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408화
전주가 흘러나오는 동안 팬들은 멍한 표정을 지었다.
‘미쳤다…….’
Intro 때 어두웠던 조명이 밝아지면서 무대 위가 훤히 보였다.
‘와…….’
흑단 같은 머릿결.
새하얀 얼굴과 검은 두루마기가 대조를 이루어 고고한 선비들처럼 보였다.
고아한 자태에 탄식이 흘러나올 때.
멤버들이 손을 맞잡고 얽혀들기 시작했다.
하나의 가지에 매달린 꽃들처럼 서로를 바라보는 멤버들 속에서 우주가 정면을 바라보았다.
고이 피워낸 꽃잎이
바람에 흔들리고
왜 우리가 떨어져야 하는지
답을 알 수 없다
화자인 꽃이 상대에게 이야기를 하는 내용이었다.
이 세상 사람이 아닌 미모의 리드보컬이 시조를 읊듯 노래한 후.
무대 중앙에 지호만 남은 채.
꽃잎이 흩어지듯 멤버들이 도포 자락을 휘날리며 빠져나갔다.
드럼 같은 북 소리가 간헐적으로 들어오는 가운데 호소력 짙은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열흘 붉은 꽃 없다더니
지나간 계절이 야속한데
독무를 추면서 부드럽게 흘리는 어깨가 노래의 분위기를 한껏 살렸다.
이어서 래퍼가 무대로 들어왔다.
원을 그리며 얽혀든 두 멤버가 춤사위를 선보이는 한편.
속도를 높여 가며 고조되는 노래에서 래퍼가 풍류를 즐기는 선비처럼 읊조렸다.
어디로 날아가야 하리
네 향이 산과 물이고
네 잎이 해와 달인데
너로 물든 나는 어디로 가야
떨어져야 하는 꽃.
그런 꽃들이 이별을 앞두고 아쉬움을 토로하는 이야기인 듯했다.
‘음……?’
그런데 그때부터 예상한 분위기와 다르게 흘러갔다.
처연한 분위기의 노래를 상상했는데.
중현의 파트와 함께 분위기가 서서히 반전되었다.
이별의 아쉬움이 사라지고 점점 힘찬 분위기의 소리가 하나둘 들어오고 있었다.
마치 다가올 이별을 긍정하듯이.
그때, 원을 그리던 두 멤버 사이로 메인댄서가 들어왔다.
“와아아아아……!”
압도적인 춤사위에 곳곳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버선발을 내디디듯이 한 걸음 걸어 나온 비주가 양손으로 부드럽게 꽃을 만들었다.
마치 손에서 짙은 꽃향이 풍겨나는 듯했다.
가운데 선 메인댄서가 미소와 함께 허공에 손을 내뻗었다.
이제 흘려보내야겠지
잔을 기울이듯
지금의 져버림은 열매를 위한 것이니
그제야 대강의 흐름이 이해가 갔다.
처음에는 이별에 슬퍼했지만 이제는 그것을 받아들이는 내용.
꽃이 지는 건 열매라는 결실을 맺기 위함이니까.
곡의 초점이 옮겨 갔다.
떨어지는 꽃처럼 처연한 분위기에서 다가올 열매가 지닌 생명력을 보여 주듯이.
멤버들도 옷자락을 힘껏 털면서 무용수처럼 움직였다.
“와아아아아!”
화려해지는 안무에 환호가 터져 나오는 가운데.
우주와 리혁이 군무에 합류했다.
‘오……?’
수플레들이 눈을 크게 떴다.
보통 메인보컬이 들어오는 파트에서는 멤버들이 안무를 받쳐 주고 보컬은 노래만 하기 마련인데.
이번에는 양상이 달랐다.
멤버들이 정적인 안무를 추는 동안 리혁이 무대를 장악하듯 홀로 안무를 추었다.
‘리혁이가 언제 이렇게 춤을 잘 췄지?’
