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398)화 (398/1,031)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398화

미스터 프로듀서 측에 곡을 보낸 후.

며칠간의 밤샘 작업을 끝내고 컴백 준비 스케줄을 소화했다.

타이틀과 수록곡 녹음은 마쳤기에 남은 것은 주로 비주얼 작업이었다.

“오케이! 그렇게… 그렇지!”

“표정 좋고! 조금 더 담백하게 웃어 보자!”

“아이고! 예쁘다!”

앨범 재킷 촬영은 황태선 포토그래퍼와 함께 진행했다.

상기된 얼굴로 촬영을 마친 막내가 말했다.

“이제 좀 컴백한다는 게 실감 나는 거 같아여. 녹음할 때도 이런 느낌 안 들었는데.”

“그치? 이렇게 옷을 입으니까 확실히 그러네.”

다른 동생들이 촬영하는 동안 막내와 나는 봉산탈춤을 췄다.

동작을 크게 움직일 때마다 한복 옷자락이 펄럭이니 신이 났다.

그때 촬영을 마친 비주가 다가왔다.

“둘이 뭐하고 있어요?”

“비주야. 너도 이리 와 봐. 이거 춤 출 때마다 되게 펄럭인다.”

“진짜요?”

그러더니 같이 펄럭펄럭하며 좋아하는 비주였다.

핸디캠을 든 원석이 형이 그런 우리를 열심히 촬영했다.

“어때여? 원석이 형? 저희 펄럭펄럭하니까 귀엽져?”

“음, 시골 가면 보이는…….”

강아지라든가. 귀여운 것이 나오길 기대할 때.

곧바로 분위기가 와장창 깨졌다.

“나방 떼 같아.”

“아니……!”

우리의 격한 반발에 상대가 잘생긴 나방으로 정정해 주었다.

“근데… 진짜 나방 같은가?”

“저기여, 저희 나방처럼 보이나여?”

펄럭펄럭.

셋이서 양팔을 펼친 채 옷자락을 펄럭거리자 스탭분이 웃음을 터뜨렸다.

흥킷칵 하는데 엄청 웃겨 보인 모양이다.

“…….”

며칠 밤을 새워 만든 의상이 이렇게 쓰이는 걸 알면 디자이너님이 슬퍼할 것 같기에 그쯤에서 멈췄다.

그러곤 의상을 꼼꼼히 뜯어보며 말했다.

“옷 진짜 예쁘다.”

“그러니까여. 이래서 옷이 날개라고 하는 건가 봐여.”

국내 최고의 한복 디자이너가 만들어 준 의상답게 엄청 고급스러웠다.

검은색 베이스에 은색이 묘하게 섞인 색상.

무대용으로 쓸 다른 의상들도 죄다 감탄스러운 퀄리티였다.

“수플레들한테 보여 주고 싶다.”

“우주 형이 옷을 보여 드리고 싶어 할 때, 전 수플레 여러분이 보고 싶어여!”

“저도요!”

두 녀석이 핸디캠을 향해 손을 흔드는 걸 보며 웃을 때.

아이라인을 날렵하게 그린 새하얀 얼굴이 다가왔다.

“또 뭐 해요?”

“어이고, 우리 서위드 씨 오셨네요.”

“발 어디 있어요? 알려 줘요. 좀 밟게.”

“여기.”

무대 의상 밑으로 발을 쏙 내밀었다.

내 발을 열심히 콱콱 밟으려고 애쓰는 리혁이었지만 한 번도 성공하지 못했다.

나비랑 장난감으로 놀아 주는 것 같다.

발을 슉슉 움직여서 피하고는 발가락을 꼼지락거리며 놀리자 리혁이가 분통을 터뜨렸다.

“으아아! 완전 짜증나!”

“날 이기고 싶다면 20년은 연습하고 와라.”

“수플레들, 이 사람 보세요. 진짜 너무한 거 아냐?”

“승부의 세계는 원래 냉혹한 거야.”

샐쭉한 표정을 짓는 리혁이를 붙잡고는 카메라 앞으로 이끌었다.

