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463화
“으어어…….”
애벌레처럼 몸을 배배 꼬는 모습에 다들 웃음을 터뜨렸다.
이제야 그들이 알고 있는 비주와 근접한 느낌이었다.
‘귀엽다.’
‘어쩜 이렇게 귀여운 애가 있지?’
30대에 접어든 고연차 선배들이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는 동안.
동영상에서는 팔불출 내레이션이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었다.
비주의 성장 과정과 무대 사진이 지나가면서 막내가 낭랑하게 외쳤다.
[뉴블랙 자체 투표 결과 최고의 춤선을 가진 멤버!]
[요리도 잘하고 춤도 잘 추는 우리 형.]
[TNT의 한태현 선배님도 인정한 춤의 달인…!]
이윽고 특별출연한 TNT의 한태현이 ‘싸랑해요, 김비주’ 하는 저화질 영상이 흘러나왔다.
다들 정신없이 웃음을 터뜨릴 때.
“그만해요. 그만해…….”
비주가 고개를 푹 숙이고 중얼중얼하고 있었다.
다행스럽게도 영상은 금세 정상적인 화면으로 넘어왔다.
[둘, 셋!]
[안녕하세요. 비주 없는 비주팀, 사블랙입니다!]
화면 속에서 네 멤버가 손을 흔들었다.
저도 모르게 친구한테 인사하듯 손을 흔들 뻔한 가수들이 멈칫하고 헛기침을 했다.
우주가 생글생글한 얼굴로 웃었다.
[지금 현장에서 비주가 고개를 푹 숙이고 있죠?]
“네!”
가수들의 대답에 화면 속 우주가 웃었다.
[대답 감사합니다. 지금 아마도 비주가 저희를 보고 부끄러워서 손을 요렇게 하고 몸을 배배 꼬고 있을 거예요.]
리더의 완벽한 재연에 다들 웃음을 터뜨리고, 비주가 눈을 슬쩍 흘겼다.
[이러면 아마 눈도 이렇게 흘길 거고요.]
“흐하핫!”
[미안해, 비주야. 우리가 이러니까 민망했지?]
비주가 입안으로 ‘네’ 하고 있을 때.
리더가 웃으며 말했다.
[다들 비주를 현장에서 보셨을 때, 살짝 놀라셨을 거예요. TV로 보신 거랑 느낌이 다르죠? 왠지 모르게 조용해 보이고. 그게 비주가 낯가림이 조금 있거든요. 여기 제 옆에 있는 생선 친구만큼은 아니지만… 악!]
리혁에게 발을 밟힌 모양인지 우주가 끙 하며 말을 이었다.
[평소에 말이 많은 편이 아니어서 그렇지. 지금쯤 아마 여러분과 대화를 나누고 싶어서 엄청 설레고 있을 거예요.]
[좋아하는 분들 만난다고 엄청 설레했거든여~!]
[나중에 김비주한테 폰 사진첩 보여 달라고 해 보세요. 거기 여러분들 동영상이 하나씩 다 있을 거예요.]
연습생 때도 선배 댄서들의 영상을 수없이 돌려보면서 좋아했다는 말에 출연진들이 미소를 지었다.
우주의 말이 이어졌다.
[저희 둘째 잘 부탁드려요. 이번 프로그램 나간다고 기대도 많이 한 친구고.]
그러곤 비주에게 말하듯 고개를 돌렸다.
[비주야.]
동생을 향한 자상한 목소리에 트윙클의 메인댄서 란이 어머 하며 입꼬리를 씰룩였다.
비주가 영상 속 맏형을 바라보았다.
[혼자 하는 스케줄은 처음이라 조금 긴장되겠지만, 이번에 엄청 잘할 거라고 믿어.]
“…….”
[평소 추고 싶었던 춤이나 하고 싶었던 퍼포먼스도 많았을 텐데, 그룹 활동하면서 우리 배려하느라 못했던 거 알아. 이번 프로그램에는 정말 멋진 댄서 분들이 많으시니까. 그분들과 함께 멋진 공연 보여 줬으면 좋겠다.]
