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432화
TJ 엔터테인먼트 A&R팀.
직원들이 둘러앉아 있는 회의실에 TNT의 멤버 한태현과 매니저가 들어와 앉았다.
“신곡 들어왔다면서요?”
“응. 뉴블랙 우주 씨한테서 공모곡이 들어왔어.”
“드디어 왔네. 기다리다 목 빠지는 줄 알았어요.”
만족스럽게 웃던 한태현이 다리를 꼬았다.
“먼저 들어보셨을 것 같은데, 어때요?”
“음, 글쎄…. 네가 들어보는 게 나을 것 같은데.”
“……그래요?”
곡이 그냥저냥인가?
생각보다 덤덤한 반응을 보여 주는 직원들의 모습에 한태현이 고개를 갸웃할 때.
A&R팀 직원이 곡을 재생하면서 그가 자세를 바로 했다.
곧이어 우우우- 하는 올빼미 소리와 함께 풀벌레 소리가 들어간 오프닝이 들려왔다.
‘오……!’
음산한 시작.
고딕풍의 호러에서 볼 법한 느낌의 전주에 한태현의 눈에 이채가 떠올랐다.
마음에 쏙 드는 정도는 아니었지만, 분위기는 나름 괜찮다.
…고 생각할 때.
우르릉! 쾅쾅!
천둥번개 치는 소리에 그가 흠칫했다.
‘아, 깜짝아.’
표정은 여전히 생긋 웃고 있었지만, 듣고 있으면 불안해지는 소리에 눈가의 웃음기가 사라졌다.
‘뭐야. 이 불안한 오프닝은…?’
그리고 그게 시작이었다.
스릴러 영화에 나올 것 같은 BGM과 함께 음산한 목소리가 깔려 나오기 시작했다.
느아아아아~ (뚠뚠)
느아아아아~ (음머)
가이드 보컬이 서리혁과 김중현이었다.
대개 가이드 가사는 루삥빵빵 같이 외계어도 있다는 걸 감안해도 듣기에 안 좋았다.
공포영화를 절대 못 보는 누군가의 동공이 지진을 일으켰다.
‘내가 뭐 잘못한 거 있나? 혹시 곡 재촉했다고 엿 먹으라고 보낸 건 아니겠지…?’
어쩌면 선우주가 보낸 게 아닐 수도 있었다.
메일 주소를 보면 산우주일 수도.
온갖 생각이 스쳐 가는 동안에도 계속 흘러나오는 EDM 섞인 음산한 댄스 음악에 그가 몸서리를 쳤다.
‘아으…….’
싫어하는 소리들만 모인 느낌이었다.
그렇게 3분 30초가 지났을 때.
정적이 감돈 회의실에서 한태현이 벙찐 얼굴로 입을 멍하니 열려다가 멈췄다.
동공지진이 일어난 그의 얼굴을 감상하며 키득대는 직원들.
한태현이 눈을 슥 굴렸다.
“…….”
A&R팀이 앉아 있는 각도가 특이하다.
그의 얼굴이 바로 찍힐 수 있을 만한 각도를 살피자, 아니나 다를까. 숨겨진 카메라들이 눈에 들어왔다.
…회사에서 준비한 깜짝 카메라였다.
“아, 진짜.”
몸에 힘이 쭉 풀렸다.
헛웃음과 함께 그가 직원들을 타박했다.
“깜짝 놀랐잖아요.”
“흐하하하!”
“카메라는 또 언제 숨겨 뒀어요?”
웃음을 터뜨리는 직원들의 모습에 한태현이 으이구 했다.
“이런 거 할 거면 미리 말씀이나 좀 해 주시지. 나 연기 잘하는데.”
“느낌이 안 살잖아.”
짓궂게 웃는 회사 직원들의 모습에 그도 웃으며 물었다.
“그래서 방금 건 뭐예요?”
“이번에 우주 씨가 곡을 주기로 했잖아. 기왕이면 이걸로 홍보를 하고 싶어서… 곡 공모부터 녹음까지의 내용을 영상으로 올리기로 했어.”
“흐음.”
대강의 맥락이 읽혔다.
TJ 엔터는 한태현의 솔로 앨범을 홍보하고, 레몬 엔터는 업계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는 멤버를 출연시키면서 동시에 ‘TJ 엔터 방문기’ 같은 컨텐츠도 확보하고.
누가 세운 계획인지는 몰라도 곡을 주면서 뽑아낼 수 있는 모든 걸 뽑아내는 듯했다.
