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443화
결국 조무래기들을 응징하는 데는 실패했다.
어찌나 달리기가 빠른지, 본업이 아니라 달리기로 성공했다고 해도 믿어 줄 정도였다.
-하하하핫!
매니저의 차량에 탄 녀석들이 하하핫 웃으며 손을 흔드는 걸 보며 분을 삭일 뿐이었다.
“아니.”
“하하하.”
“아니이…….”
숙소로 돌아가는 차량 안.
내가 황당한 얼굴로 한숨을 쉬자 원석이 형이 동글동글하게 웃었다.
“그냥 친구들한테 밥 한 끼 샀다고 생각해.”
“액수가 좀 충격적이어서 그래요.”
돈이 아까워서 그런 건 절대 아니다.
이 정도쯤이야 몇 번 웃으며 사 줄 수 있을 만큼 벌었으니까.
다만 밥 한 끼 먹는데 이 정도로 돈이 들어가는 건 처음 봤다.
“좋은 일 아닐까. 그 친구들이 이제 네가 자기네만큼 잘나간다고 생각을 하는 거잖아.”
“그건 또 그러네요.”
“그게 아니라고 판단했으면 네가 낸다고 해도 절대 못 내게 했을 거야.”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아까 먹었던 음식들의 금액을 떠올렸다.
이 형도 밥값이 얼마인지 들으면 생각이 바뀔 것이다.
물론 원석이 형의 말도 맞긴 한데….
-가격 나쁘지 않은데? 오늘 좀 괜찮게 먹은 듯.
-지한빈 너 이거 어디서 주문했냐? 가격대 괜찮네.
-그치? 괜찮다니까.
이놈들은 진짜로 얼마 안 된다고 생각하는 반응이었다. 친구들끼리 삼겹살 구워 먹고 결제해~ 하는 정도.
톱스타가 되려면 이런 것쯤은 웃으면서 결제할 정도의 소비 생활을 해야 되는 걸까.
가끔 내가 생각하는 상식과 현실의 괴리가 느껴질 때 혼선이 온다.
“참, 우주야.”
원석이 형의 말에 상념에서 깨어났다.
“네?”
“네가 부탁했던 거 가져왔어.”
“오! 드디어…!”
뒷좌석에 있는 서류 뭉치를 가져왔다.
별다른 제목이 없는 파일철 안에는 기획서나 제안서가 가득 담겨져 있었다.
빨노초파보, 이렇게 5가지로 색인이 나뉘어 있었는데.
각각 ‘지호, 비주’ 등 이름이 붙은 색이 골고루 나뉘어져 있었다.
“뭐가 엄청 많네요.”
“팀장님이 천천히 검토해 보래. 어차피 너희가 원한다고 하면 당장 들어갈 수 있는 거라.”
“다 같이 확인해 볼게요.”
이건 TF팀에서 주는 자료였다.
TV 프로를 비롯해 각종 업계에서 보낸 기획안을 취합해서 걸러내고 정리한 것들.
현재 뉴블랙이 확고하게 자리를 잡기도 했고.
정규 앨범을 준비하기 전, 한두 달 정도 비는 시간에 간단하게 개인 활동을 시도해 보려는 중이었다.
예를 들어 리혁이의 경우에는…….
“얘 OST 부자 되겠는데요? OST 제안이 엄청 들어왔어요.”
“리혁이 노래 잘하는 거 유명하잖아.”
“이럴 때 뿌듯하다니까요. 우리 애가 성격이 모나고 유별나서 그렇지, 노래는 참 잘해~”
원석이 형이 키득거리듯 웃었다.
지상파 3사를 비롯해 케이블, 종편 채널에서 하는 거의 모든 드라마의 주요 OST 곡 제안이 들어온 걸 보며 웃는 한편.
다른 멤버들에게 뭐가 들어왔는지 보고 있을 때였다.
“우주, 너는 뭐 할 거야?”
“저요?”
“멤버들 것만 보길래.”
