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406)화 (406/1,031)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406화

일단 재생하기로 결정했다.

“매도 일단 맞아보는 게 낫다잖아여~”

“꾸물거리지 말고 얼른 틀어요. 얼른.”

자기 일 아니라고 희희낙락한 막내들에게 눈을 흘긴 후 심호흡을 하며 마음을 가라앉혔다.

손을 가져다 대려는 중현이를 막았다.

“내가 틀게.”

심호흡을 한 후에 손을 대려다가 다시 망설였다.

“아으이… 근데 이거 뭔데…….”

“빨리 틀어요. 빨리!”

내 어깨 양쪽에 2대2로 달라붙은 놈들이 얼른 보자고 재촉했다.

한숨을 푹 쉬며 꾹 눌렀다.

[안녕하세요. TNT의 한태현입니다.]

스킵이 안 되는 30초짜리 자선 캠페인 광고가 흘러나왔다.

잠시 소리를 0으로 만들며 기다린 후.

마침내 영상이 재생됐다.

처음에는 내가 기억하는 컨셉 회의 장면 그대로였다.

어떤 컨셉으로 데뷔곡을 내야 할지 고민하던 에이텐 멤버들이 ‘이거다!’ 하며 묻는 그 장면.

[섹시 컨셉 어때요? 그나마 가능하지 않나?]

[성숙미로 승부하는 섹시 컨셉 어떻습니까?]

내가 부정적인 견해를 피력하고, 비주가 안무 시범을 보여 주기 위해 일어났다.

[우리 C급 비주 쌤이다!]

[C급! C급!]

민망해하던 화면 속 비주가 이윽고 독무를 추기 시작하면서 우리가 웃음을 터뜨렸다.

편집 때문이었다.

[이것이 섹시다], [도발적인 눈빛] 등의 농염한 자막이 깔리면서 카메라 워킹도 꿀렁꿀렁거렸다.

비주가 두 손으로 얼굴을 덮으며 말했다.

“아으으… 나 왜 저렇게 치명적인 척하는 것처럼 나왔지.”

“괜찮아. 괜찮아.”

“저 진짜 부끄러워서 못 보겠어요…. 근데 안무 틀린 건 없죠?”

“하나도 없어. 잘했어.”

섹시함의 화신처럼 나온 누군가를 키득거리며 토닥여 주었다.

하지만 그것으로 내 웃음은 끝이었다.

곧바로 이어진 장면 때문이었다.

[이게 제일 쉬운 건데…]

턱을 쓰다듬던 내가 미프 출연진을 바라보았다.

의도한 건 아닌데 각도 때문에 묘하게 같잖다는 듯 바라보는 느낌으로 나왔다.

두둥 하며 긴장된 에이텐 멤버들의 얼굴이 확대되는 가운데.

섹시학계의 석좌 교수가 신입 학부생을 바라보는 듯한 얼굴이 두둥 하고 클로즈업 됐다.

[가능하시겠어요? SEXY..?]

훗 하는 내 얼굴과 함께 도발적인 핑크빛 자막이 몽실몽실~ 떠오르면서 할 말을 잃었다.

핑크색 구름이 뭉게뭉게 퍼지는 CG가 나오고.

큰 깨달음을 얻은 표정으로 ‘아’ 하고 탄복하는 출연진에게 내가 자애롭게 웃었다.

그 순간 연습실에 웃음이 터져 나왔다.

“흐하하하핫!”

“꺄하하핫! 흐핫!”

“아이고, 배야…! 흐하핫!”

복근이 땡기는지 배를 붙잡고 웃음을 터뜨리는 리혁이가 보였다.

멍하니 서 있는 내 팔을 비주가 팡팡 치며 웃고, 벽을 치며 웃는 중현이 때문에 연습실이 흔들렸다.

지호는 바닥에서 데굴데굴 구르고 있고.

“아니… 저게 그렇게 웃긴 장면이 아니었는데.”

“흐하하핫!”

2화가 나오면 분명히 화제가 되는 장면들이 나올 거라 예상했다.

추기석의 소리를 찾아 준 보컬 트레이닝이라든가, 중현이의 팔씨름이라든가.

그런데 전혀 예상 못한 장면이 조회수 1위였다.