“아이디어 좋은데? 누구한테서 나온 거예요?”
“누구기는.”
A&R팀 직원들이 말했다.
“우주 씨가 세운 계획이지.”
“…….”
한 명이 메일 내용을 보여 주었다.
깜짝 카메라용으로 사용할 BGM의 내용.
‘태현 씨가 가장 두려워하는 소리들로 백그라운드를 채웠습니다’ 같은 문구가 적혀 있다.
그가 소리 없이 부들부들댔다.
‘하여튼…….’
당했다는 생각이 드는 한편.
안도의 한숨을 내쉰 한태현이 식은땀을 훔치고는, 이내 평소의 여유로운 얼굴로 돌아왔다.
“이거 보이세요? 긴장해서 땀까지 난 거?”
직원들이 웃었다.
“저 숨넘어가기 전에 원곡 좀 들려주세요.”
“잠시만.”
곧이어 진짜 곡이 흘러나왔다.
잔잔한 전주.
방금 것과는 아예 차원이 다른 좋은 노래에 한태현의 눈에 즐거움이 가득 찼다.
‘그래, 이거지!’
좋은 노래를 들으면 늘상 나오는 버릇대로 손가락으로 테이블을 톡톡 두드리기 시작했다.
우주의 목소리가 가이드 가사를 읊었다.
군대 다녀왔더니
몸이 옛날 같지 않아-
너는 언제 가냐
부드럽게 시작한 노래는 얼마 안 가 빠르게 고조되었다.
에너지가 가득 담긴 노래.
후렴구에 이르러 뻐렁차게 울려 퍼지는 음악에 그가 미소를 지으며 직원들을 바라보았다.
그들도 공감하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한태현이 미소를 지었다.
‘이거 완전 내 노래인데…?’
음악의 장르와 호오를 떠나 그에게 딱 맞는 맞춤옷 같은 곡이었다.
자신을 잘 표현해 낸 곡.
벌써부터 이걸 어떤 식으로 무대를 꾸며 보여 줄지 생각하며 들뜨는 TNT의 메인댄서였다.
“와…….”
노래가 끝나고 그가 비명 같은 탄성을 질렀다.
“너무 좋은데요?”
“그치? 우리도 깜짝 놀랐다니까. 그 스케줄에 이 정도 퀄리티로 곡을 써 줄 줄은….”
“제가 말했잖아요. 타이틀 위험할 수도 있다고.”
“오글거려서 천재 같은 말 안 좋아하는데, 이 친구는 진짜 천재는 천재인 것 같더라.”
한태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곤 직원들에게 의견을 물었다.
“이 곡도 무대 준비해야 될 것 같죠?”
“그럼 좋긴 하지.”
선우주가 약속한 대로 보내 준 곡은 메인 타이틀로 쓸 곡이 아니었다.
솔로 가수 특성상 타이틀이 되려면 빡센 춤이 들어가는 댄스 음악이어야 하는데.
이 곡은 춤이 들어갈 여지는 넣어두었지만, 전반적으로 보컬 색이 강한 곡이었다.
‘어떤 의미로 보면 더 좋기도 하지.’
반대로 말하자면 퍼포먼스를 봐도 좋고, 그냥 노래로 들어도 좋은 곡이었다.
한태현이 말했다.
“더블 타이틀로 가도 될 것 같아요. 반응 괜찮으면 후속곡으로 한두 주 활동해도 좋을 것 같고.”
“안 그래도 우리도 그쪽으로 생각 중이야. 근데….”
“문제 있나요?”
“준비할 수 있겠니? 타이틀곡 안무랑 이것까지 같이 준비하면 많이 힘들 텐데….”
“그건 걱정 마세요. 하면 되니까.”
잠을 새우잠 수준으로 줄여야 하는 상황이었지만 가수의 얼굴에선 웃음이 떠나가질 않았다.
A&R팀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럼 우리끼리 의논할 건 다 된 것 같고, 회장님께 기안 올리는 걸로 할게.”
“부탁드릴게요~”
살갑게 웃던 그가 자리에서 일어나 기지개를 켰다.
그러곤 회의실을 나서기 전에 걸음을 멈췄다. 들떠서 확인조차 하지 않은 게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참. 노래 제목은 뭐예요?”
“Survivor.”
“서바이버….”
한국어로 생존자, 혹은 살아남은 자 정도의 의미였다.
한태현이 생긋 웃으며 답했다.
“제목도 좋네요.”
* * *
TJ 엔터 사옥 최상층.
