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427화
레몬 엔터의 A&R팀과 프로듀싱팀 직원들은 관광버스에서 내리면서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흠흠.”
줄을 서고 있던 사람들이 웅성거리며 그들을 보고 있었다.
관계자용 출입구를 향해 걸어가니 왠지 모르게 VIP가 된 기분이라고 할까.
사람들의 목소리가 귓가에 들려왔다.
“저 사람, TV에서 본 사람이야!”
나상윤 PD가 훗 하면서 미소를 짓고, 다른 직원들이 오오오 하고 있을 때.
“엄마한테 영상 편지 쓴 사람이다!”
“아~! 그 엄마한테 미프 나온다고 했던 사람~!”
“우주선한테 농락당한 그 사람 말하는 거 맞지? 황희 버전으로 고통 받던.”
레몬 엔터의 직원들이 배를 잡고 웃었다.
하나하나 뼈를 때려대는 말에 나상윤 PD가 울상이 되어 도망쳤다.
‘나도 작곡가인데!’
공동 작곡으로서 어텐션을 만드는데 일조했는데, 시청자들이 기억하는 건 영상 편지와 황희 정승이었다.
프로듀싱팀 직원들이 부럽다는 듯 말했다.
“그래도 우린 형이 부러워. TV에 얼굴 나오는 작곡가가 몇이나 되겠어.”
“암, 아주 기뻐해야 할 일이지.”
“내가 상윤이 형이었으면 우주한테 삼보일배 했지. 얼마나 좋은 일이야~”
어투는 부럽다는 것 같은데 입꼬리가 씰룩씰룩거리다 못해 아예 폭발하는 수준이었다.
나상윤이 부들부들하며 눈을 감았다.
이윽고 그들이 인사를 하러 대기실에 들어가자 에이텐 멤버들이 벌떡 일어나 반겼다.
“어이구! 우리 작곡가 분들 오셨네!”
“안녕하세요!”
“그 동안 고생들 많으셨습니다!”
덕담을 나누며 진심으로 고맙다고 인사를 전하는 에이텐 멤버들.
데뷔 앨범의 작업에 참여한 작곡가들이 꽃다발을 안아들고 기쁜 미소로 대기실을 나섰다.
“이야, 저 사람들이랑 이렇게 사진도 찍고 무슨 일이냐, 정말.”
“진짜 웬일이야.”
레몬 엔터 직원들의 입가에 미소가 맺혔다.
오늘 쇼케이스에 특별손님으로 초청 받은 A&R팀과 프로듀싱팀이었다.
빠듯한 시간 동안 Attention을 비롯해서 수록곡 작업을 해 준 그들에게 고마움을 표현하기 위해 미프 제작진이 마련한 자리.
물론 그들의 노력에 대한 보상이기도 했지만, 애초에 노력할 기회가 누구 덕분에 왔는지 잘 알고 있었다.
A&R팀의 서필근 대리가 웃었다.
“우리 애들 덕분에 별일 다 겪어 보네요.”
옆에서 걷고 있던 프로듀싱팀의 막내, 김형섭이 말했다.
“저는 진짜 얼떨합니다.”
“하기는, 형섭이 네가 제일 얼떨떨하긴 하겠다. 들어온 지 이제 한두 달일 텐데.”
“예, 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알바 하고 있었는데.”
미튜브에 심심풀이로 올린 리믹스를 들은 연예인이 연락을 하더니, 정신 차려 보니 여기에 손님으로 와 있었다.
프로듀싱팀 직원들이 크으 하며 말했다.
“형섭이가 제일 인생 역전했지.”
“잘 살고 있었는데 역전 당했지. 우주랑 노래에 대해 진솔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친구도 되고!”
“아이고, 파릇파릇한 청춘인데. 20대부터 우주를 만나 가지고.”
“관리 잘해라. 형섭아. 우주랑 작업하고 나면 급격하게 노화가 오더라.”
프로듀싱팀 직원들의 말에 A&R팀 직원들이 동감을 표했다.
“맞아요. 진짜 그거 맞아.”
“프로듀싱팀 분들 오신 다음부터 우리가 이렇게 살이 붙기 시작했다니까.”
서필근 대리가 보송보송해진 뺨을 톡톡 두드리며 웃는 모습에 김형섭이 눈물을 삼킬 때.
