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397)화 (397/1,031)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397화

ENG 카메라가 나상윤 피디의 얼굴을 원샷으로 잡았다.

“와. 너무 안쓰러워 보이세요. 지금.”

“예에…….”

한숨을 푹 쉬는 작곡가의 모습에 출연진들과 우리가 키득거렸다.

“피디님. 제가 진짜 죄송합니다. 아이고…….”

“아니야…….”

씁쓸해하던 나상윤 피디도 이내 웃었다.

안 그래도 방송 분량 엄청 신경 쓰시던데 일단 편집은 면했다고 안도하는 듯했다.

물론 그런 걸 캐치하고 놓칠 예능인들이 아니었다.

“이제 가셔야겠네요. 일 끝나셨으니까.”

“네? 저 가는 겁니까?”

“바쁘시잖습니까.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저 진짜 이대로 가요? 마우스 클릭만 한 거 같은데.”

우리가 박수를 치며 웃는 동안 나상윤 피디가 당황해서 카메라를 바라보았다.

“아니, 저 엄마한테 미프 나온다고 했단 말이에요!”

얼른 가라고 몰아가던 출연진들이 만족스런 웃음을 터뜨렸다.

모범주가 가운데 카메라를 가리켰다.

“그럼 영상편지 하나 찍고 가시면 되겠네요.”

“저쪽이요? 아, 네… 엄마, 보다시피 아들 서울에서 잘 살고 있어요.”

30초 영상편지가 끝나고 작곡가가 쓸쓸히 퇴장했다.

미련이 잔뜩 남아 손을 흔드는 모습에 스탭들까지 한참 동안이나 웃었다.

“마우스 클릭만 하고 떠나셨어요.”

“이야, 여기 회사는 직원 분들까지 재미있네.”

“그죠?”

우리가 반색하며 말했다.

“저희 정도는 보통이에요.”

“그건 절대 아니고.”

출연진들이 단호하게 답했다.

그렇게 작곡가가 남기고 간 웃음이 흩어질 무렵, 다 함께 박수를 치며 자축했다.

“우리 우주 쌤이 즉석에서 만들어 준 저희의 팬송이 탄생했습니다!”

“축하하는 김에 다시 한 번 들어볼까요?”

다시 노래가 흘러나오자 출연진들이 우와아 하며 감탄을 터뜨렸다.

지호가 후훗 웃었다.

“어떠세여? 제가 후렴을 만든 이 노래.”

“좋네. 좋아.”

바로 호평들이 이어졌다.

“작곡에 대해선 잘 모르지만 확실히 미스터 프로듀서의 색깔이 느껴지네요.”

“와. 우리가 만든 멜로디가 이런 식으로 들어가네.”

“곡 진짜 잘 쓴다. 제가 만약에 이런 작곡가를 만났으면 앨범이 그렇게 망하진 않았을 거예요.”

가수 안재희의 자조적인 드립에 작은 웃음이 흘러나왔다.

자신들이 짧게 만들어 온 멜로디가 이런 식으로 변한 게 신기했던지 방송용이 아닌 진짜 리액션을 보여 주는 멤버들이었다.

내가 손뼉을 치면서 주의를 환기했다.

“곡이 완성되려면 한참 남았으니까요. 일단 감상은 여기까지 하고, 선배님들께서 해야 할 숙제부터 드릴게요.”

“작사요?”

“맞습니다!”

고개를 돌리자 A4 용지에 꼼꼼하게 무언가를 적던 리혁이가 턱을 까딱했다.

그러곤 미프 출연진에게 용지를 건넸다.

“와, 글씨 진짜 예쁘다.”

“종이로 보니까 더 예쁘네. 인쇄한 줄 알았어.”

폰트로 만들어 팔아도 되겠다는 칭찬에 우리 애의 귀와 어깨가 몽실몽실해졌다.

우리도 공감했다.

매번 우리끼리 나누는 이야기였다. ‘가는 피라루쿠체’냐 ‘맑은 느아체’냐 하는 이견이 있을 뿐.

“여기 귀여운 동글뱅이들은 뭔가요? 리혁 쌤.”

“채워야 될 칸수예요.”

3/3/4 식으로 나뉜 동그라미 목록이 적힌 용지를 보며 리혁이가 말했다.

“예컨대 저 칸을 채운다 치면, 나는야.”

“감자가.”

