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428화
공연장 화면에 뮤직 비디오가 흘러나오고 있을 때.
백스테이지에서 대기하던 에이텐 멤버들은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미치겠다. 진짜…….’
심장이 터질 듯한 기분이었다.
가만히 숨을 쉬는데도 온몸이 사시나무처럼 떨렸다.
그나마 국가대표 축구 선수였던 김의지 정도만 차분하게 심호흡을 할 뿐.
다른 멤버들은 모두 헛구역질이 나올 만큼 긴장하는 중이었다.
‘으아아아아!’
‘하느님, 부처님, 저 오늘 제발 실수 없이 잘하게 해 주세요. 진짜 너무 떨려 죽겠습니다.’
‘실수 없이 하자. 실수 없이…….’
그들이 침을 꼴깍 삼켰다.
무대 올라오기 직전까지만 해도 적당히 긴장한 정도였는데.
-와아아아아!
MV 내용이 나올 때마다 터지는 환호성에 온몸이 꽈악 조여 왔다.
입이 바싹바싹 마르고, 다리가 후들거린다.
‘천오백 명이 이렇게나 많은 거였나?’
얼마 전에 갔던 뉴블랙 콘서트의 관객이 만이천여 명이었던가.
그에 비하면 8분의 1밖에 안 되는 수였지만 그들의 체감으로는 수십만 명이 온 듯했다.
함성이 들려올 때마다 심호흡을 하며 고개를 젖혔다.
“스탠바이 하겠습니다!”
현장 스탭의 말에 그들은 인이어와 마이크를 확인했다.
뮤비가 중반부에 이르렀을 때, 김의지가 다소 긴장한 표정으로 손을 내밀었다.
“올라가기 전에 화이팅 한 번씩 하고 가자.”
에이텐 멤버들이 말없이 손을 얹자 김의지가 쓰게 웃었다.
“이야, 평소에는 내가 멘트 좀 적게 쳐라 할 만큼 시끄러운 놈들이 이렇게 조용하네.”
“…….”
“요 쫄보 놈들.”
요거요거 긴장들 했구만 하며 놀리는 맏형에 멤버들이 발끈했다.
“누가 할 소리예요. 긴장 돼서 며칠 동안 밤잠 설쳤다면서요?”
“나, 나는 모르는 일인데? 누가 그런 이상한 소리를….”
“형수님 SNS요. 새벽까지 음방 틀어놓고 뉴블랙 표정 따라하던 영상 올리셨던데요.”
“……그건 넘어가자.”
헛기침을 하는 김의지의 모습에 그들이 웃었다.
살짝 편해진 분위기 속에서 친한 동생들을 둘러보던 그가 말했다.
“길게 말 안 할게. 그 동안 다들 정말 고생 많았다. 밤새 연습하고, 안 되는 유연성 늘리겠다고 다리 찢고. 될 때까지 녹음실에서 소리 지르고.”
멤버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1시에 주무시고 싶다고요? 아유, 주무셔도 되죠. 근데 지금 주무시고 나중에 무대 보면 잠이 안 오실 텐데. 하핫.
-다리 찢기 더 하셔야 돼요, 선배님들. 안 되면 다음 주에 중현이 시켜서 눌러드릴 거예요~!
-왜 또 소리가 안 나오실까요.
…자의 반 타의 반이긴 했지만 말이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도 얼마나 고생했냐. 우리들 사람 꼴로 만들겠다고.”
“그죠. 다들 너무 고생했죠.”
번갯불에 콩 구워먹듯 데뷔 앨범을 준비하느라 정말로 많은 인력이 갈려 나갔다.
특히나 그들의 프로듀서가 가장 고생이었다.
앨범과 콘서트 준비를 동시에 하면서 그들의 데뷔를 도와줬으니까.
“직접 앨범 준비해 보니까 알겠네요. 이게 얼마나 보통 일이 아닌지.”
모범주의 말에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미쳤지.’
셋 중에 하나만 해도 피곤해 죽을 텐데 그 셋을 한꺼번에 해냈다.
그것도 성공적으로.
왠지 모를 경외심을 느끼는 한편, 그런 생각을 하니 조금 마음이 편해진 것 같기도 했다.
불가능한 일을 해내는 사람들도 있는데 이런 쇼케이스 정도면 해 볼 만하지 않냐는 생각이었다.