비주의 눈가가 금세 촉촉해지는 모습에 출연진들이 우우우~ 하며 놀리듯 소리를 냈다.
이어서 막내가 마이크를 잡았다.
[우주 형이 제가 할 멘트를 다 해 버려서 저는 할 말이 없어여. 하여간 맨날 감동 멘트는 다 가져가~]
모두가 웃음을 터뜨렸다.
[힘내구, 춤 잘 추고 와여~!]
[기왕 간 거 진짜 하고 싶은 거 다 하고 와요, 형. 우리한테 어려운 춤 추자고 하지 말고.]
리혁의 응원에 비주가 고개를 끄덕일 때.
모두의 시선이 맨 구석에 서 있는 중현에게로 향했다. 화면 속 뉴블랙 멤버들도 마찬가지였다.
‘뭐라고 말이라도 해 봐’ 하듯 바라보는 리더의 눈치에 중현이 으흐흐흠 하는 소리를 냈다.
“…….”
현장에 있는 김비주도 눈 마주치기가 민망한 건지 고개를 슥 돌렸다.
[아, 뭐라고 말하냐.]
친구끼리 진지한 대화를 어색해하듯 뒤통수를 긁적이던 중현이 심호흡을 하며 말했다.
[잘하고 와라.]
[우우우~]
이번에는 화면 속 뉴블랙 멤버들이 양손을 흔들며 우우우~ 하며 머쓱해하는 중현을 놀렸다.
[…….]
“…….”
영상과 현장에 있는 두 친구가 천장을 바라보며 시선을 피하는 모습에 다들 키득거릴 때.
뉴블랙 멤버들의 마무리 인사와 함께 영상이 후반부로 넘어갔다.
[분위기가 너무 뭉클해질 것 같아서! 저희가 특별한 영상도 하나 준비했습니다!]
그러자 이번에는 눈가를 검은 띠로 가리고 음성 변조 처리를 한 여성이 등장했다.
[홍○○ 과장님 / 홍보 담당자]
이거 누군지 안 나와? (네!) 꺄꺄꺄! 내가 누군지 모르는 거네! (네! 그런 거져~)
음성 변조 목소리가 깔깔 웃더니 비주에 대해 말한다.
[저희 아이는 길을 잘 잃어요! 으흐흣! (꺄하하!)]
다들 웃음을 터뜨리는 동안, 비주가 눈을 감고 몸을 파르르 떨었다.
‘홍 과장님…….’
작정하고 그를 수치사 시켜 버리겠다는 의도가 짙은 인터뷰들이 짤막하게 지나갔다.
매니저 서 씨와 도 씨, TF 팀장 윤 모 씨 등등.
애정 섞인 짤막한 한 마디가 지나가면서 당사자가 부들부들 하는 동안 다른 댄서들의 눈에 이채가 서렸다.
‘회사의 아이돌인가…?’
회사 사람들 사이에서 애정 어린 요정 취급을 받는 모습에 와일드의 메인댄서 우산이 살짝 부러운 기분을 느꼈다.
‘저기는 회사 사람들이 엄청 좋아하는구나.’
왠지 그 이유를 알 것 같긴 했지만 부러운 건 부러운 거였다.
짤막한 한두 마디가 지나가면서 영상에 서서히 BGM이 깔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3초 후.
동영상에 떠오른 자막에 모두가 마시고 있던 것을 뿜었다.
“푸흡-!”
“푸하하하하!”
마치 노래방 모니터에 나오는 듯한 문구가 화면에 떠오르고 있었다.
『 비주야 (To our 2nd brother) 』
노래 : 4블랙
작사 : 리혁
작곡 : 우주
‘따라 불러보세요’ 하는 문구가 나오더니 ‘3, 2, 1’ 하고 노래가 시작됐다.
노래방 조명이 돌아가는 가운데 리더가 감성적인 표정으로 마이크를 들었다.
저희 아이 잘 부탁해요
어디 갈 때 붙잡아 주시기
길 잘 찾는다는 저희 아이 말
객기입니다~ (절대 못 찾아~)
비주가 다시 묵념하듯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다들 테이블을 팡팡 치며 웃는 동안 스트릿 보이즈의 LB가 웃다가 의자에서 굴러떨어졌다.
