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430)화 (430/1,031)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430화

음원 발매 당일.

쇼케이스 현장에서 뜨거운 함성이 터져 나오고 있을 때, Attention의 발매에 전국 곳곳이 들썩였다.

“그거 봤어, 에이텐? 오늘 뮤비 나왔다고 그러던데.”

“나왔어?”

“지금 데뷔 쇼케이스 하고 있대.”

지하철과 버스에 탄 승객들의 핸드폰에 에이텐의 뮤비나 음원이 재생됐다.

미용실에서 잡지를 보고 있든, 식당에서 저녁식사를 하고 있든, 친구들과 함께 카페에서 수다를 떨든.

Attention에 대한 소식을 접하고 있는 것은 모두가 같았다.

그리고, 평가 또한 비슷했다.

‘노래 진짜 좋다….’

예능에서 데모 버전이 나왔을 때도 엄청 좋다고 생각했는데.

완성되어 나온 최종 버전은 더 좋았다.

예능 버프가 없었어도 반드시 뜰 곡이라는 생각이 들 만큼 신선하고 신나는 곡이었다.

‘……계속 듣게 되네.’

음원 사이트에서 아예 다운을 받거나 플레이리스트에 담아 반복재생을 누르는 사람들이었다.

어느 카페.

수다를 떨다가 ATEN의 데뷔 소식을 접한 이들이 노래를 듣고는 감탄했다.

누군가 핸드폰 화면에 점 찍은 우주선의 화보를 띄웠다.

“얘는 진짜 천재 같아.”

“약간 하는 행동도 그렇고, 음악 쪽에 재능이 많아서 그런가? 뭔가 일반인들은 범접하기 힘든 똘끼? 그런 거 보이지 않아?”

“우주만 그런 게 아니라 얘네 다 천재 같긴 하더라.”

“다 AB형일 듯.”

뉴블랙의 누군가 들었다면 피를 토하며 극대노할 대화였다.

그때, 조용히 커피를 마시고 있던 한 사람이 고개를 갸웃하며 말했다.

“그렇게 이상한가? 나는 방송 봐도 딱히 이상한 건 잘 모르겠던데… 그냥 그 나이 또래 애들 같지 않아?”

“너 혹시 이건 봤어…?”

“뭔데?”

“뮤직비디오.”

이윽고 뮤비가 재생됐다.

에이텐의 멤버들이 나오는 가운데, 뉴블랙이 중간중간 카메오 출연을 하고.

마지막에 중현의 동상 장면이 흘러나왔다.

“취소. 내 말 취소.”

‘비범한 재능에 걸맞게 비정상이다’라는 명제에 토를 달던 사람마저 완벽하게 동의했다.

그렇게 전국 각지에 있는 사람들이 에이텐의 데뷔 소식을 접할 때.

연예계 관계자들은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기삿거리 최대한 발굴해 봐! 그냥 제목에 에이텐-뉴블랙 써서 아무거나 어그로 끌어도 좋으니까. 안 되겠으면 ‘충격적인 공통점 : 사람’ 이런 거라도 쓰란 말야!”

“에이텐 뮤비 조회수 체크하는 중이야? 100만 뷰 돌파하는 대로 바로 기사 올려. 최단기간 그런 거 확인 말고 대충 ‘역대급’ 한 문장 써 둬!”

“쇼케이스에 유출된 사진 같은 거 없어? 없으면 대충 써치해서라도 올리고!”

기사들이 속속 업로드됐다.

-‘청출어람’ ATEN, 스승 제치고 실시간 차트 1위

-Attention MV, 조회수 대폭발.. ‘역대 최단 1000만뷰 예상’

-미스터 프로듀서 SNS, ‘쇼케이스 성공.. 뉴블랙 쌤들에게 감사’

연예부 기자들이 Attention의 음원 차트 추이나 뮤비 조회수를 체크하며 바쁘게 움직일 때.

“에이텐이랑 뉴블랙, 둘이 어떻게 같이 섭외 안 되나…?”

“피디님, 저희도 레몬 엔터에 얼른 전화해 봐야 되는 거 아니에요? 아니, 타 방송국이라고 해도 일단 던져는 봐야죠. 지금 시청률 치트키인데.”

“PBS에서 안 놔줄 것 같긴 한데, 일단 섭외는 해 봐야겠지?”

