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396)화 (396/1,031)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396화

「 ‘보컬지옥’에 대한 출연진 인터뷰 」

레몬 엔터 휴게실을 배경으로 예능인 모범주가 앉아 있다.

작은 체격에 똑똑이 안경을 쓰고 있어 귀여운 올빼미처럼 보이는 인상.

[Q. 리혁 씨와 함께 한 보컬 연습은 어땠는지.]

A. 하…….

출연진이 웃음을 터뜨리는 소리가 여과 없이 들려온다.

허공을 바라보며 눈물을 참던 모범주가 고개를 내려 카메라를 바라보았다.

[Q. 많이 힘드셨나 봐요.]

A. 안무 연습할 때만 해도 ‘아, 이분은 천사다’ 이러고 느꼈거든요. 다른 쌤들이 구박할 때, 혼자 ‘힘드시죠?’ 하면서 장문의 응원 톡을 보내 주시고.

리혁에게 받은 초콜릿을 주머니에서 꺼내 보인 그가 핸드폰 메시지까지 인증했다.

‘겨울을 인내해야 봄이 온다’는 멋진 글귀가 쓰인 톡.

그걸 바라보던 모범주가 다시 한번 ‘하…’ 소리를 냈다.

A. 그래서 ‘아, 이분은 다른 분들과 다르게 측은지심이 있는 분이구나!’ 그런 생각을 했어요.

[Q. 아니었나요?]

A. 알고 보니 선택적 측은지심이더라고요, 이분이. 리혁 씨도 뉴블랙 멤버라는 걸 간과했죠.

제작진이 다시 한번 웃음을 터뜨렸다.

*   *   *

보컬 연습이 끝나고 녹화 테이프를 가는 시간.

뉴블랙 멤버들이 떠난 연습실에 출연진들이 널브러졌다.

“으아아아…….”

복근운동을 몇 시간 동안 한 것처럼 배가 당긴다.

당장이라도 토할 것처럼 머리가 어질어질하고.

하지만…….

‘왜 체력이 남는 거냐고!’

당장 죽을 것 같은데 그렇다고 또 뭘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엄청 힘든데 힘은 남아도는 기현상.

비주에게 안무를 배울 때와 마찬가지로 보컬 레슨도 한계치까지 몰아치는데 할 만했다.

“저만 그래요? 힘은 오지게 드는데 또 힘은 남는 느낌…….”

“나도 그래.”

“진짜 힘든데 ‘아 진짜 여기서 더하면 쓰러지겠다’ 싶을 때쯤에 딱 멈추잖아요.”

그들이 괴로워하고 있을 때, 축구 선수 출신인 김의지가 스트레칭을 하며 답했다.

진지한 눈빛이었다.

“이 아그들, 이거 사람 한두 번 굴려본 솜씨가 아니야.”

“형님.”

“응?”

“왜 갑자기 분위기를 잡으세요. 겁나 안 어울립니다.”

“에라이.”

김의지가 던진 수건이 추기석의 얼굴에 촙! 하고 안착했다.

그들끼리 깔깔 웃을 때, 김의지가 말했다.

“근데 얘네가 누구를 굴려봤겠냐. 연습생을 가르칠 것도 아니고.”

“……?”

“지들끼리 서로 굴린 거지.”

그제야 의문이 풀리는 느낌이었다.

어쩜 이렇게 한계치를 잘 아나 싶었는데 자기들끼리 그렇게 하는 모양이었다.

절로 감탄이 나왔다.

“괜히 잘하는 게 아니네.”

“나는 여기 조카 좀 데려오고 싶어.”

남도훈의 말에 다들 고개를 돌렸다.

“조카는 왜요?”

“요즘에 아이돌 하고 싶다고 큰형이랑 형수님한테 조르는 모양인데… 한번 겪어보게 해야지. 이걸.”

“하루 만에 도망칠걸요.”

다 같이 크게 웃었다.

지치고 힘들었지만 분위기는 굉장히 좋았다.

‘이건 된다. 무조건 된다.’

예능국에서 흔히 하는 말로 ‘현장의 재미가 방송 재미로 연결된다’는 말이 있다.

프로젝트의 성패가 어찌 될지는 모르지만 시청률과 화제성은 확실하게 챙겼다는 확신이 든다고 할까.

방송인들이 웃음을 머금고 있을 때.

