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418)화 (418/1,031)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418화

‘안녕’은 다음 날 모든 음원 사이트에서 1위를 차지했다.

어느 사이트를 들어가 봐도 안녕, 낙화, 꽃놀이로 펼쳐진 아름다운 순위표가 우릴 맞이했다.

“우와.”

열심히 캡처하면서 감탄했다.

“여태까지 나온 뮤카 중에서 제일 반응이 좋네.”

“그러니까 말이에여. 이번에는 단추도 안 터뜨렸는데 조회수가 어마어마하게 나왔어여.”

“뭐야. 이번에 단추 넘겼어요. 단추?”

리혁이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단추 폭발 씬은 뮤카의 클립 중에서 여전히 조회수 Top 5안에 들어 있었다.

드디어 그 순위를 밀어 버린 건가 하며 기뻐하는 녀석에게 내가 핸드폰을 보여 주었다.

“전혀.”

“왜요? 어째서?”

“안녕이 하루만에 역대급 조회수를 기록한 건 맞는데. 여기 보이니. 연관 동영상이 너의 단추란다.”

“안 돼애애…!”

‘안녕’의 라이브 영상을 본 사람들이 목록에 뜬 연관 동영상을 클릭하는 바람에.

“축하해! 이제 안녕이 5위고. 너의 단추는 4위야.”

“축하~축하~ 축하해~!”

동생들과 원숭이 인형처럼 손뼉을 팡팡 치면서 놀렸다.

“아…! 진짜 지워 버리고 싶다.”

“포기해여. 형.”

누군가 서점 사이트에 서버 해킹 독학 30일을 검색하는 동안 조회수가 쭉쭉 올라갔다.

“형, 이거 봐요.”

비주가 나를 불렀다.

“안녕 뮤비 댓글창인데, 사람들이 좋은 댓글 엄청 남겼어요.”

“그래?”

“그것도 한글 댓글이에요.”

“……오!”

한글 댓글이라는 소식에 반가워서 화면을 바라보았다.

-02:37 이 세상 모든 별이 된 사람들에게 바치는 편지

-오늘로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지 2년이 됐네요.. 그곳에선 행복하셨으면 좋겠어요. 사랑해요, 할아버지.

-오랜만에 아버지 생각이 나네요. 좋은 노래 만들어줘서 고맙습니다. 우주씨.

-듣다보면 참 이것저것 생각이 많아지는 느낌.. 어릴 적 생각도 나고 지나온 여러 기억들이 스쳐감

-가사 진짜 좋다ㅠㅠ

-이렇게 예쁜 노래가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이 노래가 자신에게 얼마나 위로가 됐는지 적어 준 댓글들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댓글에 손이 달려 있다면 하나씩 잡아 주면서 노래를 불러주고 싶다.

뒤이어 수플레들이 남긴 응원 댓글들을 보며 하나씩 좋아요를 눌러 주려고 할 때.

“어어, 안 돼요. 형.”

“응?”

“그거 제가 이미 좋아요 누른 거라서 취소돼요.”

“이미 누른 거구나.”

베스트가 된 댓글들 대부분에 비주의 좋아요가 눌러져 있었다.

“그럼 네가 안 누른 걸로….”

주르륵.

“안 누른 걸로…….”

주르륵.

손가락을 미끄러뜨리며 쭉쭉 내려갔지만 몇 백 개가 지나도록 다 좋아요가 눌러져 있었다.

슬쩍 돌아보자 비주가 슬그머니 웃었다.

“손가락 안 아파…?”

“아프지만 보람 있었어요. 형.”

붉게 변한 엄지를 보면서 웃음을 터뜨렸다.

몇 개를 누른 거냐고 물어보니 본인도 기억을 못 하겠다고 웃었다.

나중에 터치펜 하나 사 줘야지.

그나저나.

“오, 댓글 캡처. 캡처.”

“칼럼도 하나 나왔네요. 이거 볼래요?”

“기사 봤어여? 우주 형 곡 쓴 거 보고 자체 프로듀싱돌의 위엄이라고 올라왔는데….”

