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431화
치이익-
새로운 고기가 불판에 올려졌다.
대충 겉이 익은 것을 확인하던 휘연이 무림 고수처럼 젓가락을 놀리며 고기를 집을 때.
타앗.
그걸 중현이의 집게가 막았다.
“거기서 더 익혀 먹어야 맛있어.”
“아, 넵.”
“하나 둘… 됐다. 이제 가져가면 돼.”
“잘 먹겠슴다.”
오물오물.
고기를 씹을 때마다 눈가가 촉촉해지더니 이내 휘연이 팔을 들어 눈가를 훔쳤다.
“와씨, 존나 맛있어…. 와.”
“더 먹어, 더.”
“감사합니다!”
그간 다이어트가 엄청나게 힘들었는지 소고기를 미친 듯이 흡입하는 틴스피릿의 리더였다.
지호가 짠한 시선을 보냈다.
“형, 다이어트 겁나 힘들었나 보네여.”
“어, 뒤지는 줄 알았어.”
“천천히 먹어여. 제가 미튜브에서 봤는데, 계속 굶다가 빠르게 먹으면 사람이 팍 하고 죽는대여.”
“아 그래?”
오무우울오무울,
고기를 천천히 씹어 먹는 휘연에게 내가 물었다.
“동생들은? 진짜 안 불러도 돼?”
“아, 뭐 부르실려면 불러도 돼요~ 저는 딱히 신경 안 써서.”
너네 애들이잖아. 너네 애들….
중현이에게 제로 콜라잔을 받은 휘연이 고개를 돌려 슈루룹 마시곤 크으 했다.
“저희는 딱히 위아래 그런 거 없어서요. 찬물도 걍 먼저 마시는 놈이 임자고. 형이고 뭐고 없고, 이 나쁜 새끼들 진짜…!”
“워워.”
“급발진해서 죄송합니다. 행님. 아니, 이 새끼들 생각만 하면 내가 열이 뻗쳐서 증말…!”
“착하지. 착하지.”
중현이가 고기를 입에 쏙 넣어 주자, 열이 뻗쳐서 일어난 휘연이 온순하게 앉았다.
그러곤 하소연을 했다.
“아니, 그래도 내가 형인데… 밥을 먹어도 내가 365끼는 더 먹었고!”
리혁이가 멈칫했다.
“하루 세 끼니까 1095끼 아니에요?”
“이거 봐. 여기는 계산까지 해 주는 멤버가 있잖아요. 난 애새끼들이 구구단도 틀린다니까. 와이앱에서 오칠에 사십팔 하고 지들끼리 처웃는데 내가 승질이….”
“고충이 많구만.”
“저는 이 뉴블랙의 가족 같은 분위기를 볼 때마다 부러워요. 우리 집은 가족이 아니고 그냥 조….”
“안 돼.”
비주가 고개를 저으며 엄한 표정을 짓자, 휘연이 누그러진 표정으로 고기를 먹었다.
그러더니 갑자기 ‘에이’ 하고 핸드폰을 들었다.
“멤버들 부르게?”
“그냥 혼자 먹으려고 했는데 자꾸 눈에 밟혀서.”
휘연이 한숨을 푹 쉬고는 연후에게 올라오라고 톡을 보냈다.
1분 후.
딩동, 하는 벨에 우리가 마중을 나섰다.
휘연과 마찬가지로 열애설 사진에 등장할 법한 후드 차림으로 등장한 연후가 마스크를 내렸다.
그러곤 휘연에게 손을 들었다.
“여~”
“여 같은 소리하네. 형이라고. 이 새꺄.”
생긋 웃은 연후가 낚싯대를 돌리듯 중지를 내밀었다.
발끈한 휘연이 양손으로 뫼산을 그리려는 모습에 중현이가 말리고, 비주가 지호의 눈을 가렸다.
내가 연후의 등 뒤를 보며 말했다.
“그런데 왜 혼자….”
“아.”
연후가 뒤통수를 긁적였다.
“굳이…?”
나도 모르게 웃음이 터져 나왔다.
자기들 말로는 모래알 같은 단합력이라는데, 내가 봤을 때 얘네들은 정말 환상의 짝궁들이었다.
결국 내가 단톡방에 고기 모임을 공지했다.