화려한 골동품이 가득한 집무실에서 풍채 좋은 중년인이 턱을 쓰다듬었다.
“흐으으음…….”
박태준 회장이 침음성을 흘렸다.
TJ 엔터테인먼트의 CEO이자 연예계에서 이름 높은 마이더스의 손.
그런 그에게 요즘 고민이 있었다.
“도무지 알 수가 없구만.”
A&R팀에서 올린 한태현의 솔로 앨범 기획안을 승인하는 한편.
-꺄하하핫!
-꺄륵!
TV에 나오는 뉴블랙 멤버들을 보며 눈매를 좁히는 TJ 엔터의 대표이사였다.
‘내가 뭘 놓친 거지?’
TJ 엔터를 국내 최대의 연예기획사로 만든 그에게는 누구보다 뛰어난 감각이 하나 있었다.
바로 돈 냄새를 맡는 감각.
아이돌을 기획하거나 어떠한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특유의 직감이 있었다.
어느 쪽이 더 많은 돈이 들어올지.
‘이건 된다. 이건 안 된다, 하는 게 있는데….’
그런 면에서 6년 전에 있었던 일은 꽤 합리적이었다.
선우주가 들어간 데뷔조와 백승제가 들어간 데뷔조를 비교했을 때, 후자가 더 돈 냄새가 났다.
실제로 그의 예감은 적중했다.
TNT는 데뷔 후 초대박을 치면서 아시아 최고의 아이돌로 자리매김했으니까.
선우주를 넣고 데뷔시켰다면 그때처럼 압도적인 퍼포먼스로 이슈가 되긴 힘들었을 터였다.
‘그런데…….’
TV 화면으로 영상을 재생했다.
작년도 KMA의 Nine 무대 영상.
댄스 브레이크에서 누구보다 화려하게 춤을 추는 선우주를 보고 있자니 혼선이 온다.
‘어떻게 된 거지?’
이게 말이 되는 건가 싶으면서도 눈앞에서 춤은 또 잘 추고 있고.
자신이 혹여 잘못 판단한 것인지 의심이 든 그가 컴퓨터를 켰다.
‘다시 봐야겠군.’
이윽고 [선우주_오디션]이라는 영상 파일을 클릭했다.
-에쿠!
앳된 얼굴의 초등학생이 문틈에 발이 끼어 데굴데굴 굴러온다.
심사위원들이 웃음바다가 된 가운데, 씩씩하게 일어난 선우주가 마치 퍼포먼스였다는 듯 손짓했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군산초등학교에서 온 선우주입니다!
-어머, 귀여워.
누군가 무의식적으로 내뱉은 목소리가 오디오에 잡혔다.
그게 이해가 될 만큼,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광채가 흘러나오는 초등학생이었다.
당시 심사위원들도 ‘일단 합격’이라는 전제 하에 질문을 던졌다.
-자기소개를 랩으로 준비했습니다!
-오.
-Yo 나는 군산초에서 왔지, 작지만 꿈을 품고 왔지! 작은 고추 매워 매워 무시하다간 큰일 나! 난 무대 위의 리틀 할라피뇨!
당사자는 패기 넘치게 랩을 하는데, 심사위원들은 웃음바다였다.
-저 우주 군.
-네!
-지금 발음이라든가 랩핑을 하는 실력이 예사롭지 않긴 한데… 그 가사는 웬만하면 남이 써주는 게…….
-죄송합니다!
90도로 머리를 박는 초등학생의 모습에 웃음이 나오는 것도 잠시.
-춤을 볼 수 있을까요?
-네!
춤이 시작되면서 댄스 트레이너가 숨넘어가는 소리가 과거의 영상에서 흘러나왔다.
박태준 회장도 차마 끝까지 보지 못하고 껐다.
어지간하면 눈 하나 깜빡 안 하는 그도 참기 힘든 수치스러움을 대리로 느끼고 있었다.
그렇게 월말평가 영상들을 하나하나 둘러본 후,
“흐으으으으음……!”
이번에는 TV로 낙화의 음방 무대를 본 박태준 회장이 머리를 감싸 쥐었다.
‘이럴 리가 없는데….’
하지만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끙끙 앓던 중년인의 귓가에 목소리가 맴돌았다.
얼마 전에 KM 엔터의 대표와 술잔을 기울이며 나눴던 대화였다.
-형님도 그런 애를 방출할 거였으면 차라리 저한테 넘겨주시지.
-끄응.
