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409화
사람 보는 눈은 대체로 비슷하다.
콘서트장의 관객들이 낙화 무대를 보고 큰 충격을 받았듯 직캠을 본 사람들도 비슷한 반응이었다.
‘……미쳤네, 진짜.’
직캠을 보자마자 입이 떡 벌어져서 닫힐 줄 몰랐다.
그냥 세워두기만 해도 그림이 나오는 애들이 한복을 입고 옷자락을 펄럭이며 날아다닌다.
도입부부터 그냥 끝난 수준이었다.
“와…….”
서로의 손을 맞잡고 얽힌 멤버들 속에서 선우주가 정면을 바라보며 노래하고 있었다.
작별을 앞둔 사람처럼 처연하면서도 우아한, 그야말로 덕심을 자극하는 무대였다.
‘얘네는 직접 노래를 써서 그런가. 컨셉 소화력이 그냥 미쳤네.’
뉴블랙 무대 잘하는 거야 모르는 아이돌 팬이 없다.
연말 무대의 Nine 직캠과 움짤이 한때 SNS와 아이돌 커뮤니티를 뒤덮은 적이 있었으니까.
하지만 이번 무대는 그것조차도 한참 뛰어넘은 수준이었다.
거기에 노래는…….
딸깍-
영상이 끝날 때마다 다시 재생했다.
뉴블랙의 모습을 보고 싶어서가 아니라 노래 때문이었다.
흔히 어떤 노래를 반복해서 듣게 될 때 패턴이 있다.
처음에는 애매했다가 끝까지 듣고 ‘으음’ 하며 다시 들을 때도 있고, 후렴에서 ‘이거다’ 싶을 때도 있고.
모름지기 낯선 노래가 귀에 익어서 ‘저를 다시 들어주세용~!’ 할 때까지는 시간이 필요했다.
하지만 어떤 곡들은 초반 10초 만에 결정이 날 때도 있다.
‘와씨, 이거 뭐지…?’
노래가 좋아도 너무 좋다.
왠지 모를 부러움을 느끼는 한편, 감상 소감을 짤막하게 요약한 댓글을 달았다.
-노래 존나 좋네
그걸 시작으로 댓글이 쭈르륵 달렸다.
-후렴 자꾸 생각난다
-컨셉 소화력 봐ㅋㅋ 보컬 합 보고 감탄했다 진짜
-비주 춤선 진짜 내취향임.. 뭔가 물 흐르듯이 춤추지 않아?
-선우주 가두고 천년만년 작곡하게 하고 싶다ㅠㅠㅠ
-존좋
-노래 개좋아 뭔가 국악이 팝으로 발전한 느낌이야ㅋㅋ
-한국풍이 이렇게 한번에 꽂히는거 처음이라 개신기해ㅋㅋㅋ
눈물을 흘리고 있는 팬들과 감탄하고 있는 다른 팬들이 한데 뒤섞여 있었다.
물론 좋은 반응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노래는 좋은데 안무가 에바네
-하나도 안 어울려
-암만 봐도 의상 한국풍은 아니지 않나..?ㅠ 일본 팬들 늘었다고 의식한 거 같은데 좀 그래
-ㅇㅇ 남자 기모노 같음
-스타일링이 곡이 너무 안 맞는 같다ㅠㅠ
주로 의상이나 스타일링에 대한 지적이었다.
중반부터 등장한 부정적 댓글을 보며 수플레들은 안도했다.
‘또 대박 나겠당.’
신곡 나올 때마다 트집이야 일상이다.
뉴블랙이 노인회관에서 고기를 구워 줬다는 뉴스가 떠도 ‘어르신들 이 아프게 질긴 고기를 사주냐!’하며 욕하는 게 안티다.
언제나 그러했듯 팬들은 노래에 대해 혹평이 없다는 것을 주목했다.
‘자기들도 귀가 있는데.’
악플은 무시하며 즐기는 수플레들이었다.
덕후의 마음에 불을 지르는 컨셉으로 나온 신곡이 대중적으로 인기를 끌 만큼 퀄리티가 좋았다.
정말이지 모든 게 완벽했다. 딱 하나를 빼면.
