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416)화 (416/1,031)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416화

간만에 음악 일을 신나게 해서 그런가.

다음 날인 목요일 아침을 맞이한 나의 기분은 최고였다.

“안녕하세요! 뉴블랙입니다.”

오늘의 스케줄은 K-net 음악방송.

1월 컴백 쇼케이스 이후로 4달 만에 찾은 상암동 K-net 사옥은 저번과 큰 차이가 없었다.

차이점이라고 한다면.

“어, 뉴블랙.”

“뉴블랙…….”

“쟤네 오늘…….”

로비를 지나가고 있던 방송사 직원들이 우리를 보고 멈춰 서서 구경한다는 것 정도 될까.

미프의 인기 덕분인 듯했다.

물론 그걸 감안해도 여러모로 한층 더 업그레이드된 대우가 느껴지긴 했다.

“오오오!”

방송국에서 가장 큰 대기실이 우리를 맞이했다.

막내가 입을 틀어막았다.

“여기 저번에 틴스피릿 선배님들이 쓰던 방 아니었어여? 뭐야! 우리 대박 성공했나 봐여!”

“잠시만, 잠시만.”

내가 손을 들어 막자 동생들이 나를 바라보았다.

문을 잠깐 열었다가 닫으면서 말했다.

“차이가 느껴져?”

“……?”

“문이 방음이 잘 되어 있잖아. 옆방 소리만 좀 들려올 뿐이지, 밖에 시끄러운 소리가 하나도 안 들어와.”

“허어!”

“그 말인즉.”

“꿀잠을 잘 수 있다…?”

동생들과 서로를 바라보며 외쳤다.

“형!”

“얘들아!”

기뻐하면서 방방 뛰는 한편, 다 같이 모여 숨을 습하습하 쉬며 성공의 맛을 느꼈다.

중현이가 반야심경 ASMR처럼 내레이션을 넣었다.

“숨 하나에 대성공의 맛을 느끼고, 숨 하나에 꿀잠의 기운을 느껴 봅니다.”

“우멘.”

마무리로는 나에 대한 찬양으로 끝나는 이상한 주문에 짐을 풀던 스탭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천국이구나. 천국이야.”

“대기실계의 프레지덴셜 스위트 같은 느낌이네요.”

저마다 챙겨온 짐 보따리를 풀어 놓아도 공간이 넉넉히 남을 만큼 아름다운 대기실이었다.

벽에 붙은 큐시트를 보던 막내가 말했다.

“와, 이렇게 사람들 누워 있지 않는 시간대에 사녹하는 것도 완전 오랜만이네여.”

“그니까. 새벽 아니어서 진짜 좋다.”

팬분들이 새벽에 오들오들 떠는 게 늘 안타까웠는데, 오늘은 시간대도 좋다.

팬들도, 우리도, 스탭들도 몽롱하게 진행했던 녹화를 떠올리며 격세지감을 느끼는 것도 잠시.

“선배님들한테 인사하러 가자.”

남는 시간 동안 먼저 연차가 높은 두 선배 가수에게 인사를 하기로 했다.

“안녕하세요. 선배님.”

“어, 안녕. 오랜만이다.”

하나는 예능과 이런저런 프로그램에서 자주 마주쳤던 발라드 가수 더 문이었고.

“안녕하세요! 뉴블랙입니다.”

“어엇, 안녕하세요! 왜, 왜 갑자기.”

“인사하러 왔습니다~!”

또 다른 하나는 4대 기획사인 SNH 엔터 소속의 가을소녀였다.

선배 그룹이라서 인사를 하러 갔는데 ‘뭐야, 님들 왜 와요?’ 하는 표정으로 당황하는 이들이었다.

내가 웃으며 인사했다.

“오늘 1위 후보시던데 축하드려요.”

“아, 네. 저희도 요새 미프 잘 보고 있어요. 우주선 선생님으로 나오시는 거….”

“예쁘게 봐 주셔서 감사합니다.”

서로 사인 앨범을 주고받고 헤어지려고 하는데, 멤버 나현이 우리에게 사인을 요청했다.

“혹시 괜찮으시면….”

“당연히 해 드려야죠.”

할머님과 할아버님이 우리 팬이라고 하던데.

