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439화
식사를 하면서 박태준 회장이 접시에 음식을 담는 모습을 흘긋 바라보았다.
세상 어색한 광경이었다.
마치 리혁이가 데드 리프트를 하겠다고 바벨을 끙차, 드는 걸 바라보는 듯하다고 할까.
“왜 가만히 있는 사람을 공격하고 그래요?”
“그만큼 진귀한 광경이라는 거지.”
김덕순 여사가 뷔페에 가도 저것보다는 더 능숙하게 음식을 담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쨌거나 그런 생각과 별개로.
접시를 든 박태준 회장 일행이 우리 근처에 다가오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안녕하세요! 뉴블랙입니다!”
공손하게 허리를 숙이며 한국 연예계의 가장 큰손 중 하나인 박태준 회장에게 인사했다.
그가 반색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식사는 맛있게 하고 있니?”
“네!”
“뉴블랙이 우리 회사에 찾아왔다고 해서 식사도 할 겸, 얼굴 한번 보러 올라왔지.”
‘와하하하!’ 하는 웃음소리에 지호와 리혁이가 뺨을 꿈틀대며 고개를 숙였다.
같이 웃음을 참던 태현이가 슬그머니 눈웃음을 보이며 끼어들었다.
“회장님, 저도 있어요~”
“어유! 우리 태현이야 아까부터 내가 딱 보고 있었지~! 멀리서부터 빛이 쫘악 나니까.”
“회장님을 봐서 그런가 봐요~”
“어유~! 요거요거 우리 귀염둥이~!”
박 회장이 귀여워서 어쩔 줄 모르겠다는 듯 너스레를 떨자, 뒤에 서 있던 수행원들이 약속한 것처럼 와하하! 웃었다.
단체로 뺨을 꿈틀거리며 웃음을 참고 있었다.
“태현이는 우리 회사의 대들보니까.”
“에이, 대들보는 무슨. 다 회장님께서 만들어 주신 거죠. 그 대들보.”
“와하하하!”
“하하하하!”
회사의 오너와 대들보가 공작부인의 티파티에 모인 사람들처럼 서로에게 칭찬을 했다.
딱히 진심으로 하는 말 같진 않았다.
-그 자리 내가 만들어 줬다, 이놈아!
-내가 잘해서 이렇게 된 거지. 이놈의 회사.
양쪽에서 하고 있는 생각을 말풍선 같은 걸로 보면 이런 말들이 보이지 않을까.
중현이가 감탄했다.
“와, 정말 사이가 좋으시네요.”
박태준 회장이 껄껄 웃으며 중현이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러곤 대뜸 악수를 청했다.
“처음 보는구나. 중현이!”
“네, 맞아요.”
중현이가 살포시 손을 쥐자, 전기 충격기에 당한 사람처럼 중년 사내가 펄떡댔다.
“아그그극!”
“엇, 죄송합니다. 강해 보이셔서 괜찮을 줄 알았어요.”
“어후우… 젊은 친구가 힘이 좋아! 와하하하!”
손이 벌게진 TJ가 와하하 웃자, 수행원들이 다시 한번 와하하 웃었다.
나도 언젠가 저런 권력을 얻어야지.
“화면으로만 보다가 이렇게 보니 신기하구나. 키도 크고, 훤칠하게 생겼어! 와하하!”
“감사합니다.”
그러곤 동생들을 바라보았다.
“노래 잘하기로 소문난 리혁이도 여기 있고.”
“감사합니다.”
“비주는… 볼 때마다 탐이 나는구나. 레몬 엔터 가기 전에 TJ 엔터 오디션을 보지 그랬어~”
이건 진심인 듯했다. 워낙에 화려한 퍼포먼스를 좋아하시는 분이라 비주를 보는 눈에 사심이 보인다.
“감사합니다.”
비주가 사근사근 웃으면서 고개를 꾸벅했다.
그렇게 동생들을 하나하나 칭찬하던 박태준 회장이 눈을 반짝반짝하고 있는 지호에게 시선이 향했다.
“지호는…….”
“네!”
“……건강하구나!”
“아… 넹, 감사합니다….”