그러곤 핸디캠으로 나중에 이 영상을 보게 될 수플레들에게 영상편지를 썼다.

“보고 싶어요.”

“조금만 기다리면 콘서트니까 그때 꼭 봐여. 우리~”

그렇게 손을 흔들고 있을 때, 촬영을 끝낸 중현이가 합류하며 물었다.

“뭐 찍어요?”

“우리 미프 분들한테 영상 편지 보내고 있어여. 형.”

“아.”

다들 웃음을 참는 가운데 중현이가 눈을 동글동글 뜨고 말했다.

“다이어트 열심히 하고 계시나요?”

“흡…!”

“꼭 감량하셔야 돼요. 꼭이요. 그 상태로는 안 돼요.”

“야야야야야!”

넷이서 당황해서 미친 듯이 손사래를 쳤다.

“중현아. 이거 수플레들한테 보내는 영상 편지야.”

“흐엇…….”

입에 손을 올리고 음머 하던 중현이가 배꼽에 두 손을 모았다.

한복 의상을 입어서 그런지 비주얼은 호위 무사 같은데 자세가 너무나 완벽한 머슴이었다.

회사 스탭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우리 수플레는 많이 먹어도 돼요.”

푸근하게 웃으며 ‘맛있게 먹으면 0칼로리~’ 하는 중현이 곁에서 우리가 다 같이 구호를 외쳤다.

*   *   *

앨범 재킷 촬영을 마친 후.

5월 콘서트에 사용할 VCR 등도 마무리 지었다.

뮤비 촬영이 남아 있긴 했지만 이제 연습과 예능 빼고는 없어 몹시 홀가분했다.

특히나 지금처럼 차량으로 이동 중에는 더더욱 여유로웠다.

“우리 보도자료 돌렸대요.”

“오호.”

홍보팀이 보낸 기사 링크에 다들 핸드폰을 들었다.

기사가 파바바박 뜨고 있었다.

-뉴블랙, 5월 컴백.. 체조경기장 입성한다

-23일 뉴블랙 컴백에 가요계 긴장하나.. ‘음원 맛집의 귀환’

-뉴블랙, 내달 미니4집 컴백..‘별(☆) : Into the Black’

컴백 기사들이 마구 떴는데 그중에서 잘못 쓰인 특수문자 하나가 신경 쓰였다.

아니.

그 별이 그 별이 아닌데…….

하지만 거슬릴 틈도 없이 쏟아지는 기사의 홍수에 밀려났다.

그러는 한편 우리는 뉴블랙이란 키워드가 들어간 다른 기사도 발견했다.

-뉴블랙 출연, 미프 ‘아이돌 프로젝트’.. 5월 7일 첫방송

-‘미프’ 신무록 PD, “이번 프로젝트는 정말 기대하셔도 좋다”

-추기석, SNS에 뉴블랙과의 인증샷 올려.. ‘연습 힘들 때마다 뉴블랙 쌤들이 격려..’

바로 미프의 본방송에 대한 기사들이었다.

방영 예정 시기인 5월 초가 되려면 꽤 남았는데도 벌써부터 주목도가 꽤 높았다.

기사들을 보며 뿌듯하게 웃었다.

처음에 출연 확정될 때만 해도 ‘어쩌지’ 하고 걱정했는데 이젠 걱정이 좀 줄었으니까.

자신감이 확 붙었다고 할까.

“일단 TV가 움직이는데 재미가 없다고 하겠어?”

“맞아요. 형. 우린 최선을 다해 웃겼어요.”

“제발 우리 본업에 대한 자각을 가져요…….”

소소하게라도 재미를 뽑았다는 확신이 들었다.

신무록 PD님이 직접 인터뷰를 하러 다니며 열심히 장작을 던지는 것도 그렇고.

대중들도 기대감이 서서히 부풀어 오르는 듯했다.

“말 나온 김에 우리 에이텐 멤버들에게 톡 보내여.”

“좋은 생각이야.”

