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451화
귀가 탁 트이는 청량한 멜로디.
시리도록 파란 조명 아래 모여 있던 뉴블랙이 반주에 맞춰 흩어지기 시작했다.
여긴 지금 어디인 걸까
낯선 바다 낯선 공기
청자켓을 입은 우주가 이마에 손을 올린 채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시늉을 했다.
어딘가 살짝 외로운 표정.
정말 낯선 곳에서 눈을 뜬 사람처럼 무대 위에서 나긋하게 움직이던 우주가 스윽 뒤로 빠지면서.
‘지호다!’
뉴블랙의 서브보컬이 톡 하고 튀어나왔다.
고무바닥에서 점프하듯이 통통 튀는 안무가 팬들의 눈을 즐겁게 했다.
리더와 얽혀든 지호가 물방울이 톡톡 튀는 듯한 미소를 지으며 손을 뻗었다.
네가 날 본 순간
알았어
여름 별자리 아래
선 이유를
처음 만난 친구들이 친해지듯이 리더와 막내가 느릿한 동작으로 서로에게 얽혀들었다.
안무와 더불어 찰떡같은 비주얼 합에 감탄이 나왔다.
꽃처럼 화려한 미모의 소유자가 속눈썹을 스윽 치켜뜨며 웃고, 티끌 하나 없이 뽀얀 피부의 정석 미남이 손으로 자신의 얼굴을 쓸어내린다.
‘얘들아……!’
수플레들이 응원봉을 흔들면서 팬들의 복지를 챙겨 주는 가수들에게 환호할 때.
안무 동작을 마친 둘이 옆으로 스윽 빠졌다.
그러면서 카메라를 향해 손가락 하트를 잔망스럽게 보내는 지호였다.
자칫하면 무대를 가볍게 본다거나, 너무 끼 부리는 게 아닌가 싶은 동작이지만 완급 조절이 몹시 자연스러웠다.
‘와…….’
어느 타이밍에 가사에 딱 힘을 줘야 하고, 어느 타이밍에 힘을 빼야 하는지 아는 듯하다고 할까.
신인 시절의 독기가 빠진 자리에 자신감과 여유가 가득했다.
그리고.
‘비주다!’
리더와 막내가 양옆으로 길을 터 주자, 주인공이 등장하듯이 다른 두 멤버를 이끌고 나오는 비주였다.
5인조가 동시에 발을 구르면서 현란한 발동작이 흘러나왔다.
손끝과 발끝이 딱딱 떨어지는 군무에 쾌감을 느끼는 한편, 멤버마다 춤에서 개성이 느껴졌다.
우린 처음부터
만날 사이였던 거야
귀걸이와 눈밑의 글리터가 더해져서 그런지 메인댄서가 웃을 때마다 무대가 반짝거린다.
손을 시원하게 쭉 뻗을 때마다 허공에 잔상이 남는 듯한 느낌.
셔츠 소매가 우아하게 흩날리는 광경을 바라보던 수플레들이 눈을 크게 떴다.
‘비주도 보컬이 달라진 것 같은데?’
좋은 쪽으로 발전했다.
단점이 사라지고 장점을 극대화시킨 미성의 보컬이 가사를 부드럽게 읊었다.
그 동안 래퍼가 나오면서 노래에 본격적으로 흥이 더해지기 시작했다.
아무 고민하지 마
그저 되는 대로 과감히
흘러가는 대로
우리만의 섬을 물들여 (Firework)
중저음의 목소리로 Ay하며 랩을 리듬감 있게 마무리한 래퍼가 씩 웃으며 물러나는 동안.
유쾌하게 노는 소년들처럼 춤을 추던 멤버들이 하나둘 쏘옥 쏘옥 합류했다.
팬들의 입가에 미소가 감돌 때.
노래가 후렴을 향해 가면서 오버핏으로 티셔츠를 걸친 메인보컬이 전면에 섰다.
머리를 스윽 뒤로 쓸어 넘긴 메인보컬이 숨을 몰아쉬며 고음을 높였다.