두 손을 교차하며 스스로를 끌어안는 동작에 감탄이 터져 나왔다.
연인과 약조하는 선비처럼 메인보컬이 입술을 뗐다.
다가올 봄을 기약하며
겨울을 품어 오리라
긴 밤이 아주 긴 밤이 되도록
아주 긴긴 밤이 되도록
절정을 앞둔 낙화가 소리를 고조시킬 때.
마침내 후렴에서 터지듯 생명력이 폭발했다.
후렴구의 빠른 리듬에 맞춰 흩어진 다섯 명이 양손을 힘차게 움직이며 발을 박찼다.
꽃이 필 때 돌아와
꽃이 필 때 돌아와
그야말로 분분한 낙화가 무대를 장식하고 있었다.
무대 장치에서 떨어지는 꽃잎들 아래로 또 다른 꽃들이 생명력을 한껏 뽐냈다.
그런 화려한 춤사위 속에서.
중심부에서 가장 빛나고 있는 리드 보컬이 후렴의 뒷부분을 홀로 불렀다.
돌아와 말하리오
여기 봄이 있노라고
감정이 고인 두 눈동자를 마주한 관객들은 멍한 기분을 느꼈다.
그림 같은 화원(花園)에서 꽃을 발견한 느낌이었다.
힘겨운 겨울이 지나고 다시 봄을 맞이한 듯한 벅찬 감정이 온몸을 사로잡았다.
“와아아아아아아!”
한 발 뒤늦게 함성이 터져 나왔다.
중현의 랩으로 2절이 시작되는 동안 수플레들은 무대를 바라보며 감탄했다.
하나도 놓칠 수 없는 무대였다.
의상부터 노래, 안무까지 모든 것이 완벽했다.
‘아니, 무슨 어워드냐고…….’
시상식이나 연말 무대에서 볼 법한 퀄리티의 무대에 절로 입이 떡 벌어졌다.
무엇보다 대박은 노래였다.
‘선우주 미쳤다니까. 진짜.’
매번 앨범이 발매될 때마다 타이틀곡의 퀄리티에 감탄했지만 이번엔 뭔가 달랐다.
작별을 주제로 한 한국풍이라고 하기에 모두가 예상했던 바가 있었건만.
낙화는 예상을 깨는 반전이었다.
처연하고 몽환적인 한(恨)의 정서가 아니라 오히려 듣고 있다 보면 흥이 나고 벅찬 노래라고 할까.
자신들의 마지막을 화려하게 빛내는 듯한 노래가 바로 낙화였다.
‘진짜 좋다….’
팝 음악과 한국풍의 경계선에서 어찌나 절묘하게 줄타기를 탔는지.
팬들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이 듣기에도 좋았다.
멜로디도 쉽고 중독성 있고, 처지기 쉬운 슬픈 분위기가 아니라 그 반대였으니까.
여러 의미로 봄에 걸맞은 노래였다.
꽃이 필 때 돌아와
꽃이 필 때 돌아와
2절에서 지호가 여기 봄이 있었다는 구절을 소화하는 동안, 후렴이 수플레들의 귓가에 계속 맴돌았다.
그리하여 3절에서 모든 것을 터뜨릴 때.
다시 무대 중앙에서 떨어지는 꽃들에 둘러싸인 우주가 손을 뻗으며 웃었다.
돌아와 말하리오
여기 우리의 봄이 있었노라고
파앙- 하며 무대장치에서 쏘아 올린 꽃가루와 보랏빛 별가루가 섞여서 떨어지는 가운데.
“와아아아아아아—!”
첫 공개된 낙화의 무대에 오늘 콘서트의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반응이 쏟아졌다.
동시에 멤버들의 입가에도 화사한 미소가 감돌았다.
* * *
아. 죽을 것 같다.
환호하는 수플레들 앞에서 활짝 웃는 것도 잠시.
“허억, 허어억…….”
