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429)화 (429/1,031)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429화

쇼케이스는 순조롭게 진행됐다.

첫 무대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덕분인지 그 뒤로 선배님들의 얼굴에 한결 여유가 보였다.

“와아아아아아-!”

-와하하하핳! 여러분~! 고맙습니다!

…어쩌면 지나치게 조건반사가 잘 먹힌 탓일 수도 있는데.

그건 아닐 것 같다.

솔직히 이런 게 먹혀 봐야 얼마나 잘 먹힐까.

아마 현장의 관객들이 지르는 뜨거운 함성에 들떠서 그런 거겠지.

“와아아아아아-!”

-아하핫! 오늘 왜 이렇게 기분이 좋을까요?

-그러게 말야! 와하하핳!

-으하하하! 여러분, 제가 정말루~ 사랑해요~! 저 취한 거 아니에요! 그냥 기분이 좋슴다!

추기석을 복붙한 것처럼 다른 멤버들이 헤헤 웃으며 큰 하트를 그리고 있다.

말수가 적은 홍석 선배마저 아하핫 웃고.

술에 취한 것처럼 흐헛흐헛 하는 모습에 리혁이에게 고개를 슬쩍 돌렸다.

“…….”

서로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머리를 기울여 속삭였다.

“야, 이거 생각보다 잘 먹혔는데?”

“예상외의 성과네요.”

“나중에 노래 부르다가 영 안 되겠으면 우리 둘이 뭐라도 차리자.”

“나쁘지 않은 생각이네요. 접수대에 비주 형 세워두고….”

리혁이의 눈길이 바보 듀오에게 향했다.

응원용 풍선을 흔들던 중현이와 지호가 헬륨을 슈우웁 마시더니 ‘에이텡~! 에이텡~! 꺄핫!’ 하고 있었다.

허강민 대표와 한아윤 안무가가 폭소를 터뜨렸다.

“…저 둘은 채용 안 할 거예요.”

“바람직한 생각이야. 개업 날부터 폐업신고 할 뻔했네.”

그런 이야기를 속삭이며 무대를 감상했다.

내가 쓴 곡을 비롯해서 저번에 타이틀 공모에서 탈락했지만 수록곡이 된 곡들의 무대가 이어졌다.

카메라에 잡히지 않도록 손으로 입을 가리며 말했다.

“전반적으로 다들 실력이 엄청 는 것 같아.”

“맞아요. 전에는 S등급 느낌이었는데….”

멤버들의 춤 동작을 예리하게 바라보던 비주가 웃으며 속삭였다.

“이제는 K등급 정도 되시는 것 같아요.”

“오…….”

중현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김비주다. 춤 평가에는 가차 없지.”

“그래도 S에서 K면 많이 상승하신 거네. 8계단 정도 성장하신 건가…?”

“맞아여. 이젠 우리 연습생 아가들만큼 잘하시잖아여.”

“크으…….”

그야말로 장족의 변화에 손뼉을 치며 감탄했다.

물론 천지개벽할 수준으로 변한 건 아니었다. 여전히 부족한 부분들도 눈에 띄고.

하지만 겉보기로는 몹시 만족스러운 퀄리티였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지금 에이텐의 무대는 한국 최고의 전문가들의 손길을 거쳤으니까.

부족한 안무 실력을 눈치 못 채도록 한아윤 안무가와 비주가 교묘하게 안무를 설계하고.

보컬에 있는 약점들도 나와 리혁이가 감추고.

여기에 조명이나 음향 등 온갖 분야의 전문가까지 합쳐지니 굉장히 그럴싸했다.

실제 실력보다 몇 배는 더 잘해 보이는 듯한 느낌.

하지만….

“와아아아아아-!”

관객들이 그런 이유로만 환호를 보내는 건 아닐 것이다.

무대에서 노래하고 춤추는 이들의 열정이 대단했으니까.

그야말로 영혼을 갈아 넣겠다는 태도로 임하는 예능인들을 보고 있자니 왜 국민 예능이라 불리는지 알 것 같다.

