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403)화 (403/1,031)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403화

지하 연습실.

선물 보따리를 푼 동생들이 우아아 했다.

“감사합니다, 선배님!”

“뭘요.”

태현이가 능글맞게 웃었다.

“오늘 녹화 잘 부탁드린다고 뇌물로 주는 거예요. 내가 미프처럼 큰 예능은 거의 처음이라.”

“제가 잘해드릴게여~”

“고마워요. 지호 씨~”

‘우리 악수 한 번…?’ 하면서 악수를 하고 꺄르륵 웃는 둘이었다.

이윽고 봉투에 든 간식거리를 발견한 중현이가 눈을 뒤집었다.

“음료가 다 제로예요!”

“아 그게, 내가 살이 잘 찌는 체질인데 음료는 좋아해서 미국에서 직구를…….”

동생들이 득달같이 모여들었다.

“뭐야, 체리 콜라에 제로가 있었어요?”

“대박. 미국인들은 뭐든지 제로로 만들어야 직성이 풀리나 봐여. 이것까지 제로가 있다니.”

“한 잔씩 마시자. 중현아! 종이컵 가져와라아아!”

“10초만 기다려요! 3층에서 가져올게요!”

바로 뒷전으로 물러난 태현이가 뺨을 살짝 떨면서 말했다.

“전혀 안 듣고 계시네…….”

“우리가 지금 다이어트한 지 한 달이 넘어서 그래.”

“한 달 넘었어? 그럼 인정.”

이해가 간다며 웃는 태현이었다.

이윽고 무설탕 음료들을 마시고 홍학 떼처럼 모여 기쁨의 춤을 추는 것도 잠시.

동생들이 간식거리들을 오물거리는 동안 나는 구석에서 손님을 맞이했다.

“선물 가져오느라 고생했네. 우리 애들 취향은 어떻게 알았대?”

“미튜브에 나와 있던데. 나도 짭플레야.”

내가 웃음을 터뜨리자 같이 키득거리던 누군가가 뭔가 떠올랐다는 듯 눈을 부릅떴다.

“아, 맞다. 지금 웃을 때가 아닌데.”

“……?”

“보상비 내놔. 이 사람아.”

“흐하하!”

“리얼리티에서 노래방 기계 100점 만드는 거 보니까 순 사기꾼이더만!”

나를 짤짤 흔드는 녀석에게 미안한 미소를 지었다.

리얼리티에서 100점 비법을 공개하며 연습생 시절의 일화를 밝혔는데.

그때 당시 가장 많이 아이스크림을 퍼 왔던 당사자가 분개하고 있었다.

“나는 사기 당한 것도 모르고…….”

“미안해~”

“내가 링크 보내 주니까 다들 어쩐지 연습생 때 좀 이상했다고 그러더라.”

다들 아이스크림 열심히 퍼 왔지.

그 동안의 사기에 보상을 하라며 닦달하는 녀석과 옛날 얘기를 나누며 웃을 때.

태현이가 웃으며 말했다.

“축하 인사가 늦었네. 체조콘 정말 축하해, 형.”

그러더니 연못에 사는 산신령처럼 뭉클한 표정을 지었다.

“많이 컸다, 선우주. 진짜…….”

“고맙긴 한데 불손하게 내려다보지 마라.”

“이 정도 연차쯤 됐으면 이젠 내가 형 아닌가?”

…이라고 하더니 고개를 거북이처럼 웅크리고 장난스럽게 올려다보는 녀석이었다.

순간 너무 못나 보여서 웃었는데 사실대로 말하면 삐질 것 같아 조용히 웃었다.

자기가 웃겨서 내가 웃은 걸로 알고 기고만장해진 녀석에게 물었다.

“너는?”

“음?”

“요새 바쁘지 않아?”

“늘 비슷하지. 그나마 정규 앨범이 하반기 예정이라 나름 널널하긴 한데.”