적당한 수식어가 안 떠올랐던 모양이었다.
촉촉한 눈으로 멀찍이 창가를 바라보는 막내의 모습에 웃음을 참았다. 비주가 그 등을 슥슥 토닥여 주었다.
이어지는 박 회장의 친한 척에 동생들이 미소를 지었다.
‘처음 보는 사이인데’ 하며 얼떨떨해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기분이 좋아 보이긴 했다.
워낙에 연예계에서, 특히 아이돌판에 있어서 전설적인 인물이어서 그런지 그 입에서 나오는 칭찬 하나하나가 기분 좋게 들리는 모양이었다. 90년대의 트렌드부터 시작해서 지금의 TNT까지.
연예계에서 대히트한 아이돌 그룹 중 절반을 만들어 낸 사람이니까.
“그리고… 우주는 오랜만에 보는구나!”
“안녕하세요. 회장님.”
“저번에 한 번 사옥에 들렸다고 들었는데, 그때는 한 이사와 만났다지?”
“네. 맞아요.”
박태준 회장의 뒤편에 서 있는 한영준 총괄이사와 눈이 마주쳤다.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는 사람에게 나도 웃으며 눈인사를 건넸다.
한 명은 나를 방출시키라는 결정을 내린 사람이고, 다른 한 명은 그 통보를 알린 터라 딱히 달가운 얼굴들은 아니었다.
하지만 6년이라는 긴 시간이 지난 덕인지 덤덤하다.
박 회장이 껄껄 웃으며 말했다.
“잘 지낸 것 같아서 보기 좋구나.”
해석) 쫓아내서 쏘리.
내가 웃으며 답했다.
“여기서 배운 게 정말 큰 도움이 됐어요.”
해석) 잊지 않고 있다.
“그렇구나! 와하하하!”
“하하하!”
사이좋게 와하하! 하면서 부드러운 미소를 교환했다.
* * *
“와하하하!”
호탕하게 웃던 박태준 회장은 속으로 끄응, 하는 소리를 냈다.
‘만만치가 않네.’
눈앞에서 공손하게 웃고 있는 선우주가 보였다.
흠 잡을 데 없이 완벽한 웃음.
그야말로 웃어른에 대한 최상의 공경을 담은 미소를 보자면 조선시대 선비들이 ‘저것이 바로 장유유서외다!’ 할 듯한 느낌이다.
다만…….
‘뭔 어린 녀석이….’
속에 구렁이 열댓 마리가 들어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적당히 간을 보고, 되겠다 싶으면 살살 꼬드기려고 했는데 바늘 하나 안 들어갈 듯하다고 할까.
“오늘 태현이 솔로 앨범 작업하러 왔다고 들었는데, 정말 잘 부탁한다.”
해석) 앞으로도 잘 지내보자.
“신경 써 주셔서 감사합니다. 잘 마무리 지을게요.”
해석) 이걸로 끝인데요.
박태준 회장의 근심이 커져 갔다.
‘관계 회복을 잘 시켜 놔야 되는데…….’
그가 뉴블랙 멤버들이 식사하고 있는 곳까지 찾아와 부드럽게 말을 거는 이유가 바로 눈앞의 선우주 때문이었다.
업계 최고 수준의 작곡가.
박태준 회장은 얼마 전에 시청한 미스터 프로듀서를 떠올렸다.
‘노래 하나로 그 못난이들을 아이돌처럼 만들어 놨어.’
가수의 매력 포인트를 정확히 분석하고, 가수에게 최적화된 노래를 만들어 주는 작곡 실력.
4대 기획사 모두가 군침을 흘릴 만큼 매력적인 작곡가였다.
문제는.
‘돈으로 어떻게 할 수도 없고.’
일반적인 작곡가라면 거부할 수 없을 정도의 거액을 안겨 주며 ‘일 하나 합시다’ 하면 그만인데.
이쪽은 돈으로 살 수가 없는 매물이었다.
기본적으로 다른 회사의 아이돌이기도 하고.
-어, 얼마?!
-작년도에 뉴블랙이 올린 매출이 400억이고… 아마도 인당 세전으로 30억 가량은 정산 받았을 겁니다.
