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414화
음산한 조명 아래 으스스하게 웃던 멤버들이 마이크를 들었다.
-때는 2016년….
…하다가 자기들끼리 멈칫한다.
막내가 물었다.
-그때 몇 월이었져…?
시작부터 와장창에 방청객들이 큰 웃음을 터뜨렸다.
자기들끼리 언제였지 하고 고민하고 있는 동안 우주가 설명했다.
-저희가 날짜를 생각 안 하고 살다 보니까. 가끔 이런 게 기억이 안 날 때가 있어서요.
-나 기억났어요. 그때 3월이에요.
-3월….
다시금 진지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이어 간다.
-때는 2016년 3월…….
-제주도에서 여행 리얼리티를 찍으면서 벌어진 일이었죠. 사건의 시작은 여행 둘째 날.
-담력체험을 하면서 벌어진 일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웃으면서 지켜보던 관객들이 점점 이야기에 빨려 들어가기 시작했다.
어찌나 이야기 솜씨가 좋은지.
본인 피셜로 동화 구연 대회에서 상을 휩쓸었다는 왕지호의 스토리텔링이 일품이었다.
-그때 저희 앞으로 경비원 아저씨 한 분이 이렇게….
스스슥.
허공을 둥둥 떠다니듯이 움직이는 지호의 모습에 한 관객이 식겁했다.
“히이익…!”
고요한 공개홀에 외마디 비명이 울려 펴졌다.
관객들이 폭소하는 가운데, 얼굴이 벌게진 당사자가 카메라와 시선을 피해 옷깃으로 얼굴을 가렸다.
그 동안 이야기가 이어졌다.
담력 체험에서 정체불명의 경비원을 목격했는데, 텐트에서 녹음한 낙화의 음성파일에 정체불명의 소리가 나왔다고.
관객들이 숨을 삼켰다.
“흐어…….”
현을 달달달 튕기며 공포 BGM을 연주하는 가야금 명인의 솜씨에 관객들이 숨을 죽였다.
그 동안 몇몇 관객이 귓속말로 수군거렸다.
“대박이다. 저거 진짜일까?”
“설마 진짜겠어?”
‘요즘 세상에 귀신이 어디 있…’ 하며 말하려던 이들의 귓가에 문제의 녹음본이 재생됐다.
[아-]
희미하지만 확실하게 들리는 중년 남자의 음성에 관객들이 ‘으아아악’ 하며 비명을 질렀다.
이내 민망해하는 웃음들이 객석을 채우는 가운데.
뉴블랙의 리더가 마이크를 잡고 으스스하게 속삭였다.
-네. 지금까지 뉴블랙의 공포 방송, ‘낙화의 숨겨진 비하인드’를 들으셨습니다.
-다음 이 시간에… 투 비 컨티뉴.
마지막을 장식하는 중현의 문구에 관객들이 웃음을 흘렸다.
괴담이 끝나고 조명이 다시 밝아지는 동안, 끅끅대며 웃던 하승주가 마이크를 들었다.
-어느 분이 ‘흐아악!’ 하고 웃을 때 너무 웃겨 가지고. 참느라고 엄청 힘들었어요.
웃음을 터뜨리는 관객들에게 MC가 말했다.
-참, 여러모로 역대급 아이돌입니다. 지상파 어딜 가도 음악 프로에서 괴담 얘기하는 건 뉴블랙밖에 없을 거예요.
-맞습니다. 원 앤 온리 뉴블랙이에요.
뿌듯해하며 엄지를 드는 뉴블랙에게 관객들이 미소를 지을 때.
몸을 부르르 떨던 하승주가 말했다.
-그나저나 진짜 너무 무서웠어요. 이미 아는 이야기인데도 무서웠네요.
관객들이 공감한다는 듯한 리액션을 보낼 때, 리더가 마이크를 들었다.
-재미있게 들어 주셨다니 감사하네요. 안 그래도 대기실에서 미리 연습한 거였거든요.
-…이걸 연습했니?
-저희는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합니다.
-분명 멋져야 하는 대사인데, 귀신 이야기 가지고 그러니까 하나도 폼이 안 나네요.
-아아아.
하승주의 디스에 뉴블랙이 짐짓 서운하다는 눈빛을 보냈다.