“와…….”

지호가 혀를 내두르며 말했다.

“우리 더 열심히 해여. 형들.”

“그래야지. 나 지금 반성했잖아.”

“연탄재 함부로 차지 말라는 글귀 봤을 때 느꼈던 그런 감동이네요.”

근처에 있던 A&R팀과 프로듀싱팀 직원들이 울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

끄허이, 끄허이 하면서 손을 휘휘 젓는 직원들에게 걱정 안 해 줘도 괜찮다고 웃어 주었다.

“그래요. 우리 같이 열심히 해요~”

“…….”

“화이팅~!”

넋이 나간 표정의 형섭이에게 주먹을 꼭 쥐어 보이고 있을 때였다.

-자!

무대에서 토크를 하고 있던 에이텐 멤버들이 새로운 화제를 꺼냈다.

-이제 슬슬 쇼케이스가 끝날 때가 다 되어 가는데.

“어어어엉-!”

-아쉽지만 이제 두 곡이 남았습니다. 마지막 곡은 우주선 말고, 선우주 작곡가님이 써 주신 팬송이고요.

전광판에 내 얼굴이 떠올랐다.

우주선과 딴판으로 공손하게 웃는 내 모습에 관객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키득거리는 에이텐 멤버들 속에서 김의지가 마이크를 들었다.

-나머지 하나는 저희가 정말 특별한 분들을 위해 준비한 무대입니다.

-정말 중요한 분들이에요.

전광판에 처음 보는 여자 분이 나왔다.

어려 보이는 아들딸을 옆자리에 대동하고 있는데, 비주가 내게 정체를 알려주었다.

“김의지 선배님의 부인이세요.”

“오.”

“저번에 집에서 연습하시는 거 감시할 때 TV 상으로 뵀어요.”

“첫 인상이 인상적이었겠네….”

그러면서 카메라가 주르륵 스쳐 지나갔다.

대부분 처음 보는 사람들이지만 어디선가 많이 본 눈매와 콧대, 입매가 돋보였다.

홍석이 여동생이 있는 좌석을 향해 자상한 미소를 지으며 손을 흔들 때.

-이분들이 없었더라면 지금의 저희가 있을 수 있나 싶거든요. 정말 힘들 때마다 큰 버팀목이 되어 주었고.

-덕분에 고비를 무사히 넘겼죠.

-가끔은 미울(?) 때도 있지만, 정말 저희들을 언제나 믿어 주고….

감동적인 수식어가 이어졌다.

김의지 선배님의 부인이 입가에 손을 올린 채 눈을 글썽거리고, 사람들이 ‘아아아’하는 탄성을 내뱉었다.

어딘가 스윗한 분위기에 우리도 꺄르륵 좋아했다.

김의지가 촉촉한 눈으로 말했다.

-저희들을 위해 고생한.

에이텐의 가족들이 눈을 글썽거릴 때.

-뉴블랙 분들을 위한….

“……?”

-뭐야. 왜 갑자기 싸해졌어…?

객석이 웅성거렸다.

눈물이 쏙 들어간 가족들이 눈을 가늘게 뜨는 동안 당황한 우리의 얼굴이 나왔다.

여기저기서 큰 웃음을 터뜨리는 가운데.

전광판을 보지 못했던 에이텐 멤버들이 고개를 갸우뚱했다. 김의지가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반응이 왜들 그래요?

-뭐지?

그들이 그런 말을 하고 있을 때.

전광판에 다시금 김의지 선배님의 부인이 나타났다.

싸늘한 눈초리.

-여, 여보?

넋이 나간 얼굴의 김의지가 이내 전광판과 객석을 번갈아보고는 상황을 알아차렸다.

-아니, 이게 그게 아니고.

싸늘한 눈초리 아래로 피식 웃는 웃음이 흘러 나왔다.

나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김덕순 여사의 대노 5단계를 다 겪어본 입장으로서 공감이 되는 터였다.

