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438)화 (438/1,031)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438화

43장. 한여름 밤의 꿈

“흐아아암~”

어젯밤의 피로 때문인지 하품이 나왔다.

뒷목을 주무르면서 내게 향한 네 쌍의 눈동자에게 말했다.

“어우, 어제 달렸더니 피곤해 죽겠네.”

“……회식 시간의 절반을 잠으로 때웠으면서 뭐가 피곤해요?”

“너는 모른다. 알콜 쓰레기의 슬픔을.”

리혁이가 어이없다는 듯 웃는 동안 막내가 말했다.

“근데 우주 형 기준으로는 완전 과음한 거긴 해여. 무알콜 칵테일을 마셔도 취하는 형인데, 진짜 알콜은 어떻겠어여?”

“중현아.”

“으아아아악!”

깐족거리던 막내가 내 하수인에게 응징당했다.

지호의 비명을 BGM 삼아 스트레칭을 하고 있을 때, 비주가 내 뒷목을 주물주물해 주었다.

“괜찮아요. 형?”

“역시 너밖에 없다, 비주야.”

“그죠?”

“그런 의미로 조금 더 위쪽으로. 응응, 거기. 아. 시원타.”

비주의 뒷목 마사지에 숙취가 조금은 풀리는 듯했다.

이놈의 몸뚱어리.

중현이의 컵에 들었던 맥주를 한 모금 마셨다고 아직까지도 삐그덕삐그덕 대고 있었다.

오늘 녹음을 해야 되는데, 이래서야 이따 머리가 잘 굴러갈지나 모르겠네. 자기랑 일하기 전날에 술 마시고 온 거냐며 잔소리할 한 모 씨의 잔소리가 귀에 선하다.

“아, 진짜 잠이 안 깨네. 정신이 몽롱한 것이…….”

“정신 차려요. 아저씨.”

리혁이가 내 눈앞에서 손뼉을 짝짝 쳤다.

하지만 날파리가 날아다니는 것처럼 귀찮기만 할 뿐, 전혀 효과가 없었다. 저대로 따귀를 맞아도 모기가 스쳐간 느낌일 것 같다.

“저를 보세여.”

지호가 귀여운 척하며 볼을 부풀렸다.

나도 모르게 주먹을 꾸욱 쥐었다.

“……잠이 좀 깨는 거 같네.”

“역시 효과가 있을 줄 알았어여. 리혁이 형도 이 표정을 제일 싫어하거든여.”

그런 식으로 비주가 뒷목을 주물러 주고, 막내들이 재롱잔치를 하며 내 잠을 깨워 줄 때.

중현이가 내 뒷목에 손을 얹으며 말했다.

“형, 제가 주물러 줄까요?”

“……!”

정말로 잠이 확 깼다.

목숨의 위협 앞에 잠이 깨어 눈을 번쩍 뜨자, 중현이가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 어려운 걸 내가 해냄.”

“흐하핫!”

동생들이 박수를 치며 웃음을 터뜨리면서 나도 같이 웃었다.

덕분에 잠이 진짜로 확 깨긴 했다.

마법의 안경 같은 게 있다면 지금 내 몸 밖으로 화들짝 놀라 빠져나가는 알콜 요정들이 보이지 않을까.

그렇게 부활한 몸으로 기지개를 쭉쭉 켠 후.

“이 선배님은 언제 오시나.”

주변의 길거리를 둘러보며 매니저 형에게 물었다.

“언제 오신대요?”

“안에서 준비할 게 조금 있다고,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연락이 왔어.”

“그러면 이제 슬슬 오프닝 촬영 들어가도 되겠네요.”

내 말에 뉴블랙TV의 촬영 스탭들이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동생들과 몸을 풀면서 바로 뒤에 우뚝 솟아 있는 예술적인 자태의 건물을 올려다보았다.

여기는 청담동 한복판에 있는 TJ 엔터테인먼트의 사옥 앞.

오늘 TNT의 멤버, 한태현의 솔로 앨범 작업을 마무리 짓기 위해 이곳에 왔다.

겸사겸사 ‘TJ 엔터 방문기’도 찍고.

“미튜브 여러분 안녕하세요! 미하~!”

익숙하게 오프닝 멘트를 하며 미튜브 컨텐츠 녹화를 하는 동안, 주변에서 사람들이 하나둘 모이기 시작했다.