“너무 좋아. 이런 식으로 쓰면 돼요.”

고개를 끄덕이는 이들에게 내가 웃으며 말했다.

“미스터 프로듀서 하면 정말 많은 분들이 즐겁게 보시는 프로그램이잖아요. 팬분들도 많고.”

“뭐 다들 아는 이야기지~”

“그런 애청자분들에게 보내는 마음의 편지라고 생각하시면 쉬울 거예요.”

뭔가 떠올랐는지 출연진들이 짓궂게 웃었다.

“리혁 쌤이 매일 보내 주신 톡처럼요?”

“바로 그거죠!”

“제가 받은 편지가 떠오르네여. 가끔씩… 눈물이… 나올 때가 있다…….”

“겨울을 인내하는 인동초처럼~”

시적이고 서정적인 내용을 구수하게 변주하는 우리와 출연진이었다.

툭.

리혁이가 바닥을 박차고 회전의자를 돌려 숨자, 지켜보던 작가님들이 귀엽다는 듯 웃었다.

“좋은 호흡이었다.”

“너무 잘하셨어여! 우리 하이파이브~”

다 같이 짠 하고는 팬송에 대한 이야기를 끝마쳤다.

이제 본격적인 데뷔 이야기를 꺼낼 차례였다.

“팀명도 정해졌잖아요. 에이텐.”

“맞습니다. 에이~텐!”

“보통은 기본기를 연습해서 기량을 향상시키고 그 다음에 데뷔를 논하는 게 일반적인데…….”

이건 1회성 프로젝트니까.

“시간 관계상 빨리 곡을 정하는 게 좋다는 판단을 내렸어요.”

출연진의 부족한 안무 실력도 그 이유 중 하나였다.

차라리 곡 하나를 정해서 그것만 주구장창 연습하는 게 효율이 좋으니까.

미프 멤버들도 납득했다.

“확실히 그게 더 낫겠네. 같은 안무를 계속 연습하는 거니까.”

“근데 그 전에 컨셉부터 정하는 거 아니에요?”

“맞아. 아이돌 그룹들 보면 컨셉을 먼저 정하고 곡을 공모한다고 들었는데.”

다들 걱정스러운 얼굴로 침을 삼켰다.

“그런데 우리가 할 수 있는 컨셉이…….”

“뉴블랙 쌤들처럼 칼군무 하는 건 애초에 불가능하고.”

“틴스피릿처럼 상큼 청량한 것도 어렵지. 아이돌 팬들 다 조카뻘인데 거기다 대고 우우웅 하고 손키스 날리면 쇠고랑 차야 돼.”

“섹시 컨셉 어때요? 그나마 가능하지 않나?”

화색이 돈 멤버들이 우리에게 물었다.

“성숙미로 승부하는 섹시 컨셉 어떻습니까?”

“어으응…….”

“선생님들이 보기엔 영 아닌가 본데.”

내가 손사래를 쳤다.

“그게 아니라 섹시 컨셉이 진짜 어려운 거라서요. 무대를 본 사람들이 어맛! 해야 되는 거잖아요.”

“그치.”

“이게 표정연기랑 안무, 비주얼이 적절하게 3박자로 조화를 이뤄야 달성할 수 있는 거라…….”

말로 설명하기가 어려워서 직접 보여 주기로 했다.

우리 안무 치트키가 알아서 일어났다.

“우리 C급 비주 쌤이다!”

“C급! C급!”

잔뜩 민망해 하는 비주의 모습에 모두가 키득거릴 때.

“……?”

비주가 턱 끝을 살짝 들면서 작업실의 공기가 삽시간에 바뀌었다.

눈을 살짝 반개한 채 손을 우아하게 뻗고.

부드럽게 웨이브를 타며 곡선을 그리자 다들 우와아 소리를 냈다.

쉬운 동작이지만 누가 봐도 쉽게 따라하기 힘든 아우라를 풍겼기 때문일 터였다.

비주가 헤헷 웃으면서 다들 몰입에서 빠져나왔지만 ‘와’ 하는 감탄사가 이어졌다.

그런 이들에게 내가 물었다.

“이게 제일 쉬운 건데… 가능하시겠어요? 섹시?”

“아뇨…….”

다들 넙죽 엎드리는 듯한 자세로 말했다.

“잘못했습니다. 그냥 시키는 대로 할게요.”

