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437화
듣기만 해도 흥에 취하는 전주에 관객들이 방방 뛰기 시작했다.
‘진짜 신나…!’
무대에서 손가락을 튕기는 막내의 리드에 맞춰 관객들도 손뼉을 부딪치며 화답했다.
페도라를 쓴 5인조가 근사하게 몸을 튕기고, 막내가 윙크를 날렸다.
장난기 가득한 표정과 눈가의 글리터가 반짝이는 모습이 마치 요정을 보는 듯한 기분이었다.
Yeah,
숨 가삐 달려왔지
정신없이 달린 이 길
이어지는 Attention은 원곡과 같았다.
K팝에 관심 있는 팬이라면 누구나 알 만큼 한국에서 가장 핫한 곡에 환호가 흘러나오는 것도 잠시.
무대가 이어질수록 환호가 점점 더 커져 갔다.
‘완전 다른 노래인데?’
넥타이가 흩날릴 만큼 빠르게 춤을 추던 리혁이 내는 고음에 무대가 시원해지는 기분이었다.
목소리에 색이 있다면 분명 파란색일 터였다.
한 소절 부를 때마다 파랗고 투명한 물방울이 곳곳에서 톡, 톡 터지는 듯한 느낌.
‘이게 진짜 Attention인 건가?’
프로 가수와 예능인들 사이에 존재하는 간극이 얼마나 큰지 보여 주는 듯하다고 할까.
춤선에 맞춰 깔끔하게 끝음을 처리하는 리혁.
미프의 출연진이 연습 중에 자주 놓친 엇박 리듬에 싱잉 랩을 하는 중현.
시선을 흡수하겠다는 듯 표정 연기를 선보이는 지호.
그리고 메인댄서와 리드댄서는 그야말로… 최고였다.
“와아아아아아!”
쭈욱!
허공에 긴 다리를 쭉 내뻗은 비주가 곧바로 턴을 하며 페도라에 손을 올렸다.
‘와, 무슨 동작이….’
눈으로 쫓기 힘들 만큼 동작 하나하나가 빨랐다.
고난이도의 춤 동작들이 그려져 있는 카드가 눈앞에서 1초에 한 번씩 바뀌는 듯한 인상이었다.
다리를 뻗거나 모을 때마다 동작이 프레임 단위로 딱딱 나뉘어졌다.
스텝을 밟으며 좌우로 이동할 때마다 부드럽게 꺾이는 발목이 눈에 들어왔다.
‘저걸… 어떻게 추는 거지?’
비주의 춤선에 익숙한 수플레들도 멍한 표정을 지었다.
0.1 배속으로 놓고 보여 줘도 못 따라갈 만큼 유연성을 요구하고, 코어 힘이 필요한 동작들이었다.
특유의 생긋 웃는 얼굴로 소화해 내는 메인댄서의 저력에 감탄이 나오는 것도 잠시.
‘우주는 오늘도 우주하는구나…….’
오늘의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리드댄서의 춤에 감탄이 나왔다.
춤을 모사하는 솜씨가 거의 복사기 수준이었다.
그리고 단순히 모방을 떠나 자신에게 가장 잘 어울릴 만한 방식으로 소화해 내고 있었다.
잠시 stop
and keep going
이 밤은 길어
‘stop’이란 가사에 맞춰 부드럽게 미끄러지며 걷던 우주가 멈추며 시계를 보는 시늉을 했다.
유쾌한 미소.
그러곤 옆을 바라보며 웃는데, 마치 정류장에 선 누군가에게 ‘같이 파티 갈래요?’ 하듯 묻는 장면이 절로 그려지는 것 같았다.
그러고는 백업 안무를 추고 있던 멤버들과 합류했다.
Just want attention
We’ll have a party tonight
후렴구가 흘러나오며 정장을 입은 5인조가 양팔을 펼치며 부드럽게 웨이브를 탔다.
박자에 맞춰 딱딱 떨어지는 춤에 쾌감까지 느껴졌다.
화음이 무대를 장식하는 코러스 파트.
그제야 넋을 놓고 무대를 바라보던 관객들이 어마어마한 함성 소리로 공백을 채웠다.
무대 바로 아래 스탠딩석에서 폭발적인 함성이 터져 나왔다.
“와아아아아아-!”
