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424)화 (424/1,031)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424화

42장. Attention

프랑스 아코르 호텔 아레나.

관객들이 흥분 가득한 얼굴로 공연장을 빠져나오는 가운데, 기다리던 카메라가 그들을 반겼다.

한불 수교 13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를 취재하러 나온 한국과 프랑스의 기자들이었다.

“오늘 공연은 어땠나요?”

즐거워하는 얼굴들이 답했다.

“최고였어요!”

“인생 최고의 날이었어요. 사랑해, 뉴블랙!”

“Yeah, 스트릿 보이즈!”

스트릿 보이즈 로고가 그려진 티셔츠를 흔들거나 플래카드를 흔드는 뉴블랙의 팬들.

공연은 끝났지만 여전히 축제 같은 분위기였다.

취재진이 물었다.

“오늘 공연 중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게 있다면….”

대답들이 바로 날아왔다.

“뉴블랙!”

“뉴블랙의 공연이 기억에 남네요. 부채를 펼치고 춤을 추는데, 정말 새로운 경험을 했어요.”

“뉴블랙이… 진짜 최고였죠.”

영국, 독일, 스페인 등등.

국적이 다른 유럽의 K팝 팬들이 하나같이 입을 모아 ‘뉴블랙’이란 이름을 언급했다.

심지어 ‘Nine’의 후렴을 열창하는 팬들이 곳곳에서 보였다.

한국 취재진이 말했다.

“신기하네. 뉴블랙한테 외국 팬들이 이렇게 많았나?”

한국 취재진에게 손으로 입맞춤을 날리고 가거나 자기들끼리 춤을 추는 팬들의 손에 뉴블랙 플래카드나 슬로건이 들려 있었다.

TBC에서 나온 기자가 플래카드의 사진을 가리키며 물었다.

“멤버들의 이름을 다 알고 있나요?”

“그럼요!”

팬들이 사진 속 얼굴을 짚으며 말했다.

“우주, 비주, 중현, 리혁, 지호.”

심지어 나이 순서까지도 안다.

지호를 가리키며 ‘Mak-nae’하는 해외 팬들의 모습에 한국의 취재진이 눈을 깜빡였다.

‘우리보다 더 잘 아는데…?’

뉴블랙에 대한 지식 배틀을 하면 백 프로 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 기자들이 서로를 바라보았다.

“미튜브나 그런 게 확실히 해외에서 먹히긴 하나 보네요. 생각 이상으로 유명하네.”

“저거 1미터 대왕 소시지 같은 거, 저거 뉴블랙 응원봉 아니에요?”

“뭐야, 저게 왜 여기 있어?”

현장에서 직접 이러한 열기를 목격한 기자들은 묘한 느낌을 받았다.

‘뭔가 있어.’

화산이 터지기 전에 밑에서 끓고 있는 용암처럼 현장 특유의 열기가 있었다.

그런 현상을 한국의 기자들이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을 때.

“오호……?”

프랑스의 취재진도 신기함을 느끼고 있었다.

‘뉴블랙이 생각보다 유명인사인가?’

취재를 오기 전에 뉴블랙에 대한 이야기는 들은 바 있었다.

유명 피아니스트인 폴 로랑과 미튜브로 인터뷰를 진행했다는 얘기를 듣기도 했고.

바로 그 선명주의 아들이 K팝 그룹의 리더라는 이야기 때문이었다.

그런 의미로 호기심을 가지고 왔는데, 현장에서도 ‘뉴블랙!’ 하는 연호가 끊이지 않았다.

“저건 뭐지? 저쪽으로 카메라를 돌려 봐.”

“맙소사.”

“자유의 여신상인가…?”

1미터짜리 횃불을 들고 있는 팬을 중심으로 뉴블랙의 팬들이 빙글빙글 춤을 추고 있었다.

한 기자가 다가갔다.

“지금 뭘 하고 있는 겁니까?”

“공연이 끝나고 그냥 가는 게 너무 아쉬워서 수플레들끼리 파티를 열고 있어요!”

