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450화
기쁜 날이었다.
1위~3위에 이어 4위에 안착한 한태현의 Survivor를 보며 흐뭇한 미소를 머금었다.
“진짜 오늘 무슨 날인가 봐여. 본점도 잘 되고, 지점도 잘 되고.”
“날씨도 좋아.”
비주의 말에 차창 밖을 바라본 우리가 환히 웃었다.
파란 하늘.
레몬 모양의 구름들이 몽실몽실 떠다녔다.
마치 하늘마저 뉴블랙 불꽃놀이 축하한다며 메시지를 전하는 듯하다고 할까.
리혁이가 말했다.
“이런 거 별로 안 믿긴 하는데… 오늘 진짜 뭐가 있긴 하나 보네요.”
“그니까 말야.”
미래 예보관에게 시선을 돌리며 물었다.
“중현아, 오늘의 미래 예보는 어떠니.”
“예감이 불길해요.”
“……드디어 불꽃놀이가 1위를 하는구나!”
우리가 와아아아아! 하며 환호를 했다.
미리 준비한 1위 소감을 머릿속으로 떠올리고 있을 때 막내가 말했다.
“근데 기분 되게 이상하지 않아여? 평소처럼 상암동 가는 길인데 느낌이 좀 다른 거 같아여.”
“맞아.”
“옷을 이렇게 입어서 그런가?”
우리가 서로를 바라보았다.
오늘 출근길 의상으로 택한 사복은 데뷔하고 첫 음방 출근을 했을 때 입은 옷들이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완전히 같은 옷은 아니고 사이즈가 약간씩 다르긴 했다.
며칠 전에 숙소에서 벌어진 일 때문이었다.
-형들! 대박! 저 걸그룹 됐어여~!
덩치가 커져서 그런지 배꼽티가 된 티셔츠를 입고 오는 막내의 모습에 모두 웃음을 터뜨렸다.
“제가 좀 크긴 했어여~”
능청맞게 웃던 막내가 리혁이의 어깨에 팔을 올렸다.
“그져? 우리 방울토마토 군?”
“……중현이 형, 제가 앞으로 평생 고기 사 줄 테니까 얘 좀 창밖으로 집어던져 주면 안 돼요?”
“미안, 범죄는 안 돼.”
바보들의 만담에 미소를 지으며 내 옷을 슥슥 매만졌다.
다들 성장빔을 맞아서 비슷한 옷을 조금씩 큰 걸 샀는데, 나도 마찬가지였다.
살짝 달라진 치수를 체감하며 미소를 지었다.
오늘 이렇게 차려 입은 건 특별하게 큰 이유가 있어서 그런 게 아니었다.
그저 데뷔했을 때의 그때 그 기분을 팬들과 함께 다시 공유하고 싶었다.
“얘들아, 이제 거의 다 왔다.”
“네!”
상암동 K넷 사옥이 가까워졌다는 민기 형의 말에 옷매무새를 점검했다.
이따가 SNS에 올릴 셀카도 몇 장 찍고 있을 때.
“…….”
미묘한 눈으로 날 바라보는 시선이 느껴졌다.
혹시 볼을 부풀려서 찍은 게 거슬렸던가 싶어 볼에 힘을 빼 봤지만, 그것 때문이 아닌 듯했다.
어딘가 신기한 사람처럼 날 바라보는 동생들.
“왜 그래?”
“어…….”
“뭐, 이상한 거 있어?”
눈을 가늘게 뜨고 날 바라보던 비주가 으으음 하고는 고개를 저었다.
“아뇨.”
그러곤 웃으며 답했다.
“형이 잘생겼다는 걸 다시 한번 실감하는 중이에요.”
“그래?”
비주의 칭찬에 기분 좋은 웃음을 흘렸다.
다른 동생들도 그 말이 맞다는 듯 열심히 고개를 끄덕였다.
뭔가 할 말이 있는 듯했지만, 듣기 좋은 아첨이라 넘어가기로 했다.
“다 왔네.”