청담동 거리를 걸어가던 사람들이 ‘어! 어!’ 하면서 눈을 휘둥그레 떴다.

알아보는 사람마다 우리가 꾸벅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우와, 대박! 지금 뭐 찍어요? 예능?”

“저희 뉴블랙 TV 컨텐츠 찍어요.”

어떤 컨텐츠를 찍는지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에게 막내가 설명해 주었다.

해맑은 미소와 함께.

“오늘 TJ 엔터 정복기 찍어여!”

“워워워! 절대 아니에요.”

……누가 들으면 TJ 엔터를 침공하러 온 줄 알겠다.

웃음을 터뜨리는 행인들에게 우리가 손사래를 치며 해명했다.

“정복기가 아니라 방문기 찍어요. 방문기.”

“오…!”

이제는 신기하다는 반응이 주를 이루었다.

행인들이 핸드폰 자판을 손가락을 톡톡톡- 빠르게 두드리는 것을 보아하니 소식이 빠르게 퍼질 것 같다.

SNS에 ‘뉴블랙 지금 TJ 엔터 방문기 찍으러 왔다고 함’ 같은 글들이 올라갈 모습이 눈에 선했다.

여기저기서 폰카를 든 이들의 모습을 슬쩍 둘러보며 물었다.

“오늘 날씨 진짜 덥죠?”

“네-!”

“이제 진짜 여름이 왔나 봐요.”

며칠만 지나면 7월이라 그런 건지, 계절의 변화가 확연히 느껴지는 그런 날씨였다.

우리는 물론이고 주변 사람들의 패션이 다 비슷했다.

치마나 짧은 바지, 반팔 티셔츠.

태현이를 기다리는 동안 ‘여름’을 화두로 동생들과 수다를 떨었다.

“중현이 형! 이제 여름인데, 여름 날씨를 몸으로 한번 표현해 주세여!”

“흐으음…….”

이내 중현이가 양손을 올려 턱에다 꽃받침을 하고는 손가락을 욜롤롤로 움직였다.

“그게 뭐야?”

“여름 햇살이요. 저는 태양.”

“……그걸 여름이라고 하기에는 좀. 그 정도 햇살로는 나그네 겉옷도 못 벗길 것 같은데.”

모름지기 태양이라면 이 정도는 되어야지.

내가 양손을 꼼지락거리며 강렬한 태양을 표현하자, 구경하고 있던 사람들이 웃음을 터뜨리며 뒤집어졌다.

리혁이가 대만족한 얼굴로 말했다.

“훌륭해요. 과학적으로도 고증이 맞는 모양이고. 태양 표면에서 벌어지는 플레어 현상까지 잘 표현했네요.”

“진짜? 실제 태양이 저렇게 움직이는 거구나.”

비주가 신기해하는 동안 중현이가 인정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우리가 드립을 주고받으며 놀 때마다 구경꾼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마치 미프 촬영을 구경 나온 사람들 같았다.

친근한 이웃집 사람들을 보듯 호의를 담아 우리를 바라보는 눈빛에 미소가 나올 때였다.

카메라 뒤편에 서 있던 원석이 형이 곧 도착한다는 사인을 보냈다.

“네! 오늘 저희는 사상 최초로!”

“한 번도 공개된 적 없는 TJ 엔터테인먼트 사옥의 내부를 공개하는 컨텐츠를 찍는데요.”

“저희를 가이드해 줄 특급 게스트를 모시겠습니다~!”

‘게스트?’ 하면서 웅성거리는 소리들이 들려왔다.

우리가 TJ 엔터 사옥 정면을 향해 말했다.

“이제 나와 주세요!”

TJ 엔터의 자동문이 열리고, 패셔너블해 보이는 하얀 티셔츠에 청바지를 걸친 인물이 걸어왔다.

7년차 탑급 아이돌답게 여유 있는 미소를 지으며 등장하는 한태현이었다.

TNT의 메인댄서가 사옥 정문의 계단을 성큼성큼 내려오자, 구경하던 사람들이 환호했다.

“우와아아아-!”

“안녕하세요! 여러분! TNT 한태현입니다!”

우리가 환호를 해 주기도 전에 구경하던 사람들이 우와아아 하고 난리도 아니었다.

톱스타를 봐서 신기해하는 표정들.

‘진짜?’, ‘진짜 한태현?!’ 같은 소리들이 귓가에 들려왔다.

“…….”

