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448화
출연 계약서에 도장을 찍은 후.
황정구 감독님으로부터 좋은 소식을 전해 받았다.
“네?”
-하하. 우주 씨 배역에 이름이 생겼어요. 김우주라고.
“김우주…….”
-어때요? 마음에 들죠? 원래 시트콤이란 게, 이런 식으로 연기자 이름을 쓰거든요.
배우 이름을 그대로 쓰거나 성씨를 바꿔서 쓰는 게 우리나라 시트콤의 전통(?)이라나.
-그리고 저번에 우주 씨가 말했던 캐릭터 해석에 관한 건데…….
-이건 내가 이야기할게!
황정연 작가님으로부터 캐릭터에 대한 설명도 들었다.
-우주 씨가 말했던 캐릭터가… 맞아. 김우주는 그런 조직에서 일을 해야 하는 서사가 있는 캐릭터니까.
바로 김우주의 비밀에 대한 이야기였다.
-아직 정확하게 확정을 지은 건 아닌데, 몇 가지 아이디어가 있거든.
“네.”
-우주 씨가 듣고서 어떤 게 괜찮은지 의견을 제시해 줬음 좋겠어. 연기자의 해석도 중요한 거니까.
흥분한 말투로 이게 김우주의 비밀이면 어떨까?! 하시는 작가님의 말을 경청했다.
왠지 모르게 급조하신 듯한 느낌이 들지만 기분 탓이겠지.
알고 보니 다른 별에서 온 외계인이다. 외계인과 가족관계였다. 외계인에게 중요한 사람을 납치당했다 등등.
여러 가지 가설을 들은 후, 내 의견을 밝혔다.
“가족과 관련된 게 나을 거 같아요. 다른 이야기는 부연 설명이 많이 들어가야 할 것 같아서….”
-그렇지? 나도 똑같은 생각 했다니까.
“네, 그리고 저도 아이디어가 있는데요.”
-응응. 편하게! 부담 가지지 말고 편하게 말해 봐.
그 뒤로 작가님과 전화 통화로 몇 시간 동안 김우주의 캐릭터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렇게 작가님, 감독님과 이야기를 나누는 한편.
제작사와 소속사 양측에서 뿌린 보도자료가 포털 연예면에 떴다.
-뉴블랙 우주, ‘연기돌 대열’ 합류.. 시트콤 “우리 가족은 외계인” 출연
-우주, <우리 가족은 외계인> 출연 확정
-‘선우주 합류’ 우리 가족은 외계인, 출연 확정된 연예인은 누구?
다른 배우들이 출연한다는 소식이 떴을 때와 달리 몇 분 만에 기사 수백 개가 올라왔다.
“흐어어어, 이게 기사가 몇 개예여?”
“와. 이게 다 음식이었으면 좋겠다.”
“이거 봤어요? 시트콤 전체 기사에서 ‘우주’ 키워드 제외하면 기사 반절이 날아가요.”
그야말로 어마어마한 파급력.
잘 키운 우주선 하나가 열 선우주 안 부럽다며 좋아하는 동생들이었다.
하지만 당사자인 내 입장에서는 가슴이 콩닥거렸다.
“뭔 댓글이 이렇게 많아…?”
이번이 내 첫 연기 도전이었다.
그래서 적당히 비중이 작은 역할로 부담 적게 도전해 보려고 한 건데, 다들 관심이 엄청 많아 보였다.
“뭐해여?”
“일단 작게 봐 보려고.”
팔을 쭉 내밀고 턱은 뒤로 밀고.
1미터 거리로 핸드폰을 들어서 멀찍이 포털 댓글창을 살폈다.
눈도 가늘게 뜨면서 댓글창에 적힌 댓글들의 두께를 바라보았다.
“흐으음…….”
일단 장문의 악플러 댓글은 없고.
‘ㅋㅋㅋㅋ’ 같은 문구가 가득해 보이는 댓글을 슥 곁눈질하고는 자세를 풀었다.