스으윽-

널브러진 이들 사이에서 호리호리한 인영이 비척비척 일어났다.

김의지가 막내 홍석을 붙잡았다.

“석아. 너 어제 2시간 잤다며. 왜 일어나냐.”

“더 연습하려고요.”

그 말을 남기며 머리를 슥슥 털던 멤버가 거울 벽으로 다가가 기본기를 연습하기 시작했다.

“아이고. 쟤 진짜 열심이네.”

“지 꿈이라서 그런가. 평소보다 더 열심인 거 같지 않아요?”

그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문이 달칵- 하고 열리면서 그들이 움찔했다.

“꺄르륵! 꺅!”

발랄하게 들어오는 뉴블랙이었다.

어찌나 보송보송한지 마치 그들의 생기를 빨아먹고 회춘한 느낌이었다.

“선배님드으을!”

“왜요…….”

멤버들이 삶은 배추처럼 흐느적거렸다.

“또 왜…….”

“저희가 선배님들 드리려고 요 앞에 편의점에서 간식 사 왔어요!”

“아이. 뭘 이런 걸…….”

급격히 활력을 되찾은 미프 멤버들이 척추기립근을 되찾았다.

그러곤 봉지 개수를 보고 놀랐다.

“흐어어어…….”

“뭐야. 제작진들 것까지 사 왔어?”

“아뇨. 그건 따로.”

우주의 말에 고개를 돌려보니 매니저들이 스탭들에게 먹을거리를 돌리고 있었다.

안재희가 새삼 감탄한 얼굴로 말했다.

“너희 손 진짜 크구나.”

“맞아요.”

푸근하게 손을 곰발바닥처럼 드는 중현의 모습에 웃음이 나왔다.

그 손이 그 손이 아니지만 아무렴 어떤가.

눈앞에서 시원한 아이스크림과 각종 간식거리가 그들의 미각을 사로잡고 있는데.

뉴블랙의 리더가 물었다.

“홍석 선배님은 안 드세요?”

“냅둬. 녹화 중에 배부르면 졸리다고 평소에도 안 먹어.”

그래도 신경이 쓰였는지 뉴블랙 멤버들이 불렀지만 홍석이 웃으며 손사래를 쳤다.

계속되는 안무 연습을 보며 우주가 잠시 묘한 표정을 지을 뿐.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잡담을 이어갔다.

“그럼 요즘 매일 이렇게 연습하는 거야?”

“네. 아침 7시에서 밤 10시까지 할 때도 있고… 요즘엔 스케줄이 많아서 그때그때 다른 거 같아요.”

“흐어어.”

“근데 다른 그룹도 다 이렇게 해요. 틴스피릿 선배님들도 말씀 들어보면 기본이 10시간이고.”

이어지는 1군 아이돌들의 기겁할 만한 연습량에 절로 입이 벌어졌다.

그러하기에 불현듯 상대에 대한 고마움이 일었다.

“엄청 힘든 타이밍에 도와주는 거네.”

“아! 아니에요.”

“……진짜 힘든 시즌에 왔구나. 고마워.”

안재희가 톡 끼어들었다.

“엄청 고마워해야죠. 5천원에 곡을 샀는데.”

“아, 5천원…….”

우주가 허공을 촉촉한 눈으로 바라보는 모습에 그들이 민망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곤 따스한 시선을 던졌다.

-어이, 미스터 시무룩. 왜 또 시무룩해?

-전화를 다 돌렸는데 아무도 안 한대요. 아이돌 프로젝트.

신무록 PD로부터 섭외에 엄청난 난항을 겪고 있다고 들었었다.

제작진이 생각한 후보군에 오른 이들 모두가 프로젝트 기간에 부담을 느껴 거절했다고.

그렇다고 인지도를 얻겠다고 나오려는 사람을 초빙하는 것도 곤란했던 터였다.

물론 뉴블랙에게도 윈윈인 방송이긴 하지만, 어디까지나 잘 풀릴 경우의 이야기고.

위험 부담을 감수하면서 앨범과 콘서트 준비기간에 시간을 빼 준다는 게 보통 일은 아닐 것이다.

“으히히힛! 으핫!”

“느아아!”

하도 발랄해서 그런 지점까지 생각이 잘 안 미치는 게 문제였지만…….

우주가 장난스럽게 말했다.