전광판에 멤버들의 얼굴이 클로즈업 됐다.
모자 아래로 반짝이는 눈빛과 기분이 최고조일 때 나오는 환한 미소가 드러났다.
관객들의 환호에 대한 반응이었다.
즉각적으로 더 큰 함성이 터져 나오면서 웨이브를 타는 가수들의 춤선이 더욱 진한 색깔을 더해 갔다.
랩을 하던 래퍼가 모자를 벗어 던지며 땀에 젖은 머리칼을 드러낼 때.
‘오늘은 진짜 죽어도 여한이 없다…!’
‘미쳤다, 미쳤어. 정말….’
‘오늘부터 내 장래희망은 김중현의 마이크다.’
뉴블랙의 퍼포먼스에 서로를 부여잡고 꺼이꺼이 우는 미국 팬들의 모습이 카메라에 잡혔다.
‘진짜 좋다……!’
그렇게 미국 관객들이 흥분해서 방방 뛰고 있을 때.
환호가 터져 나오는 프루덴셜 센터에서 허허 웃으며 무대를 바라보는 사람들도 있었다.
주로 한국인 관객들이었다.
‘……미스터 프로듀서 사람들 이거 보면 울 것 같은데.’
본인들은 그런 의도로 준비한 게 아닐 테지만 일반인들이 보기에도 수준이 다른 무대였다.
프로와 아마추어 사이에 간극이 있다는 건 당연한 이야기지만.
같은 곡도 누가 하느냐에 따라 이 정도까지 달라질 수 있는지 깨달았다고 할까.
지켜보는 한국 관객들도 얼떨떨한데 당사자들이 보면 오죽할까.
얼마나 상심할지 상상이 안 갔다.
‘그러니까 얼른 보고 싶다. 그런 장면.’
‘누가 좀 찍어서 올려 주세요.’
무대에서 날아다니는 스승들을 보며 제자들이 얼마나 상심할지.
안쓰러우면서도 얼른 예능으로 보고 싶은 한국 관객들이었다.
* * *
뉴블랙이 한껏 달아오르게 만든 분위기와 함께 뉴욕 K팝 콘서트가 막을 내리고 있을 때.
얼마 안 가 무대의 직캠들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3층 객석에서 찍은 ‘NBLK full version’이라든가, 다양한 각도에서 찍은 저화질 직캠들이었다.
현재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K팝 그룹인 만큼 풍족하게 올라오는 떡밥에 수플레들이 퍼덕퍼덕할 때.
-[NY CONCERT] Attention (The New Black ver.)
콘서트의 주최 측인 K-net의 미튜브 채널에 뜬금없이 직캠 하나가 올라왔다.
파리 K팝 콘서트가 끝나고 나서 미친 듯이 올라오는 직캠 등을 본 K넷 측이 너희들이 조회수 먹는 꼴 못 보겠다. 이것까지 다 내가 먹어버리겠다 하듯이 푼 무편집 직캠이었다.
현재 가요계에서 가장 화제성이 높은 ATEN이 엮여 있는 만큼 화제성을 노리는 조치기도 했다.
곧바로 뉴욕 콘서트에 참석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던 미국 수플레들의 댓글이 폭발했다.
-WTF
엄청난 것을 목격했을 때 나오는, 틴스피릿의 입을 빌리자면 ‘이런 무슨 시발’에 해당하는 단어였다.
댓글창은 흥분의 도가니였다.
-동작 싱크로율 미쳤다.
-뉴블랙의 무대는 내 모든 인생보다 체계화(organized) 되어 있는 게 확실함.
-가끔 저 속에서 내가 같이 춤추는 걸 상상함. 현실은 저 뒤에서 흔들거리는 조명이지만..
-내가 보는 NBLK의 성공비결 : 그냥 웃기만 해도 달러를 쓸어담을 애들이 노래하고 춤까지 추고 있음.
-00:37 우주 : 난 존나 쩔어 / 나 : 당연하지(damn right)
시간이 지날수록 흥분한 수플레들의 댓글이 더욱 더 폭발했다.
그야말로 뉴블랙 버전의 Attention은 미국 팬들의 덕심을 자극하는 무대였다.