당연하게도 댓글창은 온통 ‘ㅋㅋㅋ’ 천지였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어제 팔씨름까지 개터지면서 끅끅대다가 여기서 울었네요

-가족들이랑 보다가 여기서 진짜 빵터짐요ㅋㅋㅋ

-핑크구름 cg 미쳤나ㅋㅋㅋㅋㅋ

-대충 너희가 하고 싶다는 의지는 가상하지만, 그런 능력이 없을 뿐더러 이걸 보고도 하고 싶냐는 말이 한 표정으로 요약된 느낌입니다

-논문 주제 잘못 골라온 제자를 보는 교수님 같아요..ㅠ

-아이고 우주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짤 보고 들어왔는데 영상도 진짜 웃기네요

“짤?”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짤도 있다고?”

“짤이 있대여?”

“누구인가. 누가 짤 소리를 내었어.”

궁금해서 검색했던 동생들이 단체로 웃음을 터뜨렸다.

그럴 만했던 게.

영상으로도 진짜 웃겼다 싶었던 장면이 짤이 되니 거의 레전드처럼 나와 있었다.

‘가능하시겠어요?’가 들불처럼 드립으로 번지는 게 보였다.

“…….”

“흐하하핫! 그래도 형 못생기게 나온 건 아니잖아여. 엄청 귀엽게 나왔는데~”

“그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

눈앞이 막막했다.

아니나 다를까.

‘톡 못함’라고 상태메시지를 띄워 두어서 다행이지. 내가 들어간 단톡방들이 폭발하는 중이었다.

일단 우리 민초단 단원들이 신났다.

한조 [가능하시겠어요]

렉스 [S]

유건 [E]

LB [아 개웃겨]

유건 [나무 이새기 눈치 없어?]

금세 나무 씨를 불태우는 걸로 결론이 나서 다행이긴 했지만.

미프 출연진과 한 모 씨를 시작해서 정말 내가 아는 모든 지인이 짤방을 보내 주고 있었다.

계속해서 메시지가 차곡차곡 쌓였다.

“야. 김덕순 여사한테 짤 보낸 거 누구야. 자수해.”

“흐하핫!”

“그게 왜 거기까지 간 건데…?”

“으하하하!”

“그리고 프사는 언제 또 바꾼 건데, 너희 다…?”

약속했다는 듯 졸개들이 해당 짤방으로 메신저 프로필 사진을 바꾸었다.

“상태 메시지로 ‘소중한 우리 형’ 해도 소용없어. 사진 내리자. 동생들아.”

“안 돼여. 백년 만년 간직할 거예여~”

우리 김덕순 여사의 말을 빌리자면 정말 여기저기서 옘병인 상황이었다.

하필이면 시청률까지 잘 나와 버리는 바람에 더 환장할 노릇이었다.

-미스터 프로듀서, ‘21.9%’ 6개월 내 최고 시청률 기록

-‘미프’ 아이돌 프로젝트, 토일 예능 시청률 1위 고지 탈환.. ‘흥행 예감’

-트레이닝부터 작곡까지, 역대급 멘토의 등장.. ‘가능하시겠어요, 최고 시청률..♡’

예능 시청률이 10%도 넘기 힘든 시기에 22%였다.

특히 미프는 2030이 많이 보기에 재방송이나 다운로드로 보는 경우도 많다는 걸 고려하면.

……거의 전 국민이 다 봤다고 해도 무방했다.

물론 기왕 나온 거 반응이 핫할수록 좋은 거긴 했지만 당사자로서 민망한 건 어쩔 수 없었다.

특히.

“우주야!”

“안녕하세요. 차장님.”

“이번에 우리 동생네 애들이 사인 하나 받고 싶다고 하던데… 어때, 가능하겠니. 사인?”

“…….”

“흐하핫!”

“…진짜 너무하세요. 제가 하연이 돌잔치 선물까지 챙겨 드렸는데.”

나만 마주치면 ‘가능하시겠어요?’ 드립을 써 보고 싶어서 안달이 난 회사 사람들이 얄미웠다.

이게 그렇게 재미있냐고 물어봤더니 지호가 매일매일 새롭다는 답을 해 주었다.

진짜 주변 사람들이 죄다 밉고 얄밉고, 혼자 있고 싶고 그러긴 했지만.