“아, 그러고 보니 제 걸 안 보고 있었네요.”
내가 하고 싶은 거라.
곰곰이 생각하다가 물었다.
“동생들 군대 예능 보내기… 그런 거 안 될까요?”
“나쁘지 않지만 그건 군대 의견도 들어봐야 하지 않을까.”
“그렇긴 하네요. 대한민국의 안보가….”
멀찍이 아침 하늘에 떠오른 구름들을 바라보았다.
우리 애들과 비슷한 구름을 향해 고개를 젓고, 그쪽도 나를 향해 고개를 젓는 듯한 인상을 받는 동안.
나에게 들어온 제안들을 훑어보았다.
연기도 있고. 작곡도 있고.
“어?”
플랑크톤 사장님도 계시네.
“……온 더 스테이지?”
“아, 조만간에 HBS에서 방영한다는 프로그램이야. 대국민 서바이벌 오디션이라고.”
“신기하네요. 이런 것도 하는구나.”
이번에 공격적으로 다른 기획사들을 인수한 KM 엔터가 서바이벌 오디션을 연다는 모양이었다.
상당히 자극적인 포맷이다.
모든 연습생들을 하나로 모아 최종 멤버가 될 때까지 투표로 떨어뜨리는 방식이었다.
“……떨어지면 바로 회사에서 방출?”
사탄한테 외주를 줬나.
뭐, 이런 서바이벌이 다 있냐는 생각을 하며 식겁할 때였다.
“로고송 작곡이랑 멘토링에 참여할 생각 없냐고 KM 엔터 측에서 의사를 타진해 왔어.”
“글쎄요. 아직 멘토링을 할 연차는 아니어서….”
“그런가? 미프는 했잖아.”
“거기는 예능이라 다들 웃으면서 보는 프로그램이잖아요. 이런 건 연습생들의 생사가 걸린 거라…….”
KM 엔터의 허강민 대표님이 우리를 좋게 봐서 권유한 것 같긴 한데, 연차도 부족하고 명분도 없다.
우리는 저 회사 소속 가수가 아니니까.
멤버들과 얘기해 봐야겠지만 잡음이 나올 만한 일은 애초에 안 엮이는 게 최고였다.
“……시청률은 모르겠는데 댓글창은 확실히 터지겠네요.”
“그치?”
“이 프로그램의 미래에 꽃길이 보여요. 거대한 불꽃길이….”
MSG의 신이 본다면 핫핫핫 할 만한 포맷이었다.
“카메오처럼 한 번 나가는 건 괜찮을 수도 있을 것 같긴 한데. 근데 HBS 아니에요?”
“나름대로 방송국에서 내미는 화해의 제스처 같아. ‘세계 최고의 아이돌!’ 이런 식으로 내보내 준다고.”
“…….”
고도의 공격인가.
다시 한번 잘해보자고 하는 HBS 쪽 프로그램의 제안을 보며 눈을 게슴츠레 떴다.
뒤를 넘겨 다시 연기, 연기, 작곡, 작곡, 예능 하는 류들을 쭉 보다가 덮었다.
“일단 잠을 좀 자고 생각해야겠어요.”
“좋은 생각이야.”
“원래는 서포트만 하려던 생각이었거든요. 리혁이 OST 부르면 도와주고.”
-느아아아! 내 방에서 꺼져요!
“지호 연기 연습하면, 대본 들고 맞상대도 해 주고.”
-왜 저의 기를 죽이려는 거예여~! 이런 연습할 때는 간단하게 연기하라구여! 진심으로 하지 마!
“비주 춤도 도와주고.”
-어… 따로 연습하는 건 어떨까요…?
잠을 못 자서 그런가.
왜 자꾸 환청이 들리는 것만 같지.
손을 훠이훠이 내젓고 있을 때 원석이 형이 물었다.
“중현이는?”
“아. 중현이요.”
-형. 저 이번에 농사 지어 보고 싶어요.