* * *
5분짜리 영상.
그리 긴 것도 아니었는데, 영상이 끝난 회의실은 커다란 웃음소리와 함께 후끈한 열기가 감돌고 있었다.
하도 웃어서 나온 열기였다.
“어우, 너무 웃었다.”
2세대 걸그룹 트윙클의 메인댄서 란이 티셔츠를 펄럭이면서 땀을 훔치자, 다들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스탭들이 에어컨 온도를 더 낮추는 가운데, 와일드의 우산이 너스레를 떨었다.
“멤버들이 노래도 불러주고. 진짜 부럽다.”
“이게요……?’
선배님도 영상 받아 보실래요…? 하는 비주의 슬픈 눈빛에 우산이 웃음을 터뜨렸다.
아까와 다르게 훨씬 더 친근한 느낌.
예상했던 것과 너무 다른 이미지에 낯설었던 것이 지금은 금세 친근하게 느껴졌다.
다들 한 마디씩 짓궂게 말을 보탰다.
“나도 저런 영상 한 번 받아보고 싶다.”
“내가 라디오 DJ 하는데, 가수들 인터뷰하면 우주선한테 곡 한 번 받아 보는 게 소원이라고 그러거든. 그런데 멤버라고 곡도 이렇게 공짜로 받… 으흐흣!”
“아이고, 부럽습니다. 형님~”
비주가 벽에 걸린 시계를 바라보고는 피디에게 애처로운 표정을 지어 보였다.
“녹화 언제 끝나나요, 피디님…?”
“도망가게요?”
“네.”
비주의 장난스러운 대답에 모두 웃음을 터뜨렸다.
피디도 만족스런 미소를 지었다.
‘계획대로 잘 풀렸어.’
각 그룹에서 온 메인댄서 15명.
서로 어색할 수밖에 없는 환경을 빠르게 친밀감 있는 분위기로 바꾸기 위해 피디가 계획한 것이 바로 멤버들의 응원 메시지 영상이었다.
이야깃거리와 더불어 공감대를 형성하기도 쉽고.
물론, 그가 예상한 것보다 훨씬 더 잘 풀리긴 했다.
‘역시 뉴블랙이다. 아주 확실한 성능….’
이 정도로 빠르게 친해지는 분위기는 영상이 다 끝나고 한두 시간이 지났을 때 정도로 예상했는데.
비주송으로 시간이 단축됐다.
I MOVE의 PD가 흐뭇한 미소로 다른 영상들을 틀었다.
-은녕하세요~ 은케빈, 하은… 아니, 케은성? 나 별명 뭐였더라? 암튼 은녕하세요~~!!
리더이자 막내인 하루가 출연한 에이플비의 멤버들도 영상 메시지를 보냈다.
예능계 블루칩으로 하은성의 애드립에 다들 웃음을 터뜨렸다.
뒤이어 2016년에 데뷔한 걸그룹과 보이그룹 멤버들의 그룹에서 보낸 메시지까지 나온 후.
“자! 이동하겠습니다!”
본격적인 녹화를 하기 위해 스튜디오로 장소를 옮겼다.
“비주 씨, 아니.”
트윙클의 메인댄서 란이 다가왔다.
“비주라고 불러도 되지?”
“네!”
“같이 가자. 너 길 잃으면 안 되잖아.”
“네…….”
아니라고 말하려던 비주는 ‘객기입니다~’ 하는 우주 형의 목소리에 입을 다물었다.
옆에서 이동하던 이들이 키득거렸다.
복도를 걸으면서 자연스럽게 비주의 주변에 사람이 여럿 모였다.
“근데 진짜로 핸드폰에 우리 영상이 있어?”
와일드의 우산의 질문에 비주가 핸드폰을 꺼내서 보여 주었다.
“네, 춤 잘 추는 분들을 너무 좋아해서…….”
“어, 진짜네? 이거 내 직캠인데…!”
