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421화
가장 먼저 반응을 보인 것은 연예부 언론이었다.
-뉴블랙 TV, 깜짝 게스트로 등장한 폴 로랑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폴 로랑, 뉴블랙과의 깜짝 인터뷰
-“거기서 왜 나와”, 폴 로랑 섭외 비하인드?
기삿거리를 찾기 위해 하루 종일 뉴블랙TV만 새로고침하던 기자들에게 나타난 새 떡밥이었다.
‘대박이다…!’
뉴블랙+세계적인 피아니스트, 이건 되는 공식이었다.
기자들의 예상대로 기사가 나오자마자 조회수가 빠르게 올라가기 시작했다.
-합성인 줄
-기사 제목에 개연성을 부여하는 방법: 제목에 뉴블랙을 붙이면 모든 것이 해결된다
┕동물원 탈출 코끼리, 뉴블랙이 붙잡아.. 중현 “충분한 사전 교감 나눠 가능했다”
┕되네..?
┕뭘 되네야ㅋㅋㅋㅋㅋㅋ 미친ㅋㅋㅋ
-뉴블랙 최고..♡ 응원합니다
-진짜 생각지도 못한 라인업이다ㅋㅋㅋ
-아니 근데 어케 섭외한겨?
-폴 로랑이 누군지 모르는 분들은 검색하고 오세요ㅋㅋㅋㅋㅋ 왜 이런 반응 나오는지 알 거임
댓글창에 놀라워하는 반응들이 나오고 있을 때.
‘폴 로랑이 누구지?’
클래식에 관심이 없던 이들이 검색을 하기 시작하면서 실시간 검색어에 ‘폴 로랑’이라는 이름이 떠올랐다.
화면에 떠오르는 미남 피아니스트의 사진.
각종 콩쿠르 우승을 비롯한 그간의 행적에 감탄하는 한편, 과거 한국 방문 일화가 눈에 띄었다.
-폴 로랑 입국, “여기가 선명주의 나라입니까?”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폴 로랑’, 국내에서 자선 공연 개최
-[인터뷰] 폴 로랑 “내게 한국은 의미가 깊은 곳”
기사들을 보면서 섭외 비하인드에 대해 자연스럽게 깨닫는 사람들이었다.
‘선명주랑 아는 사이였구나.’
외국의 유명 연주자들이 한국에 오면 꼭 언급하는 이름이라 무감각하게 느끼고 있었는데.
아들인 선우주와 어떤 식으로 연결이 된 것일지 짐작이 갔다.
폴 로랑과 뉴블랙 멤버들이 훈훈한 분위기로 찍은 SNS 인증샷을 보던 사람들은 미튜브로 넘어갔다.
“흐하핫!”
먼저 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비슷한 포인트에서 웃음들이 터져 나왔다.
[살아 있는 사람이 쓴 곡을 연주해 보는 건 오랜만이라.]
아련해 보이는 미소에 웃음이 나오는 한편.
낙화를 피아노로 연주하면서 감탄하는 피아니스트의 모습에 뿌듯함을 느꼈다.
[정말 멋지게 쓴 곡입니다!]
클래식 전문가의 관점으로 곡을 해설하는 폴 로랑이었다.
한 분야의 거장으로 꼽힐 만한 인물이 뉴블랙의 노래와 작곡가를 칭찬하는 모습이 좋았다.
진심이 듬뿍 느껴지기도 하고.
국내에서 인기 있는 가수가 외국에 가서도 인정을 받는다는 사실이 뿌듯하다고 할까.
영어로 쟤네는 누구냐고 묻는 댓글들에다가 ‘뉴블랙’ 하고 달아 주고 싶은 마음이었지만.
“와.”
거의 3초 만에 뉴블랙이라고 답댓글을 다는 팬들의 열정에 한 발짝 물러났다.
‘난 멀리서 지켜봐야지.’
일반 대중들이 그런 생각을 하고 흐뭇하게 바라볼 때.
‘이건 뭐지?’
해당 영상은 해외의 일반인들에게도 퍼지고 있었다.