-……거기는 회사가 아낌없이 주는 나무인가?
-물론, 우주의 경우에는 저작권료를 포함하면 거기서 더 올라갈 거고요.
걸그룹의 대중성과 보이그룹의 팬덤이 합쳐진 매출에서 비롯된 정산금, 그리고 저작권료까지.
돈으로 회유하기에는 이미 돈이 너무 많았다.
가장 싸게 매수할 수 있는 방법이 있기야 하지만.
‘이 녀석을 데리고 있었으면 이런 고민을 할 이유도 없었을 텐데.’
이미 지난 일이었다.
주식이 연일 상한가를 쳐도 내가 이미 매도한 주식이면 의미 없듯이.
하지만 지금이라도 매수해야 되는 주식이었다. 눈앞의 인물은.
수십 년간 연예계를 지켜봐 온 감으로, 앞으로 10년간은 계속해서 그래프가 우상향하며 쭉쭉 치솟을 테니까.
이야기가 잘 풀려서 혹시나 TJ 엔터 소속의 가수들이 선우주의 곡을 받게 된다면 그야말로 대박이 아닌가.
“태현이한테 써 주었다는 곡을 들어봤는데, 정말 태현이다운 곡을 써 주었구나.”
해석) 그러니 다른 아이들의 곡을 써 보는 건 어떠하니?
“예전부터 구상하고 있던 곡이었어요. 연습생 때부터 약속한 게 있어서. 하하.”
해석) 아~ 안 산다니까요.
“…….”
몇 번 정도 각을 재 본 박태준 회장이 일단 안 되겠다는 판단을 내리며 후퇴를 했다.
“어이쿠, 내 정신 좀 보게. 식사들 해야지. 그럼 맛있게 밥 먹으려무나.”
“네!”
“필요한 것 있으면 언제든 말하고. 여기 내 명함을 줄 테니…….”
박태준 회장이 명함을 꺼내 건네주었다.
뉴블랙 멤버들이 우와아 하며 기뻐하는 가운데, 선우주도 공손하게 받아들며 말했다.
“감사합니다. 나중에 연락드릴게요.”
“그래. 와하하!”
호탕하게 웃으며 그가 접시를 들고 이동했다.
뉴블랙과 카메라로부터 등을 돌리자마자 그의 얼굴에 웃음이 싸악 사라졌다.
“끄응.”
박태준 회장이 힐끔 뒤를 돌아 뉴블랙을 바라보았다.
‘그나저나….’
저 녀석들은 뭘까.
공손하게 웃고 있는 선우주의 뒤에서 굉장히 하찮은 2:2 자태로 서 있는 멤버들이 보였다.
선우주가 웃으며 응대할 때마다 어깨를 으쓱으쓱 하던데.
게다가 옆에서 한태현은 뉴블랙 진영에 귀순한 것처럼 같이 어깨를 으쓱대고 있었다.
깔깔 소리까지 내어 웃는 모습에 그가 물었다.
“……쟤가 원래 저렇게 환하게 웃었나?”
“글쎄요. 저도 요즘에는 얼굴 보기가 힘들어서… 오늘따라 기분이 좋은 것 같습니다만.”
큰아버지인 한영준 이사가 답했다.
박 회장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계속 걸어갔다.
“아무튼 오늘 태현이 솔로 작업 지원 잘해 주고. 부족한 것 없게 극진하게 대우해 줘.”
“예, 알겠습니다.”
“어떻게든 가까이 둬야 할 친구야.”
확신까지는 아니지만 뉴블랙은 앞으로 더 높이 올라갈 듯한 예감이 들었다.
몇 번 대화를 나눠 보며 그는 뉴블랙이란 그룹의 구조를 파악했다.
‘뇌를 하청 주고 있구만.’
자기가 재능 있는 분야는 각자 담당하고, 판단은 그룹의 리더에게 위탁하는 듯한 구조였다.
그럴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잘한 말실수 하나로도 엄청난 논란이 되는 미스터 프로듀서에서 두 달간 무사히 버틴 것도 그렇고.
데뷔하고 2년 동안 탑급으로 올라가면서 구설수 하나 없이 그룹을 운영하는 건 보통 능력이 아니니까.