서로의 어깨에 손을 올린 채 엔딩 포즈를 취한 동생들의 숨소리가 귀를 울렸다.
어찌나 입김이 뜨거운지 뜨뜻한 수증기가 귀를 달구는 듯했다.
이게 피맛인지 단내인지 모르겠는데, 뭔가 혓바닥의 느낌도 이상하고.
-와아아아아아아아!
조명이 꺼진 뒤에야 무너지듯이 자리에 쪼그려 앉았다.
여태까지 가장 힘들었던 무대가 작년 KMA 때의 Nine인가 그랬었는데 취소다.
오늘부터 낙화가 1위다.
“흐어어… 흐어, 흐업.”
물론 Nine처럼 온몸의 칼로리가 실시간으로 빠져나가는 안무는 아니었다.
하지만 콘서트 후반에 이르러 체력 소모도 큰 상태였고.
낙화의 안무는 온몸의 유연성을 한계까지 사용하는 종류라 다른 의미로 죽을 맛이었다.
제자리 점프 200회와 요가자세로 20분 유지하기의 차이라고 할까.
그렇게 숨을 헐떡이는 동안 다시 무대가 밝아 올랐다.
“와아아아아아아!”
힘겹게 서 있거나 쪼그려 있어서 그런지 팬들 눈에 엄청 짠하게 보이는 모양이었다.
생수병을 든 리혁이의 손이 바들바들 떨렸다.
뚜껑을 못 따서 고군분투하는 녀석에게 생수병을 까서 건네주자 또 환호가 쏟아졌다.
“고마워요. 고마워…….”
“얼른 마셔.”
“한 모금 줘요?”
“고맙긴 한데 됐어. 내 거 마실래.”
옆에 있던 막내가 내 다리를 툭툭 두드리며 말했다.
“혀, 형. 저두…….”
눈앞이 하얗게 보이는지 눈을 부릅뜨고는, 허벅지에 손을 올린 채 몸을 굽힌 막내였다.
비주도 고개를 젖힌 채 숨을 헐떡이고 있고.
중현이 정도만 목에 흐르는 땀을 슥슥 훔치며 힘든 표정을 짓고 있었다.
“여, 여러부운…….”
마이크를 들었다가 다시 바들바들 떨리는 손으로 숫자 5를 만들었다.
“50초만 기다려 주세요……. 수, 숨이 무슨. 하이고.”
마지막 추임새가 웃겼는지 객석에서 함성과 웃음이 섞여 돌아왔다.
꿀꺽꿀꺽.
1인당 생수병을 한 개씩 통째로 마셔 치운 후.
-Yeah-!
기력을 회복한 막내가 손을 쭉 뻗으면서 수플레들이 환호를 이어 갔다.
위에서 내리쬐는 조명 때문에 흐릿하게 보이긴 했지만 객석 분위기가 좋은 건 확실했다.
입가에 미소를 그린 듯 부드러운 곡선들이 눈에 보였으니까.
“지금 보신 게 저희의 신곡인 별과 낙화였는데요. 어떠셨나요? 다들 마음에 드셨나요?”
-네에-!
“정말 좋으신 거 맞죠?”
-네에에에에!
내가 웃으며 말했다.
“매번 신곡 무대를 할 때마다 드는 생각인데, 여러분이 어떤 생각을 하고 계실지 정말 궁금해요. 속마음이 이렇게 쏙쏙 보였으면 한다고 해야 하나.”
손동작으로 객석을 향해 쏙쏙 하는 시늉을 하자 팬분들이 웃었다.
“아, 그런데 진짜 마음이 계속해서 보이면 안 좋은 거니까. 각자 On/Off가 되는 걸로?”
엉뚱한 이야기로 새면서 뭔가 떠올랐다.
“아, 이거 좋다. On/Off, 이런 주제로 노래를 만들어 봐야겠어요.”
-우주 형.
막내가 혀를 끌끌 차며 말했다.