음악성과 함께 특유의 미모로 유럽과 북미 쪽에서는 유명세가 더 대단한 폴 로랑이었다.
서구권의 네티즌들은 영어로 진행되는 인터뷰 영상을 보며 신기함을 느꼈다.
‘토크쇼 같은 프로그램인가?’
진행자들의 미모를 보아하니 토크쇼는 아닐 거라는 생각이 바로 들긴 했지만.
그런 의문이 들 만큼 컨텐츠의 질이 좋았다.
특히나 메인 MC로 보이는 미남은 베테랑 음악인처럼 피아니스트와 대화를 주고받고 있었다.
시청을 마친 네티즌들은 댓글창을 살폈다.
‘뉴블랙이 누구야?’
굳이 누군지 검색할 필요도 없었다.
댓글창에 NBLK 같은 약칭을 비롯해 멤버 프로필까지 자세하게 영업글이 적혀 있다.
팬층이 어마어마하게 튼튼한 보이밴드인 모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열정적으로 ‘한 입만 잡솨봐, 한 입만..’ 하는 이들을 보며 웃고 있을 때.
“어……?”
연관 동영상으로 떠오른 ‘소처럼 우는 미남’ 속에서 익숙한 얼굴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방금 폴 로랑과의 인터뷰에서 본 그 얼굴이다!
“아……!”
영상 속에서 음머어 하는 이와 인터뷰 속에서 근엄하게 박수 치는 청년의 얼굴이 같았다.
그걸 보고 저도 모르게 손뼉을 쳤다.
‘같은 사람이구나!’
전혀 상관없는 두 가지 정보가 하나로 연결됐다.
뇌 속의 뉴런이 연결되는 듯한 느낌.
본래 한 번 보고 슥 잊혔을 뉴블랙이란 키워드가 머릿속에 확고하게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현재 1억 뷰를 넘긴 ‘지금 내 고향’의 클립 덕분이었다.
“오호.”
흥미로운 기분을 느끼며 뉴블랙 World라는 계정에 있는 다른 영상들을 하나씩 눌러보기 시작했다.
흥미로운 영상들.
한국의 팬들이 뉴리랑TV라는 별명으로 부르는 월드 계정이 그 효과를 톡톡히 발휘하고 있었다.
그러는 한편.
폴 로랑의 출연을 주의 깊게 지켜보는 사람들도 있었다.
“팀장님, 이거 보세요.”
“뭔데?”
“이번에 뉴블랙 미튜브 계정에 올라온 해외 아티스트 인터뷰인데요. 게스트 봐봐요.”
“…폴 로랑? 이 사람이 왜 여기 나와?”
한국의 홍보 대행사 사무실.
눈을 동그랗게 뜨고 지켜보는 팀장에게 직원이 말했다.
“무슨 인연이 있어서 나왔다는 것 같은데, 중요한 건 그게 아니고 이거 조회수 보세요.”
“허어….”
“해외 사람들이 엄청 눌러봤나 봐요. 인터뷰의 급도 확 올라간 거잖아요. 폴 로랑이 출연한 인터뷰니까.”
그제야 핵심을 알아듣는 홍보대행사 팀장이었다.
‘한국에서 영향력이 굉장한 미튜브 인터뷰, 거기에 폴 로랑이 출연했다는 것까지.’
그들이 홍보 중이거나 홍보할 행사에 있어 그야말로 완벽한 조건이었다.
무엇보다 인터뷰어가 대단하다.
“얘네들 영어 진짜 잘하네.”
“준비성도 대단한 것 같아요. 누가 나오든 이 정도까지 준비하는 곳도 흔치 않잖아요.”
“그게 중요하지. 이상한 질문도 없고.”
“일단 레몬 엔터에 한 번 연락해 볼까요?”
국내 유명 홍보대행사들이 레몬 엔터의 홍보팀으로 연락을 하기 시작하는 한편.
바다 너머의 유명인들은 에이전트로부터 새로운 스케줄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뉴블랙 카페?」
대부분 영화 홍보나 공연을 위해 내한 예정 중인 유명인들이었다.