썬팅된 차창 밖으로 K-net 사옥이 보였다.
근처에서 기다리고 있는 수플레들을 비롯해서 대포 카메라들의 향연을 보며 웃었다.
“갑시다.”
문이 열리자마자 셔터 소리가 귓가를 울렸다.
* * *
상암동 K-net 사옥.
사전녹화를 위해 이른 아침부터 등장한 뉴블랙을 보며 팬들이 환호했다.
“안녕하세요!”
“저희 불꽃놀이 사녹 하러 왔어여!”
부드럽게 웃으며 손을 흔들어 주는 미남들.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며 웃던 이들이 지나가는 동안 팬들은 그들의 가수가 평소와 다르다는 걸 눈치챘다.
그리고 그건 대포 카메라를 든 이들도 마찬가지였다.
‘어라……?’
평소처럼 우주를 찍기 위해 얼빡샷을 준비하고 있던 이들이 멈칫했다.
‘옷이 왜 멀쩡하지?’
선우주의 옷이 멀쩡했다…!
다들 재빨리 카메라 구도를 바꾸었다.
‘우주 꽃무늬 좀 지워주세요ㅠㅠㅠ’ 하는 요청 때문에 얼빡샷의 달인이 된 찍사들이었다.
‘이건 찍어야 된다! 선우주의 멀쩡한 옷이면……!’
천금 같은 기회였다.
한편, 역주행 곡으로 음방에 재데뷔한 뉴블랙의 출근길을 찍기 위해 나온 기자들도 당황한 건 마찬가지였다.
포토 뉴스를 업로드한 기자들이 대화를 나누었다.
“오늘 우주 옷이 엄청 멀쩡한데요…? 소속사에서 못 입게 했나?”
“그건 아닐걸요. 박규호 대표보다 쟤가 더 발언권이 셀 텐데…….”
“옷이 어디서 본 것 같기도 하고.”
그런 미스터리에 고개를 갸웃하고 있을 때, 귀가 밝은 기자 하나가 팬들 사이에서 흘러가는 대화를 들었다.
“아……!”
“왜요?”
“이게 그 옷이래요. 얘네 첫 음방하러 나왔을 때 입은 그 옷이라고!”
“오……!”
그래서 멀쩡했구나!
큰 깨달음을 얻은 기자들이 2년 전과 지금의 사진을 비교하는 포토 뉴스를 업로드하기 시작했다.
[데뷔 3년차 뉴블랙, 그들의 성장판은 열려 있었다]
[“이제 어른이에용”, 뉴블랙 지호 ‘성숙美’가 폭발한다..!]
[‘역주행’, 뉴블랙 음방 출근길 패션에 얽힌 비밀은…?]
포토 뉴스로 올라온 소식은 금세 아이돌 커뮤니티로 퍼졌다.
[뉴블랙 케넷 출근길]
2년 전 사진이 함께 첨부된 글이었다.
손을 흔들며 환히 웃는 탑 아이돌의 사진에 곧바로 댓글이 우수수 달리기 시작했다.
-존잘이다 진짜ㅋㅋㅋ
-뉴블랙 약간 그런 거 있음,, 본업할 때 간헐적으로 잘생겨 보임
-ㅁㅊ 고화질 기다린다
-사ㄹ려주세요 뉴블랙 때문에 심장이 아픕니다
┕중현이가 너 cpr 해주러 간대
┕다 나았읍니다..
-근데 2년전이랑 비교하니까 애들 진짜 어른같긴 하네ㅋㅋㅋ 지호 찐애기였구나 저때
-사진 구경하러왔다가 2년전짤에 치이는 중.. 볼살 통통 귀여워ㅋㅋㅋ
그때와 달라진 뉴블랙 멤버들의 얼굴과 그 미모에 대한 댓글이 쭈르륵 달리고 있을 때.
댓글창이 삽시간에 핫해졌다.
바로 오늘따라 역대급 미모를 뽐내고 있는 누군가 때문이었다.
