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436화
음악방송이 끝난 후.
워낙에 임팩트가 컸던 장면인 만큼, K넷 음방의 캡처짤이 인터넷에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뉴블랙 잘나가는 것도 얼마 안 남은 듯]
(낙화, Attention, 불꽃놀이가 차례대로 1위 후보로 떠올라 있고, 가수들이 놀란 표정으로 보는 사진.jpg)
2년 전에 데뷔한 역주행 신인이랑 이제 막 데뷔한 아재그룹한테 바짝 쫓기는 중ㄷㄷㄷ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씨
-어그로 새낀줄 알고 처단하러 왔는데 편-안
-[속보] 뉴블랙, 본인들에게 패배한 것으로 알려져 충격..
-뉴블랙 최대 장애물 : 본인들
-ㅋㅋㅋㅋㅋ불꽃놀이 저거 요즘 역주행했다고 하는 노래 아님?? 근데도 1위를 못하네 와
-1위 라인업 실화냐
-뉴블랙 vs (신인) 뉴블랙 vs (뉴블랙이 제작한) 아재그룹
-가수들 표정 개웃기네ㅋㅋㅋㅋ ‘지금 내가 뭘 보고 있는거지..?’
-작년에 이런 비슷한 짤 하나 본 것 같은데 새로운 버전으로 업데이트됐네ㅋㅋㅋㅋㅋ
-누가 이기든 우주선의 지갑은 풍족해진다
그렇게 네티즌들 사이에서 드립이 오가고 있을 때.
-근데 뉴블랙 어디 감? 저기에는 안 나와있는 것 같은데
-미국 갔음 ㅇㅇ
-예능 찍으러 갔나 보네..
-미국 햄버거 직접 먹어보았습니다 이런 거 이제 올라올듯
-이번에는 간만에 추격전 컨텐츠 한 번 찍어줬음 좋겠다ㅋㅋㅋ 피라루쿠 잡힐 때마다 개꿀잼임
뉴블랙이 뉴욕에서 만났던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공연 때문이라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 * *
“Wow…….”
맨해튼 첼시의 팝업 스토어를 방문한 미국의 수플레들은 입을 떡하니 벌렸다.
마치 쿠키로 만든 왕국에 온 것 같은 기분이었다.
아늑한 우드톤의 인테리어와 함께 초콜릿 향이 솔솔 흘러나오고, 어디선가 증기기관차가 뿌뿌- 하는 소리도 들린다.
[뉴블랙 월드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로비에 걸린 현수막이 그들을 맞이했다.
널찍한 매장 한가운데 성 같은 모형이 있고, 거기에 모형 기차가 뿌뿌 돌아다니고 있다.
거기에 앙증맞은 뉴블랙 멤버들의 미니어처가 세워져 있었다.
‘$’가 붙은 가격표와 함께.
‘일단 산다.’
속 보이는 상술이었지만 무조건 넘어갈 수밖에 없는 귀여운 미니미였다.
입장하는 사람마다 반사적으로 뉴블랙 멤버들의 모형 박스를 옆구리에 끼고 들어갈 때.
갈색 덩어리가 불쑥 등장했다.
“콜록!”
놀라서 사레가 들린 사람들의 앞에 알바생들이 등장했다.
머리에 ‘N’과 ‘S’라고 적힌 더듬이가 달린 요정 머리띠를 쓴 한국인 유학생들이 그들을 안내했다.
“어서 오세요! 수플레 공주님!”
“푸흡-!”
“뉴블랙 월드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발랄한 미소와 함께 부담스러운 멘트들이 이어졌다.
어지간하면 부끄러움을 잘 느끼지 않는 미국인들도 얼굴을 붉히거나 민망한 웃음을 터뜨렸다.
‘……이건 뭐지?’
난생 처음 보는 팝업 스토어에 웃음이 나왔다.
마치 뉴블랙 왕국을 방문한 손님들을 대하듯 종이로 만든 왕관을 건네주며 환영하는 알바생들이었다.
어린이들이 좋아할 것 같은 놀이공원 컨셉이라고 할까.
‘뭐야. 이 유치한 컨셉은…?’