-중소신인이 데뷔 다음 해에 400억 가까이 벌어 왔답니다. 올해는 얼마나 벌어 오겠어요? 거기 대표 얼굴이 갈수록 반들반들해지는데 부럽더라고~
-아니, 걔가 옛날엔 춤이….
-춤이 문제입니까? 그 정도 작곡 실력이면 무대에서 토템으로라도 세워야지.
틀린 말이 아니었다.
지금 상황을 보면 춤은 아무것도 아니다.
박태준 회장은 ATEN을 프로듀싱하던 선우주의 모습을 떠올렸다.
‘그 정도인 줄 알았으면 무대에 불상처럼 앉혀 놓기라도 했을 텐데.’
그의 실수는 TNT란 그룹을 런칭할 때 너무 퍼포먼스만 신경 썼다는 거였다.
하지만 그도 할 말은 있었다.
‘아니, 얼굴이 그렇게 생겼는데…!’
얼굴이 이미 천재인데, 음악 천재가 될 재능이 그 안에 담겨져 있다고 누가 생각할까.
오히려 잘생긴 얼굴 때문에 판단을 제대로 못한 케이스였다.
하지만 경우가 어쨌건, 지금 그가 놓친 연습생이 이젠 업계 최고의 작곡가가 되어 있었다.
‘남겨뒀더라면….’
생각을 달리 해서 차라리 싱어송 라이터로 데뷔시켰으면 어땠을까.
아마 지금쯤 TJ 사옥을 하나 더 세웠을 것이다.
무엇보다 TJ 엔터에서 선우주가 프로듀싱한 가수가 지금쯤 가요계를 모조리 휩쓸었을 것이고.
“으으으으…….”
그랬기에 배가 아파 왔다.
여태까지 그가 놓쳤던 원석 중에 최고 등급의 매물이었으니까.
그의 눈앞으로 포털 뉴스 댓글들이 지나갔다.
-박태준 요즘 감 떨어진듯ㅋㅋㅋㅋ
-할배 주식 놀이 좀 그만하고 회사나 신경써
-이 집 보석 잘 파네~ 그냥 박태준 보석샵으로 개명하지 그러냐ㅋㅋㅋ
-사무실에 골동품들도 사기당하고 샀을듯
-레몬 : 퍼가요~♡
-보석이 6년간 집 한가운데 굴러다니고 있는데 그것도 못 보고 있었쥬? 엌ㅋㅋㅋ
“……끄응.”
괜스레 위장약을 찾는 박태준 회장이었다.
* * *
간질간질.
“누가 내 욕이라도 하고 있나?”
“왜 그래요?”
“아니, 귀가 자꾸만 간질간질해서.”
간지러운 귀를 슥슥 문지르고 있을 때.
지호가 댓글을 읽어 주었다.
“반대편 귓가도 긁어 주세요, 오빠. 저 한쪽만 그러는 거 보면 너무 신경 쓰여요, 라네요.”
“그래요?”
내가 한쪽 눈으로 윙크를 찡긋 날렸다.
“흐하하핫!”
성난 수플레가 댓글창에서 부들부들하는 가운데, 우리가 댓글을 하나하나 읽어 주었다.
“네, 2주년에.”
“뉴블랙의 가장 큰….”
“오징어 프린세스 무엇인가?”
댓글을 하나하나 읽으려고 해도 너무나 속도가 빨라서 읽기가 힘들었다.
중현이 정도만 동체시력으로 ‘오’ 하고는 ‘까먹었어요’ 할 뿐.
“네, 저희의 2주년을 축하해 주신 모든 여러분! 정말로 감사하단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오늘은 6월 19일.
우리가 데뷔한 지 2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숙소에서 삼계탕 먹방을 하며 Y앱으로 소통을 하고 있는 우리의 뒤로 각계 각지에서 보내 준 축전이 걸려 있었다.
-왜 우주를 검색하면 우주 씨가 더 먼저 나오는 걸까요..? 왜? 어째서..? by 분노한 천문학 동아리
-중현 군, 당신이 K농사의 희망입니다 by 영농인조합
-리혁 씨 단추 필요하면 연락해요 ~.~ by 재단사 모임
-2주년을 축하하며 가짜도 진짜가 되는 세상을 꿈꿉니다 by 짭플레
2주년 축하와 함께 적혀 있는 문구들을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비주가 웃으며 말했다.
“와. 근데 진짜 신기해요. 데뷔하고 2년밖에 안 됐는데… 체감으론 10년 지난 것 같고.”
“그만큼 뭐가 많았잖아여.”