-아니ㅜㅜㅜㅜ 나 왜 콘서트 못가ㅠㅠㅠㅠ
-나도 저거 두 눈으로 보고 싶다고ㅜㅜㅜㅜ
-선우주 멘트 미쳐ㅠㅠㅠㅠ
-아 저걸 내가 눈과 귀로 듣고 ㅅㅂ 저 순간을 저장하고 그랭 ㅑ하는 아 ㅠㅠ
-이번 콘에 못 간게 천추의 한이다 증말ㅠㅠ
무대 직캠과 함께 리더가 팬들에게 던졌던 멘트가 SNS와 아이돌 커뮤니티에 돌아다니고 있었다.
가뜩이나 콘서트에 못 간 것도 서러운데.
감기 때문에 못 갔던 수학여행에서 돌아온 친구들이 역대급이었다며 썰을 푸는 걸 보는 기분이었다.
콘서트를 부르짖으며 인터넷상에서 통곡할 때.
-그래도.. 우리는 미프 볼 수 있다!
-우리에겐 미프가 있지 암
-다들 콘서트장에서 땀을 뻘뻘 흘릴 때 우린 안방에서 시원한 맥주를 까며 미프를..
-(옆으로 누운 노란 덩어리가 울고 있는 짤.jpg)
-그만해.. 더 슬퍼질 거 같아
남들이 콘서트를 볼 때 우리는 TV를 본다며 셀프 위로 중인 수플레들이었다.
다가올 미프의 3회를 기다리며 콘서트 떡밥을 받아먹는 한편.
직캠의 조회수는 가파르게 상승했다.
얼마 안 가 레몬 엔터의 요청으로 영상이 내려가게 되었지만 이미 볼 사람들은 다 본 뒤였다.
그리고.
‘이렇게 또 시작하면 안 되는데…….’
멀리서 지켜보던 입덕부정기의 팬들의 마음이 갈대처럼 흔들리고 있었다.
호감은 가지고 있었지만 스스로 뉴블랙의 팬은 아니라고 입덕을 부정한 이들.
그들이 낙화의 직캠에 크게 흔들리고 있었다.
지금까지 스며들어 있던 뉴블랙이 이번 신곡 무대로 판을 뒤집어 버린 느낌이었다.
한복을 입은 뉴블랙의 모습이 하루 종일 아른거렸다.
[안녕하새오.. 입덕 부정기인 거 같은 타덕 찾아왔어요]
앨범 결제할 건데 아직 입덕은 아니야
근데 애들 너무 귀여워ㅠㅠㅠ 특히 중현이
수플레들이 모인 곳에 조심스럽게 인사를 올리자 댓글들이 크게 반겼다.
-중현이가 귀여워 보인 순간 끝난 거당
-누구 호감이야? 참고로 정답 있음!
-레전드 짤 뭘로 줄까? 웃긴 걸로 입덕했어 예쁜 걸로 입덕했엉?
-뉴비 왔네ㅎㅎ 그런 의미로 뉴블랙 별을 여행하는 수플레들을 위한 가이드 링크..를 좀 누가 업뎃했음 좋겠다
-우린 떡밥 정리하려면 조선 왕조 사관들 와야 돼ㅠ
-입덕 부정기는 빨리 끝내는게 조아ㅎㅎㅎㅎ 잠만 기다료!! 짤 가져올게
영업 짤들을 올려 주며 유혹하는 가운데.
별들의 중력에 이끌리듯 낙화의 직캠에 이끌려 온 이들이 수플레가 되고 있었다.
곧 다가올 신규 팬 대유입의 징조였다.
* * *
2일차.
공연 중에서 가장 난이도가 높은 게 바로 2일차 콘서트다.
첫날에 하얗게 불사질러서 온몸이 ‘살려 주세요ㅠㅠ’ 하는데 내일도 공연이 있어서 체력 안배를 잘해야 하는.
“그게 어려운가?”
중현이가 젤리를 우물거리며 물었다.
“그냥 오늘이 마지막이다 하는 마음으로 열심히 하니까 되던데.”
“아뢰옵기 송구하오나 중현 마마.”
우리가 푸근하게 웃으며 답했다.
“소인들에게는 마마 같은 장딴지와 독버섯을 먹고도 살아남을 체력이 없사옵니다.”
“그니까 알아서 통촉해여. 형.”