미프의 멤버들과 개설한 메신저 단체방에 들어갔다.

[공지] 8시 이후 모든 취식 금지. 밀가루 금지. 음료 금지.

[공지] 무대는 하루 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 선우주(1993~)

[공지] 치킨과 데뷔 중 무엇을 선택하시겠습니까? (투표 종료)

미프 멤버들과 우리가 쓴 공지가 뒤죽박죽이었다.

그나저나 질문 엄청 많이 쓰셨네.

선배님들이 보낸 안무 질문에 답을 해 드리고, 다이어트에 도움이 될 방법도 알려 주었다.

“이거 진짜 효과 있더라고요.”

비주가 모든 음식에 파란색 필터를 씌운 식욕 제거 짤을 올리자 다들 괴로워했다.

……확실히 효과가 있었다.

파란색 떡볶이를 보는 순간 머릿속에 가득했던 간식 생각이 싹 사라졌으니까.

그렇게 연락을 하고 있을 때.

“……음?”

숙소 앞에 도착한 우리는 어딘가 익숙한 차량이 빌라 현관에 세워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아랫집 사람들이 타는 차량이었다.

새벽 6시.

어디 스케줄이라도 잡혀있나 보다 하는 생각을 하고 내리는데, 현관에서 나오는 여섯 미소년과 마주쳤다.

“어!”

우리를 마주친 틴스피릿이 눈을 크게 떴다.

“어머.”

입가에 손을 올리는 틴스피릿 리더 휘연의 모습에 우리가 눈을 모았다.

어머?

“…….”

누가 먼저랄 것 없이 틴스피릿 멤버들의 표정을 살폈다.

밝고 희망차다.

이 각박한 세상에 한 줄기 빛이 있다면 그건 바로 눈앞의 미소년들이 아닐까 하는 느낌으로.

동생들과 대번에 깨달음을 얻었다.

‘방송이네.’

자세히 보니 옷에 마이크까지 달려 있다.

평소 같으면 ‘아이고! 뉴블랙 행님덜! 인사 오지게 박습니다~!’ 하며 인사할 텐데.

“안녕하세요! 형!”

세상 무해한 표정으로 인사를 건네는 이들에게 우리도 환하게 웃으며 화답했다.

“안녕하세요. 선배님!”

빌라에서 마주칠 때마다 자꾸 말 좀 놓으라고 해서 놓긴 했는데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었다.

내가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어디 가세요. 선배님?”

휘연이 활짝 웃으며 말했다.

“지금 TBC에서 하는 ‘매니저를 부탁해’ 녹화 중이에요! 하핫!”

해석) 협조 좀 씨게 부탁드립니다. 행님.

‘매니저를 부탁해’라고 한다면 아마 그거였던가.

스타에 가려 주목받지 못한 매니저들의 생활을 관찰 카메라로 다루는 프로그램이었던 것 같다.

그러고 보니 손에…….

“풍선은 어디다 쓰시려고…?”

“오늘 봉사 가서 어린이들과 즐겁게 방송을 하려고 해요.”

어쩐지.

‘야. 그 그지 같은 풍선은 뭐냐. 초딩이냐?’

‘팬들이 준 거다. 닥쳐라.’

‘초딩은 나였고….’

……이러는 아이들이 두둥실 떠오른 색색의 풍선을 들고 있어서 이상하다 했다.

“하나 받으실래요? 검은색도 있어요.”

“감사합니다.”

얼떨결에 하나 받을 때.

빌라 안쪽에서 부처님 미소를 짓는 매니저와 카메라가 나왔다.

“어……!”

VJ 뒤에 붙어 있던 조연출과 작가가 우리를 보고 대박이라는 표정을 지었다.

TBC 로고가 붙은 카메라가 바짝 다가왔다.

여긴 어쩐 일이냐고 묻는 제작진에게 우리가 웃으며 답했다.

“이웃이에요.”

그보다 더 적절한 설명은 없었기에 제작진이 ‘아’ 하며 납득했다.

이어서 짤막한 대화를 나누는 한편 자리를 떠나는 틴스피릿에게 꾸벅 인사를 했다.