웃음.

저건 5단계를 초월해 6단계 극극대노에 해당하는 상황이었다.

객석에서 웃음이 흘러나왔다.

-야! 신무록이 어디 있어! 너 화면 이따위로 잡을 거야?! 신무록 나오라고 그래!

-아니! 편집을 이런 식으로 하면 어떡하냐고-!

-신무록…!

에이텐의 멤버들이 노발대발하며 원흉인 신무록 PD를 찾을 때.

-여보! 여보! 오해하지 마! 이거 마지막에 아주 깜짝 스페셜 무대가 있으니까!

-진짜 급조한 거 아니고 원래 스페셜 무대가 있어요. 가족들을 위한 깜짝 서프라이즈 무대로.

해명하는 멤버들 속에서 추기석이 해맑게 웃었다.

-근데 이거 스포일러 아닌가?

-기석아, 기석아. 넌 상황이 안 보이니?

-지금 스포일러가 문제예요, 형?! 오늘 현관문에서 컷 당하게 생겼다니까!?

가족들에게 ‘아니야! 아니야!’ 하며 괴로워하는 에이텐의 모습에 관객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그런 멤버들을 놀리듯 무대에 음악이 깔리기 시작했다.

키득대며 웃던 우리가 익숙한 전주에 눈을 크게 떴다.

“어……?”

이게 여기서 나오네?

혼란과 파괴의 현장이 벌어지던 무대 위에서 에이텐 멤버들이 무대 대형으로 정렬했다.

-아무튼 감사합니다! 뉴블랙!

-프로듀서 님들에게 약속했던 타이틀곡 커버 무대입니다! 아니, 전주가 왜 벌써 나와. 대충 감상하세요!

바로 ‘불꽃놀이’의 전주였다.

전에 우리 노래의 안무를 커버해 주기로 했는데, 낙화가 어려워서 가장 쉬운 불꽃놀이를 하기로 했지.

여름이라 그런가.

다시 들어도 청량한 음악 속에서 에이텐의 멤버들이 손을 움직였다.

그 동안 동생들과 내가 서로를 마주보았다.

“갈까요?”

“가자.”

다들 이 자리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고 있었다.

본격적인 인트로가 흘러나오는 동안 우리가 달봉이를 켜고는 목청을 돋웠다.

“선우주! 김비주! 김중현! 서리혁! 왕지호!”

나도 모르게 웃음이 흘러나왔다.

불꽃놀이의 응원법을 우리가 하게 될 줄은 몰랐는데.

응원법을 외치자 주변에 있던 허강민 대표를 비롯해 관객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그리고, 무대 위에서 손을 꺾는 안무를 하던 에이텐 멤버들이 고개를 숙이며 웃음을 참을 때.

우리가 눈을 마주치며 고개를 끄덕였다.

“뉴블랙! 와아아아-!”

환히 웃으며 달봉이를 흔들었다.

*   *   *

관객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흐하하핫!”

자기들 노래에 자기들 이름을 넣으며 응원하는 아이돌의 모습에 웃음이 흘러나왔다.

양손으로 쌍검술처럼 응원봉을 붕붕 휘두르는 중현의 모습에 감탄이 나오기도 하고.

막내가 전광판 앱으로 응원법을 띄워 관객들에게 미리 알려 주었다.

“와아아아아아-!”

“뉴블랙! 뉴블랙! 뉴블랙!”

손가락으로 박자까지 짚어 주며 응원법을 진두지휘하는 지호였다.

그러는 한편.

관객들은 에이텐이 준비한 스페셜 무대에 관심을 보였다.

‘이건 무슨 노래지?’

뉴블랙의 ‘불꽃놀이’라고 했던가.

썸머송을 의도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청량한 멜로디가 귓가에 스며들어 왔다.

“……!”

좋다.

대놓고 좋다.

다 들어봐야 알겠지만 길거리에서 들린다면 누구나 멈춰 설 만큼 좋았다.