“…….”

동생들과 내가 눈빛을 교환하며 푸근하게 웃었다.

‘우리도 연예인인데…….’

‘완전 이웃집 사람 취급이네.’

‘눈앞에 뉴블랙 있어여.’

우리는 카테고리가 연예인이 아니라 이웃집 사람 같은 건가.

어찌 보면 톱스타보다 더 좋은 걸 수도 있는데 왠지 모르게 기분이 오묘해지는 광경이었다.

그때, 비명과 환호 속에서 여유롭게 손을 흔들던 한태현과 눈이 마주쳤다.

그 순간 원조 졸개의 눈빛이 읽혔다.

‘봤지?’

……얄밉다. 진짜.

*   *   *

오프닝 촬영은 수월하게 끝났다.

“뉴블랙 TV!”

“구독과 좋아요, 알림 설정~!”

TJ 엔터 사옥 앞에서 한 모 씨와 함께 구호를 외친 후.

지금까지 구경하던 사람들에게 손을 흔들어 주며 실내로 들어왔다.

태현이가 혀를 내둘렀다.

“저기서 뭘 했길래 사람들이 저렇게 많이 모여 있대?”

“그냥 서 있으니까 모이던데…?”

“맞아여. 원래 여기 사람들 잘 모이는 데 아니에여? 청담동 길거리고 하니까.”

지호의 말에 태현이가 눈을 깜빡이며 되물었다.

“지금 평일 오전인데…?”

“아, 그러네여.”

동생들이 ‘저게 많은 건가?’ 하는 모습에 태현이가 잠시 컬쳐 쇼크를 느끼는 듯한 표정이었다.

우리가 태현이를 보고 ‘오오’ 하듯이 녀석도 우리를 보고 ‘오오’ 하는 듯했다.

태현이가 미간을 모았다.

“우리가 저 정도 모으려면 거의 외발자전거 타고 그래야 계산이 맞을걸.”

“미리 탔잖아. 그래서.”

그리 웃긴 대답도 아닌데 상대가 빵 터졌다.

한참 동안 꺽꺽대며 웃던 태현이가 말했다.

“역시 국민 아이돌은 다르네.”

“으아아아!”

우리가 오그라든 양손을 파닥이며 거부했다.

“……왜들 그래요? 국민….”

“으아아아!”

“이거 진짜 싫어하는구나. 기억했다가 써먹어야지.”

키득거리던 한태현이 우리를 둘러보며 말했다.

“아무튼, TJ 엔터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와아아아-!”

“제가 오늘의 일일 가이드를 맡아서 안내를 해 드릴게요. 저번에 한 번 온 적 있죠?”

우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2년 전. 2014년 여름에 방문한 적이 있었다.

당시 교복 CF가 들어왔는데, 광고를 대행하는 회사가 TJ 뉴미디어라고 TJ 엔터의 계열사였다.

“이견우 선배님 배우 계약할 때 왔지.”

“꽤 오래 됐네.”

“그때랑 거의 바뀐 게 없는 것 같은데…?”

거의 그대로였다.

호텔처럼 대리석으로 이루어진 로비에 엘리베이터 3개.

가운데는 왠지 동전 넣고 소원을 빌어야 할 것처럼 생긴 분수대가 하나 있고.

그때와 차이점이라고 한다면.

“들어오십시오.”

신분을 확인해야 했던 그때와 다르게 먼저 경비업체 직원들이 웃으며 문을 열어 주었다.

그리고.

명예의 전당처럼 TJ 엔터의 연예인들 화보를 붙여 놓은 벽면의 구성이 조금 달라져 있었다.

“여기 이게 내 포스터.”

태현이가 자기 개인 포스터 아래서 포즈를 취했다.

2년 전에 왔을 때는 TNT 단체 화보와 한류스타 배우 이견우의 화보가 걸려 있었는데.

지금은 이견우 선배의 화보 옆으로 TNT 멤버 8인의 화보가 하나씩 걸려 있다.

각자의 솔로 활동을 염두에 둔 듯한 모양새였다.

달라진 몇 가지가 눈에 뜨이긴 했지만, 사실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선배님, 저희 거기 포스터에서 기념사진 같이 찍어여!”

“그럴래요?”

“형들 이리로 모여여!”

TJ 엔터 로비를 앞마당처럼 누비는 동생들이었다.

비주가 웃으며 나를 불렀다.