호기심을 보이는 이들에게 에이전트가 설명했다.
「한국에서 진행할 인터뷰 일정인데, 일종의 토크쇼 같은 포맷이라더군.」
「토크쇼. 괜찮네.」
익숙한 포맷에 고개를 끄덕이는 한편.
「뭐?」
이어지는 말에 눈매를 좁혔다.
「미튜버와 하는 인터뷰라고?」
미튜버와 하는 인터뷰가 처음이어서 그런 게 아니었다.
홍보를 하려면 최대한 크게 해야 할 텐데, 미튜브 정도로 화제성이 있을지 의문이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한국 최고의 보이밴드가 진행하는 인터뷰야. 그 나라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인플루언서 중 하나라더군.」
「오.」
그 나라에서 최고로 유명한 셀러브리티라니.
구미가 당겼다.
인터뷰를 수락할지 말지 고민하고 있던 그들에게 쐐기 같은 말이 날아왔다.
「내가 그냥 인터뷰를 가져왔겠어? 폴 로랑도 얼마 전에 출연했다는 인터뷰야.」
「……!」
그것으로 게임은 끝이었다.
맨해튼의 카네기홀에서도 공연한 바 있는 세계적인 피아니스트가 나간 곳이라면 그들도 가는 게 맞았다.
인터뷰의 급도 맞고.
「준비 좀 하고 가야겠군.」
그렇게 외국의 유명인사들이 내한을 앞두고 반드시 들러야 할 프로그램으로 ‘뉴블랙 카페’를 인식하기 시작했다.
한 피아니스트의 등장이 불러온 나비효과였다.
* * *
K-pop 콘서트 당일.
공연장에 도착한 우리는 리허설을 하면서 바닥 재질이나 무대 구조를 유심히 살폈다.
“엄청 넓네여.”
“생각보다 크긴 하다.”
턱끝을 치켜들며 3층 객석까지 살펴보았다.
아코르호텔 아레나.
세느 강 주변에 위치한 이 공연장의 수용 인원은 약 2만 명가량이라나.
비주가 손짓을 하면서, 객석에 올라가 있는 매니저들과 ok 등의 신호를 주고받았다.
“위에서 보이는 각도를 고려해서 안무를 살짝만 바꾸면 될 것 같은데, 그거 외엔 문제없는 것 같아요.”
메인댄서의 진단에 사소한 부분 몇 가지 동작을 빠르게 수정했다.
그렇게 진지하게 리허설을 진행하는 한편, 동생들과 하이파이브를 주고받으며 웃었다.
“오늘 재미있겠다. 진짜.”
“저 너무 설레여. 조금 이따가 여기서 공연한다고 생각하니까.”
“제법 괜찮을 거 같아요. 오늘 무대.”
확실히 체조경기장에서 콘서트를 한 이후로 공연에 대해 자신감이 붙었다.
긴장이나 공연 전의 아쉬움은 여전하지만.
오늘 공연을 잘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마음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누구보다 더 많이 연습했고, 다양한 곳에서 공연을 하면서 각종 돌발 상황에 대한 노하우도 생겼고.
리혁이에게 고개를 돌렸다.
“음향?”
“문제없어요. 깨끗해.”
“바닥?”
중현이가 발을 쿵 굴렀다.
“튼튼해요.”
“컨디션?”
“최고.”
다 같이 하이파이브를 하며 웃었다.
리허설을 하는 동안에도 분위기가 좋아서, 현장 감독님이 엄지를 들고 좋다고 말해 주었다.
이제 남은 일정은 본 공연과 그에 앞선 몇 가지 행사들.
한국 음식을 소개하는 부스에 가서 체험도 하고, 현지의 팬들과 잠깐 팬미팅을 하는 코너들이었다.
-와아아아.
대기실에서 순서를 기다리고 있는 동안 밖에서 함성과 환호들이 커졌다가 잦아들기를 반복했다.
멀리서 오랫동안 기다려 왔던 팬들인 만큼 열정이 대단했다.
