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412)화 (412/1,031)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412화

콘서트를 마무리한 후.

가족들과 회포를 풀고 숙소에 도착한 우리는 대표님과 영상 통화를 했다.

화면 속에서 박규호 대표님이 허허 웃었다.

-내가 또 수상하게 보였나 봐. 핫핫! 그거 오해 푸느라 또 한참 걸렸지. 왜 그렇게 오해를 샀는지 모르겠네.

“그, 그러게요.”

우리가 웃으며 말했다.

“시큐 분들이 일을 열심히 하다 보니까 생긴 일 아닐까요.”

-그렇지. 잘한 거지.

나중에 오해가 풀리고 당황한 보안업체 직원들에게 대표님이 잘하셨다고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소속사 대표도 원칙에서 예외가 되면 안 된다고.

멋지게 고기도 쐈다는 대표님의 자랑에 우리가 웃으며 잘하셨다고 말했다.

-그래. 이번에 3일 동안 콘서트 하느라 정말 고생 많았다. 내일이 음원 발표지?

“네, 대표님.”

-푹 쉬어라. 고기 맛있게 먹고.

“감사히 먹겠습니다!”

‘많이 먹고 많이 벌어 오거라’ 하는 아련한 미소를 짓던 대표님이 손을 흔들며 사라졌다.

“자.”

눈을 번뜩이는 동생들에게 내가 선언했다.

“때가 되었다. 졸개들아.”

“고기! 고기!”

“고기 파티를 열어라!”

“와아아아아…….”

환호하려고 할 때 아랫집 미소년들의 꿀잠을 우려한 비주가 손목시계를 가리켰다.

곧 자정이라는 말에 우리가 작게 손뼉을 쳤다.

핸드폰을 보던 지호가 말했다.

“불러서 같이 고기라도 몇 점 줄까여? 요새 컴백 준비하느라 배고프다고 그랬던 것 같은데.”

“아니야. 앨범 준비하는데 다이어트 방해하면 안 되지.”

“맞아. 맞아.”

흐흐흣 하며 즐겁게 웃음을 흘렸다.

널찍한 복층 빌라의 주방에 고기 불판을 세팅하고, 중현이가 냉장고에서 고기를 꺼내 왔다.

마블링이 가득한 최고급 소고기였다.

“우아아아아아!”

양손을 파닥파닥 흔들며 기뻐했다.

대표님이 목장을 운영하는 지인으로부터 받아 온 최고급 고기였다.

천장의 샹들리에를 보며 대표님을 찬양했다.

“감사합니다! 대표님!”

“저희 잘 먹고 많이 벌어 올게요…!”

고기 파티가 펼쳐졌다.

중현이가 현란한 가위 기술로 샵샵샵 잘라 내는 고기를 받아먹으며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래. 이 맛이다.

쌈을 싸서 동생들과 서로 우애 좋게 먹여 주었다.

“우리 귀여운 막둥이도 한 입~”

“존경하는 우리 형도 한 입~”

“하하하핫!”

달달한 소고기 덕에 모두가 화기애애했다.

간만에 제로가 아닌, 진짜 콜라가 들어가서 그런지 흥에 취하기도 했고.

“진짜 콘서트랑 앨범 준비하느라 고생 많았다. 얘들아.”

“다들 고생했어요. 정말.”

“이번에 진짜 역대급으로 힘들었던 것 같아여. 콘서트 준비하면서 앨범도 녹음하고.”

다음에는 둘 중에 하나만 하자며 굳게 다짐했다.

중현이가 따라 준 맥주를 홀짝이다가 ‘으’ 하며 인상을 쓰던 리혁이가 덧붙였다.

“미프도 잊으면 안 되죠. 예능 녹화하다가 체력 바닥난 것도 있으니까.”

“맞아. 미프도 있었지.”

“형들! 형들, 말 나온 김에 미프 봐여!”

그리고 미스터 프로듀서를 보기 위해서는 태블릿 PC를 거치해 두거나 거실로 장소를 옮길 필요도 없었다.

고민 끝에 받기로 결정한 물건이 있었으니까.

지호가 슥 웃으며 핸드폰을 들었다.

“부를게여.”

거실에서 무언가 빛을 내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환영합니다. 주인님.]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지이잉- 하면서 부엌으로 굴러오는 대형 TV에 우리가 박장대소했다.

*   *   *

월요일 오후.