“그럼 뉴블랙 쌤들이 보기에 저희는 어떤 컨셉이 어울릴 거 같나요?”

“마침 저희가 떠올린 게 하나 있어요.”

“오!”

선배님들의 평균 연령이 33.5세라고 했던가.

“오히려 나이대가 있기에 더 멋지게 보일 수 있는 장르가 있거든요.”

그리고.

“칼군무도 좋지만, 조금 자유로운 느낌의 안무도 어울리는 게 하나 있긴 해요.”

처음 봤을 때부터 떠오른 게 있었다.

동생들과 상의를 할 때도, 주변 전문가 분들과 상의를 할 때도 반응이 제법 좋았던 컨셉이.

우리가 웃으며 외쳤다.

“저희가 선택한 장르는 바로 디스코 풍의 펑크 음악입니다!”

*   *   *

“디스코…?”

미프 멤버들이 고개를 갸우뚱했다.

“디스코면 옛날 노래 아니야? 빰빰빰 이런 거.”

“디스코 풍의 펑크는 또 뭐예요?”

내가 말했다.

“대충 이런 느낌이에요.”

작년 미국에서 한창 인기를 끌었던 노래와 함께 비슷한 장르의 노래를 들려드렸다.

둠칫둠칫하며 내적 댄스를 자극하는 노래들.

미프 출연진들이 ‘아!’ 하며 이해하더니 비교적 자유분방해 보이는 안무들을 보며 좋아했다.

“이건 연습으로 될 거 같네.”

“네, 깊게 들어가면 끝이 없긴 한데… 충분히 소화할 수 있는 컨셉이라고 봐요.”

그때 발라드 가수 안재희가 물었다.

“너무 팝 느낌이 나는데, 아이돌이랑 거리가 멀지 않아요?”

“아. 이건 미국 노래들이고요. 아이돌 선배님들 중에서도 이런 곡을 낸 분들이 있어요.”

몇 곡을 들려드리니 다들 어떤 느낌인지 이해한 듯했다.

혼자 내용을 못 따라가고 있던 김의지만이 재차 물었다.

“그러니까… 엄청 신나는 컨셉으로 간다? 이거죠?”

“네.”

“아유, 좋네!”

그제야 박수를 치며 좋아하는 이의 모습에 웃었다.

그 옆에서 ‘이분들 앞에선 내가 음악 금메달…!’ 하고 의기양양해 하는 지호를 보며 또 웃고.

에이텐의 멤버들이 만족한 얼굴로 말했다.

“정말 마음에 드네요.”

“다행이네요. 반응이 안 좋으면 어떡하나 했는데.”

“다만 곡이 중요한데… 어떻게 우리 선 쌤이 컨셉도 정해 주신 김에 곡도 한 번……?”

장난스럽게 눈치를 살피는 이들에게 내가 웃으며 말했다.

“저는 말씀드렸다시피 팬송 외에는 참여하지 않을 거예요.”

“절대로?”

“절대까지는 아니지만… 네.”

하고 싶긴 한데 부담 100배인 프로젝트였다.

바로 낙화 때문이었다.

낙화가 잘 되고 이 노래가 안 되도 문제고, 낙화가 잘 안 되고 이 노래가 잘 되도 문제고.

둘 다 잘 안 되면 더 문제고.

어느 쪽을 택하든 잡음이 나올 게 뻔한 터라 극구 사양하고 싶었다.

“어차피 곡 공모를 하면 전국의 내로라하는 작곡가 분들과 숨은 고수 분들이 나타나실 거예요.”

“아… 아쉽네요.”

“저보다 훌륭하신 분들이 정말 많습니다. 진짜.”

미프의 인지도를 고려하면 100퍼센트로 좋은 곡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그쯤에서 컨셉에 대한 이야기를 마무리한 후.

몇 가지 숙제를 추가로 내주며 녹화를 마무리했다.

“고생하셨습니다!”

“다들 진짜 수고했어. 많이 피곤했지?”

카메라가 꺼지고 다들 고생 많았다며 감사 인사를 전해 왔다.

다음 주부턴 녹화가 띄엄띄엄 진행되는 터라 작별 인사를 길게 나누고 있을 때.

나는 구석에 있는 누군가를 따로 찾았다.

“저, 선배님.”

“……음?”

피곤한 얼굴로 땀을 훔치던 홍석이 고개를 돌렸다.

내가 웃으며 물었다.