삼촌과 조카들처럼 친근하게 대화하는 풍경에 방청객들이 미소를 지었다.
귀신에 대한 비하인드 스토리가 잠시 이어진 후.
BGM을 연주한 가야금 연주자 송아랑에게 포커스가 옮겨 갔다.
-가야금 연주 때문에 진짜 심장이 떨려 죽는 줄 알았어요. 어쩌다가 이런 연주를….
-아까 뉴블랙 친구들이 연기 연습을 하는데, 되게 재미있어 보이더라고요.
-본인이 먼저 참가를 희망하신 건가요?
-네, 재미있을 것 같아서.
생각지도 못한 연주자의 참가 동기에 관객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뉴블랙이랑 붙어 있으면 누구든 뉴블랙화가 진행되는 것 같다는 MC의 멘트에 공감하는 반응이 나왔다.
얼마 안 가 퇴장하는 가야금 연주자에게 방청객들이 열심히 박수를 보낸 후, 다시 본론으로 돌아왔다.
-가요계에서 귀신을 보면 성공한다, 그런 속설이 있는데 이번에 잘 들어맞았네요. 역대급 노래가 나왔잖아요.
-그런 것 같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그분께 다시 한번 감사 인사를….
멤버들이 동시에 허공을 바라보았다.
하승주의 등 뒤편이었다.
-……야! 내 등 뒤에 보면서 인사하지 마!
허공에다 손을 흔드는 뉴블랙의 모습에 MC가 질겁했다.
한바탕 웃음을 터뜨리는 관객들 앞에서 소심하게 연신 뒤를 확인하던 MC가 몸을 떨었다.
그러곤 화제를 전환했다.
-진짜 신기하긴 하네요. 그 소리는 뭐였을까요?
-저희도 잘 모르겠어요. 일단 귀신이라고 믿고 싶어서, 귀신이라고 생각 중이기는 한데.
-귀신이라고 믿고 싶다고요?
-네.
비주가 웃으며 말했다.
-그게 진짜 사람 소리면 더 무섭지 않나요?
-……!
-저희가 누워 있는 텐트 머리맡에서 누군가 이렇게… ‘아아아-’
-으아아아! 그만해!
-왜 그러세요?
고개를 갸웃하던 비주가 환하게 웃었다.
-이게 무서우신가요? 아아아-
안 들린다는 듯 하승주가 귀를 막았다.
이내 상냥한 얼굴로 다가가 ‘아아아-’ 하는 비주의 모습에 방청객들이 박수를 치며 웃었다.
* * *
‘내가 누군가를 무섭게 했어…!’ 하며 비주가 기뻐하고 있을 때.
앨범에 대한 에피소드를 푸는 시간이 끝나고, 중간 무대를 할 시간이 다가왔다.
MC가 넌지시 말을 걸었다.
-이제 무대를 하나 더 보게 될 텐데요.
“맞습니다.”
-어떤 곡인가요?
“저희 앨범에 수록된 노래 중에서 ‘안녕’이라는 노래입니다.”
호기심 가득한 눈동자들이 나를 바라본다.
“저희의 이번 앨범 주제가 작별이잖아요.”
-그랬죠. 타이틀곡인 낙화부터 작별하는 꽃들이 다음 봄에 꼭 만나자, 하는 곡이니까.
내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런데 작별에도 여러 종류가 있잖아요. 그중에는 다시 못 만나게 되는 작별도 있고.”
-여러 종류가 있죠.
“낙화라는 곡은 다시 만날 수 있는 사이를 상정하고 쓴 곡이지만 그게 안 될 때도 있으니까.”
-그렇죠.
“안녕은 그런 작별을 생각하며 쓴 곡이에요.”
뮤직카페에 첫 출연했을 때처럼 부모님이 누군지 설명할 필요는 없었다.
객석의 모두가 알고 있는 눈빛이었다.
나를 유심히 바라보는 동생들의 눈길을 느끼며 차분하게 말했다.
“이 곡은 제가 부모님을 생각하고 쓴 곡이에요.”
일전에 눈앞의 MC가 내게 부모님의 영상을 보내 주었을 때.