다들 재미있게 봐주니 좋은 거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실제로도 좋은 게 맞고.

TF팀의 홍 과장님으로부터 긍정적인 모니터링 결과를 받았다.

“방송 반응이 저번보다 더 좋아.”

“그래요?”

“일단 우주 네가 작곡하는 모습이랑 리혁이가 보컬 코칭을 하는 장면이 굉장히 인상 깊게 나오기도 했고.”

“흠흠…….”

칭찬을 기대하는 리혁이를 외면하며 마저 이야기를 들었다.

“보통 트레이닝 장면은 지루하게 나오기 마련인데 거기서 재미를 뽑았다는 점도 플러스 요인이고.”

“오오…….”

“섹시… 는 말할 필요도 없겠지…?”

“과장님.”

부르르 떨며 눈을 지그시 감는 동안, 홍서영 과장님과 동생들이 악의 무리처럼 웃었다.

“아무튼 다음 주 되면 반응이 더 뜨거울 거야. 이제 Attention도 등장할 테고.”

“아…….”

“더 올라갈 일만 남았지.”

다음 주가 내가 우주선으로 등장해서 ‘Attention’을 주는 회차였다.

예고를 보니 내 얼굴은 나오지 않고, 놀라서 눈을 휘둥그레 뜨는 출연진의 모습만 나왔다.

2화에서 내가 워낙 ‘저 말고 다른 분이 타이틀을…’ 하며 완강하게 거절하는 걸로 편집을 해서 그런 걸까.

시청자들 사이에서 누가 과연 타이틀을 맡았기에 출연진들이 저런 반응인 건지 정체를 두고 추측이 오간다고 했다.

홍 과장님께 듣기로 그런 투표에서 내가 7위라나.

해당 회차가 방영되면 꽤나 반응이 좋지 않을까 싶긴 했다.

“콘서트 연습 열심히 하고 있어. 반응이나 그런 건 TF팀에서 모니터링해서 알려 줄 테니까.”

“감사합니다!”

“이제 프로듀싱팀으로 가니?”

“네, MR 리믹스 때문에 몇 가지 확인할 게 있어서요.”

새로 들어온 형섭 씨와 함께 프로듀싱팀이 콘서트 MR 중 몇 개를 개조했다고 들었다.

TF팀 사무실을 나가 프로듀싱팀으로 향하는 우리의 발걸음은 가벼웠다.

콧노래도 나오고.

기분이 엄청 좋았는데, 콘서트 MR도 있지만 무엇보다 내게 위안이 되는 사람이 거기 있기 때문이었다.

미프 2화가 방영되고 나서 나만큼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는 사람이 하나 있지.

“나 피디님~”

“어, 얘들아…….”

나상윤 피디님이 잔뜩 지친 얼굴로 우리를 맞이했다.

“피디님!”

우리가 활짝 웃으며 물었다.

“어머님 반응 어떠세요? 보내드린 영상편지 보셨대요?”

“…….”

“으하하핫!”

주변에서 구경하던 프로듀싱팀 직원들도 쿨타임이 됐다는 듯 슬금슬금 다가왔다.

“나 피디, 이제 좀 말해줘~ 어머님이 뭐라고 하셨는데?”

“나도 궁금하다.”

“아까 고등학교 동창들한테도 연락 왔다면서, 다들 뭐래?”

도망치는 누군가의 모습에 새로 들어온 형섭 씨까지 웃음을 터뜨렸다.

나와 함께 미프 2화의 가장 큰 피해자 중 하나는 바로 나상윤 피디님이었다.

“아, 묻지 마. 묻지 마…….”

“흐하핫!”

가능섹시에 이은 클립 조회수 2위의 주인공.

시청률 22%를 찍은 예능에서 ‘엄마한테 미프 나온다고 했단 말이에요~!’를 외친 누군가가 슬픈 얼굴로 도망쳤다.

*   *   *

미스터 프로듀서의 2화가 방영된 후.

수플레들은 완벽하게 축제 분위기였다.

-진짜 너무 웃겼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울 가족 보다가 흐느끼듯이 웃음

-저번에 비주 임팩트가 너무 쎄서 잔잔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역시 그건 내 착각이었고..