흥 하며 종이 왕관을 눌러쓰고 걷는 수플레들이었다.
그렇게 하나둘 입장을 하는 동안, 몇몇 팬들이 알바생들의 머리띠를 가리키며 물었다.
“이건 뭔가요? N극과 S극인가요?”
“뉴블랙의 N과 수플레의 S를 뜻하는 머리띠랍니다!”
“아하.”
저건 안 사야지.
레몬 엔터의 대표가 직접 디자인에 참여한 일회용 머리띠가 외면받고 있을 때.
“워…….”
매장으로 들어온 수플레들은 눈을 휘둥그레 떴다.
‘대박이다-!’
그야말로 팬들을 위한 공간이었다.
뉴블랙과 함께 사진을 찍는 것처럼 나오는 포토존도 있고.
멤버들의 친필 사인과 기념품도 전시되어 있고, 경품이 걸린 미니 게임을 할 수 있는 공간도 있었다.
무엇보다 그간 사고 싶었던 굿즈들이 가득했다.
팝업 스토어를 하나하나 둘러보는 팬들의 얼굴에 기쁨 가득한 미소가 감돌았다.
“나 어렸을 때 장난감 가게에 오면 이런 기분이었는데.”
“여긴 천국이야….”
“이거 봐! 흑염소 티셔츠도 있어!”
“우와! 이거 진짜 사고 싶었는데…!”
중현의 얼굴과 흑염소의 얼굴이 서로 다른 방향을 바라보고 있는 흑백 티셔츠였다.
‘The New Black’하는 문구까지 그래피티로 되어 있어서, 언뜻 보면 디트로이트의 래퍼 같은 느낌이었다.
일명 흑염소 티셔츠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을 때.
매장의 BGM이 바뀔 때마다 떼창이 커졌다가 잦아들기를 반복했다.
“Nine nine nine~!”
“‘네게~’ 음흠흠~”
영어 가사가 나오면 열심히 따라 부르다가 한국어 가사가 나오면 얼버무리는 미국 팬들이었다.
같은 가수를 좋아하기 때문일까.
팝업 스토어 내부에서도 사람들끼리 대화를 나누며 축제 분위기를 즐기는 가운데.
[뉴블랙과 함께 Nine의 안무를 춰 보세요~!]
화면 속 뉴블랙을 따라해 Nine의 후렴 안무를 추는 코너도 굉장한 인기를 끌었다.
“이걸 찍으면 뉴블랙 컨텐츠에 출연할 수 있다는데?”
“진짜로?”
나중에 뉴블랙의 영상에 얼굴을 비출 수도 있다는 소식에 열성적으로 참여하는 팬들이었다.
그렇게 팬들이 팝업 스토어를 즐기는 동안.
“흐으음…….”
곳곳에 자리 잡고 있는 뉴블랙 TF팀이 현장 돌아가는 상황을 살폈다.
1인당 굿즈 구매 가능 수량을 제한했는데도, 벌써부터 물량이 부족할 것 같다는 예측이 돌아오는 상황이었다.
스탭들이 바쁘게 움직이는 가운데.
‘확실히 내 생각 이상이야.’
굿즈가 판매되는 속도를 살피던 TF 팀장 윤석환이 잠시 팝업 스토어 밖으로 걸어 나갔다.
……입장을 계속 시키는 데도 수백 명이 줄을 서 있다.
아까 NYPD 순찰차가 멈춰 서서 무엇을 하는지 확인을 했을 만큼 주변이 북적거렸다.
그걸 보며 혀를 내두르고 있을 때, 대기하던 미국 팬들이 그를 보고 손가락질을 했다.
「수, 수학 귀신이다!」
「악마 팀장!」
「저 사람 그 사람 맞지? 우주가 악당이라 부르는!」
왜 미국인들이 그의 별명까지 알고 있는 것인지 미스터리긴 했지만….
그만큼 열기가 뜨겁다는 뜻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근처에서 비서처럼 서 있던 서민기가 말했다.
“그래도 팀장님은 양반이신 거예요.”
“왜?”
“오! 아 유 리사조아? 이거 한 번 당해보세요. 정신이 혼미해지고, 멤버들한테 복수하고 싶고.”