“형, 우리 저기 가서 같이 사진 찍어요.”

“그래.”

그때 당시에는 데뷔한 지 얼마 안 된 신인이라서 대형 기획사의 이름값에 살짝 압도되는 분위기였는데.

지금은 편해 보였다.

그런 점에 있어서는 나도 마찬가지긴 했다.

막 민망하고 여기서 누구 마주치면 안 되는데, 하고 그때는 그랬는데.

지금은 졸업한 학교를 오랜만에 방문했을 때 느끼는 그 정도 기분이었다.

동생들이 SNS에 올릴 기념사진을 셀렉하고 있을 때, 태현이가 나를 툭 치며 씩 웃었다.

“오랜만에 다시 와 보니까 어때?”

“나쁘지 않네.”

웃으며 답했다.

*   *   *

본격적인 TJ 엔터 사옥 안내가 시작됐다.

“여기가 이번에 새로 열린 TJ 뮤지엄이에요.”

“오오…!”

막내가 호들갑을 떨었다.

“대박, 여기 박물관 같아여.”

“박물관이 뮤지엄이야.”

“푸흡, 픕….”

늘 여유롭게 웃고 있던 한 모 씨가 표정관리에 실패하고 입가를 꿈틀거리며 기침을 했다.

우리 막내는 정말 대단하다.

태현이가 소규모 전시장 같은 공간을 가리키며 말했다.

“태준 레코드 시절부터 지금의 TJ 엔터까지 모든 역사가 담겨 있다고… 회사 홍보팀에서 강조해 달라고 했어요.”

“자막 진하게 넣어 주세요!”

촬영 스탭들이 분주하게 구석구석을 찍기 시작했다.

아마 이 부분은 TJ 엔터와 어떤 식으로 몇 초 정도 나갈지 계약된 게 있을 터였다.

그 동안 우리는 가이드의 안내를 받아 TJ 뮤지엄을 탐방했다.

“이건 우리가 도쿄돔에 입성했을 때, 그때 입었던 무대 의상이랑 슬로건이에요.”

“오오오…!”

“여기는 NYX의 포토북인데…….”

그야말로 별 게 다 있었다.

TNT가 중국 활동을 하면서 중국 팬들에게 받았다는 무슨 황금 기둥 같은 것도 있고.

각 그룹의 포토북과 포스터도 있고.

사인이 적힌 개인 소지품이 유리 진열장에 담겨 있기도 했다.

설명해 주는 사람도 설명을 듣는 우리도 딱히 관심은 없지만, 최선의 리액션을 보여 주었다.

“이제 굿즈샵으로 안내해 주기 전에… 아. 이걸 빼먹었네. 이 기계로 기념 포토카드를 한 장 뽑을 수 있어요.”

“오!”

“한 장씩 뽑아 볼래요?”

스크린이 있는 포토 프린터였다.

여기서 버튼을 누르면 랜덤으로 띠로리로링 하면서 TJ 엔터 소속 유명인의 포토카드를 주는 모양이었다.

바코드 입력기에 입장권을 들이대자 띡, 하고 화면에 영상이 떠올랐다.

빠바바밤! 하면서 마치 초 희귀 포토카드의 등장을 알리는 듯한 BGM과 함께.

-오늘 많이 힘들었지? 이거 받고 힘내보자, 우리~!

청량한 미소를 지으며 뿅뿅! 하트를 날리며 춤추는 한 모 씨의 모습에 우리가 웃음을 터뜨렸다.

“아~ 누군지 몰라도 인기 많게 생겼죠?”

당사자가 뻔뻔한 표정으로 포토카드를 받아들고는 사인을 슥슥 하며 말했다.

“이거 엄청 귀한 건데 누가 가질래요?”

“…….”

어서 가지고 싶다고 말해, 하는 듯한 눈빛으로 바라보는 원조 졸개의 모습에 동생들이 나를 슥 바라보았다.

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예, 아무도 가지겠다는 사람이 없으니 제가 가지도록 하겠습니다.”

“그건 안 돼요. 진심으로 가지고 싶어 하는 마음이 있어야 이 포토카드를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럼 전 안 받는 걸로…….”

“아 진짜! 서운하네!”

내가 웃으며 농담이라고 하고는 7년차 대선배님에게 공손하게 포토카드를 받았다.

꽁해 하는 누군가의 모습에 주변 사람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편안한 분위기였다.