당분간은 신인 보이그룹 런칭도 있어서 일정이 여유롭다나.

그러더니 ‘아!’ 하며 웃었다.

“그걸 말 안 해 줬네. 나 이번에 첫 솔로 앨범 나온다?”

“오.”

“그니까 알지?”

‘곡?’ 하며 눈짓하는 녀석에게 내가 웃으며 말했다.

“시간 나면 써 볼게.”

“오, 웬일…?”

“타이틀이나 컨셉이야 회사 내부에서 다 정해졌을 거 아냐.”

“그치.”

“부담 없이 수록곡 공모하는 것 정도야 할 수 있지.”

“에이, 그게 어디야.”

희희낙락하는 TNT의 메인댄서를 보며 웃었다.

그 정도로 좋나.

누가 보면 곡이 꼭 필요한 사람으로 알 만큼 좋아하는데, 사실을 아는 입장에서는 그저 웃을 뿐이었다.

저 회사가 어떤 회사인데.

TJ 엔터의 A&R과 프로듀싱팀은 업계 1위로 불릴 만큼 위상이 높다.

데모곡만 한 달에 1,000여 개가 들어오고, 컨셉과 타이틀곡을 정하는 기획인력만 50명은 될걸.

시기의 차이만 있을 뿐 지금까지 실패한 프로젝트가 없었다.

솔로까지 성공이 보장된 TNT 멤버들이 자꾸만 ‘곡곡곡’ 하며 욕심을 부리니 얄밉기도 했지만.

다른 사람은 몰라도 얘한테는 언젠가 곡을 써 주겠다고 옛날부터 약속한 바 있었다.

“그렇다고 너무 기대하지는 말고.”

“염려 마세요~”

기대할까봐 김을 뺐는데 여전히 싱글벙글한 얼굴이었다.

“별로면 어때. 소장하면서 두고두고 들으면 되지.”

“망한 걸 왜?”

“그걸 들으면서 원숭이도 가끔씩 나무에서 떨어지는구나 하고 겸손한 마음을 되새기는 거지.”

“망하면 절대 안 보내 줄 거다.”

깔깔 웃는 녀석을 보며 고개를 저을 때.

무설탕 젤리를 흡입하며 춤사위를 벌이던 악마들 틈바귀에서 중현이가 손짓했다.

“형, 받아요.”

“와라.”

중현이가 투포환처럼 빙글빙글 던진 젤리를 쏙 받아먹었다.

태현이가 흥미를 보였다.

“재밌어 보이네. 나도…?”

“잘못 받으면 앞니 깨진다. 너.”

“범상치 않은 동네구만. 여기는…….”

TNT의 멤버가 동생들을 보며 감탄하고 있을 때.

달칵.

문이 열리고 사람들이 우르르 들어왔다.

“안녕하세요!”

촬영 장비를 설치하기 위해 들어온 PBS 스탭들이었다.

쉴 곳을 알려 달라는 태현이에게 회사 휴게실 위치를 알려 줄 때.

“참.”

“……?”

“나도 방송 나오자마자 보냈는데, 확인했어?”

“뭘?”

“작곡비.”

“……너도 5000원이냐.”

첫 방송이 나오자마자 지인들에게 5000원 폭탄을 맞은 터였다.

통장 잔고를 거슬리게 만들어 주겠다며 3333원을 보낸 은성이에겐 333원을 돌려보내 응수하고.

9인조 스트릿 보이즈에겐 인당 5000원씩 5만원을 받았다.

한조 [넉넉히 넣었다 (๑˃̵ᴗ˂̵)و ]

한조 [마지막 5천원은 우리 콘크리트의 몫]

바로 돌려보내니 서운하다고 난리가 났다.

경비원분을 통해 문화상품권 5000원과 긁을 500원을 전달한 아랫집 미소년들에게도 친절하게 반송하는 가운데.

유독 얘만 말이 없어서 이상하긴 했다.