“나중에 시간 나시면 저희 곡 홍보 부탁드릴게요.”

“그래. 그럴게.”

“허? 진짜요?”

감사합니다! 하며 리액션으로 어깨춤을 추는 뉴블랙의 모습에 삼촌 미소를 지었다.

맏형 김의지가 벽시계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벽시계가…….”

없네.

손목시계로 고개를 돌린 김의지가 물었다.

“이제 뭐가 남았지? 안무랑 보컬도 봤고…….”

“노래요.”

“아! 노래.”

멤버들의 머릿속에 기대감이 감돌았다.

작년 상반기와 하반기, 그리고 올해 초까지 차트를 휩쓴 곡들을 만들어낸 작곡가가 어떤 곡을 만들까.

그때 중현이 말했다.

“그런데 일단 그 전에 한 가지 이야기하고 갈 게 있어요.”

“……?”

“다이어트에 대한 이야기요.”

“……!”

그러고 보니 맞은편에 있는 뉴블랙 멤버들이 아무것도 먹고 있지 않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저마다 락앤락 통에 든 사과만 먹을 뿐.

뉴블랙의 막내와 맏형이 초콜릿을 나눠 쥔 채 냄새만 습하습하 하고 있었다.

애잔하게 바라보던 리혁이 미프의 멤버들에게 말했다.

“이상해 보이시죠?”

끄덕끄덕.

“사실 저 둘이 이상한 것도 맞긴 한데… 다이어트를 오래 하다 보면 사람이 저렇게 돼요.”

“우리의 미래라고? 저게?”

“높은 확률로요. 한 87퍼센트 정도.”

“…….”

10초간의 침묵이 지난 후.

“야. 먹어. 이거 다 먹어.”

“형님! 이거 까서 먹읍시다. 우리!”

다섯 남자가 다급하게 간식 포장지를 까기 시작했다.

그러는 동안에도 6mm 카메라가 현장의 분위기를 실감나게 담고 있었다.

*   *   *

다시 녹화가 시작됐다.

“미프 미프 갑시다!”

“예이…….”

김의지가 특유의 기합 소리로 멤버들의 사기를 복돋는 동안 우리도 열심히 기운을 끌어올렸다.

중현이가 웅장하게 읊조렸다.

“다이어트 종료 D-39.”

“아니, 형. 세상에 누가 콘서트 일자를 다이어트 종료라고…….”

“와아아아아!”

불순분자 한 명을 제외한 나머지가 개코 원숭이들처럼 들썩들썩하며 환호했다.

미프 멤버들이 ‘젊은 애들은 못 이겨…’ 하는 할아버지 웃음을 머금었다.

“자! 녹화 시작합니다!”

카메라가 다시 돌아가면서 우리가 본론을 꺼냈다.

“이제 다이어트도 하셔야 되는 거 알죠?”

“아아…….”

“팬분들에게 더 멋진 모습을 보여 드리기 위해서 꼭 해야 되는 일이에요.”

탄식하는 멤버들 속에서 추기석이 손을 번쩍 들었다.

“그럼 오늘 저녁까지는 먹어도 되는 겁니까?”

“네.”

“들었죠? 오늘 우리 무조건 회식이야. 불참 없어!”

제작진들에게도 눈을 희번덕거리는 추기석 씨의 모습에 모두가 웃었다.

안재희가 물었다.

“그런데 우리가 뺄 살이 있나? 다들 운동이랑 몸 관리 빡시게 해서 군살도 별로 없는데.”

“네. 더 빼셔야 돼요.”

“진짜 뺄 살 없는데…….”

내가 중현이에게 팔을 두르며 말했다.

“중현이한테 검사 받아 보실래요? 얘가 눈으로 슥 보고 체지방 재는 거 진짜 잘하거든요.”

“맞아여. 거의 인간 TMI 수준!”

“BMI겠지…….”

막내의 뜬금포 드립에 모두가 웃었다.

예능인들이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중현이를 바라보았다.

“흐으음…….”

발라드 가수 안재희를 바라보던 중현이의 눈이 스캐너처럼 위로 갔다 아래로 갔다를 반복했다.

그러곤 가까이 가서 귀에다 뭐라고 속삭였다.

‘!’ 하며 눈을 크게 뜨는 안재희 씨의 모습이 포인트였다.

“야. 너……!”

