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399)화 (399/1,031)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399화

그날 저녁, 여의도 PBS 방송국 대기실.

메이크업을 마친 내가 거울을 확인했다.

“아이고. 좋구만~”

늙은이 추임새라며 비난하는 목소리들을 무시하며 거울 속 내 모습을 확인했다.

화장이 정말 잘 먹었다.

내 얼굴을 빤히 바라보는 동생들에게 ‘뭐?’ 하는 눈빛을 보낸 후, 메이크업 쌤에게 꾸벅 인사했다.

“감사합니다. 쌤.”

“오늘 메이크업 엄청 예쁘게 됐네.”

“그죠?”

오른쪽 눈가 아래 작은 점을 가리키며 말했다.

“점 찍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쌤.”

“근데 진짜 잘 어울려. 우주야.”

출연진들이 점 찍고 나오라고 해서 진짜 점을 찍었다.

유명 드라마에 나온 복수의 화신이 된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TJ 시절 연습생 숙소에서 엄청 재미있게 봤는데.

셀카를 몇 장 찍어 김덕순 여사에게 보냈지만 1이 지워지지 않았다.

“답장을 안 하네.”

“아직도 삐지신 거 같은데여.”

“그러게.”

할머님이 왜 삐졌냐고 궁금해하는 우리 회사 직원들에게 내가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그제인가 파란색 옷을 하나 샀다고 사진 찍어서 자랑했거든요.”

“그런데?”

“제가 답장으로 유바바 닮았다고 보냈더니…….”

“유바바?”

“이거요.”

사진을 본 이들 모두가 웃음을 터뜨렸다.

유명 애니메이션에 나왔던 대두 할머니 악당의 사진이었다.

이건 반드시 사과해야 한다는 조언들에 내가 슬픈 눈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곤 기지개를 켰다.

“후우…….”

설 이후로 간만의 방송국 녹화라 그런가.

실없는 소리를 주고받으며 긴장을 풀고 있을 때 옆자리가 눈에 들어왔다.

달달달달.

“…….”

달달달달달.

오한이 든 사람처럼 팔다리를 떨고 있는 나상윤 피디님이었다.

어찌나 떨고 있는지 보고 있던 내 몸의 긴장이 탁 풀리는 느낌이었다.

“우와.”

뒤에서 기웃기웃하며 구경하던 지호가 물었다.

“그렇게 떨리세여?”

“어, 으응…….”

“썸씽 음방 나가기 전날 리혁이 형이 이랬던 거 같은데.”

뒤에서 답이 들려왔다.

“무, 무슨 소리야? 나는 그 정도로 안 떨었어.”

바로 그 순간.

당시 자리에 있었던 모든 관계자가 이구동성으로 답했다.

“떨었어.”

“…….”

거북이처럼 옷 속으로 얼굴을 쏙 숨긴 리혁이가 구시렁거렸다.

그때 대기실의 문이 열리고 미프의 스탭이 들어왔다.

“두 분 준비하실게요!”

“네!”

크게 대답하고는 달달 떨고 있는 나 피디님에게 손을 내밀었다.

“가요. 피디님.”

“그, 그래.”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녹화를 앞두고 엄청 떨고 있는 작곡가에게 말했다.

“특별할 거 없는 내용이잖아요. 선정된 곡에 대해 소개하고, 인사 정도 하면 끝날 거예요.”

“평범한……?”

“네.”

차분한 표정을 짓던 작곡가가 눈을 깜빡이며 말했다.

“우주야.”

“네.”

“눈 밑에 점 찍은 사람이 그런 말을 하면 하나도 설득력이 없어…….”

대체 어디가 평범한 거냐고 말하는 이에게 내가 웃음으로 답했다.

*   *   *

“왔다!”

스튜디오에서 꽁트를 하고 있던 미프의 멤버들이 입장하는 두 사람을 반겼다.

MC인 김의지가 외쳤다.

“시청자 여러분, 저희 타이틀곡을 작곡해 주신 우주선과 나상윤 작곡가님입니다.”

깡마르고 잔뜩 긴장한 표정의 작곡가와 함께 점을 찍은 뉴블랙의 리더가 웃으며 등장했다.

