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425)화 (425/1,031)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425화

2D 캐릭터로 된 뉴블랙의 얼굴이 우주선 하단에 보였다.

파란 하늘을 가로지르는 우주선.

공원에서 산책을 하거나 거리를 걷던 사람들이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위이잉-

사이렌 소리와 함께 우주선에 화려한 불빛이 들어온다.

곧이어 ‘우리 UFO 619편에 탑승해 주신 승객님들께…’ 하는 듯한 외계인의 목소리가 내레이션을 읊었다.

[Attention please.]

지금부터 개쩌는 가수들이 등장할 예정이니 주목해라 지구인 놈들아 하는 영어 방송이었다.

방송이 나올 때마다 입을 뻐끔뻐끔하는 뉴블랙 멤버들의 캐리커처에 큰 웃음이 흘러나왔다.

그렇게 우주선을 바라보고 있을 때.

“……?”

기자들이 눈을 깜빡거렸다.

안내 방송이 끝나고 캐리커처 정중앙에 있는 뉴블랙 우주의 입이 지이잉- 하고 열렸기 때문이다.

“……!”

출입구였다.

우주의 입에서 여섯 가지 색깔의 빛이 뿅뿅뿅 쏘아져 나오면서 기자들이 단체로 웃음을 터뜨렸다.

“흐하하하!”

“푸흡, 어후, 콜록! 콜록!”

너무 웃어서 방금 먹었던 점심식사까지 올라올 지경이었다.

우주의 입에서 떨어져 내린 여섯 개의 빛을 보던 기자들이 다시금 웃음을 터뜨렸다.

‘이거 뉴블랙이 보면 고소감 아냐?’

사진이 아니고 캐리커처기는 하지만 이 정도로 웃기게 나오는 건 좀 그렇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 때.

그런 생각을 하던 기자들이 멈칫했다.

‘좋아할 것 같은데?’

‘이건 백 퍼센트 확률로 자기네가 먼저 제안했다.’

뉴블랙이 허락해 주는 그림이 잘 안 그려졌다.

오히려 ‘이거 어떠신가요~? 꺄하핫!’ 하는 멤버들의 제안에 에이텐 멤버들이 식은땀을 흘리는 그림만 그려질 뿐.

무엇보다 이런 아이디어가 정상인의 머릿속에서 나올 리가 없었다.

어쨌거나 기자들은 흐뭇한 얼굴로 기삿거리를 반겼다.

-‘Attention’ MV, 뉴블랙 ‘깜짝 등장’.. ‘등장부터 현장 웃음바다’

빠르게 타이틀을 작성하며 기사를 송고하는 한편.

이어지는 MV에 집중했다.

‘오……!’

지상에 도달한 여섯 개의 빛이 곧바로 사람으로 변했다.

화창한 봄날.

플로리다나 LA를 연상시키는 하얀 건물들이 가득한 거리에 여섯 남자가 분수대를 배경으로 서 있었다.

뉴블랙 멤버들을 형상화한 동상에 웃음이 나온 것도 잠시.

검은 가죽 재킷을 걸친 모델 홍석부터 하늘색 정장에 하얀 페도라를 쓴 맏형 김의지까지.

펑크하고 트렌디한 느낌을 주는 스타일링이 눈에 들어왔다.

원래부터 잘생겼던 얼굴에 뮤비 메이크업까지 더해지니 진짜 아이돌처럼 보였다.

에이텐 멤버들의 얼굴이 사아악 하며 빠르게 지나간 후.

화면 위로 고급진 하얀 폰트가 떠올랐다.

[ A T E N ]

그리고 글자들 사이에 새로운 글자들이 추가됐다.

[ ATTENTION ]

센스 있는 시작에 기자들의 눈썹이 치켜 올라갈 때.

둠칫, 둠칫 하며 신이 나는 전자음과 함께 어텐션의 인트로가 흘러 나왔다.

디스코 풍의 펑크 음악.

전주의 리듬에 맞춰 에이텐의 멤버들이 카메라 바깥으로 빠져나가는 가운데.

분수대 앞에 홀로 남은 홍석이 카메라를 향해 걸어왔다.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질 만큼 신나는 미소였다.