그리고.
“하이!”
우리는 최근에 만나지 못했던 친구들과 오랜만에 재회했다.
스트릿 보이즈.
힙합 컨셉의 9인조 아이돌이 발랄하게 뛰어왔다.
쿠구구궁-
다들 근육몬이 되어서 그런지 뛸 때마다 미미한 진동이 느껴진다.
“잘 지냈어?”
“어어, 안녕.”
“음? 많이 힘들어? 손에 왜 이렇게 힘이 하나도 없지.”
“…….”
나와 악수를 한 한조가 크하핫! 하며 내 어깨를 두드리는데 몸이 진탕 흔들리는 느낌이었다.
“크하하핫!”
웃음소리도 산적 떼처럼 들리는 건 기분 탓일까.
그나마 저번의 벌크업 상태보다는 근육이 좀 줄어들었는데, 힘은 여전히 남아 있었다.
분명 체형도 근육 있는 모델 같고, 다들 세련된 느낌인데.
“아! 외국 물 먹으니까 좋네!”
“헬스장에서 닭가슴살만 먹고 쇠질만 하다가 바깥 공기 쐬니까 살맛나는 거 같네.”
“크하하핫!”
……왜 이렇게 헬스장 회원들 모임처럼 됐냐. 너희.
빤히 바라보는 내 모습에 한조가 물었다.
“왜 그래?”
“아니야. 아무것도. 멋있어져서….”
“그래?”
내 말에 다른 그룹 졸개들이 흐뭇해했다.
“들었냐? 단장님이 우리 멋있어졌댄다.”
“몸이 더 좋아지긴 했지.”
“복근 보여 줄까요? 태어나서 처음으로 식스팩 생겼는데.”
근육이 생기고 자신감이 마구 생겼는지 그중에서 개구쟁이처럼 웃던 LB가 나섰다.
프랑스 젤리를 우물거리던 중현이를 지목하면서.
“중현이 형, 얼마 전에 미프에서 팔씨름한 거 봤는데. 이번에 저랑 한 번 하실?”
“나?”
양쪽에서 ‘오오오오!’ 하는 소리를 내며 감탄했다.
“곱게 죽기 싫어서 용을 쓰는구만. 저거.”
“나무 씨의 저 객기, 너무 그리웠어요.”
LB가 무슨 소리냐는 듯 팔을 걷어붙이며 말했다.
“나보다 힘 센 사람 있으면 나와 보셈.”
“끄응.”
“이제 불태우기에는 내가 너무 강해졌지. 후후훗.”
한조가 옆에서 속삭여 주었다.
“그래서 요즘엔 1대1로 힘들어서 다구리를 쳐.”
“그런 현명한 해결책이….”
부럽다.
우리는 4대 1로 해도 중현이 못 이기는데.
승부욕을 불태우는 LB에게 중현이가 부처님 같은 표정으로 손사래를 쳤다.
“조금 있다가 공연해야 돼서 이런 쓸데없는 일로 힘 빼면 안 돼.”
“형님! 저랑 해서 질까봐 그런 거죠~?”
감나무가 도발을 시전했다..!
“오, 이거 맛있다.”
하지만 그 효과는 미미했다.
다들 빵 터져서 웃음을 터뜨리는 가운데, LB가 중현이의 승부욕을 살살 자극하려고 할 때.
비주에게 사과를 건네받은 중현이가.
“나무야. 팔씨름 말고 사과라도 한 입… 엇.”
파콱.
손에 쥔 사과가 거의 액체처럼 짓이겨져서 흘러내렸다.
가벼운 악력 측정에서만 최소 80이 나오는 우리 애의 괴력에 LB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러곤 바로 중현이의 시야에 띄지 않도록 사라졌다.
“흐하핫!”
모두의 비웃음을 산 누군가가 ‘난 우물 안 개구리였어..!’ 하고 있는 동안.
“벤치 프레스 팁? 그냥 들면 돼.”
“오오.”
“스쿼트도 그냥 하면 돼.”