두 사람을 자리에 앉힌 후.

“우리 나 피디님은 저번에 어머님 영상편지로 뵀죠?”

“아, 예…….”

“우주선 작곡가님은 저희와 초면인가요?”

“네. 처음 뵙네요. 반갑습니다.”

천연덕스럽게 웃으며 모르는 척하는 모습에 예능인들이 키득거렸다.

김의지가 물었다.

“신인 작곡가라고 들었는데.”

“아, 네. 이번에 Attention으로 처음 데뷔를 했습니다.”

“정말 곡이 좋더라고요.”

미프 멤버들이 웃으며 말했다.

“안 그래도 프로듀서인 우주 쌤이 ‘전국의 내로라하는 작곡가와 숨은 고수들’이 곡을 보낼 거다, 라고 했거든요. 그러면서 자긴 그분들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라고.”

“…….”

“처음엔 우리 우주 쌤인가 싶었는데, 설마 그렇게 단호하게 거절을 하고 보내셨을 리도 없고.”

예능인들이 활짝 웃으며 외쳤다.

“우주선 작곡가님이 그런 숨은 고수였던 거네요!”

“……뭐, 그.”

민망해하는 선우주의 반응에 그들이 쾌재를 불렀다.

통쾌하다고 할까.

그간 계속해서 당하기만 했는데 마침내 역습의 시간이었다.

추기석이 신나서 말했다.

“그러고 보니 선우주 씨랑 많이 닮으신 것 같은데, 혹시 무슨 관계가 있나요?”

“전혀 관계없습니다.”

“다행이네요. 그분 진짜 별로인데.”

추기석의 해맑은 웃음에 스탭들과 구경하던 뉴블랙 멤버들이 박수를 치며 좋아했다.

자칭 우주선 씨가 입을 오므리고 있는 동안 아저씨들이 깔깔 웃었다.

“나도 그분 별로야.”

“잔소리도 엄청 많으시고. 입은 웃는데 눈에선 막 레이저를 쏜다니까.”

“우주선 작곡가님은 어떠세요? 우주 쌤이랑 만나본 적 있으세요?”

상대가 웃으며 말했다.

“네, 정말 좋은 분이었어요.”

“안 친해서 본색을 안 드러내셨나 보네.”

“아니에요. 정말 친합니다. 눈빛도 정말 선하시고.”

“자기 입으로 저런 말 하는 거 쉽지가 않은데, 역시 탑 아이돌도 아무나 하는 게 아니에요.”

안재희의 감탄에 다들 웃으며 놀렸다.

우주가 애써 웃으며 화제를 돌렸다.

“일단 선우주 씨에 대한 이야기는 이쯤 하고, 곡 이야기를 하는 게.”

“아니.”

김의지가 웃으며 물었다.

“예능은 처음 아니세요?”

“네, 맞습니다만…….”

“작곡가님이 예능을 모르시네. 원래 이런 스몰토크로 기름칠을 해야 녹화가 잘 되는 거예요.”

“아, 예…….”

“요즘엔 작곡가분들도 미튜브 많이 하시던데. 이래서 방송 잘하실 수 있겠어요?”

“…….”

촉촉한 눈이 허공을 바라보았다.

다들 박수를 치며 웃는 동안 모범주가 ‘저기 구독자가 몇 백만인데…’ 하며 웃었다.

한국 미튜브 채널 구독자 1위를 이룩한 주인공이 예능인들의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을 때.

홍석이 물었다.

“맞다. 아까 통화하실 때 헬륨 풍선은 어디서 나신 거예요? 따로 구한 거예요?”

“아뇨. 그건 아니고요. 숙소 앞에서 틴스피릿 선배님들과 마주쳤는데 그분들께 선물로 받았습니다.”

“틴스피릿이요?”

“숙소 이웃입니다.”

다른 이들이 신기하다는 반응을 보일 때, 남도훈이 말했다.

“신인 작곡가답지 않게 인맥이 대단하네요. 근데 방금 숙소라고 하신 거 같은데?”

“잘못 들으셨네요. 저는 집이라고 했습니다.”

뻔뻔하게 답하는 모습에 예능인들이 만족스러운 웃음을 흘렸다.