-볼드맨. 당신에게 Noon-chi가 있다면 영어 음원 버전을 만들어달라. 아메리칸 수플레가 뉴블랙을 그래미로 인도할 것이다.
-한국이 군주제가 된다면 뉴블랙을 왕으로 추대해 주셈. 내가 그곳의 1호 국민이 될 거니까.
-01:37 비주의 저 무브먼트는 과연 합법인 것인가
-뉴블랙이 미국에서 콘서트를 한다면 생명보험사들이 스폰서를 해야 된다. 다들 심장마비를 일으킬 거거든
-02:47 김중현이 나보다 영어 발음이 좋다는 걸 깨닫고 전율하는 중
-00:37 군산은 어디입니까? 그곳은 천사들이 사는 도시인 것입니까?
-나 : 내 최애는 리혁이야 / 우주 : 그거 다시 한 번 생각해보지 그래
조회수와 반응이 터지고 있는 가운데.
바다 건너 사람들이 끼요오오 하며 흥분하는 모습을 보던 한국인들이 수줍게 댓글을 달기 시작했다.
-엄마, 외국인들이 제가 떨 주접을 이미 다 떨어버렸어요ㅠㅠㅠ
한 발 늦어 통곡하는 팬들이었다.
-미국 놈들.. 치사하게 주접 잘 떠네
-한국인이라면 이 댓글 추천 좀
-뉴블랙이 월드스타가 되고 해야 할 일 1. 미튜브 본사 방문해서 언어별 댓글보기 만들기 2. 나랑 결혼하기
-00:37 이거 백퍼 전설의 37초 될 거임
-01:37 김비주 유죄
-비주 부모님 : 아들인가요 딸인가요 / 의사: 이 아이는.. 아이돌입니다..!
-리혁아 목소리 적당히 달달하자ㅠ 더 달달하면 이모 임플란트 해야 돼ㅠㅠㅠㅠ
-지호야ㅠㅠ 오빠라도 불러도 될까?
┕헤헿헿헤 당근 그래도 돼죵! 원하시믄-! 헤헿ㅎㅎ
┕본체 말투로 몰입 깨뜨리지 마라 ㅡㅡ
┕가끔 뉴블랙 꿈꾸는데 애들이 멋있게 나와서 꿈이라고 자각한 적 있음;
-혹시 가위 눌렸을 때 대길이 본 사람 없니..? 어둠속에서 흑염소 우애애앵 우는데 졸라 무서웠는데
직캠이 올라오면서 아이돌 커뮤니티에도 발 빠른 영업글들이 올라왔다.
[지금 미국 팬들에게 반응 터지고 있는 뉴블랙 뉴욕 K팝콘 무대]
[이번 뉴블랙 Attention 무대가 해외에서 반응 좋은 이유 (+추가)]
[이번에 비주가 보여준 메인댄서의 위엄 (제목 수정함..)]
좋은 일이 있으면 언제나 초를 치는 사람들이 있듯이 ‘그 정도로 대단한 건 아니다!’ 하며 비난하는 댓글에 칭찬 가득한 제목들이 수정되기도 했다.
현재 틴스피릿과 보이그룹 양대 라이벌 구도가 형성되면서 시작된 견제 때문이었다.
사소한 문장이나 단어 하나로 천하제일 트집 대회가 열리고 있을 때.
‘그 정도로 잘 추는 건 아니다’하는 반응에 화답하듯 미튜브에 다른 영상이 하나 올라왔다.
-ATEN - Attention (NBLK Choreography)
한아윤 안무가의 댄스 스튜디오 채널에 올라온 안무 영상이었다.
뉴블랙이 미국 가기 전에 찍은 영상.
K넷에서 올린 직캠과 마찬가지로 무대 의상을 입은 뉴블랙이 한아윤 안무가와 함께 6인조로 춤을 추고 있다.
느릿한 카메라 워크 속에서 춤선이 부각되는 영상에 비난 댓글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빈 자리를 메운 것은 호평이었다.
-춤 진짜 잘 추네..