-아우라 오진다 진짜
-대박이다.. 나 선우주 전신짤 처음 봄
-오늘 왤케 잘생겼대..?
-ㅈㄴ 게임캐릭터같음
특별하게 뭔가 꾸민 것 같지도 않은데.
영롱한 눈동자를 지닌 리더가 자상하게 웃는 사진이 눈에 박히듯 들어왔다.
‘눈이 왜 이렇게 예쁘지?’
잘생기면서도 예쁜 얼굴에 절로 감탄이 나왔다.
수플레가 아닌 아이돌 팬들도 홀린 듯 우주의 사진을 저장하고 있었다.
평소와 다르게 굉장히 잘생긴 느낌.
얼마 안 가 그들도 이유를 깨달았다.
-아..! 저때는 자유가 없었네
-패션의 자유가 없던 시절이구만
-이쯤 되면 옷이 미모 억제기인듯
-아니 근데 지금도 걍 티 하나에 청바지인데.. 평소에 어케 입고 다니는 걸까
-돌판 싹쓸이를 막기 위해 스스로 미모를 억제했다는게 정설
스타일리스트가 주는 대로 옷을 입었던 데뷔 초의 모습을 보며 웃는 댓글러들이었다.
그러는 동안.
다들 해당 짤에 큰 충격을 받았는지, 수플레들이 모인 곳에 노크 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똑똑똑,, 호감덕 왔쪄요]
오늘 베스트에서 우주 미모 보고 겁나 치였는데.. 혹시 레전드짤 있으면 받을 수 있을까? ㅠㅠ
-어떤 짤을 원해? 자랑하는 거 아니고 울 애는 ㄹㅇ 다 레전드긴 해서..
-기왕이면 옷 멀쩡한 걸로 부탁해!
-아.. 그건 쉽네
곧바로 사진 셀렉을 쉽게 해서 보내 주는 수플레들이었다.
그러고는 오늘 새로 올라온 레전드짤을 저장하며 울기 시작했다.
‘아니, 멀쩡한 옷만 입어도 레전드 짤이 되는데……!’
선우주에게 패션의 자유가 없던 신인 시절을 아련하게 바라보는 팬들이었다.
꽃무늬와 괴상한 패션 따위는 없었던 그때.
그래도 나름 요새는 동생들이 시키는 대로 입긴 하지만, 가끔씩 랜덤으로 관광버스 할아버지가 튀어나오는 건 여전했다.
“…….”
최애가 뭘 하든 응원하는 팬들이지만 가끔은 허락할 수 없는 것도 있었다.
‘앞으로도 저희 아이에게 패션의 자유를 뺏어가 주세요.’
소원을 빌며 따스하게 웃는 팬들이었다.
* * *
대기실에 도착하자마자 익숙한 얼굴이 우릴 방문했다.
“아이고오, 우 선생님!”
“어서 오게, 한 군.”
“제가 선생님 덕분에 성공적으로 데뷔를 하였읍니다…!”
내 손을 공손하게 붙잡고 팟팟팟 흔드는 한 모 씨의 모습에 다들 웃음을 터뜨렸다.
태현이가 동생들에게 웃으며 인사했다.
“이 귀중한 걸 대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많이 애용해 주세여~!”
나를 무슨 작곡 기계마냥 거래하는 졸개들의 모습에 혀를 끌끌 찼다.
어떤 말로 문전박대를 해 줄지 고민하고 있을 때.
“안녕하세요.”
태현이가 우리 스탭들에게 인사했다.
“이번에 제가 이 형한테 엄청 신세를 져서요. 혹시 식사 하셨나요? 제가 보답할 겸 식사를 준비했는데….”
“아, 아니에요. 그럴 필요는…….”
“특제 도시락이에요.”
“태현 씨……!”
태현이네 매니저가 건네주는 고급 도시락에 우리 스탭들의 눈이 뒤집혔다.
다들 입가에 따스한 미소가 감돌았다.
“편하게 쉬어요. 태현 씨.”
“얘, 우주야. 거기 쿠션 좀 가져와.”