“보내긴 했어? 받은 게 없는데.”

“보냈는데.”

“어느 통장?”

“어디긴 어디야. 형 옛날 통장이지.”

어플로 확인해 보니 진짜 내가 옛날에 연습생 때만 쓰던 통장에 잔고 [49,500원]이 보였다.

입금자 명에 ‘한태현’이 선명하게 들어왔다.

“…….”

잠깐 기분이 묘했다.

TJ에서 학비나 품위유지비 받을 때 썼던 통장인데 이걸 기억하는 사람이 있었구나.

고개를 들어 바라보자 상대가 씩 웃었다.

“어때, 감동을 노리기 위해 옛날 통장에다 보냈는데, 성공?”

와장창이었다.

그러고는 뿌듯해하는 녀석에게 물었다.

“근데 왜 49,500원이냐. 500원은 왜? 친구 할인?”

“아, 그거?”

태현이가 멋쩍게 웃으며 말했다.

“타행 이체 수수료 500원.”

“…….”

“통장 숫자 안 맞는 거 진짜 싫어서…….”

“…….”

왠지 모르게 납득이 가는 이유라서 수긍했다.

*   *   *

1시간 후.

미프 출연진과 함께 연습실에 모여 섰다.

“녹화 시작하겠습니다!”

모델 홍석이 손뼉을 짝- 치면서 카메라가 돌아갔다.

반송장처럼 서 있던 에이텐의 멤버들이 활기를 되찾았다.

“안녕하십니까! 시청자 여러분!”

“저희 에이텐(ATEN)이 중간 점검을 위해 레몬 엔터를 다시 찾아왔습니다.”

“와아아아아!”

우리가 손뼉을 치며 웃었다.

“연습은 많이 해 오셨나요?”

“매일 날밤을 새고 있죠.”

MC 김의지를 시작으로 에이텐의 멤버들이 엄청 연습하고 있다는 것을 어필했다.

안재희가 말했다.

“왜 아이돌들이 숙소 생활을 하는지 알겠더라고요. 집까지 거리가 있다 보니까.”

“고생하셨겠네요.”

“그런 의미에서 숙소 생활도 체험해 보는 건 어떨까요? 희망자에 한해서…….”

유부남 멤버들의 애타는 시선에 우리가 흐뭇한 미소로 고개를 저었다.

“안 돼요.”

“어째서…!”

“숙소가 필요할 만큼 시간이 부족하다고 하셨는데, 저희가 작가분들에게 제보 받은 영상이 있거든요.”

뜨끔해하는 이들에게 내가 웃으며 말했다.

“쉬는 시간에 MBTI 검사하는 데만 1시간을 쓰셨다고.”

“어흠…….”

“궁합 보실 시간에 연습을 하시는 것이 낫지 않았을까요?”

“선생님 또 눈에서 레이저 쏘시네.”

“무섭다니까. 차라리 우주선 때가 좋았어…….”

소심하게 흉을 보는 모습에 우리가 웃음을 터뜨렸다.

그때 추기석 씨가 눈을 부릅뜨고 나섰다.

“그런데 말입니다.”

“야야, 기석아. 의논하고 말을 꺼내. 또 무슨 말을 해서 혼나려고.”

“MBTI에 대해서 말씀을 드리려고요. 이거는요, 쌤들.”

추기석 씨가 진지하게 말했다.

“MBTI는 과학입니다!”

“흐하하하!”

“아니! 농담이 아니고 진짜예요! 이건 과학이에요. 맞춰 보고 소름이 막 우수수 돋는데…!”

예능 재미를 위해서 멤버들끼리 ‘우리 궁합 좀 보자’ 하면서 MBTI 검사를 했는데 정확했다는 모양이었다.

김의지가 물었다.

“뉴블랙 쌤들도 아세요. MBTI?”

“안 좋은 거 아니에요…?”

모두가 고개를 갸웃하는 와중에 비주가 말했다.