-와 어텐션 진짜 무대가 이런 거였나ㅋㅋㅋㅋ
-모범주 : 아니.. 답답하면 쌤들이 한 번 해보세요
-얘네는 진짜 그러면 하는 애들인데.. 범주도 그땐 몰랐겠지
-뉴블랙한테 프로듀싱받으면 안 되는 이유: 두 달동안 개빡세게 트레이닝 시켜서 실력을 상승시킨 다음에 1위 못하게 자기 노래로 막고, 감사의 의미로 제자들을 농락할 것임
-그렇게 쓰니까 진짜 못되먹은 것처럼 보이잖아ㅋㅋㅋㅋ
-불꽃놀이 역주행 시켜줬는데 거의 정수리에 비수 꽂는 수준으로 갚아주는 클라스
-불꽃놀이는 사실 펑펑 터져있는 우주선의 인성을 뜻한다는 게 정설
-내가 아조씨들이면 마음에 비 내렸다 이 말이야
그리고 그 말은 사실이었다.
“…….”
미스터 프로듀서의 8회차 방송이 끝나면서 마침내 아이돌 특집이 끝을 고했을 때.
‘감사 인사라면서…!’
불꽃놀이 커버에 대한 답례로 Attention을 커버해 보았어요, 했을 때만 해도 좋아했는데.
보컬은 메인보컬이 미쳐 날뛰고 있고.
춤은 메인댄서와 리더가 무대 위를 무빙워크 타듯 걸어 다니고 있었다.
마치 ‘짜잔! 지금까지의 어텐션은 짝퉁입니다~’ 하며 진짜 어텐션이 공개된 듯한 느낌이었다.
미프의 멤버들이 부들부들 몸을 떨었다.
“으아아아아!”
끝까지 사람을 물심양면으로 괴롭게 만드는 프로듀서들이었다.
* * *
미국 스케줄을 마치고 귀국한 후.
우리는 PBS 방송국 근처에서 미스터 프로듀서의 출연진, 스탭들과 쫑파티를 가졌다.
“이 녀석들!”
“하하하핫!”
“은혜를 원수로 갚는 게 어디 있냐! 의도한 건 아니지만 우리가 역주행도 시켜 주고! 그리고… 아무것도 한 건 없지만!”
우리를 붙잡고 ‘이것들!’ 하는 출연진들의 말에 웃음을 터뜨렸다.
이번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된 이유인 모델 홍석이 웃으며 조곤조곤한 목소리로 말했다.
“너희들 덕에 이제는 아이돌의 꿈을 편하게 접을 수 있었어.”
“어엇….”
“농담이야.”
그걸 시작으로 예능인들로부터 장난기 가득한 타박을 들었다.
“1등 시켜 주고 빛나게 만들어 준다면서…!”
“1위 좀 하려나 싶었더니 짜잔! 낙화와 불꽃놀이가 나타나서 막 앞길을 막지를 않나.”
“비교되게 그렇게 무대를 해 버리고…!”
반대 입장이라고 생각해 보니 왠지 모르게 부들부들할 것 같은 느낌이어서 웃음이 나왔다.
출연진들이 그러고 있을 때.
“자자! 자꾸 실없는 소리들 하지 말고 얼른 앉아요!”
“왜 애들을 세워두고 있어!”
다른 제작진들이 우리에게 얼른 앉으라고 부르면서 출연진들을 나무랐다.
미프의 멤버들이 혀를 찼다.
“우리 편이 없어. 우리 편이….”
“무록이 표정 봐라. 마지막으로 저 표정 본 게 쟤 아들내미 태어났을 때 같은데.”
그런 말이 나올 만큼 신무록 PD님을 비롯해서 우리를 바라보는 제작진의 표정이 밝았다.
최고 시청률 30%를 기록하며 평균 20%대라는 대기록을 기록한 탓에 모두가 싱글벙글했다.
“얼른 앉아, 다들! 고기 먹어야지!”
“와아아아!”
우리가 환호하며 자리에 앉자 떠들썩한 웃음이 흘러나왔다.
여긴 PBS 방송국 근처의 고깃집.
드라마 종방연을 할 때처럼 고깃집 전체를 빌려 쫑파티를 열었다.
“위하여!”
여기저기서 술이 한 순배씩 돌면서 웃음이 흘러나왔다.
“고기.”
“기고.”
“고기.”
“기고.”
중현이와 나를 시작으로 무한 고기 끝말잇기를 하며 고기가 익기를 기다리고 있을 때.
“우주야.”
축구선수 출신인 김의지가 벌써 붉게 변한 얼굴로 은근하게 물었다.