비주뿐만 아니라 다들 신이 나 있었다.

어제 방송 볼 때도 자기들끼리 소리 없이 통곡하면서 물개박수를 친 것도 그렇고.

내가 불렀던 노래에 좋은 반응이 돌아오는 걸 나만큼 기뻐하는 동생들이었다.

아마도 그건 나에 대해서…….

“이런 건 저장을 해야 돼여. 우주 형이 멋있게 나온 순간이 얼마나 돼여? 손가락에 꼽잖아여?”

“…….”

“우주 형이 이런 멋진 걸로 기억되는 게… 으아악!”

못된 요괴를 옆구리 딱밤으로 퇴치했다.

그렇게 웹서핑을 하며 음방 대기시간을 때우는 한편.

“프랑스 스케줄 좀 미리 준비하자.”

“벌써여?”

“벌써라니. 다음 주가 6월이야.”

달력을 확인하던 지호가 눈을 크게 떴다.

“와, 시간 완전 빨라. 얼마 전에 지금 내 고향 나갔는데 벌써 상반기 결산할 때가 된 거예여?”

이제 그럼 곧 방학인가? 하면서 좋아하는 급식 어린이를 무시하며 핸드폰 메모 앱을 켰다.

K팝 콘서트.

이번에 K-net에서 한국문화 홍보의 일환으로 여는 합동 콘서트였다.

엔딩을 맡은 메인 퍼포머인 만큼 이번 라인업에서 가장 주목도가 높은 게 바로 우리였다.

작년도 설문조사에서 가장 보고 싶은 한류 가수 중 하나로 꼽혔다나.

인터뷰를 비롯해서 행사 멘트가 많기에 특별히 입단속을 할 필요가 있었다.

“어차피 인터뷰도 한국어로 하는데 큰 문제 없지 않을까요?”

“맞아여.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말로 하면 될 거 같은데.”

정확히 말하자면 저 둘을 단속할 필요가 있었다.

“중현아.”

“네. 형.”

“너 첫 번째 해외 투어 나갈 때 나랑 영어 레슨한 거 기억하니.”

“아뇨. 뭐 먹었는지는 기억하는데.”

그때 내가 ‘편히 쉬세요’를 영어로 해 봐, 하면서 질문을 한 적이 있었다.

대답이 걸작이었지.

‘어…? 뭐였더라. Rest in peace?’

편히 쉬라는 말이 맞긴 한데, 영어로 흔히 ‘RIP’라는 쓰이며 명복을 기원하는 표현이었다.

리혁이와 비주도 기억이 났는지 눈앞이 아찔하단 표정을 지었다.

“나는 그날 눈앞에서 해외 활동 터지는 게 보였어요.”

비주가 냉큼 나한테 일렀다.

“쟤 고등학교 때도 영어 시간에 맨날 잤어요. 직업이 래퍼인데.”

“1교시라서 어쩔 수 없었단 말이야.”

그런 말을 하던 중현이가 이내 내 표정을 보고는 ‘시키는 대로 할게요’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지호에게도 고개를 돌리자 거기도 끄덕끄덕했다.

동생들을 불러모아 우리 TF팀이 건네준 자료집을 하나씩 살폈다.

“올해는 한불수교 몇 년?”

“130주년.”

“프랑스의 수도는?”

“파리.”

그런 식으로 미니 퀴즈를 하는 한편, 매니저 형들과 예상 인터뷰 멘트도 준비했다.

지호를 조곤조곤 혼내는 큰 누나의 표정을 따라하며 잔뜩 쫄아 붙은 막내에게 물었다.

“무슈 왕.”

“네, 넹.”

“이번이 한불수교 130주년이라는데요. 프랑스 하면 떠오르는 것은…?”

“어, 그…….”

“프랑스 하면 뭐가 떠오르죠?”

식은땀을 삐질 흘리던 막내가 더듬더듬 답했다.

“어……?”

필사적으로 뭔가를 쥐어 짜내던 막내가 조심스럽게 눈치를 살폈다.

“병인양요?”