“수학귀신이 낫네.”
“그나저나 참 별일이죠? 저 사람들이 우리 얼굴까지 알고.”
“진짜 별일이지.”
그러곤 다시 매장으로 돌아온 윤석환이 주변을 둘러보았다.
웃고 있는 얼굴들.
간간이 들려오는 떼창 소리.
불티나게 팔려 나가는 굿즈.
그 모든 추이가 예리하게 데이터로 들어왔다.
‘새로운 시장으로 봐도 되겠어.’
TF팀의 팀장으로 그가 가장 하고 있는 고민이 바로 해외 시장 개척이었다.
국내에서는 정상에 올라 틴스피릿과 라이벌 구도를 이루는 중이고.
일본을 비롯해 아시아 시장을 적극 개척하고 있고 잘 되고 있지만, 가장 큰 시장 중 하나인 중국과 일본이 문제였다.
거의 정부 차원에서 견제가 들어오는 상황.
그런 까닭에 제3의 시장을 늘 찾고 있던 터였는데 오늘 팝업 스토어를 통해 그는 약간의 힌트를 얻은 기분이었다.
‘어쩌면 이쪽을 개척하는 것도 방법일 수도….’
1인당 구매력이 높고, 팬덤도 그 규모를 빠르게 불려 나가면서도 튼튼하게 형성되어 있다.
미튜브의 데이터를 비롯해 빌보드 차트 등을 보며 어느 정도 짐작하고 있던 사실이긴 했지만.
이렇게 눈으로 직접 봐야 확신이 드는 게 이 바닥 일이었다.
‘내년 해외 투어 일정을… 아니다.’
자세한 전략에 대한 판단은 유보하기로 했다.
어차피 무슨 계획을 세우든, 뉴블랙의 앨범이 나올 때마다 바뀌기 때문이었다.
꺄하하핫! 하며 새로운 성적을 올릴 때마다 회사 전략이 수정됐다.
윤석환이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은 조짐만 확인하자.’
휴화산 밑에 용암이 부글부글 끓고 있듯이, 현지의 뜨거운 분위기를 살피는 것만 하기로 결정했다.
그렇게 마음을 먹은 후.
“민기야.”
“네?”
“현지 에이전시와 잠시 미팅할 일이 있어서 나 좀 다녀올게.”
“티, 팀장님! 지금 물량 떨어지고 있는데요?”
“민기야. 잔뜩 화가 난 고객들을 대하는 경험도 해 봐야 성장할 수 있는 거야. 너도 언젠가 실장 달아야지.”
“티, 팀장님…!”
“이따 보자.”
손을 흔들며 빠르게 매장을 탈출하는 TF 팀장이었다.
* * *
“괘, 괜찮아요. 형?”
“…….”
“민기 형, 원석이 형! 괜찮아여? 얼굴이 진짜로 반쪽이 됐어여!”
“허으어…….”
매니저들이 허우적댔다.
대체 팝업 스토어에서 무슨 일이 생긴 건지는 모르겠지만, 무시무시한 일이 벌어졌다는 건 확실했다.
“너희 팬들 너무 무서워…….”
오들오들 떠는 매니저 형에게 우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저희도 가끔 그럴 때가 있어요.”
“그래서 저희가 잘하잖아여.”
“수플레 특징 : 뉴블랙보다 강함.”
우리의 농담에 희미하게 웃던 매니저들이 말했다.
“진짜 너희가 거기 서 있어 봐야 돼. 밖에서 기다리는 사람들한테 Sold Out 어쩌구 하는데. 분위기가 순간적으로 싸아아…….”
“군대 생각나더라. 유격 때 PT 8번하다가 마지막 구호 외쳤을 때가 떠오르더라고.”
원석이 형의 말에 내가 몸서리 쳤다.
진짜 어떤 분위기인지 알 것 같았으니까.
“유격이 뭔데 그래여?”
“조금만 기다리면 알게 될 거야. 나라에서 옷도 입혀 주고, 밥도 주고 그럴 거니까.”
“으으, 뭔지는 모르겠지만 겁주지 마여. 무섭다구여.”