“수플레(soufflé)?”

프랑스의 디저트 이름이었다.

“수플레가 뭐죠?”

“뉴블랙의 팬덤 이름이 바로 수플레입니다!”

“오.”

기자들이 흥미를 보였다.

“왜 이름이 수플레가 된 건가요?”

“…….”

“저기요?”

“…….”

갑자기 말을 돌리거나 시선을 회피하는 팬들을 보며 취재진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왜 저러지?’

한 사람만 그런 게 아니었다.

어딜 가서 왜 이름이 수플레냐고 물을 때마다 팬들이 도망치는 기현상이 벌어졌다.

“……?”

도무지 영문을 알 수 없는 일이었다.

*   *   *

TBC 8시 뉴스.

국제 뉴스에 그날의 소식이 올라왔다.

「파리 K팝 콘서트 성황리에 개최..」

뉴블랙과 스트릿 보이즈를 비롯해 그날의 공연 장면이 빠르게 지나간다.

컨벤션 센터처럼 꾸며진 곳에서 한국 문화를 체험하는 프랑스인들의 모습도 나오고.

관객들을 대상으로 한 인터뷰가 이어졌다.

[레나 뒤랑 (29세)]

(공연은 어땠나) 정말이지 환상적이었다. 수플레로서 오늘의 공연은 잊을 수 없는 가문의 영광이다.

(수플레가 무엇인가?) 아무튼 오늘 공연은 너무 멋졌다. 뉴블랙의 팬으로서….

‘수플레’의 어원에 대해 묻는 한국 기자에게 대답을 회피하는 프랑스 팬들이었다.

공연장을 배경으로 기자가 엔딩 멘트를 했다.

-오늘 공연은 한불 수교 13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의 일환으로….

기자의 옆으로 무언가 지나갔다.

“엄마야.”

“저게 뭐여?”

실시간으로 8시 뉴스를 보고 있던 시청자들이 눈을 깜빡였다.

‘뭐야? 저건 뭔데?’

거대한 왕봉이를 들고 있는 한 팬을 따라서 수십 명의 팬들이 응원봉을 들고 따라가고 있다.

피리 부는 사나이 같은 광경.

기자의 멘트 사이로 노랫소리가 오디오에 잡혔다.

지호야 지호야

형이 할 말이 있어 (느아아아)

한때 아이돌 프로에서 나온 이른바 ‘성장기송’을 부르는 소리에 기자가 콧잔등을 씰룩인다.

엔딩 멘트를 하는 동안 불안하게 흔들리는 눈동자.

추임새로 리혁의 ‘느아아!’ 를 트는 팬들의 행렬에 어떻게든 웃음을 참아 보려고 애를 쓰는 기자였다.

거실에서 TV 뉴스를 보던 시청자들이 웃음을 참는 동안, 해당 장면이 아이돌 커뮤니티에 올라왔다.

[오늘자 TBC 8시 뉴스 웃음벨.gif]

(움짤.gif)

영상으로 보면 더 웃김ㅋㅋㅋㅋㅋㅋ

-저거 어떻게 웃음 참았냐 진짜ㅋㅋㅋㅋㅋㅋㅋㅋ

-나였으면 개터졌음ㅋㅋㅋㅋㅋㅋ

-존나 웃기네ㅋㅋㅋㅋ

-저거 해외 팬들이 어케 알지?? 개신기하네

-아까 저거 말고 수플레 질문짤도 웃겼음ㅋㅋㅋ 기자가 물을 때마다 계속 회피함

-(수플레에 대해 묻자 불안하게 흔들리는 어느 팬의 눈동자.gif)

-나 같아도 말 못하지ㅋㅋ 그게요.. 최애가.. 음,, 어,, 으음

뉴블랙의 스페셜 무대에 대한 소식을 들으며 ‘왜 해외에서만ㅠㅠㅠ’ 하던 수플레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친근하다ㅋㅋㅋㅋㅋㅋ

-안에서 새는 바가지 밖에서 샌다더니.. 역시 국적은 달라도 수플레는 하나다

-oppa english plz

┕내 감동 돌려내 ㅋㅋㅋㅋ

-뉴블랙으로 하나되는 전세계 가자

-저거 보니까 뿌듯하다ㅠㅠㅠㅠ 울 애기들 자랑스러워

-근데 해외 팬들도 재밌게 논다ㅋㅋㅋㅋ 저런 거 어떻게 알았지..??