방송 관계자들도 새로이 데뷔한 중년 신인들과 탑급 아이돌의 출연에 관심을 보였다.

얼마 안 가 자사 예능 외에 딱히 내보낼 생각이 없다는 PBS 방송국의 의사를 전달받고 실망하긴 했지만.

레몬 엔터의 전화기가 끊이지 않고 울릴 정도로 관심은 멈추지 않았다.

이러한 오프라인의 인기를 반영하듯 온라인도 어텐션에 대한 이야기로 들썩였다.

“흐어…….”

과도한 떡밥 섭취에 적응한 수플레들도 인터넷을 둘러보다가 식겁할 정도였다.

2030에게 더 핫한 미스터 프로듀서의 프로그램 특성 때문일까.

어느 인터넷 커뮤니티를 방문해도 에이텐과 뉴블랙에 대한 이야기가 하나씩 있었다.

당연하게도 카테고리는 유머였다.

그중에서 가장 화제가 되고 있는 것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인간과 기계는 친구가 될 수 있을까..?]

정답은 ‘될 수 있다’임

(쇼케이스 포토타임 때, 비주가 담긴 TV와 인간들이 어깨동무를 하고 사진을 찍고 있다. 기사 헤드라인은 ‘TV 속에서만 보던 톱스타와 함께 사진 한 장?’)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개웃기네

-찐으로 TV에 나오는 스타였네ㅋㅋㅋㅋㅋ

-알파고님 보고 계십니까.. 당신이 그리던 세상이 점점 도래하고 있습니다

-아씁ㅋㅋㅋㅋㄱ

-뭔 22세기 쇼케이스냐ㅋㅋㅋㅋ

-TV와 인간들의 우정을 다룬 충격 실화

-존재 자체가 밈인 국민 아이돌..

그리고 우애 좋은 사진과 함께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짤이 하나 있었으니.

[10초 안에 이상한 점 못 찾으면 죽음]

(오프닝에서 뉴블랙의 동상 움짤.gif)

.

.

.

이상한 점을 찾으셨나요..?

짜잔. 정답은 바로.. 동상의 정체입니다..!

(중현이 동상 속에서 살아 움직이는 짤.gif)

당신은 은신하고 있던 청동상을 발견하지 못하고 기습당해 죽었습니다!

뭐 못 찾았음 디지는 거지

-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번에 살모사로 한 번 당한 것 같은데 이번엔 뉴블랙한테 당했네ㅋㅋㅋㅋ

-보통 이런거 보고 어휴 못찾냐 하는데ㅋㅋㅋㅋ

-아씹 깜짝아ㅋㅋㅋㅋㅋ 저거 사람이었음?

-(어느 시간 여행 드라마의 석상 천사짤.jpg) 얘네랑 베프 먹으면 될 듯

-10초가 뭐냐ㅋㅋㅋ 5초 안에 암살 당할 자신 있음ㅇㅇ

-잘 훈련된 중현 100명 vs 사자 100마리하면 누가 이김?

┕친구 먹을 거 같은디..

┕사자들이랑 세렝게티에서 초원결의까지 쌉가능

곳곳에서 중현의 동상 짤이 유머글로 올라오고 있을 때.

아이돌 팬들이 모인 커뮤니티에서는 당연하게도 성적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었다.

-역대급 추이 보여주고 있는 Attention (+추가)

-지금 대박 터졌다는 어텐션 MV 조회수

-현재 시각 기준 망고 실시간 차트 ㄷㄷㄷ

실시간 차트의 1위부터 6위까지 타이틀곡과 수록곡으로 뒤덮고 있는 ATEN의 데뷔 앨범.

거기에 뮤비 조회수도 제대로 체크하기 힘들 만큼 빠르게 올라가고 있었다.

동남아 등지를 비롯해 미스터 프로듀서의 해외 팬덤이 미친 듯이 누르고 있기 때문이었다.

-조회수 대박ㄷㄷㄷ 동남아 팬덤이 미튭 치트키긴 하네

-와.. 실시간 차트 실화냐ㅋㅋㅋㅋ

-노래 진짜 좋긴 좋더라

-와 낙화를 밀어냈네..하고 감탄했는데 생각해 보니 저 곡도 선우주가 쓴 거였음

-최종승자 : 선우주의 지갑

-실시간 차트 캡처짤 찌익 하고 들어내면 뒤에서 선우주가 웃는 사진 나올 거 같다

-근데 이 정도 추이 나올만하긴 해ㅋㅋㅋ 노래가 역대급으로 좋음

-대박ㅠㅠㅠㅠㅠ 노래 넘 조아

대부분 추이를 보며 신기해하거나 노래가 좋다거나 유머러스하게 반응하는 글이 많았다.