머쓱하게 웃는 중현이를 보며 웃었다.
리허설을 마치고 점심을 먹기 위해 대기실로 향할 때, 같이 걷던 원석이 형이 핸드폰을 보고 말했다.
“지금 밥 도착했고.”
“예이이이-!”
귀를 잠시 막는 원석이 형에게 달라붙었다.
“형, 점심 메뉴 뭐래요? 오늘은 뭔데요?”
“떡볶이? 오징어볶음? 돼지고기 불백?”
“오늘은 특제 도시락이야. 인당 10만 원씩 한다고 하는 것 같던데…….”
“특제! 특제!”
우리의 환호에 다시 매니저가 귀를 막았다.
특제 도시락을 앞두고 빙글빙글 춤을 추던 우리에게 원석이 형이 말했다.
“우리가 산 건 아니고 손님들이 가지고 왔어.”
“손님들이요? 아…!”
누군지 바로 알아차렸다.
다다다 달려간 우리가 대기실 문을 확 열었다.
그리고.
“흐아아악!”
중현이의 힘에 밀려 문 앞에서 놀래켜 주려고 대기 중이던 추기석 씨가 튕겨 날아갔다.
대기실에 큰 웃음이 터져 나왔다.
“어서 오세요!”
“안녕~!”
6mm 카메라를 든 제작진과 미스터 프로듀서의 여섯 멤버가 눈에 들어왔다.
가볍게 인사를 나눈 후.
“감사히 잘 먹겠습니다-!”
평균연령 30대의 후배님들이 사다 준 도시락을 펼쳤다.
호화스러운 반찬에 눈시울을 붉히며 반찬을 집어먹자 다들 귀엽다는 듯 웃었다.
조심스럽게 오이를 걸러 내며 물었다.
“이따 공연 보러 오시는 건가요?”
“응.”
축구선수 출신인 MC 김의지가 말했다.
“너희들 공연이 그렇게 신이 난다면서. 우리도 한 번 보려고.”
“호오.”
“보고 나면 동기 부여가 제대로 될 거 같기도 하고, 후배로서 무대 공부도 할 겸?”
아이돌 콘서트는 처음 와 본다며 신기해하는 이들이었다.
안재희가 물었다.
“너네 어제 연예인 관객 엄청 많더라. 라인업이 무슨 가요제 하는 줄 알았어.”
“많이 와 주셨더라고요.”
“SNS 보니까 다 아는 얼굴들이야. 우현이 형, 하승주 씨. 장소원….”
“저희도 나중에 알았어요.”
콘서트 끝나고 메시지 등으로 소식을 접했다.
자기 조언을 2년이나 기억한 거냐며 장소원 선배가 기특하다고 칭찬해 주기도 했고.
차우현 선배의 보컬 칭찬에 리혁이가 어젯밤에 설레서 잠을 못 잤다.
하승주 피디는 SNS로 소식을 접했고.
그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에이텐이 물었다.
“콘서트에서 신곡 무대 한다면서? 그거 어때?”
“나도 너무 궁금하더라. 우리가 커버 안무 해 주기로 약속했잖아.”
“……혹시나 해서 묻는 건데 한국풍이면 그렇게 힘 쓰고 그런 안무 아니지?”
덩실덩실하거나 하늘하늘한 춤이 아니냐며 기대를 품는 이들에게 우리가 말을 삼켰다.
“어렵진 않은데 좀… 아픈?”
“아파?”
“유연성이 좀 많이 필요해서요. 그렇게 어려운 건 아니고 후렴 같은 데 동작에서 조금…….”
젓가락을 두 다리처럼 만들어 다리 찢는 시늉을 하니 아저씨들의 얼굴이 사색이 됐다.
손동작 몇 개를 보여 주니 못한다고 아우성을 쳤다.
예능인 모범주가 침을 꿀꺽 삼키며 말했다.
“그럼 제안을 바꿔서 다른 걸 커버하는 걸로. 저거보다 조금은 쉬운 곡이 있을 거 아냐.”
“조금 쉬운 거면 Nine이 어떠신지?”
“…….”
“저희가 컴백할 때마다 매번 안무 난이도가 올라가서요. 가장 쉬운 거면 그나마 불꽃놀이인데….”