수플레들은 곧 공개될 뮤직비디오와 음원을 기다렸다.

-뉴블랙 사랑한다아아!!!

-이제 몇 시간 뒤 공개.. 하지만 난 아직 마음의 준비가 안 됐고

-나 너무 떨려ㅠㅠㅠㅠㅠ

-노래 좋은 거 아는데도 넘 긴장된다

-얼른 뮤비 보고 싶다ㅠ 콘서트도 미프도 다 못 본 나에게는 뮤비밖에 없다

-이번 mv 감독님이 nine이랑 같은 분이지?? 티저 복습하는데 때깔 진짜 곱다ㅠㅠㅠㅠ

-감독님 뉴블랙길만 걷자

1억 뷰를 돌파한 뮤비 Nine을 찍었던 감독과 같이 일한다고 했을 때, 처음에는 우려가 앞섰다.

‘한국풍을 잘 살릴 수 있으려나…?’

사이버펑크와 네온 느낌이 강했던 Nine과 다른 곡이기에 걱정이 되었다고 할까.

하지만 화려한 영상미로 가득한 티저를 본 순간 의문은 쏙 들어갔다.

지금은 그저 뮤직비디오를 보고 싶은 마음이 클 뿐.

미튜브에서 새로고침을 누르며 커뮤니티에서 ‘비주시♡’를 입력하고 있을 때.

‘떴다……!’

뉴블랙TV 공식 채널에 뮤직 비디오가 올라왔다.

음원 사이트에 올라온 앨범을 스트리밍하는 한편, 심호흡을 길게 하고 뮤비를 클릭했다.

‘우와아아…….’

남색 하늘 아래 잎사귀가 빛나는 나무.

허공을 바라보던 리더의 머리카락이 살랑살랑 흔들렸다.

쏴아아아-

봄바람에 흩날린 꽃잎들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꽃잎들이 머리와 어깨 등에 내려앉는 가운데, 희고 긴 손가락이 꽃잎을 하나 집었다.

나긋이 웃으며 후- 불자 꽃잎이 날아간다.

떨어지면서 빛을 잃었던 꽃잎이 다시 그 광휘를 되찾으며 허공을 날았다.

그 위로 아롱아롱 새겨지는 글씨.

낙화(落花)

붓으로 쓴 제목과 함께 안무 대형으로 늘어선 다섯 남자가 나타났다.

한국풍의 배경에서 펼쳐지는 화려한 안무에 수플레들은 넋을 잃고 뮤비를 바라보았다.

……가슴이 벅찼다.

‘누가 우리 애들 미모 좀 알아줘라!’

미모로 지구를 구할 수 있다면 외계인과의 침공전쟁에서 전쟁영웅이 되어 있을 뉴블랙이었다.

수플레들이 장탄식을 흘렸다.

‘여기인가? 내가 누울 곳이?’

앞섶을 살짝 풀어헤친 채 나무 위에 걸터앉아 달을 바라보는 래퍼.

야밤의 화원을 배경으로 빈 잔을 기울이다가 눈물을 한 방울씩 잔에 떨어뜨리는 메인댄서.

텅 빈 가지를 매만지며 가지에서 꽃을 피워내는 메인보컬.

눈물점을 찍은 채 옥 귀걸이를 찰랑이며 걷는 서브보컬까지.

그야말로 덕후의 마음을 사로잡는 뮤비였다.

꽃이 필 때 돌아와

꽃이 필 때 돌아와

그 와중에 귀에 중독성 있게 들어오는 후렴구까지.

벅찬 가슴을 안고 댓글을 쓰려고 들어간 수플레는 멈칫했다.

“뭔 외국인들이…….”

겨울잠 때는 그래도 한국인들이 많았는데.

‘여기 한국인 있어요!’ 라고 외쳐도 밀려오는 영어의 파도에 휩쓸려갈 듯한 분위기였다.

굉장히 흥분한 외국어 댓글들이 가득했다.

-나는 한국 문화를 잘 모름. 하지만 오늘부터 알게 될 거란 확신이 든다

-싫어요(dislike) 누른 놈들은 우리집에 좀 찾아올래? 내 더블배럴 샷건이 너와의 대화를 기다리고 있음

-존나 쩐다

-NBLK의 매력은 정말 다채롭다는 거야. 매번 새 음악이 나올 때마다 그 변화에 정신을 못 차릴 것 같음. 맞음. 나 뉴블랙당함.