우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의미로 2주년을 기념해 무슨 위키에 있다는 우리 사건/흑역사 문서를 볼까 했는데.
항목별로 있다는 말에 용기가 나지 않아 포기했다.
그 대신 팬들과 그간 있었던 일들을 이야기하며 삼계탕을 후루루룩 먹었다.
그리고 원석이 형으로부터 좋은 소식도 들었다.
“네, 그리고… 말씀드린 이 시간에 저희의 불꽃놀이가~!”
“실시간 1위가 되었다고 합니다!”
“박수!”
“와아아아아아아!”
잠깐 실시간 1위가 된 것이긴 했지만, 역주행을 한 불꽃놀이가 1위가 됐다는 소식에 함께 기뻐했다.
“차트 진짜 예쁘다….”
불꽃놀이를 시작으로 Attention, 낙화 순으로 되어 있는 차트를 열심히 캡처했다.
불꽃놀이는 현재 일간차트 3위에 머무르고 있다.
쭉쭉 올라왔다가 3위에 안정적으로 정체되어 있다고 할까.
1위와 2위의 벽을 아직 뚫지는 못하고 있지만, 대중들이 계속 들으면서 3위에 고정되어 있었다.
수플레들이 열심히 ‘불꽃놀이 1위 만들어 볼래!’ 하고 스트리밍을 하고 있었지만…….
“정말 많은 분들이 들어 주고 계시네요.”
우리 노래는 팬들의 힘으로도 어찌하기 힘든 만큼 대중들이 엄청나게 많이 듣고 있었다.
‘뉴블랙 특 : 대중이 스밍함’ 이란 댓글을 보며 웃었다.
“정말 감사한 일 같아요. 이렇게 나온 지 2년이나 된 노래에 이 정도로 관심을 보여 주신다는 게.”
“진짜 대단한 일이죠.”
멘트 하나 칠 때마다 기사가 하나씩 올라오는 터라, 불꽃놀이의 역주행에 대해선 원론적으로 반응했다.
실제로는 어떤 반응이냐면….
“Yeah!”
“불꽃놀이~ 실시간 1위~!”
“얘들아아아아아아-!”
“우주 혀어어엉!”
“너무 기쁘다, 진짜. 중현아! 축하의 요들송을 부르자!”
“욜롤롤로- 욜롤로롤로-”
Y앱이 꺼졌는지 확인하고 나서는 다 같이 얼싸안으며 실시간 1위를 축하했다.
아랫집에서 ‘또 고기 먹으세요?’ 하는 톡을 보낼 만큼 격한 축하였다.
“행복하다. 행복해….”
“제가 여태까지 살아온 19년 인생 중에서 젤 신나는 기간이에여.”
다들 싱글벙글했다.
우리만 그런 게 아니라 수플레들도 축제 분위기였다.
그리고, 그런 축제 분위기를 한껏 높이기 위해 데뷔 2주년 기념 컨텐츠 대방출을 시도했다.
미공개 영상을 비롯해서 미리 준비해 뒀던 컨텐츠가 업로드되는 모습에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그렇게 2주년 축하를 하는 한편.
“둘셋! 안녕하세요, 뉴블랙입니다!”
불꽃놀이의 역주행으로 들어온 추가 스케줄을 소화했다.
기자들과 인터뷰를 하기도 하고, 라디오에 나가 불꽃놀이를 짧게 부르고 오기도 하고.
“반가워! 우리 뉴블랙!”
“안녕하세요.”
미스터 프로듀서의 자문이자 국내 최고로 불리는 한아윤 안무가의 스튜디오에 방문해서 몇 가지 안무 영상을 촬영하기도 했다.
그야말로 정신없이 바쁜 스케줄이었다.
한태현 [곧 봅시다]
한태현 [님 올 때까지 숨 참고 있겠음]
나 [너 오래 살 생각이 없구나]
TJ 엔터도 그쪽에서 녹음 준비가 되는 대로 방문하기로 했다.
아마 돌아오는 주에 있을 뉴욕 스케줄을 끝마치고 난 다음이지 않을까 싶었다.
그러고 보니 거기서도 할 일이 많네.
노스탤지어의 앨범 녹음도 해야 되고.
저번에 파리에서의 공연과 마찬가지로 K팝을 알리는 행사로 기획된 뉴욕 K팝 콘서트가 있다.
“자! 다시 한번 맞춰볼게요!”
“네!”
“원, 투, 쓰리….”
메인 댄서의 주도하에 퍼포먼스를 준비하는 가운데.