두 분이 서로 사이가 안 좋다고 하기에 사인은 한 장씩 해 드렸다.

‘김경배 님’, ‘오영옥 님’ 이라고 쓴 사인을 들고 하트를 그리는 인증샷까지 함께 찍어 주자 고맙다는 인사가 돌아왔다.

뭔가 희한한 경험이라 웃음이 나왔다.

그렇게 선배들에게 인사를 마치고는 대기실로 돌아와 휴식을.

똑똑똑.

취하려고 했던 것은 우리의 착각이었다.

대기실에 돌아오자마자 노크 러쉬가 시작됐다.

조심스럽게 매니저들과 함께 들어온 6인조 신인 보이그룹이 허리를 직각으로 숙였다.

“안녕하세요! 위 아 더 식스! 저희는 시니스터입니다!”

“안녕하세요.”

우리도 일어나서 같은 포즈를 취하며 화답했다.

“위 아 더 파이브. 저희는 뉴블랙이에요.”

“크흡, 네.”

아까 가을소녀도 그렇고, 다들 우리 얼굴만 보면 웃는 듯한 기분이 든다고 할까.

그나저나.

“…….”

초롱초롱.

우리를 엄청 신기한 연예인처럼 바라보며 눈을 빛내는 신인 보이그룹을 바라보았다.

뭔가 눈빛에서 소망 같은 게 읽혔다.

“사진 찍을래요?”

초롱초롱!

컨셉이 히어로 영화 빌런이라고 들었던 것 같은데.

강하게 보이는 분장과 반대로 어린이같이 들뜬 눈빛에 웃음이 나왔다.

“그래도 되나요…?”

“그럼요.”

“와아아아! 정말 영광입니다.”

매니저 분이 세상 행복한 표정으로 우리와 시니스터의 사진을 찍으며 좋아했다.

상대측 리더가 두 손을 모으고 말했다.

“영광입니다. 정말 저희가 연습할 때도 뉴블랙 선배님들 영상 많이 보고.”

“아, 네.”

“정말 무대 볼 때마다 막 존경…….”

“그, 그러셨군요.”

과한 칭찬을 듣는 것도 아무나 하는 게 아니었다.

대표로 인사를 받으며 창피해하는 내 모습에 동생들이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다행히 인사는 길어지지 않았다.

뒤이어 또 인사를 온 가수가 노크를 해 준 덕분에 웃으며 작별인사를 할 수 있었다.

“데뷔 정말 축하드리고요. 기념으로 악수라도 한 번.”

“아, 예.”

손을 바지춤 앞뒤로 슥슥 닦는 시니스터 리더의 모습에 나도 같이 슥슥 닦고 악수했다.

달달달달.

목욕탕 진동 고무 밴드처럼 떠는 손을 맞잡자 황송하다는 듯이 막 좋아하는 반응이 돌아왔다.

그렇게 덜덜 떠는 이들을 배웅한 후.

“아. 창피해.”

손부채질을 하니 비주와 중현이가 양쪽에서 부채질을 해 주었다.

리혁이가 고소하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그게 그렇게 창피해요?”

“네가 앞에 서 볼래?”

“싫어요. 절대 안 설 거야.”

“거봐.”

기껏해야 나랑 2년 차이 나는 후배 그룹이 ‘오오, 뉴블랙, 나의 용사님’ 하는데 안 부담스러울 수가 있나.

바라보는 눈빛도 마치 ‘중소의 희망!’ 하는 듯하고.

돌이켜 봐도 민망하다.

“부채질 계속할까요. 형?”

“응.”

비주와 중현이가 사극의 궁녀처럼 부채를 팔랑팔랑해 주는 가운데 다음 그룹이 들어왔다.

올해 데뷔한 신인 걸그룹이라고 했다.

“하나 둘, 흐흡!”

의자에 앉아 부채질을 받고 있는 날 보더니 흥킷캭 하는 소리를 냈다.

이게 아닌데 하며 당황하던 이들이 울면서 도망쳤다.

“죄송합니다! 다시 오겠습니다!”

“아니, 그냥 들어오-”

고개를 돌려서 민기 형과 원석이 형을 바라보니 그 둘이 고개를 끄덕였다.