리혁이가 혀를 끌끌 찼다.
“뭘 그렇게 봐요. 다 선플이니까 편하게 봐요.”
“선플이야? 정말?”
“굳이 따지자면 선플보다는… 천하제일 드립 경진대회 느낌이긴 한데. 뭐 분위기 좋아요.”
그 말에 얼른 댓글창을 바라보았다.
-우주선이 시트콤에ㅋㅋㅋㅋㅋㅋㅋㅋ 아 벌써 재밌네
-외계인+뉴블랙+시트콤.. 미튭 썸네일어도 안 들어갈 수가 없는 키워드임ㅋㅋㅋㅋ
-ㄹㅇ 꿀잼보장 키워드ㅋㅋㅋㅋ
-배역 잘 골랐네
-우당탕탕 외계인가족 사이에서 고통받는 정상인 포지션.. 우주 씨. 멀리 갈 필요 없습니다. 매니저님들한테 평소 어떠냐고 취재하세요 ㅎㅎㅎ
-일단 1화는 봐야지
웃음 가득한 뉴스 댓글창을 보며 눈을 깜빡였다.
“원래 이런 분위기인가?”
보통 아이돌이 연기한다고 하면 ‘우려와 기대의 시선’ 하는 기사도 하나씩 올라와 주고.
또또 아이돌 캐스팅이네 하며 댓글창에서 찬반 파티가 벌어지는 게 정석 아니던가.
TNT의 석지훈도 당시 탑클래스 아이돌임에도 연기 시작할 때 분위기가 안 좋았다. 영화에 아주 작은 비중으로 출연하는 거였는데도 댓글창 분위기가 장난 아니었지.
군대에 있을 때였나. 조심스럽게 실드 댓글 달고 그랬는데.
“왜 이렇게 분위기가 좋지…?”
“웃기는 게 목적인 시트콤에 형이 나오는 거잖아요. 개그맨이 개그 프로 나오는 느낌.”
“일리 있네. 중현이.”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리혁이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이게 왜 이런지 알아요?”
“왜?”
“아무도 연기 못할 거라고 생각을 안 하고 있어서 그래요.”
“……그러네.”
댓글창을 보면 연기는 기본으로 잘할 거다, 라는 인식이 탑재되어 있는 분위기였다.
분위기가 왜 이러지?
마법학교 CF를 제외하면 내가 연기를 보여 준 적이 없을 텐데.
아리달쏭해하는 내 표정에 리혁이가 혀를 찼다.
“자, 생각해 봐요. 팬사인회에서 마임을 하고, 외발자전거 타고, 외줄 타기도 하는 사람이 있어요.”
“응.”
“그런 사람이 연기를 한대요. 그럼 사람들이 잘할 거라고 생각할까요. 못할 거라고 생각할까요?”
“어…….”
상식적으로 따지면 외발자전거랑 연기랑 무슨 상관인데 싶지만, 왠지 모르게 설득력이 있었다.
비주가 웃으며 말했다.
“리혁이가 부끄러워서 빙빙 돌려서 말하는 거예요. 형이 다 잘하는 만능 이미지잖아요.”
“옷 입는 거 빼고.”
“아, 패션이나 미술은 빼고요.”
사근사근 웃는 비주의 말에 가슴이 아파 왔다.
하지만 댓글 분위기가 좋다는 데서 만족하기로 했다.
묘기를 보여 주기 전에 박수부터 받는 기분이라 미묘하긴 했지만, 어쨌거나 좋은 게 좋은 거다.
홍보 하나는 제대로 됐다고 할까.
실시간 검색어에 <우리 가족은 외계인>이라는 제목도 올라오고.
이런 이유 때문인지 시트콤 관계자들도 나를 박씨를 물고 온 제비처럼 취급했다.
김우용 [여러분]
김우용 [우주 씨의 입장을 알립니다~~!]