“어머어머, 나도 있네.”
스마트폰 폴더 속에는 지금 에 출연한 댄서들의 영상이 가득했다.
처음에는 농담이나 컨셉인가 싶었는데.
진짜로 춤에 미친 사람처럼 댄스 영상이 넘쳐흘렀다.
‘뭐야. 나도 있어?’
‘내 직캠이 선배님 폴더에 있다…?’
올해 데뷔한 두 그룹의 메인댄서들도 다른 사람들이 전해 준 말에 눈을 휘둥그레 뜨며 황송해했다.
우산이 혀를 내둘렀다.
“영상도 진짜 알찬 거 골랐네. 이거 지방 행사 영상이라서 우리 팬들한테만 유명한 건데.”
“아, 진짜요?”
비주가 근처에 따라붙고 있는 카메라 감독에게 핸드폰을 내밀었다.
“시청자 여러분, 이거 꼭 봐 주세요. 우산 선배님이 전국우산축제에서 추신 Romance예요!”
“꼭 봐 주세요~! 이게 제 레전드 직캠입니다!”
주먹을 꼭 쥐고 ‘꼭~!’ 하던 둘이 하이파이브를 하며 키득거렸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저마다 안녕하세요, 엇 안녕하세요 하며 안면을 트는 한편.
멀찍이 걷고 있던 에이플비의 하루가 비주에게 다가갔다.
‘나도 말 한 번…….’
곧바로 튕겨 나왔다.
말 한 번 걸어보고 싶은데, 인의 장막처럼 비주를 둘러싼 배리어가 너무 강력했다.
하루가 아쉬운 마음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따가 말 걸어볼 시간 있겠지.’
평소 뉴블랙의 비주에게 이런저런 동질감을 느끼고 있던 터였다.
천방지축인 멤버들 사이에서 유일한 정상인으로 지내는 느낌을… 왠지 저 선배라면 공감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 병뚜껑 콧구멍에 들어갈 거 같음?
-누가 할래? 안 내면 하은성, 가위바위보!
뉴블랙 대기실에 인사를 하러 갈 때도 매번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자기가 제일 정상인이라 주장하지만 막내랑 흐켁켁 하며 놀고 있는 리혁 선배님이라든가.
우주 선배님이나 중현 스님, 아니 선배님은 말할 것도 없고.
그 속에서 조용히 십자수를 하고 있는 비주를 보며 동질감을 느꼈던 터였다.
‘같이 팀 해 보고 싶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스튜디오에 입장한 댄서들이 눈을 휘둥그레 떴다.
“우와아아……!”
“여기 진짜 좋다!”
방송에 지미집 카메라로 풀샷을 담으며 ‘이곳에서 꿈의 경연이 펼쳐집니다!’ 하는 장면이 나올 것 같다.
번쩍번쩍한 조명이 돌아가고 연극 무대처럼 꾸며진 공간.
‘대박…!’
TBC에서 이번에 야심차게 추진하는 프로젝트답게 세트가 엄청 화려했다.
댄서들의 가슴이 두근두근할 때.
-안녕하십니까~!
“안녕하세요!”
세미 정장을 멋들어지게 입은 MC 백상중 아나운서의 등장에 다들 일어나서 인사했다.
‘저분까지 있어.’
PBS 명곡단을 비롯해 지금 최고의 주가를 달리고 있는 HBS 온 더 스테이지 등등, 매끄러운 진행으로 여러 프로그램을 맡고 있는 유명 MC였다.
다들 각자 이름표가 붙은 자리에 앉으며 수군거렸다.
“대박이다.”
“세트 완전 좋은데요? 이거 만드는 데도 꽤 오래 걸렸을 것 같은데.”
큐 카드를 든 MC와 제작진이 무언가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비주는 주변을 살폈다.
‘우와아아…….’
대형 전광판에서 라는 로고가 빙글빙글 떠오르고 있었다.
그러고는 옆자리에 있는 댄서들을 흘깃 바라보았다.
‘어떤 식으로 경연을 하는 거지?’