-정신 차리자 상대는 우리 애들이야

-우리의 소리를 찾아서 나올 때 ㄹㅇ 터짐ㅋㅋㅋㅋ

-남도훈이랑 중현이랑 팔씨름하는 영상 링크 좀ㅋㅋㅋㅋ 오늘부터 내 최애영상이야

1화 못지않게 2화도 임팩트 있는 장면이 많았다.

저번 화에 이어 움직이는 TV로 출연진을 트레이닝 시키는 멤버들의 모습도 웃겼지만.

메인보컬의 트레이닝에 안방과 거실이 웃음바다가 됐다.

[선배님. 잠시 밖으로 좀.]

소리를 찾지 못해 힘들어하는 추기석을 연습실 밖으로 데리고 나간 후.

‘악! 아아악!’ 하는 비명과 함께 소리를 찾아 주는 장면은 그날의 Best 5 중 하나였다.

[우리의 소리를 찾아서]라는 구수한 자막과 함께 아무도 밖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모르는 게 포인트였다.

팬이 아닌 일반인들도 보면서 웃음을 터뜨린 장면이었다.

-뭐야?? 뭐한 거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표정 태연한 거 개웃기네 ‘선배님의 소리를 찾아드렸습니다.’

-진짜 저 그룹엔 정상이 없구나

-악! 소리 날때마다 출연진들 사색 되는거 ㅅㅂㅋㅋㅋ

-tv 코칭할때 혼자 조용하길래 와.. 착하네ㅋㅋㅋㅋ 이러고 보고 있었는데

-아이돌이 본색을 숨김

-소리가 안 나던 내가 명창이 된 썰 푼다

겁에 질린 미프 멤버들의 반응이 화제가 된 가운데.

다이어트를 하면 근육이 빠지는 게 아니냐고 우려하는 남도훈에게 팔씨름으로 반증하는 장면도 이슈였다.

특히 ‘중현이는 지금 지치고 굶주린 상태예요.’하며 약하다고 안심시키는 말에 웃음이 터져 나왔다.

-제일 위험한 때 아니냐고ㅋㅋㅋㅋㅋㅋㅋ

-지치고 굶주린 맹수 vs 배부른 맹수 하면 무조건 후자 아님?? ㅋㅋㅋ

-남도훈 표정ㅋㅋㅋㅋㅋㅋㅋㅋ 잘못걸렸다x100

-체급 차이 진짜 상당한데 힘은 진짜 유전인가..?

팔씨름이 시작되면서 나온 내레이션도 웃음을 자아냈다.

PBS의 동물 다큐 프로에 나온 중년 성우까지 섭외해서 내레이션을 넣은 것이다.

[다이어트를 두고 두 남자간의 결투가 벌어집니다.]

[남도훈은 노련하고, 훨씬 더 큰 덩치를 가지고 있지만 젊은 도전자의 패기도 만만치 않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남도훈이 압도하는군요. 이런… 하지만 그때, 젊은 도전자가 반격에 나섭니다.]

박진감 넘치는 BGM과 함께 한 결투가 끝나고, 남도훈이 석양을 향해 퇴장하는 사자처럼 사라졌다.

그렇게 신들린 편집으로 셀 수 없이 많은 명장면이 탄생하는 한편.

방송적인 재미뿐만 아니라 세부적인 디테일에 대해서도 호평이 쏟아졌다.

-이름 진짜 잘 지었다 ㅋㅋㅋㅋ

-에이텐 입에 착 감긴다

-프로듀싱 진짜 다 할까 궁금했는데 진짜 다하네ㅋㅋㅋ 멘토링만 생각해서 의외임

-전문가들 투입돼서 뭐 할줄 알았는데 뉴블랙이 전문가였음

-보컬 이론 파고든 것부터 개빡세긴 했음

-근데 저렇게 하나부터 열까지 다 코칭해주면 실력이 안 늘수가 없을 거 같긴 함. 나 같아도 저렇게 뭐 가르쳐주는 학원 있으면 등록하고 싶음

-ㄹㅇ 저런 강사 없다

바로 뉴블랙의 프로듀싱에 대한 이야기였다.

1회에서도 그 부분에 관해서 간단하게 조명하긴 했지만, 디테일하게 나오니 감탄이 나왔다.