-나 궁금한게 한국에서는 뉴블랙 안 유명해? 새 룸메가 한국인인데 내가 뉴블랙 팬이라니까 신기해 했음

-02:47 기억해. 내 심장이 멎은 시간이야

영어로 뉴블랙이 짱이다, 최고시다 하는 댓글을 본 수플레가 눈을 깜빡거렸다.

한국풍이 낭낭한 곡이라서 반응이 과연 올까 싶었는데 역시 덕후들 눈은 다 비슷한 모양이었다.

그것보다…….

‘왜 너희가 더 뽕에 차 있냐.’

크아, 뉴블랙 뽕에 취한다~! 하며 방방 뛰고 있는 외국 팬들을 보며 웃음을 흘렸다.

그 아래로 해석조차 안 되는 일본어나 태국어 댓글 등을 볼 때.

미친 듯이 올라가는 조회수에 놀란 미튜브가 ‘뭔데 또 뭔데’ 하며 뮤비에 프리징을 걸었다.

그 동안 국내 음원사이트도 활활 타올랐다.

[실시간 차트]

1위. 뉴블랙 - 낙화(落花)

2위. 뉴블랙 - 꽃놀이

3위. 뉴블랙 - 인(因)

4위. 뉴블랙 - 연(緣)

5위. 뉴블랙 - 안녕

어떤 음원 사이트를 들어가든 간에 타이틀인 낙화가 1위를 하고, 그 아래에 수록곡들이 줄세우기를 하고 있었다.

폭발하듯이 증가하는 미튜브 조회수와 음원 추이.

지켜보던 수플레들이 ‘우리가 이 정도로 팬덤이 컸나?’ 하고 당황할 정도였다.

그리고, 국내와 해외 팬덤의 반응은 시작에 불과했다.

“어? 뉴블랙 노래 나왔네?”

“뉴블랙 노래 나왔나 본대.”

“이거 귀신 그거 어쩌구 했던 게 이건가? 낙화?”

시청률 25%를 찍고 있던 미스터 프로듀서의 영향으로 일반 대중들도 관심을 보이고 있었다.

미튜브에 접속해 있거나 음악 앱를 보고 있는 사람들 앞에 ‘뉴블랙’이란 이름이 떠올랐다.

손가락들이 빠르게 움직였다.

‘오.’

낙화에 대해 처음 접한 이들의 반응은 모두 비슷했다.

‘노래 진짜 좋네.’

괜히 믿고 듣는 뉴블랙이라는 말이 나오는 게 아니었다.

노래를 듣다가 얼마 안 가 하트를 누르거나 플레이리스트에 추가하는 대중들이었다.

그렇게 초반부터 역대급 임팩트를 보여 줄 때.

아이돌 커뮤니티에도 낙화의 뮤직 비디오가 베스트 게시판에 속속 올라오기 시작했다.

[뉴블랙 - 낙화 Official MV]

새로고침을 할 때마다 수십 개씩 올라가는 댓글이었다.

-으음.. 난해하네

-그닥 좋은 건 잘 모르겠다. 내가 생각한 노래 분위기랑은 너무 다른데;

-뉴블랙tv 지금 접속 잘 안 되던데 ㄱㅅㄱㅅ

-티저 보고 기대했는데 좀 띠용스럽네

-해외 팬들 반응 좋은 거 보니 딱 걔네가 좋아할 듯한 오리엔탈리즘이긴 한듯

귀신같이 안티들이 초반 댓글을 선점했지만.

-뮤비 진짜 잘 찍었네

-와 때깔 봐

-다른 건 몰라도 이번에 초대박 터질 거 같긴 하다ㅋㅋㅋ

-진짜 중요한 시기인데 노래랑 뮤비 둘다 잘 뽑았어

-무대 궁금함

-바람꽃은 스며드는 느낌이었는데 이건 곡 들으면 초장부터 이거!!!들어!!! 이런 느낌인데? ㅋㅋ

-조회수 뭐임??? 무슨 외국멤 5명 있는줄

뮤비와 곡에 대한 호평이 댓글란을 뒤덮었다.

동시에 수플레들이 모여 있는 곳도 사람으로 붐비기 시작했다.

-안녕하세오.. 신규 숯불이에오

-수플레들 안뇽 >ㅇ<

-가입인사로 규호 짤 오지게 박습니다~

-처음 글 써보는데.. 몇 가지 물어봐도 될까?