“웃을 만했어.”

“부채랑 앉아 있는 포즈가 방탕하게 사는 국왕 느낌.”

내 뒤에 서 있는 지호와 리혁이는 간신배들 같다고 하는 말에 그만 웃음을 터뜨렸다.

민기 형이 사진도 찍어 줬는데 우리도 그걸 보고 공감했다.

그러곤 다 같이 톡 프사를 바꿨다.

“오늘 출연팀이 총 몇 팀이라고 했지?”

“우리까지 합쳐서 20팀이고, 선배님 두 분은 뵀으니까. 우리보다 후배는 17팀이나 있는 거죠.”

“어쩌다 이렇게 됐지.”

그냥 편하게 맞이하기로 했다.

“둘 셋! 안녕하세요! 에노티입니다!”

“Fly, fly, fly to the dream! 안녕하세요! 드림티켓입니다!”

어워드나 음악방송 등으로 안면을 튼 그룹들과도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노래는 들어 봤지만 얼굴은 처음 보는 신인 가수들과도 인사를 했다.

다들 공통적으로 굉장히 신기하단 표정으로 바라보는데, 부담스러워서 인사를 받아주는 시간이 길게 느껴졌다.

“다음엔 그냥 우리가 급습해서 인사를 해 버릴까?”

“그러면 오히려 눈치 주는 것 같잖아요. 차우현 선배님이 ‘인사하러 왔다’ 하면서 우리한테 온다고 생각해 봐요.”

“으으, 그건 또 그러네.”

그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내가 개인적으로 기다리고 있던 그룹도 등장했다.

똑똑.

-녀브제영~?

듣기 좋은 근사한 목소리와 함께.

“나 왔어용!”

발랄하게 문을 열고 들어오는 나의 군 후임을.

“이 미친 인간이…!”

리더이자 막내인 하루가 질겁하며 뒷덜미를 붙잡고 집어던졌다.

다른 멤버들이 혀를 끌끌 차며 ‘죄송합니다’ 하는 가운데 내가 훈훈한 미소를 지었다.

“괜찮아요. 은성이잖아요.”

“……!”

“군대에서도 행보관님이 포기한 아이였어요.”

선배님들도 우리 고충을 아시는구나, 하는 표정의 에이플비 멤버들에게 미소를 지어 주었다.

한편, 밖으로 튕겨 나갔던 은성이가 깨발랄하게 들어오면서 우리 스탭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네, 맞습니다. 케빈이에요~”

느물느물 웃는 미남의 모습에 우리 스탭들이 좋다고 박수를 쳤다.

예능에서 대체 이미지 메이킹을 어떻게 한 건지, 우리 스탭들의 눈빛에 호감이 가득하다.

케이블과 반고정까지 합쳐서 7개 예능에 출연한다고 했던가.

요즘 예능돌 중에서 제일 잘나가는 게 바로 눈앞에 있는 케빈이었다.

“오늘 1위 후보 축하드려요.”

“감사합니다. 선배님.”

“오늘이 막방이죠? 이번 앨범 노래 다 들어봤는데 정말 좋더라고요. 1위 후보….”

‘어부지리로 된 거예요~’ 하는 은성이를 다시 던져 버린 하루가 나와 사인 CD를 교환했다.

그렇게 에이플비와도 인사를 나눈 후.

“그러니까요. 저 사람이 군대에서 말이에요. 한 번은 행보관님이…….”

“오오오!”

우리 스탭들까지 끼어 있는 수다판이 눈에 들어왔다.

거의 분위기가 장터 이야기꾼과 관객들이었다.

“또 재미있는 얘기 해드릴까요?”

“더 들려 주세여. 더. 저희는 항상 이런 이야기에 굶주려 있어여.”

친화력이 어찌나 좋은지 동생들과 소파에 도란도란 앉아서 내 흑역사를 꺼내려는 이를 붙잡고 나왔다.

은성이가 활짝 웃으며 동생들에게 인사했다.

“다음에 또 봬요오오!”

“기억할게여~!”

“네에, 감사합니다아아-!”

그러더니 내 손아귀에서 쏙 빠져나와 옆에서 걷는 은성이었다.

싱글벙글하는 웃음이 눈에 들어왔다.