데뷔곡 불꽃놀이의 안무 영상을 보여 주자 민심이 활활 불타올랐다.
그 뒤에 마스커레이드와 바람꽃을 보여 주니 조삼모사의 원숭이들처럼 온순하게 웃는 선배님들이었다.
“불꽃놀이 콜.”
새끼손가락을 걸고 사인까지 한 후.
요즘 방송가 소식이나 신변잡기 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흐하하핫!”
국민 예능을 이끄는 이들답게 뛰어난 입담으로 우리의 긴장을 풀어 주는 예능인들이었다.
시도 때도 없이 치고 들어오는 농담 덕에 덕분에 한참 웃었다.
피로와 함께 2일차의 긴장이 좀 풀린다고 할까.
도시락 잘 먹었다고 인사하는 우리에게 그들이 말했다.
“콘서트 때문에 본방송은 못 보겠지만 나중에 시간 나면 꼭 봐. 이번 회차.”
“네!”
“우리 시무룩이가 엄청 재미있게 뽑았다고. 기대하라더라.”
어지간히 자신이 있는지 기대하라며 예고장을 날리는 출연진이었다.
방송 끝나고 꼭 보겠다고 말을 하고는 떠나는 이들에게 손을 흔들어 주었다.
* * *
저녁 7시.
체조경기장에서 2일차 콘서트가 시작되고 있을 때, 일반인들은 PBS2 채널을 시청 중이었다.
-잠시 후, 미스터 프로듀서가 방송됩니다.
이윽고 오프닝과 함께 ‘제공’이 뜰 때, 시청자들이 혀를 내둘렀다.
“어휴, 광고가 몇 개 붙은 거야?”
“저 정도면 하루 종일 광고만 하다 끝나겠네. 방송국 놈들도 순 장사꾼이라니까.”
“그럴 만하죠. 지금 다 저거 협찬하고 싶어서 난리일걸요.”
국민 예능인 미스터 프로듀서에서 ‘터졌다!’ 고 할 만한 특집이었다.
2회차 만에 시청률이 23%이니 기업들 입장에서는 반드시 한 발 걸치고 싶을 수밖에 없었다.
자녀들이 부모님에게 핸드폰을 보여 주었다.
“저번에 나온 PPL도 대박 쳤대. 그 TV.”
“많이 팔렸대?”
“그건 아니구… 이미지 개선 어쩌구 그런 거 같은데. 중국이랑 중동 부자들이 그걸 보고 사 갔나 봐.”
인터넷 커뮤니티에 각종 움짤이 떠돌아다니고 있었다.
하얀 옷을 입은 아랍부자가 리모컨을 조종하자 TV가 위와오옹 움직이는 장면이었다.
웃음이 나오는 것도 잠시.
TV 가격만 몇 천만 원에 이른다는 이야기에 왜 다른 나라 부자들이 샀는지 납득했다.
“돈이 썩어 남아돌아야 살 수 있는 거구만.”
역시 기름 나오는 땅이 최고다 하는 류의 이야기가 흘러나올 때.
2회차보다 더 많은 시청자가 미프의 본방송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이걸 봐야 얘기가 통하지.’
TV가 움직이고 동물의 왕국이 어쩌구 하는데.
어딜 가든 자꾸 미프, 뉴블랙 하는데 도저히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가 없어서 갑갑했다.
오늘로서 그 설움을 끝내겠다는 이들이 TV를 바라보고 있을 때.
본방송이 시작됐다.
[지난 주!]
1화와 2화의 장면들이 요약돼서 흘러나왔다.
못난 춤사위의 멤버들이 혹독한 트레이닝 하에 구르고 성장하는 내용이었다.
‘가능하시겠어요. SEXY..?’가 다시 한번 웃음을 준 후.
지난 회차 줄거리의 포커스가 뉴블랙의 리더가 내뱉은 발언으로 옮겨 갔다.
[프로그램의 팬송을 만들어 드리고 싶었어요.]
미프의 팬송을 작업하는 장면이 흘러가고, 공모곡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저는 말씀드렸다시피 팬송 외에는 참여하지 않을 거예요.]
[곡 공모를 하면 전국의 내로라하는 작곡가 분들과 숨은 고수 분들이 나타나실 거예요.]