-222 신기방기쓰

낙화로 유입된 신규 수플레들이 그런 해외 팬들의 모습을 보며 ‘우와아’ 하며 신기해하고 있을 때.

‘조용히 있어야지.’

해외 수플레들이 보여 주는 문화가 어디서 왔는지 알고 있는 기존 팬들은 입을 다물었다.

지금도 미튜브에 가면 남아 있는 영상들이 많았다.

-지호야~ 지호야~

-느아아아는! 개똥벌레~ 친구가 없네~

-자! 가자! 호그와트로-! 루모쓰!

체조경기장 콘서트가 끝나고 광기에 젖어 있던 자신들의 모습을 떠올리며 훈훈한 표정을 짓는 원조 수플레들이었다.

프랑스 팬들의 영상을 보며 아련한 미소를 지었다.

‘훌륭한 팬이 되었구나, 너희….’

근데 기왕이면 좋은 것만 배워 가지 그랬어…….

*   *   *

프랑스에서 돌아온 후.

우리는 평소 스케줄인 음악방송으로 복귀했다.

그리고, 음방 2주차를 맞이하며 그간 기다리고 있었던 소식이 우릴 반겨 주었다.

-네, 2016년 6월 첫째 주 생방송 뮤직 On! 1위 발표만을 남겨두고 있는데요.

-점수 공개해 주세요!

가을소녀의 ‘하늘정원’과 우리의 ‘낙화’가 스크린에 떠오른 가운데.

여러 부문의 점수가 합산되어 나타났다.

5,000점을 기록한 가을소녀와 더블 스코어로 차이가 나는, 1만을 훌쩍 넘긴 점수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엄청 세졌네. 팬분들….’

‘우리 앞으로 더 공손해져여.’

동생들과 시선을 교환하는 동안, 리혁이가 다가올 폭죽을 기다리며 몸을 긴장시켰다.

[1위. 낙화(落花)]

파앙-! 하는 소리와 함께 하늘에서 금박이 쏟아져 내렸다.

컴백 준비를 하는 동안 가장 듣고 싶었던 소리에 활짝 웃으며 주변 사람들에게 꾸벅 인사했다.

-뉴블랙 축하드립니다!

객석에서 슬로건을 흔드는 수플레들과 카메라를 향해 웃으며 1위에 대한 소감을 말했다.

품에 안긴 트로피와 꽃다발이 기분 좋게 빛났다.

MC의 인사가 끝나고, 가수들이 내려가는 스테이지에서 흥겹게 낙화의 안무를 추며 앵콜 곡을 불렀다.

“감사합니다!”

“기분 너무 좋네여! 다들 복 받으세여~!”

신나게 앵콜 무대를 하고는, 방송국 근처에서 기다리던 팬들과 미니 팬미팅을 하며 1위를 자축했다.

계절은 초여름이지만 우리에겐 봄날이었다.

귀를 기울일 때마다 좋은 소식들이 들려왔다.

-‘음방 2관왕’ 뉴블랙, ‘음원 차트 올킬’

-지금 내 고향 클립, ‘1억 천만 뷰 돌파’.. 뉴블랙 SNS ‘축하해야 할 일..이겠죠’

-뉴블랙, 美 빌보드 200차트 47위 진입.. ‘역대 최고 기록’

중간에 이상한 게 하나 끼어 있긴 하지만 무엇이든 간에 들렸다 싶으면 좋은 소식이었다.

Nine 때는 109위였던가.

미국 내 앨범 판매량을 다루는 빌보드 200차트에서 47위로 들어갔다던데, 확실히 작년 말 이후로 다른 나라의 팬분들이 많이 늘었다는 게 느껴졌다.