불씨는 이미 있었던 거야
너는 그저 빛나게 두면 돼
Show your true colors
삽시간에 올라가는 고음에 곳곳에서 감탄사가 터져 나오는 한편.
수플레들은 중앙에서 노래와 함께 춤을 추는 메인보컬의 모습에 뭔가 위화감을 느꼈다.
얼마 안 가 이유를 깨달았다.
“……!”
본래 서리혁은 가만히 서서 노래를 부르고, 다른 멤버들이 그를 둘러싸고 안무를 받쳐 주는 파트였다.
노래는 메인보컬이 이끌지만, 안무는 다른 멤버들이 이끄는 구조.
하지만 지금은 그 반대였다.
메인보컬이 박자에 맞춰 쪼갠 춤을 여유롭게 추는 동안, 멤버들이 백업을 해 주었다.
‘리혁이가 춤을 언제 이렇게까지……?’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춤을 느낌 있게 추는 방식이었다.
그의 단점이었던 뚝뚝 끊기는 동작을 리듬감 있게 동작을 쪼개는 식으로 승화를 시킨 안무.
고작 2년이라는 시간 만에 최대 단점을 자신의 강점으로 만들어낸 메인보컬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하루 이틀 가지고 절대 안 됐을 것 같은데….’
무대에서 싱그럽게 웃고 있는 표정 뒤로 얼마나 고생을 했을지 짐작이 가는 팬들이었다.
오늘의 주인공이 있다면 리혁이 아닐까 싶었다.
청량하기 그지없는 불꽃놀이와 본인의 퍼스널 컬러가 어우러지면서 무대가 파란 빛으로 물드는 듯했다.
그렇게 개개인의 색을 제대로 표현해 준 불꽃놀이의 무대가 흘러간 후.
마침내 후렴이 터져 나왔다.
저길 봐 우리의 불꽃이야 (Firework)
밤하늘을 수놓는 우리의 모습을
리더를 필두로 멤버들이 흩어져서 손동작을 펼칠 때마다 정말 불꽃이 터지는 듯했다.
무대 위에서 환히 웃고 있는 표정에 팬들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다.
그야말로 무대를 즐기는 가수들이었다.
Like a firework
보여 주는 거야
Like a firework
너와 나의 색깔을
자유분방하면서도 합이 척척 맞는 군무가 이어졌다.
팬들이 응원법을 하는 동안, 리더와 막내가 서로에게 주먹을 맞대며 웃기도 하고.
비주가 가사에 맞춰 터지는 불꽃놀이를 묘사하듯 손을 스르륵 흔들기도 하고.
후렴에 애드립을 섞으며 생긋 웃는 리혁과 함께 허공에서 떨어지는 반짝이를 붙잡아 자랑하는 중현까지.
그야말로 불꽃이 화려하게 터지는 하늘 아래서 펼쳐진 파티 같았다.
브릿지의 고음 파트와 이어지는 화려한 댄스 브레이크까지.
“와아아아아!”
모든 안무를 끝낸 뉴블랙 멤버들이 스르륵 한 줄로 모였다.
그러곤 부채가 펼쳐지듯이 리더를 중심으로 졸개 모드로 앉아 모이면서 곡이 끝났다.
다 같이 장난기 가득한 얼굴로 턱에 꽃받침을 하는 게 엔딩 장면.
녹화가 끝나자마자 제자리에 털썩 앉아 땀을 훔치던 멤버들이 손을 흔들었다.
-고마워요!
수플레들도 응원봉을 흔들며 화답했다.
2년 만에 다시 본 불꽃놀이는 정말 최고의 무대였다.
* * *
그날 저녁.
전국 각지에 있는 수플레들이 TV 앞으로 모여 들었다.
‘드디어!’
뉴블랙이 음악방송에 불꽃놀이로 재출연을 하는 날이었다.
해외 투어 스케줄 때문에 출연은 오늘 딱 한 번.
그랬기에 팬들로서는 절대 놓칠 수 없는 생방송이었다.
‘오늘 반드시 1위로 만든다……!’