그간 집중되었던 관심에 답하듯 좋은 퀄리티 덕분이었다.

물론, 모두가 유쾌하게 반응하는 건 아니었다.

이게 역대급 추이가 맞는지 검증하자는 댓글부터 애초에 공정한 경쟁이 아니라는 댓글까지.

무엇인가 굉장히 인기를 끌면 그에 대해 반감을 가지는 이들이 늘어나는 것과 비슷한 이치였다.

하지만 그런 일부 댓글들은 큰 반향을 얻지는 못했다.

-노래가 구렸으면 이 정도로 화제될 일도 없었슴

노래가 너무 좋았기 때문이었다.

미프라는 선입견 없이 블라인드 테스트로 들어도 어맛! 할 만한 곡이 타이틀곡이기도 하고.

지난 한 달간의 국민예능 출연으로 굉장히 올라간 뉴블랙의 호감도가 방패막이 되어 주고 있었다.

그렇게 평소처럼 아이돌 커뮤니티의 회원들이 ‘전쟁이다아아! 전쟁!’ 하며 배틀을 할 때.

‘쇼케이스 소식은 없나?’

에이텐의 데뷔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은 쇼케이스에 대한 소식을 살폈다.

하지만 대부분 기자 쇼케이스에서 찍은, TV와 어깨동무하는 사진 등만 있을 뿐이었다.

-쇼케 소식은 없네.. 궁금한데ㅠ

-이거 당첨되면서 무슨 비밀서약 그런 거 해서 스포 하면 안 된다고 했다고 함

-아 궁금하다ㅠㅠ

-저, 실례지만 혹시 스포해주시고 고소당하실 분 없나요?

-ㅋㅋㅋㅋㅋㅋ 인성 뭐냐구

3, 4일만 기다리면 어차피 본방송을 통해 볼 수 있는 내용이지만, 궁금한 건 궁금한 거였다.

다행스럽게도 익명으로 스포 글들이 하나씩 올라왔다.

어텐션의 타이틀곡 무대가 생각 이상으로 뛰어나서 놀랐다는 글과 함께 수록곡 무대의 평가들도 적혀 있었다.

그리고.

‘음……?’

익명 글마다 공통적으로 언급하는 것이 하나 있었다.

-스페셜 무대로 ㄴㅂㄹ ㅂㄲㄴㅇ 커버했는데 현장 반응 존나 좋았음 머글들 웅성웅성하는거 봄

-타이틀곡 다음으로는 ㄴㅂㄹ 커버 무대가 기억남.. 그 사람들이 잘한 건 아니고 노래가 좋았음

-쇼케장 밖으로 나갈때 사람들이 ㅂㄲㄴㅇ 얘기하는거 들음

바로 뉴블랙의 데뷔곡이 인상 깊게 들렸다는 이야기였다.

‘무슨 소리지?’

일반인들은 현장을 보지 못한 터라 무슨 소리를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아이돌 팬들이 ‘아!’ 하며 그럴 만하다고 납득하는 한편.

뉴블랙의 불꽃놀이에 대해 잘 모르는 네티즌들은 미튜브나 망고에서 해당 노래를 검색했다.

그러고는.

“……!”

3분 30초 후에 셔플 버튼을 끄고 반복재생을 누르기 시작했다.

그렇게 여기저기서 미프 아이돌 프로젝트의 본방송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하나둘 늘어날 때.

연예계 관계자들 중에서 실시간 차트를 보고 고통의 비명을 지르는 이들이 있었다.

“아 쓰벌..! 야, 우리 또 조땜!”

“또?”

“아씨, 우린 뭐 맨날 조때….”

뉴블랙과 그 하수인들의 노래로 가득한 차트.

곧 컴백을 앞두고 절규하는 탑 보이그룹의 미소년들이었다.

*   *   *

에이텐은 결국 우리를 뛰어넘었다.

곧바로 일간 차트 1위.

수록곡들의 순위는 수직하락하여 일간 차트 중반부로 넘어갔지만, 며칠이 지나도 어텐션은 확고한 1위였다.