그렇게 달라진 위치를 반영한 것인지 토요일에 열린 찾아Dream 콘서트에서도 메인 퍼포머였다.

그리고 우리와 함께 상암 월드컵 경기장에서 피날레를 장식할 가수들은…….

“아이고, 행님덜! 인사 오지게 박습니다!”

인사성이 참 밝았다.

더 밝았다가는 내 고막이 못 버틸 것 같긴 했지만, 어쨌거나 오늘도 발랄한 이웃집 미소년들이었다.

우리가 웃으며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선배님들.”

“아.”

틴스피릿 멤버들이 서운하단 표정을 지었다.

“반말 하라고 했잖아요. 반말.”

“아, 맞다.”

“몇 달이나 봤는데 아직도 존댓말 쓰고 그래요.”

너네한테는 써야 될 것 같아서 그래….

뽀로로 음료수를 소주처럼 마셔대는 미소년들을 보면서 웃었다.

오랜만에 만나 반가운 기분으로 근황 토크를 나눴다.

“좀 있으면 컴백이라면서.”

“예에.”

으으, 하며 몸서리를 치던 틴스피릿 멤버들이 말했다.

“안 그래도 그것 때문에 요즘 쥰내 스트레스 받아요~”

“잠이 안 와. 잠이.”

내가 물었다.

“쥰내?”

“약간 존나 + er 느낌으로….”

“아. 비교급.”

“그걸 비교급이라고 해요? 와. 씨.”

역시 가방끈이 길다며 감탄하는 이들에게 내가 훈훈한 미소를 지었다.

유쾌한 분위기 속에서 대화가 오갔다.

“이번에 좀 센 컨셉으로 나온다고?”

“예, 존나 세요.”

“얼마나?”

“천사가 개빡치는 컨셉인데, 개 쎄요.”

대충 설명하는 바를 알아들었다.

미소년 천사들이 신의 벌을 받아 아름다운 악마로 변신해서 사람을 홀리는 내용이었다.

세 번째 정규 앨범이라고 했던가.

틴스피릿이 그간 해 왔던 청량함과는 다른 다크하고 진지한 컨셉에 흥미를 느꼈다.

“완전 새로운 거 하는구나.”

“예.”

휘연이 음울한 얼굴로 답했다.

“그것 땜에 스트레스가 씨게 왔죠. 이게 팬들이 좋아는 해 줄 것 같긴 한데.”

“그럼 뭐가 문제…?”

“존나 좋아해 줬으면 하거든요.”

“…….”

“보고 나서 와 시발 틴스피릿! 이래야 되는데…. 으음.”

좋음과 존나 좋음이라.

큰 차이가 있는지 잠시 고민하고 있을 때, 연후가 아! 하며 외쳤다.

“나 좋은 생각났다! 행님, 기왕 말 나온 김에 우리 노래 좀 듣고 가요.”

“내가?”

“노래 존나 잘 만드시니까.”

그 말에 다른 틴스피릿 멤버들이 박수를 쳤다.

“이야, 여태까지 이연후 대가리에서 나온 아이디어 중에 제일 굿이네.”

“대가리를 탁 쳤다. 정말.”

“아인슈타인 말이 맞네. 내가 말했잖아. 평소에 쟤 뇌 1프로만 쓰고 사는 거 맞다니까.”

마지막 말에 뭐라고 말하려던 리혁이가 나의 제지에 부르르 떨 때.

노래가 담긴 핸드폰을 뒤적이는 휘연의 모습에 그쪽 매니저가 입술을 달싹였다.

내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외부인한테 미발매 곡을 들려주는 건 조금 그렇지 않을까?”

“걱정 마세요. 생각이 다 있으니까.”

그러더니 내게 이어폰 한쪽을 내밀었다.

얼떨떨한 기분으로 일단 귀를 기울일 때.

-뚜앗!

1초 만에 재생이 멈췄다.

“……?”

황당해하는 내 모습에 다들 웃음을 터뜨렸다.