그때 부모님의 모습을 보며 곡을 하나 써야겠다고 다짐을 해서 탄생한 곡이 바로 ‘안녕’이었다.
제대로 된 작별인사도 못하고 보내 버린 분들을 위해 쓴 곡.
방청객들을 향해 미소를 지었다.
“누구나 그런 경험이 있잖아요. 제대로 인사를 하지 못하고 영영 헤어지게 되는 일이.”
곳곳에서 공감이 간다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는 관객들이 눈에 들어왔다.
연령대가 다양하다.
20대로 보이는 남자 분도 있고, 나이 지긋한 할머님도 계시고, 중년 부부도 있다.
“‘안녕’이란 곡은 그런 취지에서 쓴 곡인데요. 모쪼록 많은 분들에게 위로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나를 지그시 바라보던 하승주가 웃으며 물었다.
-그럼 한번 들어볼까 하는데, 준비됐나요?
“네.”
-그럼 뉴블랙의 ‘안녕’, 지금부터 들어보겠습니다.
나를 향해 따스히 미소 짓는 관객들의 눈빛과 함께 박수소리가 귓가를 선명하게 울렸다.
피아노 앞에 앉는 한편.
노래를 부르기 전에 눈을 지그시 감고 사람들의 얼굴을 하나씩 떠올렸다.
아빠, 엄마, 할머니.
그리고.
‘준비 됐어요?’
나를 향해 상냥히 웃는 녀석들에게 시선을 돌렸다.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준비됐어.’
이제 노래를 부를 차례였다.
* * *
박수 소리가 아스라이 흩어질 무렵.
피아노 앞에 앉은 우주가 심호흡을 하는 모습이 관객들의 눈에 들어왔다.
그 모습에 같이 숨을 죽일 때.
섬세한 손가락이 건반을 부드럽게 누르기 시작했다.
‘오…….’
이별을 담은 듯한 피아노 연주가 짧게 이어진 후.
마이크에 가져다 댄 입술이 부드럽게 열렸다.
꿈을 꾸었어요
별이 하나 있었죠
작고 아름다운
당신이 살아가는 별
호소력 짙은 목소리가 가사를 읊었다.
낮과 밤이 없고
모두가 떠나지 않는 별에서
당신이 웃고 있었죠
뉴블랙의 리더가 두 손을 엇놀리면서 피아노를 쳤다.
고요한 공개홀에 별이 반짝이는 듯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오직 피아노 소리만 있는 어쿠스틱 버전의 노래였지만 그럼에도 소리의 공백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 자리를 메운 것은 저마다의 기억이었다.
“…….”
저마다 가슴에 품고 있는 그때 그 작별을 떠올리며 조용히 두 손을 맞부딪혔다.
가수가 속삭이듯 노래했다.
그럴 때면
옥상에 올라가 별을 찾았죠
새벽하늘
어떤 별이 당신의 별일까
찾아가려고
찾아가려고 했다는 마지막 소절이 나직하게 울려 퍼질 때.
관객들과 하나하나 눈을 마주치던 가수가 따스한 미소를 지으며 음을 부드럽게 올렸다.
어른이 되고서야 알았죠
별과 별 사이는
빛이 길을 헤매일 만큼
아득히 멀다는 걸
곡의 화자가 성장했다는 것이 음악으로 느껴졌다.
차분하게 변한 음악.
작별이 감당하기 힘들어 꿈으로 도피했던 누군가가 어른이 되어 그 작별을 마주하는 분위기였다.
이제는 받아들일 수 있다는 듯.
그러니 이젠
작게 깜빡이는 불빛으로
전해 볼까 해요
당신의 품에 안겨
보게 될 나의 인사를
빛이 닿는데 한참이나 걸린다는 머나먼 별을 향해 손전등을 깜빡이는 모습이 그려졌다.
가만히 앉아 있던 멤버들이 마이크를 하나씩 들었다.
‘후우우’ 하는 소리와 함께 음이 하나씩 추가되며 화음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멤버들이 동시에 마이크를 들어 올리며 부드럽게 웃었다.
안녕, 잘 지냈나요
보고 싶었어요
당신이 없는 하루는
너무 길었어요
먼저 떠나가 있는 사람들을 향한 인사였다.