Yeah,

숨 가삐 달려왔지

정신없이 달린 이 길

이젠 별 계획 없이

걷고 싶은 걸-

카메라에 다가가 검지를 까딱이며 웃던 홍석이 뒤로 물러나면서 바톤 터치를 한다.

블루 수트에 안경을 걸친 모범주가 거리를 유쾌하게 걷는다.

보기 드문 미모에 그가 지나갈 때마다 사람들이 돌아보고, 그가 음을 한층 올려 노래를 부른다.

날이 너무 멋진데

그냥 지날 순 없지

아이스크림 가게나 과자 가게같이 색감 좋은 간판들이 즐비한 거리에 멤버들이 모이기 시작한다.

사거리 중앙에서 여섯 남자가 군무를 췄다.

제자리에서 한 바퀴를 빙글 회전한 추기석이 쓰고 있던 선글라스를 살짝 내려 카메라와 눈을 마주치며 윙크를 보냈다.

익살맞은 표정 연기에 감탄이 나왔다.

‘다들 진짜 잘하네.’

표정도 표정이지만 안무에 구멍이 없다.

‘아니, 구멍이 없는 수준이 아니라 잘해.’

어텐션의 곡 분위기는 전체적으로 즐겁고 유쾌하면서도 한편으론 익살맞은 느낌이 강했다.

대체로 이렇게 짓궂고 장난스러운 분위기는 살리기 어렵다.

까불까불한 느낌이니 설렁설렁해도 괜찮지 않냐고 할 수도 있지만 오히려 그 반대.

끼와 실력 모두가 있어야 돋보일 수 있는 무대였다.

어지간히 잘하는 게 아니라면 학예회에서 별님반이 율동을 하는 것처럼 보이니까.

‘진짜 신인 같네.’

출연진의 연령대만 아니라면 예능의 아이돌 프로젝트에서 나왔다는 생각이 안 들 정도다.

타닥타닥.

그들이 예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모습에 기자들의 눈빛이 진지해졌다.

Just want attention

’Cause we’ll have a party tonight

후렴구에서 신나게 노는 6인의 모습이 흘러나왔다.

Attention의 내용은 특별할 게 없었다.

날씨도 좋고, 오늘 파티 한 번 해보려고 하는데 관심 있니? 있으면 같이 놀자! 하는 내용.

듣기 좋은 가벼운 가사와 함께 신나는 멜로디가 어우러졌다.

뮤비를 감상하던 기자들이 턱이나 발끝을 저도 모르게 까딱까딱할 만큼 몸이 움직인다.

‘좋네.’

‘역시 Made in 선우주….’

‘이거 조회수도 대박 터지겠는데?’

4대 기획사 저리가라 할 만큼 부내 나는 퀄리티도 퀄리티지만, 뮤비 자체에 중독성이 있다.

그리고 조회수 치트키로 유명한 뉴블랙이 중간중간 등장하고 있었다.

아이스크림을 야무지게 먹고 있다가 지나가는 에이텐을 보고 아이스크림을 떨구고 우는 지호.

에이텐 멤버들이 옷을 펄럭이며 길을 지나갈 때, 그 바람에 야외 테이블의 커피가 흩날렸다.

‘느아아악!’

책에 묻은 커피를 보며 소리 없이 절규하는 리혁과 신나게 걷는 에이텐이 대비됐다.

“흐하하!”

다음 씬은 레스토랑에서 식사하는 장면.

에이텐 멤버들이 냅킨으로 입을 슥 문지르곤 엄지를 아래로 들자, 주방장 복장의 비주가 서글픈 표정을 지었다.

멤버들의 표정이 왠지 모르게 통쾌해 보이는 건 착각일까.

뮤비를 통해서라도 프로듀서들에게 복수를 하겠다는 듯한 의지가 엿보여서 웃음이 나왔다.

하지만 그런 복수가 통하지 않는 이도 있었다.

‘오, 우주 씬이네.’

쇼핑몰에서 산 옷으로 근사하게 변신한 에이텐 멤버들이 구경꾼들에게 둘러싸일 때.