곧바로 모인 6인조가 우리 숙소 테이블에 바글바글 둘러앉았다.
“고기다, 고기!”
“와, 이게 얼마 만에 고기 구워먹는 거지? 진짜, 거의 한 달은 된 거 같네.”
“이 집 고기 잘하네~!”
쏟아지는 칭찬에 고기를 굽던 중현이가 푸근하게 미소를 지었다.
젓가락을 든 급식들이 테이블을 두드리며 ‘김중현! 김중현!’ 하고 외치자 떠들썩한 웃음이 나왔다.
워낙에 오디오 안 비기로 유명한 그룹끼리 모여서 그런지, 시끌벅적하다.
“기념으로 사진 한 장 찍을게~ 자 우리 어린이들 여기 보시고.”
“네, 행님!”
“거기 둘은 손잡고 화해하는 샷으로 찍자. 옳지.”
화목하게 나온 사진을 바로 틴스피릿의 매니저 박정균 씨에게 전송했다.
나 [(사진)]
나 [아이들은 잘 지내고 있습니다^^]
나 [적당히 먹이고 집으로 보낼게요]
박정균 매니저님 [감사합니다. 우주 씨 ㅠㅠㅠㅠㅠㅠ]
애들 관리가 너무 힘드신 건지, 기프티콘까지 보내면서 감사인사를 하는 매니저님이었다.
왠지 모르게 학부모에게 사진 보내는 유치원 선생님이 된 기분인데….
기분 탓이겠지?
그때, 티격태격하는 두 멤버가 눈에 들어왔다.
“야! 니 앞에 있는 거 처먹으라고! 왜 자꾸 내 앞에 있는 것만 가져가는 건데…!”
“내 맘인데요~”
“야!”
“거기 둘, 자꾸 소란 피우면 둘이 손잡고 고기 먹게 할 거야.”
“…….”
동생들과 틴스피릿 멤버들이 ‘이열~!’ 하며 로맨틱한 브금을 깔아 주자 둘이 흥 하며 고기를 먹었다.
이쯤 되면 조금 진정된 것 같네.
그런데 뭔가를 빼먹….
“아.”
리모컨을 들어 TV를 더 가까이 오도록 소환하자 고개들이 하나둘 돌아갔다.
다들 ‘아’ 했다.
“아! 지금 미프하고 있었네여.”
“지금 몇 분 지났어요? 많이 안 지났죠? VOD 지르려면 1500원 내야 되는데.”
고기와 틴스피릿 때문에 깜빡하고 있던 미프의 본방송이었다.
다행스럽게도 아직 쇼케이스 분량은 나오지 않았다.
마지막 점검을 앞두고 긴장 가득한 얼굴로 춤을 추는 에이텐의 연습 장면만 나올 뿐.
“빡세네. 빡세.”
“포인트 안무 졸라 예쁘다. 누가 만들었어요? 비주 형?”
“응, 나 맞아.”
“존경합니다. 행님.”
비주와 연후가 하이파이브를 하자, 휘연이 불퉁한 표정으로 젓가락을 딱딱거렸다.
“오, 이제 쇼케이스 나온다!”
TV 화면으로 시선이 집중됐다.
20배속으로 돌린 장면에서 쇼케이스 현장 무대가 꾸며지는 장면이 빠르게 스쳐 지나가고.
주차장에서 하나둘 내린 멤버들이 후우 하며 ‘날씨 좋네…’ 하는 장면들이 흘러나왔다.
그리고 헤어와 메이크업을 세팅하는 대기실에 우리가 등장했다.
“뉴블랙 행님들 나왔다!”
“다행이네. 자꾸 긴장하는 것만 나오면 노잼이란 말야.”
“아주 사이다 마신 기분이구요~”
찰진 리액션을 들으며 우리가 웃음을 터뜨렸다.
평소 때는 시청자 반응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면서 시청하는 편인데, 오늘은 그럴 필요가 없었다.
아주 생생한 날것의 반응이 터져 나오고 있었으니까.
“흐하하하하! 마법의 책 존나 웃겨!”
“와, 적중률 보소.”
“저거 지금 있어요. 행님? 저희 앨범 활동도 점쳐 보고 싶은데….”
중현이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이따가 한 번 해 줄게.”
“와아아아아-!”