그리고.
세상에서 빛이 도달하는 데도 수없이 많은 시간이 걸리는 것이 별과 별 사이의 거리이기에.
그 인사가 닿는 것을 보지 못하고 지구를 떠나게 되는 것이 화자의 운명이었다.
따라서 언젠가 같은 별에서 사랑하는 사람들과 만나고.
그들의 품에 안겨 자신이 오래 전에 보낸 메시지를 보는 것이 ‘안녕’의 내용이었다.
‘안녕-’하는 후렴이 메아리처럼 이어지면서 관객들의 입에서 탄성이 흘러나왔다.
‘노래가…….’
이윽고 모두의 입가에 미소가 맺혔다.
가사 내용을 들으면서 저마다 자신의 기억을 투영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얼마 전에 떠나보낸 친구를 기억하기도 하고.
오랫동안 돌보았던 누군가를 떠올리며 눈물을 적시기도 하고.
오랜 친구와 함께 했던 추억을 되새기는 이도 있었다.
그렇게 저마다 다른 이름을 떠올리는 이들에게 어린 가수가 미소를 지었다.
‘괜찮아요.’
듣기 좋은 미성이 방청객들을 어루만지는 듯했다.
후렴구에 함께하는 멤버들의 화음도 마치 ‘당신은 혼자가 아니에요’ 하듯 따스하게 다가왔다.
눈가 끝에 맺힌 눈물을 훔치는 중년 관객의 모습이 카메라에 담겼다.
안녕, 잘 지냈나요
보고 싶었어요
그리고 그 속에서 눈물을 왈칵 쏟은 이들도 있었다.
바로 뉴블랙의 팬들이었다.
벌게진 눈으로 공개홀을 들었다 놨다 하는 누군가의 무대를 지켜보는 수플레들이었다.
“…….”
무대 위에서 웃고 있는 누군가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객석을 향해 따스한 시선을 보내는 뉴블랙의 리더를 보며 생각에 잠기는 팬들이었다.
그리고.
“…….”
지금까지 무대를 지켜보고 있던 관객들의 눈빛이 한층 더 새롭게 바뀌고 있었다.
본인들이 직접 노래를 쓰고, 부른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뉴블랙이란 그룹을 아이돌의 범주 안에서만 생각하고 있던 터였다.
하지만 눈앞에서 ‘안녕’을 부르는 모습을 보며 잘 인지하지 않았던 싱어송 라이터로서의 면모를 느끼고 있었다.
자신들의 감정을 노래로 담아 그것을 호소력 있게 전달하는.
진솔하게 부르는 노래를 인상 깊게 느끼는 일반인 관객들이었다.
당신이 없는 하루는
너무 길었어요
3절까지 이어진 노래가 막을 고했을 때.
피아노 연주를 마무리 짓던 우주가 살짝 숙였던 고개를 들었다.
물기가 담긴 눈으로 미소 짓는 가수의 모습에 방청객들이 박수와 함께 큰 환호를 보냈다.
“와아아아아아-!”
좋은 노래에 대한 고마움과 어린 가수에 대한 격려가 담긴.
오늘 녹화가 시작된 이래로 가장 크게 터져 나온 환호성이었다.
* * *
방청석에서 보내 주는 박수와 환호에 웃으며 인사했다.
“감사합니다.”
박수 소리가 공연장의 공기를 메우는 가운데 조명이 어두워진 틈을 타 피아노에서 일어났다.
원래 자리로 돌아갈 때 내 등에 손을 얹었다가 떼는 동생들의 손길이 느껴졌다.
눈으로 웃어 주는 녀석들에게 나도 같이 웃어 줬다.
그 속에서 대견하다는 듯 미소를 짓고 있던 하승주가 말했다.
-와.
MC가 작게 손뼉을 치며 웃었다.
이 사람도 눈에 살짝 물기가 어려 있었다.
-…노래가 진짜 좋네요. 저는 그때 당시에 보내 줬던 초안만 들었던 것 같은데.
“네, 그 이후로 수정을 좀 많이 했어요.”
-그때도 좋았는데 곡이 말도 못하게 더 좋아졌네요.