중현이의 앞에 모인 스트릿 보이즈 멤버들이 메모 앱을 켜고 명언을 받아 적기 시작했다.
한쪽에서는 헬스 스터디가 이루어지고.
“그거 해 봤어?”
“아직.”
다른 쪽에서는 지호와 스보 동생 라인이 게임 얘기를 하기 시작했다.
그 속에서 리더들은 종이컵의 녹차를 홀짝이며 다과회를 가졌다.
“낙화 주간차트 1위 했다며. 축하해.”
“고마워.”
“노래 진짜 좋더라. 나도 몇 곡 다운 받았는데.”
어쩜 수록곡까지 그렇게 다 좋냐는 칭찬에 내가 미소를 지었다.
한조가 소곤거리듯 말했다.
“초동 1위도 축하하고.”
내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역대 초동 판매량 1위.
이번에 발매한 우리의 미니5집 ‘별(別) : Into the Black’은 36만 장대의 판매량을 기록하며 역대 1위에 등극했다.
저번 스페셜 앨범의 22만 장에서 거의 두 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였다.
역대 2위인 TNT의 앨범과도 꽤 차이가 벌어졌고.
“축하해 줘서 고마워.”
내가 반대의 입장이어도 이렇게 자기가 더 기쁜 것처럼 쉽게 축하해 줄 수 있을까.
데뷔 동기의 넓은 마음 씀씀이가 고마웠다.
물론, 이 기록이 그리 길게 가지 않으리라는 확신이 있어서 겸손하기도 했고.
얼마 안 가면 틴스피릿이 컴백하거든.
우리 기록이 역대급인 것도 맞지만, 현재 컴백을 앞둔 틴스피릿의 정규 앨범에 쏟아지는 관심은 더 역대급이었다.
작년과 올해 들어 수플레와 TNT의 투게더를 합친 것만큼 커진 게 틴스피릿의 국내 팬덤이기도 하고.
그런 까닭에 내가 상대를 안타깝게 바라보았다.
“긴장 많이 되겠다.”
“엄청 돼.”
6월 말에 틴스피릿과 비슷한 시기에 컴백해서 그런지 근심이 커 보인다.
한조가 웃으며 말했다.
“너네 TNT랑 겹쳤을 때, 어떤 기분인지 알겠더라.”
“장난 아니지. 마스커레이드 발매하기 전날 잠도 못 잤어. 이대로 묻히는 거 아닌가 해서.”
“하긴. 우리야 그나마 상황이 나은 편이지만… 너희는 그때 완전 신인이었나?”
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지나간 일이긴 했지만 다시 생각해도 아찔했던 기억이었다.
“뭐 괜찮겠지. 우리도 이제는….”
한조가 알지 않냐는 표정으로 웃었다.
말로는 엄살을 피우지만 현재 스트릿 보이즈는 굉장히 잘나가고 있는 상황이다.
틴스피릿이 나온다고 마냥 묻힐 만한 인지도가 아니었다.
힙합 짐승돌로 이미지 변신을 하면서 다양한 음악을 시도한 게 신의 한수가 되기도 했고.
국내에서도 일명 라이징으로 꼽히고 있을 만큼 성장세가 좋다.
무엇보다 최근 일본 활동을 하면서 핫해지기도 하고, 해외 팬덤의 경우에는.
-와아아아아!
밖에서 스트릿 보이즈의 이름이 언급되자 엄청나게 큰 함성이 터져 나왔다.
“크으.”
“들었어요? 들었어?”
우리가 오오 하며 박수를 쳤다.
기쁨의 미소로 한조를 향해 활 쏘는 세레머니를 하는 우리 팀 막내와 저쪽 팀 동생라인이 보인다.
부들부들하는 한조에게 물었다.
“왜 그래?”
“맨날 놀린다니까. 저것들.”
얼마 전에 무슨 워치인가 하는 게임이 나온 다음부터 활 쏘는 시늉을 하며 놀린다는 모양이었다.
그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스트릿 보이즈, 이제 입장 준비할게요.”
“네!”