“푸흡-!”

생각지도 못한 발상에 리혁이가 사레가 들렀다.

멀리서 보면 희극이고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던가.

스탭들이 뒤집어져서 웃음을 터뜨리는 동안 나는 달달 떨리는 손으로 머리를 쓸어넘겼다.

“지호야. 그거 말고 다른 건…?”

“어…….”

“다른 걸 말해 봐.”

“어…….”

“지호야?”

얼마 안 가 과부하가 온 것인지 막내가 머리를 감싸 쥐며 말했다.

“으아아, 몰라여! 우리 누나 표정 좀 그만 따라해여! 머리가 안 돌아간단 말이에여!”

“흐하하핫!”

진짜 무서워하는 막내의 모습에 다들 웃음을 터뜨리는 동안, 병인양요의 여파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매니저 형들에게 시선을 돌렸다.

‘미리 준비하길 잘했죠?’

‘정말 잘했다.’

고개를 끄덕이는 매니저 형들과 하이파이브를 나누었다.

*   *   *

토요일 저녁.

뉴블랙이 미니 팬미팅을 마치고 팬사인회를 하기 위해 움직일 때.

PBS 채널에서는 미스터 프로듀서가 한창 방송되는 중이었다.

-노래 좋다ㅠㅠ

-팬송도 진짜 좋을듯

-데뷔한다는게 6월 초인가 중순인가 하던데 맞음? 데뷔하는 건 방송에 언제 나오려나..?

-난 아직도 추기석이 뉴블랙 탈덕 안한게 제일 신기ㅋㅋㅋㅋㅋㅋㅋㅋ

-TV에 인기 연예인들 보면 친해지고 싶다 그런 생각 드는데 뉴블랙은 으음..

4회차의 내용은 에이텐의 멤버들이 뉴블랙의 감독 하에 팬송을 녹음하는 장면이었다.

분명 잔잔하게 진행될 장면인데.

[흐아아아악!]

[소리가 안 나오는 걸 어떡해. 중현이랑 잠깐 얘기하라고? 괜찮아, 나 지금 소리가 나온다! 와!]

[아이고! 늙은이 죽는다!]

그야말로 시끌벅적한 현장이었다.

비주의 양말을 훔쳐 가며 자유라고 외치던 추기석이 중현에게 검거되는 장면도 흘러나오고.

모범주 : 어렸을 때 시골에 가면 맷돌이 있잖아요? 할머님들이 콩 갈고 그러실 때 쓰는 거.

제작진 : 네.

모범주 : 그 콩이 저희였어요.

촉촉한 눈동자로 인터뷰하는 예능인의 모습에 웃음이 흘러나왔다.

‘진짜 웃겨.’

꾀죄죄한 몰골로 데뷔 준비를 하는 출연진의 모습이 짠하면서도 왠지 모르게 웃겼다.

거기에 프로듀서인 뉴블랙까지.

두 그룹 사이에 쉴 새 없이 펼쳐지는 드립과 몸개그의 향연이 토요일 저녁을 장식했다.

3회와 마찬가지로 25% 근방으로 고정된 시청률.

주말 예능 프로젝트를 감상하고 있는 시청자들의 생각은 대부분 비슷했다.

‘이대로 쭉 했으면 좋겠다.’

케미와 합이 너무 좋아서 그런지, 그냥 보고 있기만 해도 웃음이 실실 나왔다.

벌써 절반이나 했다는 게 아쉬울 정도였다.

‘미프 아이돌 특집기간’ 같은 검색어를 입력하고 있을 때.

-‘미스터 프로듀서’, 1차 녹음.. 데뷔 가까워졌다

-‘미프’ ATEN, 뉴블랙과 함께한 팬송 녹음기

-[단독] 에이텐, 데뷔 임박.. 6/7 쇼케이스 연다

높은 화제성을 반영하듯 미프의 특집에 대한 소식이 계속해서 흘러나왔다.

그중에서 가장 큰 관심을 끈 것은 쇼케이스를 한다는 소식이었다.

‘얼마 안 남았네?’