결의에 찬 얼굴로 주먹을 꼬옥 쥐고는 주변에 문자 투표를 독려하는 팬들이었다.
-제발 불꽃놀이 1위하게 해주세요ㅠㅠㅠㅠ
-오늘 1위 못하면 나 미치는거 보는거야
-대박!! 지금 짭플레 분들도 화력 동원한대!!
평소 스스로 아무 쓸모도 없다고 자부하는 짭플레들도 오늘 만큼은 두 팔 걷어붙이고 나서고 있었다.
다들 영차영차 하면서 불꽃놀이의 1위 밑작업을 하고 있는 한편.
뉴블랙을 응원하는 또 다른 사람들이 있었다.
“자자! 다 같이 건배하면서 외칩시다!”
“터져라! 불꽃놀이!”
이른 저녁부터 회식 파티를 벌이고 있는 레몬 엔터의 직원들이었다.
뉴블랙 TF팀을 비롯해 프로듀싱 팀, A&R팀 직원들이 모여 소고기를 구워 먹었다.
치이이익.
직원들이 천장 조명을 보며 감동했다.
‘대표님 감사합니다…!’
법인카드의 권능을 내려주신 위대한 박규호 대표를 향한 찬양이 이어졌다.
-좋은 날이니까 다들 일찍 퇴근해. 고기도 먹고.
직원들이 행복한 얼굴로 고기를 구워 먹고 있을 때.
“어, 시작하네요.”
김형섭의 말에 직원들이 TV로 시선을 돌렸다.
어느 신인 가수의 오프닝 무대가 끝나고 음악방송 MC들이 나타나 꽁트를 하고 있었다.
여름! 하하하! 여름이구나! 하는 대화들이 지나간 후.
[한여름을 시원하게 적셔 줄 무대들이 기다리고 있는데요!]
[6년 만에 첫 솔로 앨범을 발매한! 섹시한 보컬로 돌아온 한태현의 Mood가 기다리고 있고요!]
[국민 아이돌! 역주행 신화를 보여 준 뉴블랙이 불꽃놀이로 2년 만에 다시 돌아왔습니다!]
[너무 기대되네요!]
[그럼 이번 주 1위 후보 만나 볼까요?]
곧바로 화면에 1위 후보 세 곡이 나타났다.
[뉴블랙 - 불꽃놀이]
[틴스피릿 - Demonic]
[Street Boys’ - Anagram]
생각보다 싱거운 라인업에 직원들이 미소를 지었다.
인기 걸그룹이라면 모를까. 현재 뉴블랙을 음원으로 이길 수 있는 보이그룹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때 누군가 화면을 보며 물었다.
“근데 스트릿 보이즈도 계속 1위 후보에 있네요. 여기도 활동 종료하지 않았나?”
“이번에 엄청 터졌잖아요.”
“음원 성적만 보면 틴스피릿보다 더 좋아요.”
이번에 틴스피릿과 동시발매만 아니었다면 음방 1위를 무조건 했을 정도로 성적이 좋은 스트릿 보이즈였다.
커리어 하이.
초동만 18만 장을 팔아서 현재 아이돌 판에서 3+1로 꼽히는 상황.
대상 라인업인 1군에 포함될 정도는 아니지만, 그 아래와 격차를 어마어마하게 보여 주는 힙합 아이돌이었다.
“대단하네요. 저기도.”
직원들이 혀를 내둘렀다.
하지만 심상치 않은 성장세에도 딱히 경계심이 들지 않았다.
‘하필이면 우리 애들이랑 비슷한 시기에 활동을 해서…….’
두 그룹이 심상치 않은 성장세라면 현재 뉴블랙은 미친 듯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었다.
적군이 100만이나 와서 어이쿠! 하고 식겁했는데, 우리 편이 그새 인구가 불어나서 1억인 느낌이었다.
직원들이 훈훈한 미소를 교환했다.
‘레몬에 와서 다행이다.’
‘우리 애들이 너무 강해…….’
‘다른 기획사였으면 매일 줄담배 폈지.’
업계의 황소개구리 같은 아이돌이 그들 편이라는 게 참으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 때.