곤 픽처스 대표님의 소개와 함께 입장한 톡방에서 모두가 반갑게 인사를 건네주었다.
홍보 요정이라며 굉장히 좋아하는 분위기.
살짝 미묘한 대응을 하는 사람들도 있긴 했지만 왜 그러는지 어느 정도 짐작은 갔다.
출연이 확정되고 나서 급격하게 늘어난 요원 K의 서사와 분량 때문일 것이다.
“분량이 늘어나서 좋긴 한데…….”
“왜여? 뭐 문제 있어여?”
“이 사람들 입장에서는 조금 안 좋게 보일 수도 있을 것 같아서.”
“아, 쪼금 그렇긴 하네여.”
전후 사정을 모르는 배우들 입장에선 그렇게 보일 것 같다.
인기 아이돌이 출연한다고 듣긴 했는데.
갑자기 대본이 조금 바뀌고 그 배역의 분량이 확 늘어난 거니까.
마치 우리 측에서 요구한 것처럼.
사정을 모르는 기존 출연진 입장에서 어떻게 비칠지는 너무나도 명확했다.
내 앞에서 내색하거나 그러진 않겠지만, 같이 일하는 입장에서 초장부터 껄끄러운 분위기가 조성되는 건 원치 않았기에 고민이 됐다.
“으음…….”
하지만 고민은 길지 않았다.
“방법이 없네. 열심히 연습하는 것밖에는.”
여태까지 해 왔던 대로 하면 된다.
내 말에 막내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맞아여. 어차피 촬영 들어가면 다들 분위기 바뀔 거라… 아! 맞다!”
“왜?”
“대본 리딩 있잖아여. 그거 언제 한대여?”
대본 리딩.
시나리오가 완성되고 캐스팅까지 완성되고 나면 이제 다 같이 모여 대본을 읽는 시간을 가진다.
촬영 일주일 전쯤에 전체적인 흐름을 점검하는 과정이라고 할까.
“정확한 건 모르겠는데 이번 달 말쯤이라고 했어.”
“잘 됐네여! 그때 제대로 보여 주는 거예여.”
막내가 자기 일처럼 주먹을 꼬옥 쥐며 말했다.
“지금부터 형은 이제 연기 천재로 거듭나게 될 거예여. 제가 그렇게 만들어 줄 거니까.”
“도와주게?”
“상부상조하는 거예여. 형이 저한테 작곡을 가르쳐 주잖아여. 이제부터 매일 형한테 연기를 가르쳐 줄게여.”
“매일…?”
“형한테는 선택권이 없어여.”
막내가 흐흐흐 웃었다.
그 모습에 내가 눈을 깜빡이며 말했다.
“지호야. 근데 너 개인 스케줄도 준비하고 그러려면 시간이 없지 않을까?”
“괜찮아여!”
“네가 힘들까 봐 그러지.”
“제가 이래 봬도 뉴블랙 체력 넘버 3잖아여.”
“보통 다섯 중 세 번째면 중간이라고 표현해. 지호야.”
“……아무튼! 제 걱정은 하지 말고. 이제부터 저랑 매일 대본 리딩하는 거예여. 궁금한 거 있으면 찾아오고! 막히는 거 있으면 저한테 조언 구하고! 알았어여?”
“…….”
멍하니 바라보는 내 모습에 지호가 씩 웃었다.
지금까지 작곡 수업 받았던 걸 복수하겠다는 표정과 나를 더 좋은 배우로 만들겠다는 표정이 겹쳐 보인다.
그런 막내를 빤히 바라보던 나는.
“지호야.”
덥석 손을 잡았다.
“네……?”
“정말 고마워.”
“……?”
“그러니까 이제부터 매일 같이 연습해 주고, 질문 있으면 언제든지 찾아오라는 거지?”
멍하니 바라보는 막내와 환하게 웃는 나.
그 사이에서 젤리를 우물거리며 지켜보던 졸개들의 대화 소리가 귓가에 들렸다.