여긴 지금 어디인 걸까

낯선 바다 낯선 공기

안무만 겨우 습득한 것인지, 노래는 원곡 그대로였다.

허밍하듯 나지막한 목소리는 분명 우주의 목소리.

무대에서 우주의 파트를 대신하는 홍석을 바라보던 관객들이 고개를 갸웃했다.

‘뭐지?’

좋은데, 처음 들어보는 노래였다.

작년도 상반기의 바람꽃과 하반기의 Nine, 그리고 올해 초에 나온 겨울잠과 현재의 낙화까지.

뉴블랙의 타이틀곡 대다수를 자의든 타의든 알고 있는 관객들이었다.

심지어 스페셜 앨범 때는 아예 Winter Trip 등의 수록곡까지 차트를 점령했으니까.

‘마스커레이드, 그것도 아는데.’

미프 본방송에서 뉴블랙이 이런저런 컨셉을 선보일 때, 예시로 보여 준 터라 알고 있었다.

그런데 불꽃놀이는….

처음 들어본다.

“너 이거 알아?”

“아니, 넌…?”

“나도.”

관객들이 서로에게 알고 있냐는 듯 바라보았지만 답을 알고 있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분명 어디서 들어본 것 같기는 한데.

차트 상위권에 아예 알박기를 한 뉴블랙의 다른 곡들과 다르게 상대적으로 낮았던 성적 때문에 벌어진 일이었다.

아이돌 팬이라면 다 아는 숨은 명곡이지만 일반인 관객들에겐 낯선 곡.

무의식에 남아있는 듯하긴 한데… 확실치 않은 느낌.

‘근데 이런 거 어디서 많이 들어봤는데… 아!’

비슷한 장르는 알고 있었다.

올해 봄에 MOP 엔터의 걸그룹 세레니티가 선보였던 ‘REALITY’라는 곡이 이와 비슷했다.

세레니티를 현재 원탑 걸그룹으로 만든 히트곡.

딥하우스와 트로피컬 하우스라는 세부적 차이점이 있긴 했지만 대중들에겐 비슷하게 다가왔다.

그리고 REALITY와 마찬가지로 불꽃놀이 역시.

‘진짜 좋네.’

‘이거 제목이 뭐라고 했더라? 불꽃놀이?’

‘최근에 노래 나왔는데 내가 놓쳤나?’

음원 발매 당시에도 세련됐다는 평을 받았던 불꽃놀이는 2016년의 관객들에게도 좋게 들렸다.

아니.

오히려 더 취향 저격이었다.

천오백여 명의 관객들 중에서 이 곡이 2년 전 이맘때에 나왔던 노래라고 생각하는 이는 거의 없었다.

Like a Firework

보여주는 거야

Like a Firework

너와 나의 색깔을

에이텐의 커버 무대에 깔리는 다섯 명의 완벽한 하모니.

저절로 따라 부르게 될 만큼 중독성 있는 멜로디에 관객들도 노래를 흥얼거렸다.

자연스럽게 떼창을 하듯 불꽃놀이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뉴블랙! 뉴블랙!”

천오백 명의 목소리를 이겨버리는 다섯 명의 활기찬 응원에 관객들도 웃으며 같이 응원했다.

‘노래 진짜 좋다.’

청량하고 반짝반짝 하는 느낌의 노래였다.

사람을 설레게 만드는 톤의 리듬과 멜로디.

다섯 명의 색깔이 조화롭게 어우러지면서 쉴 틈 없이 귀를 부드럽게 간질여댄다.

정말로 듣기 좋은 노래였다.

‘으아아아아!’

…스테이지 위에서 커버 무대를 하는 예능인들의 입장에선 전혀 아니었지만 말이다.

‘이건 악마의 노래다.’

‘칼로리 쑥쑥 빠져나가네. 뭔 안무가 이렇게 힘이….’

‘PT 체조하는 거 같네.’

온몸의 근육을 효과적으로 조지겠다는 듯이 설계된 안무에 속으로 비명을 지르는 멤버들이었다.