‘잘하네.’

센스 있게 방송 분량을 뽑아내는 뉴블랙의 리더가 기특하게 느껴졌다.

그러는 한편, 옆에서 달달 떨고 있는 작곡가에게 포커스를 옮겼다.

“우리 나상윤 피디님. 어머님께 영상 편지 이야기는 해 드렸나요?”

“네. 그런데 그거 편집 어떻게 좀…….”

“그럼 쓰나요. 어머님에게 쓰신 편지인데 반드시 내보내 드려야죠.”

“…….”

민망해하는 나상윤에게 그들이 물었다.

“이번에 신인 작곡가 우주선 씨와 함께 한 작업, 어떠셨습니까?”

“하…….”

설명할 필요 없는 탄식에 모두 웃음을 터뜨렸다.

“왜요? 어떠셨는데요?”

“너무 힘들었습니다. 여러분들이 떠나고 난 다음에 곡을 작업하려고 했는데.”

어떤 식으로 ‘Attention’이 탄생했는지 눈물겨운 탄생 비화를 읊는 나상윤 피디였다.

방송 울렁증도 잊고 한참 하소연하던 나 피디가 정신을 차리고 말했다.

“그래도 우리 우주선 작곡가님 덕분에 제가 이렇게 미프에도 출연을 다 해 보고. 가문의 영광이죠.”

“어머님께 다시 한번 인사 드려 보시겠어요?”

“엄마! 저 TV 또 나왔어요!”

카메라를 향해 인사하는 모습에 다들 웃었다.

작곡가로서 방송에 출연했다는 사실이 기쁜지 나상윤이 말을 이었다.

“그리고 곡을 도와준 우리 우주선 작곡가에게도…….”

“자! 훈훈한 건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아니.”

우주가 다급하게 끼어들었다.

“더 안 들으실 건가요? 좋은 이야기가 많이 남아있는데.”

“방송이란 게 무한정 녹화할 수 있는 게 아니거든요. 훈훈한 건 여기까지 하고 넘어가겠습니다.”

“아니…….”

우주가 괴로워하자 멤버들이 짓궂은 미소를 지었다.

김의지가 작가들이 쓴 스케치북을 보며 말했다.

“작가들이 그러는데 작업 로그 영상도 보내 주셨다고 하네요?”

“오오.”

“원래 나상윤 피디님이 작업 기록하려고 켜 놓은 셀프캠인데, 우주선 씨가 분량을 다 뺏어 갔다고.”

“…….”

어떤 식으로 ‘Attention’이란 곡이 탄생했는지 1부터 10까지 기록되어 있다는 영상인 듯했다.

나중에 비하인드나 본방송에서 확인하라는 말을 한 후.

“그럼 잡담은 여기까지 하고. 이제 곡에 대해 이야기를 한 번 나눠 볼까요?”

“네!”

메모를 한 수첩이 따로 있는지 뉴블랙 측에서 주섬주섬 뭔가를 꺼내는 게 보였다.

중현이 성큼성큼 걸어와 수첩을 건네주었다.

다이어리를 받은 우주에게 미프의 멤버들이 장난스럽게 물었다.

“방금 저분 뉴블랙 아니에요?”

“아닙니다. 제 비서인 감자 군입니다.”

중현이 카메라를 향해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고구마입니다.”

출연진들이 큰 웃음을 터뜨렸다.

“야! 자기들끼리도 합이 안 맞네!”

“미치겠다. 정말.”

“어흠흠… 자, 곡에 대해 이야기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꿋꿋이 무시한 우주가 타이틀곡으로 선정된 ‘Attention’에 대해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방금 전까지의 장난스러운 눈빛이 아니라 진지한 표정이었던 탓에 예능인들도 애드립을 멈추고 집중했다.

“일단 제일 먼저 주목한 건 여러분의 색깔이었어요.”

“색깔?”

“음악적인 색이요. 예를 들어 옷도 자기가 평소 잘 입는 옷을 입어야 잘 어울리잖아요.”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뉴블랙 외에 다른 그룹의 음악을 만들어 보는 건 처음이라서 이런 색을 파악하는 데 주력했어요.”

“그래서 우리한테 음악 취향 리스트를…….”