“저희 누나가 얼마 전에 문자를 보내 줬는데, 길거리에서 MBTI라는 걸 알려 주는 사람이 있으면 꼭 피하라고 했어요.”

“그렇게 들으니까 이상해 보이긴 하네요.”

사이비 종교로 알고 있는 비주의 모습에 모두 웃었다.

“그래서 우주 쌤 뒤에 숨어 계셨군요?”

“아니에요. 전혀 그런 것 때문이 아니에요.”

비주가 내 뒤에서 오른쪽으로 한 발짝 내디디며 시침을 떼자, 에이텐의 멤버들이 웃었다.

MBTI면 그거 맞나. 최근에 예능에서 궁합 검사할 때 쓰고 그러던데.

리혁이가 비주에게 설명을 해 줄 때, 지호가 말했다.

“저는 해 봤어여! ESTP!”

“오! 선생님! 저랑 잘 맞네요!”

죽이 잘 맞아서 하하핫 하는 이들에게 우리들이 말없이 웃었다.

출연진이 고개를 수그렸다.

“예, 연습만 열심히. 알겠습니다…….”

“선생님들 무서워서 농담도 못 하겠네요. 어쩌다가 우리가 이렇게 됐을까?”

“나는 와이프보다 얘네가 더 무서워.”

한탄하던 아저씨들이 곧이어 연습실 중앙에 섰다.

입으로는 실없는 소리를 하고 있지만 표정은 자신만만한 걸 보니 기대감이 들었다.

과연 어떨까.

짝짝-

박수 소리와 함께 시작된 노래.

다섯 명이 뒤돌아선 가운데 전주의 리듬에 맞춰 양옆에서부터 둘씩 몸을 돌려 짜잔했다.

배우들이 섞여 있어서 그런지 표정 연기가 일품이었다.

“오……!”

가운데 선 추기석까지 몸을 돌려 근사한 미소를 지은 후.

다섯 명이 왼쪽으로 워킹을 하며 빠져나가면서 뒤에 숨어 있었던 홍석이 앞으로 나섰다.

손을 이마에 올려 멀리 무언가를 보는 듯한 동작을 취하며 가사를 익살맞게 표현하는 홍석.

다른 멤버들이 그 뒤에서 안무를 받쳐 주었다.

“오오오……!”

정말 열심히 하셨다는 게 느껴진다고 할까.

흩날리는 땀방울이 보일 만큼 열정적으로 안무를 선보이는 이들의 모습에 절로 미소가 나왔다.

“허억, 허억…….”

엔딩 포즈까지 마친 후.

숨을 헐떡이며 ‘아이고’ 하고 주저앉은 이들이 칭찬을 갈구하는 얼굴로 물었다.

“어때요?”

우리가 환하게 웃으며 외쳤다.

“최고예요!”

“와아아아아!”

“진짜 이대로 한 달만 더 열심히 하시면 정말 근사할 거 같아요!”

“와아아아…….”

일단 인정을 받았다는 점을 기뻐하는 것 같다.

특히 모델 홍석은 안무를 여기까지 끌어올렸다는 사실이 뿌듯한지 눈가가 촉촉했다.

에이텐의 멤버들과 우리가 고생했다는 의미로 홍석의 어깨를 두드려 주었다.

“고생했다. 석아.”

“너무 잘하셨어여. 정말. 첫 파트 보고 진짜 놀랐어여.”

“……고마워요.”

뭉클한 분위기 속에서 고생 많았다고 다 같이 박수를 쳤다.

첫 녹화 시작하고 한 달.

한때 목각인형에서 이제는 데뷔를 앞둔 30대 연습생들의 모습에 기분이 몽글몽글했다.

“너무 잘하셨습니다. 진짜. 정말 선배님들께서 얼마나 연습을 하셨을지 상상도 안 가네요.”

“크으.”

대충 하루 8시간 반씩 하신 거 같다.