곡의 분위기가 확 살았다는 듯 칭찬을 건네주는 MC의 멘트에 내가 미소를 지으며 허공을 보았다.
고마워요. 형섭 씨.
이 호소력 짙은 분위기는 Nine의 리믹스를 맡았던 천재 아마추어 작곡가를 갈아 탄생한 결과물이었다.
MC가 웃으며 큐 카드를 훑었다.
-사전 인터뷰 내용을 보니까, 이 노래가 우주 씨가 이번 앨범에서 가장 좋아하는 노래라고 했네요.
“네, 수록곡 중에 제가 제일 좋아하는 노래예요. 밤바다와 더불어 가족에 대해 쓴 곡이기도 하지만….”
살짝 웃으며 말했다.
“동생들 없이 저 혼자서 부르는 노래거든요.”
-아. 그런 이유로….
“혼자 녹음하니까 정말 편했습니다.”
-우우우우! 나쁘다!
동생들이 반발하는 동안, 장난스럽게 내뱉은 멘트에 관객들이 웃음을 흘렸다.
분위기가 부드럽게 풀려 가는 게 피부로 느껴졌다.
동시에 내 동작 하나하나를 유심히 바라보는 시선들이 객석에서 느껴지기도 하고.
-낙화뿐만 아니라 정말 명곡 파티네요. 진짜 대단하다는 말밖에 안 나옵니다.
MC가 객석을 향해 물었다.
-어떠세요. 여러분, 이 친구들 정말 재능 있지 않습니까?
‘네에에!’ 하는 대답이 공개홀에 울려 퍼졌다.
그런 칭찬에 동생들과 내가 손을 파닥파닥 흔들며 좋아했다.
그렇게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녹화를 이어 갔다.
-가족에 대해 쓴 두 번째 곡이라고 했는데. 그럼 첫 번째 곡은…?
-밤바다라는 곡인데요.
관객들이 잘 모르는 밤바다에 대해서 잠시 한 소절을 짧게 부르기도 했는데.
몹시 좋은 반응이 돌아왔다.
그리고.
-저희 포인트 안무인데요.
-아아아아악!
-선배님, 좀 더 찢으셔야 돼요. 조금 더.
-아아아악! 야야야야야!
낙화의 포인트 안무를 배워 보겠다고 나선 미중년 MC가 유연성 부족으로 고생하면서 웃음이 터지기도 하고.
-한복의 좋은 점이 뭔지 아세요?
-뭔데요?
-바로… 의상에 단추가 없다는 거예요!
저번에 단추를 터뜨렸던 누군가가 흥분해서 좋아하는 모습에 모두 박장대소하기도 했다.
그러는 동안에 쉴 새 없이 웃었다.
첫 출연 때 달달 떨었던 동생들이 이제는 오디오가 빌 새 없이 멘트를 한 덕이기도 했지만.
“…….”
아무래도 ‘안녕’이란 노래를 불러서 그런 듯했다.
녹음할 때만 해도 딱히 이런 기분은 아니었는데, 관객들과 감정을 교류하면서 부르고 나니 조금 후련하다고 할까.
지금까지 딱딱하게 응어리졌던 무언가가 녹아 내리듯이.
시원하면서 후련했다.
“흐하하핫!”
그렇게 동생들의 토크에 정신없이 웃고 있는 동안, 녹화의 끝이 점점 다가오고 있었다.
MC가 물었다.
-이제 향후 계획이 어떻게 되시는지?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이에요. 음악방송도 있고, 다음 달에는 해외 팬분들 만나는 투어도 있고….”
-엄청 빡빡하네요.
“스케줄이 많긴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설레요.”
관객들을 보며 말했다.
“이렇게 관객 분들 앞에서 공연을 하면 에너지를 받아가는 기분이라서요. 새로운 무대를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습니다.”
-언제나 보기 좋네요.
“감사합니다.”
미소를 짓던 하승주가 말했다.
-그럼 이제 마지막 무대가 ‘꽃놀이’였던가요?
“맞습니다~”
-마무리 멘트 한 번 들어볼까요? 시간 관계상 대표로 한 명.
나를 바라보는 동생들의 시선이 느껴졌다.
“음…….”
어떻게 할까.