매 회차마다 3명씩 한 팀이 되어, 총 5팀이 겨룬다는 것을 비롯해 상세한 방식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경연 테마에 대해서는 제작진도 알려 주지 않고 있었다.
연기 멤버가 아니라 다들 춤 쪽에만 재능이 넘치는 터라, 아마 리얼한 반응을 위해 숨긴 모양이다.
“자, 녹화 시작하겠습니다!”
FD가 카메라 앞에서 슬레이트를 딱 치고 지나간 후.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백상중이 대본에 있는 멘트를 매끄럽게 소화하면서 시청자들에게 I MOVE라는 프로그램을 간단하게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최초’, ‘최강’, ‘역대급’, ‘화려한’ 등의 키워드가 자극적으로 들어간다.
다른 프로그램이었다면 보통 여기쯤에서 ‘출연자를 소개하죠’ 하면서 치이익! 공기가 뿜어져 나오고, 춤을 추면서 등장하고 그럴 텐데.
그런 부분은 생략한 듯했다.
곧바로 경연에 대한 이야기로 넘어갔다.
-…아마 이 부분이 가장 궁금하셨을 겁니다. 맞죠?
“네!”
-그래서 지금부터 신개념 댄스 예능, ! 그 경연이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지는지, 영상을 보여 드리겠습니다. 자! 보여 주시죠!
그가 손을 쫙 뻗자 대형 전광판에 영상이 떠올랐다.
훈훈한 분위기 속에서 시작하긴 했지만 엄연히 경쟁은 경쟁이기에, 댄서들이 귀를 쫑긋거렸다.
곧이어 I MOVE의 로고와 함께 성우의 내레이션이 울려 퍼졌다.
[I MOVE에 오신 여러분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영상에 떠오른 프로그램 로고.
짤막한 인사 문구가 흘러가고는 로고에서 I의 위치가 스으윽 하면서 움직이기 시작했다.
V와 E 사이에 안착한 I.
[MOVIE]
누군가 어머, 하는 소리가 들리면서 다들 눈을 동그랗게 뜨고 이어지는 설명을 들었다.
[I MOVE에서 여러분들은 한 편의 영화(MOVIE)를 만들어야 합니다.]
경연 방식은 심플했다.
오페라에서 유령이 난동을 부린다든가. 캔자스 주에서 토네이도에 휘말려 이세계로 간 소녀라든가.
그런 유명한 영화 시나리오를 주제로 선택하고.
거기서 5가지의 중요 장면을 각자 한 팀씩 맡아서 그 장면을 춤으로 표현하는 거였다.
‘재미있겠다…!’
댄서들의 눈에 흥분이 깃들었다.
[뮤지컬과 비슷하다고 이해하시면 됩니다. 단, 경연에서 여러분의 육성은 허용되지 않습니다.]
[오로지 ‘춤’만이 여러분이 가진 유일한 표현 수단입니다.]
당부 멘트가 끝나고 조명이 밝아지면서 다들 박수를 쳤다.
“와아아아아-!”
“대박이다…….”
“완전 신.선.한데?”
뭔가 리액션을 해야 한다고 느낀 모양인지, 메인댄서들의 과한 리액션에 PD가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미리 안 알려 주길 잘했어.’
하지만 댄서들의 얼굴에 떠오른 즐거움과 흥분은 리얼했다.
팀끼리 나눠서 어떤 시나리오에 맞춰 합동 안무를 할 거다, 하는 정도만 알고 있었는데.
독특한 경연 방식이었다.
왜냐하면.
-여러분 모두가 각자 경쟁 상대이면서 동시에, 크게 보면 하나의 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3명씩 짝을 지어 팀을 나누지만, 전체적인 시나리오의 유기성을 위해서 서로 협력도 해야 되는 상황.
앞선 스테이지에서 소품으로 칼을 뽑아서 챙챙 하다가 뒷내용에서는 창을 붕붕 휘두르면 안 되는 거니까.
서로가 춤으로 자웅을 겨루면서도 동시에 전체 극을 위해 정보를 공유하고, 같이 연습 결과를 봐야 하는 독특한 방식이었다.