우리 5년차 선배님들이 센스 있게 우리 앨범 홍보를 해 준 덕에 기분이 좋았다.

하지만…….

“엇.”

이내 중요한 사실이 떠올랐다.

“우리 이거 이대로 나가도 괜찮나?”

“왜여?”

“아니. 우리 지금 얼굴이…….”

아무 메이크업도 안 한 상태다 보니 걱정이 됐다.

이걸 어떡하지, 하고 고개를 돌렸을 때.

“…….”

왠지 모르게 피부가 보송보송해 보이는 동생들과 내가 어색하게 눈을 마주쳤다.

손등에 비비 크림 자국들을 보자 웃음이 나왔다.

“어이없네…?”

동생들이 내 옷자락을 붙잡고 미안한 웃음을 터뜨렸다.

“아니, 비비는 언제 바른 거야?”

“방송이란 걸 알자마자……?”

“나 빼고? 야, 진짜 치사한 거 아냐?”

“시간 관계상 한 명은 버려야 했거든여. 형 같은 대기업이랑 우리 같은 소시민을 비교하면 안 돼여.”

“와…….”

배신감에 몸서리치는 나에게 미안해요! 하는 동생들이었다.

나도 이내 웃고 말았다.

뭐 이미 지나간 거기도 하고.

왠지 모르게 어처구니가 없어서 웃음만 흘릴 때.

지이잉-

화면에 뜬 석환 형의 번호를 보고는 핸드폰을 들었다.

“네. 선우주입니다.”

-어, 우주야.

“왜 그래? 무슨 좋은 일 있어?”

몹시 밝은 목소리.

이윽고 우리 팀장님이 전달하는 이야기에 내가 눈을 번쩍 떴다.

얼마 전에 보낸 곡과 관련된 희소식이었다.

*   *   *

여의도 PBS 방송국.

촬영 장비가 세팅되는 예능국 대회의실.

“아이고.”

그곳에서 미스터 프로듀서의 멤버들이 의자에 몸을 파묻다시피 하고 있었다.

평소 같으면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떠들어댔을 이들이 지금은 아기들처럼 곤히 잠들어 있었다.

“스읍.”

추기석은 아예 침까지 흘릴락말락할 정도였다.

“형님들. 일어나세요.”

매니저들이 흔들자 그제야 겨우 잠에서 빠져나오는 예능인들이었다.

수련회에서 광란의 캠프파이어를 마치고 다음 날 일어난 사람들처럼 서로를 멍하니 바라본다.

그러곤 쓴웃음을 머금었다.

“야, 진짜 이거 장난 아니다.”

“그니까요. 나 지금 온몸이 쑤셔.”

TV에 냄새까지 전송하는 센서가 없어서 다행이라는 농담이 오갔다.

만약 그랬다면 파스 냄새가 진동을 할 테니까.

축구선수 출신인 맏형 김의지만 멀쩡할 뿐, 나머지는 모두 좀비 같은 몰골이었다.

“나 깨달았어.”

추기석이 초점 없는 눈으로 허공을 바라보았다.

“인생의 행복은 탄수화물에서 나오는 거였어.”

“나는 고기. 풀떼기만 먹으니까 자꾸 화가 나더라.”

안재희가 말했다.

“어제 다이어트 하면서 TV 보는데 화면에서 막 웃고 있으니까 짜증이 확 나고.”

“그죠? 나만 그런 줄 알았어.”

“고깃집 지나가는데 안에서 웃고 있으니까 너무 화나더라고.”

다이어트에 고통 받는 이들의 증언이 이어지자 스탭들이 웃었다.

출연진이 눈을 부라렸다.

“웃어? 너희도 풀떼기 먹어볼래?”

예능용 분노를 터뜨리면서 촬영장 분위기를 서서히 달구는 출연진이었다.

실없는 농담 등을 주고받으며 합을 맞추고 있을 때.

“녹화 시작하겠습니다!”