“너무너무 고생 많으셨고.”

“이제 쌤들의 ‘그런데?’가 나올 차례네요.”

“맞습니다. 두둥.”

두둥! 하며 눈에 힘을 주는 중현이 때문에 다들 웃음이 터졌다.

카메라 밖에서 구경하던 한태현이 매니저를 붙잡고 소리 없이 웃음을 터뜨렸다.

이윽고 평가를 기다리는 이들에게 비주가 말했다.

“너무 잘하셔서 저는 한 가지만 말씀 드리려고요.”

“불안한데…….”

“저번에 비주 쌤한테 영상 보내 주고 조언 하나 해 달라니까 3천 자 메시지를 보내셨어요.”

“아니에요! 이번엔 진짜 한 개예요.”

비주가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다른 건 다 잘하셨는데 딱 하나만 아쉬워서.”

“어떤 건가요. 선생님?”

“각자 자기 파트가 시작되거나 끝날 때 조금 다급하게 나오거나 들어가시는 게 보이더라고요.”

“아…….”

“무대에 서는 그 순간부터는 모든 순간이 다 자신의 파트라고 생각을 해야 되거든요.”

카메라 뒤편에 서 있던 모 그룹의 메인댄서가 고개를 끄덕였다.

비주가 부드럽게 말했다.

“자기 파트에 매몰되면 완성도가 떨어지게 돼요. 내가 해야 할 파트에 몰두하면 다른 부분이 눈에 안 들어오니까.”

우리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무대를 하는 내내 ‘내 파트 틀리지 말아야지’ 하고 생각하다 보니 정작 자기 파트가 아닌 부분에 약해지는 실수.

자기 파트가 끝나면 호다닥 들어가거나, 센터나 포커스에서 벗어나면 무의식적으로 긴장을 풀어 버리는 게 바로 그런 실수의 대표적인 예시였다.

“예를 들어서 저희 곡 중에 마스커레이드에서, 지호야.”

“넹.”

비주가 지호를 불러 시범을 보여 주었다.

자기 파트가 끝난 지호가 비주가 센터로 나서고 있을 때도 우아하게 워킹을 해서 빠져나갔다.

그제야 ‘아’ 하며 다들 납득했다.

“무대를 할 때는 모든 각도에서 누군가 나를 지켜보고 있다는 생각으로 하셔야 돼요. 어느 각도에서 어느 멤버를 보든 모든 순간이 멋져 보이도록.”

“알겠습니다. 쌤.”

그렇게 안무 연습에 대한 조언이 이어진 후.

마침내 게스트를 소개할 시간이 되었다.

“이제 데뷔를 한 달가량 앞두고 계시잖아요?”

“맞습니다!”

“몸과 마음이 가장 힘들 시기인데, 그런 선배님들에게 조언을 드리고자 멘토를 초빙했습니다.”

“오.”

“아무래도 조언을 드리기에는 저희 연차가 좀 그렇다 보니, 높은 분을 모셨어요.”

“몹시 높은 분입니당.”

태현이가 자신에게 향한 6mm 비하인드 캠을 향해 아이돌 미소를 지으며 손을 흔드는 동안.

우리가 박수를 치며 소개했다.

“바로 TNT의 한태현 선배님입니다!”

“와아아아아아!”

“TNT! TNT!”

환호 속에서 태현이가 손을 흔들면서 등장했다.

김의지가 이야! 하며 포옹을 했다.

“반갑다! 태현아!”

“다들 오랜만에 뵙네요.”

“머리색 예쁘네, 민트 초코 같다!”

“그래서 민트 향을 뿌리고 왔습니다.”

능글맞게 웃으며 미프의 출연진들에게 인사하는 태현이었다.

6년간 활동을 하며 여기저기 방송 출연을 해서 그런지 다들 안면이 있어 보였다.

촬영장 오자마자 반갑게 인사하기도 하고.