“너 진짜 술… 못하니?”
“네.”
“아이고, 한 잔 하고 싶었는데….”
동생들이 다급하게 말렸다.
“이 형은 진짜로 한 방울 마시고 가여.”
“지금 그 정도 거리에서 말씀하시는 것도 위험해요. 알콜 향도 조심해야 되거든요.”
그러면서 김의지의 입김이 멀어지도록 손부채질을 하는 졸개들이었다.
미프의 다른 멤버들과 작가들이 주책 떨지 말라며 구박하며 그의 뒷덜미를 붙잡아 끌어올 때.
“다들 진짜 고생 많았습니다. 막판까지 잘 마무리하는 데 애써 주셨고….”
신무록 PD가 건배사를 제안했다.
“이제 다 끝났으니, 아무것도 신경 쓰지 말고. 오늘은 아주 끝내주게 놀고 갑시다! 그런 의미로….”
“위하여!”
“함께해서 즐거웠고!”
“다신 만나지 맙시다!”
대충 건배사를 하는 사람들의 모습에 시무룩하게 자리에 앉는 피디님이었다.
발라드 가수 안재희가 우리의 잔에 콜라를 따라 주며 말했다.
“진짜 고생들 했어. 고맙고.”
“선배님들도 정말 고생 많으셨어요.”
“그리고… 괜히 인터넷에서 보이는 소리 같은 거 신경 쓰지 말고.”
“원래 인터넷 잘 안 봐요.”
우리가 웃으며 답하자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미국 스케줄을 끝내고 돌아오니 한국에서 소소한 논란이 터져 있었다.
-[이자식 칼럼] ‘뉴블랙’과 ‘미스터 프로듀서’를 통해 보는 공정성 논란①
TV 예능 영향력으로 음원 차트 1~3위 해먹는 건 공정한 경쟁이냐 하는 그런 칼럼이었다.
대충 예상하고 있던 내용이긴 했다.
우리 입장에서야 콘서트와 앨범 준비 도중에 기절할 정도로 일을 하며 준비한 방송이지만, 밖에서 보면 쉽게 쉽게 흘러간 것처럼 보일 수도 있고.
오히려 내 예상보다 더 늦게 나와서 놀란 터였다.
어쨌거나, 논란이 촉발되면서 고깝게 보고 있던 네티즌 일부가 이런저런 말을 얹은 모양인데.
다행히 해당 이야기는 별다른 반응 없이 사그라들었다.
-이 자식은 또 시작이네.. 대중은 귀 없는 줄 암?
하나는 노래가 좋은 걸 어떡하냐는 대다수의 반응 때문이었고.
둘째는.
-뉴블랙처럼 저렇게 일하면서 장시간 재미 뽑을 수 있는 프로듀서 데려와 보고 이런 말 좀
-웃긴가? (O) 멤버 전원이 프로듀싱 할 줄 아는가? (O) 1위 곡 쓰는 인성 나쁜 작곡가가 있는가? (O)
-아무도 안 하려는 거 맡아서 성공시켰더니 이젠 안 공평하다고 어쩌구ㅋㅋㅋ
TV 버프로 이득을 봤다기에는 누가 우리가 했던 것과 비슷한 걸 할 수 있겠냐는 반응 때문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번에 네가 태현이한테 곡 준 게 꽤 임팩트가 컸던 모양이야.’
석환 형이 대충 연예계 돌아가는 상황을 말해주었다.
‘아직 보도는 안 됐지만 소문이 쫙 났거든. 그거 보고 기획사들도 한 발 뺀 것 같아.’
대개 이런 건 다른 연예기획사들이 ‘아이고오오! 배가 너무너무 아픕니다아!’ 하면서 논란이 커지기 마련인데.
내가 태현이에게 곡을 준 게 시그널처럼 작용했다는 모양이다.
레몬 엔터 가수뿐만 아니라 다른 회사의 가수에게도 곡을 써 줄 수 있다는 선례가 생긴 셈이기도 하니.
‘나중에 쟤한테 곡을 받을 수도 있을지 모르는데, 괜히 척을 질 필요가 없다’고 판단을 내린 듯했다.
개똥도 약에 쓸 데가 있다고 하던데. 탑 아이돌 한 모 씨가 이런 때 큰 도움이 됐다.