눈앞에서 막 쟁기와 쇠스랑이 요동쳤다.
“쉽지 않은데…….”
“하하하.”
원석이 형이 기분 좋은 곰처럼 웃었다.
그 동안 빌라 입구에 진입하면서 안전띠를 풀었다.
나를 현관 앞에 내려 준 매니저에게 웃으며 인사했다.
“고마워요. 형.”
“고생했어. 들어가서 푹 쉬어.”
“네. 그러면 두 시간 뒤에 픽업하러….”
“잘 자.”
“아니, 그럼 저는 일을 어떻게…….”
원석이 형이 유리창을 올리고는 부우웅 하고 떠났다.
참으로 매정한 뒷모습이었다.
네 시간 뒤에 부르면 되려나. 그런 생각을 하며 엘리베이터를 타고는 숙소까지 직행했다.
익숙한 실내 공기에 웃을 때.
“음……?”
독특한 냄새가 코를 자극했다.
어딘가 된장찌개 같기도 하고. 불고기 같기도 하고. 생선 구이 같기도 하고. 나물과 메추리알 냄새 같기도 한 그것은….
“형 왔어요~?”
앞치마를 맨 비주가 상냥한 미소와 함께 나를 맞이했다.
“겉옷 주세요.”
“어, 응.”
“배 엄청 고프죠? 어제 밤 새고 너무 고생한 것 같아서 밥 차렸어요.”
“그래? 나 아까….”
밥 먹어서 조금 밖에 못 먹는데… 라고 말하려던 순간.
식탁에 차려진 반찬들이 눈에 들어왔다.
된장찌개. 조기구이. 불고기. 나물. 각종 무침을 비롯해 진수성찬이 차려져 있었다.
“비주야.”
“네.”
“너 이거 몇 시부터 차렸어?”
“새벽 5시부터…?”
절대 밥을 먹고 왔다고 말할 수 없었다.
얼른 오라며 손짓하는 비주에게 웃으며 허공의 2층을 바라보았다.
중현아.
내 위장에 축복을 걸어 주렴.
아니, 아니! 저주 말고.
* * *
된장찌개를 한 숟갈 뜨자 시선이 느껴졌다.
반짝반짝.
앞치마를 맨 주부 요정이 날개를 팔락팔락하며 턱을 괴고 바라보는 듯한 표정이었다.
“어때요?”
“으음…!”
먹방 미튜브를 구독해 놔서 다행이었다.
“진짜 맛있는데?”
“오!”
“메주의 깊고 구수한 맛, 다시마 육수의 맛이 잘 어우러졌네. 두부도 맛나고. 이건 마치…….”
대충 맛 표현을 열거하다가 내가 어? 했다.
“이거 김덕순 여사가 해 주는 맛인데.”
“맞아요. 할머님 레시피로 끓여 봤어요.”
어쩐지.
김덕순 여사가 눈앞에서 ‘옘병… 많이 처먹어라…’ 하며 훈훈하게 웃고 있는 맛이었다.
그나저나.
“…….”
이 맛난 걸 먹는 게 고역이라니.
킹크랩을 비롯해서 온갖 음식을 먹고 와서 그런지, 위장이 그만해! 그만해! 하는 느낌이었다.
여전히 반짝반짝한 눈으로 날 보는 비주에게 말했다.
“그, 비주야.”
“네.”
“밥 시간인 거 같은데, 애들도 불러야 하지 않을까?”
“아, 맞다. 시간이 됐네요.”
손목시계를 바라보던 비주가 종종걸음으로 계단 쪽에 다가가 거기에 달린 종을 흔들었다.
딸랑~ 딸랑~
그로부터 10초 후.
2층에 있던 세 개의 문이 동시에 열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파블로프 선생님은 참 대단하신 분 같아요.”
“뛰어난 분이지.”
한 덩어리처럼 비척비척 엉켜 내려오는 세 녀석을 보며 웃었다.
막내가 눈을 비비며 말했다.
“왔어여~?”