장 보는 패션의 우주가 그 앞을 슥 걸어가며 웃는다.

햇살에 반짝이는 미소.

그 미모에 반한 구경꾼들이 와아아아! 하며 몰려가는 모습에 에이텐이 눈물겨워하는 장면이 나왔다.

기자들도 훈훈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건 상대가 너무 강했다.’

동네 마실 나온 패션으로도 빛나는 미모에 감탄이 나왔다.

한편 뮤비를 감상하던 기자들은 의문을 품었다.

‘중현이는 어디 갔지?’

멤버 전원 카메오 출연이라고 했으니 이제 슬슬 나올 법도 한데.

뮤비가 끝날 때까지도 중현은 얼굴을 비추지 않았다.

‘전원 카메오 등장이라고 헤드라인 박아도 괜찮나?’

이따가 Q&A 시간에 중현의 장면은 스케줄 문제 때문에 불발된 것인지 질문을 하려고 결심할 때였다.

“음?”

뮤비가 끝나고 쿠키 영상 같은 장면이 흘러나왔다.

야심한 밤의 파티가 끝나고 이제 동이 트는 하늘.

난장판이 된 도시가 배경으로 비춰지는 가운데, 처음 나왔던 배경이 다시 한번 등장했다.

‘분수대?’

광장 중앙에 있던 분수대가 클로즈업된다.

정확히 말하자면 그 위의 뉴블랙 동상이었다.

꿈틀.

“……?”

그 속에서 가운데 앉은 채 졸고 있던 중현의 동상이 움직였다.

눈을 뜨는 동상.

‘사람이었어?’

예상 못한 반전에 웃음이 터져 나왔다.

깔깔 웃는 관객들의 앞에서 화면 속 동상이 하품을 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곤 주변을 둘러보더니 ‘아’ 했다.

거리에 세워진 ‘ATTENTION’의 로고에서 기울어진 I를 원상태로 복귀시킨 청동색 분장의 중현이 화면을 바라보며 뿌듯한 얼굴로 웃을 때.

와장창-!

중현이 건드렸던 알파벳 로고가 소인수 분해하듯 무너졌다.

‘뭐야?’, ‘누구야!’ 하며 에이텐 멤버들이 외치며 달려오는 가운데, 중현이 다시 동상 속에 들어가 조는 척을 했다.

오프닝과 같은 완벽한 위장에 자리에 있던 모두에게서 박장대소가 흘러나왔다.

*   *   *

뮤직비디오가 끝난 후.

MC와 함께 여섯 멤버들이 입장했다.

-아이고, 많이들 오셨네요~?

맏형 김의지가 기자들을 보며 친근한 미소를 지었다.

-바쁘신데 이렇게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평일 점심 때인데도 이렇게 많이들 와 주셨어. 식사는 했어요?

예능 오프닝을 하듯이 길게 인사하는 김의지.

MC로 나온 개그맨 서지형이 마이크를 들었다.

-저기, 의지 형님. 오늘 MC는 저인데….

-아. 맞네.

기자들이 웃음을 흘리는 동안 김의지가 헛기침을 했다.

-자, 이제 아이돌로 데뷔한 만큼! 아이돌의 인사를 보여드리겠습니다. 하나 둘 셋!

-It’s 10’o clock! 안녕하세요, ATEN입니다!

검지와 엄지를 이용하여 10시의 시침과 분침을 손동작으로 표현한 인사였다.

에이텐 멤버들이 허리를 90도로 꾸벅 숙였다.

“…….”

그러곤 한참 동안 다시 허리를 펴지 못했다.

등을 구부린 멤버들의 말이 마이크를 타고 흘러나왔다.

-아이고오….

-아, 이거 어떻게 피냐. 너무 아프네.

-천천히 펴 봐요. 형님들. 우리 조금씩.

예능인 모범주의 제안에 맞춰 멤버들이 10도씩 각도를 올려갔다.

-자, 60도. 거의 다 왔습니다. 형님들!

-아이고~!

-이제 50도!

-아윽!

예능용 꽁트가 아니라 진짜로 허리가 아파서 끙끙대는 30대 멤버들을 보며 짠하게 웃는 기자들이었다.