깔깔 웃던 직원들이 서로의 어깨와 등을 쳤다.
“근데 진짜 간만에 신이 나는구만!”
“오늘 우리끼리 편하게 쇼케이스 관람한다니까 너무 좋네.”
“저희 자리는 어디에요?”
공연장 2층.
앨범에 참여한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마련된 게스트석을 찾고 있을 때.
“오! 저기인가 봐?”
2층 맨 앞자리가 그들의 자리였다.
하핫 하며 발랄하게 걸어가던 그들이 맨 앞자리 줄에 왔을 때.
“오……!”
패셔너블한 옷차림의 누군가가 일어나는 모습에 레몬 엔터 직원들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안녕하세요.”
KM 엔터의 허강민 대표가 웃으며 그들을 반겼다.
“어엇! 안녕하십니까…!”
“레몬 엔터에서 오신 분들이죠?”
상대가 사람 좋은 미소를 지었다.
“안 그래도 여러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는데. 만나서 반갑습니다.”
“저희에 대해서요?”
고개를 갸웃하고 있을 때, KM 엔터 허강민 대표의 뒤에 늘어서 있는 인영이 눈에 들어왔다.
일렬로 숨어 있는 그림자들.
“꺄르륵!”
화들짝 놀란 김형섭이 저도 모르게 나올 뻔한 욕설을 참을 때.
등골에 소름이 오소소 돋은 이들의 귓가에 다시 한번 확인 사살하듯 웃음이 들려왔다.
“꺄륵! 꺄하핫!”
그와 함께 허강민 대표의 어깨 너머로 고개가 하나씩 쏙쏙쏙 나타났다.
발랄한 표정의 막내가 손을 흔들었다.
“안녕하세여! 저희 기다리고 있었어여.”
“왜 이렇게 늦게 오셨어요? 기다리고 있었는데.”
그리고.
“형섭아! 얼른 이리로 와! 나랑 얘기 좀 하자.”
“…….”
방긋 웃는 뉴블랙의 리더까지.
KM 엔터의 대표가 하하하 보기 좋네 하고 웃는 동안 뉴블랙 멤버들이 자신들의 옆자리를 탁탁 두드렸다.
레몬 엔터 직원들의 얼굴이 파리하게 질렸다.
‘우리 애들이랑 같이 2시간 관람? 이건 안 될 일이다.’
‘분명히 무슨 일을 당할 거 같은 예감이 드는데…….’
‘제발, 선우주한테서 벗어나게 해주세요.’
치과에 끌려가는 어린이들처럼 슬픈 얼굴로 착석한 레몬 엔터의 직원들이 애써 웃었다.
‘에이, 그래도 별일 있겠어?’
관람만 하고 갈 텐데 별일이 있을까 싶었다.
* * *
공연장 바깥.
길게 줄을 서고 있던 관객들이 설렘 가득한 얼굴로 입장했다.
‘드디어 입장이다!’
얼마나 기다려 왔던 공연이던가.
스탠딩에서 좋은 자리를 차지하겠다고 새벽부터 기다린 사람이 있을 만큼 뜨거운 열기였다.
국민예능에서 시작한 아이돌 프로젝트가 마침내 그 정점을 찍는 날.
저마다 손에 든 티켓을 보며 감탄했다.
‘이게 당첨됐네.’
응모자가 하도 많아서 경쟁률이 1000대 1은 가뿐히 넘었으리라는 말이 나오는 에이텐의 쇼케이스였다.
그럴 만도 한 것이 요즘 미스터 프로듀서의 시청률은 데뷔를 앞두고 거의 30%에 육박하고 있으니까.
거의 전국민이 관심을 가지고 바라보는 상황이었다.
그러하기에 당첨자들의 입이 귀에 걸렸다.
오늘 쇼케이스에 참석한 사람들은 앞으로 일주일간 마르지 않는 이야깃거리를 얻어 가는 셈이었다.
“와… 사람이 끝이 없네.”
당첨자들뿐만 아니라 당첨이 안 된 사람들도 주변에 바글바글하다.
입장을 하는 동안 관객들이 들뜬 얼굴로 수다를 떨었다.
“그거 알아? 오늘 뉴블랙도 쇼케 보러 온다고 하던데.”