“뭐 하러 밤까지 새고 왔어요. 그냥 적당히 하고 오라니까.”
“우주 형이다.”
녀석들이 식탁에 차려진 진수성찬을 보더니 엄청난 속도로 달려와 식탁에 앉았다.
그러곤 반찬을 보며 눈을 휘둥그레 떴다.
“대박. 우주 형 밤 샜다고 차려 준 거예여? 내가 밤 샜을 때는 이런 거 없었는데!”
“넌 게임으로 밤 샌 거잖아. 멍청아.”
“바보 아니거든여~ 팬들이 저 보고 얼굴 천재라고 했어여.”
곧바로 식탁 분위기가 떠들썩해졌다.
밥을 맛있게 먹으며 꺄르르 웃는 동생들을 뿌듯하게 바라보던 비주가 물었다.
“작업은 잘 끝났어요?”
“응. 태현이가 잘해 주기도 해서.”
“근데 녹음 되게 빨리 하고 왔네여.”
막내의 말에 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얘는 한 명이잖아. 우리끼리 할 때는 다섯이고.”
“어쩐지, 엄청 빨리 끝났다 싶었어여. 오늘 저녁에 올 줄 알았는데.”
태현이와 녹음 때 있었던 일들을 간략하게 설명해 주면서, 동생들에게 있었던 일도 물었다.
“어제 액자는? 다친 사람 없어?”
“아녀. 좋은 유리라고, 깨질 때도 예쁘게 깨진다고 그러던데여.”
“조심 좀 하지 그랬어.”
리혁이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그거 거기 과실이에요. 액자를 자기네가 이상하게 걸어두고 있었더라구요.”
“그래?”
“깜짝 놀랐어요. 톡 쳤는데…….”
“복잡한 거 싫어서 적당히 넘어갔어여~”
막내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잘 처리했네.
하기사 이상하긴 했다. 아무리 중현이라고 해도…….
“…아닌가? 가능한가?”
“왜 그래요, 형?”
“아니야. 다친 사람 없었으면 됐어.”
행복한 시골소년처럼 생선구이를 먹는 중현이를 보며 웃었다.
“다른 별일은 없었어?”
“…….”
비주가 머쓱하게 앞치마를 만지작거리는 동안, 동생들이 나의 시선을 회피했다.
3초 후.
다른 화제로 넘어갔다.
“넹, 뭐 다들 너무 잘해 주셔서. 막 걸으려고 할 때마다 거의 레드카펫 깔아 주시려고 그랬어여.”
“…그 회사가 좀 그런 경향이 있지.”
“난 부담돼서 장난 아니었어요. 너무 과하게 친절하니까.”
나도 이번에 다시 한번 느꼈다.
여느 기획사가 그러하듯 잘나가는 아티스트는 언제나 왕자님, 공주님 대접이다.
다만 TJ 엔터는 그중에서도 그 정도가 심한 편이다.
그 때문인지 연습생 때도 데뷔한 선배들이 돌아오면 갑자기 귀족처럼 변해 있곤 했다.
그에 반해….
“……으음.”
“왜 쳐다봐요?”
“아니야…….”
우리는 왜 양반 족보를 공동구매한 졸부들 느낌이지.
세상 하찮은 라인업에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그렇게 다들 식사에 정신이 팔려 있을 때, 깜빡하고 있던 무언가를 떠올렸다.
“아 참, 너희도 이거 하나씩 가져갈래?”
“뭔데요?”
“개인 활동 제안 들어온 것들이야.”
서류철을 뜯어서 하나씩 나눠주었다.
일 이야기라서 그런가.
눈을 빛내며 서류를 들여다보더니 밥 먹는 것도 멈추…….
“김비주가 구운 김 비주얼은 세계 최고.”
“존맛탱.”
우걱우걱. 와각와각.
복스럽게 밥을 먹어 치우며 서류를 들여다보는 녀석들이었다.