예견된 일이기는 했다.

그만큼 미프 자체가 파급력이 강했으니까.

“후우…….”

한숨을 쉬며 고기반찬을 집었다.

“결국에 우리가 졌구나.”

“씁쓸하네여. 청출어….”

“어람.”

“어람이란 말이 있지만, 그래도 이렇게 제자들한테 밀려나니 씁쓸한 기분이에여.”

“맞아. 맞아.”

“우리가 지다니……!”

분개하며 고기반찬을 우물거리는 모습에 앞에서 같이 도시락을 먹던 에이텐 멤버들이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야! 너희가 2위잖아!”

“여기 2위에 떡하니 이름 있구만!”

“아이고, 저저 1등 놓쳤다고 저러는 거 봐라.”

일간차트 2위에 머물러 있는 ‘낙화’의 모습에 우리가 서글픈 미소를 지었다.

“근데 2등이잖아요.”

“낙화는 처음으로 저희가 우주 형의 졸개가 아닌 파트너로서 들어간 곡이거든요.”

“맞아.”

“그리구 2등은 아무도 기억 못한다잖아여….”

“저희 말이 틀린 것 같다면 인류 두 번째로 달에 발을 디딘 인간을 말해 보세요.”

추기석이 손을 번쩍 들었다.

“버즈 올드린! 뉴블랙 TV 달 탐사 특집에서 봤슴다! 그때 벌칙은 우주복 입기!”

“…….”

우리가 고개를 저었다.

1등한테 지고 음원차트 일간 2위라며 슬퍼하는 우리 모습에 예능인 모범주가 말했다.

“너희 그거구나.”

“…?”

“몹시 유능한 소인배들.”

모범주의 적절한 요약에 다들 정신없이 웃음을 터뜨렸다.

우리도 동의했다.

대인배처럼 살아보려고 하는데, 막상 2등이 되고 그러니 눈에서 불이 뿜어져 나오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저희도 처음엔 안 이랬는데, 데뷔하고 연예계 생활 하다 보니까 경쟁심이 좀 심해져서….”

“근데 그거 좋은 마인드다.”

국대 출신인 김의지가 고개를 끄덕였다.

“1등 아니면 안 돼, 하는 그런 마음으로 임하는 게 바람직하지. 1등이 되려고 하는 사람은 반드시 마음 속에 아주 원대한 꿈을 품고, 그런 꿈을 철저한 계획을 통해….”

우걱우걱.

“…마침내 자신의 자아를 실현하는 그런….”

우물우물.

“저기, 선배님들.”

“우웅, 에…?”

“지금 후배가 말하고 있잖습니까. 안 들을 거예요?”

“뭐라고 하셨어여?”

우리가 푸근하게 웃으며 도시락을 우물거리자, 김의지가 으이구 하며 웃었다.

“도시락이나 먹어라.”

“감사합니당.”

즐겁게 웃으며 도시락을 먹었다.

오늘은 금요일.

지금 이곳은 PBS의 음악방송 뮤직On의 대기실이었다.

배우 남도훈이 뭉친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어우, 이게 데뷔만 하면 끝나는 줄 알았는데 뭐가 많더라. 음악방송도 뛰어야 되고.”

“생각한 거랑 다르죠?”

“보통이 아냐, 보통이. 인터뷰에 방송 출연에… 아까 출근길도 엄청 놀랐어.”

우리와 에이텐이 함께 등장했을 때, 포토라인이 무너질 뻔했다.

PBS 방송국에 출근하면서 여태까지 경호원 분들이 그토록 당황스런 표정을 짓는 건 처음 봤다.

조금만 통제가 어긋났으면 연예면이 아니라 사회면에 나왔을걸.

으으, 하던 발라드 가수 안재희가 이내 인자한 미소를 지었다.

“아무튼 이거 드시고, 나머지 활동도 잘 부탁드립니다. 우리 쌤들.”

“이거 먹어. 우주야.”

귀한 킹크랩 반찬을 밥 위에 올려 주는 홍석을 보고 웃음을 흘렸다.

다른 멤버들도 뇌물이라며 자기들 반찬을 더 줬다.

지금 먹고 있는 화려한 도시락은 에이텐 멤버들이 우리와 스탭들에게 사비로 쏘는 도시락이었다.

“흠흠흠.”

밥을 먹으니 확실히 기운이 나긴 하는 거 같다.