역대급 신인의 데뷔에 모두가 관심을 보였다.

“다다음주 화요일에 음원 나온다던데?”

“진짜 데뷔하네.”

“음원도 그러면 그때 나오는 건가? 뮤비 같은 것도 나오고?”

코앞에 다가온 데뷔를 앞두고 에이텐의 멤버들이 SNS에 올린 연습실 사진도 기사화되고.

여기저기서 뮤비 촬영 현장을 목격했다는 후기들이 올라왔다.

온라인에는 벌써부터 에이텐이 가요계에서 어떤 성과를 거둘지 예측하는 기사와 칼럼들이 올라왔다.

-에이텐, 전국민의 주목 속에서 과연..?

-상반기 가요계 최대 핫이슈.. ‘뉴블랙’, ‘에이텐’ 경쟁하나?

-에이텐 데뷔 임박에 관심 ‘후끈’.. 뮤비 티저 곧 공개된다

자극적인 제목의 기사들이 연예면을 뒤덮는 한편.

대다수의 시청자들이 다가올 데뷔를 기다리며 기대감을 품는 동안.

아이돌 특집의 4회차를 시청하며 가장 기뻐하는 이들이 따로 있었다.

-태현아ㅠㅠㅠㅠㅠㅠㅠㅠㅠ

-진짜 예능 얼마 만이냐ㅠㅠ 태현아

-풍악을 울려라 풍악

바로 오랜만에 TV 예능에 출연한 멤버를 보며 좋아하는 팬들이었다.

방송 화면에서 키득거리며 웃는 민트머리 멤버의 캡처짤이 실시간으로 SNS에 올라오는 가운데.

표정 변화 하나하나에 글을 올리며 좋아하는 팬들이었다.

‘많이 굶주렸나…?’

근처에서 온갖 컨텐츠를 우걱우걱하며 지켜보던 수플레들이 뜨거운 반응을 신기해하고 있을 때.

방송을 시청하던 한태현의 팬들은 색다른 기분을 느꼈다.

‘음?’

바로 최애의 반응이었다.

친화력 좋아 보이는 인상과 다르게 은근히 사람 가리는 게 최애인데.

편안함을 느낄 때의 버릇들이 새삼 눈에 띄면서 신기한 기분을 느꼈다.

‘내 상상 이상으로 친한가 본데?’

일전에 토크쇼 ‘신토끼’를 보고 뉴블랙 우주랑 동생 라인이랑 진짜 친한가 보다 생각은 하고 있었는데.

연습생 시절부터 지금까지의 친분을 유지한 것도 그렇고.

굉장히 절친해 보인다.

‘좋다.’

평소에 팬들과 Y앱 등으로 소통하는 것 외에는 연습벌레처럼 사는 최애에게 좋은 친구가 있다는 게 좋았다.

예능에서 편한 얼굴로 즐기는 한태현을 보고 있자니 기분이 흐뭇하다고 할까.

다른 아이돌 팬들도 비슷한 감상이었는지 좋은 반응이 나오고 있었다.

특히 뉴블랙이랑 실컷 놀다가 얄밉게 퇴장하는 모습이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되었다.

-ㄹㅇ 즐기는자ㅋㅋㅋㅋㅋㅋㅋ

-개웃기네ㅋㅋㅋ 사심만 채우고 갔다는데서 터짐ㅋㅋㅋㅋㅋ

-근데 선우주랑 한태현이랑 존나 찐친이긴 한가봄ㅋㅋㅋ

-되게 보기 좋다 거의 10년 정도 전에 본 사이인데 아직까지 친분 유지하는 거 보면

-태현이가 그날 보라카이 찍었다는 화보 어떤 거야? 링크 좀

-서로를 하찮아하는 찐친 바이브가 중간중간 느껴짐

-와 근데 생각 못한 조합이었다 오늘 ㅋㅋㅋㅋㅋ 알고는 있는데 보니까 신기한 느낌

친하다는 말이 돌긴 했지만 눈으로는 처음 보는 조합이었다.