미프 이후로는 워낙에 옛날부터 절친이라는 게 알려지기도 했고, TV 예능이 아닌 미튜브인지라 서로 간에 언행이 편해졌다.

옛날이면 ‘신인이면 무조건 선배님이라고 해야지’ 하며 댓글 폭탄이 달렸을 테지만 이제는 서로 간에 급도 비슷하고. 수플레들의 전투력이 중현이 군단 급이었다.

“오! 저는 지한빈 선배님 거 나왔어여!”

“저는 NYX 뮤리 선배님 포토카드 나왔어요.”

동생들이 하나씩 뽑고 있을 때.

마지막으로 내가 포토카드 추첨 버튼을 눌렀다.

띵띵띵 하면서 룰렛이 돌아가다가 ‘파파팡!’ 하고 대박이 터졌다는 듯 팡파레가 울려 퍼졌다.

“뭐야, 이거?”

“오!”

태현이가 눈을 휘둥그레 떴다.

“이게 그거거든. 포토카드 중에서 진짜 레어하기로 소문난 포토카드가 당첨되었을 때….”

“오오오오!”

“진짜여? 누구 포토카드인데여?”

태현이가 침을 꿀꺽 삼키며 말했다.

“자세히는 몰라. 나도 처음 보는 거라. 확률상으로 거의 로또 급이라고 들었던 것 같은데.”

“진짜 희귀한 거구나.”

“운빨이 무슨… 진짜 이 아저씨는 뒤로 넘어져도 거위털 쿠션이 받쳐 준다니까요.”

“우주 형 이제는 기계도 조작하는구나.”

동생들의 축복을 받으며 내가 의기양양하게 서 있을 때.

황금색 아우라와 함께 포토카드의 주인공이 등장했다.

그리고.

“……?”

화면에 나타난 것은 TJ 엔터 소속 최고의 유명인이었다.

-TJ 엔터에 온 것을 환영합니다! 와하하하하!

-와하하하! 와하하!

-나 박태준이 그대의 앞날을 축복하겠습니다!

수트를 입은 중년 남자, 박태준 회장이 허리를 재낄 듯이 와하하하 웃어대고 있었다.

지이이잉.

포토카드가 인쇄되고, 와하하가 울려 퍼지는 동안 태현이와 동생들이 바닥에 굴렀다.

“흐하하하하!”

“아! 진짜 대박이다! 평생 쓸 운을 저기다 썼어여!”

“흐하하하! 쌤통이다!”

잘못한 것도 없는데 쌤통이라며 탭댄스를 추는 토마토였다.

우리 스탭들까지 박장대소를 하는 가운데, 나는 멍하니 TJ 박태준 회장의 포토카드를 받았다.

회장님이 따봉을 날리고 있었다.

[나 박태준이 그대의 앞날을 축복합니다!]

인상 때문엔 그런 건지 모르겠는데 행운의 라쿤이 떠올랐다.

포토카드를 챙기면서 그제야 우리 대표님이 TJ 엔터에서 매니저를 하다가 창업하셨다는 걸 떠올렸다.

……여기서 배움을 얻어 오신 건가.

“기분이 어떠신가요?”

“좋습니다. 정말 박태준 회장님의 포토카드가 당첨되어 영광이네요!”

뺨을 파르르 떠는 내 모습에 다들 웃음을 터뜨렸다.

*   *   *

새로 오픈했다는 TJ 뮤지엄을 본 후에 굿즈 샵에도 들렀다.

TNT 멤버들의 얼굴이 담긴 마스크팩부터 시작해서 응원봉까지 다양한 굿즈를 카메라에 담았다.

“내 굿즈 사 주려고 했는데….”

아쉽다는 표정에 우리가 웃었다.

어찌나 인기가 좋은지, 얘 얼굴이 찍힌 굿즈 하나를 살필 때마다 직원 분이 ‘품절이에요!’ 하고 알려 주었다.

물론, 말로는 아쉽다고 하긴 하는데.

“아 아쉽다. 흐흠, 흠.”

자꾸만 뺨을 씰룩씰룩이는 원조 졸개를 보며 슬그머니 웃었다.

그렇게 TJ 엔터와 계약된 대로 뮤지엄과 굿즈 샵 등을 둘러본 후에 우리는 꼭대기 층으로 향했다.

대표실보다 더 위에 있는 진짜 꼭대기 층.