뮤비를 보고 마침내 입덕부정기를 끝낸 이들이 수플레가 되어 인사를 하고 있었다.

보이그룹 3대장으로 불릴 만큼 큰 규모가 더욱 덩치를 불릴 때.

잔치판을 벌이는 팬들을 아니꼽게 보던 틴스피릿과 TNT의 악성팬덤이 활개를 치기 시작했다.

-낙화 미튜브 추이 특) 미프로 동남아 팬들 오지게 유입됨

-미튜브 조회수니 머글픽이니 하면 뭐함; 3대장 중에서 앨범 판매량은 꼴찌인데

-222 돈도 안 되는 해외팬 늘어봐야 뭐함

-지금 국내 반응도 솔까 미프빨로 더 터진 거 아닌가? 원래 흥할 노래 아님

역대급 성적에 질투심이 리미트를 뚫고 폭발하고 있었다.

수플레들도 그에 대해 반격하고 있을 때.

치열한 혈투를 벌이는 댓글창에 누군가 ‘호외요!’ 하듯 새로운 소식을 전해 왔다.

싸우고 있던 이들 모두를 멈추게 하기에 충분한 소식이었다.

‘초동?’

[뉴블랙 미니4집 초동 1일차]라는 제목을 클릭한 이들은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입을 떡하니 벌렸다.

(음반 집계 사이트 캡쳐)

첫날 14만 장 찍음

이 추세면 역대 최초로 30만 장 뚫을 수도 있을 듯ㄷㄷ

보고 있던 모두가 눈을 비비며 의심했다.

“…….”

14만 장.

앨범 발매 후 일주일간의 판매량을 다루는 것이 초동 판매량 수치.

팬덤의 화력을 보여 주는 지표에서 하루치 판매량으로 역대 순위 안에 안착할 만큼 높은 기록이었다.

상상도 못한 숫자에 아이돌 팬들은 멍한 기분을 느꼈다.

‘……뉴블랙이 이 정도로 팬이 많았다고?’

체조경기장에서 3일이나 콘서트를 한다고 했을 때는 ‘오프라인 동원력이 좋은가 보다’ 생각할 뿐이었다.

정체기에 접어든 TNT가 최근 앨범이 20만장 대였고.

곧 정규 앨범으로 컴백할 틴스피릿 정도는 되어야 볼 거라고 생각한 수치가 뉴블랙의 앨범에서 나오고 있었다.

“…….”

‘오류가 아니냐’ 하며 현실을 부정하는 댓글이 올라오는 가운데.

-어.. 우리 축하해야 되는 거지..? 이거 맞는 거야??

-추.. 축하합니다 축하핳ㅂ니다 어우 손떨려

-와ㅠㅠㅠㅠㅠㅠㅠㅠ

보고 있던 뉴블랙의 팬들조차 얼떨떨해하고 있었다.

뮤비나 음원 반응을 보면서 기쁜 와중에 역대급 초동 추이가 나왔다.

조상님의 땅문서를 발견해서 좋아하고 있었는데, 거기서 기름이 팡팡팡 터지는 듯했다.

“와…….”

지금까지 덕질을 시작한 이래로 가장 잊을 수 없는 하루였다.

*   *   *

앨범에 대한 반응이 엄청 좋다.

‘좋다’는 단어를 어떤 식으로 써야 제대로 표현할 수 있을지 고민이 될 만큼 반응이 좋다.

하루도 지나지 않아 뮤비 조회수가 500만을 찍었다는 소식을 들었으니까.

“흐어어?!”

보고 있던 우리도 식겁했다.

이대로라면 역대 최단 기간 1000만 뷰를 돌파하게 될 거라는데, 좋아도 너무 좋으니 오히려 겁이 났다.

물도 1톤을 마시면 치사량에 이르러서 죽는다던데.

관종인 우리 기준으로도 버거운 수준의 관심이었다.

“뭐야. 이거 무서워.”

“저 갑자기 무서워졌어여. 형들.”

모여서 오들오들 떨다가 고개를 돌리자, 석환 형이 웃으며 설명을 해 주었다.

“Nine으로 해외 팬들도 엄청 유입되기도 했지만, 이번에 미프로 동남아시아 쪽 팬들이 엄청 유입됐거든.”

“아, 그래서…….”

“나도 자세히는 모르겠는데, 스칼렛 쪽 팀장님한테 듣기로는 저쪽이 미튜브를 굉장히 많이 본다나 봐.”