[꺄하핫!]
익숙한 웃음소리에 직원들이 동시에 젓가락질을 멈췄다.
본능적으로 굳었던 이들이 이내 그 소리가 TV에서 흘러나온다는 걸 깨닫고 ‘아이~~’ 하며 젓가락을 놓았다.
TV에 작곡 마귀와 졸개들이 나오고 있었다.
[불꽃놀이가 1위 후보에 올라서 너무 좋습니다! 하하하핳!]
[사랑해여! 수플레! 우유빛깔! 수플레!]
[…기회가 된다면 저 혼자 인터뷰를 하고 싶네요.]
그야말로 모래성 같은 단합력에 직원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미모는 빛나고 의상은 청량 컨셉인데, 왠지 뽀얀 얼굴로 조잘조잘하는 꼬꼬마들 같다.
불꽃놀이가 1위 후보가 되어 어떤지 소감을 이어 가던 뉴블랙에게 MC들이 물었다.
[오늘 1위 후보가 되셨는데요. 특별하게 준비한 1위 공약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네! 맞습니다.]
비주가 마이크를 들었다.
[저희가 불꽃놀이 활동 때 1위 후보 공약을 한 적이 있어요. 1위 후보에 들면 뭘 할지.]
[그때 저희가 명동에서 펭귄 옷 입고 춤을 췄거든여.]
2년 전 이야기에 홍서영 과장을 비롯해 당시 인형탈 춤을 기억하던 이들이 웃었다.
멤버들이 등 뒤에 숨기고 있던 펭귄 머리띠를 들었다.
[이번에 1위가 된다면 이 펭귄 머리띠를 쓰고! 앵콜 무대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펭귄별로 다른 머리띠.
황제펭귄을 상징하듯이 왕관을 쓴 펭귄 띠를 자랑하는 우주와 그걸 샘난다는 듯 바라보는 졸개들의 모습에 MC들이 웃음을 참았다.
홍서영 과장이 비하인드를 밝혔다.
“저거 우주가 커스터마이징해 달라고 부탁한 거예요.”
“아, 진짜요?”
“동생들이 부러워할 만큼 큰 왕관이어야 한다고.”
직원들도 웃음을 터뜨렸다.
그렇게 인터뷰가 끝나고 얼마 안 가 불꽃놀이의 무대가 시작됐다.
청량한 컨셉으로 아이돌미를 뿜뿜하고 있는 멤버들의 모습에 프로듀싱 팀이 고개를 끄덕였다.
‘갈린 보람이 있었다…!’
어마어마하게 고생한 보람이 있었다.
편곡이 들어간 곡을 멋지게 소화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흡족하다.
“인터넷 반응도 엄청 좋은데요?”
뉴블랙이 무대를 하고 있는 동안, 직원들이 아이돌 커뮤니티나 SNS를 검색했다.
-노래 진짜 좋다.. 원래 이 곡 이 느낌인가?
-ㄴㄴ 편곡 들어간듯
-불꽃놀이 편곡에 불철주야 고생했을 프로듀서 분들께 joy를 표합니다
-이건 ㄹㅇ 10년뒤에 들어도 세련될 거 같음
-아직도 솔직히 2년전에 나왔다고 하면 안 믿김ㅋㅋㅋ
노래에 대해서도 모두가 호평을 하고 있고.
-역시 아이돌은 본업이다bb
-진짜 잘하긴 오지게 잘함.. 내가 뉴블랙 알게 된 게 망고때 마커 퍼포였슴
-비주 볼때마다 신기해ㅋㅋ 개빡센 안무인데 엄청 쉽게쉽게 해서 약간 놀람
-오늘 리혁이 레전드다ㅠㅠㅠㅠㅠ
-이걸로 그냥 정규 땅땅하면 안 되려나.. 1회성으로 놓치기엔 진짜 아쉬운 곡임
-22 얘들아 걍 점 찍고 컴백해 우주는 두 개 찍어ㅠㅠㅠ
무대에 대해서도 모두가 비슷한 반응을 보이고 있었다.