“잠시 이야기 나눌 수 있을까요?”

“응. 당연히 되지.”

“그럼 이쪽으로…….”

곧바로 우리 작업실로 자리를 옮겼다.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소파에 앉아 두리번거리는 모델에게 종이컵을 건넸다.

“고로쇠물 괜찮으세요?”

“응. 녹화할 때나 뭐 안 먹지. 평소에는 먹는 거 안 가리는… 응? 고로쇠물?”

“중현이네 아버님이 보내 주신 거예요.”

“아하…….”

호로록 물을 마시는 이를 지켜보다가 말을 걸었다.

“춤 때문에 많이 힘드시죠?”

“조금…?”

“아까 지하에서 안무 연습하시는 걸 봤는데 부담감을 많이 느끼고 계신 거 같아서요.”

얌전한 얼굴이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웃었다.

“아무래도 좀 그렇긴 해.”

이번 프로젝트가 본인 꿈이라고 했던가.

그런 것도 있지만 강박에 가까울 정도로 연습을 하는 모습이 마음에 걸렸다.

홍석이 느릿하게 말했다.

“워낙에 춤이나 이런 몸으로 배우는 게 느려서… 남들 평소 1번 해야 될 거 10번 해야 비슷해지거든.”

“아이고….”

“신기하지? 근데 내 몸이 진짜 이래.”

그 뜻으로 한 추임새가 아니었는데 상대가 머쓱하게 웃으며 뒤통수를 긁적거렸다.

그러곤 종이컵을 만지작거렸다.

“이번에 내가 하고 싶다고 해서 시작한 아이돌 프로젝트잖아.”

“네.”

“그런데 내가 못하면 안 되지. 제일 잘하는 건 아니더라도 피해는 안 줘야 하잖아.”

조용히 상대의 이야기를 경청했다.

“그런데 춤이란 게 하루아침에 느는 게 아니잖아. 그래서 좀 갑갑해서 그런가 봐.”

“이해해요. 그럴 때가 있죠.”

“물론 너랑은 기준이 다르지만…….”

아니라고 손사래를 쳤지만 눈초리가 살짝 침울한 게 기가 죽어 있는 모습이었다.

과거의 내 모습과 겹쳐 보였다.

TJ에서 월말평가를 끝내고 나면 저 상태였으니까.

트레이너 쌤들의 평가를 들을 때마다 세상의 먼지 중 하나가 되는 기분이라고 할까.

물론 기가 죽은 적은 없긴 했다.

주눅이 들거나 기가 죽어 있으면, 그게 실력 저하로 이어져서 방출되는 걸 알고 있었기에.

“저는 선배님이 엄청 잘하고 계시는 것 같아요.”

“그래?”

“연습 엄청 열심히 하시잖아요.”

그게 무슨 잘하는 거냐는 반응에 웃으며 말했다.

“기분이야 어쩔 수 없는 거잖아요. 슬럼프가 오거나 실력이 안 늘 때 답답한 거야 당연하지만.”

“……?”

“그런데도 연습을 열심히 하고 계시잖아요. 엄청 남는 장사인 거죠!”

감정은 시간이 지나고 사라지지만 실력은 남는다는 원론적인 이야기에 상대가 슬쩍 웃었다.

그러곤 약간은 좋아진 표정으로 종이컵을 내려놓았다.

“위로해 줘서 고마워.”

그러더니 외투를 챙겨 들었다.

다시 연습을 해야겠다며 나가려던 미프의 멤버가 ‘아’ 하더니 돌아왔다.

“나 몇 가지 물어봐도 될까?”

“어떤 거요?”

“춤에 대해 궁금한 게 있는데, 비주한테 물어보니까 설명을 알아듣기 힘들어서…….”

“저희도 가끔 어려워해요.”

웃으며 대답하자 상대가 핸드폰을 꺼냈다.

질문이 엄청 많았는지 핸드폰 메모장에 있는 질문에 하나하나 답을 해 주었다.

자세하게 알려 주자 상대의 얼굴이 밝아졌다.

“고마워. 나중에 밥 한 끼 살게.”

“소고기 되나요?”

“안 될 것도 없지.”

흔쾌히 웃고는 문손잡이를 잡는 이에게 내가 말했다.

“선배님.”

“……?”

“춤에 대해 압박이 심하시겠지만,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무슨 소리냐는 듯 바라보는 이에게 미소를 지었다.