20대인 홍석 정도만 멀쩡하게 일어날 뿐.

왠지 모르게 웃픈 분위기가 가득한 쇼케이스 장에서, 발라드 가수 안재희가 식은땀을 훔쳤다.

-이게 인사하고 일어나는 것도 힘들다니까요. 나이가 드니까.

-진짜, 우리 인사 시작부터 갈 뻔했습니다.

그런 식으로 예능 오프닝을 하듯 에이텐 멤버들이 수다를 떨었다.

-아마 인사에 대해 많이들 궁금하실 것 같은데, 이게 저희 뉴블랙의 비주 PD님께서 만들어 준 손동작이에요.

-다시 보실래요? It’s 10’o clock!

기자들이 빠르게 타이핑을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예능판에서 10년 가까이 구른 이들이다 보니 감각이 남다르다.

언론이 원하는 바를 정확히 알고 있다는 듯이 기삿거리를 쏙쏙 던져 주며 토크를 한다고 할까.

만족스러운 기분이었다.

-저기.

개그맨 서지형만이 울상으로 말할 뿐.

-MC는 저인데요.

-가만히 있어라. 지형아. 형이 지금 얘기하는 중이잖니?

-아니. 저는….

그렇게 소소하게 웃음이 나오는 장면까지 하나하나 실시간 기사로 올라갈 때.

본무대와 포토타임이 끝나고 Q&A 시간이 됐다.

-질문 있으신 분, 손 들어 주세요.

MC의 물음에 현장에 있던 기자단 전원이 손을 들었다.

뜨거운 취재 열기에 작은 웃음이 흘러나왔다.

-지금 인원이 너무 많기 때문에, 일단 손을 내려 주시고요. 임의로 추첨해서 Q&A 진행하겠습니다.

이윽고 추첨이 진행됐다.

“썬투데이 이미려 기자입니다. 이번에 데뷔 준비를 하면서 가장 신경 쓴 부분은 무엇이었는지?”

“뮤비 촬영은 어디서 진행된 건가요? 해외 로케이션인가요? 예? 영어마을이요?”

“몇 가지 질문이 있습니다. 첫째로는….”

질문을 딱 3가지만 하겠다면서 사실상 10개에 가까운 질문을 쏟아내는 이도 있고.

그야말로 질문이 폭발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중에 가장 인기가 많은 질문은 바로 에이텐의 프로듀서에 관한 것이었다.

-뉴블랙과 함께 하면서 조금 힘들었던 부분은 있는지?

한 기자의 질문에 6인조가 손사래를 쳤다.

누가 봐도 부자연스러운 표정으로 환히 웃는 예능인들이었다.

추기석이 마이크를 들었다.

-개인적으로 영광스러운 경험이었습니다! 뉴블랙 TV와 함께 이렇게 아이돌 준비를 한다는 게 참….

-아유, 영광이죠. 영광.

-그분들이 없었다면 저희가 얼마나….

에이텐 멤버들의 눈빛을 보자 뒷말이 읽히는 듯한 기분이었다.

‘이렇게 준비를 한다는 게 참 나….’

‘영광은 무슨, 영광굴비다.’

‘얼마나 좋았을까.’

누가 봐도 협박당하는 사람들처럼 부인하는 모습이었다.

이어지는 질문에도 무조건 ‘뉴블랙 짱!’ 하는 대답에 서지형이 물었다.

-지금 뉴블랙 분들이 어디서 지켜보고 있어요?

-그런 게 아니고~ 그만큼 존경스럽다는 거지.

-만약에 지켜보고 있는 거라면 눈을 세 번 깜빡여 주세요. 자, 시작!

에이텐 멤버들이 눈을 빠르게 세 번 깜빡이면서 기자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동시에 기대감이 감돌았다.

‘뉴블랙이 지켜보고 있다고?’

노트북에서 손을 뗀 기자들이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쇼케이스장 커튼 뒤편이라든가, 쥐구멍 같은 곳을 살피던 기자들이 ‘아’ 하며 정신을 차렸다.

‘저런 데서 볼 리가 없지.’