눈을 깜빡이며 바라보는 나에게 휘연이 고개를 꾸벅 숙였다.

“보안 유지가 생명이라서 1초 정도만.”

“그, 그래….”

“그래서 감이 어떠십니까. 행님? 느낌만 말씀해 주시면 돼요.”

“으음.”

1초 정도 들었던 음을 머릿속에 떠올렸다.

장르는 다크한 분위기의 댄스 음악이고.

그간의 틴스피릿 타이틀곡의 패턴을 떠올리면서 방금 들었던 첫 음을 조합해 보았다.

“이런 느낌인 거지?”

대충 만든 멜로디를 흥얼흥얼하며 맞냐고 물었다.

소파에 널브러져 있던 매니저가 벌떡 일어났다.

틴스피릿 스탭들이 벙찐 표정으로 보는 가운데, 미소년들이 화들짝 놀라더니 서로를 바라본다.

“……시.”

시?

“시발, 존나 비슷해…….”

“개쩐다. 우리 거보다 더 좋은데?”

자기들끼리 둥그런 눈을 번갈아 보더니 내게 시선을 돌렸다.

“이거 어떻게 아셨어요?”

“그냥 왠지 이런 느낌일 거 같아서.”

“와…….”

틴스피릿 멤버들이 손뼉을 짝, 짝 텀을 두고 치면서 ‘우와아아!’ 하는 소리를 질렀다.

자랑 타임이라고 생각했는지 동생들이 내 근처에 졸개 모드로 모였다.

“엣헴.”

“으흐흠.”

비주가 입가에 손을 올린 채 헛기침을 했다.

하지만 자랑을 하려던 동생들은 나한테 얼굴을 들이미는 이웃집 아이들에게 밀려났다.

“그래서 어떠세요?! 막 대박의 촉이 와요? 온다고 말해.”

“야, 급발진 하지 마라. 그래서 말입니다, 행님. 촉이 오십니까?!”

“와?! 와요?!”

재촉하는 이들에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서 촉이 안 온다고 했다가는 감나무 씨처럼 활활 불타오르게 될 운명이었다.

급격히 화색이 돌기 시작하는 6인조 아이돌을 보며 웃었다.

“어머! 어머!”

왜 매니저들이랑 스탭 분까지 좋아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내 평에 분위기가 밝아졌다는 건 확실했다.

크으 하며 좋아하던 틴스피릿이 우리에게 말했다.

“행님 덕분에 쫌 긴장 풀었네요. 안 그래도 이번에 행님들 부하들이랑 뜨는 것 땜에 엄청 긴장하고 있었는데.”

우리가 어리둥절한 얼굴로 서로를 바라보았다.

“……부하?”

“잉? 형, 우리 말고 또 부하 만들었어여?”

“부하요…? 아!”

그러다가 문득 떠오르는 무언가에 큰 웃음을 터뜨렸다.

누구를 말하는지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   *   *

그로부터 며칠 후.

6월 7일 화요일.

광나루역 인근의 라이브홀에 카메라 가방을 멘 기자들이 속속 도착하기 시작했다.

그들의 눈빛에는 기대감이 가득했다.

최근 들어 연예부 기자들 사이에서 도는 말 때문이었다.

‘올해 6월은 가요계에서 가장 핫한 달이 될 것이다.’

이유가 몇 가지 있었다.

첫째로는 뉴블랙이 ‘낙화’라는 역대급 곡으로 컴백을 했다는 것 때문이고.

둘째로는 틴스피릿과 스트릿 보이즈의 컴백이었다.

스트릿 보이즈도 요즘 국내에서 기세 좋게 올라오는 중이라 주목도가 꽤 높은 편이고.

틴스피릿이야 현재 국내에서 가장 잘나가는 그룹이니 말할 것도 없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바로 오늘 쇼케이스가 열리는 ATEN의 데뷔였다.

미스터 프로듀서의 아이돌 프로젝트를 통해 결성된, 현재 전 국민이 주목하고 있는 그룹.