“어때요. 오랜만에 만나니까 반갑죠?”

“1초 정도.”

“음, 몹시 반갑지만 수줍어서 마음을 숨기는 그 기분, 잘 알아요. 나도 가끔 그럴 때가 있으니까.”

“은성아.”

“왜요?”

내가 멀찍이 복도 끝을 보며 눈매를 좁혔다.

“혹시 저기 끝에 한 번 갔다 와 볼래?”

“왜요? 뭐 있어요?”

“응.”

총총총 뛰어갔던 군 후임이 다시 돌아왔다.

“아무것도 없던데. 뭐가 있었다는 거예요?”

“나의 행복.”

“아 진짜!”

“속은 사람이 바보지. 내가 뛰어가란다고 뛰어가냐.”

“당연하죠.”

상대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요즈음 제가 깨달음을 하나 얻었는데 한번 들어보실?”

“알고 싶지 않아.”

“선우주가 시키는 대로 하면 똥에서도 금이 나온다.”

“내 이름이랑 그런 걸 연관 짓지 믈르그.”

“이거 봐요. 군대에서도 시키는 대로 하니까 이렇게 아이돌이 됐잖아요?”

굉장히 직업 만족도가 높아 보이는 표정에 그만 웃음을 흘렸다.

“역시. 요즘 예능에서 내 별명이 뭔지 알아요? 인간 비타민. 이렇게 사람들을 웃음 짓게 하는.”

“자막으로 은친놈이라고 하던데.”

“그, 그건 제작진의 농간이고.”

자판기에서 음료수 하나를 뽑아 주자 감사합니다, 하며 좋아하는 반응이 돌아왔다.

조용히 홀짝이는 녀석에게 물었다.

“요즘 어때. 할 만해?”

“할 만한가? 음, 할 만한 듯? 아닌 듯? 한 그런 느낌이네요.”

은성이가 음료를 호로록 하며 말했다.

“예능은 재미있는데, 여기서 뭘 한다고 해도 그룹으로 잘 기억을 안 해주고.”

“그게 잘 안 이어지긴 하지.”

“얼른 멤버들이랑 같이 막 빵빵 터뜨려야 되는데 조금 아쉽긴 하죠.”

예능을 미친 듯이 뛰면서 ‘에이플비야 떠라~!’ 하는데 마음만큼 따라 주지 않아서 아쉽다는 듯했다.

조금 의기소침해진 건가 싶을 때.

“이게 다 대중 분들이 노력을 안 해서 그래. 에이플비의 귀여움을 알아줘야 하는데.”

그럴 리가 없지.

세상이 따돌리는 예능 천재라며 서글퍼하는 녀석의 멘탈에 나도 모르게 박수가 나왔다.

한참 동안 요즘 들어간 예능 얘기들을 들을 때.

‘ㅅㅈㄴㅎ ㅈㅂ’라고 사전 녹화 준비를 알리는 막내의 메시지가 도착했다.

“나 의상 갈아입으러 가야겠다.”

은성이가 꾸벅 인사했다.

“음료수 잘 먹었어요.”

“오냐.”

“다음에는 더 비싼 걸로 사 주세요. 이런 음료수 말고.”

“야!”

나와 거리를 3미터 정도 벌린 은성이를 보며 혀를 끌끌 찰 때.

잘 가라고 손을 흔들던 녀석이 불현듯 무언가 떠올랐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요즘 따라 형이랑 뉴블랙 멤버 분들이 부러워요.”

“왜?”

“으음, 예능신이 가호해 주는 느낌? 가만히 있어도 예능신이 이것저것 던져 주잖아요.”

“무슨 소리야. 우리가 맨날 웃기는 줄 알아?”

*   *   *

사전 녹화 시간.

“둘 셋!”

“안녕하세요! 뉴블랙입니다!”

리허설을 마친 우리에게 환호가 날아들었다.

-와아아아아!

‘비주야! 생일 축하해!’ 하는 멘트가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현장 스탭들이 촬영 전 점검을 하는 동안 팬분들과 점심 메뉴 등을 이야기하며 수다를 떨었다.

“의상 예쁘죠?”

-네에에에!