연습생 시절 프로듀서에게 한 번쯤 듣고 싶었던 말이 있었다.

오로지 춤이 제일 중요했던 TJ에서는 절대 나올 리 없는 말이었지만.

“조금 부족하더라도 안무는 다른 걸로 보완할 수 있어요.”

“진짜?”

“노래 잘하시잖아요. 무대 꾸미는 것도 프로듀서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크게 달라지거든요.”

무대를 하는 데 있어서 춤만이 전부는 아니다.

“제가 프로듀서분들에게 의뢰해서 무대 멋있게 만들어 드릴게요. 너무 걱정 마세요.”

“그래.”

홍석이 빙긋 웃더니 감사 인사를 전했다.

“고마워. 잘 부탁할게.”

다음 녹화에 보자며 인사를 하고 떠나는 이를 보며 나도 꾸벅 인사했다.

조금 가벼워 보이는 발걸음에 기분이 살짝 좋아졌다.

그 모습을 바라보고는 나도 걸음을 옮겼다.

다시 낙화의 안무 연습을 하기 위해 지하 연습실 문을 벌컥 열 때였다.

“우주 왔쪄용!”

그리고 그 순간.

“……?”

제자리에 얼어붙었다.

당황스럽다.

분명 동생들만 있어야 할 곳에 다섯 아저씨들도 함께 앉아 있었다.

“우주…….”

“왔쪄용……?”

곧바로 산적 떼처럼 크하하하 웃음을 터뜨리는 모습에 골치가 아팠다.

추기석 씨가 깔깔댔다.

“우주 왔쪄용~?”

“이야~ 우리 우주 귀여워? 귀여운 걸로 정1품이야. 아주.”

“너희들끼리 있을 땐 이러고 노는구나?”

건수 잡아 신이 난 아저씨들에게 10분 가까이 애국가 4절 수준으로 놀림 당했다.

그렇게 장난스런 드립이 끝났을 때.

수련회 캠프파이어 대형으로 둘러앉은 이들에게 물었다.

“그런데 여기서 뭐 하고 계신 거예요?”

“아. 연습하다가 안무에 관해 질문할 게 있어서…….”

저마다 수첩 등에 꼼꼼하게 무엇이 안 되고, 뭘 더 해야 할지 기록해 온 듯했다.

특히 맏형 김의지의 경우 이 사람이 국가 대표였다는 게 다시 떠오를 만큼 빽빽했다.

추기석 씨가 히힛 웃으며 말했다.

“석이가 그렇게 열심히 하는데 늙은이들이 누가 되면 안 될 거 같아서.”

“근데 걔가 또 우리가 이런 거 티 내면 엄청 부담스러워 해. 그래서 요로코롬 비밀리에 온 거지.”

“잘 됐다. 우주야. 너도 온 김에 안무 좀 가르쳐 줘라.”

그런 말을 하는 이들에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곧바로 ‘가능할까용~?’ 하며 놀리는 통에 짜게 식어 버리긴 했지만.

특별할 것 없는 포맷의 이 예능이 왜 국민 예능이라고 불리는지 잠시나마 알 것 같은 기분이었다.

“그래서 알려 줄 수 있겠쪄욤~?”

“…….”

“으하하하!”

“자! 모두 일어나 주세요, 여러분~”

비주처럼 사근사근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제가 요가 동작을 보고 창안한 스트레칭부터 제대로 알려드릴게요.”

“우주야. 너 눈에서 불꽃이…….”

얼마 안 가 연습실에 아저씨들의 비명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   *   *

그리고 그날 밤.

오후에 있었던 미프 녹화에 대한 사과의 의미로 나상윤 피디의 곡 작업을 도와주었다.

“이번에 공모하시려고요?”

“응.”

“잘 되셨으면 좋겠어요.”

“고마워. 그러려면 일단 네 도움이 필요한데…….”

곡이야 미프 멤버들이 투표로 정하겠지만, 일단 컨셉을 잡은 사람인 내 도움이 필요한 듯했다.

“정확히 어떤 곡을 원하는 거야?”

“디스코 느낌이 나지만 트렌디한 거요. 디스코에서 보이는 복고풍 느낌은 빼고요.”

“으으음. 잠시만.”

나상윤 피디가 한참 동안 구상을 하더니 손을 움직였다.

다소 거슬리는 음의 조합이 들려왔다.