“너희는 이번 주가 막방이라고 했던가?”

“네.”

“이제 뭐 해?”

“할 거 많죠.”

지금 쌓아두고 있는 스케줄만 해도 엄청 많다.

일단 오매불망 곡을 기다리는 한 모 씨부터 시작해서.

이메일을 주고받으며 작업 중이긴 하지만, 뉴욕에 가서 프랭크 차우와 노스탤지어 녹음 작업도 해야 되고.

미국 뉴욕이랑 LA에서 열리는 K팝 콘서트도 있고.

최근에 내한하는 할리우드 배우들이나 가수들 대상으로 하는 미튜브 컨텐츠 녹화도 있다.

거기에 다음 정규 앨범 작업도 있고.

무엇보다 지금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해외 투어도 있다.

우리가 하나하나 이야기를 할 때마다 입을 떡하니 벌리던 에이텐 멤버들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 그…….”

“지금 말한 거 다 하고 나면, 잠 잘 시간은 있니?”

말없이 웃는 우리 모습에 멤버들이 반찬을 얹어줬다.

“그래도 이 정도면 나름 널널한 편이에요.”

“그게?”

“네, 이 정도면 뭐….”

동생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막상 늘어놓고 보니 생각보다는 여유로운 편이다.

자기 아들딸은 아이돌 절대 안 시킬 거라고 하는 에이텐 멤버들의 말에 웃은 후.

“자, 소화 다 되셨으면 이제 가 볼까요~?”

이제 막 데뷔한 중년 신인 보이그룹을 위해 지원사격에 나섰다.

음악방송 중간에 있는 인터뷰에서도 함께 출연해서 분량을 만들기도 하고.

서로에게 윈윈이었다.

-네! 이번 주의 1위는…?

-축하드립니다! 뉴블랙!

2주차에 이어 3주차에서도 압도적인 점수로 1위 트로피를 받은 후.

낙화의 앵콜을 부르는 동안 90도로 인사를 하고 가는 예능인들의 모습이 기사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렇게 3주차의 음방들도 1위로 마무리를 짓는 한편.

“안녕하세요! 저희는 에이텐!”

“그런 에이텐을 키워낸 뉴블랙입니다! 와아아아!”

연예 정보 프로그램에 출연해서 ‘싸랑해요 연예가통신’을 하며 인터뷰를 하기도 하고.

동남아의 팬들을 대상으로 뉴블랙 월드 계정에 올라가는 영상을 함께 녹화하기도 했다.

그리고.

K-net의 아이돌 소개 프로그램인 ‘쇼쇼쇼! 아이돌 고등학교’에 동반 출연하긴 했는데….

“이번에도 팀을 섞어서 진행하겠습니다! 이번 게임은 동작으로 단어를 설명하는 게임인데요!”

“……!”

“……!”

“경품은 소고기 선물 세… 왜 그러시나요?”

MC 방문수의 물음에 추기석 씨와 리혁이가 동시에 손을 들었다.

“가지고 싶습니다! 선우주!”

“저 인간, 아니! 저 리더님을 저희 팀으로 모시겠습니다!”

그러더니 자기들끼리 싸우기 시작했다.

“우주 형은 저희 사유재산이라고 오래 전부터 결론이 났어요.”

“공공재 아닌가? 우리도 한 발 걸쳐 있잖니.”

“제가 정리할 거예요. 솔직히 말해서, 저 사람은 저희 게 아니고 저희 대표님 거예요.”

“맞아여. 메이드 인 박규호.”

“에헤이~ 그런 게 어디 있나.”

내가 끼어들었다.

“제가 그럼 팀을 고르는 건….”

“쉿! 형한텐 발언권이 없어여!”

“우주야. 지금 너한테는 자유 의지가 없어~”

나를 가지겠다고 싸우는 걸로만 거의 분량을 5분을 뽑아낸 듯싶었다.

MC들은 그걸 보고 좋다고 진행카드를 팡팡 치며 웃는데, 당사자로서 몹시 민망했다.

“그러면! 우주 형 빼고 5대5로 진행해여!”

“좋지!”

“이긴 사람이 저 형을 가지는 거예여!”

“오! 그러면 MVP는 뭐 혜택 없어요? 저 열심히 하려고 하는데!”

“비주 형은 가만히 있어요.”

그래서 제1회 아이돌고가 후원하는 ‘선우주를 가져라!’가 진행됐다.