“아, 진짜? 오늘 걔네 얼굴 꼭 보고 가야지. 저번에 내 동기가 실물 봤다고 했는데 개쩐대. 걔네 응원봉만큼 얼굴에서 빛이 난대.”
“와. 여러모로 사람이 아니네.”
그러는 동안 사람들의 귀가 쫑긋거렸다.
‘뉴블랙이 온다고?’
이내 얼마 안 가 해당 대화가 근처에 있는 사람들에게도 전염되듯이 옮겨갔다.
“뉴블랙이 온다는데? 뭐 오늘 신기한 거 하려나?”
“오. 뉴블랙이 신기한 거 하러 오나 봐. 근데 신기한 거면 오프닝에 마술 같은 거라도 하려나?”
“뉴블랙이 오프닝 쇼로 마술을 한대!”
입에서 입을 거치며 추가되는 말들.
다른 아이돌이었다면 무슨 소리였냐고 할 것들이 묘하게 납득이 갔다.
상식적인 사람들이 반발했다.
“에이, 뉴블랙이 아무리 이상해도… 허어어!”
“저저 봐. 저 화환부터 비범하네.”
“그, 그렇네.”
쇼케이스장 내부에 도착한 관객들은 거대 화환을 보고 압도되는 기분을 느꼈다.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그 나무 거인 같은데.”
“저런 걸 보면 왜 원시인들이 거석 숭배하고 그랬는지 알 거 같지 않아? 화환계의 고인물이야.”
“이거는 찍어야 된다.”
다양한 화환들 속에서 자연스럽게 핫스팟이 된 뉴블랙의 화환이었다.
문구가 새겨진 거대한 띠를 옛날 미국 배우들처럼 머리에 두르기도 하고, 몸에 감기도 하고.
그곳에서 사진을 찍기 위해 또 다시 줄이 세워지는 가운데 인터넷에도 해당 사진이 올라갔다.
[지금 에이텐 쇼케 현장에서 포토월이 된 뉴블랙 화환]
(평범해 보이는 화환의 사진. 자세히 보면 얼굴을 이모티콘으로 가린 사람이 미니어처처럼 나와 있다.)
-저거 사람이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원근법 무시 뭐냐고 ㅅㅂ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 존나 크네
-뭐가 이상한지 모르겠어서 한참 동안 들여다보다가 댓글 보고 이해함ㅋㅋㅋㅋㅋ
-에고 어린애가 왤케 어른처럼 옷 입고 있지 했는데 찐 어른이었네
-서리혁 혼자 띠 두꺼운거 봐ㅋㅋㅋㅋ 멘트칸 꽉 채웠네
-문구들 개웃기네ㅋㅋㅋ 화환 보기만 했는데도 시끄러워ㅋㅋㅋㅋㅋㅋ
화환 위에 ‘두 달 동안 즐거웠고…’ 하는 리혁의 문구까지 웃음을 자아내고 있을 때.
1층의 스탠딩석과 2층 좌석에 도착한 이들이 눈을 크게 떴다.
‘우와아.’
스크린 위로 지나가는 에이텐 멤버들의 아이돌 화보에 묘한 느낌을 받았다.
‘맞다. 이 사람들 잘생겼었지….’
누군가 말했다.
“그러고 보니 뉴블랙이랑 미프 멤버들이 비슷하긴 하네. 잘생겼는데 평소에 잘 모르잖아.”
“예능인이라서 그래.”
“…근데 뉴블랙은 아이돌 아닌가?”
“아. 맞네!”
관객들이 새삼스럽게 깨닫고 있을 때였다.
“어……?”
“뉴블랙이다!”
“어디? 어디?”
무대 위로 익숙한 얼굴들이 올라오면서 환호가 터져 나왔다.
“와아아아!”
야광봉을 흔드는 관객들의 모습이 PBS 방송국의 카메라에 잡혔다.
그 동안 뉴블랙이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안녕하세여~!
발랄하게 웃는 막내를 보며 관객들이 ‘우와’ 하며 웃고 있을 때.
저마다 그림체가 다른 미남들 속에서도 수려한 미를 자랑하는 누군가가 마이크를 들었다.
-안녕하세요.
마이크 볼륨이 높지 않은데도 소리가 무대 구석구석으로 뻗어나갈 만큼 성량이 좋다.