“……진짜 이럴 거예요, 다들?”
황당해하는 내 표정에 다들 웃음을 터뜨렸다.
떠들썩한 웃음소리가 대기실을 채우는 가운데, 태현이가 냉큼 소파에 앉으며 웃었다.
“내가 말했지? 다시 만나게 될 거라고.”
“그랬지.”
TJ 엔터에서 헤어질 때, 곧 다시 만나게 될 거라고 예고했던 게 떠올랐다.
내가 신기하다는 듯 물었다.
“이건 어떻게 알았어?”
“장사 하루이틀 하나. 차트 견적 재 보니까 나랑 음방 날짜 겹칠 거 같더라고.”
“아아.”
“근데 이건 조금 뻔해서. 틴스피릿 애기들 내려가면 바로 형네 음원이 1위인데.”
그런 말을 하던 녀석이 웃으며 말했다.
“심심해서 놀러왔는데 잠깐 있어도 되지?”
“응.”
“겸사겸사 감사 인사도 하려고 왔거든. 이번에 진짜 음원 차트 보고 한시름 놔서…….”
머리를 쓸어 넘기는 녀석의 모습에 웃었다.
아닌 척하긴 했지만, 부담감이 엄청 컸던 모양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그룹으로 망하면 N분의 1로 책임이 분산되는 느낌이지만 솔로는 아니니까.
“어제 프로듀서 형들이랑 다 같이 차트 보고 환호했다니까. 10위권 안에만 들어도 감지덕지라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잘 나온 것 같아?”
“그냥 잘 나온 게 아니지. 내 곡이 낙화 바로 밑에 있는 건데.”
귀신이 점지해 준 곡만큼 순위가 나온 거면 초대박 아니냐는 말에 내가 웃었다.
한숨 덜었다는 듯 태현이가 미소를 지었다.
긴장이 조금 풀린 것인지, 몇 달 가까이 쌓인 피로가 눈에 가득해 보이는 느낌이었다.
“정말 고마워, 형.”
어딘가 아련한 표정으로 허공을 바라보는 태현이었다.
길을 지나가던 사람이 본다면 만 원을 쾌척해 주고 싶을 만큼 짠하고, 왠지 챙겨 줘야 할 것 같은 표정.
하지만 나는 그저 웃을 뿐이었다.
“태현아.”
“응……?”
“나 요새 연기 배운다.”
“…….”
“이게 어디서 연기를…….”
“쳇.”
무대에서 지을 법한 아련한 표정을 싹 지우는 모습에 지호가 박수를 치며 저거라고 했다.
태현이가 꿍얼거렸다.
“불쌍한 척해서 곡 달라고 하려고 했는데.”
“어디 어림도 없는 소리를.”
“솔직히 연예계를 둘러 봐. 형, 나만한 가수가 어디 있어? 있으면 이름 대봐.”
“차우현, 윤찬혁, 그리고 한태현…인가?”
“……형은 진짜 말로 사람 보내는 재주가 있다니까.”
보컬 끝판왕들의 이름 옆에 서자마자마 최약체가 되는 7년차 아이돌이었다.
그러고 있을 때, 동생들이 스윽 다가왔다.
“선배님.”
“네?”
“이거 드셔 보세요.”
동생들이 젓가락에 든 반찬을 하나씩 내밀었다.
“이거 꽁치 같은데 한 번 드셔 보세요.”
“구운 토마토가 그렇게 몸에 좋대요. 이것도 먹어 보세요.”
“전복 드실래요?”
호의 가득한 눈빛으로 음식을 먹이려는 동생들의 모습에 태현이가 눈을 깜빡거렸다.
그 모습에 내가 고개를 돌려 웃음을 참았다.
지점이 잘돼야 본사도 잘된다! 하는 눈빛으로 따스하게 먹을거리를 챙겨 주는 동생들이었다.
“네… 고마워요. 잘 먹을게.”
은근히 좋아하는 표정으로 반찬을 받아먹는 태현이를 보면서 지점 드립을 떠올렸다.