여러모로 크게 될 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 보니 그때도 그랬지.’
연습생들에 대한 보고서에서도 ‘성실하고 평판이 좋음. 어린 연습생들이 의지하는 듯함’ 같은 설명을 본 기억이 있었다.
면담할 때도 제 나이보다 더 어른스러운 느낌을 받기도 했고.
‘하여간 보통내기는 아니…….’
그런 생각을 하며 걷고 있을 때.
“회장님!”
선우주와 졸개들이 다급하게 달려왔다.
뭔가 급한 일이 생겼다는 듯, 그를 찾는 용건에 박태준 회장이 반색했다.
“그래, 무슨 일이니.”
“아까 무슨 일이든 필요한 것 있으면 연락 달라고 하셨잖아요.”
“그랬지. 하하.”
“회장님께 부탁드리고 싶은 게 있어서요.”
박태준 회장이 흔쾌히 고개를 끄덕일 때.
“제가 이걸 깜빡했어요.”
선우주가 주섬주섬 주머니에서 황금 테두리로 된 포토카드를 꺼냈다.
[그대의 앞날을 축복합니다]라고 되어 있는 그의 포토카드였다.
“…….”
눈을 깜빡이는 박태준 회장에게 우주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사인해 주실 수 있나요?”
“…….”
“엄청 희귀하다고 들었는데, 회장님 사인까지 있어야 완성이 될 것 같더라고요.”
박태준 회장이 빙그레 웃었다.
‘내 착각인가.’
어쩌면 그냥 이상한 애일 수도…….
* * *
박태준 회장 일행이 떠난 후.
“일단 음식을 다시 받아야겠어여.”
“그러자.”
자리에 서서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음식이 차갑게 식은 터였다.
중현이가 눈을 크게 떴다.
“그거 버릴 거예요?”
“응.”
“그러면 다들 접시 두고 가요. 제가 먹을 거니까.”
“너도 그냥 새로 받지.”
“안 돼요. 먹을 수 있는 음식을 버리면 하늘이 No해요.”
중현이의 말에 다른 동생들에게 손을 내밀었다.
리혁이가 물었다.
“뭐예요?”
“천벌 몰아주기 하자.”
“아하.”
태현이와 지호, 비주가 손을 슥 내밀었다.
“안 내면 진 거 가위바위보~”
“느아아!”
천벌은 우리 토마토 군이 받기로 했다.
그렇게 음식을 새로 받는 동안, 내 곁에서 스테이크 조각을 집던 태현이가 입을 가리고 속삭였다.
“무슨 말을 그렇게 에둘러 하시는지. 나 같으면 차라리 속 시원하게 ‘곡 달라’ 이랬을 거야.”
“그건 너무 직설적이잖아.”
“아는데, 너무 속 보이니까 그러지.”
정작 나는 담담한데, 대신 은근하게 열을 내주는 녀석이었다.
조용히 웃음으로 답하며 자리로 돌아가 식사를 마무리했다.
“선배님~ 여기 무한 리필인 거져?”
“응.”
“들었어여? 무한 리필이래여!”
TJ 엔터의 구내식당은 그야말로 우리에게 천국 같은 곳이었다.
접시 하나를 반납할 때마다 새로운 접시에 음식을 수북이 담아 오는 우리를 보며 직원들이 웃었다.
그러곤 눈치를 보면서 하나둘 다가왔다.
“저희 혹시 사진 좀.”
“네, 그럼요!”
TJ 엔터 직원들과 같이 브이 하고 사진을 찍어 주거나, 빈 메모지 같은 곳에 사인을 해 주었다.
언제 우리를 다시 볼지 모르니 뽕을 뽑겠다는 의지가 보인다고 할까.
대부분 처음 보는 직원들이었다.
연습생 때 만나는 직원들이 대부분 신인개발팀 직원들이기도 하지만, 엔터사 특성상 오래 일하는 사람이 별로 없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중간중간 아는 사람들을 발견하고 반갑게 인사할 때.
멀찍이서 조용히 접시를 반납하며 사라지는 인물들을 바라보았다.