“그 모든 사람들의 노고가 헛되지 않도록, 오늘 무대 끝내주게 잘하고 오자.”
“좋습니다. 형님.”
에이텐 멤버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뮤비가 거의 끝나가는 동안 현장 스탭이 손가락으로 카운트다운을 시작했다.
“자, 하나둘 셋 하면 화이팅 하자. 하나 둘 셋.”
“화이팅!”
서로의 등을 두드리던 그들이 무대로 입장했다.
어두운 무대.
객석을 등진 채 저마다 자리를 잡고 두 손을 모았다.
“후우…….”
각자의 숨소리가 옅게 들려오고, 심호흡하며 들썩이는 어깨의 움직임이 느껴졌다.
마음을 다 잡고 있을 때.
조명이 흐릿하게 밝아 오르면서 등 뒤에서 함성이 터져 나왔다.
“와아아아아아아아-!”
뉴블랙의 콘서트에서 공연을 지켜봤을 때만 해도 ‘함성 진짜 크네’ 하고 말았는데.
직접 무대에 서니 다가오는 열기가 차원이 달랐다.
‘장난 아니네.’
하지만 왠지 모르게 이런 함성에 긴장이 풀리는 듯했다.
더불어 기분도 좋아졌다.
오늘 무대를 잘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든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자꾸만 입가에 미소가 그려졌다.
‘잘할 수 있다!’
무대를 등지고 선 여섯 남자의 눈이 자신감으로 빛났다.
그리고, 음악이 시작됐다.
* * *
시작은 잔잔한 효과음이었다.
그리고.
무대 대형 가운데 서 있던 홍석이 우아하게 턴을 돌면서 페도라에 손을 얹었다.
흐트러진 머리칼 아래로 사악 올라간 입꼬리가 보였다.
‘대박…!’
아이돌 메이크업으로 화려하게 변한 홍석의 미모에 객석에서 비명이 흘러나왔다.
양옆에 서 있던 멤버들도 같은 동작을 선보인 후.
곧바로 리드미컬한 드럼 소리가 터져 나왔다.
“와아아아아아아-!”
박자에 맞춰 디스코 정장을 입은 여섯 남자가 허리를 튕기며 손을 털었다.
환호성이 더 커지면서 관객들도 흥겹게 박수를 치기 시작할 때.
멤버들이 양 사이드로 빠지고 홍석이 걸어 나왔다.
Yeah,
숨 가삐 달려왔지
정신없이 달린 이 길
뮤비에서 봤던 그대로 상큼한 표정 연기와 함께 무대 가까이로 다가와 손을 까딱이는 홍석.
모자 아래로 머리카락이 부드럽게 흔들렸다.
턱 끝을 들고 익살맞게 웃던 홍석이 빠져나가고 모범주가 종종걸음으로 튀어나왔다.
날이 너무 멋진데
그냥 지날 순 없지
팔다리가 길쭉한 홍석과 반대로 단신이지만 탄성력 있는 춤선을 선보이는 모범주였다.
가볍게 점프하며 다리를 이리저리 놀리는 광경에 관객들의 눈에 이채가 떠올랐다.
‘뭐야. 아예 다른 사람인데…?’
시청자들에게 충격과 공포를 선사한 목각인형의 자태가 사라져 있었다.
프로에 비견할 수준까진 아니었지만, 이제 어딜 가도 춤 못 춘다는 말은 안 나올 정도였다.
뒤에서 백업을 해주는 다른 멤버들도 마찬가지였다.
지독한 연습량이 느껴질 만큼 안무와 동선이 딱딱 맞아떨어졌다.
새 옷을 차려 입고
거릴 한번 걸어볼까
Today’s the day
유쾌하게 웃으며 노래를 부르던 추기석이 페도라를 벗어 손가락에 걸었다.
모자를 빙글 돌리며 던지자, 다른 멤버들도 객석을 향해 모자를 집어던졌다.
“와아아아아-!”
스탠딩 관객들이 모자를 잡기 위해 폴짝 뛰거나 손을 뻗는 장면이 PBS의 카메라에 담겼다.
그 동안 김의지와 남도훈이 중앙에 섰다.