TV로 볼 때는 느끼지 못했던 깊은 목소리에 곳곳에서 작게 환호가 흘러나왔다.
-반갑습니다. 저는 오늘 프로듀서로서 참석한 뉴블랙의 우주입니다.
환한 미소에 호응이 돌아온 것도 잠시.
관객들이 ‘우주선!’, ‘우주선!’ 하며 연호하기 시작했다.
키득거리는 멤버들 속에서 멋쩍게 웃던 우주가 헛기침을 했다.
-어, 그분이 좀 낯을 많이 가리시거든요. 성격이 좀 많이 모나신 편이기도 해서 오늘은 제가 대신 참석했습니다.
-엄청 모났죠.
-그분 인성이 별로예여~!
관객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우주가 슥 돌아보자 신나게 놀리던 동생라인이 모른 척하며 ‘조명이 밝네’ 하며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비주가 마이크를 들었다.
-저희가 갑자기 올라와서 조금 놀라셨을 텐데, 다름이 아니라 공연 전에 스페셜 MC를 맡게 되서 올라왔어요.
-저희가 키운 분들인 만큼 저희가 수확, 아니 애프터 서비스까지 담당하려고요.
-중현이 형, 사람은 수확하면 클나여.
작게 웃음이 흘러나왔다.
그와 함께 시작된 뉴블랙의 토크에 관객들이 웃음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특별할 게 없는 대화 소재인데도 어찌나 진행하는 솜씨가 매끄러운지 감탄이 나온다.
그간 미튜브와 예능에서 쌓았던 짬이 느껴진다고 할까.
짧은 시간 동안 다양한 코너들이 지나갔다. 에이텐에 대한 퀴즈를 진행하기도 하고.
-자, 공연 전에 목을 좀 풀어 볼까요? 아—!
“아아-!”
-자! 여기서 리혁이 형의 육성보다 소리를 크게 내시는 분은 저희가 오늘 소고기를 쏘겠어여!
“아아아악!”
-어차피 아무도 못 이길 거 알거든여!
“으아아아악!”
-에헤이~ 이걸론 삼겹살도 안 될 텐데여~?
“야 인마아아악!”
‘아아아~!’ 하며 여유롭게 웃는 메인보컬과 약 올리는 막내의 조화에 함성 소리가 올라갔다.
동시에 관객들이 점점 흥분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에이텐이 등장하면 바로 신나게 뛸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마친 가운데.
-축하드립니다. 여러분.
우주가 진지하게 말했다.
-이 자리에 계신 여러분들 모두, 흥을 돋우기 위한 뉴블랙 30분 코스를 성공적으로 수료하셨어요.
관객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혹시 수료증 발급받고 싶으신 분?
중현의 물음에 관객들이 손을 번쩍 들었다.
리혁이 물었다.
-우리 수료증 같은 거 없잖아요?
-그냥 여쭤본 거야. 있었으면 해서.
푸근한 곰돌이 같은 모습에 관객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그렇게 흥이 고조되었을 때.
-이제 응원법을 좀 알려 드려야겠어요.
노래가 나오는 동안 어떻게 응원을 할지 알려 주는 시간이 됐다.
아직 음원이 발매되지 않아 가사만 있는 영상이었지만, 뉴블랙 멤버들이 응원법의 리듬과 음을 알려 주었다.
-일단 이런 건 시범을 보여 줄 조교가 필요하겠죠?
-관객분들과 함께 하고 싶은 마음도 있고 해서 저희가 한번 추첨을 해 보려고 해여!
-네! 임의로 몇 분을 추첨해서 무대 위로 모시고자 합니다.
-소정의 경품도 있어요!
몇몇 관객들이 움찔했다.
‘어, 이건 아닌데.’
1500여 명 앞에 서서 ‘우유빛깔 에이텐!’을 외치고 싶진 않았다.
교수님이 ‘한 명 골라 질문하겠습니다’ 하고 말할 때 느껴지는 듯한 부담감.
당첨되기를 원하는 관객들과 아닌 관객들이 혼재되어 침을 꼴깍 삼킬 때.
-추첨은 여기 계신 선우주 씨가 랜덤으로 정하겠습니다.
큰 웃음과 함께 바로 긴장이 풀렸다.