어딘가 낯이 익다고 생각하는데 태현이가 냉큼 말해 주었다.
“기획팀 직원들이야.”
“아하.”
그쪽에도 웃으면서 인사하니 머쓱한 얼굴로 끄덕하곤 사라졌다.
중현이가 말했다.
“되게 소화가 잘 되는 표정이네요. 형.”
“보통 사람들은 ‘기쁨’ 혹은 ‘즐거움’이라고 부르는 표정이란다. 중현아.”
그렇게 미니 팬미팅을 끝내고는 점심식사를 끝낸 후.
구내식당을 나온 우리는 태현이를 따라 TJ 카페를 방문했다.
여기 카페 아이스크림이랑 샌드위치가 유명하다고 들어서 스탭들 것까지 왕창 주문했다.
“할인 들어가서 279,000원입니다.”
“할인이요?”
“네, TJ 소속 아티스트 분들은 할인이 들어가거든요. 뉴블랙 분들도 그걸 적용해서…….”
동생들과 내가 눈을 휘둥그레 떴다.
“대, 대박…! 우리가 셀럽 할인을 받았어여! 여태까지 뭐든 정가 주고 샀는데!”
“대박 사건 아니냐. 야, 이거 영수증 찍어. 찍어.”
“잠깐만요. 형. 저 스노우 켤게요.”
영수증을 찍어대는 우리 모습에 태현이가 한 발짝 물러나서 머리를 짚었고.
카운터에 있는 알바생들이 미친 듯이 웃기 시작했다.
태현이가 중얼거렸다.
“부끄러움은 왜 나의 몫인가.”
“저도 멤버들이 부끄러워요. 선배님.”
“오, 리혁이.”
태현이가 씩 웃으며 주먹을 내밀었다.
“역시 ESTJ와 ISTJ는 통하는 게 있어요.”
“…….”
“아, 이런 거 싫어한다고 했지. 별자리 궁합이나 혈액형 성격설.”
주먹을 콩 하고 찍은 리혁이가 헛기침을 할 때, 지호가 말했다.
“저 형이 게자리라서 그래여.”
“유사과학이라고! 그거!”
동생 라인의 치열한 혈투를 지켜보며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케이크도 하나 먹었는데, TNT 케이크라고 폭탄 모양의 초콜릿 케이크였다.
한입 먹기만 해도 칼로리 수치가 눈앞에 떠오르는 맛이었다.
미튜브 컨텐츠를 위해 TNT 케이크 등의 맛을 리뷰한 후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비주가 물었다.
“일하러 가게요?”
“응.”
기지개를 켜며 동생들을 바라보았다.
“흐히힛!”
“꺄핫!”
얘네를 이대로 두고 가려도 되려나.
비주가 있어서 안심이긴 한데, 비주도 엄연히 우리 멤버였다.
괜한 걱정이 들었던 까닭에 내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얘들아. 여기서 무슨 일을 막 하고 그러지 말고….”
“형, 작업할 때….”
동생들과 내가 말이 겹쳤다.
먼저 말하라는 듯 눈짓하자 동생들이 앞다투어 말했다.
“우주 형, 이곳 A&R팀 분들도 소중한 한 사람의 인격체예요. 그걸 꼭 기억해야 돼요! 꼭!”
“더불어 사는 세상이라잖아요.”
“미국처럼 총이 없다고 해서 안심해도 될 게 아니에요. 원한 살 일은 적당히 하고.”
“적당히 하는 게 힘들 것 같으면 아예 복수를 못하도록 만들고 돌아와여. 형.”
태현이가 배를 잡고 웃음을 터뜨리는 동안 나는 가만히 미소를 지었다.
이미 굳은 확신으로 ‘적당히 갈아요’ 하는 동생들에게 고개를 끄덕이며 알았다고 했다.
비주가 웃으며 말했다.
“그럼 저희는 걱정 말고 얼른 가요. 형. 이상한 거 안 할게요.”
“…….”
“얼른 가여! 형!”
‘우리를 믿어 달라!’ 하는 듯한 눈으로 초롱초롱 바라보는 동생들의 모습에 내가 태현이에게 물었다.