운동선수 출신과 체격이 좋은 배우가 묵직하게 중심을 잡는 가운데 모두가 정장 안쪽의 뭔가를 손에 쥐었다.
“……?”
이윽고 물건의 정체가 드러나며 환호가 나왔다.
여섯 미남이 정장 안쪽의 멜빵을 꼬나쥔 채 걸어 나오며 웨이브를 탔다.
“……!”
부드럽게 몸을 흔들며 익살맞게 웃는 남자들.
유쾌하면서도 은근히 도발적인 눈빛에 관객들이 야광봉을 흔들며 좋아했다.
‘대박이다…!’
‘미쳤다. 이거 안무 비주가 짠 건가?’
‘이 사람들이 이렇게 할 수 있을 줄은 몰랐는데….’
예상치 못한 퍼포먼스에 감탄이 흘러나오는 한편.
무대를 보며 눈을 휘둥그레 뜬 관객들은 가수들의 컨셉 소화력에 또 한 번 감탄했다.
‘완전 잘 어울리는데?’
파티 컨셉이라 그런 걸까.
나이가 어린 아이돌이 했다면 어색했을 분위기가 평균 연령이 30대인 에이텐에겐 잘 어울렸다.
진짜로 놀 줄 아는 어른들 같다고 할까.
디스코 정장을 입은 채 펑크 음악에 어깨를 흔드는 6인조가 화려하게 빛났다.
‘이래서 이 장르를 고른 거구나…!’
뉴블랙의 리더가 보여준 선구안에 새삼스럽게 감탄할 때.
Just want attention
We’ll have a party tonight
가수 안재희가 평소의 발라드 창법을 벗어나 시원하게 소리를 지르면서 환호가 터져 나왔다.
어느 천재가 작곡하고, 그 아래 갈려나간 누군가가 제대로 흥을 돋워낸 코러스였다.
신나게 몸을 뒤틀던 가수와 관중이 함께 방방 뛰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응원의 의미로 시작한 함성이 완벽한 날것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됐다…!”
현장을 총괄하던 신무록 PD가 주먹을 꼭 쥐었다.
서로에게 ‘대박!’ 하며 외치는 이들, 물개박수를 치며 따라 부르는 이들의 모습이 모니터상으로 흘러나왔다.
TV로 보는 사람들도 같이 들뜰 정도로 신나는 분위기였다.
옆에서 같이 안도하던 작가들이 신이 난 얼굴로 말했다.
“시청자들도 엄청 좋아하겠는데요?”
“예상외의 무대라서 더 반응이 좋은 것 같아요. 원래 이 정도까지는 예상을 안 했을 테니까.”
“일단 한숨 돌렸네요. 이런 분위기면….”
작가들의 말에 신무록 PD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 프로젝트는 성공했다.’
아무리 예능적으로 재미를 잡는다고 한들 이번 프로젝트의 본질은 바로 무대다.
TV가 굴러다니고, 성격 나쁜 다중인격 작곡가가 등장해도 결국에는 성공적으로 데뷔하는 게 중요했다.
스테이지에서 춤을 추는 에이텐 멤버들을 보며 뿌듯하게 웃던 신무록 PD가 2층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오늘의 무대를 만들어 준 최고의 프로듀서들에게.
‘고마운….’
그때, 객석에서 환호하던 중현이 고개를 슥 돌렸다.
“……?”
거리상으로나 역광 때문에나 안 보일 텐데.
뉴블랙의 래퍼가 눈을 마주치고는 말 안 해도 안다는 듯 흐뭇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했다.
당황한 신무록 PD가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어, 어떻게 알았지?’
몸에 레이더라도 달린 걸까.
혹여나 나쁜 시선으로 바라봤다면 꽤나 섬뜩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신무록 PD의 얼굴이 긴장으로 시무룩해질 때.
“와아아아아아!”
객석 2층은 광란의 도가니였다.
대개 스탠딩에서 방방 뛰는 사람들의 함성과 반응이 더 큰 것이 정상일 텐데.
비정상인들이 끼어 있기 때문이었다.
“와아아아아악! 에이텐!”
“구와아악!”
“사랑해요! 에이텐! 함께하자! 영원히!”
맨 앞줄에서 율동을 추고 환호성을 지르는 미남 5인조.
메인보컬과 리드보컬이 입가에 손을 모으고 ‘우와아아’ 할 때마다 2층이 들썩였다.