“비슷한가요?”

“비슷한 게 아니라 정확한데. 너 정체가 뭐야?”

중현이가 대답 대신 눈가에 브이를 그리면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와- 하며 혀를 내두르던 안재희 씨가 카메라를 향해 말했다.

“아니 이건 내가 다니는 헬스장 트레이너도 모르는 건데.”

“그걸 어떻게 맞췄냐. 신기하네.”

입을 멍하니 벌리는 이들에게 내가 미소를 지었다.

“자. 다이어트에 대해 의문을 가지고 계신 선배님들 계시나요?”

“…….”

“없으시면….”

추기석 씨가 손을 들고 다급하게 외쳤다.

“수, 술은 됩니까?”

“술은 당연히….”

“당연히?”

“안 돼죠! 술은 절대 안 돼요.”

우리가 손으로 엑스자를 그렸다.

“저희가 트레이너 쌤한테 들었는데 술로 찌는 살을 제일 조심해야 된대요.”

“그래. 기석아. 기왕 이렇게 된 김에 술 좀 줄여라.”

“술 많이 좋아하면 뭐라구~?”

‘이혼 당합니다! 반드시!’ 하며 마에다 쌤을 따라하는 멤버들의 모습에 우리가 웃었다.

그렇게 추기석 씨가 본전도 못 찾고 들어갈 때.

조용히 듣고 있었던 운동부 스타일의 미남이 질문했다.

“그런데 다이어트를 하면 근육이 좀 많이 빠지지 않나요? 힘도 좀 많이 빠질 거 같고.”

“어? 빠지면 안 되나요?”

“이게 겨우 만든 근육이라…….”

소심하게 알통을 만들어 보이는 이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그러곤 대답했다.

“힘에 대해서는 걱정 안 하셔도 돼요.”

“정말요?”

“저희도 전문가가 아니라서 잘은 모르지만, 힘이 빠져도 그렇게 많이 빠지진 않거든요.”

그런 의미에서 직접 체험하는 시간을 가지도록 했다.

“중현이와 팔씨름 한 판 어떠신가요?”

셔츠의 팔을 슥슥 걷어붙인 중현이가 연습실에 누워 팔씨름 자세를 취했다.

미프 멤버들이 ‘장난하나?’ 하는 눈으로 바라보았다.

“T본부에서 했던 군대 예능에서 병원 간 게 중현이 아니야…?”

“맞아요.”

“의사 선생님이 그랬잖아. 누굴 병원에 보내면 보냈지 올 사람이 아니라고.”

“그랬던가? 그랬던 거 같네요.”

“야!”

이익 하며 뭐라고 하려는 이들에게 우리가 잠깐! 하듯 손을 들었다.

“하지만 승산은 충분히 있습니다!”

“대체 어디에…?”

“규칙적인 식사와 운동을 한 선배님들에 비해 중현이는 지금 지치고 굶주린 상태예요.”

누군가 ‘짐승이냐…’ 하며 중얼거리자, 막내가 정리했다.

“쉽게 말해서 선배님들은 중현이 형이 1년 중에서 제일 약한 때 찾아오신 거예여!”

“…….”

“자. 츄라이~ 츄라이~ 약해진 힘을 한 번 겪어 보세여.”

멤버 전원이 시선을 회피하고는 타깃을 찾았다.

“도훈아.”

“이건 도훈이 형이 가야죠. 본인이 힘 빠지는 걸 걱정했으니까, 체험을 해 봐야죠. 아니란 걸.”

“그 근육으로 망설이시는 거예요. 형님?”

남도훈 씨가 이내 팔을 걷으며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아니, 내가 힘을 쓰면 다칠까 봐 그러지.”

“오오오!”

“아무래도 체급이란 게 있는데…….”

“혓바닥이 길다. 남도훈. 가라.”

맏형 김의지가 남도훈의 등을 쿡 밀었다.

‘진짜 이걸 해야 되나?’ 하며 괴로워하는 남도훈 씨의 모습에 다들 웃었다.

이윽고 두 사람이 손을 맞잡았다.

“오우…!”

남도훈이 내뱉은 소리에 큰 웃음이 나왔다.

미프 멤버들이 깐족거렸다.

“도훈이 형님 지금 긴장한 거 같은데?”

“……난 긴장 같은 거 안 해.”