리더가 ‘랜덤이라니까요?’ 하는 우주선 표정으로 관객들을 바라보았지만, 그걸 믿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미스터 프로듀서에서도 사기를 치는 장면이 나오기도 했고.
확률을 조작하는 손을 가진 뉴블랙의 리더였다.
-자, 그럼 여기 미니 룰렛으로 추첨을 해 볼까요~?
고운 손가락이 가볍게 룰렛을 톡 누르며 돌렸다.
정말 우연하게 누른 것처럼 보이는 동작.
누가 봐도 ‘그냥 돌렸네’ 싶을 정도로 가볍게 톡 돌렸는데, 눈금이 정확하게 정지했다.
-세.상.에.
-2층 A열의 1번부터 7번 분들! 축하드립니다! 당첨되셨어요!
-이.런.일.이…!
-중현이 형, 그만해요.
누군가의 발연기에 웃음이 나오는 가운데.
조명 감독이 센스 있게 2층 첫 번째 좌석에 앉아 있는 이들을 스포트라이트로 비추었다.
관객들이 몸을 돌리며 사람들의 정체를 확인하곤 웃음을 터뜨렸다.
‘엄마 편지 그 사람이다!’
‘황희 정승!’
어텐션의 공동 작곡가와 레몬 엔터의 직원들이었다.
미스터 프로듀서에서 지나가다 본 얼굴들.
서로를 팡팡 치며 떠들썩하게 웃는 관객들의 모습을 카메라가 담고 있을 때, 2층에 있던 직원들이 외쳤다.
“조작 아닙니까!”
-조작? 여기서 지금 조작을 어떻게 할 수 있죠? 저희 못 믿으세요?
우주선이 정색하는 표정에 레몬 엔터의 직원들이 부르르 떨었다.
그 속에서 누군가 소심하게 물었다.
“그럼 경품은….”
-아! 경품이요.
뉴블랙 멤버들이 서로를 바라보더니 마이크를 들고 동시에 외쳤다.
-저희와 프리허그입니다!
“…….”
이번에는 반대로 정색하는 광경에 관객들이 손뼉을 치며 깔깔 웃었다.
* * *
‘우유빛깔 에이텐!’의 열기가 잦아들 무렵.
다시 자리로 돌아온 우리가 몸을 풀면서 웃었다.
“개운하네.”
“저도 가수가 천성인가 봐여. 관객들이랑 노니까 확실히 개운해진 느낌.”
“너무 재미있었어.”
그런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근처 자리에서 우리를 노려보는 시선이 느껴졌다.
우리가 고개를 돌려 물었다.
“재미있으셨나요?”
“…….”
“저희는 재미있었어요. 관객들도 많이 좋아들 하셨고. 모두가 해피한 엔딩이네요!”
중현이가 말했다.
“와. 우리가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어 드렸어요. 형.”
“그러니까.”
“……이런 걸로 자화자찬하지 말라고.”
우리를 째려보는 직원들에게 속삭였다.
“소고기+소맥 무제한 패키지.”
“……!”
“자, 이제 고개를 돌려서 사람들한테 손 흔들어 주세요.”
우리 회사 직원들이 천상 연예인 같은 표정으로 2층의 관객들에게 손을 흔들어 주자 웃음이 돌아왔다.
떠들썩하고 즐거운 분위기.
축제란 이런 것이라고 말할 수 있을 만큼 현장 분위기가 좋았다.
의도했던 대로 되었기에 동생들과 기쁨의 눈빛을 교환했다.
‘됐다!’
‘되었구나…!’
오늘 쇼케이스는 미프의 팬들이 대다수지만 일반인들도 섞여 있는 만큼 관객 특성이 다양하다.
좋게 말하자면 다양한 거고, 나쁘게 말하자면 결집력이 낮아 호응도가 높지 않은.
사실 미프의 팬분들도 아이돌 팬보다는 일반 시청자에 더 가까운 편이라 이렇게 예열을 시켜둘 필요가 있었다.
그래야 가수들이 덜 긴장하기도 하고.
무호응으로 쇼케이스를 해 본 입장에서 이런 게 얼마나 절실한지 알고 있었다.
“다들 분위기가 좋구나.”
옆자리에 앉아 있던 허강민 대표가 웃으며 말했다.
“가족 같은 느낌이라서 좋네. 원래도 회사에서 이런 분위기로 하니?”