“물렸네.”
“아무리 봐도 저건 물린 거예요. 저 바보도 참… 제 발로 저 독살 맞은 인간한테 걸어 들어갔어요.”
“어떡해. 지호 망한 거 같은데 너무 슬프다…….”
입가에 손을 슥 가리고 웃는 비주까지.
내가 동생들에게 눈치 챙기라는 미소를 보내자, 녀석들이 말을 바꾸었다.
“지호 장해.”
“왕지호가 간만에 장한 일을 하네요. 주체적으로 자기 팔자도 꼬고. 하하하!”
“지호 너무 잘된 것 같아서 좋다…!”
“형들 웃는 거 다 보여여!”
다들 웃음을 터뜨리는 동안, 빽 소리를 지르던 막내가 악수를 한 내 손을 빼려고 했다.
꽈아아악.
“혀, 형.”
“고마워. 지호야.”
“저… 저를 놔주세여!”
“어딜 가려고 그래? 형이랑 연습해야지. 하핫!”
참으로 즐거운 연기 공부 시간이었다.
* * *
내가 연기라는 새로운 영역에 도전하고 있을 때.
동생들도 하나씩 자기 분야의 개인 스케줄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다 같이 <우리 가족은 외계인>의 대본을 골랐을 때처럼 동생들의 스케줄도 그런 식으로 골랐다.
다만 나의 경우와는 다르게, 각자 도전하는 분야가 자기 영역이기에 최종 선택은 본인들이 했다.
“저는 이거… 이거 꼭 하고 싶어요!”
비주는 TBC에서 새로 시작한다는 단기 프로젝트 예능을 골랐다.
프로그램 명은 <춤신춤왕(가제)>.
제목은 나중에 확정된다고 하는데, 아이돌 그룹의 메인댄서들을 비롯해 춤에 진심인 사람들을 모아 실력을 보여 주는 예능이라고 했다.
서바이벌보다는 함께 춤을 추는 협력전에 가까운 포맷이었는데, 내용이 나쁘지 않았다.
“검색해 보니까 기획하신 피디님이 아마추어 댄서 출신이래요. 춤에 대해 엄청 잘 아신다고.”
피디님이 춤잘알이라는 게 비주에게 가산점 요인인 듯했다.
노래도 아니고 춤 예능을 사람들이 과연 많이 볼까 싶었는데.
잘 될지 안 될지는 잘 모르겠지만, 중현이 필터를 통과했으니 무난하겠다 싶었다.
그리고 리혁이와 중현이도 각자 자기 분야였다.
“아저씨, 나 드라마 OST 좀 골라 줘요.”
“맨입으로?”
“고기 사 줄게요.”
“감사합니다, 나리. 쇤네가 어떤 곡부터 보면 좋으실지…?”
“……아, 그렇게 낮추는 것 좀 하지 마요…!”
리혁이는 얼마 뒤면 방영한다는 드라마 OST에 참여하기로 했다.
차례대로 올해 3분기, 4분기에 방영하는 드라마들을 비롯해 내년 1분기 드라마까지 벌써 리혁이를 찜했다고 들었다.
어쨌거나 드라마 OST는 하나를 택하면 비슷한 시기에 경쟁하는 다른 드라마 OST는 안 하는 게 상도덕이기에, 데모곡으로 들어온 수십 개를 하나하나 들었다.
“이거 괜찮은 거 같지? 리혁이 목소리 톤에도 어울리고.”
“괜찮은 거 같아요.”
“지호야. 시놉이나 드라마 상황은 어때 보여?”
“무난해여! 이걸로 가면 될 듯.”
시트콤을 고를 때와 마찬가지로 걸렀기에 이것도 무난하게 잘되지 않을까 싶다.
한편, 리혁이가 OST를 준비하는 동안 중현이는 본인 믹스테이프 제작 작업에 들어갔다.
“형, 시간 되면 저 도와줄 수 있어요?”