“오늘 제가 멘트를 엄청 많이 한 만큼, 마지막은 저희 막내에게 양보하고 싶습니다.”
-저여?
“요즘 저희 막내 멘트가 물이 올랐거든요~”
비주가 열심히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콘서트 장에서 보면서 감탄했어요.
-저희가 마지막 콘서트 때 지호 보고 ‘멘트의 신이다 멘트의 신’ 이랬거든요.
-멘트는 인정합니다. 저도.
바로 몰아가기에 동참하는 동생들이었다.
못된 형들을 향해 짐짓 눈을 흘기던 막내가 이내 씩 웃으며 관객들에게 시선을 돌렸다.
-흠흠.
그러곤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누군가를 따라하는 표정에 MC와 동생들이 나를 힐끔 보며 키득거렸다.
-오늘 정말 즐거웠어요.
-오우.
중현이가 크으 하며 막내를 향해 손가락 권총을 날렸다.
-오우, Yo.
관객들과 MC가 정신없이 웃음을 터뜨리는 동안 우리도 땀이 맺힐 만큼 웃었다.
막내가 꿋꿋하게 멘트를 이어갔다.
-이렇게 많은 분들에게도 간만에 또 관심을 받아서 정말 좋았고요.
-Yo!
다 같이 멘트 끝에 ‘Yo’ 하자 관객들이 뒤집어졌다.
-앞으로도 우주 형을 통해서 좋은 노래 만들 테니까요.
-Yo.
이번에는 관객들까지 가세해서 ‘Yo’ 하고 답했다.
잘했다는 듯 방청객과 우리가 박수를 주고받는 동안.
-아, 저 안 할래여.
-아아아! 알았어, 알았어.
토라지는 시늉을 하던 막내가 마이크를 들었다.
그러곤 입모양으로 ‘요오오’ 하고 준비하던 우리와 눈을 마주치더니 한숨을 쉬었다.
떠들썩한 웃음이 흐른 후.
새끼손가락을 걸고 안 놀리겠다는 약속을 받고서야 입을 여는 막내였다.
-앞으로도 아주 적은 관심과 응원 부탁드릴게요.
-적은 관심이요?
-네. 가끔 ‘뉴블랙’이 인터넷이나 음원 사이트에 보이시면 한 번 클릭해 주시는 정도로….
막내의 센스 있는 멘트에 관객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그렇게 분위기가 마무리 될 때 지호의 눈짓에 맞춰 우리가 모두 자리에서 일어났다.
가운데 서서 손가락 하트와 함께 눈을 찡긋하는 지호였다.
-봄인데 저랑 꽃놀이 한 번 가시죠~!
-와아아아!
관객들의 함성을 이끌어 낸 막내가 ‘잘했죠?’ 하듯 바라보기에 우리가 웃어 주었다.
하승주가 큐 카드로 박수를 치며 말했다.
-네! 지금까지 뉴블랙이었습니다!
-와아아아!
그 동안 무대 대형으로 모여 섰다.
가운데 지호가 서 있고, 우리가 바닥에 앉아서 객석을 바라보는 대형이었다.
신나는 국악풍의 전주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지호가 마이크를 든 손을 촤악 펼쳤다.
펄럭이는 옷자락과 함께 흥 가득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여봐라 게 아무도 없느냐
‘없사옵니다!’ 하는 애드립을 하며 흩어지는 우리 모습에 관객들이 즐겁게 웃기 시작했다.
전주에 맞춰 시원한 춤판을 벌이는 것도 잠시.
나와 중현이의 손을 딛고 도약한 메인댄서가 시원하게 몸을 회전시키면서 등장하자 객석이 후끈 달아올랐다.
펄럭-
관성에 이끌린 옷자락이 메인댄서와 함께 춤을 추었다.
“와아아아아-!”
객석으로부터 뜨거운 반응을 얻은 꽃놀이와 함께 그날의 녹화는 그렇게 끝이 났다.
방송이 나오려면 며칠 남았지만 현장 반응은 지금까지의 뮤직 카페 녹화 중에서 최고였다.
“와아아아아아!”
-감사합니다!
쩌렁쩌렁한 박수로 화답해 주는 관객들을 향해 환히 웃으며 고개를 꾸벅 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