“네. 처음에는 이렇지 않았는데, 아무래도 같이 보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내가 웃으며 대답하고 있을 때, 허강민 대표의 손가락이 똑똑똑 움직였다.
핸드폰 메모장에 [비결: 가족 같은 분위기..?] 하는 게 흘깃 보인다.
“그렇구나. 조금 더 얘기해 볼래?”
“어, 구체적으로 어떤 걸 말씀드려야 할까요?”
“프로듀서로서 조직을 이끄는 관점에서….”
“그러면…….”
현장실습을 나온 학생처럼 눈을 빛내는 4대 기획사 대표의 모습에 웃음을 꾹 참았다.
엄청 친근하게 다가오신다고 할까.
분위기만 보면 쇼케이스를 보러 온 게 아니라 나랑 친목 교류를 하고 싶어서 나오신 것 같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드디어 만나는구나!’ 하며 좋아하는 것도 그렇고.
“우리 회사가 말야. 요새 셰프도 새로 불렀다니까. 호텔 요리를 구내식당에서 먹을 수 있어!”
본진에 놀러 오라며 자꾸만 유혹하셨다.
“나중에 시간 되면 한번 놀러 와. 미튜브 컨텐츠로 ‘4대 기획사 제가 가 보았습니다’ 이런 거 하면 재미있을 거 아냐.”
“오오.”
마지막 건 조금 끌리긴 했다.
‘뉴블랙과 함께 하는 4대 기획사 탐방기’ 라는 훌륭한 컨텐츠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KM 엔터 대표님과 친분을 다지는 동안, 근처에 있는 비주에게 고개를 돌렸다.
“진짜요? 제가 안무를 추는데….”
“응응. 그러니까 우리 스튜디오에서 이번에….”
에이텐의 데뷔 앨범에 참여한 안무가 한아윤 쌤과 눈을 빛내며 속닥속닥하는 비주였다.
최애끼리 만난 것처럼 반갑게 이야기를 나누는 걸 보며 웃을 때.
오후 6시 정각이 되면서 조명이 암전됐다.
온라인상으로는 음원과 뮤직비디오가 공개되고, 현장에서도 뮤비가 공개될 시간.
“와아아아아아!”
어텐션의 뮤비가 시작되면서 환호가 터져 나왔다.
‘대박! 대박!’ 하는 소리들이 근처에서 들려오는 걸 보니 퀄리티에 대해선 호평이 나올 듯했다.
누가 봐도 잘 만든 뮤직비디오니까.
“흐하하하!”
우리가 짧게 카메오로 출연하는 부분에 대해서 나온 웃음소리에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내가 나온 영화나 드라마 속 장면을 감상하는 기분이라고 할까.
나쁘지 않았다.
그렇게 뮤비의 여운에서 빠져나올 무렵.
타앗-!
조명이 미약하게 밝아 오르면서.
무대 위에서 등을 돌린 채 서 있는 여섯 남자의 실루엣이 드러났다.
흰 정장을 걸치고 흰색 페도라를 쓴 멤버들.
“와아아아아아-!”
미리미리 잔뜩 흥을 돋워 놔서 그런지 1500여 명의 관객들이 비명을 지르듯 환호했다.
현장의 열기가 거의 폭발할 지경에 이르렀을 때.
내 눈에는 잔뜩 긴장한 듯 심호흡을 하며 오르락내리락하는 어깨들이 눈에 들어왔다.
어찌나 긴장했는지 정장 소매 밖으로 빠져나온 손들이 잔떨림을 일으키고 있고.
보통 사람들이 보기엔 미세한 움직임들이지만, 먼저 겪어 본 입장에서 얼마나 떨고 있는지 알고 있었다.
그 속에서 손을 꼬옥 쥐었다.
오늘의 무대는 지난 두 달간 미스터 프로듀서의 멤버들이 연습한 성과를 확인하는 시간.
동생들이 내 쪽으로 눈을 돌렸다.
‘…잘하시겠죠?’
‘잘하실 거야.’
다 같이 시선을 교환하며 고개를 끄덕이는 한편.
무대 위에 서 있을 6인조를 향해 응원을 보냈다.
그러는 동안 어두운 조명이 비추는 무대 위로, 마침내 Attention의 전주가 깔리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