깔깔 웃으며 동생들을 겁주고 있을 때.
군대 생각을 해서 그런 걸까.
세상에서 가장 떠올리고 싶지 않은 인물의 목소리가 머릿속에 메아리쳤다.
-병장님, 저 실수로 엑셀 파일 지웠는데 어떡할까요?
가슴 깊이 솟아오르는 울화를 누르며 마음을 정돈했다.
이제 공연 앞두고 있는데 그런 마구니를 떠올리면서 머릿속을 더럽힐 순 없었다.
오늘은 뉴욕의 마지막 일정인 K팝 콘서트 당일.
「안녕하세요! 뉴욕!」
이번 달 초에 있었던 파리 콘서트와 비슷했다.
공연을 하기 전에 한국 문화 체험 행사를 하는 곳을 방문해 미니 팬미팅을 하고.
포토월에서 사진도 한 장씩 찍고.
그렇게 마무리하고는 대기실에서 다른 가수들의 공연을 감상하며 몸을 풀었다.
비주가 걱정스럽다는 듯 물었다.
“형, 혀는 괜찮아요? 혀 한 번 씹으면 그 다음부터 계속 씹게 되잖아요.”
“전혀 문제없어.”
“진짜 괜찮은 거 맞긴 해요?”
리혁이가 나를 요리조리 살폈다.
“그래도 문제 있으면 바로 말해요. 무대 하다가 또 어그그긁 하면서 피 토하지 말고.”
“괜찮다니까. 혀 보여 줄까?”
“아, 진짜! 왜 그래요? 눈 버렸어!”
“혐짤 자제해여! 형!”
“…….”
혀 한 번 쏙 내밀었다가 온갖 막말을 들었다.
눈을 슬쩍 흘기자 동생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중현이가 건네주는 젤리를 하나 먹으며 말했다.
“너무 걱정들 마. 만약에 또 혓바닥을 깨물거나 상처가 덧나면…!”
“덧나면…?”
“그걸 그대로 무대에 이용하는 거지. 뱀파이어 컨셉처럼 입가에 피를 스윽 훔치면서.”
“…….”
리혁이가 말했다.
“가끔 보면 진짜 미친 사람 같다니까요. 무대에 미친 사람….”
“그러다 쓰러져도 스핀 돌면서 쓰러질 것 같아여. 비주 형이 옆에서 춤추면서 붙잡아 주고.”
“진짜 조심 좀 해요. 여기는 병원비도 엄청 비싸서 마트에 이빨 뽑는 기구 파는 나라예요.”
나와 비주를 대체 어떤 식으로 생각하는 건지 모르겠는 반응들이었다.
어쨌거나 끈질기게 내 상태가 괜찮냐고 확인하는 동생들에게 괜찮다고 말을 해 주었다.
조금 아프기만 하지, 다행히 아무 문제없었다.
“자, 그럼 이제 슬슬 일어납시다.”
우리의 분량이 무려 20분이나 넘기 때문에 사실상 미니 콘서트와 같은 공연이었다.
-와아아아아아!
아련하게 들려오는 함성에 몸을 쭉쭉 푸는 한편.
긴장을 풀기 위해 중현이가 든 마법의 책 앞에 모였다.
비주가 장난스럽게 물었다.
“마법의 책님, 저희가 오늘 공연 잘할 수 있을까요?”
“흐으음….”
눈을 감은 중현이가 ‘젤리젤리 마법젤리’ 하고는 책을 촥 펼쳤다.
『 응. 』
굳이 눈여겨볼 필요도 없이 역방향으로 ‘아니’ 하는 문구가 나왔다.
불길한 징조에 우리가 눈을 부릅뜰 때.
중현이가 눈을 뜨고는 ‘아’ 했다.
“죄송해요. 잠깐 딴 생각했어요. 내일 서울 가면서 기내식으로 뭐 먹을지 고민했거든요.”
‘다른 메뉴 먹어야겠네’ 하는 중현이의 모습에 웃었다.
그러곤 다시 한 번 ‘젤리젤리 마법젤리’를 하며 책을 펼쳤다.