태국,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의 국가에서 우리 팬이 굉장히 많이 유입됐다는 모양이었다.

미프라는 프로그램이 얼마나 저 지역에서 영향력이 큰지를 실감하는 하루였다.

석환 형이 웃으며 말했다.

“좋아해야지. 원하던 걸 이룬 건데.”

“그렇기는 한데…….”

일본 투어를 다녀오면서 목표했던 바가 있었다.

중국과 일본이라는 시장 말고 동남아시아와 북미, 유럽 등을 공략해 보자고.

그걸 이뤄서 좋기는 한데, 너무 일이 크게 벌어졌다.

“헤헷… 헤헤헷…….”

어색하게 떨면서 웃자, 석환 형과 매니저 형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와.”

막내가 양쪽 뺨에 손을 올리며 말했다.

“진짜 일이 귀신 같이 잘 풀리네여. 음원 차트도 계속 1위에 있고.”

“그러니까 말야.”

“진짜 이거 귀신 분의 도움 덕분 아닐까여?”

우리가 허공에 손을 흔들며 인사했다.

“경비원 아저씨, 오해해서 미안합니다. 좋은 분이셨는데…….”

“보고 계시나여. 저희 이번에 대박 터졌어여.”

“나는 합리적인 사람이기 때문에 귀신은 안 믿지만, 만약 존재한다면 감사 인사를 드리고 싶네요.”

“어쩌면 그 ‘아-’ 하고 숨결을 불어넣어 주셨기에 이렇게 잘 된 거 아닐까요…?”

비주의 말에 우리가 일리 있다며 말했다.

그러곤 꺄르륵 웃었다.

“으하하핫!”

무섭긴 했는데 그래도 좋은 건 좋은 거였다.

24시간 내내 탭 댄스를 춰도 지치지 않을 만큼 기쁜 소식에 다 같이 어깨춤을 들썩였다.

그리고.

“참, 이건 광고에 대한 이야기인데.”

우리 TF 팀장님이 다른 이야기를 꺼냈다.

“미스터 프로듀서 때문에 지금 광고주들 문의가 계속 오고 있거든. 스케줄 관련해서.”

“어떻게 했어? 거절했어?”

“적당히 거절했어. 몇 개는 보류했고.”

우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미프의 인지도 덕에 광고가 들어올 거라는 건 예상하고 있었다.

특히 ‘가능하시겠어요 SEXY’ 했던 그 짤방은 이미 광고 문구로 쓰이고 있을 정도였으니까.

‘가능하시겠어요 청구할인?’ 이런 식으로.

오늘 아침이었나, 양치를 하며 웹툰을 보던 지호가 내게 핸드폰을 보여 주기도 했다.

[가능하겠나 SEXY?]

고등학생들이 싸움하고 연애하는 웹툰이라고 하는데, 등장인물 중 하나가 내 표정을 따라하고 있었다.

정말 다양한 분야에서 우리가 밈으로 등장하고 있는 게 요즘 상황이었다.

그런 까닭에 광고는 예정된 일이긴 했다.

“100억…?”

그 금액이 예상과 다르긴 했지만.

“주요 회사만 해도 총 15곳 정도 되는데, 그걸 다 합치면 최소 100억은 나올 거야.”

100억이면 대체 소고기가 몇 번이지.

아니. 소고깃집을 프랜차이즈로 차릴 수 있을 금액이었다.

잠시 ‘뉴블랙 고깃간’ 같은 네임이 눈앞에 아른거렸지만 이내 떨쳐내며 말했다.

“뭐든 적당히 하는 게 좋아. 여기서 더 했다가는…….”

“반응이 안 좋을걸요. 나도 같은 생각이에요.”

리혁이를 비롯해 동생들도 동감을 표했다.

안 그래도 광고가 많은데, 돈 벌겠다고 다 했다가는 오히려 이미지에 마이너스였다.

무엇이든 적당히가 중요하다.

애초부터 우리는 국민 예능을 통해 긍정적인 이미지를 확보하는 게 목표였다.

지호가 말했다.

“맞아여. 오래 가야 되는데 금방 질리게 하면 안 되잖아여. 아무리 고기가 좋아도 매일 먹으면…….”

“좋지.”

“그러네여. 좋네여.”

중현이와 지호의 대화에 다 같이 웃음을 터뜨렸다.

그렇게 새로 발매한 앨범에 대한 이야기는 마무리를 지었다.