“구레나룻에 땀 맺힌 거 봐. 저 형이 긴장하면 저기부터 촉촉해지거든.”

“조용히 해. 지금 집중 중이니까.”

그러고 있을 때 방송 재미를 뽑을 기회라 여겼는지 김의지가 말했다.

“이게 그냥 하면 재미가 없지 않습니까?”

“꿀잼인데요. 형님? 뉴블랙 TV와 단독 승부예요!”

추기석 씨가 화면 밖으로 사라지고, 김의지가 말을 이었다.

“저희가 이기면 연습시간을 조금 줄여 주시는 거 어떻습니까? 조금은 사람다운 삶을……!”

“네! 좋습니다.”

그럼 우리는 무슨 조건을 걸어야 할까.

동생들과 의논을 하고는 곧바로 정했다.

“만약에 저희가 이기면, 나중에 저희 노래를 커버한 무대 영상! 부탁드리겠습니다.”

“그거 좋죠!”

리더끼리 악수를 나눈 후 바로 응원전에 들어갔다.

우리가 중현이를 부르는 동안 미프 출연진들도 열심히 목청을 돋웠다.

딱 보기에도 체격 차이가 굉장히 컸기에 꽤나 승산이 있다고 본 것 같다.

지금 중현이는 1년 중 가장 얄쌍한 상태기도 하고.

“도훈이 형! 저희가 보고 있습니다!”

“부탁이니 조용히 해 줘….”

“김중현! 지면 오늘 저녁밥에 방울토마토 없어! 푸성귀만 넣어줄 거야!”

“안 돼. 마이 방울토마토……!”

서로 아우성을 치는 가운데 PD님의 중재 하에 팔씨름이 시작됐다.

“오!”

팔에 힘을 빡 준 남도훈 씨가 중현이의 팔을 꺾으려고 시도했지만 전혀 넘어가지 않았다.

그리고…….

“……!”

중현이의 팔에 실핏줄과 함께 근육이 선명하게 도드라지기 시작했다.

팡!

승부는 그걸로 끝이었다.

“와아아아아!”

방금 뭘 본 거지? 하는 표정으로 바라보는 이들에게 우리가 승리의 세리머니를 했다.

커버 영상 홍보를 따온 중현이가 의기양양하게 웃었다.

“김비주. 나 방울토마토 두 배.”

“확인.”

정겹게 OK 사인을 그리는 동갑내기의 모습에 다들 유쾌한 웃음을 터뜨렸다.

*   *   *

지하 연습실에서의 녹화를 마치고 출연진과 함께 작업실에 모였다.

음향 기기와 콘솔을 둘러보던 이들이 물었다.

“여기서 작업을 하는 거니?”

“아뇨. 저희 작업실은 지나왔고요. 여기는 회사 분들이랑 함께 쓰는 곳이에요.”

2층에서 가장 큰 작업실.

우리 작업실은 촬영 공간으로 쓰기엔 작은 탓에 이곳을 촬영 장소로 정했다.

스칼렛과 윤찬혁 선배가 녹음하던 곳이라고 하니 출연진들이 신기하단 반응을 보였다.

“그래서 얼룩말 쿠션이 있었구만. 이거 김나윤이지?”

데이지와 친분이 있는지 가수 안재희의 물음에 우리가 푸근한 미소로 답을 대신했다.

그러는 한편, 의자에 앉아 사시나무처럼 떨고 있는 한 남자를 소개했다.

“이분은 바로 저희 레몬 엔터 프로듀싱 팀의 팀장을 맡고 계신 나상윤 피디님입니다.”

“자, 자, 잘 부탁드립니다.”

“방송은 처음이라 많이 긴장하셨어요.”

미프 멤버들이 안녕하십니까 하며 활기차게 인사를 했다.

속이 뒤집어질 것처럼 긴장한 나상윤 PD님에게 우리만 믿으라고 웃어 보였다.

“우욱…….”

왜 더 긴장하는 건데.

그러는 한편 건반 앞에 앉아 모두를 둘러보았다.

“오늘은 다 같이 곡을 만들어 보려고 해요.”

“곡이요?”

“네. 수록곡에 도전해 보겠다고 했잖아요. 선배님들께서 보내 주신 멜로디를 기반으로 노래를 만들어 보려고 해요.”

“지금?”

“네.”

그러곤 나상윤 피디님을 손으로 가리켰다.