잘 모르는 일반인이 보아도 뉴블랙 멤버들의 수준이 범상치 않다는 게 느껴졌으니까.

[소리를 좀 더 끌어 올려 보세요. 위로.]

노래를 한 소절 듣자마자 발성의 문제점을 짚어내며, 자세를 교정해 주는 메인보컬도 있고.

해맑게 웃기만 하는 줄 알았는데 사소한 표정들을 포착해서 고쳐 주는 막내의 모습도 신선하게 다가왔다.

전문가가 자기 본업을 잘하는 것이야 당연한 일이긴 하지만 뉴블랙은 본업에 대해서 지식이 깊다는 게 느껴졌다.

단점으로는 그 때문에 말을 못 알아먹는 일이 종종 발생했지만.

[일단 데이드림 선배님의 ‘Rodeo’의 초반에 나온 것처럼….]

[우주야. 미안하지만 우리는 너처럼 노래를 잘 몰라.]

[아, 그러면…….]

아이돌 노래뿐만 아니라 온갖 옛날 노래까지 레퍼런스로 언급하며 설명하는 우주였다.

지켜보던 중년 시청자들도 ‘저런 노래가 있었나?’ 할 만큼.

그런 지식에 걸맞게 작곡 실력도 뛰어났다.

미스터 프로듀서의 팬송을 만들어 주겠다며 즉석에서 작곡하는 장면.

건반을 몇 번 두드리더니 곡을 슥슥 뽑는 뉴블랙 리더의 모습에 보고 있던 시청자들도 감탄했다.

-이거 다시 보러 왔다 ㅋㅋ

-본방 보면서 제일 신기했던 장면 중 하나ㅋㅋㅋ 처음엔 음? 싶었는데 끝나니까 곡이 만들어져 있더라

-작곡가 농락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머니한테 영상편지 쓰고 사라진 나상윤 님.. 기억하겠습니다

-완성되면 어떤 곡으로 나올지 궁금함,, 나 막귀인데도 듣기 좋았으

그러하기에 방송이 끝났을 때는 ‘작곡을 잘한다’는 사실이 모두의 뇌리 속에 깊게 파고들어 있었다.

더불어 뉴블랙 멤버들의 이미지도 확고하게 변해 있었다.

‘웃긴 애들’에서 ‘웃긴 전문가들’로.

1화에서 이어진 아티스트의 이미지가 강해지는 한편, 그런 프로페셔널함과 별개로 여전히 하찮은 모습에 정감이 갔다.

그리고.

‘이거 뭔가 나올 거 같은데…….’

2화까지 본 시청자들도 묘한 대박의 기운을 느끼고 있었다.

아직 프로젝트의 청사진 정도만 나왔지만, 왠지 모르게 뭔가 굉장한 게 나올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월요일부터 일상으로 돌아간 사람들의 입에서 미스터 프로듀서의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미프 봤어? 이번에….”

“…걔네 진짜 잘하긴 하더라. 보다가 깜짝 놀랐잖아. 내가 생각하던 거랑 완전 달라 가지고.”

“노래 만들 때…….”

그리고 전국 곳곳에서 사람들끼리 주고받던 대화는 모두 같은 의문으로 끝을 맺었다.

“근데 예고편에 나온 작곡가 누구야?”

“안 나오지 않았나…?”

바로 미스터 프로듀서의 타이틀곡을 주려고 온 정체불명의 작곡가에 대한 의문이었다.

“걔 아냐? 우주?”

“아닐걸. 본인이 안 한다고, 부담스럽다고 거절했잖아. 이번에 뭐 자기네 노래 나온다 하던데.”

“놀랄 만한 급이면… 허강민인가?”

대체 노래가 얼마나 좋기에 예고에서 그런 반응인 것인지 계속해서 의문이 맴돌았다.

그리고.

‘뭐가 재미있나…?’

예능에 대한 이야기에서 벗어나 조용히 지켜보고 있던 사람들도 3화부터는 한 번 봐 볼까 하고 생각했다.

1화와 2화에서의 빌드업으로 수면 아래에서 미프 3화에 대한 관심과 기대가 오르고 있을 때.

이번 프로젝트에 관심이 있는 것은 비단 국내에 한정된 이야기가 아니었다.