빌라 방음이 잘 돼서 다행이다.
지호의 목소리에도 단련된 리혁이가 관자놀이를 주물주물하고 있을 만큼 시끌벅적했다.
한편, TV 속에서는 대기실 장면이 끝나고 본격적으로 쇼케 장면이 시작됐다.
“Yeah, 숨 가삐 달려왔지~”
“날씨가 좋은데~”
잔뜩 흥이 오른 11명이 함께 춤을 추며 노래를 불렀다.
지호가 행복한 얼굴로 외쳤다.
“아, 좋다아-! 층간소음이 걱정되면 아랫집 사람들을 불러서 놀면 된다는 거~”
“존나 좋다~!”
“너무 좋아요! 개신난다 진짜!”
분위기는 하교 후 노래방인데, 압도적인 춤선을 자랑하는 댄서와 보컬들이 모여 있다 보니 뭔가 이상하다.
연말 무대 콜라보 같다고 할까.
단체 재능 낭비를 하는 듯한 풍경에 미소를 지었다.
“흐하하하! 우주 형 봐여! 스마트폰 앱으로 탬버린을 흔들고 있어여!”
“태, 탬버린의 신이다!”
“미친! 저거 내가 하면 등신인데!”
나도 나름대로 재능을 기부했다.
그렇게 우리랑 방방 뛰고 놀던 틴스피릿이 후련한 얼굴로 앉았다.
나름 쌓였던 앨범 스트레스를 날린 모양이었다.
“와, 근데 노래랑 안무 진짜 다 완벽하네. 좋긴 좋다….”
“1위 할 만하네.”
“낙화랑 어텐션 진짜 인정.”
농담으로 자기네는 주간차트 3위가 꿈이라고 하는 말에 웃고 있을 때.
“오? 커버 무대~”
TV에서 불꽃놀이의 커버 무대가 흘러 나왔다.
“와, 이거 숨은 명곡이지.”
“이거 내 플레이리스트에도 있는데~!”
처음에는 흥얼흥얼하며 노래를 같이 부르던 틴스피릿이 점차적으로 말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TV로 보는 것이지만 현장의 분위기가 느껴진다고 할까.
거기에 편집까지.
원래도 좋은 불꽃놀이에 신무록 PD님의 신들린 편집이 더해지니 더 좋게 들렸다.
슬쩍 인터넷 반응을 보니 댓글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었다.
-노래 개좋네ㅋㅋㅋㅋㅋㅋ
-끝나고 나면 뜰각
-노래 진짜 좋네요. 에이텐 멤버들 목소리에도 찰떡인듯
┕뉴블랙 목소리입니다만..
-청량청량하고 좋네,, 딱 요새 스타일인듯
-님들 근데 이거 14년도에 나온 노래입니다ㅋㅋㅋㅋ 시대를 몇 년 앞서서 나온 거임
“…….”
거친 숨소리들이 들려서 뒤를 돌아보니 여섯 명의 얼굴이 등 뒤에서 스마트폰을 같이 보고 있었다.
“아, 쓰읍….”
휘연이 관자놀이를 주물렀다.
“주간 3위도 글렀네….”
“우리가 언제부터 주간 차트 순위권에 있었어. 주간 1위도 딱 한 번 해봤는데 그냥 운명을 받아들입시다.”
“이거 그거 하겠네. 일방통행 반댓말.”
역주행.
우연한 계기로 순위권에 없던 곡들이 차트를 연어처럼 슝슝슝 거슬러 올라가는 일을 뜻하는 말이다.
벌써부터 불꽃놀이가 그런 역주행을 할 거라고 호들갑을 떠는 이들에게 우리가 손사래를 쳤다.
“아니, 잠깐 한 장면 나와서 반응 좋은 거 가지고 벌써부터 역주행을 얘기하는 건 좀….”
“전혀 그렇지 않아요, 행님.”
휘연이 고개를 저었다.
“저희가 조빱처럼 보여도 나름 5년차잖아요? 노래들이 뜨고 망하고 그런 걸 지켜봐 왔는데.”
“……?”
“이건 반드시 뜹니다. 레알루.”
다른 틴스피릿 멤버들이 그 어느 때보다 진지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선배는 선배라 그런 건가.