특히 팬들이 서리혁의 춤에 대해 입을 모아 이야기하는 광경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리혁이가 진짜 엄청 늘었지…….’
왠지 모를 뿌듯함을 대신 느끼고 있을 때.
마무리로 단체 꽃받침을 한 뉴블랙의 모습으로 화면이 암전되면서 직원들이 정신을 차렸다.
“이럴 때가 아닌데.”
그러곤 결연한 얼굴로 말했다.
“투표합시다.”
곧 있으면 이제 오늘의 1위가 발표되는 순간이었다.
* * *
백스테이지.
무대에서 한 모 씨가 암쏘 섹시하며 춤을 뿅뿅 추고 관객들이 함성을 터뜨리고 있는 동안.
1위 발표의 순간을 앞두고 모든 출연진이 백스테이지에 모여 있었다.
“안녕하십니까!”
“안녕하세요.”
선배들도 종종 있지만 우리도 이제 3년차라서 그런지 후배들이 꽤 많다.
벌써부터 1위를 축하하듯 인사하는 이들에게 웃음으로 답했다.
“후우우…….”
리혁이가 심호흡을 하면서 바들바들 떨었다.
내가 조용히 물었다.
“많이 떨려?”
끄덕끄덕.
“중현아.”
“네. 형.”
“얘 진정되게 좀 주물러 줘라.”
“아, 그런 거 필요 없… 아아아아…….”
중현이가 진정혈을 문질문질해 주자, 리혁이의 표정이 금세 부처님처럼 온화해졌다.
주변에서 지켜보던 다른 아이돌들이 따라 하기 시작했다.
중현이가 말했다.
“거기 아니고. 여기예요.”
트레이너의 강의를 듣는 연습생들처럼 다른 가수들이 열심히 따라했다.
그렇게 중현이가 하루살이의 긴장을 풀어 주는 동안 다른 동생들도 살폈다.
비주는 무대 위의 태현이 춤을 복사하면서 긴장을 풀고 있고, 막내는 중현이 등 뒤에 대롱대롱 매달려서 흐아아 하고 있다.
그리고.
“형, 괜찮아요?”
“응.”
나도 엄청 떨렸다.
무대할 때만 해도 덤덤했는데, 막상 1위 발표의 순간이 다가오니 심장이 거세게 요동쳤다.
두 눈을 감고 소원을 빌었다.
오늘 꼭 1위하게 해 주세요. 앞으로 착하게 살게요.
‘우주야, 우리는……!’
미안하지만 프로듀싱 팀은 안 돼요.
소원을 빌면서 중얼중얼하고 있을 때, 내 주변으로 따스한 온기가 하나둘 느껴지기 시작했다.
동생들이 착 붙은 듯했다.
걱정하고 있는 나를 안심시켜 주려는 갸륵한…….
달달달달달!
부르르르…! 부르르르…!
지이이이잉!
여러 종류의 진동이 느껴졌다.
“…….”
다섯이서 단체로 진동벨처럼 떠는 모습에 주변에서 웃음을 참는 소리들이 들려왔다.
역주행을 한 멋진 선배님 코스프레가 실패한 것 같아 슬플 때.
“올라가실게요!”
스탭들의 말에 맨 앞에 서 있던 우리가 무대 위로 올라갔다.
MC들과 함께 서 있던 태현이가 손을 흔들면서 우리도 꾸벅 인사하는 걸로 답했다.
오늘 1위 후보 중에서 음방에 나온 그룹은 우리 하나.
MC들 바로 옆에 서는 동안, 스크린으로 사전녹화한 Survivor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저기 우리 팬들한테 인사 좀.”
태현이의 말에 내가 다이너마이트 응원봉을 든 TNT의 팬들에게 손을 흔들며 꾸벅했다.
그러자.
스스슷.
마치 업계 원로 작곡가를 마주한 사람들처럼 꾸벅 배꼽인사를 하는 TNT 팬들이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선생님… 하는 느낌.
곳곳에서 웃음이 흘러나왔다.