워낙 TJ에 대한 자부심이 강한 녀석이라서 아마 들으면 안 좋아할 것 같…….
“오. 그럼 내가 1호점인 거네?”
“네.”
“이런 행운이……!”
짝짜꿍이 잘 맞는 모습을 보며 할 말을 잃었다.
“우리 그럼 1호점이 된 기념으로 건배할까요? 찐하고 오래 가야 되는 사이잖아.”
“좋아요!”
같이 꺄르륵 웃으며 뉴블랙 1호점이 된 걸 자축하는 태현이었다.
내가 물끄러미 바라보며 자랑스러운 TJ는 어디 갔냐는 눈짓을 하자, 녀석이 소곤거리듯 답했다.
“형, 내가 이 바닥에서 6년 넘게 굴러 봤는데.”
“봤는데?”
“돈이 최고야.”
그야말로 명답이었다.
이건 박태준 회장님이 와도 인정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참, 이번에 기획팀 완전 초상집 분위기인 거 알아?”
“이거 때문에?”
“다들 똑같이 생각하는 거 같던데. 형이 회사에 남았으면…….”
약간 쌤통이긴 했다.
그렇게 속닥속닥 수다를 떨고 있을 때, 음방 스탭으로부터 리허설 시간에 대한 소식을 고지 받았다.
한참 남긴 했지만 마무리 연습을 비롯해서 할 일들이 꽤 많았기에 슬슬 식사를 마무리했다.
동생들과 나를 곁눈질하며 웃던 태현이가 슥 일어났다.
“가려고?”
“나도 안무 연습하러 가야지.”
기지개를 켠 녀석이 말했다.
“아, 참, 이번에 도움 많이 받았으니까. 필요한 거 생기면 언제든지 연락해. 꼭 보은할게.”
“그래.”
얘 정도면 어디 써먹을 데가 많긴 하지.
적당히 부려먹을 만한 일들을 떠올리며 솔로 데뷔를 축하해 주었다.
“솔로 데뷔 축하해.”
“형도 재데뷔 축하하고, 다들 불꽃놀이 1위 진심으로 축하해요!”
“감사합니다!”
손을 흔들며 사라지는 녀석에게 인사를 건넨 후.
“준비하자. 졸개들아.”
“네.”
사녹 리허설을 앞두고 마무리 연습에 들어갔다.
손끝과 발끝이 맞는지 두어 번 정도 확인하고는 무대 의상으로 갈아입었다.
그리고 마이크와 인이어 체크까지.
첫 데뷔할 때는 허리춤의 마이크팩에서 선이 늘어지는 것도 어쩔 줄 몰랐는데.
능숙하게 손을 뒤로 옮겨 마이크팩에 줄을 슥슥 감아 차는 막내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왜 웃어여?”
“아니야. 아무것도.”
다들 여유롭게 셀프 체크를 마치고는 엘리베이터에 몸을 실었다.
한결 발걸음이 가볍다고 할까.
매번 어마어마한 부담 때문에 초조하게 몸을 떨었던 불꽃놀이의 무대가 지금은 몹시도 기다려졌다.
그리고.
그건 스튜디오에서 우리를 기다리던 수플레들도 마찬가지인 듯했다.
“와아아아아아!”
환호가 들려오는 그 순간.
무대에 입장하는 발걸음이 날개 달린 듯 가볍게 느껴졌다.
이제 우리들의 시간이었다.
* * *
같은 시각.
수플레들은 가슴이 터질 것 같은 흥분을 참고 있었다.
‘불꽃놀이가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렸던 불꽃놀이가 마침내 음악방송에 재진출하는 순간이었다.
역대급 역주행.
게다가 오늘 1위가 유력하다는 말까지.
수플레들의 행복회로가 오버 클럭으로 스파크를 튀길 만큼 타오르고 있었다.
‘이게 무슨 일이야, 진짜.’
특히 불꽃놀이 때부터 뉴블랙을 덕질해 오던 이들은 더욱 더 감회가 새로웠다.