“시간이 안 돼도 도와줘야지. 필요한 거 있으면 다 말해.”
“저 이 부분에서 리듬이 이상한 것 같은데….”
랩 감상과 함께 믹스 테이프에서 막힐 만한 부분들을 조언해 주었다.
그렇게 각자 자기 분야를 차근차근 준비하는 한편, 대망의 우리 막내도 자기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다들 그랬듯이 우리도 지호의 스케줄을 같이 골라 주려고 할 때.
“저는 이미 골랐는데여?”
“응?”
“전부터 계획해 놓은 게 있었거든여.”
“그래……?”
축 늘어지는 우리 모습에 막내가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예전부터 저한테 해 볼 생각 없냐고 해서 들어온 기획안이 있거든여. 한참 전에.”
“아.”
그러고 보니 예전에 석환 형이 지호한테 따로 할 이야기가 있다며 불렀을 때가 떠올랐다.
지호가 힛 웃으며 말했다.
“이게 될 수도 있고 안 될 수도 있는 거라서 형들한테 얘기 못하고 있었거든여. 언제든지 엎어질 수도 있는 거라.”
“그럴 수 있지.”
우리가 물었다.
“그래서 네가 하겠다는 건 어떤 거야?”
“저는 웹드라마여!”
“웹드라마……?”
웹드라마가 뭔지는 알고 있었다.
인터넷에 5분에서 10분가량 되는 분량으로 올라오고, 심지어는 몇십 초짜리도 있는 드라마.
저예산이지만 트렌디하기 때문에, 아이돌이나 신인 배우들이 연기 도전할 때 자주 택하는 분야 중에 하나다.
웹드라마로 인지도나 실력을 쌓아 TV 드라마로 진출하는 경우도 꽤 많이 있으니까.
하지만 우리가 생각하기에 웹드라마는 막내와 적합하지 않았다.
“너 이번에 대본 엄청 들어오지 않았어?”
“넹.”
작년에 ‘슬립’에서 허 의경으로 얼굴을 각인시킨 덕에 드라마 관계자들 사이에서 기대되는 연기돌로 꼽히는 게 우리 막내였다.
보다 더 큰 기회가 많기도 하고.
무엇보다 웹드라마라고 하면 대체로 떠오르는 건…….
-야! 왕지호! 너 나한테 왜 그러는 건데?
-이유를 몰라?
-내가 어떻게 아는데?
-에헤헤헤! 어리석은 것! 모르면 모르는 대로 살아라!
아니. 그게 아닌 것 같긴 하지만….
내 안에서 살아 숨 쉬려는 지호를 누르며 생각했다.
아무튼 이런 식으로 10대나 20대들의 청춘이나 연애를 다루는 내용이 많지 않던가.
우리 막내가 좋아하는 극 취향이 아니었다.
그런 생각을 읽었는지 막내가 말했다.
“아, 이게 웹드라마기는 한데여. 형들이 생각하는 거랑은 좀 달라여.”
“어떻게?”
“우리 회사에서 진행하는 거거든여. 이번에 우리가 회사 매출을 두 배로 늘려 놨잖아여. 그래서 회사 분들이 우리가 벌어오는 돈을 어떻게 탕진할까 고민하시다가….”
“투자.”
“투자하실까 고민하다가 이번에 콘텐츠 제작으로 가기로 했거든여. 프로덕션 하나 인수해서.”
작은 프로덕션 하나를 인수했다는 소식을 듣긴 했다.
“거기서 웹드라마를 만들기로 했는데, 제가 주연으로 들어가기로 했어여. 장르는 미스터리…!”
“그래도 알려 줘. 장르.”
“미스터리…! 라구 했잖아여. 형들 바보…?”
“아. 진짜 미스터리.”
바로 납득하고는 이것저것 물었다.
시놉시스에 대해서 물어보고. 회당 분량이 어찌 되는지도 물어보고.
그리고 가장 중요한….