이어서 나와 동생들이 수플레들에게 손을 흔들어 주고 있을 때.
“네!”
MC들의 멘트와 함께 카메라에 빨간 불이 들어왔다.
“7월 넷째 주, 그 1위 결과. 한번 만나 보실까요?”
“오늘의 최종결과, 음원 판매 점수입니다.”
두 그룹을 합친 것보다 더 높은, 4500점이란 음원 점수에 뒤에서 누군가 숨 삼키는 소리가 들려왔다.
“글로벌 팬 투표 점수.”
셋 중에서 가장 높은 점수.
이어지는 다른 점수들까지 포함해서 거의 압도적인 스코어로 이기는 불꽃놀이였다.
“마지막으로 생방송 문자 투표 점수까지! 오늘 영광의 1위는 바로……!”
1초가 영원처럼 길다는 생각이 들 때.
화면 위로 ‘1’ 이란 숫자와 함께 불꽃놀이의 썸네일이 떠올랐다.
“……!”
나와 동생들이 동그란 눈으로 서로를 바라볼 때, 파앙! 하면서 폭죽이 터졌다.
“축하드립니다! 뉴블랙의 불꽃놀이!”
“와아아아아!”
수플레들이 환호를 하고 주변의 가수들이 박수를 치며 축하해 주었다.
그 동안 동생들과 얼싸안고 웃었다.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너무 좋다.
긴장이 탁 풀리면서 막 웃음이 나오고 나도 모르게 눈가가 촉촉해지는 기분이다.
꽃다발과 트로피를 동생들에게 넘겨주고 마이크를 들었다.
“정말 감사합니다.”
오랜만에 목소리가 떨려 나왔다.
“쩌… 저희에게 이런 행복한 순간을 만들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사흘 전이 수플레 결성 2주년이었는데, 이런 시기에 불꽃놀이가 1위를 해서 너무 기뻐요.”
매번 하는 1위인데도 엄청 떨렸다.
현재의 내가 아니라 과거의 내가 이 자리에 서서 소감을 하는 듯하다고 할까.
솔직히 내가 뭐라고 말하는지도 잘 모르겠다.
대충 김덕순 여사 사랑한다, 대표님, 이사님 최고다, 우리 프로듀싱팀 직원들 앞으로도 잘 부탁한다.
그런 내용이 흘러나가는 동안, 동생들도 마이크를 잡고 한 마디씩 했다.
“저희 1위 했어여~!”
마무리로 막내가 트로피를 흔들며 카메라에 손 하트를 보낸 후.
소감이 끝나고 앵콜 무대를 위한 불꽃놀이 전주가 흘러나왔다.
“축하합니다!”
“축하드려요!”
우리에게 포옹을 해 주고 내려간 태현이를 필두로 다른 가수들이 인사를 하며 내려갔다.
그 동안 눈을 슥 비빈 우리가 서로를 바라보았다.
‘써요.’
‘써야지.’
원석이 형이 건네준 펭귄 머리띠를 받아 저마다 머리에 썼다.
자꾸만 나오려는 눈물을 꾹 참으며 감정을 잡을 때.
“가, 감사…….”
솜털이 보송한 아기 펭귄 머리띠를 쓴 막내가 훌쩍대다가 갑자기 통곡하기 시작했다.
“감사해여…! 으흐흐흑!”
“야, 왕지호 울지 마… 흐흐흑!”
“흐흐흑! 얘들아 울지 마.”
도미노가 와르르 무너지듯 눈물이 전염되기 시작했다.
훌쩍이는 펭귄 무리.
객석에서 수플레들이 웃음을 터뜨리는 동안 황제 펭귄 머리띠를 쓴 내가 마이크를 들었다.
자연스럽게 할 수 있다. 선우주.
-여, 여…긴 지금… 어디인 걸까.
-아흐흐흑!
최선을 다해 불렀지만 팬들은 웃음을 멈추지 않았다.
* * *
그리고 그날 밤.
우리의 앵콜 무대는 실시간 검색어에 진출했다.
“…….”
“…….”
검색어 7위. ‘남극의 눈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