훗 하며 관록 있게 차트를 예측해 주는 모습에 내가 미소를 지었다.
“그렇구나…….”
“예.”
“그, 미안한데 일단 입에 고추장 묻은 것부터 좀….”
“아, 예.”
“지금 우러러 보려고 하는데 잘 안 되고 있거든.”
티슈를 건네받은 미소년들이 아기새가 부리를 닦듯이 슥슥 문지르고는 훗 하고 자세를 취했다.
우리가 선배님들 참으로 헌앙하시다! 하며 박수를 쳐줄 때.
“어?”
핸드폰을 보고 있던 리혁이가 눈을 휘둥그레 떴다.
“이, 이거 봐요!”
“뭔데?”
“실시간 차트에 진짜로 불꽃놀이가 떴어요!”
급상승한 순위로 실시간 차트에 들어간 ‘불꽃놀이’에 우리가 눈을 크게 떴다.
순위도 순위지만.
눈앞에 있는 선배 아이돌에게 감탄이 나왔다. 얘네는 이렇게 될 걸 어떻게 알고 있었지?
놀라서 고개를 돌릴 때.
“……?”
어딘가 포스 넘치는 표정을 짓고 있는 미소년들이 눈에 들어왔다.
휘연이 입을 열었다.
“미…….”
미미한 인간들아 나의 능력을 봤느냐, 그런 거일 줄 알았는데.
“미친!”
뒤이어 연후도 꽥 소리를 질렀다.
“대박! 그냥 질러본 건데 진짜로 됐어!”
“와, 이게 되네?”
“우리가 상상만 할 때 이 형들은 현실로 이루네.”
“여기 뭐야? 알고 보면 이 집이 마법의 집 아냐? 말하면 그냥 말하는 대로 이뤄지는 건가?”
지들도 잘 모르고 지른 거였구만.
짜게 식고 있을 때, 틴스피릿 멤버들이 입가에 손을 모으고 외쳤다.
“이번 정규 앨범 1위하게 해 주세요!”
“암표상 새끼들은 가정이 무너지고, 팬들은 티켓팅 성공하게 만들어 주세요!”
“엄마아빠 할아버지할머니 존나 오래 살게 해 주세요!”
마구 소원을 비는 이들을 보며 훈훈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곤….
“중현아.”
“네.”
“넌 또 왜 돈을 받고 있니….”
“저는 그냥 가만히 앉아있는데 얘네가 와서 주고 있어요.”
“나 같아도 그렇게 앉아 있으면 주겠다.”
소원을 비는 녀석들 앞에서 불상처럼 앉아 동전을 받는 중현이를 보며 뒷목을 주물렀다.
하여튼 내 주변에는 정상인이 없다니까.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해요?”
“내 눈빛 읽지 마라, 피라루쿠.”
* * *
불꽃놀이의 차트 재진입.
그날의 실시간 차트에서 이름을 드러냈던 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어……?”
방영 후 다음 날.
일요일에는 일간 차트 77위에 이름을 올리더니.
“어어어……?”
다다음 날인 월요일에는 일간 차트 17위에 이름을 올렸다.
“어어어?!”
그 다음 날에는 7위까지.
그야말로 거침없는 속도로 상승을 거듭했다.
-뉴블랙 ‘불꽃놀이’ 차트 역주행, “역주행도 뉴블랙스럽다!”
-다음 주 음악방송 1위 후보, ‘우주선 vs 선우주’ 3파전 보게 되나?
-업계인들이 말하는 뉴블랙 불꽃놀이 역주행, “예능으로 화제됐을 뿐.. 원래부터 뜰 곡”
매일같이 기사가 흘러나왔다.
대개 역주행이라 함은 그간 알려지지 않았던 곡이 조금씩, 조금씩 상승하는 그런 느낌인데.
우리의 경우에는 그냥 쭉쭉 올라 버렸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31.2%.”
“응…?”
석환 형이 말했다.
“아이돌 특집 7회차 말이야. 에이텐이 데뷔했던 그 회차가 31.2%가 시청률이 나왔다고.”
“…….”
“미스터 프로듀서에서도 09년도 이후 최고 시청률이라고 하더라.”
정신이 아득해지는 시청률이었다.
나 어렸을 때 보던 드라마, 예능에서도 높다고 생각한 시청률이 2016년도의 국민 예능에서 나왔다.