우리 곁으로 붙는 태현이에게 남도훈이 물었다.

“태현 씨가 여기는 어쩐 일이에요? 엄청 바쁘신 분으로 알고 있는데.”

“저희 리패키지 앨범 활동이 얼마 전에 끝나기도 했고, 멘토로 나와 달라는 섭외 요청을 받아서…….”

“아하.”

작가님들의 스케치북을 본 김의지가 능숙하게 멘트를 했다.

“듣자하니 뉴블랙 멤버 중에 한 명이 태현 씨와 친분이 있어서 작가님께 적극 추천했다고 하네요.”

“네, 여기 저의 절친이 있습니다.”

“우주 눈 피한다. 눈 피하네.”

“바로… 여기 있는 우주 씨가 저의 절친입니다!”

태현이가 활짝 웃으며 내게 어깨동무를 하며 말했다.

다들 미적지근한 반응이었다.

“전혀 안 친해 보이는데.”

“태현이는 어깨동무하는데 우주 손 모으고 있는 거 봐. 안 친하네.”

“아니, 그게…….”

태현이가 당황하고 있을 때 내가 웃었다.

“사적으로는 절친하지만, 지금은 공적인 자리기 때문에 이렇게 거리를 두고 있습니다.”

“친한 척하지 말라?”

“아, 아뇨! 아뇨!”

예능인들의 몰아가기에 나와 태현이가 팔짝팔짝 뛰었다.

“어? 진짜 친한가? 팔짝팔짝하는 폼이 비슷하네.”

“그럼 인정하는 걸로.”

맥락 없는 인정에 모두가 웃음을 터뜨리고 있던 때.

추기석 씨가 뜬금포로 경고했다.

“태현 씨.”

“네……?”

“혹시나 해서 말하는 건데 우주 쌤을 노리고 나온 거라면… 이분이 우리 사유재산이라는 걸 알아야 돼요.”

이번엔 동생들이 팔짝 뛰었다.

“저희 사유재산이에요!”

“맞다. 지금 에이텐이 뉴블랙 TV한테 렌탈하고 있는 중이니까요. 넘보실 생각은 금물입니다.”

“금물! 금물!”

유치원생들처럼 단체로 우와앙 하는 모습에 내가 벙 찌고, 태현이가 항변했다.

“아니, 정말 친해서 나온 거라니까요!”

작가들이 스케치북을 들자 예능인들의 눈이 예리하게 빛났다.

“방송 끝나고 5천 원 보냈습니까. 안 보냈습니까?”

“……인정합니다. 보냈습니다.”

예능인들이 박수를 치며 웃고, 스탭들도 웃음을 터뜨렸다.

태현이가 능숙하게 분위기를 이어 갔다.

“아니, 근데 보낸 게 죄는 아니지 않습니까?”

“하지만 목적이 불순하다는 건 탄로가 났죠.”

“아이… 아니, 선배님들 저 나오면 잘해 주시기로 약속했잖아요. 이러실 거예요? 정말로? 저 갑니다?”

7년차 아이돌만이 부릴 수 있는 땡깡에 멤버들이 ‘가지 마!’ 하면서 붙잡아 주었다.

모범주가 물었다.

“그런데 진짜 어떤 사이에요?”

신토끼 때 한 번 들려주었던 이야기를 다시 들려주자 다들 오오 하며 리액션을 보여 주었다.

김의지가 대표로 카메라를 향해 말했다.

“너무 좋네요. 우리 태현 선배님이 오셨다고 하니까 천군만마를 얻은 기분입니다.”

“진짜 아시아의 별이 왔어요!”

민망해서 손부채질을 하는 태현이를 예능인들이 실컷 놀린 후.

“나오신 김에 앨범 홍보도 하셔야죠. 최신곡 안무 좀 보여 주고 가세요.”

“갑자기요?”

“자! 지금부터 우리 아시아의 별, TNT의 양대 메인댄서인 한태현 씨의 춤을 보시겠습니다!”