[저보다 훌륭하신 분들이 정말 많습니다. 진짜.]
자막으로 해당 발언이 강조되면서 줄거리가 끝나고.
겸손하게 웃는 우주의 얼굴이 흐려지며 [바로 오늘! 공모곡들이 공개됩니다!] 하는 자막이 나왔다.
인터넷에서도 뜨거운 반응이 오갔다.
-진짜 기대되네요 ㄷㄷㄷ 이번에 미프 곡 공모하려고 작곡가들 난리 났다고 들었는데
-무조건 대박 나올 삘
-그런데 오늘 누구 나오는 건가요?? 허강민 나와서 곡 주려나?
-그게 진짜 궁금하긴 함ㅋㅋㅋㅋ 저번 회차에서 대체 누구였기에 그렇게 놀랐는지
-어쩌면 반전으로 잘 안 알려진 가수일 수도..? 묻혀 있는 옛날 가수 그런 사람 아닐까요
-ㄴㄴ 반응이 분명 아는 사람임
모두가 궁금해하는 두 가지 떡밥이었다.
타이틀곡이 무엇인가.
그걸 만든 사람이 누구인가.
기대를 품고 있을 때, 화면 속에서 만담을 주고받던 에이텐이 공모곡을 듣기 시작했다.
시청자들도 같이 귀를 기울였다.
-오ㅋㅋㅋㅋㅋㅋㅋ
-첫번째 곡부터 딱 느낌 있는데??
-후렴이 좀 애매하긴 한데 인트로가 진짜 대박적인듯
-아 후렴 좀 애매
에이텐의 멤버가 된 기분으로 곡을 하나씩 평가하는 시청자들이었다.
총 12개의 곡들이 빠르게 지나갔다.
“저건 좀 애매하네. 그렇지 않냐?”
“난 그나마 세 번째 거가 마음에 드는데. 아직까지는 조금… 잘 모르겠고.”
“다 좋은 노래만 보냈네.”
유명 작곡가들이 보내서 그런지 곡들이 깔끔하고 컨셉을 잘 살리고 있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라면 약간 미묘하다는 것 정도.
시청자들 모두가 화면 속 에이텐과 비슷한 표정이었다.
‘다 좋긴 한데 비슷비슷….’
딱 하나 뭘 고르라고 하면 굉장히 갈릴 듯한 느낌이었다.
벌써부터 인터넷에서 몇 번 곡이 제일 좋냐를 두고 설전이 오가고 있을 때.
12번째 곡이 혜성처럼 등장했다.
“……?”
일순간 인터넷과 거실에서 정적이 감돌았다.
-와
-이거다 이거 ㅋㅋㅋㅋㅋㅋ 이거임 무조건 이거ㅋㅋㅋ
-마지막에 들려준 이유가 있었네
-이거다!! 마!! 이거 골라라
-게임끝ㅋㅋ
오프라인도 같은 반응이었다.
“저게 제일 낫네.”
“이거 끝나면 노래 올라오고 그러냐? 있으면 아빠 플레이리스트에 좀 넣어주라.”
“보나마나 저걸로 하겠네.”
TV에서도 만장일치로 12번째 곡이 선정된 후.
작곡가의 정체가 하나둘 공개되면서 12번째 곡을 만든 이에 대해 관심이 집중됐다.
‘누구지? 누구?’
‘Attention’이라는 곡명에 이어 작곡가명이 공개됐다.
그리고.
[공동작곡으로, 작곡가 분들의 이름은 나상윤과 우주선…]
TV 속에서 웃음을 터뜨리는 출연진의 위로 나상윤 PD와 우주의 모습이 흐릿한 이미지로 삽입됐다.
그제야 왜 ‘저 절대 참여 안 할 거예요!’ 한 선우주의 발언을 강조했는지 깨달았다.
거실에서 웃음이 흘러나오는 가운데 ‘우주선’이라는 네이밍에 인터넷도 터졌다.