눈을 끔뻑이는 우리에게 TF팀장이 설명을 해 주었다.
“한두 달 동안 그렇게 빌드업을 했는데, 그 시청률이 안 나오는 게 이상하지. 최근에는 20프로 넘게 쭉 나왔는데.”
“아니, 그래도….”
“아마 이 이후로는 쭉 떨어지긴 할 거야. 데뷔를 하고 나면 관심이 식는 게 보통이니까.”
여러모로 운이 좋았다.
전 국민이 가장 큰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던 예능 회차에서 우리 데뷔곡이 나온 거니까.
그야말로 국민 예능의 경이로운 위력이었다.
매니저가 설명해주었다.
“아마 이대로면 아무리 못해도 4위나 3위 안에는 안착할 것 같은데.”
“그러면….”
“확실치는 않지만 기대해 봐도 좋을 것 같다. 잘하면 1위 후보 안에도 들어갈 것 같아. 추이가 엄청 좋기 때문에.”
우리가 눈을 크게 떴다.
“1위 후보….”
“와, 진짜 그게 될까여?”
머릿속으로 불꽃놀이로 1위를 하는 모습을 그려 보았지만 현실감이 없긴 했다.
아니, 솔직히 말해서 아예 현실감이 없었다.
미튜브 인기 영상에 불꽃놀이 뮤비와 무대 영상이 급상승하고, 망고 차트 순위권에 불꽃놀이가 있는데….
“으아아! 저 느낌 진짜 이상해여.”
“나도 그래. 이게 무슨 일이냐, 대체.”
비주가 말했다.
“진짜 현실감 없는 것 같아요. 1위 후보가 된다고 해도….”
“저도 그래여.”
“진짜 얼떨떨하네요.”
동생들도 지금 벌어지는 상황에 어리둥절해 있었다.
낙화냐 어텐션이냐, 그러고 있는데 갑자기 불꽃놀이가 나님 등장! 하듯이 등장했다.
큰 변수라고 할까.
다음 주의 음악방송 1위 후보가 어떤 식으로 구성될지 벌써부터 관심을 보이는 사람들도 많고.
하지만 당장 다음 주에 1위 후보가 정말 된다고 해도 실제로 1위를 할 확률은 극히 낮긴 했다.
“낙화랑 Attention이 너무 쎄네여….”
“…….”
“우리 노래가 이 정도로 강력한 줄은 몰랐어여.”
불꽃놀이가 1위가 되려면 아마 몇 주간 차트 최상위권에 남아 있어야 되지 않을까 싶었다.
정말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야 좋겠지만 뭐.
개인적으로는 지금 이대로도 몹시 만족스러웠다.
그간 주목 받지 못했던 데뷔 무대가 미튜브를 비롯해 여러 곳에서 뒤늦게 화제가 되고 있었으니까.
-노래 세련된 거 뭔 일이고..
-박규호 최대 업적 : 뉴블랙
-와ㅋㅋㅋㅋ 지금 보니까 이거 데뷔곡으로 자작곡 낸 거임??ㅋㅋㅋ 지금이야 그러려니 하는데 레몬 선구안 오졌네
-이런 선우주를 데려온 조규환 이사님 그저 빛
┕규호는?
┕몰라; 빗이나 가져가
-어떻게 이게 이제 와서 알고리즘 탔지..?
-당시 음방 뛰었던 1인인데 내 돌 말고 가장 기억에 남는 무대긴 했음
-미프 보고 왔는데 안무 뭔 일이야ㅋㅋㅋㅋㅋ 완전 다른 곡인데?
┕아조씨들 상처 받겠다 야ㅋㅋㅋ
-이때도 K팝의 미래는 밝았구나ㅠㅠㅠ 어두운 건 내 미래뿐이었고
-근데 지금 와서 이게 왜 1위 못하냐고 하는 거지, 당시 기준으로는 이 곡 때문에 뉴블랙이 초반부터 확 팬들 끌어모은건 맞음ㅇㅇ 중소신인이 이걸로 첫날 차트인을 했다니까
-왜 이때 뉴블랙 몰랐지ㅠ 이때 입덕했음 성골이 뭐야 걍 성덕대왕 됐을듯
2년 전 영상에 새로이 달리는 댓글들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고 할까.