“이따가 미튜브에 이번 활동 의상의 비밀이 공개됩니다. 커밍 쑨.”

한복 의상을 만들어 준 서인아 디자이너님과 함께 찍은 영상을 업로드할 거라는 얘기도 할 때.

녹화 준비가 됐다는 신호가 들려왔다.

오늘의 무대는 신곡 ‘낙화’와 스페셜 스테이지로 마련된 ‘꽃놀이’ 두 개.

낙화에 앞서 보여 줄 ‘Intro : 별(別)’의 대형으로 서는 한편, 수플레들에게 손을 흔들며 웃었다.

-와아아아아!

막내가 질 수 없다는 듯 윙크를 하고, 중현이가 손 키스를 하며 호응을 이끌 때.

감독님이 마이크를 들었다.

-녹화 들어가기 전에 몇 가지만 좀 고치고 갈게요.

“……?”

-그 응원봉 불빛이 너무 밝은데 조금 줄여 주시고요.

새롭게 발매한 달봉이의 발광력에 눈을 깜빡깜빡하고 있는 감독님이었다.

왕봉이가 없어서 다행이었다.

아까 왕봉이를 가져온 팬도 있다고 들었는데, 반입 금지 물품으로 선정됐다고 했다.

위험하기도 해서 납득했지만.

대기실에서 들었던 막내의 가설도 그럴싸했다.

‘방송국 분들이 무서워서 금지시킨 거 아닐까여?’

‘팬분들! 1시간 딜레이가….’ 하는데 수백 명의 팬들이 광선검처럼 1미터 몽둥이에 불을 켜기 시작하면 무서울 거라고.

저절로 예절을 주입시킬 거라는 막내의 드립에 잠시 웃었다.

-와아아아아!

달봉이를 흔드는 수플레들에게 우리도 옷자락 아래로 손을 흔들어 준 후.

-와아아아아!

MR에 맞추어 안무를 추었다.

인원이 많아서 그런지 흡사 쇼케이스 현장 같은 기분이었다.

천을 나풀거리며 춤을 출 때마다 귀가 먹먹한 환호도 돌아오고, 모든 것이 완벽했다.

“흡.”

엔딩 포즈를 취할 때 어마어마하게 떨어지는 꽃가루가 계속해서 입에 들어간 걸 빼면.

“흐흡.”

재채기가 나오려는 것을 꾸욱 참으며 엔딩 미소를 지었다.

그렇게 조명이 꺼진 후.

-와아아아아아!

동생들과 함께 열심히 꽃가루를 뱉었다.

그러곤 웃음을 터뜨리는 수플레들에게 우리도 같이 웃어 주었다.

*   *   *

컴백 첫 주차.

수플레들은 여기저기서 낙화처럼 떨어지는 떡밥을 받아먹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였다.

특히 K-net에서는 뉴블랙만을 기다렸다는 듯 음방 속 자체 컨텐츠를 업로드하고 있었다.

‘방송국 놈들, 이번엔 잘했다.’

카메라 워크도 괜찮고, 분량도 거의 뉴블랙 특집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많았다.

Intro와 낙화, 그리고 꽃놀이까지.

직캠으로 흐릿하게 감상했던 무대가 방송국 카메라로 선명하게 펼쳐지는 모습에 행복사할 듯한 기분이었다.

-간만에 발캠 아니라서 좋았다 ㅋㅋㅋ 얼빡이랑 군무 배합 좋았음

-오늘 엔딩 우주.gif

-오늘부로 우리 애들 MBTI는 SEXY다 (댓으로 가능섹시 짤 안 받음)

-와ㅠㅠㅠㅠㅠ 내가 왜 이제야 입덕을 해서ㅠㅠㅠ 이 좋은 것들을 놓치고 살았구나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썸씽 때 뉴블랙 입덕하고 로또랑 연금복권 사고 싶음

-꽃놀이 노래 너무 좋다ㅠㅠ 조선시대 화랑들 같음

- ┕리혁이가 보면 극대노할 글 제목

신규로 유입된 수플레들까지 포함해서 시장통처럼 북작북작거리는 커뮤니티였다.

그와 함께 미튜브 컨텐츠도 수플레들을 행복하게 해 주고 있었다.

-이번 낙화의 의상은요.