“그래서 저희 프로듀싱팀 작곡가님께서 와 주신 거예요.”

“아아.”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거든요.”

나상윤 피디님이 세상에서 제일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끄덕끄덕했다.

미프의 멤버들이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지켜보는 동안 작곡가가 USB에서 옮긴 파일들을 재생했다.

머릿속에 밑그림을 그리고 있을 때, 안재희가 물었다.

“그런데 곡을 그냥 쓰면 될 텐데 멜로디는 왜 만들어 오라고 한 거예요?”

“프로그램의 팬송을 만들어 드리고 싶었어요.”

“팬송이요?”

“네. 미스터 프로듀서가 올해로 8주년이라고 들었거든요.”

사전 미팅에서 신무록 PD님과 이야기를 나눈 부분이었다.

그때 PD님 반응이 굉장히 좋았던 것 같은데, 아니나 다를까. 미프 멤버들도 반색했다.

“팬송 좋네!”

“선배님들께서 직접 작곡에 참여하시면 의미가 클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럼 이 자리에서 미프의 팬송이 탄생하는 건가요?”

“그건 아직 모르겠어요. 시일이 걸릴 수도 있고. 일단 이 자리에서는 얼개를 잡는 게 계획이에요.”

그러곤 건반으로 여섯 멜로디를 연주했다.

음악이란 건 참 신기하다.

이 짧은 멜로디에도 어쩜 이렇게 성격이 드러나는지.

거침없이 직진하는 김의지의 멜로디부터 잔잔하지만 열정 가득한 홍석의 멜로디까지.

간단한 음의 조합에서도 느낌이 읽혔다.

왼손을 부드럽게 움직여 간단한 멜로디를 반복해서 들려주었다.

“어떠세요?”

“오…….”

“선배님들의 메인 멜로디와 어울릴 만한 소리를 깔아 봤어요.”

잘 모르겠다는 표정이다.

동생들과 나상윤 피디만 ‘오’ 하며 눈을 크게 뜰 뿐.

그들에게 웃어 주며 나머지 멜로디를 깔았다.

“일단 간단한 진행을 할 거예요. 후렴은 따로 만들어야겠지만… 일단 이대로 진행을 해 보자면.”

오른손을 움직여 멤버들의 멜로디를 연주했다.

역시 음이 확 튄다.

그래서 하나씩 모서리를 깎듯이 음을 변주해서 퍼즐을 맞추듯 끼워 넣었다.

“오오……!”

미프 멤버들이 눈을 크게 떴다.

후렴쯤에 이르러서 내가 건반에서 손을 뗐을 때, 생각에 잠겼던 지호가 입을 열었다.

“형. 이거 어때여?”

손으로 떠듬떠듬 건반을 치는데 제법 그럴싸했다.

최근에 작곡 공부를 제대로 했는지 조화로운 멜로디를 만든 막내에게 칭찬의 눈빛을 보냈다.

그렇게 곡의 구조를 대강 잡았을 때.

“……잠깐만.”

눈을 깜빡이던 미프 멤버들 속에서 안재희가 입을 멍하니 벌렸다.

“이걸 지금 이 자리에서 만든 거야?”

“네?”

“완성됐잖아. 이거.”

“완성이요?”

완성하려면 아직 멀었는데.

하지만 다시 연주해 보니 진짜 그럴싸하긴 했다.

미프 멤버들이 황당한 눈으로 바라보고, 동생들이 뿌듯하게 내 뒤로 다가와 으쓱거릴 때.

갑자기 모범주가 빵 터졌다.

“나상윤 작곡가님 표정 봐요. 제일 당황하신 거 같은데?”

앗.

고개를 돌리니 나상윤 피디의 얼굴에 그늘이 져 있었다.

“작곡가님은 여기 오셔서 컴퓨터 파일 재생하고 끝나셨네.”

“도움이 필요하다고 해서 왔는데 농락만 당하셨어.”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긴 했네요. 마우스 딸깍딸깍 하는 데에.”

내가 ‘아으으! 죄송해요!’ 하며 팔을 붙잡자, 나상윤 피디가 허수아비처럼 짤짤짤 흔들렸다.

“도움 필요하다며. 대체 난 왜 부른 거야, 선우주…….”

서글프게 중얼거리는 나상윤 피디의 모습에 모두가 웃음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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