기분이 묘하기도 하고.
당시 데뷔 활동을 하고 있던 과거의 나에게 이런 일이 벌어질 거라고 말해 주면 절대 안 믿었을걸.
“그래여, 민트규호님. 전 이때도 잘생겼어여.”
“김비주 미모에 취하다 길 잃음, 흐핫! 하트 눌러드려야지.”
“메보 성량 실화냐. 이때부터 단추의 조짐이… 누구야, 이거? 비추나 먹어라.”
“아이디에 수플레 들어갔는데여?”
“느아아아! 죄송합니다!”
동생들도 뒤늦은 칭찬 댓글 폭격에 핸드폰을 달고 살 정도였다.
“자자.”
내가 손뼉을 치며 주의를 환기했다.
“댓글이나 그런 건 나중에 보고. 일단은 주어진 일에 집중합시다.”
“네!”
“준비되면 리허설 한 번 또 가자.”
음방 활동을 마친 다음 주.
우리는 해외 투어를 시작했다.
첫 무대는 홍콩.
이틀에 걸쳐 2만 2천여 명을 동원할 만큼 규모가 컸는데, 공항에 입국할 때부터 엄청난 난리통을 겪었다.
“뉴블랙! 뉴-블랙!”
“와아아아아아아아!”
미스터 프로듀서의 여파는 비단 국내의 음원 차트에만 국한된 게 아니었다.
중화권과 동남아에서도 가장 인기가 높은 한류 예능답게 해외 팬들이 어마어마하게 불어난 게 느껴졌다.
어찌나 열기가 뜨거운지 우리가 이동할 때마다 경찰이 경호를 해야 할 정도였다.
언론 인터뷰를 비롯해 스케줄이 바빴지만, 한국에서 벌어지는 일에 대해서도 촉각을 세웠다.
-네, 에이텐의 Attention, 뉴블랙의 낙화! 이번 주 대망의 1위는…!
-축하드립니다! 뉴블랙!
안타깝게도 우리의 제자들은 음방 1위를 거머쥐지 못했다.
평소였다면 일반적인 음방 1위가 아니라 그야말로 압도적인 1위가 되어야 할 성적일 텐데.
하필이면 상대가 낙화였다.
경쟁자인 낙화가 음원 2위라 큰 차이가 없기도 하고.
큰 차이가 없는 음원 점수와 다르게 모든 면에서 우리가 훨씬 더 높기 때문이었다.
-2위 소감을 하라고요?
-네, 저희가 안타깝게도 1위는 거두지 못했지만 이 자리를 빌어 감사를 표하고자 합니다.
불참한 우리 대신에 에이텐이 2위 소감을 대신 해 주었다.
1위는 아니었지만 유쾌한 소감으로 화제가 됐다.
-저희 소속사인 PBS 방송국 오영문 사장님. Attention이란 곡을 써주신 우주선 작곡가님, 선우주 피디님, 김비주 피디님, 김중현 트레이너님, 서리혁 트레이너님. 어… 그리고.
-그리고 지호 씨.
모범주의 말에 뒤에 서 있는 가수들이 푸흡, 하며 웃음을 참거나 고개를 숙이는 장면이 흘러나왔다.
“그리고 지호 씨? 지호 씨?!”
“지호야~ 지호야~”
“아니 왜 저만 지호 씨인 건데여? 뭐야!”
남들 VIP 대접 받을 때 자기는 그냥 P 취급이라며 부들부들하는 막내의 모습에 우리가 웃음을 터뜨렸다.
-저희는 프로듀서님들한테 속았습니다.
-무조건 1등 시켜 주신다고 했거든요? 근데 그게 자기들 1등인 거예요…!
음악방송 엔딩을 미스터 프로듀서의 한 장면처럼 만들어 내는 예능인들의 드립에 웃는 한편.
홍콩에서의 1박 2일이 빠르게 지나갔다.
그리고.
그 동안 틈틈이 호텔방에서 작업을 마무리 지은 나는 마침내 메일을 전송했다.
“됐다…!”
수신자는 TJ 엔터테인먼트 A&R팀.
곧 솔로 데뷔를 앞두고 있는 누군가를 위해 만든 곡이 바로 그 내용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