FD가 친 슬레이트에 맞춰 미프의 멤버들이 카메라를 향해 인사했다.

“안녕하십니까! 시청자… 아니, 이제 아이돌 준비를 하고 있으니 아이돌 인사를 해야죠.”

“네, 그럼 리더인 형님이 선창을 해 주세요.”

맏형이자 MC인 김의지가 웃으며 말했다.

“하나 둘 셋!”

“안녕하세요! It’s 10o’clock! 에이텐입니다!”

“와아아아아!”

자기들끼리 자축을 하며 말했다.

“근데 이름 진짜 잘 지었어. 우리.”

“뉴블랙 쌤들이 이름 하난 기똥차게 지어 주셨지.”

“그죠. 사람 굴리는 솜씨도 일품이시고.”

다들 서글픈 눈으로 웃을 때, 모범주가 말했다.

“근데 진짜 엄청 실력이 늘기는 했어요. 형님들은 연습하면서 그런 생각 들지 않으세요?”

“엄청 늘었지.”

“트레이너 쌤들부터 엄청 놀랐잖아요.”

뉴블랙에게 조언을 듣고 있지만, 그 전부터 별도로 초빙한 보컬과 안무 트레이너에게 레슨을 받고 있는 상황이었다.

처음에는 그들의 춤사위를 보고 기겁했는데 최근에는 다른 의미로 기겁했다.

‘전체적으로 그림이 좋아졌는데? 누구한테 배우고 온 거예요?’

아이돌 멤버들에게 배웠다고 하니 못 믿겠다는 반응이 나왔다.

물론 뉴블랙에게 그간 당했던 영상들을 틀어 주자 ‘어으으, 진짜 싫다’ 하더니 납득하긴 했지만.

“저희를 이렇게 사람으로 탈바꿈시켜 준 뉴블랙 쌤들에게 감사 인사 올립니다.”

공손하게 인사를 한 후, 맏형 김의지가 뺨을 씰룩거리며 말했다.

“그리고 이번 주 녹화에는… 뉴블랙 쌤들이 없죠!”

“흐하하핫!”

“으하하하하! 으하하!”

방정맞게 웃으며 축하의 댄스 브레이크를 추는 6인의 모습에 스탭들이 웃었다.

“뉴블랙 쌤들을 못 만나니 너무 아쉽네요.”

“그니까요.”

“뭐, 그래도 늘 실시간으로 소통을 하고 있잖아요. 가끔은 멀어지는 것도 좋죠.”

그런 이야기를 나누며 웃던 예능인들이 신무록 PD를 불렀다.

“자! 그래서 오늘은 무엇을 하나요?”

“오늘은 여러분의 타이틀곡을 선정할 1차 블라인드 투표입니다.”

공모 기간은 2주.

오늘은 에이텐(ATEN)의 디지털 앨범에 들어갈 타이틀곡과 수록곡을 1차적으로 선정하는 시간이었다.

발라드 가수 안재희가 웃으며 물었다.

“어때요? 좋은 곡 많이 들어왔어요?”

“그때 우주 씨가 그랬잖아요. 전국의 내로라하는 작곡가들과 숨은 고수들이 보낼 거라고.”

“그랬죠.”

“그 말대로 되었습니다.”

곡이 쏟아지듯이 들어왔다는 이야기에 미프 멤버들이 오오 했다.

“네. 공모곡들 중에서 총 12곡을 선정했고요. 그중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곡을 뽑아 주시면 됩니다.”

곧이어 노래들이 재생됐다.

“오……!”

뉴블랙이 선정해 준 장르는 바로 디스코 풍의 펑크 음악.

그게 아이돌 음악에선 어떨지 궁금했는데 듣자마자 느낌이 딱 왔다.

쿨한 느낌이 나면서도 신나는.

노래의 리듬에 맞춰 어깨를 들썩이는 춤을 추던 이들이 웃었다.

하지만.

‘미묘한데…….’

좋기는 한데 딱 이거다, 하는 삘이 오지 않았다.

11번째 곡까지 들었을 때.