대외적으로 이미지가 좋은 두 아이돌의 조합에 좋은 반응이 나오는 한편.

몇몇 팬들은 5000원을 보냈다는 드립에 진지하게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이번에 진짜 곡 받을까?

-ㄴㄴ 걍 드립이고 그건 아닐듯

곧 나올 솔로 앨범에 쓸 곡을 받는 게 아니냐는 설레발이 나왔지만 대부분 부정적인 반응이었다.

‘눈치 좀 챙기지.’

저쪽에서 먼저 주겠다고 하는 건 아무 문제 없지만, 이쪽에서 왈가왈부하는 건 다른 문제였다.

잘못 흘러갔다가는 뉴블랙의 팬들에게 어그로가 끌릴 수도 있고.

올해 보이그룹은 틴스피릿과 뉴블랙의 경쟁 구도로 흘러갈 거라는 예측이 나올 만큼 그 규모가 커진 수플레였다.

곧 있을 솔로 활동을 앞두고 최대한 안 엮이는 게 최선이었다.

무엇보다 가능성이 적은 이야기기도 하고.

‘뭐, 진짜 받으면 대박이긴 한데…….’

요즘 가요계에서 가장 잘나가는 작곡가의 곡을 받는다는 것 자체도 화제성이 높은데.

상대는 길 가다가 500원만 주워도 뉴스가 나는 뉴블랙이었다.

성사된다면야 대박이지만 설마 그런 일이 일어나겠냐는 게 모두의 생각이었다.

그러는 한편.

[한태현 SNS에 올라온 낙화 포인트 안무]

다음 날.

SNS 계정에 뉴블랙 비주의 파트를 커버한 영상을 올린 탑 아이돌이 또 한 번 화제가 됐다.

누군가를 향해 ‘곡, 고옥, 고오옥’ 하는 메시지였지만 모르는 이들 입장에선 재미있는 떡밥이었다.

일반 대중도 ‘얘네가 친하구나?’ 하며 호기심을 보일 때.

-[미스터 프로듀서 미방분] 태현 씨가 있었는데요.. 없었습니다

PBS가 센스 있게 그날의 미방영분을 미튜브에 풀면서 열심히 노를 젓기 시작했다.

TBC도 전날 음악방송에 나온 뉴블랙의 스페셜 영상을 올리며 노를 파바박 젓고.

K-net도 뉴블랙이 출연한 영상을 재편집해서 올렸다.

“…….”

그 속에서 HBS의 미튜브 계정을 담당한 관리자는 오늘도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나도 끼고 싶다.’

작년 연말 무대 이후로 레몬 엔터의 스칼렛과 뉴블랙은 HBS의 음악방송에 출연하지 않고 있었다.

그 대신.

일요일 정오만 되면 자체 스튜디오에서 찍은 무대 영상을 올리곤 했다.

[뉴블랙 - 낙화 (Studio ver.)]

카메라 워크가 뛰어난 전문가를 섭외한 덕에 오히려 팬들이 더 좋아하는 영상.

거기에 스페셜로 공개한 안무 연습 영상까지.

대놓고 ‘엿 먹어라!’ 하진 않지만, 일요일에 올리는 이유는 모두가 알고 있었다.

“아으.”

작년 연말 무대를 맡았던 HBS의 음악방송 연출진은 실시간 인기 영상 순위를 보고 속이 쓰려 왔다.

“아으으…!”

신바람이 들린 다른 방송국들과 다르게 홀로 죽상인 이들이었다.

거기다 가장 큰 문제는 안 보고 싶은 얼굴이 정말 여기저기 나오고 있다는 점이었다.

화장실 변기에 앉아 핸드폰을 켜도 뉴블랙이 나오고, 미튜브를 틀어도 광고에 뉴블랙이 나오고.

출퇴근길 라디오에 뉴블랙 노래가 나오고.

집에선 딸내미가 아빠 왜 뉴블랙 사인은 못 받아오냐고 그러고.

‘이 정도로 잘 될 줄 누가 알았냐고.’

그렇게 HBS의 연출진이 뒤늦은 후회를 하며 끙끙 앓고 있는 가운데.