이 15명이 모여서 어떤 결과물을 낼지 벌써부터 설렜다.
‘다 같이 하는 거 너무 좋아…!’
손을 올려 상기된 뺨을 식히던 비주도 옆에 앉은 댄서들에게 ‘진짜 재미있을 거 같아요’ 하며 말했다.
다들 동의했다.
그 동안 MC의 멘트가 이어졌다.
-첫 번째 경연의 주제가 될 영화를 공개하기 전에 먼저 팀을 나눌 텐데요.
“으아아아…!”
-사실, 첫 번째 경연에서 합을 맞출 팀은 이미 정해져 있습니다.
“……?!”
제작진이 임의로 팀을 나눴다는 말에 댄서들이 호기심을 보였다.
백상중이 웃으면서 제작진에게 건네받은 종이들을 들어보였다.
-사전 미팅 때, 여러분이 인터뷰에서 답했던 질문들을 모아놓은 자료인데요.
각자 취미라든가 좋아하는 것, 싫어하는 것에 대해 답한 것을 모은 듯했다.
-입맛이 맞는 친구를 만날 때 기분이 어떻습니까?
“좋아요!”
-네, 맞습니다. 그래서 제작진이! 여러분들의 조화로운 팀워크를 위해 첫 번째 팀을… 여러분의 과일 취향으로 골랐습니다!
다들 웃음을 터뜨렸다.
화면에 사과, 딸기, 수박, 포도, 귤이 앙증맞은 이모티콘으로 톡 튀어오르는 가운데.
아래에 꺄아아~! 하면서 얼굴 사진이 붙어 있는 귀여운 졸라맨들이 방방 뛰고 있었다.
-자, 첫 번째 팀을 발표하겠습니다. 사과(Apple)죠? A팀!
정말이지 긴장감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팀 발표였다.
MC의 멘트에 맞추어 졸라맨 중에서 세 명이 슝슝 튀어오르며 사과 이모티콘 아래 섰다.
[하루(에이플비), 란(트윙클), 비주(뉴블랙)]
화면에 두둥 떠오른 문구에 란과 하루가 반가운 얼굴로 웃었다.
‘젊은이들이랑 같은 팀…!’
‘비주 선배님이랑 같은 팀 됐다…!’
그리고 반갑게 눈을 마주친 둘이 뒤에 앉은 비주를 향해 고개를 돌렸을 때.
반짝반짝.
‘빛이 나네…?’
‘잇몸웃음…?’
마치 가족을 상봉한 것처럼, 세상에서 제일 반가운 표정을 짓고 있는 뉴블랙의 메인댄서가 있었다.
비주가 화사하게 웃었다.
‘사과 좋아하는 사람들!’
꺄르륵 웃으며 기뻐하는 그의 모습에 주변 사람들도 같이 웃었다.
비주는 행복한 기분을 느꼈다.
‘여기 너무 재미있다! 너무 좋아….’
아까까지만 해도 멤버들이 그립고 그랬는데, 지금은 그런 생각이 사라진 비주였다.
* * *
같은 시각.
뉴블랙 숙소.
TV에서 영화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소파에 앉아 있는 사블랙이 슬픈 얼굴로 말했다.
“비주 보고 싶네…….”
“그니까여. 비주 형도 같이 있었으면 정말 좋았을 텐데.”
“영화도 같이 보고.”
아련하게 천장을 바라보다가 다시 TV로 시선을 돌린 뉴블랙 멤버들.
우주가 곁눈질로 폰을 들어 촬영하는 리혁에게 물었다.
“다 찍었어?”
“네.”
“오케이. 이 정도면 됐어.”
리혁이 핸드폰을 내리자 다들 꺄르륵 웃었다.
중현이 팝콘을 허공에 10개씩 뿌리며 촙촙촙촙 받아먹는 동안, 다들 팝콘을 우물거리며 꺄핫 웃었다.
“아 너무 재미있다~!”
“꺄하하하!”
“우리 세상이 왔어여~!”
소파에서 팝콘을 잔뜩 흩뿌리며 뒹굴거리는 4블랙이었다.