-팬분들 앞에서 일 얘기 좀 하지 마여. 놀러 오신 건데 여기까지 와서 일하는 거 듣고 싶으시겠어여?
“…죄송합니다.”
-공사 구분해요. 아저씨.
막내들의 면박에 수플레들이 폭소하는 소리가 공연장을 울렸다.
내가 머쓱하게 웃으며 뺨을 긁적일 때, 비주가 마이크를 잡았다.
-노래가 정말 좋죠. 여러분?
-네에에에!
-여러분이 좋아해 주시는 게 느껴져서 저희도 너무 좋아요. 이 노래가 저희에게 의미가 굉장히 깊거든요.
궁금해 하는 이들에게 비주가 짧게 낙화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요약해서 들려주었다.
-…그래서 우주 형이 노래가 막힌 상태에서, 제주도 여행 마지막에 기억하시죠?
-다시 생각해도 눈물의 바베큐 파티예여. 그때.
-그날, 저희가 감동해서 그간 작업하고 있던 파일을 우주 형한테 들려줬거든요. 형을 위한 노래라고.
몽글몽글해 하는 비주의 표정에 수플레들이 익룡 같은 소리로 화답했다.
그때 중현이가 서프라이즈 톤으로 감동을 깼다.
-그런데…!
왁자지껄한 웃음이 터져 나오는 가운데 리혁이가 다시 생각해도 서운하다는 얼굴로 말했다.
-진짜 이 사람이 웃으면서 그러는 거예요. ‘완성하면 대박이겠다’ 하면서 웃는데.
-너무했어여. 정말로.
-비주 형이 완성본이라고 하니까 ‘완성본, 이게…?’ 이러는 거예요.
-저는 표정도 따라할 수 있어여.
굉장히 하찮다는 듯한 얼굴로 ‘완성본, 이게?’ 하는 지호에게 내가 마이크를 잡고 말했다.
“야. 그건 가능하시겠어요, 섹시. 그거잖아. 나 그런 표정으로 말 안 했어!”
-아, 그러네여.
잠시 동생들 때문에 말려들어서 수플레들 앞에서 ‘가능하시겠어요, SEXY..?’를 선보인 후.
막내가 물었다.
-형. 이 표정 맞져?
“응, 그거.”
정말 어리둥절해 하는 표정을 완벽하게 모사해 낸 막둥이 때문에 큰 웃음이 터져 나왔다.
엄청 웃겼는지 객석에서 물결치듯이 관객들이 몸을 들썩였다.
비주와 리혁이도 배를 잡고 웃었다.
“내가 진짜 저랬어?”
-흐하하핫! 네, 진짜 똑같아요.
“기분 상할 만했네. 그때…….”
이어서 내가 침낭을 뒤집어쓴 채 험상궂게 꿈틀거렸던 굼벵이들의 일화를 들려주자 모두 즐겁게 웃었다.
그리하여 2가지 곡이 하나로 합쳐졌다는 비하인드 스토리가 끝났다.
“동생들 말대로 그런 의미에서 낙화는 저희에게 의미가 큰 곡이에요. 정말 저희가 완벽하게 한 팀으로서 만든 노래거든요.”
-맞아여.
“물론 제가 90프로를 했지만…….”
장난스럽게 덧붙인 말에 거지꼴의 귀공자들이 봉기를 일으켰다.
간신히 달랜 후.
수플레들에게 이 노래가 어떻게 탄생하게 되었는지를 알려 주었다.
“썸씽 때의 인연을 계기로 장소원 선배님께 곡에 대해 종종 조언을 듣거든요. 그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게 하나 있어요.”
너 자신에 대해 알아라.
팬들이 가수를 좋아하듯이, 너 스스로를 좋아해서 네가 누구인지 파악하라고.
그래야 곡을 쓰는 데 좋은 밑거름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런 이야기를 들려준 후.
“낙화는 저 자신에 대해 공부하면서 탄생한 노래예요. 저희가 앨범마다 주인공이 있었잖아요.”