“네. 그걸로 파악을 했는데 선배님들 대부분… 좋아하시는 노래들이 2010년보다 이전 노래들이더라고요.”

늙은이들이 머쓱한 미소를 지었다.

“공통적으로 좋아하시는 노래는 굉장히 흥겨운 댄스 음악이거나 반복되는 리듬, 단순한 코드 진행이 특징적이었고요.”

“아. 공모곡 요구 사항에 적힌 게 그거였구나.”

곡을 공모할 때 돌린 공지사항의 문구들의 정체를 깨달을 때.

나상윤 피디가 말했다.

“보컬의 음색도 고려했습니다. 일단 20대인 홍석 님부터 40대인 김의지 님까지 스펙트럼이 다양하시니까.”

꼼꼼하게 들어가 있는 디테일에 감탄이 나왔다.

우주가 웃으며 말했다.

“일단 이런 부분들은 곡 외적인 이야기고, 이제 곡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을 드려도 될까요?”

“네!”

“노래 재생 부탁드리겠습니다.”

다시 한번 ‘Attention’이 재생됐다.

박수를 빠르게 짝짝- 치는 도입부.

곧바로 이어지는 강렬한 인트로에 다들 재차 감탄할 때, 우주가 코멘트를 붙였다.

“시청자 분들께서 ‘미스터 프로듀서’에 가지고 있는 이미지 중 가장 큰 부분은 바로 친근함이잖아요.”

“그렇죠.”

“그런 친근함을 반전으로 이용하기 위해 일부러 첫 파트를 강렬하게 만들었어요.”

리스너로부터 ‘어? 이게 미프 노래라고?’ 하는 반응이 나오게 하려는 게 목적이라는 듯했다.

“예상과 다른 게 나올수록 집중을 하게 되잖아요.”

우주가 웃으며 말했다.

“그리고 이 첫 파트는 홍석 선배님께서 센터로 나와 소화해 주셨으면 해요.”

“제가요…?”

“네. Attention의 도입부는 정말 트렌디하게 깔았거든요. 가장 최신 음악 느낌이기도 하고.”

최신 음악과 잘 어울리는 연령이기도 하고, 비주얼인 멤버를 내세우자는 전략에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우주의 손짓에 제작진이 멈췄던 노래를 이어 갔다.

그리고 후렴에 가기 전쯤에 끊었다.

“리듬은 반복되고 있지만 점점 멜로디가 바뀌죠? 친근하고 익숙한 느낌으로?”

“오… 진짜 그러네.”

“여전히 흥겹지만 후렴으로 갈수록 미세하게 복고풍의 느낌이 나잖아요.”

일부러 그렇게 설계했다는 모양이었다.

낯선 멜로디에 이끌려 귀를 집중하고 있는 리스너에게 익숙하고 중독성 있는 후렴을 주입하도록.

그 말마따나 몇 번 듣지도 않았는데 후렴이 귓가에 맴돌기 시작했다.

“자세히 들어보시면 사운드가 조금씩 다른데, 나상윤 피디님께서 이런 부분을 맡아 주셨어요.”

“네. 처음에 시작하는 사운드는 현재 2016년도의 최신 음악 트렌드를 레퍼런스로 했지만 후렴 쪽으로 갈수록 과거 음악의 느낌도 나도록 했어요.”

“진짜요? 하나도 안 촌스러워서 몰랐는데…….”

감탄하고 있는 안재희에게 우주가 웃으며 말했다.

“참, 후렴 어떠세요?”

“나?”

“선배님께서 부르신 발라드 노래에서 아이디어를 얻었거든요.”

“아…….”

“고음 시원하게 지르실 수 있도록 만들었어요. 선배님 목소리와 정말 잘 어울릴 것 같습니다.”

안재희가 쑥스러운 미소를 지을 때, 뉴블랙의 리더가 설명을 이어 갔다.

“복잡하게 말씀드렸지만 사실 구조 자체는 굉장히 간단한 노래예요. 1절과 2절 모두 리듬을 반복하면서 현재에서 과거로 넘어가고.”

3절에서 흥이 폭발하는 파트가 이어졌다.