방금 그 말은 멀리서 원격으로 지켜보고 있다는 말인 듯했다.

마침 쇼케이스 현장을 기록하는 듯한 카메라가 눈에 들어왔다.

어딘가 익숙한 카메라.

‘저거 어디서 봤는데….’

그들이 그런 생각을 할 때, 한 기자가 질문했다.

“오늘 쇼케이스 현장에 뉴블랙이 참석할 예정인가요?”

-예.

모범주가 마이크를 들었다.

-이따가 시청자 분들과 함께 하는 쇼케이스에 참석해 주기로 했습니다. 지금은 제가 알기로….

-샵에 있다고 했어.

-네, 그분들이 굉장히 바쁘신 분들이기 때문에 지금 기자회견에는 직접 참석이 힘드시고, 대리 참석을 하시기로 했어요.

대리 참석이 무슨 소리인지 알아들을 수 없어 기자들이 웅성거릴 때.

스탭들에게 무슨 소리를 들었는지 MC의 표정이 밝아졌다.

-지금 준비가 되셨다고 하네요. 지금 스케줄 준비 때문에 다는 못 오고, 멤버 한 분이 먼저 오셨어요.

-여러분! 비주 씨가 오셨다고 합니다!

기자들의 타이핑이 빨라졌다.

-뉴블랙 비주, ‘에이텐 기자회견’.. “프로듀서로서 참석”

-‘오늘 데뷔’ ATEN, 기자회견에 뉴블랙 비주 동석

-‘연습생들 위해 찾아왔다’, 비주 쌤의 의리 등장

그런 기사를 업로드할 때였다.

[안녕하세요!]

화사한 목소리와 함께 기자들이 전방으로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당황했다.

‘어? 이게 아닌데.’

비주의 얼굴이 담긴 TV가 지이잉 굴러오고 있었다.

“흐하하핫!”

“으하하하하!”

노트북에 물을 뱉은 누군가 울상이 되어 있는 동안, 비주의 등장에 기자들이 뒤집어졌다.

참석한다는 게 그 참석이 아니었다.

직접 참석한 것처럼 비주의 사진까지 첨부해서 기사를 업로드한 기자들이 다급하게 취소 버튼을 눌렀다.

“흐하하하!”

떠들썩한 웃음이 가득한 쇼케이스장에서 TV가 굴러왔다.

에이텐 멤버들이 프로듀서를 맞이하는 연습생처럼 일어나는 가운데.

지이잉- 하던 TV가 샛길로 새더니 벽에 부딪혔다.

콩.

『이런! 주인님, 여긴 갈 수 없는 곳이에요.』

[엇!]

등 돌린 TV 속에서 당황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잠시만요.]

지이잉.

모두가 손을 꼬옥 쥐고 관전했다. 왠지 모르게 응원을 하게 되는 광경이었다.

후진하던 TV가 전진했다.

콩!

웃음이 터져 나왔다.

『이런! 주인님, 여긴 갈 수 없는 곳이에요.』

콩!

『이런! 주인님, 여긴 갈 수 없는 곳이에요.』

갈수록 더 큰 웃음이 터져 나왔다.

무대 위로 다급하게 올라온 스탭들이 TV를 원래대로 이끌어 준 후에야 소동이 끝났다.

TV 속에서 안도했다는 듯 얼굴로 웃던 미소년이 꾸벅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뉴블랙의 비주입니다!]

비주가 웃으며 말했다.

[오늘, 멤버들 중에서 제일 메이크업이 빨리 끝난 편이라 이렇게 참석을 하게 됐어요.]

-오늘 너무 예쁘시네요. 선생님.

[그런가요? 어머.]

부드럽게 웃는 비주의 뺨이 씰룩씰룩 올라갔다.

그 모습에 기자들의 눈빛에 호의가 서렸다.

‘뉴블랙….’

‘살아 있는 기삿거리가 굴러왔다.’

TV 속에 있는 비주를 보고 있자니, 백설공주의 왕비가 되어 마법의 거울을 보는 기분이었다.

기삿거리를 던져 주는 마법의 TV.