마스커레이드의 지호부터 겨울잠의 리혁이까지.
“그래서 이번 곡이 정말 어려웠어요. 동생들에 대한 곡을 같이 쓸 때는 명확한 이미지가 있었거든요.”
-그래여?
막내가 큰 호기심을 보였다.
-제가 어떤 이미지였는데여~?
“지호 같은 경우는 매혹적이고 신비로운…? 그런 느낌을 담고 싶었어요. 하지만 그 안에 뜨거운 열정이 담긴.”
-허어어어…!
“……그런데, 지호야. 자꾸 진지한 얘기하는데 옆에서 추임새를.”
중현이와 비주가 학부모처럼 지호를 붙잡고 데려가자 작은 웃음이 흘러나왔다.
리혁이에게 건네받은 생수로 목을 축인 후, 웃으며 말을 이었다.
“어려웠어요. 왜냐하면 저에 대해 알리는 곡이잖아요. 그런데 나의 많은 모습 중에서 무엇을 보여 드려야 할까. 그런 고민을 하면서 노래를 썼는데…….”
낙화의 초기 버전이 떠올랐다.
“인트로에서 들었던 슬픈 분위기 있잖아요? 약간 몽환적이고. 그게 낙화의 원본이었어요. 왜냐하면…….”
목소리를 정돈하고 말했다.
“제가 스스로 저에 대한 곡을 쓸 때, 제 이야기는 작별의 역사라고 생각했거든요.”
-…….
“모두가 마찬가지겠지만, 저도 개인적으로 작별을 참 많이 겪었던 것 같아요.”
부모님의 일도 있고.
어렸을 때 꿈이었던 피아노도 할머니 병간호 때문에 작별을 고했다.
할머니 품을 떠나 서울에서 살면서 연습생의 꿈을 꾸었지만 그것도 데뷔조 방출로 좌초됐고.
군대에서 2년간 공부했던 대학 입시도 본의 아니게 접었다.
“제 이야기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 작별이 아닐까 싶어서 쓴 곡이거든요. 그런데…….”
완성된 곡이 충분하지가 않았다.
“곡이 조금 별로인 거예요. 단순히 처지는 분위기라서 그런 게 아니고. 정말로 뭔가 부족하다고 느꼈어요.”
그러던 차에 제주도에서 동생들이 만들었다는 노래를 들었다.
곁에서 웃는 멤버들에게 마주 웃어 주었다.
“정확히 이유는 모르겠지만 동생들이 만든 노래를 듣고 ‘아! 이거다’ 싶었어요.”
-엄청 좋아했죠.
“물론, 당시에는 음악적인 관점에서 ‘합치면 대박이다’ 하는 생각만 들었는데. 이번 콘서트를 준비하면서 곰곰이 고민했거든요.”
왜 이 낙화라는 곡은 완벽해졌을까.
며칠간 진지하게 고민을 하다가 깨달았다.
“보니까 동생들이 만든 멜로디에서는 헤어지더라도 꼭 다시 만나자는 재회의 의미가 담겨 있더라고요.”
나는 열매라는 결실을 위해 꽃이 떨어지고 끝나는 식으로 곡을 썼는데.
동생들은 다음 봄에도 반드시 꽃을 피워내 만나자는 듯한 의미를 담아 곡을 썼다.
“그런 느낌을 받은 것 같아요. 언젠가 작별을 하게 되어도 우리는 다시 만나게 될 거다 하는…….”
나에게 그런 말을 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데뷔를 앞두고 좌초되어 있던 자신들에게 다가왔던 내가 이제는 자기들에게 어떤 의미인지.
함성을 지르는 수플레들에게 웃으며 말했다.
“그렇게 생각하니 왜 완벽해졌는지 알겠더라고요.”
동생들을 둘러보며 웃었다.
“저도 이제는 작별하기가 싫었나 봐요.”