역대급 성적으로 스타트를 끊었지만 아직 축배를 들고 기뻐해야 할 때는 아니었다.

음악방송을 비롯해서 이번 앨범의 프로모션은 지금부터 시작이니까.

신곡인 ‘낙화’도 좋은 곡이지만, 앨범에 담긴 수록곡들도 이번 기회에 홍보하고 싶었다.

부모님을 생각하며 쓴 곡도 따로 무대로 보여 주고 싶고.

“라디오 스케줄 잡혀 있는 건 이따가 너희가 확인하고.”

“넵.”

“그리고….”

석환 형이 스케줄표를 보며 말했다.

“다음 주에 프랑스 가는 건 준비 잘하고 있지? K팝 콘서트.”

“이미 준비 다 끝났어.”

6월 초에 있을 프랑스 파리의 K팝 콘서트 녹화에 대한 이야기였다.

K-net이 유럽에서 여는 합동 콘서트인데, 우리와 스트릿 보이즈가 메인 퍼포머라고 들었다.

현재 해외 인기가 높은 두 그룹을 메인으로 잡았다나.

파리 방문 일정에 대해 잠시 이야기를 나눈 후.

“자, 그럼 조금 쉬었다가 가볍게 몸 풀기로 연습 들어갑시다.”

“예이!”

“중요한 건 이제 연습 끝나고도 고기 먹을 수 있다는 거~”

“유후~!”

동생들과 함께 다가오고 있는 무대 연습에 들어갔다.

이번에 가장 공을 들이는 스케줄 중 하나가 바로 내일 있을 방송 녹화였다.

*   *   *

PBS 방송국.

화요일, 뮤직카페의 녹화를 앞두고 MC 하승주는 출연자 대기실을 하나씩 방문했다.

“안녕하세요. 컨디션은 좀 어때요?”

“좋습니다! 선배님!”

“아까 리허설 때 보니까 정말…….”

출연자들의 컨디션을 점검하고 미리 흥을 돋우기 위함이었다.

가수들이 있는 대기실을 하나씩 둘러보고 나올 때, 뮤카의 PD가 하승주에게 말했다.

“이야. 이번 라인업 진짜 좋네요. 시청률 잘 나올 거 같아요.”

“잘 나올 수밖에 없지.”

앞서 나온 가수들도 한 이름값 하는 사람들이었지만, 지금 보러 가는 이들은 그중에서도 하이라이트였다.

뉴블랙.

요즘 국민 아이돌이라는 별명까지 붙고 있는 만큼 관객들이 가장 보고 싶어 하는 가수였다.

하승주가 웃으며 말했다.

“그래. 귀한 손님 맞이하러 가야지.”

“가시죠.”

뉴블랙 멤버들이 있는 대기실을 향해 하승주가 발걸음을 옮겼다.

콘서트 끝나고 첫 만남.

공연 정말 잘 보았다고, 그런 격려를 해 주려고 다가간 하승주는 어렴풋이 들려오는 웃음소리에 멈칫했다.

-변신할 거야~ 변신할 거야~

‘간 때문이야’를 변주한 노래가 시끌벅적하게 울려 퍼지고 있었다.

-반드시 변신할 거야~ 반드시 변신할 거야~!

-이미지 변신할 거야~!

문손잡이에 손을 올리려던 하승주가 물러났다.

“…….”

마찬가지로 머뭇거리던 피디와 눈이 마주쳤다.

“……이미 흥은 충분한 거 같지?”

“그, 그냥 지나가죠.”

“내가 쟤네를 아는데 이럴 때는 안 엮이는 게 최고야. 피곤해.”

단소 연주하는 소리가 후루루루 울려 퍼지고 덩실덩실 춤사위가 문을 뚫고 들려왔다.

사악한 의식을 치르는 주술사처럼 ‘변신! 변신!’ 하고 스탭들 웃는 소리가 마귀처럼 울려 퍼진다.

두 남자가 훈훈한 미소를 지었다.

‘이미지 변신 같은 소리하고 있네…….’

‘녹화하기 전에 좀 진정시켜야 되는 거 아닌가…? 관객들 경기 일으킬 것 같은데.’

이내 재빠르게 뒷걸음질 치는 두 남자였다.

-꺄하하핫!

오늘 녹화를 터뜨려 버리겠다는 듯 역대급 흥을 장착하고 온 이들의 목소리가 복도에 울려 퍼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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