뉴블랙이 직접 보여 주지 않았다면 이게 가장 쉬운 안무라는 걸 절대 믿지 않았을 텐데.

에이텐 멤버들이 온힘을 다해 마지막 동작을 선보였다.

“와아아아아아-!”

어찌나 땀이 많이 났는지, 물에 젖은 솜처럼 변해 버린 에이텐에게 격려의 박수가 날아들었다.

그리고 뉴블랙 멤버들이 벌떡 일어났다.

열병식을 보는 독재자처럼 박수를 치던 중현이 ‘브라보오오오’ 하는 소리가 공연장을 울릴 때.

관객들은 누가 먼저랄 것 없이 핸드폰을 들었다.

‘찾아봐야지.’

방금 들었던 노래를 검색하기 위함이었다.

검색 엔진에 ‘불꽃놀이’를 타이핑하자, 청량한 푸른 바다가 보이는 뮤비 썸네일과 함께.

“어……?”

발매일을 보고 눈을 크게 떴다.

‘2014년…?’

처음에는 잘못 본 건가 싶어서 다시 확인했지만 정말로 2014년이라고 되어 있었다.

뉴블랙의 데뷔 타이틀곡.

현재의 트렌드보다 2년을 앞서 나온 불꽃놀이의 발매시기를 보며 눈을 깜빡였다.

‘왜 이런 곡이 안 떴지?’

2년 전 사람들은 귀가 없었나?

물론, 그때도 신인 치고 굉장히 좋은 성적을 거두기도 했거니와 레몬 엔터가 자작곡을 타이틀로 밀 정도로 높은 평가를 받긴 했지만.

지금 현장에서 노래를 들은 관객들로서는 잘 모르는 일이었다.

‘이따 한 번 찾아봐야지.’

‘노래 진짜 좋네. 이거…….’

‘방송 나가면 뜰 각인데, 이거 나만 좋은 건가?’

커버 무대를 끝낸 에이텐이 다시 토크를 시작할 때도 사람들의 손가락은 여전히 부산하게 움직였다.

이게 방송되고 나면 무슨 일이 생길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리고, 그런 열기가 하나하나 모이면서 현장에 묘한 열기가 감돌기 시작했다.

*   *   *

쇼케이스는 성공적으로 끝났다.

불꽃놀이의 커버 무대도 굉장히 반응이 좋았고.

이어서 나온 팬송과 가족들을 위한 서프라이즈(?) 무대도 관객들에게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모두가 행복한 공연이었다.

“야! 이 자슥아!”

“으억!”

“무록이 형! 한 대만 맞자!”

대기실 한복판에서 출연진들에게 멱살을 잡힌 채 괴로워하는 신무록 PD님을 빼면 말이다.

축구 선수 출신이라 그런지 등짝을 찰싹찰싹 하는 김의지의 스매시가 매서웠다.

“중현 씨! 살려줘요!”

PD님의 SOS에 중현이가 푸근하게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저는 비폭력주의자여서요.”

“으아아악!”

“사나운 리혁이는 어떠신가요. 에옹.”

“진짜로 할퀴어 줘요, 중현이 형?”

부들부들하는 리혁이를 보며 웃을 때.

먼지 날 만큼 신명나게 등짝을 맞는 피디님의 모습에 웃음을 흘렸다.

말로는 험악하지만, 출연진이고 제작진이고 할 것 없이 얼굴에 웃음이 가시지 않았다.

“야, 인마…흐흐푸흡!”

“에고! 나 죽흐흫!”

다들 좋아 죽는 중이다.

두 달 동안 공을 들여온 프로젝트, 그것도 시청률 대박이 터진 프로젝트가 성황리에 끝을 맺었다.

그간의 부담감이 사라진 자리를 기쁨이 채웠으니….

“뉴블랙아아아!”

“우리 선생님들이 최고시다!”

우리를 덥석 안아든 이들에게서 기쁨의 아우라가 넘실거렸다.