2화가 방영된 후.

한국 예능 중에서 해외 인기 1위를 달리는 프로그램답게 영어자막이 달린 영상들이 업로드 됐다.

-Mr. Producer Ep.406 (ENG SUB) 14/05/2016

중국과 동남아시아의 온라인 사이트에도 해당 국가의 언어로 된 자막이 달려서 올라왔다.

지구 반대편의 남미에도 영상이 올라올 때.

K-pop 그룹으로 데뷔하려는 에이텐의 이야기를 지켜보던 팬들도 멘토에 대해 관심을 보였다.

“……뉴블랙?”

한국 문화에 관심이 있다면 누구나 아는 그룹.

그 외에는 그리 자세하게 알고 있진 않았지만 2화를 시청하고 나니 관심이 무럭무럭 솟아났다.

‘궁금해.’

미프 멤버들 못지않게 잘생겼고, 소소하게 나오는 춤과 노래 실력도 범상치 않아 보이는 그룹.

검색 사이트에 뉴블랙을 검색하고는 이내 쏟아지는 정보량에 압도되는 한편.

미튜브의 뉴블랙TV에 접속한 해외 팬들은 호기심 어린 눈으로 영상 목록을 훑었다.

“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1억 뷰의 ‘Nine’ 뮤비를 클릭했다.

그것이 시작이었다.

자동 재생되는 영상들이 계속해서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귀여워.’

근사한 안무 영상이 끝났다 싶으면 웃긴 영상이 나오고.

실컷 웃었다 싶으면 진지하게 노래를 부르는 라이브 영상이 나왔다.

단짠단짠이었다.

‘하나만, 딱 하나만 더 보자.’

미스터 프로듀서로 뉴블랙을 접한 이들이 물 내린 화장실의 휴지처럼 빨려 들어오기 시작했다.

마침 새롭게 추가된 동영상도 그들의 관심을 끌었다.

[뉴블랙 - 낙화(落花) M/V Teaser]

떨어지는 꽃잎 속.

뮤비 속 멤버들의 모습이 흘러나오고.

검은 두루마기를 걸친 뉴블랙의 리더가 화면을 응시하며 양손에 든 새하얀 천을 활짝 펼치면서.

붓으로 쓴 ‘낙화’가 하얀 화면에 아로새겨지는 예고편이었다.

“허어…….”

한 번 보고 나면 자꾸만 뇌리에서 맴도는 영상이었다.

감정이 담긴 눈으로 화면을 응시하는 누군가의 모습에 다시 한번 재생을 누르게 된다고 할까.

그렇게 뮤직비디오 티저의 조회수가 서서히 오르기 시작했다.

아직은 드러나지 않고 있지만 수면 아래에서 시작되고 있는 변화 중 하나였다.

*   *   *

콘서트 전날, 목요일.

리허설을 위해 올림픽공원에 도착한 우리는 주변을 둘러보며 감탄했다.

“우와아…….”

5월 중순이라 그런가.

하늘도 화창하고, 어디선가 봄꽃 냄새가 향긋하게 몰려왔다.

근처에 있는, 저번 콘서트를 했던 핸드볼 경기장을 바라보며 묘한 감흥을 느끼고 있을 때.

“형들! 여기 봐여. 여기!”

호들갑을 떠는 막내의 손가락 끝을 따라 시선을 움직인 우리가 환하게 웃었다.

체조경기장의 전면에 붙은 대형 현수막 때문이었다.

[The New Black : On Parade]

놀이공원처럼 알록달록한 색의 현수막.

그렇게 체조경기장을 지나 공연장 주변을 둘러보던 우리는 더 환한 미소를 지었다.

숨을 쉴 때마다 가슴이 크게 부푸는 듯한 느낌.

기분 좋은 설렘이 가슴을 간질이는 동안 또 다른 멋진 풍경이 눈에 들어오고 있었다.

펄럭-

바로 올림픽 공원 곳곳에서 바람에 펄럭이고 있는 우리의 콘서트 현수막들이었다.

“진짜 콘서트네요.”

“……이제 진짜 시작이네.”

오랫동안 기다려 왔던 우리의 두 번째 콘서트가 바로 앞에 다가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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