고개를 돌려 사람들에게 ‘자, 박수!’ 하며 선동하는 막내까지.
어어어 하던 관객들도 어느새 그들을 따라 격하게 환호를 보내고 있었다.
물론 모두가 그런 건 아니었다.
“으어어…….”
뉴블랙의 옆자리에 앉아 있던 레몬 엔터의 직원들이 흐물흐물한 오징어처럼 야광봉을 흔들었다.
‘고, 고막이….’
‘고막 테러가 이런 건가.’
‘왜 노래가 안 들리고 이명이 울리지.’
뉴블랙이 환호성을 지를 때마다 노래 소리가 흐이잉 하고 음소거처럼 지워졌다.
레몬 엔터의 직원들이 눈을 부르르 감았다.
그 동안 옆자리에서 초인적인 인내심을 발휘해 가며 무대에 집중하는 이도 있었으니.
“흐으음…….”
바로 KM 엔터의 허강민 대표였다.
다른 관객들이 신나는 무대에 환호를 보내고 있을 때, 자문 프로듀서로서 그 속의 디테일을 감상하고 있었다.
‘아무리 봐도 솜씨가 보통이 아니라니까.’
그가 턱을 문질렀다.
‘무게감 있는 김의지를 2절 도입부에 넣어놔서 흥분을 조금 가라앉히게 하고, 바로 뒤에 반전시키듯이 모범주를 쓰고.’
자기 파트를 할 때마다 적재적소의 주인공처럼 등장하니 매력이 안 살 수가 없었다.
그중에서 가장 놀라운 것은 무대의 흐름이었다.
‘체격까지 염두에 두고서 배치를 한 건가?’
단신인 모범주부터 최장신인 홍석까지.
키와 체격이 다양한 멤버들이 노래의 흐름에 따라 모였다가 흩어지는 모습이 조화롭게 어우러진다.
노래를 만들 때 설마 이런 것까지 신경 썼을까 싶을 정도의 디테일이 바글바글하다.
옆자리에서 환호하는 5인조를 흘깃 바라보며 허강민 대표가 눈을 예리하게 빛냈다.
‘반드시 비법을 알아내고 만다.’
어떻게 이런 애들이 탄생하게 된 것인지, 비밀을 알아내리라 결심하는 기획사 대표였다.
게살버거의 비밀을 탐하는 악당처럼 웃을 때.
‘내가 반드시 비법을 훔쳐… 어?’
중현의 고개가 스윽 돌아가더니 그와 눈을 마주쳤다.
끄덕.
공손하게 웃고는 다시 무대를 향해 오오 하는 뉴블랙의 래퍼를 보며 허강민 대표가 눈을 깜빡였다.
“…….”
뭘까. 이 간파당한 기분은.
그가 헛기침을 하며 무대를 바라볼 때.
“와아아아아아아-!”
일반 관객들은 즐거워하는 중이었다.
“Want attention-!”
“We’ll have a party tonight-!”
후렴구를 따라 부르며 방방 뛰는 관객들.
떼창이 울려 퍼지는 공연장은 흡사 클럽을 방불케 하는 풍경이었다.
그렇게 3절의 후렴구까지 흘러나오고.
고조되는 춤사위 속에서 발을 계속해서 구르던 멤버들이 마지막 음에 맞춰 손을 번쩍 들었다.
타앗-!
하이라이트 조명 아래로 숨을 헐떡이는 여섯 남자가 검지를 치켜든 채 멈춰서 있었다.
“와아아아아아-!”
음악이 멈춘 자리를 박수갈채가 대신했다.
고생했다는 데에서 나오는 격려가 아니라 진짜로 무대를 즐긴 관객들이 보내 주는 박수.
진지하게 엔딩 표정을 짓던 에이텐 멤버들이 그만 웃고 말았다.
“…….”
그와 함께 눈앞이 뿌옇게 변했다.
괜스레 눈물이 고인다고 할까.
그 속에서 하나하나 웃어 주는 이들의 표정을 보고 있자니 감정의 파도가 밀려왔다.
‘실수 없이 해냈다…!’
영화처럼 지난 두 달간의 여정이 눈앞에 지나가거나 하지는 않았다.