디자이너와 함께 의상의 어느 부분을 한복에서 따왔는지 전문가로서 짚어 주는 영상이었다.

뉴블랙 World 계정에 올라온 영상.

호기심을 가지고 있던 해외 팬들에게 전통의상을 알리는 한편, 수플레들에게도 큰 도움이 된 컨텐츠였다.

‘속이 다 시원하네.’

어떻게든 트집 잡겠다고 옷고름 방향이 틀렸느니, 일본이나 중국풍이라고 비난했던 댓글이 삭제되어 있었다.

그리고.

희소식도 들려왔다.

-뉴블랙 ‘낙화’ MV, 1000만 뷰 돌파.. ‘역대 최단 기록’

오전 11시를 기점으로 낙화가 65시간 만에 천만 뷰를 돌파했다는 소식이었다.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던 수플레들은 물론이고, 다른 아이돌 팬들도 눈을 크게 뜨고 놀랐다.

-와

-ㅊㅋㅊㅋㅊㅋ

-나인보다 몇 배 더 빠른 거 아님??? 와오

-뉴블랙 원래 해외 팬 많아서 딱히 신기할 건 아님ㅇㅇ

-이번에 미프로 중국이랑 동남아팬 많이 유입됐다고 들음. 미튭은 동남아고 앨범은 아마 중국 공구일듯

-부럽다ㅠㅠㅠ ㅊㅋㅊㅋ

-그냥 축하할 일이면 축하하지 왤케 사족이 많음? ㅋㅋ

-진짜 대박이네

역대 최단기간 1억 뷰였던 Nine보다 더 빨리 1억 뷰를 갱신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만큼 좋은 추이였다.

공식 SNS에 1000만 뷰 감사 인사가 올라올 무렵.

새롭게 수플레가 된 기존 아이돌 팬들은 어안이 벙벙한 기분이었다.

‘덕질이 이렇게 행복한 거였어…?’

밖에서 볼 때는 딱히 몰랐는데 안에 있어보니 이런 꿀맛 덕질이 있을 수가 없었다.

마치 굶주리고 있다가 호화로운 왕궁에 들어온 듯하다고 할까.

다른 곳에서는 허겁지겁 집어먹을 만한 것들인데, 떡밥 먹고 포동포동해진 이곳 사람들은 ‘그거까지 먹어야 되나?’ 하며 데굴데굴 굴러다니고 있었다.

‘이곳은 미쳤다.’

좋은 의미로 미친 곳이었다.

떡밥을 받아먹는 것도 먹는 거지만, 진짜로 먹을 수 있는 수플레빵까지 존재하는 곳이라니.

그리고.

‘이상해.’

어딘가 이상하기도 했다.

신규 팬들은 내일 방영된다는 뮤직카페와 이번 주의 미프 떡밥을 기다리고 있는데.

기존 팬들은 자꾸만 뭔가 허전하다고 하고 있었다.

-으음.. 이제 뭔가 나올 타이밍이 됐는데

-각 나옴

-일해라 케넷 놈들

-이쯤에서 뭔가 하나 올라올 삘이다

아니나 다를까.

K-net에서 멤버 개인별 직캠을 올리는 것과 함께 별도 클립을 하나 업로드했다.

[7+2+5+14+2는? (feat. 뉴블랙)]

영상을 클릭한 신규 수플레들은 이내 웃음을 터뜨렸다.

왼쪽부터 리혁, 비주, 우주, 중현, 지호가 엔딩 포즈를 마무리하고 단체로 퉤퉤퉤 하고 있었다.

꽃가루를 뱉어낼 때마다 멤버 아래로 새겨진 숫자가 하나씩 카운팅되고 있었다.

기관총처럼 14개의 꽃잎을 쏘아내는 중현의 모습에 웃음을 터뜨리는 것도 잠시.

새로 입덕한 팬들은 의구심을 느꼈다.

‘잠깐만.’

흐뭇하게 웃는 고인물 팬들을 보며 눈을 깜빡였다.

‘어떻게 이런 게 나올 거라고 예측한 거지?’

보면 볼수록 희한하고 알 수 없는.

새로 입덕한 아이돌의 팬덤은 어딘가 좀 이상한 사람들로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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