-상상도 못한 정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저 정도면 실명제 아니냐
-선우주 진짜ㅋㅋㅋㅋㅋㅋㅋㅋ
-미치겠다 진짜ㅋㅋㅋㅋ ㄹㅇ 아이돌 특집 시작하면서 볼 때마다 잇몸 마를 만큼 웃음
-헬륨 뭔데 귀여워ㅋㅋㅋㅋ
그 와중에 헬륨 가스로 ‘아닌데용~? 우주선인데용?’ 하는 잔망스러운 모습에 웃음이 터져 나오는 한편.
민망하면 점 찍고 나오라는 드립에 다들 웃었다.
“모범주랑 안재희, 저것들도 진짜 웃겨.”
“그러니까 점 찍고 나오란다고 쟤가… 뭐야. 찍었어?”
“찍긴 뭘 찍… 워매, 야무지게 찍었네.”
진짜 점을 찍고 나타난 신인 작곡가 우주선의 모습에 모두가 멍한 표정을 지었다.
“……?”
3초 후.
전 국민 모두가 아는 드라마 주제가까지 흘러나오면서, 거실에서 보던 시청자들이 물개박수를 치며 엎어졌다.
“흐하하하하!”
막장 드라마 주인공처럼 표독스러운 미소를 짓고 등장한 신인 작곡가 우주선이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엌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진짜 며칠치 웃을 거 다 웃었다ㅋㅋㅋ 땀뻘뻘 나는게 겁나 개운하네요
-너무 웃어서 땀났어요ㅋㅋㅋㅋㅋ
-장인어른이랑 같이 보는중인데 낚시 갈 때 빼고 이렇게 웃으시는 거 처음 봅니다
-헬륨 풍선ㅋㅋㅋ 진짜 얘네 너무 귀엽네요
너무 웃어서 이제는 개운한 느낌까지 든 시청자들이 TV 화면 속 뉴블랙 멤버들을 호감 어린 시선으로 바라봤다.
보다가 계속 웃어서 그런 걸까.
이제는 화면 속 얼굴만 봐도 자동으로 기분이 좋아졌다.
‘우주 씨랑 무슨 사이에요? 우린 그분 별론데’ 하며 당하며 파르르 떠는 것도 웃기고.
헬륨 풍선의 정체에도 웃음이 나왔다.
바로 얼마 전 TBC ‘매니저를 부탁해’에서 나온 틴스피릿의 장면이 자료화면으로 나왔다.
그리고.
“이야…….”
“쟤는 진짜 머리가 어떻게 작곡 쪽으로 됐나 보네. 자기 아버지랑 판박이야.”
“음악에 재능이 있네.”
Attention이란 곡에 대해 진지하게 말해 주는 작곡가 듀오의 모습이 두 눈에 새겨졌다.
그런 갭에 호감을 느끼는 가운데 얼마 안 가 다시금 웃음이 터져 나왔다.
물건을 가져다주는 중현을 우주가 소개하는 장면이었다.
[제 비서인 감자 군입니다.]
[안녕하세요. 고구마입니다.]
하나도 안 맞는 오합지졸 같은 합에 웃음이 터져나왔다.
“흐하하하!”
그렇게 공모곡과 함께 전문가들을 모아 본격적인 데뷔를 의논하면서 방송이 끝났다.
다음 화 예고로 두둥! 하며 탑 아이돌 TNT의 한태현이 멘토로 등장하는 장면과 함께.
‘Attention의 작업 로그’가 궁금한 사람들은 미튜브에서 비하인드 영상을 보라는 자막이 떴다.
“진짜 너무 웃었다.”
“아, 배 아파….”
한껏 몰입해서 보던 사람들이 개운한 기분을 느끼며 인터넷에 접속하고 있을 때.
누구보다 행복하게 웃는 사람들이 있었다.
하나는.
‘됐다…!’
시무룩한 표정은 집어치운 채, 2016년 최고의 시청률을 예감하며 두 손을 꽉 쥔 신무록 PD였고.
또 하나는.
“와 시발! 우리 미프 나왔다아아-!”
“미쳤네. 존나 가문의 영광 아니냐?”
“다 이뤘다, 다 이뤘어. 나는 이제 디져도 여한이 없어요~”
흥분해서 하이파이브를 주고받는 빌라 6층의 미소년들이었다.
곳곳에서 관계자들이 즐거워하는 가운데.
시청률 25%를 기록한 미프 3화의 신인 작곡가 우주선에 대한 이야기가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뒤덮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