‘……사람 진짜 많아졌네.’
처음에는 한줌단이라고 조롱을 받았을 만큼 작았던 팬덤이 지금은 틴스피릿과 라이벌을 이루고 있고.
“아아!”
“거기 밝기 좀 줄여 주세요!”
“죄송해요! 저희 아빠가 썼나 봐요!”
1등급 항성처럼 화르륵 타오르는 횃불들도 있다.
‘디자인이 멀쩡한 응원봉도 생겼어.’
손에 든 달봉이의 감촉이 낯설게 느껴진다.
미니 야광봉 하나를 들고서 멤버들의 이름을 외쳤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고 할까.
별것도 아닌 걸로 면박을 주는 방송국 놈들한테 애들 기가 죽을까 봐, 목청 터져라 응원을 해 주곤 했었다.
‘하지만 이제는…….’
방송국도 무섭지 않을 만큼 성공한 뉴블랙이었다.
HBS만 해도 트러블을 만들어서 지금 혼자만 뉴블랙 특수를 누리지 못하고 있지 않던가.
수플레란 이름이 없을 때부터 뉴블랙을 응원했던 이들이 뭉클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을 때.
“와아아아아아!”
멤버들이 무대 위로 올라섰다.
환하게 웃는 표정.
지금 그들이 무대 아래서 짓고 있는 것과 같은 표정이었다.
그리고 오랫동안 뉴블랙을 응원해 오던 이들은 저마다 비슷한 일을 겪고 있었다.
‘어……?’
착각인가.
꼭 우주와 눈이 마주친 듯한 착각이 들었다.
혹시나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설마 하는 생각이 들 때.
-…….
객석을 쭉 둘러보던 리더가 한 템포 숨을 쉬고는 말했다.
-여러분.
“네!”
-불꽃놀이가 드디어 여기까지 왔어요.
팬들에게서 기쁨의 환호가 흘러나왔다.
-안 믿기죠?
우주가 너스레를 떨며 웃었다.
-저희도 진짜 얼떨떨해요. 미스터 프로듀서 방송 끝나고 얼마나 심장이 뛰던지.
-리혁이 형은 쿠션 껴안고 뒹굴었어여.
팬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그렇게 멤버들이 감사 인사를 전하는 동안 수플레들은 가수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그들과 같은 기억을 공유하는 사람들의 눈빛이었다.
의상도 데뷔 첫 음방 때 입었던 그 의상이라 그럴까. 오늘따라 왠지 모르게 감상적이었다.
리더가 웃으며 말했다.
-자, 그러면 우리 화이팅 하고 가 볼까요?
가수와 팬들이 화이팅! 하며 외친 후.
본격적인 불꽃놀이의 사전 녹화가 시작됐다.
조명이 무대용 조명으로 바뀌었다.
쏴아아아-
7월의 여름바다처럼 선선한 파도 소리가 흘러나왔다.
파란 조명이 무대에 흩어지는 가운데.
청량 컨셉으로 꾸민 지호가 붉은 헤어밴드 아래로 눈을 찡긋하면서 팬들이 환호했다.
그리고 무대 뒤 스크린에 떠오르는 글자.
불꽃놀이
리혁이 손글씨로 쓴 문구였다.
이윽고 시작되는 전주에 팬들이 함성을 터뜨렸다.
“선우주! 김비주! 김중현…!”
2년 전 그때 그 응원법과 함께.
시작부터 딥하우스 풍의 반주가 청량하게 파고들어 왔다.
‘우와…….’
귀에 빨려오듯이 들어오는 반주에 수플레들이 눈을 크게 떴다.
‘편곡했구나!’
팬들이 우리 우주는 천재라고 좋아하는 동안.
십수 명의 프로듀서들을 갈아 넣은 반주가 아름다운 종처럼 울려 퍼졌다.
그와 함께 리더를 중심으로 모여드는 멤버들.
2년 만에 음악방송으로 귀환한 불꽃놀이의 무대가 마침내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