“형, 고기 타고 있어요.”
“어? 응.”
“탄 거는 중현이 주고, 여기에 잘 익은 거 먹어요.”
쌈을 싸서 건네주는 비주의 말에 정신을 차리고는 다시 회식으로 돌아왔다.
비주가 웃으며 말했다.
“무슨 생각하는지 알 것 같지만, 나중에 생각하고 지금은 편하게 고기 먹어요. 형.”
“그래.”
큰 프로젝트에 마침표가 찍혀서 그런지, 다음 앨범 생각부터 해서 순간적으로 머릿속이 복잡했다.
나는 김중현이다를 중얼거리며 마음을 비웠다.
다시 웃으며 고기를 집어먹을 때, 반팔 와이셔츠 차림의 중년 남자가 들어왔다.
“뉴블랙! 우리 뉴블랙! 어디 있어?”
“국장님 오셨습니까!”
PBS의 예능 국장님이었다.
거의 뽀뽀할 기세로 우릴 기다리고 있다고 했는데 다행히 포옹까지만 했다.
“뉴블랙은 우리랑 뭐가 있나 봐~ 작년에 명곡단부터 시작해서 그냥…….”
명곡발굴단, 지금 내 고향은, 그리고 미스터 프로듀서 등을 언급하며 악수를 하는 국장님이었다.
앞으로도 오래오래 함께 가자는 말에 웃었다.
“소고기 좋아한다고 연예계에 소문이 파다하던데. 오늘 진짜 배 터지도록 먹어요.”
“그래도 적당히….”
“오늘만큼은 예능국 예산 다 거덜 나도 좋으니까 왕창 먹어. 왕창.”
“그럼 감사히 먹겠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국장님의 마지막 말씀이 되었다.
‘쟤네는 위장이 몇 개야… 몇 개냐고’ 하면서 병나발을 불다가 부축 받으며 퇴장하셨으니까.
어쨌거나 즐거운 쫑파티였다.
“우주 형, 저 사이다랑 콜라 섞어 주세여.”
“오케이.”
쏘맥 대신 사이다와 콜라를 합친 싸콜을 제조했다.
중현이가 손가락을 튕겨 병 사이다 뚜껑을 퐁 하고 따고, 내가 황금비율로 잘 섞어 냈다.
사이다 병에서 회오리가 생기는 모습에 예능인들이 흠칫했다.
“우주야. 너 솔직히 말해 봐. 카메라 꺼지면 술 마시고 그러는 거 아냐?”
모범주의 말에 웃음을 터뜨리곤 리혁이를 가리켰다.
“움직이지 말고, 가만히 있어 봐요.”
곳곳에서 내 옷이나 물컵에 술방울이 튀는 낌새가 보일 때마다 손수건으로 슥슥 닦는 리혁이었다.
그 모습에 다들 웃음을 터뜨렸다.
“저게 뉴블랙 TV에도 자주 나오는 장면이거든요. 입으로는 리더 혐오를 외치지만 누구보다 리더를 좋아하는….”
“중현이 형! 얼른!”
“으아아악!”
추기석 씨가 소리를 되찾으면서 웃음이 흘러나왔다.
역대급 시청률을 기록하며 끝나서 그런지, 무슨 말이 나와도 분위기가 좋았다.
“일단 앞으로 먼 미래를 대비….”
“데뷔?! 지금 누가 데뷔 소리를 냈어?!”
“난 데뷔 더 이상 못한다고… 못해…….”
……몇 가지 키워드만 조심하면 아름다운 쫑파티였다.
통곡하는 미프의 멤버들을 바라보고 있을 때.
테이블 위에서 부르르 떨리는 핸드폰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방금 기사 올라왔다고 한 모 씨가 보내 준 링크였다.
-우주선 작곡가, TNT 한태현 솔로 앨범 참여한다.. ‘대박 콜라보’
기사를 바라보며 조용히 음료를 홀짝였다.
이제 새로운 일을….
일을….
“형, 그거 제 컵인데요.”
“중현아.”
“네. 형.”
“잠시 후에 만나자.”
“이따 봐요. 형.”
쏟아지는 졸음을 예상하며 구석에 몸을 기댄 후.
애벌레처럼 스르르 잠에 빠져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