‘나도… 나도 끼고 싶다…….’

오늘도 HBS의 계정 지기는 방송국들 사이에서 외롭게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   *   *

“완성.”

이어폰을 꽂으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일전에 한 모 씨에게 약속했던 수록곡이 거의 다 완성이 되어 있었다.

귓가에 흘러들어 오는 멜로디를 들으며 고개를 까딱였다.

나쁘지 않다.

“흐으음…….”

옆자리에 앉아 있던 리혁이가 고개를 돌렸다.

“왜 그래요? 귀가 먹먹해? 어디 안 좋아요?”

“아니.”

“그러면요?”

“왜 남 일이라고 생각하면 이렇게 뭐든지 잘 될까? 어텐션을 쓸 때 잘 써진 것도 그렇고.”

“부담이 없어서 그런 거죠. 뭐.”

그렇게 답하던 리혁이가 다시 안대를 썼다.

“별거 아니면 나 건드리지 마요. 잘 거니까.”

“잘 자.”

“이상한 단어 말하지 마요. 나 그럼 진짜 악몽 꿔.”

“오징어.”

“으아아, 조용히 해요.”

비행기 시트에 몸을 파묻고 꿈틀대는 녀석을 보면서 웃었다.

이어폰을 꽂으며 TJ A&R팀에 보낼 곡을 다시 한번 체크했다.

몇 번 정도 수정을 보고 보내면 될 것 같다.

가벼운 마음으로 임하긴 하지만 내 이름을 건 만큼 신중하게 곡의 여러 부분을 체크했다.

그렇게 작업을 마무리한 후.

핸드폰에 담아둔 아이돌 명곡 모음집을 재생하면서 동생들을 둘러보았다.

“흐흐흑… 흐흑.”

비주는 시간여행 로맨스 영화를 보면서 눈물을 콕콕 찍고 있고.

막내는 얼마 전에 나왔다는 무슨 워치인가 하는 게임 영상을 보며 침을 츄릅 하고 있었다.

그때 눈이 마주친 중현이가 ‘OK’ 하고 손으로 물음표를 그렸다.

비행이 괜찮냐는 질문이었다.

오른손에 들고 있던 나의 이륙 메이트 브루스를 보여 주자 푸근한 미소가 돌아왔다.

-승객 여러분, 우리 비행기는 약 50분 후에 파리, 샤를 드골 국제공항에….

착륙이 다가오고 있다는 말에 창문을 슬쩍 바라보았다.

10분, 20분. 30분.

해외 투어를 다니면서 남미까지 가 보긴 했지만, 유럽은 또 처음이라 신기하다.

“여긴 경기도 같은 데인가.”

논밭 같은 느낌의 초록색 벌판과 낮고 허연 건물들이 눈에 하나둘 들어오는 가운데.

눈을 지그시 감고 착륙을 기다렸다.

이윽고 무사히 착륙한 비행기에 안도감을 느꼈다.

“괜찮아. 우주야?”

“응. 괜찮아.”

이내 1박 2일 일정에 대해 간략히 말해 주는 석환 형의 이야기를 들으며 입국장에 나올 때.

“와아아아!”

꽤 많은 수의 수플레들이 슬로건을 흔들며 우리를 반겨 주었다.

반갑게 웃으면서 손을 흔들었다.

“Bonjour!”

미리 연습한 프랑스어로 인사를 하니 잠시 눈을 깜빡깜빡하다가 좋아하는 프랑스의 수플레들이었다.

그렇게 인사를 하고 있을 때.

우리 근처로 카메라와 함께 다가온 취재기자가 영어로 말을 걸었다.

「잠시 인터뷰를 할 수 있을까요?」

「네. 그럼요.」

몇 가지 질문을 받고 우리가 웃으며 해외에 나온 소감을 말할 때, 기자가 새로운 질문을 꺼냈다.

「프랑스 하면 떠오르는 게 있나요?」

「네!」

기쁨 가득한 눈으로 번쩍 손을 드는 우리 막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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