출연진들은 어떤 곡을 뽑을지 갈팡질팡하는 중이었다.

“자, 마지막 곡입니다.”

마지막이란 이야기에 출연진들이 온 신경을 집중했다.

그리고.

“……!”

시작부터 범상치 않은 리듬에 눈이 번쩍 뜨였다.

그와 함께 훅 치고 들어오는 멜로디.

김의지가 저도 모르게 허벅지를 탁! 치고 있는 동안 멤버들도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지금까지의 고민이 훨훨 날아갔다.

‘이거다!’

이거일 수밖에 없었다.

트렌디함의 결정체가 담긴 12번째 곡.

자유분방한 정장을 입은 6인조가 무대에서 춤을 추고 있을 모습이 선명하게 그려졌다.

표정관리를 해야겠다는 것도 잊은 채 예능인들의 입꼬리가 끝을 모르고 올라갔다.

‘대박이다.’

들을 때마다 이건 내 파트다, 이건 누구 파트다 하는 느낌도 들고.

이 노래를 반드시 타이틀곡으로 올려야겠다는 생각이 스쳤다.

다른 스탭들도 마찬가지였는지 마지막에 등장한 노래에 ‘오’ 하며 서로를 바라보았다.

“우와아.”

노래가 끝나고 감도는 적막.

소리 없이 웃는 멤버들에게 신무록 PD가 물었다.

“투표는 모두 마치셨나요?”

“네.”

“그럼 지금부터 곡에 대한 정보를 공개하겠습니다.”

표형원을 포함해 유명 작곡가들도 있고, 처음 들어보는 신인 작곡가들도 섞여 있는 가운데.

대망의 12번째 곡의 정체가 공개됐다.

“제목은 주목하라는 뜻에서 ‘Attention’이고요.”

“오. 우리 이름이랑도 비슷하네.”

“공동작곡으로, 작곡가분들의 이름은 나상윤과 우주선.”

“야이!”

곧바로 정체를 눈치 챈 예능인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신무록 피디가 웃었다.

“……일단 이름은 이렇게 보내 주셔서요.”

멤버들이 웃었다.

‘엄청 부담스러웠나 보네.’

사안이 사안인 만큼 조심스럽게 접근한 모양이었다.

이윽고 다시 한번 토론 끝에 만장일치로 ‘Attention’이 6표를 얻은 후.

모범주가 짓궂게 웃으며 말했다.

“그래서 지금 작곡가님과 연락 가능한가요?”

“네. 안 그래도 기다리고 계셨어요.”

핸드폰 하나가 테이블에 올려졌다.

김의지가 구수한 웃음을 흘리며 불렀다.

“우주야~”

-네?

헬륨 가스를 마신 듯한 목소리에 모두 정신없이 웃음을 터뜨렸다.

“우주 아니야?”

-아닌데요~ 저는 신인 작곡가 우주선인데요~?

“그럼 우주선 씨?”

-네. 반갑… [습니 어. 뭐야.]

“푸하하하!”

음성 변조가 풀려서 나온 본 목소리에 다들 웃었다.

‘얘 진짜 웃긴다니까’ 하는 이야기가 오갈 때.

수화기 건너편에서 실시간으로 [슈우우우웁] 하며 풍선 속 헬륨을 빨아들이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아아~ (형 목소리 대박 웃겨여~) (조용히 하라니까안~!) (꺄하하하학!) 야! 이놈들아! 저리 가!

단체로 헬륨 파티였다.

“우주 씨?”

-아뇨~ 우주선입니다~

“부담스럽고 민망해서 우주선으로 보냈구만?”

-…….

“그냥 점 찍고 얼른 나와라. 우주야. 모르는 척해 줄게.”

잠깐의 침묵이 흐른 후.

-그러엄… 기다려 주세요~ 나 피디님이랑… (꺄하하학! 우리 방송국 가여?) (아아! 엄마가 섬 그늘에~) (조용히 해애~!)

듣기만 해도 정신이 쏙 빠지는 배경음에 스탭들과 출연진의 웃음이 터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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