『 괴상하게도 오늘은 운수가 좋더니만... - 김 첨지 』
근대 문학의 츤데레이자 불운의 아이콘, 김 첨지님의 명대사에 우리가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공연을 앞두고 예감이 좋았다.
* * *
프루덴셜 센터.
1만 8천여 명에 달하는 관객들의 환호성이 커져 갔다.
남녀 MC가 객석을 보며 웃었다.
-이제 마지막 퍼포머가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는데요. 여러분은 어떠십니까?
-준비가 되셨나요!
그에 화답하듯 환호가 비명처럼 커져 갔다.
어찌나 소리가 큰지, 중간중간 앉아 있던 다른 K팝 팬들이 눈을 휘둥그레 뜰 정도였다.
‘뭐여, 이건…?’
한국에서 온 수플레들도 놀라서 객석을 돌아보았다.
현지 팬들이 ‘뉴블랙!’ 하며 방방 뛰고 있거나, 아예 자리에서 일어나 몸을 풀고 있었다.
심지어 ‘리혁공쥬’ 하는 전광판을 든 채 꺼이꺼이 통곡하는 팬도 있다.
‘얘네들 어지간하면 다 잡덕 아니었나…?’
어째 한국에서 보던 익숙한 풍경이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서 나오니 신기한 기분이었다.
그 동안 객석의 흥을 돋우던 MC들이 외쳤다.
-자! 그럼 다 같이 외쳐 볼까요!
-3, 2, 1… The New Black!
공연장의 조명이 암전되면서 환호가 터져 나왔다.
“와아아아아아-!”
마치 뉴블랙의 단독 콘서트가 시작된 것처럼 뜨거운 반응이었다.
어두운 공연장에 곳곳에서 달봉이가 발광 해파리 떼처럼 기승을 부리고 있을 때.
파앗-!
VCR이 떠올랐다.
그리고 그 안에 담긴 내용에 현지 팬들이 술렁였다.
“어……?”
그들이 화면 속에 나오고 있기 때문이었다.
현장 상황을 중계하는 카메라가 아니라 말 그대로 그들이 전에 찍었던 영상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익숙한 뉴블랙 월드 배경이 보인다.
‘이, 이거 그거!’
‘팝업 스토어에서 나인!’
절로 신이 나는 후렴과 함께 Nine의 안무를 추는 팬들의 모습이 빠르게 지나간다.
현장 중계 카메라가 입을 틀어막는 팬들의 모습을 담는 한편.
팝업 스토어에서의 Nine 안무 이벤트와 함께 현지의 팬들이 미튜브에 올린 커버 안무 영상들이 나왔다.
처음에는 하나씩 나오다가, 이내 바둑판처럼 나뉘어 나오고.
점점 줌아웃을 하며 움직이는 사람들이 하나의 점처럼 변하면서 전체적인 큰 그림이 나타났다.
‘오……!’
완성된 그림은 뉴블랙의 뒷모습이었다.
처음에는 점들이 모여 만든 그림처럼 보이던 것이 이내 사실적인 영상으로 변했다.
뒷골목의 도망자처럼 재킷이나 후드를 걸친 멤버들 속에서 가운데 선 리혁이 고개를 스윽 돌리면서.
어딘가 반항적인 눈빛에 환호가 터져 나올 때, 영상 위로 영화의 제목처럼 Nine이 떠올랐다.
그리고, 영상과 똑같은 복장을 입은 뉴블랙 멤버들이 리프트를 타고 올라왔다.
“와아아아아아!”
쏟아지는 함성 속에서 Nine의 공연이 이어졌다.
‘진짜 Nine이다!’
미국의 수플레들이 방방 뛰었다.
현장의 중계 카메라가 눈물을 훔치는 팬이나 손부채질을 하며 땀을 식히는 팬의 모습, 몸을 부르르 떠는 팬의 모습 등을 담을 때.
뉴블랙의 콘서트장으로 변신한 프루덴셜 센터가 연신 들썩였다.
메인보컬이 고음을 올릴 때마다 함성이 터져 나오고, 래퍼가 개인 퍼포먼스를 할 때마다 응원봉이 물결처럼 흔들리고.