“애들 맡길 데 없나. 여기 키즈 카페 있어?”
“요 근처에 TJ 어린이 어학당이 있기는 한데, 다른 TJ일걸. 원장님 이름이 김태진이었나.”
“전혀 보탬이 안 되는 정보구나. 고마워.”
내가 허허 웃을 때, 막내가 해맑게 웃었다.
“우리 두고 가려고 하니까 막 발걸음이 안 떨어지고 그래여?”
“응.”
내가 없는 사이에 TJ 엔터 사옥에서 무슨 일을 하고 다닐지 근심이 된다고 할까.
리혁이가 말했다.
“우리가 이렇게 믿음이 없는 사이였는지는 몰랐네요.”
“너 위급한 일 생기면 우리 중에 누구한테 전화 걸 거야?”
“미쳤어요? 당연히 119나 112에 걸어야지.”
틀린 말은 아니었다.
어쨌거나.
얘네가 불안하다고 내가 감시라도 할 수 있는 노릇은 아니었기에 어쩔 수 없이 헤어지기로 했다.
“비주 혼자 화장실 가게 하지 말고. 중현이는 유리 같은 거 만지지 말고.”
“얼른 가여~!”
“지호는 아무것도 하지 마. 리혁이는 갑자기 책 읽겠다고 분위기 깨지 말고….”
“꺄르륵! 꺅!”
듣지도 않네.
과연 올바른 선택을 하는 것인지 의문이 들었지만, 그쯤에서 마무리하고 동생들에게 손을 흔들었다.
-이제 우리들의 세상이에여~!
멀찍이서 지호의 환호가 들려왔다.
걱정스러운 눈으로 동생들을 뒤돌아보고 있을 때, 태현이가 내 등을 툭 치며 웃었다.
“이제 일하러 갑시다. 형님.”
“가자.”
엘리베이터를 타고 4층으로 이동했다.
“여기가 이번에 새로 조성한 작업실들인데…….”
이제 본격적으로 일을 하게 되어 그런 건지, 연신 신이 난 표정으로 이것저것 설명해주는 한 모 씨였다.
보안이 중요한 곳인지 키 카드를 두 번 정도 찍고 나서야 들어갈 수 있었다. 우리가 들어선 곳은 프로듀싱팀 복도.
아예 한 층 전체가 작업실로 이뤄진 걸 보며 감탄하고 있을 때.
“이쪽으로.”
태현이를 따라 도착한 곳은 회의실이었다.
‘Survivor’의 녹음을 진행하기 전에 A&R 및 프로듀싱팀과 주요 사항을 논의하기 위함이었다.
“안녕하세요.”
“엇, 안녕하세요!”
내 자리로 보이는 상석에 과자나 음료 등이 늘어서 있는 가운데, TJ 엔터의 직원들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방긋방긋 웃는 얼굴들이긴 한데….
“…….”
마치 괴수와의 결전을 앞둔 인간들처럼, 결연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는 직원들이었다.
오해가 있으신 것 같다고 말을 하려고 할 때.
방금 전까지 뭘 보고 있었던 모양인지 노트북 앞에 모여 있는 게 눈에 띄었다.
태현이가 대신 물었다.
“뭐 보고 계셨어요?”
“아, 우주 씨가 나온 방송을 보고 있었어.”
미스터 프로듀서를 보고 계셨던 건가.
내가 웃으면서 ‘방송은 과장이 된 거예요’ 하며 오해를 풀려고 할 때.
TJ 엔터의 A&R팀이 어딘가 살짝 무서워하는 얼굴로 노트북을 돌려 보여 주었다.
태현이가 웃음을 터뜨렸다.
-이것이 Korean Spirit입니다.
화면 속에는 피를 주륵 흘리며 노스탤지어의 스탭들을 향해 표독스럽게 웃는 우주선이 나와 있었다.
직원들과 눈이 마주쳤다.
내가 빠르게 고개를 저었다.
“아니에요.”
“…….”
“전혀 그런 장면이 아니에요.”
“…….”
하지만 말을 하면 할수록 직원들이 점점 더 두렵다는 듯이 나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음. 좋은 첫인상을 주는 데는 실패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