현장 스탭의 말에 스트릿 보이즈가 일어나서 옷을 여몄다.
다들 정장을 차려 입었는데 잘생긴 축구 선수들 같은 느낌이다.
저쪽 매니저인 박 팀장의 태도 변화도 그렇고. 스트릿 보이즈도 전과 다르게 달라진 게 느껴졌다.
여유가 보인다고 할까.
“가자.”
그런 말을 하던 한조가 멤버들을 이끌고 일어날 때였다.
자기들끼리 뭔가 수군수군하더니.
“아!”
배웅하려는 우리에게 다다다 달려왔다.
“왜 그래?”
“그거 깜빡했다! 이번 앨범 대박 나게, 기 좀 받아가려고.”
“기…?”
LB가 손을 내밀었다.
“얼른 손 좀 주세요! 손!”
“안 돼요. 우리도 써야 돼요.”
“조금만 주세요. 조금만.”
틴스피릿보다 한 층 높은 곳에 살고 있는 우리의 기운을 받아가야겠다는 희한한 논리였다.
그렇게 잠깐 손을 맞잡아 주자 스보 멤버들이 엄청 좋아했다.
“이따 끝나고 보자!”
“이따 봐!”
스트릿 보이즈가 행사를 하기 위해 대기실을 나섰다.
곧바로 어마어마한 환호가 들렸다.
-와아아아아아아악!
-한조! 한조오오오!
-꺄아아아아아앍 칵! 컥!
흡혈괴조 같은 느낌의 마지막 소리는 정체가 뭐였을까.
‘Go Street!’ 하는 구호에 맞춰 거의 합창 수준의 함성이 들려왔다.
방금 행사를 마친 걸그룹이 대기실로 들어오면서 자기들끼리 놀란 표정을 지으며 소곤거릴 만큼, 한마디 할 때마다 반응이 뜨겁다.
“장난 아니구나.”
“와…….”
동생들과 서로를 바라보며 혀를 내둘렀다.
스트릿 보이즈의 해외 인기가 좋다는 말은 들었는데, 이 정도로 열기가 대단할 줄은 몰랐다.
그렇게 30분간 단독 콘서트 같은 함성이 끝났을 때.
“와오!”
스트릿 보이즈가 엄청 상기된 얼굴로 대기실에 돌아왔다.
손부채질을 하는 얼굴들 위로 땀이 줄줄 흘러내리고 있다.
우리가 멍하니 손뼉을 치며 말했다.
“장난 아니다.”
“봤죠?”
‘마! 이게 스보다!’ 하는 이들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내 입장을 알리는 스탭의 말에 이번에는 우리가 손을 뻗었다.
“우리도 기 좀.”
“맞아. 저희도 기 좀 받아가야겠어여.”
“아, 이거 아무나 주는 거 아닌데….”
스트릿 보이즈가 우리에게 인기를 하사하듯이 손을 톡 쳐 주었다.
그렇게 기를 받으며.
“뉴블랙 분들.”
“네!”
화이팅, 하듯 해 주는 이들에게 고개를 끄덕이며 입장했다.
환한 조명 아래.
컨벤션 센터처럼 꾸며진 공간에 우리가 모습을 드러낼 때.
“와아아아아아악!”
“크롸라라라라락!”
“아아아악!”
장내가 흔들릴 만큼 어마어마한 환호가 우리를 맞이했다.
플래카드를 들고 반기는 원조집 수플레들을 발견하고 멍하니 있는 것도 잠시.
뒤통수에 꽂히는 시선이 느껴졌다.
“…….”
빼꼼히 열린 문틈 사이로 눈을 가늘게 뜨고 있는 9인조가 보였다.
눈빛에서 글자가 읽히는 것만 같다.
‘열 받네.’
‘기 왜 받아갔냐.’
‘맨날 우리한테 왜 그러는 건데.’
기만당했다는 얼굴로 우리를 흘겨보는 9인조에게 아니라고 손사래를 쳤지만.
‘흥.’
새침한 표정으로 문을 닫는 스트릿 보이즈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