그저 온몸에서 땀이 비 오듯 쏟아져 내리고 눈앞이 어지러울 뿐.
그들은 비 오듯이 쏟아진 땀을 훔치며 서로를 바라보았다.
‘고생했다.’
‘고생했어요.’
해맑게 웃던 추기석이 멤버들에게 다가오라는 듯 손을 파닥였다.
울컥하는 기분으로 서로를 얼싸안는 그들의 모습에 관객이 더 큰 함성으로 답했다.
“고생했다!”
“진짜 고생했어요. 형님!”
“석아, 우냐?”
“……아니에요. 저 안 울어요.”
잔뜩 목이 멘 목소리로 대답하는 홍석의 어깨를 멤버들이 두드렸다.
‘고생했다.’
서로를 향해 웃던 그들이 킁, 하며 눈가를 훔치고는 관객들에게 손을 흔들었다.
프로듀서에게 배운 대로 눈을 하나하나 마주치려고 노력하며 관객들에게 인사를 한 후.
여섯 남자의 시선이 객석 2층에 머물렀다.
그들을 탄생시킨 프로듀서에게 ‘어떠냐!’ 하듯 자랑하기 위해서였다.
* * *
“우와아아아! 잘했어요!”
“아이고오오! 다 크셨다! 다 크셨어!”
“에이텐! 에이텐!”
요란하게 환호를 하면서 손을 흔들었다.
‘어떠니?’ 하듯 바라보는 6인조에게 팔을 펄럭이며 끼요옷 하며 굉장히 좋아했다.
“앉아요. 좀 앉아….”
벌떡 일어나서 물개박수를 치는 우리의 옷깃을 리혁이가 잡아당겼다.
‘아이고! 동네사람들! 우리 아저씨들 보세요!’ 하는 우리 모습이 민망한 모양이었다.
주변 관객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좋은 일이니까 그러지. 좋은 일이니까.”
“누가 환호하면서 학춤을 추고 그래요. 나 진짜 사람들이 쳐다볼 때마다 민망해 죽겠쪄.”
“그랬쪄용?”
“아오, 아니 이게 입이 말라서…….”
리혁이가 생수를 벌컥벌컥 들이키며 열기를 식힐 때.
자리에 앉은 우리가 뿌듯한 미소를 교환했다.
가슴이 벅차다.
내가 탄생시킨 아이돌이 진짜로 데뷔한 기분이라고 할까.
기특하다는 표현이 적합한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자랑스럽고, 뿌듯하고 그랬다.
-네, 여러분.
무대에 선 6인조가 마이크를 들었다.
-무대는 즐겁게 감상하셨습니까? 저희 에이텐이 마침내 여러분께 ‘Attention’의 무대를 선보이게 되었습니다~!
-어떠셨습니까. 좋았나요?
다 같이 ‘네!’ 하고 대답했다.
우리 쪽의 유독 큰 목소리에 에이텐 멤버들이 웃으며 고개를 돌렸다.
-2층 앞부분에서 가장 크게 대답이 날아왔네요.
-우리 선생님들, 오늘도 빛이 나십니다.
카메라가 우리를 비추면서 전광판에 우리 모습이 나타났다.
우리가 ‘와아아’ 하며 좋아할 때 어우, 하며 눈을 살짝 찡그리던 안재희가 말했다.
-응원봉 불빛을 조금 줄여 줬으면.
그 빛이 그 빛이었구나.
손에 들고 있던 달봉이의 불빛을 조금 줄이자 모범주가 말했다.
-무대를 하는 동안 자꾸 저것만 보이더라고요. 2층에서 북두칠성처럼 빛나는데….
-여러 의미로 등대 같은 분들이죠.
예능인들의 토크에 모두가 웃음을 터뜨렸다.
무대에서 언제 긴장했냐는 듯 본업으로 돌아온 이들이 신명나게 수다를 떨었다.
-참, 어떠셨나요. 선생님들. 저희 무대 좋았나요?
우리가 손에 든 핸드폰을 들어올렸다.
전광판 앱으로 띄워둔 [10점]을 차례대로 보여 주자 관객들이 웃었다.
기분 좋게 웃던 에이텐 멤버들이 다시 객석을 바라보았다.
-정말 많은 분들이 와 주셨네요? 경쟁률이 치열하다 들었는데, 저희의 데뷔를 보러 와 주셔서 정말 감사하단 말씀 드리겠습니다.