각자 자기한테 들어온 것을 보면서 ‘호오’ 하더니 하나둘 시선을 돌렸다. 그런 자기들을 보고 있는 나에게.
막내가 진지한 표정으로 물었다.
“형은 뭐 할 거예여?”
“나?”
다들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비주가 따스하게 웃으며 말했다.
“형이 이번에 뭘 할지 정말 궁금해요.”
“저도요.”
“나도 조금 궁금하긴 하네요. 이번에 뭘 할지… 얼른 말해 봐요. 계획이 뭔지.”
네가 뭘 하든 우린 너의 편이야, 하듯 따스한 미소였다.
얼른 말해봐~ 하며 웃는 동생들의 모습에 내가 헛웃음을 보였다.
“……왜 다들 기획안을 가슴에 품고 있는 건데.”
“누구나 가슴에 기획안 하나쯤은 안고 있는 거잖아여.”
따스하게 웃으면서도 기획안을 뺏길 거라도 되는 것처럼 끌어안고 있는 동생들이었다.
곧바로 표정들이 돌변했다.
“연기는 안 돼여. 형. 고기를 양보해도 연기 천재 왕지호의 임팩트를 뺏길 순 없어여.”
“OST는 안 부를 거죠? 어서 안 부른다고 말해.”
“형, 죄송하지만 춤은 제가 찜할 거예요.”
“농사는 같이 지어도 랩은 안 돼요. 공동경작만 OK.”
자기 땅에는 절대 들어오지 말라며 철조망을 깔아 버릴 기세였다.
“내가 무슨 황소개구리도 아니고.”
“황소개구리면 차라리 낫져. 형은 그거예여. 그거. 남의 파트를 뺏어 버리는 못된….”
밥도둑으로 유명한 간장게장을 집으며 지호가 말했다.
“이게 바로 형이에여!”
덜렁덜렁.
허공에서 흔들거리는 간장게장의 모습에 웃음이 터져 나왔다.
아침 시작부터 우애가 터지는 광경에 나도 그만 웃고 말았다.
“중현아.”
“네. 형.”
“쟤 좀 끌고 와라.”
“네.”
중현이의 젓가락이 쌍검술처럼 춤을 췄다.
“여기요.”
“아니, 내 말은 간장게장을 뺏어오라는 게 아니고…!”
“맛있는데….”
내 복장이 터지는 동안 아침 식탁에 떠들썩한 웃음이 흘러나왔다.
* * *
TJ 엔터 방문 일정을 마친 후.
우리는 주말 해외 공연을 위해 다시 출국했다. 이번 목적지는 대만의 타이베이였다.
“와아아아아!”
펄럭~
[우젠민의 발상지에 온 것을 환영합니다]
[비주, 오늘은 길 잃지 마라♡ 그런 건 뜨거운 숯불 속에서만]
[선우주 내년에 반오십 살]
반오십 살에 움찔했다가 이내 의미를 깨닫고 화사하게 웃으며 손을 흔들어 주었다.
저런 드립은 도대체 어디서 배워 온 걸까.
하지만 궁금해할 틈도 없이 떠밀려 갔다.
“와아아아아!”
인지도가 상대적으로 적었던 작년 초에도 수백여 명이 모여 있었는데.
이번에는 그와 비교할 수도 없을 정도였다.
이번 앨범이 대박 난 데다가, 미프 특집이 중화권에서도 대박을 친 덕인지 다수의 취재진까지 나와 있었다.
공연 규모 역시 어마어마하게 늘었다.
“여기서 우리가 한다고요…?”
“체조경기장이랑 비슷한 거 같은데.”
첫 쇼케이스 할 때만 해도 작은 곳이었는데, 이번 공연장은 무려 주요 국제 스포츠 경기장으로 쓰이는 타이베이 아레나였다.
이틀간 약 2만 3천여 명의 관객을 동원한 콘서트.
공연이 끝나고 현지 관계자가 한국 아이돌 중에서 가장 큰 규모라는 말을 해 주었다.