고조되는 리듬에 우주가 어깨춤을 추며 웃었다.

“브릿지에서 현재와 과거의 소리가 섞이면서 폭발하도록 만들었어요. 댄스 브레이크 넣으면 멋질 거 같죠?”

이어서 나상윤 피디와 우주가 곡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덧붙였다.

미프의 출연진이 입을 멍하니 벌렸다.

‘우와…….’

그들이 들었을 때는 ‘진짜 신나네~’ 하면서 마냥 즐겁게 들었는데, 디테일이 장난 아니었다.

사람이 달라 보인다고 할까.

달달 떨었던 깡마른 체구의 나상윤은 물론이고.

지금 세상에서 제일 활기찬 표정으로 말하고는 있는 누군가는 말할 것도 없었다.

그림 같은 외모 덕분인지 환하게 올라간 입꼬리가 눈에 선명하다.

‘얘는 음악을 진짜 좋아하는구나.’

그런 뉴블랙의 리더를 보며 그들이 잠시 의문에 빠졌다.

‘전 기획사는 왜 이런 애를 방출한 거야…?’

방송 나가면 배가 꽤나 아프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한번 흘러나오는 ‘Attention’의 흥겹기 그지없는 비트에 그들이 감탄하며 말했다.

“다시 들으니까 또 이런 게 다 보이네.”

“진짜 신기하다.”

그리고 앞에서 미소를 짓고 있는 우주를 보며 추기석이 최대한의 존중을 담아 말했다.

“너희 진짜… 그 자리에 꽁으로 올라간 게 아니구나.”

“흐하핫!”

“야. 기석아. 공영방송에서 표현이 그게 뭐냐.”

스탭들과 구경하던 뉴블랙 멤버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모범주가 물었다.

“원래 그러면 평소에도 이런 식으로 꼼꼼하게 작업을…?”

“아뇨.”

나상윤이 대신 말했다.

“앨범 작업할 때는 이거의 10배 정도… 더 하죠.”

“흐어.”

“우주뿐만 아니라 멤버들도 다 작곡을 공부해서, 요즘엔 거의 한 달에서 몇 달 가까이 이렇게 작업을 합니다. 특히 이번 타이틀에는 5명 모두가 참여를 해서…….”

깨알 같은 앨범 홍보에 뉴블랙 멤버들이 잘한다는 듯 손을 흔들었다.

우주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요즘에는 동생들의 도움을 많이 받아요.”

“동생들이요?”

몹시 기쁜 와중에도 예능인들은 본분을 잊지 않았다.

“동생이라니요? 지금 우주선 작곡가님 아니에요?”

“…무, 물론이죠. 저는 작곡가 우주선입니다.”

미프 멤버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작곡가님, 그럼 곡비는 얼마를 보시는지?”

“시세의 한 10배 정도…….”

“욕심이 많으시네요.”

“제가 먹여 살려야 할 입이 많습니다.”

이내 5만원을 주고받으며 계약을 마치는 가운데, 미스터 프로듀서 멤버들의 표정은 몹시 밝았다.

‘대박이야. 정말.’

프로젝트도 중요하지만 일단은 화제성을 끌어모으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는데.

활동까지 성공적으로 이끌어 줄 노래가 손에 들어와 있었다.

그 때문인지 신무록 피디와 작가들도 연신 입이 귀에 걸릴 정도로 좋아하는 중이었다.

그렇게 곡에 대한 일을 마무리 지으며 녹화가 종료됐다.

“고생하셨습니다!”

녹화가 끝난 후에도 스튜디오 안에는 웃음소리가 멈추지 않았다.

어디선가 불어오고 있는 대박의 기운 때문이었다.

*   *   *

미프 멤버들에게 곡을 넘겨준 후.

4월의 마지막 주를 맞이한 우리는 뮤직 비디오 촬영에 들어갔다.

“안녕하세요. 감독님!”

“으아아…….”

“1억 뷰의 아이들이 왔습니다.”

왜 우리만 만나면 저렇게 앓는 소리부터 내는 사람들이 있는 걸까.

제주도 리얼리티를 촬영하면서 섭외한 ‘Nine’의 감독님이 너털웃음을 보였다.