MC 서지형이 기자들에게 질문했다.

-이번 아이돌 프로젝트에서 뉴블랙과 관련된 질문이 있으신 분?

전원이 손을 들었다.

다시 추첨제로 질문을 뽑고 그에 대해 뉴블랙의 비주가 답변하는 시간이 이어졌다.

[이번에 카메오 촬영을 갔을 때, 보고 엄청 놀랐어요. 너무 연습을 잘해 오셔서.]

그 말에 에이텐 멤버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저희가 칭찬 받았습니다!

-맞아. 그때 비주 쌤이 엄청 칭찬했는데. 여러분도 이제 방송 보면 알 거예요!

-비주 쌤, 이제 저희 몇 등급인가요? S급은 넘었죠?

그 말에 TV 속 비주가 환히 웃었다.

[그럼요. 당연히 넘겼죠.]

-그래서 몇 등급입니까?

[…등급은 중요한 게 아니라고 생각해요.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라는 말이 있잖아요.]

눈동자를 돌리며 답변을 회피하는 모습에 웃음이 나왔다.

기자들이 흐뭇한 미소로 현장에서 벌어지는 멘토와 멘티 간의 케미를 기사로 작성했다.

선생님과 제자들 같으면서도 조카와 삼촌들 같기도 했다.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따스한 광경이라고 할까.

물론, 모두가 뉴블랙의 비주를 호의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건 아니었다.

그중에선 쾌재를 부르는 이도 있었다.

‘기회다…!’

그간 뉴블랙의 쇼케이스에 참석했다가 물을 먹은 기자들이었다.

어그로성 질문을 아무리 해도 철벽처럼 방어해 내는 리더 때문에 얼마나 실망이 컸던가.

그런데 눈앞에 리더 없이 메인댄서만 있다.

다른 멤버들은 메이크업을 하는 중이라 홀로 무방비한 상태.

가벼운 바람에도 갈대처럼 흔들릴 듯한 인상의 메인댄서를 보며 그들이 씩 웃었다.

‘잘만 유도하면 조회수 뽑을 수 있겠는데.’

벌써부터 네티즌들이 ‘헉!’ 하고 클릭하게 만들 헤드라인이 떠올랐다.

그런 기대감을 품으며 자신이 선정되길 기다릴 때.

그중에 한 명이 MC의 지목을 받았다.

“흠흠.”

짐짓 부드러운 미소를 띠며 질문했다.

“아무래도 두 달 만에 데뷔를 해야 돼서 시간도 촉박하고 바빴을 텐데. 데뷔를 준비하면서 에이텐 분들과 힘들었던 부분이나 애로사항이 있었다면 여쭤도 될까요?”

해석) 나는 준비가 되어 있어요. 너의 말로 어그로를 끌 준비가.

‘음’ 하던 비주가 바로 입을 열었다.

긴 고민 없이 바로 대답하려는 모습에 기자가 속으로 웃을 때였다.

에이텐 멤버들이 ‘아, 이거 답변…’ 하면서 바라보는 가운데, 비주가 상냥한 미소로 답했다.

-아뇨. 하나도 없었어요.

“예…?”

-선배님들께서 저희와 함께 해 주시느라 고생하시면 고생했지, 저희에겐 너무나 행복하고 보람된 시간이었던 것 같아요.

“아, 예…….”

-선배님들이 너무 자랑스러워요.

흠 잡을 데 없이 완벽한 답변에 에이텐 멤버들이 흐뭇하게 웃고.

기자는 눈을 깜빡거렸다.

‘뭐지?’

사근사근해서 굉장히 쉬워 보였는데 답변에서 묻어나는 내공이 상당하다고 할까.

대마왕 같은 애가 없어서 좋아했는데 눈앞에 있는 게 마왕성 간부였다.

비주가 차분하게 웃으며 물었다.

-제 답변이 충분했나요?

해석) 제가 바보로 보이시나요?

사근사근한 눈망울이 마치 ‘이길 수 있을 거라 생각하셨나요?’ 하는 것만 같다.

“…….”

질문을 한 기자가 조용히 자리에 앉는 모습에 주변에서 웃음이 날아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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