“아니, 네. 알겠습니다.”

태현이가 멋쩍은 웃음을 보이며 중앙에 섰다.

그리고.

흘러나오는 음악에 맞추어 얼굴을 가렸던 한 손을 뗐다.

눈빛과 표정이 변하면서 촬영장 공기의 흐름이 대번에 바뀌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나른하게 풀린 표정으로 웨이브를 타는 모습에 작가님들이 물개 박수를 칠 때.

‘비주야.’

비주와 내가 눈빛을 교환하고는 뛰어들어가 뒤에서 백업 안무를 추었다.

처음에 의외라는 듯 멈칫하던 녀석이 웃으며 자연스럽게 우리와 합을 맞추었다.

그 동안 다른 동생들도 합류해서 흥을 돋웠다.

“와아아아!”

안무가 끝나고 태현이가 진짜 놀랐다는 얼굴로 우리와 하이파이브를 하며 웃었다.

기분이 진짜 좋아 보였다.

“고마워요. 어떻게 안무를…….”

“선배님이 오신다고 하셔서 미리 준비한 거였거든요. 원래는 저희가 보여 드릴 용도로 준비한 건데…….”

“진짜요? 정말 감사합니다. 뉴블랙분들.”

타이밍이 좋았다.

합동 안무가 그림이 좋았는지 예능인들과 신무록 피디가 만족스런 미소를 지었다.

내가 짐짓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물론 공짜는 아닙니다.”

“아니에요?”

“유료 서비스였어여!”

빵 터진 태현이에게 우리가 말했다.

“나중에 저희 포인트 안무 챌린지 같은 거 부탁드립니다. 선배님.”

“알겠습니다. 꼭 할게요.”

우리가 훈훈하게 웃는 동안 예능인들이 역시 뉴블랙이 사회생활을 잘한다며 감탄했다.

그렇게 게스트 소개 시간을 마친 후.

에이텐의 멤버들이 태현이에게 시선을 돌렸다.

“오늘 우리 태현 선배님께서 저희에게 조언을 해 주러 나오시지 않았습니까?”

“맞습니다~”

“이제 데뷔를 앞둔 신인 아이돌로서 저희가 어떤 점을 유념해야 할까요?”

“크게 일곱 가지 정도를 말씀드리려고 해요.”

“오오.”

태현이가 선배미 뿜뿜하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일단 첫 번째로는 ‘무대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것이고요.”

“……?”

“둘째로는 사람들의 반응에 대한 이야기인데….”

어딘가 낯익은 말과 배치 순서에 내가 웃음을 참았다.

그 동안 ‘흐음’ 하던 예능인들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안재희가 곧바로 선수를 쳤다.

“우리 우주 쌤의 십계명 중 두 번째, ‘뒷말에 귀 기울이지 말라. 사람의 귀가 들리게 되어 있는 만큼만 들어라.’ 아닙니까?”

“어……?”

“아직 방송 못 보셨구나. 저희가 이미 원조 맛집으로부터 전수를 받았어요.”

“십계명이요…? 7조가 아니고?”

눈을 이리저리 굴리며 당황하는 태현이의 모습에 다들 키득거리고 있을 때.

태현이가 고개를 기울이고 속삭였다.

“언제 10개가 됐어?”

“좀 됐어.”

“8, 9, 10번 좀 빨리 읊어 봐. 내가 지어낸 걸로 할래.”

이어지는 원조 동생의 독촉에 내가 요령껏 하라고 미소를 지어 주었다.

그리고.

능글맞게 생긴 얼굴이 아이돌 미소를 지었다.

“잠시 혼선이 온 것 같은데, 사실 이 10가지는 제가 만든 명언 모음집입니다.”

“선배님! 그래서 8번이 뭔가요?”

시선을 슥 회피하는 태현이의 모습에 다들 큰 웃음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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