“요즘 스케줄 엄청 빡세다고 들었는데 여전히 활기차구나.”

“점심에 제육볶음 먹기로 했거든요.”

중현이가 행복한 고구마처럼 웃었다.

하루 내내 진이 빠지는 뮤비 촬영인 만큼 매니저들이 특별한 도시락을 공수해 오기로 약속한 터였다.

메모 가득한 대본을 보여 주며 설명하는 감독님에게 집중할 때.

“……?”

촬영장에 BGM처럼 흘러나오는 낙화(落花)에 감독님이 멈칫했다.

그러곤 혀를 내둘렀다.

“진짜 좋네. 너희 이번 노래 엄청 독특하다.”

“마음에 드세요?”

“전통악기 사운드가 들어간다고 하고 주제도 작별이라고 해서 아, 이거 내 전문분야가 아닌데 어떻게 촬영하지… 하고 고민했는데, 노래가 진짜…….”

“예상하셨던 거랑 다르죠?”

상대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곤 독특한데 자꾸만 귀에 잔상처럼 남는다는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노래가 좋다고 생각하는 건 감독님만이 아닌지 스탭들도 노래가 나올 때마다 중간중간 하던 일을 멈췄다.

지호가 웃으며 말했다.

“제가 만든 노래예여!”

“아. 그렇구나.”

뮤비 감독님의 국어책 대사에 우리가 웃음을 터뜨렸다.

전혀 믿어 주지 않는 눈빛에 지호가 입을 비죽일 때, 감독님이 대본을 팔락이며 말했다.

“Nine 때도 그랬지만 너희가 이번에 제시한 아이디어도 엄청 좋더라.”

“정말요?”

“그런데 이걸… 누가 하려고? 누가 해도 괜찮을 거 같긴 한데.”

“잠시만여.”

잠시 시간을 요청한 동생들이 치열한 토론을 하기 시작했다.

리혁이가 목청을 돋우며 말했다.

“처연한 느낌을 줘야 하는 거잖아요? 이건 그런 파트를 소화하는 내가 해야죠.”

“전혀. 형이 하면 궁상이에여.”

“야.”

“이렇게 해야져~”

지호가 아련한 표정 연기를 하며 손을 나긋하게 뻗었다.

너무나 그럴싸해 보였던 까닭에 위기감을 느낀 비주가 다급하게 발을 내디뎠다.

부드럽게 움직이는 팔다리가 한국 풍의 춤선을 살렸다.

“오오…….”

뒤에서 지켜보던 감독님과 내가 턱을 매만질 때.

강력한 경쟁자의 등장에 지호가 더욱 표정 연기에 힘을 주고 팔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렇게 빙글빙글 돌며 기 싸움을 하는 홍학들을 지켜보던 중현이가 말했다.

“가위바위보.”

“같은 생각이에요. 가위바위보 가죠.”

리혁이와 합세한 둘이 가위바위보를 주장했지만, 지호와 비주가 실력으로 뽑아야 한다고 반대했다.

그렇게 10분간의 옥신각신하는 줄다리기가 끝났을 때.

“해냈드아아!”

치열한 표정 연기로 감독님의 눈에 든 지호가 원하는 바를 쟁취했다.

분장실에서 가서 메이크업을 마친 막내가 발랄하게 뛰어오는 가운데, 감독님이 물었다.

“그런데 왜들 저렇게 하고 싶어 하는 거야?”

“제가 며칠 전에 저걸 했거든요. 예능 녹화하면서.”

“눈가에 점을……?”

“네. 그날 왜 그렇게 빤히 바라보나 싶었는데, 다들 엄청 부러웠나 봐요.”

눈 밑에 메이크업으로 눈물점을 찍은 지호가 카메라 앞에서 덩실덩실 춤을 췄다.

그리고.

실시간으로 막내의 유혹을 지켜보던 동생들이 시샘의 눈빛을 던지고 있었다.

“안녕하세여~! 저는 지호왕입니다~! 흐하핫!”

“…….”

“아, 이거 너무 재미있다!”

소리 없이 부들부들 대는 동생들을 보며 웃었다.

말은 안 해도 그날의 우주선 메이크업이 어지간히 부러웠던 모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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