추기석이 눈물을 훔치며 말했다.

“진짜 뉴블랙TV 아니었으면 이거 못했을 거 같은데….”

“정말 너무 고맙다, 얘들아.”

“쫑파티 할 때, 통 크게 고기 한 번 쏜다!”

“오오오오오오!”

우리가 크게 환호할 때.

옆에서 쭈그러져 있던 신무록 피디님이 고개를 끄덕였다.

“쫑파티 할 때 꼭 와요. 이번에 방송국에서 보너스도 쏘고, 회식도 쏘기로 했어요.”

“국장님이 뉴블랙 진짜 만나고 싶어 하시던데. 만나면 어화둥둥 뽀뽀해 줄 기세야.”

“오….”

디멘터처럼 기다리고 있는 예능국장님을 상상하며 웃는 한편.

헹가래를 해 줄 기세로 우리에게 고마움을 표하는 이들에게 내가 대표로 말했다.

“너무 그러시지 않으셔도 돼요. 저희도 이번에 선배님들 덕을 엄청 봤고. 또 그만큼 열심히 하셔서 얻어낸 데뷔니까요.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흐흣. 흠흠.”

“우주 웃는 거 봐라.”

“저작권료 찐하게 들어올 생각에 웃음이 나오는구나?”

“아니에요. 그런 거~”

손사래를 쳤지만 아무도 믿어 주지 않았다.

“와! 아직도 1위에요!”

한 스탭의 말에 고개를 돌렸다.

6시에 발매한 이후로 여전히 실시간 차트를 1위부터 뒤덮고 있는 에이텐의 타이틀곡과 수록곡들.

모두가 입을 떡하니 벌렸다.

“와…….”

여기저기서 축배를 드는 가운데 우리도 박수를 치며 축하해 주었다.

그러곤 작별인사를 건넸다.

“이번 주 뮤직온에서 데뷔 음방 하신다고 하셨죠?”

“응, 그러고 보니 또 만나네!”

“그때 뵈면 되겠네요. 오늘 정말 고생 많으셨어요. 들어가서 푹 쉬세요.”

“예스. 감사합니다! 쌤들!”

적당한 타이밍에 빠져나왔다.

에이텐의 멤버들이 가족들과 이제 즐겁고 화기애애한 대화를 할 시간이기도 하고.

우리도 내일 스케줄이 많았다.

매니저 형들과 주차장으로 향하는 동안 비주가 환히 웃었다.

“진짜 기분 좋아요.”

“그치.”

“잘 돼서 너무 좋네여….”

홀가분한 기분이었다.

지난 두 달간 트레이닝 시켰던 연습생들을 데뷔시키고 나니 뿌듯하면서도 허전하다.

“좋은 일이지.”

“좋은 일이에요. 우리가 만든 음원이 또 1위도 하고.”

“그치. 좋지.”

“그…….”

“…….”

말을 하려다가 말고 멈췄다.

그저 훈훈한 미소를 교환하면서 걸을 때.

“와, 형들. 이거 망고 차트 추이 봤어여? 그래프가 막 위험한 주식들처럼 움직여여.”

“…….”

“역대급 대박이래여!”

낙화 위에서 역대급 이용자수 추이를 보이는 음원들.

“조, 좋은 일이지.”

“엄청 좋은 일이네요. 잘 되기도 했고!”

“하핫…!”

그때, 중현이가 핸드폰을 보여줬다.

“오. 이거 봤어? 어텐션 뮤비 역대 최단 천만 뷰 돌파 예상.”

“…….”

“뉴블랙의 낙화는 2위가 될 것으로 예상….”

걸음을 우뚝 멈췄다.

“…….”

“…….”

심호흡을 한 번씩 하고 마음의 평화를 되찾은 후.

나의 명령을 기다리는 매니저 형들과 동생들에게 인자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핸드폰 꺼냅시다.”

다들 기다렸다는 듯 핸드폰을 꺼내 낙화를 스밍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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