한창 연습에 매진하고 있던 우리는 아랫집 미소년들에게 이제 곧 컴백한다는 소식을 전해 받았다.
휘연 [아시죠?]
휘연 [구매하고 인증 부탁드림다]
저번에 자기네들이 낙화 앨범을 사고 인증했으니 우리도 인증해 달라는 부탁이었다.
“이건 당연히 사 줘야지.”
“몇 개 살까요, 형?”
“걔네도 우리 거 하나씩 샀으니까. 우리도 사람 수대로 하나씩 사자.”
흔쾌히 웃으며 동료 보이그룹의 부탁을 들어주었다.
* * *
틴스피릿의 팬들은 행복했다.
들려오는 소식들 때문이었다.
[틴스피릿이 컴백했다…!]
[틴스피릿은 졸라 짱셌다…!]
[틴스피릿이 크와앙 울으니 가요계가 요동친다…!]
물론, 음원 차트는 뉴블랙이 꽉 잡고 있었지만 그건 애초에 논외였다.
대중성 좋기로 유명하고 현재 원탑 걸그룹으로 등극한 세레니티가 컴백해도 이길 수 없는 게 현재 차트니까.
하지만 현재 대한민국에서 단일 팬덤으로 가장 큰 그룹답게 들려오는 성적들이 예사롭지 않았다.
‘대박….’
커리어하이를 찍을 게 분명한 성적들.
다른 건 몰라도 앨범 판매량만큼은 압도적인 역대 1위가 될 거란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대박!’
초동 첫날부터 역대급 판매량을 올렸다는 소식을 접했다.
-미친!! 14만장..??
-14만장이래 와 미친 대박ㅋㅋㅋㅋ
-이것만으로도 역대 초동 10위권에 드는 거 아님??
-와 쩐다ㅋㅋㅋㅋ
-뉴블랙도 이 정도 아니었나? 와 ㄹㅇ 천상계네
-이 정도면 역대 첫날 수치 중에 1위인가?
아니었다.
[틴스피릿 정규 3집, 초동 첫날 ‘14만 장’, 역대 2위]
틴스피릿 팬들이 클릭했다.
‘아닌데? 1위일 텐데?’
그런 그들의 앞에 1위인 뉴블랙과 2위인 틴스피릿의 초동 판매량 차이가 나타났다.
바로 1장이었다.
-1장?????
-1장 차이로 지금 2위 된 거야???
-아 이거 뭐야?
-아니 ㅆ 나 이거 뭔지 알 것 같다
이내 팬들의 머릿속에 뭔가 스쳐 지나갔다.
사이좋게 서로의 앨범을 구매했다며 인증한 6인조와 5인조.
그리고 6 빼기 5는 1.
“…….”
틴스피릿 팬들의 마음에 비가 내렸다.
어차피 마지막 날까지 치면 틴스피릿이 훨씬 더 나올 거란 예측이 있긴 했지만….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였다.
아이돌 커뮤니티에 [지금 틴스피릿 초동 첫날이 역대 2위인 이유] 같은 글이 올라왔다.
-ㅋㅋㅋㅋㅋ 훈훈하다 진짜
-왤케 웃기냐ㅋㅋㅋㅋ 팬들한텐 좀 미안한데 너무 웃기긴 함ㅋㅋㅋㅋㅋ
-요약) 6인조 - 5인조 = 1장 차이
-진짜 뉴블랙이랑 엮이면 다 밈처럼 느껴지는 듯
-틴스피릿 진짜 귀엽다ㅋㅋㅋㅋㅋㅋㅋ
-친목이 불러온 나비효과ㅋㅋㅋㅋ
-틴스 그 동안 방송이랑 이미지 다를 거 같아서 좀 그랬는데ㅋㅋㅋ 이거 보고 급호감
‘ㅋㅋㅋㅋㅋ’가 터지는 댓글 속에서 틴스피릿 팬들의 속도 터졌다.
-으아아아아 ㅅㅂ 정병왔다
-얘들아..!!!!ㅠㅠㅠㅠㅠㅠ
-아니 사려면 사이 좋게 1장씩 그냥 사라고 왜 인원수대로 사는 아몽라모퓸몯ㅇㅎㄹㅁ
-다음에 너넨 두 장씩 사라 진짜
틴스피릿의 팬들이 괴성을 지르며 미친 듯이 앨범을 구매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왠지 좀 미안한 것 같기도….’
그 모습을 멀쩍이서 지켜보며 멋쩍게 배를 긁적이는 수플레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