“우와-”

현장에 참석한 기자들은 취재진의 숫자를 보고 식겁했다.

“이야, 전국에 있는 연예부 기자란 기자는 다 모인 것 같은데요.”

“저도 이 정도 인원은 처음 봐요.”

“오늘 기사는… 아무리 빨리 올려도 소용없겠죠? 도저히 답이 안 나오는 규모인데.”

조회수를 더 얻고자 아무리 빨리 올려도 경쟁이 너무 치열해서 의미가 없을 듯했다.

쇼케이스장 스크린에 떠오른 에이텐 멤버 6인의 화보를 보던 기자들이 대화를 나누었다.

“진짜 데뷔하네요. 이 사람들.”

“신기하지 않아요? 두 달 만에 이렇게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이 준비를 해서 데뷔를 한다는 게.”

“그니까요. 이게 되나…? 싶었는데 됐잖아요.”

2달 만에 번듯하게 아이돌로 데뷔가 가능할까? 하는 의문이 처음에는 있었는데.

그걸 보여 주듯 눈앞에 아이돌 느낌의 컨셉 포토가 지나가고 있다.

“진짜 때깔 좋긴 하네요. 4대 기획사급이에요.”

“라인업이 장난 아니잖아요. 허강민 대표도 참여하고, 한아윤 안무가도 들어가고.”

“뭐, 프로듀서가 프로듀서니까…….”

마지막 말에 웃음이 나왔다.

미프 멤버들의 노력 뒤에는 불가능할 거라고 생각한 일을 계획해 낸 이들이 있었다.

“이따가 기자회견 끝나고 1500명 정도 규모로 팬 쇼케이스도 한다던데, 그때 뉴블랙도 올까요?”

“소문으로는 온다는 것 같은데요.”

“아, 그거 당첨됐어야 하는데. 뉴블랙도 보고.”

“저도 떨어졌어요. 경쟁률이 너무 치열해서 어지간한 빽으로는 소용도 없다던데요.”

팬 쇼케이스에 응모를 했지만 전원 떨어진 이들이었다.

어마어마한 경쟁률 때문이었다.

인터넷에서 윌리 웡카의 초콜릿 공장을 견학하는 게 더 쉬울 거라는 드립이 나올 정도.

“보고 싶네요. 진짜.”

“저도 너무 궁금해요.”

연예인들을 취재하는 게 일이라지만 그들도 시청자인 만큼 미프의 뒷내용이 궁금했다.

Attention도 한번 들어보고 싶고.

다른 팬송도 어떻게 나왔는지, 직접 현장에서 보고 싶었다.

그나마 기자회견에서 남들보다 뮤비를 더 먼저 볼 수 있다는 게 위안이면 위안이었다.

“그나저나, 이거 Attention 나오면 순위 어떻게 될까요?”

“글쎄요. 낙화가 지금 워낙 세긴 해서.”

“그래도 이건 예능픽이잖아요. 지금 이 분위기면 일단 무조건 진입 1위는 할걸요.”

그건 모두가 똑같이 하고 있는 생각이었다.

예상 시청률이 30%까지 나오는 아이돌 특집의 타이틀곡이다.

그렇게 6월 가요계에 대한 예측이 오가고 있을 때, 자리에 앉아 달라는 안내 방송이 흘러나왔다.

빠르게 착석한 기자들이 노트북에 손을 올렸다.

선공개되는 뮤직비디오를 보자마자 빠르게 기사를 올리기 위함이었다.

‘나와라! 얼른 나와라!’

연예부 기자들이 손을 비비며 눈을 빛내고 있을 때.

마침내 Attention의 뮤직비디오가 재생됐다.

그리고 오프닝 장면이 흘러나오자, 노트북에 손을 올렸던 기자들이 모두 웃음을 터뜨렸다.

뉴블랙이 카메오로 출연한다는 말은 들었는데.

두둥-

뮤비 시작부터 뉴블랙 멤버들의 얼굴이 새겨진 우주선이 하늘을 날아다니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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