“으하하압!”

“이거! 이거 왜 모르냐고! 이거어어!”

“김중현! 이 바보야!”

“미안! 바보라서 미안해!”

고성이 오가고, 우정이 파괴되고.

정말이지 지켜보기에 끔찍했던 게임이었다.

눈을 끔뻑이고 있는 내 모습에 MC가 눈짓을 하며 말했다.

“우주 씨, 굉장히 못마땅해하시는 것 같네요?”

“정말 못하시네요. 다들.”

“흐하하하!”

“그냥 저 혼자 팀으로 나오겠습니다. 저한테 도전하시죠.”

MC 중 1명과 짝을 이루어서 게임에 나섰다.

제시어 ‘문어’를 설명하기 위해 팔다리로 웨이브를 타며 반들거리는 머리를 강조했다.

지호가 ‘아!’ 하고 속삭이려는 걸 리혁이가 막는 가운데.

“문어!”

그 뒤부터 3초에 1개 꼴로 문제를 맞혔다.

다른 팀이 3문제 맞출 시간에 10문제를 모두 클리어 하고는, 뚱한 표정의 10인조에게 고개를 돌렸다.

“이의 있으신 분?”

“…….”

“그럼 소고기는 제가 가지는 걸로 하겠습니다.”

바로 소고기를 쟁취하면서 그날의 녹화를 끝맺었다.

아.

부들부들하는 10명과 함께 환히 웃으며 찍은 사진을 SNS에 올리기도 하고.

*   *   *

그렇게 에이텐의 첫 활동을 도운 후.

마지막 음방까지 마무리를 지은 우리는 숙소에서 K넷에서 받은 소고기 세트를 구웠다.

“다들 진짜 고생했다.”

“고생했어요. 형.”

“이제 해외 투어 다니면 살 쭉쭉 빠질 테니까. 오늘 아주 배 터지도록 먹자.”

“예이~!”

콜라 잔을 부딪히며 건배했다.

에이텐도 성공적으로 데뷔하고, 콘서트와 음악방송까지 모두 마무리를 지어서 그런 걸까.

저절로 흥에 취하는 기분이었다.

새로운 일은 새로운 일이고, 일단의 프로젝트들을 모두 마무리 지었다는 데서 나오는 해방감이었다.

-으아아아!

어디선가 아련한 비명이 들려왔다.

앞치마를 매고 고기를 굽던 중현이가 말했다.

“6층이에요.”

“요즘 스트레스 많이 받나 봐여.”

“컴백 앞두고 있으면 그럴 만하지. 어유, 안 됐어. 고기라도 먹이고 싶네.”

마침 생각난 김에 휘연에게 톡을 보냈다.

1이 바로 지워지고 오겠다는 답장이 돌아왔다.

“온다는데?”

“잘됐네요. 고기 더 꺼내 올게요. 형.”

중현이가 고기 냉장고에서 등심 6인분을 추가로 가져왔다.

그러곤 TV를 켰다.

“저번에 보니까 TV 틀어놓고 있어야 애들이 욕을 안 하더라. TV 보는 데 정신이 팔려서.”

“근데 광고 타임 때 다시 욕해여.”

지호의 말에 웃으며 TV를 바라보았다.

토요일 저녁 6시.

오늘은 바로 화요일에 있었던 미스터 프로듀서의 쇼케이스가 본방송으로 나오는 날이었다.

그렇게 PBS 채널을 보고 있을 때.

딩동, 하고 벨이 울렸다.

손님맞이를 위해 나갔을 때, 꼭 열애설 사진에 나올 법한 복장으로 얼굴을 칭칭 가린 휘연이 나타났다.

“안녕하십니까, 행님. 저 고기 먹으러 왔슴다.”

“어, 왔어?”

“여기저기 보는 눈이 좀 많아서… 상추 세 장 힘겹게 꺼내 왔습니다.”

만 원짜리를 얘기하는 은어인가 싶었는데, 비닐에 담긴 촉촉한 상추 세 장이 주머니에서 나왔다.

“근데….”

공손하게 인사하는 휘연의 뒤가 휑하다.

“동생들은…?”

“아. 걔네요.”

내 말에 틴스피릿의 리더가 뒤통수를 긁적이고는 말했다.

“굳이…?”

많은 것이 함축되어 있는 표현에 우리가 그만 웃음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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