-…….
“그래서 새롭게 탄생한 ‘낙화’가 너무 좋아요. 당장은 새로운 열매를 위해 작별하더라도, 반드시 다시 만나게 될 거라고 서로에게 말하는 곡이니까.”
한 번 헤어지면 그것으로 끝이 나는 게 아닐까 생각했는데, 낙화를 만들면서 생각이 조금 바뀌었다.
마무리 멘트를 기다리는 팬들과 스탭들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모두가 내가 작별하고 싶지 않은 사람들이었다.
“이번에 저희가 만든 낙화라는 곡을 좋아해 주셔서 정말 감사드려요. 여러분. 그리고…….”
동생들을 곁으로 불러 모으며 말했다.
“멤버들, 수플레들, 회사 식구들. 모두 제 인생에 찾아와 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여러분이 바로 낙화 속에 나오는 꽃이에요.”
귀청이 따가울 만큼 큰 환호가 대답처럼 돌아왔다.
“그리고… 너희 또 우냐.”
고개를 푹 숙인 채 팔뚝으로 눈가를 훔치는 막내 뒤로 벌써 눈물이 터진 이들이 보였다.
중현이가 고개를 젖힌 채 허공을 보고 있고.
눈시울이 벌게진 비주와 리혁이가 서로의 어깨에 몸을 기대고 있었다.
당황해서 말했다.
“아니, 울려면 이따 앵콜 끝나고 엔딩 멘트할 때 울어야지. 벌써부터…….”
-흐허엉….
대성통곡하는 막내의 모습에 여기저기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한복을 입어서 그런지 철부지 도련님 같은 막내가 코를 훌쩍이며 말했다.
-그걸 듣고 어떻게 안 울어여. 형…….
“내가 못 살겠다. 정말.”
눈물을 그칠 때까지 기다려 주는 한편, 내게 착 달라붙은 코흘리개들을 토닥여 주었다.
리혁이가 물기 가득한 눈으로 물었다.
-그런데 말이에요.
“응.”
-이거 오늘 첫날인데… 내일은 멘트 어떻게 하려고요?
갑자기 눈앞이 캄캄했다.
“……나중에 생각하자. 그건.”
-기억해요. 콘서트는 삼세번이야.
손가락을 3개 펴는 리혁이의 모습에 모두 웃음을 터뜨렸다.
저번 콘서트에서 나에게 당했던 발언을 거의 1년이 지나서 써먹는 뒤끝에 감탄이 나왔다.
조금 진정된 동생들을 둘러보고는 객석을 향해…….
저기도 우네.
위아래 양옆으로 대성통곡하는 사람들을 차분히 기다렸다.
“자!”
손뼉을 치며 분위기를 띄웠다.
“아직 콘서트가 끝나려면 멀었으니까요. 우리 신나게 다음 곡 한 번 또 가 봐야겠죠?”
-흐흑, 흐흐흑…….
“그럼 1분 정도만 기다렸다가.”
-으흐흐흑.
“또 2분만…….”
그렇게 말을 하며 2분을 꼬박 기다린 후.
눈물바다가 된 수플레들 앞에서 앨범의 또 다른 신곡인 ‘꽃놀이’의 무대를 선보였다.
풍물놀이 패처럼 신나게 몸을 흔드는 노래에 환호가 흘러나왔다.
그리고.
“와아아아아아아!”
어쩌면 당연한 이야기일지도 모르지만, 첫날부터 콘서트 분위기는 그야말로 최고조였다.
* * *
낙화에 이어 앵콜 무대까지.
화려한 피날레 속에서 뉴블랙의 단독 콘서트 1일차가 대망의 막을 내린 후.
콘서트에서 신곡을 공개하면 늘 그러하듯 아이돌 커뮤니티에 ‘낙화’의 무대 직캠이 올라왔다.
-오늘자 뉴블랙 콘서트에서 선공개된 낙화 무대.metu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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