-2시간 동안 후회 안 하실 거예요. 저희가 꽤 많은 무대를 준비해 놨거든요~
-그중에는 아주아주~ 스페셜한 무대도 있으니까요. 꼭 기대해 주십쇼!
스페셜 무대를 언급할 때 우리를 흘깃 보며 웃는 에이텐이었다.
우리와 관련된 뭐가 있나?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관객들과 토크를 하던 김의지가 대표로 마이크를 들었다.
-일단 그 전에 앨범 수록곡 무대를 하나 더 보여 드리려고 하는데요. 이 곡도 그분이 작곡하셨습니다.
카메라가 날 비췄다.
점 찍은 우주선처럼 표독스러운 표정을 지으니 관객들이 큰 웃음을 터뜨렸다.
-작곡가님! 오랜만이에요!
우주선의 컨셉에 맞춰 귀찮다는 듯 손을 휘휘 저으니, 에이텐 멤버들이 만족한 얼굴로 깔깔 웃었다.
떠들썩하고 즐거운 분위기 속에서 김의지가 힘차게 외쳤다.
-자! 다음 무대도 뜨거운 환호 부탁드리겠습니다!
“와아아아아!”
-기대해 주세요~!
그렇게 공연장이 함성으로 들어찰 때.
비주와 지호, 중현이가 속삭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오늘 분위기 뭔가 다르지 않아?”
“그져? 텐션 대박이에여. 저 선배님들이 이 정도로 신이 날 수 있는 체력이 없을 텐데.”
“그런가? 네가 그런 거라면 그런 듯.”
환호가 들려올 때마다 방긋방긋 웃으며 기분이 업 되는 에이텐의 모습을 이상하게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
동생들이 그런 이야기를 하고 있을 때, 옆에서 새초롬하게 웃는 리혁이와 시선을 교환했다.
끄덕.
끄덕.
그러곤 조용히 손을 내밀어 하이파이브를 했다.
* * *
1달 전.
“끄어어어…….”
“우우웅, 엄마… 뉴블랙이 싫어요…….”
레몬 엔터의 연습실에 널브러진 에이텐 멤버들이 흐느적대고 있을 때.
근처에 앉아 있던 리혁이 핸드폰으로 콘서트 영상을 틀었다.
[와아아아아아-!]
볼륨을 높여서 그런지, 커다란 함성 소리에 멤버들이 에이이 하며 허우적대기 시작했다.
“리혁아. 삼촌들 너무 힘들다….”
“일부러 틀어드린 거예요. 미리미리 함성 소리에 적응을 해 놔야 무대에서 덜 긴장하거든요.”
“그래…?”
그들이 반신반의하고 있을 때, 이번에는 우주가 초콜릿을 내밀었다.
다이어트에 지쳐 있던 이들에게는 황금 동아줄처럼 보이는 초콜릿이었다.
“초콜릿 하나 드실래요~?”
“우주야아!”
“여기 한 알 드세요.”
“아이고, 이 기특한 것!”
초콜릿을 우적대는 멤버들의 귀로 다시금 함성 소리가 들렸다.
[와아아아아-!]
“초콜릿 하나 더 드실래요?”
“오오오!”
“그런데 제가 아까 선배님들 연습하는 거 봤거든요? 너무 잘하시더라고요~! 실전에서도 정말 잘하실 것 같습니다.”
[와아아아아-!]
“그런 의미로 같이 외쳐 볼까요? 잘할 수 있다.”
“잘할 수 있다!”
“여기 하나 더 드세요.”
“으어어어, 이게 꿈이냐 생시냐…!”
미스터 프로듀서의 출연진들이 초콜릿을 먹으며 눈물을 흘렸다.
그들의 머릿속에서 ‘함성 → 초콜릿 → 좋다, 잘할 수 있다’ 하는 회로가 그려지고 있을 때.
조용히 지켜보던 둘이 시선을 교환했다.
‘잘했지?’
‘잘했어요. 아저씨. 우린 파블로프의 실험을 성공적으로 재현한 거예요.’
초콜릿에 뀨 하며 기뻐하는 예능인들.
그 속에서 흐뭇하게 웃는 피라루쿠 박사와 조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