“이렇게?”

“아뇨. 그거보단 좀 더 템포가 빠르게.”

“이건?”

“너무 빨라요. 그냥 디스코 같은데요? 펑키한 느낌이 많이 죽었잖아요.”

“……그럼 예시를 보여 줘 봐.”

“잠시만요.”

내가 건반에 손을 올렸다.

방금 나상윤 피디가 만든 멜로디에 영감을 얻어 새롭게 하나 만들었다.

“제가 어떤 걸 말한 거냐면… 이렇게 시작을 해서요.”

“응.”

“이렇게 가고.”

오른손으로 연주를 하면서 왼손으로 드럼 소리 대신 건반 몸체를 두드렸다.

흥미로워하는 나상윤 피디에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여기서 이렇게 깔고요.”

“응.”

“그리고…….”

경쾌함을 주기 위해 2박자마다 악센트를 주며 멜로디를 선보였다.

그렇게 어느 순간에 이르렀을 때, 나상윤 피디가 손을 들어서 연주를 멈췄다.

“우주야.”

“네.”

“이거 네가 만든 거 같은데. 곡?”

“……어?”

녹음한 걸 재생해 보니 곡이 탄생해 있었다.

“어어……?”

“…….”

“아니, 이게 곡 작업이 이렇게 잘 풀릴 리가 없는데. 아니 이게 왜 이러지?”

진짜 당황스러웠다.

이렇게 곡이 면발처럼 쑥쑥 나오는 게 오랜만이라.

곰곰이 고민을 하다가 이내 이유를 깨달았다.

“아…….”

우리 앨범이 아니라서 가능한 듯했다.

군대에서 수능 공부를 했을 때, 지나가는 개미의 루트나 천장 무늬가 흥미로웠던 경우와 비슷했다.

뉴블랙이란 이름으로 낼 곡을 만드는 게 아니니까.

부담을 안 가지니 이렇게 잘 풀리는구나, 하며 스스로 감탄하고 있을 때.

“…….”

옆자리에서 10년 삭은 얼굴로 축 쳐져 있는 누군가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아.

내가 침을 꿀꺽 삼켰다.

“피디님.”

“…….”

어떡하냐. 이거.

최대한 환하게 웃으며 노래를 흥얼거렸다.

“당신은 사랑 받기 위해 태어난~”

“우주야…….”

“네.”

나상윤 피디가 흐어어어 소리를 내며 괴로워했다.

“그냥 보내라. 이걸로.”

“피디님. 진짜 죄송해요.”

“아니 너는 진짜…….”

한참 동안 재롱을 부리며 기분을 풀어드린 후.

즐거운 곡 작업도 잠시, 현실적인 걱정이 마음속에 자리 잡았다.

“그런데 어떡하죠?”

“왜?”

“타이틀 공모에 절대 참여 안 한다고 얘기했잖아요.”

“세상에 절대가 어디 있어. 그냥 생각이 바뀌었다고 하고 보내면 되지.”

“으음…….”

어떤 식으로 할지 고민하고 있을 때, 나상윤 피디가 말했다.

“아니면 차라리 예명으로 보내.”

“예명이요?”

“응. 우리 팀 솔트맨처럼.”

“아……!”

“모두가 너인 걸 알지만 그게 너의 이름은 아닌, 그런 상징적인 느낌으로.”

좋은 아이디어였다.

하지만.

“피디님.”

“응?”

“일단 곡부터 완성시키고 얘기해요.”

“……나, 나는 또 왜.”

나가려는 작곡가를 붙잡고 자리에 앉혔다.

“삘 받을 때 바로 해야 돼요.”

“아니 난…….”

오늘은 밤을 새기로 결정했다.

*   *   *

얼마 후.

PBS ‘미스터 프로듀서’의 미미 작가는 쏟아지는 곡 공모 메일함에서 눈에 띄는 발신자를 발견했다.

‘레몬 엔터?’

레몬 엔터의 프로듀싱팀 주소로 보낸 메일함에 8개의 공모 곡들이 주르륵 달려 있었다.

그리고…….

“음?”

그녀는 특이한 2인조 콤비의 이름을 하나 발견했다.

‘우주선 & 나상윤?’

나상윤은 그렇다 치고.

우주선이라니.

누가 봐도 어떤 인물을 연상시키는 네이밍에 그만 웃음이 흘러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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