는 아이돌 보컬 수업이 이어질 때.

“아아아아—”

소리를 내던 추기석이 고개를 갸웃하자 리혁이 물었다.

“잘 안 되세요?”

“이게 소리가 좀 잘 안 나오는 느낌인데…….”

“흐으음.”

소리를 곰곰이 살피던 리혁이 진단을 내렸다.

“선배님. 잠시 밖으로 좀.”

“네?”

“밖으로 좀 따라와 주세요. 중현이 형도 같이.”

“……?”

미프 멤버들이 여전히 졸린 눈으로 ‘?’ 하고 있을 때, 셋이 연습실 문을 나갔다.

뭔가 하는 모양이라는 생각이 들 때.

-아아아악!

섬뜩한 비명에 잠이 싹 달아났다.

“뭐, 뭐야?”

“무슨 소리야?”

그럴 때였다.

-악! 아아악! 악!

괴로워하는 비명 소리가 들려오는 동안 뉴블랙 멤버들이 따스한 미소를 짓기 시작했다.

미프 멤버들이 공포에 질릴 때.

달칵, 문이 열리고 얼굴이 벌게진 추기석과 두 멤버가 들어왔다.

“뭐야. 기석이 형. 밖에서 뭐 했어요?”

“……마, 말 못해.”

“뭔데요. 뭔데. 야, 너희, 아니 선생님들 뭐 하고 온 거야?”

그 말에 리혁이 미소를 지으며 추기석에게 눈짓했다.

“아아아아-”

곧바로 개선된 소리에 모두가 눈을 동그랗게 뜨자, 뉴블랙의 메인보컬이 서늘한 미소를 지었다.

“선배님의 소리를 찾아 드렸어요.”

“…….”

“기석 선배님께서 수업 내용이 기억 안 나 어려움을 겪으신 듯하네요. 혹시 수업 내용이 기억 안 나시는 분 있으신가요?”

멤버들의 안색이 하얗게 질리고 있는 가운데.

미스터 프로듀서 본방송에 ‘우리의 소리를 찾아서’ 라는 부제가 달린 장면이 탄생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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