「대만 팬들에게 뉴블랙이란 그룹이 의미가 크거든요. 이곳 타이베이가 ‘우젠민’이란 희대의 별명이 탄생한 성지 아닙니까!」
「그, 그렇군요.」
「팬들의 열기가 대단한 이유가 다 있는 거죠! 하하하!」
그런 성화에 보답하기 위해 정말 주말을 하얗게 불태운 후.
탈진한 상태로 돌아온 한국에서 TF팀장님이 반가운 얼굴로 우릴 맞이했다.
“이번에 불꽃놀이… 1위 기대해 봐도 될 것 같다.”
현재 낙화를 누르고 차트 2위에 등극한 불꽃놀이에 대한 소식이었다.
“추이를 보니까 여름 특수를 기대해도 될 것 같아. 불꽃놀이가 여름 시즌송 느낌이 나잖아. 틴스피릿이 음방 활동을 종료하고 났을 때쯤… 한 번 노려볼 수 있을 것 같아.”
“확실히 그때 돼서 노려볼 수 있긴 하겠네여. 지금 엄청 세잖아여.”
이번에 틴스피릿의 정규 앨범은 초동 판매량 56만 장을 기록했다.
2등인 우리의 37만장과 거의 20만 가까이 되는 차이로 근 10년간 최고 기록이었다.
그런 앨범 판매량과 팬덤 화력에 힘입어 음방 점수도 미친 수준으로 나오고 있었다.
휘연 [존나 강합니다 저희..]
휘연 [(음방 점수 스샷)]
행복해하는 아랫집 사람들에게 축복의 말을 건네 주었다.
어쨌거나 정상에 등극한 틴스피릿이 음방을 끝낼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일이었다.
그랬기에 가시권에 들어온 불꽃놀이의 1위를 두고 필요한 일을 하기로 결정했다.
“일단 안무 연습부터 할까요?”
하나는 메인댄서가 주도하는 안무 연습이었고.
또 다른 하나는….
* * *
레몬 엔터 프로듀싱팀.
직원들이 모여 있는 가운데 선우주가 노트북의 작업 파일을 재생했다.
“오……!”
불꽃놀이.
이번에 음방 무대를 다시 하게 될지 모르는 2년 전 곡이 살짝 분위기가 바뀌어 흘러나왔다.
원곡과 거의 같지만 미세한 부분에서 달라진 인트로.
작은 차이였지만 음악의 분위기가 확 다르게 들려왔다.
‘역시 음악에 미친 우리 아이….’
타닥.
인트로 재생을 멈춘 선우주가 그들에게 물었다.
“어때요? 인트로만 일단 먼저 수정해 봤는데…….”
직원들이 입을 모아 감탄했다.
“이야, 진짜 좋은데? 무슨 느낌인지 바로 알겠다.”
“너희 신인 때 불렀던 거랑은 또 다르네. 이번에 이 컨셉으로 다시 컴백하는 거 같구만.”
“진짜 좋다. 삘이 확 오네.”
강제로 친구를 먹게 된 김형섭도 고개를 주억거리며 말했다.
그 말에 선우주가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마음에 드셨다니 다행이네요.”
“하하.”
“어떤 식으로 바꾼 건지 아시겠다는 거죠? 더 설명 안 드려도.”
“응. 대번에 이해했지~”
사실은 잘 모르겠다.
하지만 여기서 물어봤다가는 ‘그래요? 그럼 지금부터 설명을…’ 하면서 지옥에 끌려갈 게 뻔했다.
이미 좋은데 굳이 더 손댈 필요가 있을까.
우주가 화사하게 웃으며 재차 물었다.
“진짜 이해하신 거 맞죠?”
“응. 그럼~”
“정말 잘됐네요!”
“……응?”
어딘가 불안한 느낌에 그들이 눈을 깜빡거릴 때 우주가 손뼉을 짝 치면서 웃었다.
“이제부터 이걸 여러분이 하셔야 돼요.”
“예?”
……우리가 하는 거였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