“우와아아아!”

바로 SKY 라운지라고 불리는 공간이었다.

탁 트인 전면 창으로 청담동의 뷰가 보이는 곳에 구내식당이 마련되어 있었다.

근사한 호텔 레스토랑 같은 분위기였다.

“츄릅.”

밥 맛있기로 유명한 구내식당이라 그런지 벌써부터 동생들이 이성의 끈을 놓고 있었다.

내가 중얼거리듯 말했다.

“여기는 진짜 오랜만이네.”

“우리 연습생 때 여기 왔던 거 기억나?”

“어떻게 잊냐.”

그때 당시에 연습생은 올 일이 별로 없었다.

주로 여기서 밥을 먹는 건 대부분 월말평가를 보러 본사에 방문할 때였으니….

태현이와 내가 눈을 마주치고는 ‘으으’ 했다.

다행히 그때와는 완전 다른 인테리어로 리모델링을 해 놓은 터라 밥은 맛있게 먹을 수 있을 것 같다.

안 좋은 기억은 좋은 기억으로 덮어 버려야지.

“옛날이랑 다르게 요즘에는 뷔페식이니까, 그냥 원하는 걸로 골라 먹으면 돼.”

“알겠습니다~!”

중현이와 지호가 신이 나 깐풍기를 향해 달려가기 시작했다.

접시에 반찬을 하나씩 담을 때.

식당 안쪽으로 들어오면서 우리를 발견한 TJ 엔터의 직원들이 반갑게 인사했다.

“오랜만이에요!”

“네! 안녕하세요!”

그렇게 인사하면서 서로의 일로 돌아갈 때.

“……어?”

처음 보는 사이라는 것을 깨달은 상대가 눈을 깜빡였고, 우리가 따스한 미소를 지었다.

익숙한 일이었다.

다들 웃음을 터뜨리는 동안, 해당 테이블의 직원들이 허둥지둥 일어나서 인사했다.

“TV에서 하도 많이 봐서…….”

“다들 그러세요. 저희를 처음 만나면 헷갈려 하시고.”

“여기는 어쩐 일로…?”

“저희 촬영 왔어요.”

‘아’ 하는 소리와 함께 TJ 엔터의 직원들이 우리와 태현이의 촬영을 구경하기 시작했다.

벌써 폰카를 꺼내 찍는 분들도 있고.

신기하다는 듯 우리를 보며 웅성거리는 사람들이 보였다.

그리고.

“음흠흠.”

“……왜 네가 으쓱하는 건데?”

“그냥. 좋아서 음흠흠.”

사람들이 나를 연예인 보듯 바라볼 때마다 자기가 더 좋아하는 녀석이었다.

뿌듯해하면서, 한편으로는 의기양양해하는 모습을 보며 웃었다.

그러고는 접시를 들고 테이블을 찾을 때.

“어……?”

“안녕하십니까!”

나와 태현이를 보고는 한 무리의 연습생들이 벌떡 일어났다.

다급하게 야구모자까지 벗으며 공손하게 인사하는 이들에게 우리가 웃으면서 인사했다.

그리고.

“어?”

“안녕하세요!”

어딘가 어색한 미소로 ‘어?’ 하는 걸그룹 NYX의 멤버들과도 인사를 나눴다.

그걸 시작으로 TJ 엔터 소속 연예인들이 눈에 띄게 여기저기 배치되어 있었다.

내가 웃음을 참으며 태현이에게 속삭였다.

“단체 회식이라도 열린 줄 알았어.”

“……쪽팔리니까 말하지 마. 민망해 죽겠네.”

그렇게 연예인들을 하나둘 지나 마침내 우리 테이블에 도착했을 때였다.

“음……?”

본격적인 식사를 하기 전에 구내식당 입구 쪽이 웅성거리는 게 보였다.

수행원들을 주렁주렁 달고 있는 중년 사내, 박태준 회장이 식당에 들어오더니 우리 쪽을 흘끔 보았다.

그러고는 헛기침을 하며 어색하게 뷔페 접시를 집어 들었다.

“하, 진짜…….”

태현이가 한 손으로 이마를 짚으며 민망해 죽겠다는 표정을 지을 때.

고개를 빼꼼 내밀던 막내가 혀를 내둘렀다.

“와, 근데 진짜 포토카드랑 똑같이 생기셨어여.”

그 말에 모두가 웃음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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