“이 프로젝트를 누가 진행하자고 했어?”
“아. 규….”
“대표님?!”
다들 놀라서 벌떡 일어났다.
벌써부터 눈앞에서 흘러가는 <레몬의 유혹>, <상큼한 레몬의 고백>, <레몬황후> 같은 제목에 식겁할 때.
“아. 규 이사님이래.”
지호가 말했다.
“조규환 이사님이 진행하시는 프로젝트예여.”
“아.”
마음이 편해졌다.
조 이사님이면 믿을 수 있지.
“이번에 저 불러서 대본 어떻냐고 물어보셨는데, 제가 읽고 괜찮아서 하겠다고 했어여.”
“잘됐네.”
“근데 웹드라마는 스케일이 좀 작은 편 아니야? TV에 방영되는 것도 아니라서….”
관심도도 적은 편이고.
더 좋은 기회가 있는 게 아닌가 싶어 고민하고 있을 때, 지호가 진지하게 말했다.
“형들, 제가 말했잖아여. 웹드라마인데 그냥 웹드라마가 아니라고.”
“응?”
“이번에 얼마 제작비 들어가는지 알려 줄까여?”
“응.”
이윽고 액수를 들은 우리가 안색이 바뀌었다.
“하하하하!”
참으로 비범한 스케일에 막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어유, 형들이 벌어온 돈을 우리 막내가 다 쓰는구나! 하하하. 참 기특하네.”
“지호야. 제대로 해야 돼. 알았지? 정신 똑디 차리고!”
“이건 웹드라마가 아니라 억드라마라 불러야 될 것 같은데.”
“너 열심히 해라, 진짜. 우리가 번 돈 날리면 가만 안 둬.”
넷이서 둘러싸고 스산하게 말하자 ‘넹…’ 하면서 촉촉한 눈으로 끄덕이는 막내였다.
스케줄을 골라 주지 못해서 아쉽긴 했지만 어쨌거나 좋은 일이었다.
예전에 천만 영화가 될 대박 영화를 찍은 것도 그렇고, 조 이사님 감이라면 믿을 수 있다.
중현이의 대척점 같은 존재라고 할까.
그랬기에 나도 살짝 부담을 덜 수 있었다.
내가 시트콤에 출연하게 되면서 막내한테 가야 할 스포트라이트를 좀 뺏은 게 아닌가 싶었는데.
“기대해여. 형들! 흐하핫!”
“…….”
“제가 형들을 먹여 살릴 날이 올 거예여. 형들이 제 발 아래 조아려서 제가 뿌리는 억을 받고!”
“어? 좋은데…?”
아름다운 미래를 그릴 만큼 자신하는 걸 보면, 뭔가 제대로 들어간 듯하긴 하다.
뭐. 어찌 되었든 좋은 일이었다.
그 덕에 한결 부담을 덜 수 있었으니까.
“지호야.”
“넹?”
“혹시 나 질문 더 늘려도 돼?”
“절대 안 돼여.”
단칼에 거절당했다.
이 분위기라면 가능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어림도 없었던 모양이다.
“지금도 새벽 3시에 찾아오는데 두 배면 어떻게 되겠어여?”
“안 자는 줄 알았지….”
“형만 안 자는 거라구여! 그러니까 빨리 늙지! 그래서 요즘엔 동안 소리도 잘 못 듣잖아여!”
“…….”
빨리 늙지, 빨리 늙지! 하는 막내의 말에 내가 주르르 흘러내리는 동안, 동생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어쨌거나.
개인 활동 준비는 착실하게 이뤄지고 있었다. 왠지 모르게 잘 될 것 같다는 예감도 들고.
그렇게 개인 스케줄 준비를 하는 한편.
“얘들아!”
한참 기다리고 있던 소식도 들어왔다.
“너희 음악방송 일정 픽스됐다.”
현재 역주행 중인 불꽃놀이가 이번에 지상파 음악방송 1위가 유력하다는 소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