중간에 멘트를 하는 시간이 되어 막내가 손키스를 보낼 때도 수플레들이 큰 환호로 화답했다.
-뉴욕에서 하는 첫 공연이라 많이 긴장했는데, 여러분들 덕에 즐겁게 공연을 할 수 있었어요.
-감사합니다!
땀에 푹 젖은 멤버들이 생수병을 벌컥벌컥 마시는 모습이라든가.
우주가 소매로 땀을 스윽 훔치는 모습을 보며 미국의 팬들이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을 때.
-저희가 이제 두 곡 정도 남겨두고 있는데요!
-그중에 하나는 저희가 미국의 팬들을 위해 특별히 준비한 무대입니다.
특별한 무대라는 말에 팬들의 눈이 반짝였다.
마이크를 잡고 멘트를 하던 우주가 생긋 웃었다.
-아주 잠깐 준비 시간이 걸릴 텐데, 기다려 주실 수 있죠?
“네에에에-!”
-그럼 바로 만나요. 우리.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수플레들이 잔뜩 기대감을 품었다.
그리고, 무대에 남아있는 뜨거운 기운이 사라지기 전에 뉴블랙은 다시 돌아왔다.
어두운 공연장에 울려 퍼지는 멜로디.
리듬감 있는 소리에 미국의 수플레들이 어깨를 흔들고 있을 때.
‘어? 이거….’
한국인들은 지금 나오는 멜로디가 에이텐의 Attention과 비슷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바로 그때.
타앗-!
중앙무대 좌측의 조명이 밝아 올랐다.
하얀 셔츠에 검은 정장. 길쭉한 넥타이를 걸치고 있는 비주가 긴 다리를 뽐내고 있었다.
“와아아아아아!”
음악과 함께 그루브 있는 움직임이 돋보였다.
발을 슬쩍 끌 때마다 마치 바닥이 미끄러지는 듯한 느낌.
에이텐이 무대에서 선보였던 안무가 조금 더 복잡한 동작이 되어 흘러나오는 모습에 한국 팬들이 눈을 깜빡였다.
‘이게 Attention의 원본 안무인가?’
‘아예 다른 춤인데…?’
‘그 사람들 춤을 잘 추는 게 아니라, 잘 추는 척을 한 거였구나.’
에이텐의 불꽃놀이 커버에 답하는 뉴블랙의 감사인사였지만. 춤 실력 때문에 어째 그들을 두 번 죽이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타앗-! 하며 이번에는 우측 무대가 밝아 올랐다.
“와아아아아아-!”
이번에는 리드댄서인 우주였다.
멀리 떨어진 좌측에서 춤을 추는 메인댄서와 합을 맞춰, 우주가 어깨를 부드럽게 돌렸다.
관절이 살아 움직이듯이 유연하게 움직인다.
그렇게 두 댄서가 빠른 동작을 선보이면서도 비트에 맞춰 각을 딱딱 잡을 때.
‘어디서 많이 본…….’
현장 관객들이 고개를 갸우뚱했다.
검은 정장에 검은 타이. 그리고 어딘가 익숙한 춤사위까지.
짧게 이어진 댄스 브레이크를 지켜보던 미국 관객들이 탄성을 내질렀다.
‘아!’
누구를 오마주했는지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리듬감 있는 인트로가 끝났을 때, 무대 양쪽에 서 있던 두 댄서가 무언가를 꺼내들었다.
검은 페도라.
“……!”
그리고, 모자를 푹 눌러쓴 둘이 서로에게 등을 돌리고는.
마치 달 위를 미끄러지듯이 나긋하게 발을 놀리며 서로를 향해 다가갔다.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서로의 등을 딱 맞대는 광경에 객석 곳곳에서 숨을 헐떡이는 소리가 들렸다.
잠깐의 정적이 흐른 후.
현장에 있는 모든 미국인 관객들이 환호성을 터뜨렸다.
“와아아아아아-!”
두 댄서가 중앙에서 등을 맞댄 채 웃고 있을 때.
대기하던 나머지 멤버들이 합류하면서 본격적인 전주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바로 뉴블랙 버전의 Attention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